한번의 성공보다 지속가능한 사업체계를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의 목표이며, 그러기 위해서 아이디어에서 부터 실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필요업는 과정을 다 빼버리고 (lean의 의미) 최소한의 MVP(Minimum Valuable Product)를 만들어서 빨리 학습하고 여기서 다시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실행해야 한다는 린스타트업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속칭 대박이 난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과 원제는 다른데 번역할때 제목은 같게 붙인 책 (왜그랬을까?) 에릭 리스의 책이 린 스타트업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정리해서 소개했다면 이 책은 그 후속으로 실제로 저자가 새로운 서비스와 이 책을 쓰면서 적용한 린스타트업 기법에 대해서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응용한 린 캔버스 모델을 이용하여 사업계획과 가설을 작성하고 위험요소 - 제품위험: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 시장위험 : 경쟁제품은 무엇인가?, 고객위험: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 를 학습하여 제거해 나가는 과정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부분은 당장이라도 회사에서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도움이 되었음.
최근에 본 사건에 대해 과도한 가중치를 주고, 확률에 약하며, 현재 가치를 과도하게 옹호하고, 손실에 민감하며, 무슨 일이든 즉각적으로 합리화 하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들이 이미 나와 있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인류의 사고가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적응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이 가져온 101가지의 편향을 다이제스트 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한 책. 깊이는 매우 낮지만 읽으면서 아 그래 이런 편향이 있었지 정도로 정리하는 용도 또는 나중에 궁금할때 찾아볼 용도로나 좋을 듯.
와이어드 편집장으로 "롱테일", "Freemium"등의 개념을 만들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크리스 앤더슨 (TED의 크리스 앤더슨과는 동명이인)의 신작. 저자는 몇년전부터 3D robotics라는 RC 헬기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글들을 간간히 기고하고는 했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책으로 출간.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최근 수십년간 웹과 S/W와 같은 디지털 상품은 급속한 혁신을 이루었는데 이제 그러한 혁신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디지털 영역과 동일한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
멘로파크의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이나 하버드대학 기숙사에서 시작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웹사이트로 성장한 페이스북뿐 아니라 수많은 젊은 재능들이 웹과 S/W영역에서 혁신을 이루어 낼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작이 어렵지 않고 실패해도 단순히 조금 부담스러운 신용카드 청구서뿐이라는 것인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수많은 애호가들의 커뮤니티가 바로 그러한 도전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경우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시작한 hp나 아버지의 차고를 빌려서 시작한 애플과 같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러고 보니 생생하고 거친 아마츄어리즘 느낌의 음악을 Garagae revival 이라는 장르로 부르기도 했었는데 미국은 창고에서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구나) 제조업에서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화 되는데에는 다양한 분야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 산업디자인, 기계공학, 전기 공학,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 조형기술등 - 시제품을 만든 이후에는 공급망 관리, 실제 제품을 생산할 물리적 생산설비, 유통등의 대규모의 인적 물적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곧바로 실현되는 일은 매우 어려우며 마르크스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가 잉여 이윤을 착취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제조업도 IT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데 단순히 IT의 지원을 받아 제조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의 성격 자체가 디지털 상품을 만드는 방식과 유사해진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즉, 이제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제작소프트웨어로 디자인을 하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있는 디자인 파일을 다운받아서 3d 프린터나 레이저커터 cnc 등을 이용해 (이것만 해주는 회사로 보내던가 아니면 테크샵과 같은 회원제 제조공간에서 직접 만들던가)외형을 만들고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틈새 고객을 위한 소량 제품을 만들어서 Etsy 와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거나 스스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제조업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이 잘 나가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래도 걱정 없다. 그럴때에는 중국에 널린 제조 전문 공장에 표준화된 디지털 파일을 보내서 제조를 부탁하면 된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시제품을 만들 돈도 부족한가? 그래도 걱정 없다 그럴때에는 kikstarter, indiegogo와 같은 클라우드 펀딩을 이용해서 펀딩을 받은 후 제품을 만들어서 투자한 사람들에게 제품으로 돌려주면 된다.
그럼 이러한 인디 제조업, 제조 스타트업의 메이커들이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런 것처럼 기존 산업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여전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BMW가 최고급 차량을 만들고, 애플이 하이엔드 컴퓨터와 핸드폰을 만들 것이고, P&G는 가정용품을 전세계에 엄청나게 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예전에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데 바로 롱테일. 세상에는 자신만을 위한 소량의 제품만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영역은 기존 제조업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며 이런데서 메이커들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서 이러한 메이커스 트렌드가 거의 무너지다 시피한 미국 제조업의 희망이 될수 있으며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 전반적으로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넘쳐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몇가지 의문이 책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첫번째는 가내 수공업에 대한 낭만주의적 접근인데 영국 산업혁명 시기 공장은 그야말로 비위생과 아동노동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 책에서는 현재 독립 제조업의 전통을 영국 산업혁명기의 가내수공업으로 거슬러 가다보니 그당시 노동자들의 수입이 농민보다 좋았고 평균수명이 높아졌으며 잉여시간의 탄생으로 사회적 혁신이 가속되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면모만 이야기 하고 있는게 너무 나이브한 접근이 아닌가 싶었다. 두번째가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바로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너무 과도한 과대평가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전문가 수준의 아마츄어들이 자신이 참여했다는 만족과 인정이라는 보상만 가지고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붓고 제조업체는 이러한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인데, 정말 가능할까?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바로 그런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기술 개발을 한다는데 과연 그게 어느정도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롱테일에 대한 비판인데 이책에서도 사례로 드는 Etsy의 수공예품 판매자들은 돈을 벌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롱테일의 꼬리에 있는 생산자들이 과연 얼마나 취미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이야 애플의 WWDC나 구글 I/O와 같은 테크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여는 기술 컨퍼런스가 더 큰 주목을 받지만 몇년전만해도 가전/하이테크 제품의 가장 큰 전시장이었던 CES가 올해에는 제조업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해서 화제였는데 이러한 최근 트렌드와 향후의 제조업 방향을 읽는데에는 새로운 주장도 아니고 몇가지 단점도 있지만 도움이 되는 책인것 같다.
왜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들 사이에는 불평등이 존재할까? 동일한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들 사이에 왜 어떤 문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현대의 고도 물질 문명에 이르게 되었고 왜 어떤 문명은 그런 앞선 문명의 침탈로 인해 혹은 스스로 사라졌을까? 이러한 전지구적이고 인류사를 관통하는 문제에 대해 지리학과 환경의 영향으로 해답을 찾아갔던 "총,균,쇠"의 작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최신작. 이미 한참 전이지만 "총,균,쇠"를 정말로 흥미롭게 읽어서 서점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두번 생각하지 않고 구매함. (여담으로 "총,균,쇠"에서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주장한 지리와 환경결정론에 대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는 지리와 환경은 부차적인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사회의 성격이 포용적이냐 아니면 착취적이냐가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가 만든 사회형태를 중앙 집권적인 통치 구조가 없는 부족사회, 부족이 성장하여 각 부족간의 연합을 이룬 군장사회, 그리고 중앙집권적인 통치 구조를 가진 국가 이렇게 구분을 하는데 이중에서 그가 평생을 거쳐 연구해왔던 부족사회의 다양한 면을 소개하면서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하게 획일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문명이 걸어온 길과 방향을 돌아보고 부족사회를 거울 삼아 성찰 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은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족내 또는 다른 부족소속의 개인들간의 접촉과 상업등의 관계를 다룬 친구와 적, 부족들간의 외교와 물리적 충돌을 다룬 평화와 전쟁, 영아살해 풍습을 포함한 육아와 노인에 대한 부족사회의 대응을 다룬 어린아이와 노인, 그리고 건설적 편집증이라는 개념으로 부족사회가 어떻게 거친 자연의 위험에 대비하는지 이야기하는 위험과 대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교와 언어 그리고 건강 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모든 섹션들은 부족사회만이 당면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도와 성격을 달리하더라도 WEIRD한 현대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맞닥드리고 있는 문제들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먼저 들었던 생각은 현대 사회가 참 많은 진보를 이루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매서운 자연환경의 위협으로부터의 안전과 전반적인 공중위생의 보급 그리고 기아로부터의 해방과 같은 물질적 풍요뿐 아니라 폭력의 국가 독점을 합의하면서 생긴 예측 불가능한 사적폭력의 공포로부터의 해방, 여성권 신장, 프라이버시와 인권, 양심과 종교의 자유등과 같은 사회 제도적인 측면들의 발전이 불과 수백년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기아에 허덕이고 억압적인 여성관을 가진 나라들이 있으며 인권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 국가들도 많이 있고 우리나라도 인권에 대한 존중과 민주주의가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하기는 어렵고 특히 요즘은 오히려 과거로 후퇴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발전 방향으로 봤을때 앞으로 전지구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진보가 더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런 희망과 달리 오랜 진화과정에서 인류라는 종에 새겨진 한계 - 집단을 가르고, 서열을 나누고, 종교에 빠지고 통계에 약한 비합리성등-로 인해 이제 더이상 쉽지 않을까? 이 부분은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무척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부족사회는 현대사회가 잃어버린 이상향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대사회가 문명화시켜야할 야만의 상태는 더더구나 아니다. 부족 사회 또한 오랜 시간 동안 그들만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러한 문명은 보존해야할 가치 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문제에도 인류의 본성에 입각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500만년 전에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에서 분화되어 수백년을 야생에서 생존해왔으며 1만 1천년 현대의 인류가 출현한 이후에도 최근까지 험난한 자연과 싸워가며 신체와 정신이 함께 진화해왔으나 현대 문명의 시스템과 기기들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에 훌륭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책에서는 그 예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감정과 관계를 회복시키는 사법시스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부족사회의 육아법, 노인의 지혜와 노동력을 잘 활용하는 노인에 대한 대우, 식생활과 이중언어등을 들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소외와 외로움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에도 부족사회를 참고하자고 이야기한다.
부족문화에서 배워할게 식생활과 이중언어라니.. 이부분의 결말이 앞부분의 방대한 지적 탐험에 비해 너무 협소해서 조금 헛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 그래도 부족사회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가 얼마나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것도 이책의 중요한 미덕이지 싶다.
영어 단어 중에 serendipity 라는 단어가 있다. 우연히 발견한 행운 이런 뜻이라는데 예전에 동명의 영화를 본적도 있어서 - 영화는 정말 형편없었음 - 기억에 남는 단어인데 참 단어 뜻이 예쁜듯. 그런데 이 serendipity의 유래가 바로 스리랑카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아라비아 상인들이 인도와 아시아로 무역을 떠날때 우연히 발견한 스리랑카에 serendib 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게 바로 serendipty의 어원이 된것. 아라비아 상인들이 거센 파도에 지칠즈음 발견한 이 섬이 원하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들었었던 것 같은데 나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내 마음도 다르지 않을 듯 싶다.
그렇게 꿈만 같던 2주간이 지나가버렸다. 이제는 집과 회사로 돌아갈 시간.
처음 공항에 내려 콜롬보에 어렵게 도착해서 정신 없고 덥고 혼란스러워 과연 오길 잘한건지 확신이 안서고 버스 타고 이동하면서 사람과 짐에 치이면서 귀청이 떨어질듯한 음악소리때문에 창문 열고 뛰어 내리고 도 싶었고 너무 조용한 곳에서는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비도 오고 기차는 지연되고 밤에는 외롭기도 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모두 지나가 버렸다. 그래도 그 모든 순간들이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의 순간이었겠지.
콜롬보에서 만났던 스리랑카의 현재, 과거의 스리랑카를 보여주었던 담불라와 압도적인 숭고함을 느끼게 해준 시기리야, 꽃향기 가득한 참배식에서 느꼈던 평화로움. 내륙 고산 지대의 아름다운 열대의 풍경들 그리고 인도양의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 Galle의 정갈하고 우아했던 올드 시티,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 도중 스치듯 만났던 여행자들과 친절한 스리랑카 사람들까지 모두 오래 기억에 담아 두고 싶다.
오후에 기차로 콜롬보로 가기로 해서 짐을 호텔에 맡겨 두고 Galle의 나머지 부분들을 돌아 보기로 함. 어제 못가본 골목길을 구석 구석 다니니 옛날 건물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골목이 참 예쁘다. 지금도 멋진 카페, 게스트 하우스, 보석상, 학교등으로 사용중인데 그중에 멋진 카페 하나 골라서 들어가 과일 쥬스도 한잔 마시고 기차표를 끊으러 감.
역 매표소에 사람이 없어서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오니 표를 팔기는 하는데 좌석 번호도 안적힌 2등석 표를 준다. 가격은 고작 160루피. 캔디에서 하퓨탈레 갈때의 쾌적한 기차를 상상했는데 왠지 좀 불안하다. 론리플래닛에는 에어컨 버스도 있다는데 그걸 알아볼까 싶기도 하고 고민하다 그래도 버스보다 낫겠지 싶어 그냥 돌아감.
낮이 되니 다시 살인적인 더위가 찾아온다 이럴때는 역시 나무 그늘 찾아 시원한 맥주 한잔 하는게 최고 ㅎ 태양을 막아주는 큰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아 Galle와도 작별을 고함. 기차는 제시간에 오기는 했는데 흑..역시 생각처럼 좋은 기차가 아니다. 좌석은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데 이미 다 차있다 제길..그럴거면 2등석 3등석은 왜 나눈거야 ㅠㅠ. 기차로 3시간 정도 거리인데 그나마 두시간쯤 지나니 자리가 나서 잽싸게 자리에 앉아 30분 정도 더 가니 익숙한 콜롬보 역에 도착
콜롬보 역에 내려 짐 보관함에 짐을 맡겨두고 마지막으로 제프리 바와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지금은 전시관 및 카페로 사용된다는 갤러리 카페를 보러 감. 걸어 갈 수 있을 거 같아 걸어가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뚝뚝 타고 갈걸 후회 ㅠㅠ- 생각보다 무지 멀다 흑.. 인도양의 석양을 구경하며 걸어서 결국 도착하고 나니 해가 다 지고 말았다. 건물과 인테리어가 너무 멋진데 조명이 어두워 아쉽다 한 낮에 열대의 태양아래 봤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래도 로맨틱한 바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 여행중 제일 비싼 맥주를 먹었음, 세금과 봉사료가 추가되어 650루피정도 준듯 - 여행을 정리하는 건 좋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돈 많아 보이는 노인분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와인을 여러병 시켜서 마시던데 언젠가 나도 누군가와 같이 다시 오면 좋겠다 ^^
건너편에 스리랑카 정부가 운영하는 tea shop 이 있어서 선물을 알아보러 가봤더니 7시가 넘어서 문을 닫았다. 아니 뭐 이렇게 일찍 닫아 쩝.. 그래서 결국 근처 식당에서 마지막 스리랑카 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사실 그러고 보면 공항에서 시내로 연결하는 교통수단은 그나라의 첫인상과 끝인상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 점에서 스리랑카는 정말 낙제점. 고가의 직행 버스라도 운행할만 할텐데 여지없이 만원에 불편한 일반 버스 아니면 택시와 뚝뚝이 전부이니. 버스 종점에서 뚝뚝으로 갈아타고 공항으로 오니 이제 진짜 집에 가는 구나 싶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많은 여행객들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현지인들로 공항이 붐빈다. 특히 일본은 직항이 있어서 일본 여행객들은 꽤 많이 보인다.
이제 낼부터 다시 회사로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데 잘 적응할 수 있겠지. 금방 적응해서 언제 휴가 다녀왔냐 싶겠지만 시커멓게 탄 얼굴과 피부는 당분간 여행의 증표가 되어 주겠지. 돌아가서도 열심히 살아서 다음에도 또 다른 세계를 만나러 갈 수 있게 되기를....
오늘도 일출을 보러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바닷가로 나감.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해변가를 걸으며 해가 뜨길 기다리다 보니 얼마 안 있어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일출로 하루를 시작하다니 멋지구나 싶다 ㅎㅎ
11시에 스쿠버 다이빙을 예약해서 10시에 체크아웃 하기로 하고 근처 가게에서 빵 사다가 어제 남은 망고,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스타벅스 via와 함께 게스트하우스의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나니 아침부터 푹푹 쪄서 모닝 수영을 하러 감. 아침이라 파도도 약하고 좋다. 한참을 인도양을 둥둥 떠다니다 체크아웃하고 스쿠버 다이빙 하러 감.
자격증 덕분에 33$에 장비만 빌려서 다이빙하는 코스인데 기다리고 있으니 가슴이 콩닥콩닥. 사고 없이 잘 할수 있겠지. 같이 다이빙을 하는 외국 여자분은 자격증이 없는지 그 여행객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certified diver라 그래서 좀 웃겼음 ㅋㅋ 자격증이 있어도 운전 면허로 치면 장롱면허인데 말이지 ㅎㅎ
다이빙 포인트로 데려다줄 보트가 오는데 이집트에서 탔던 좀 크고 그럴싸한 보트가 올줄 알았더니 그야말로 작은 모터보트가 한대 온다. 그걸 타고 가서 처음 바다속으로 몸을 던지는데 첨엔 겁나서 못하겠더니 그래도 5분정도 있으니 익숙해진다. 홍해에서 봤던 것처럼 드넓은 산호와 형형 색색의 물고기들이 많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이름모를 물고기들과 푸른 인도양 바닷속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한타임 더 하고 싶기도 했는데 다음에 다른 바다에서 해보기로 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Galle로 출발.
Galle는 포르투갈 식민시대에 지어진 성곽으로 포르투갈 양식의 성곽가 건축물들이 아름답고 인도양의 석양이 멋진 곳이라고 한다. 내일 새벽 1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스리랑카에서 마지막 숙소.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하는 Fangzini 호텔은 로비가 매우 멋지다. 처음 소개해준 4,500루피짜리 방은 독립 발코니도 있고 냉장고도 있던데 혼자 쓰기는 좀 아까워서 그냥 나오는데 스탭이 3,500루피 짜리 방을 소개해준다. 아주 맘에 들지는 않지만 숙소 위치도 괜찮고 깨끗해서 거기로 잡고 Galle를 구경하러 나옴.
배도 고프고 해서 이번에도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여기도 론리플래닛에 적힌 가격보다 1.5배는 비싼 것 같다. 커리앤 라이스가 750 루피에 맥주는 400루피 -_-;; 그래도 옥상위의 전망은 훌륭했고 음식도 맛있었다.
Galle의 성벽은 해질 무렵에 보면 괜찮다고 해서 성벽은 그때 보기로 하고 올드시티의 골목을 돌아다니는데 건물들이 참 이쁘다. 예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식민시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게 좋다. 성곽을 나와서는 올드시티와 떨어진 시내를 보러감. 올드 시티 앞에는 크리켓 경기장이 있는데 마침 무슨 경기 중인지 사람들이 열심히 구경중이다. 티켓 파는 곳도 없고 무료로 입장 가능한 것 같아서 나도 경기장에 들어가 경기를 관람하는데 아무리 봐도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스리랑카 현지인들은 경기에 따라 좋아하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하고 일부는 국기를 흔들며 응원가도 부르면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는게 더 재미있었음 ㅎ
내일 공항으로 가는 관문인 콜롬보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기차를 예매하러 갔는데 예매는 안한단다. 2:45 / 3:30 기차 시간만 확인하고 근처에서 라시하나 시켜 먹은 후에 시내를 돌아다님. 어휴 근데 정말로 덥다. 그늘에서 헉헉대고 있으면 스리랑카 사람들이 와서 많이 덥냐고 물어본다. ㅎㅎ 숨쉬기도 힘든 더위지만 그래도 곳곳에 큰 나무들이 있어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 그래도 더위가 가신다. 그늘에서 쉬다 보니 더위도 조금은 약해진 것 같아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돌아봄. 듀브로브닉에서 봤던 압도적인 장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도양과 어우러진 소박한 성과 아담하고 예쁜 골목이 볼만했다. 그리고 곧 이어진 아름다운 석양...
올드시티 안에는 물가가 비싸서 성곽밖으로 나가서 로컬 식당에서 커리앤 라이스를 먹음. 점심때 먹은 것처럼 깔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4종류의 커리와 밥을 먹는데 고작 200 루피 ㅠㅠ. 주류샵에서 맥주 사면 식당에서 450루피에 파는 맥주를 160루피에 살 수 있고 ㅠㅠ
맥주와 안주거리 좀 사와서 숙소로 돌아와 씻고 Galle의 성곽에 걸터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심. 여기저이 현지인들이 데이트도 하고 더위를 피해 나와 저녁식사도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혼자서 맥주 마시고 있으니 어디서 집 잃은 개한마리 와서 옆에서 잠을 자고 ㅎㅎ 이렇게 스리랑카의 마지막 밤은 저물고...
5시에 눈을 떴는데 아직 해가 뜨려면 멀어보인다. 좀더 잘까 하다가 대충 씻고 숙소에서 일출을 기다림 5시 30분쯤 되니 슬슬 여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메라만 챙겨서 들고 나가는데 헉 숙소 문이 잠겨있다. 건물 문이 아니고 마당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 닫혀서 담을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다행히 소리를 듣고 나온 스탭이 있어 스탭이 문을 열어줘서 일출을 감상하러 나감. 구름이 좀 있어서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장관이었음.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이틀간의 숙박비와 식비를 계산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함. 그런데 식비에 10% 봉사료가 붙어서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쩝... 맥주도 350루피라 그런거 같은데 400루피로 계산하고
버스정류장에 가서 다음 목적지인 우나와투나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아무래도 직행은 없나보다. 저 버스 타라고 해서 가서 물어보면 안간다고 하는데 Galle 바로 옆이던데 Galle 가서 갈아탈까 하다가 Matara에서 갈아타면 된다고 Matara 행 버스를 타라고 한다. 지도 보니 중간 쯤 위치한 곳이어서 버스를 탐. 이번 버스는 5인 좌석이 아니라 4인 좌석인데다가 만원버스가 아니어서 그나마 좀 편안하게 감. 심지어 노래 대신 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는데 중간 중간 스리랑카 밴드가 부르는 GNR의 Sweet child o'mine이나 Europe의 Final countdown도 나오고 해서 잼있었음.
1시간쯤 가니 Matara에 도착 론리플래닛에서 보니 관광객은 잘 안가도 대도시라고 하는데 과연 정류장이 참 크다.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먹고 우나와투나행 버스를 타고 감. 전날 구글 맵을 다운받아 놔서 구글맵을 실행하니 가려던 곳을 지나친것 같다. 차장에게 물어보니 1km 쯤 지났다고 -_-;; 젠장 이번 차장은 센스가 없구만 쩝.. 뚝뚝을 잡아타고 우나와투나 해변으로 감. 여기도 Tangalla 처럼 아름다운 해변가가 펼쳐져 있는데 파도가 약해서 수영하기는 좋을 듯 하다. 대신 여기는 서양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고 게스트 하우스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이 좀 많아 보인다. 일단 해변에 접한 게스트 하우스는 3,500루피를 달라고 하길래 비싸서 조금 후미진 곳에 갔더니 여기는 2,500루피를 달라고 한다. 방이 넓고 깨끗해서 여기로 결정. 우나와투나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다. 커리앤 라이스가 700루피부터 시작하고 대부분 10%의 봉사료가 추가된다.
일단 내일 오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해안가의 다이빙샵에서 예약을 먼저 함. 이집트에서 오픈 워터 다이버 자격증 딸때 또 쓸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 사실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
그리고 나서는 해수욕 타임을 가짐. 이미 얼굴은 시커멓게 타서 거울 보면 현지인이 한명 서있는 느낌인데 며칠동안 바다에 있었더니 몸도 시커멓게 타버렸다. 아 이건 언제 회복되려나. 어제와 같이 수영하다 그늘에서 쉬다가 책읽다가 하다보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네 며칠 더 암것도 안하고 이러다 가고 싶다.
해도 뉘엿뉘엿 져가고 숙소에서 씻고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여기서도 기어코 주류샵을 찾아내서 맥주도 사오고 향긋한 과일냄새가 진동하던 과일가게에서 이름 모를 열대 과일도 사오고 하다보니 인도양의 해가 져간다. 석양을 안주 삼아 맥주 한잔 마시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새우 요리로 저녁을 먹고 돌아옴.
어떻게 다음 도시로 가고 어디서 자고 무얼 먹고 하는 여행의 모든 과정이 도전 같았던 이번 여행.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강렬한 문화적 이질감과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 이번 여행은 참 즐겁네 ^^
Tangalla의 일출
여기서 다음날 스쿠버 다이빙을 했음
온갖 이름모를 열대 과일들이 많았던 과일 가게 360루피만큼 사고 300루피 먼저 주고 60루피를 찾고 있으니 50 루피를 거슬러 줘서 뭐지 하고 의아해 하며 나왔음..생각해 보니 300루피가 아니라 400루피 받은 줄알고 10루피 깎아줘서 50루피 준듯 ㅋㅋ
우나와투나의 석양
맛있어 보였으나 비싸서 여긴 패스 ㅠㅠ
그릴에 구운 대하 몇마리 나올줄 알고 시켰는데 이렇게 나와서 좀 실망했는데 정말 맛있었음.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고추와 향신료와 밥을 같이 먹는 맛이 일품
밤새 창너머로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잠결에 마치 음악이라도 듣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자고 일어나니 7시쯤. 벌써 해가 중천이다. 아뿔싸!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볼걸 뭐 오늘 하루 더 있을 예정이니 내일 아침에 새벽에 일어나서 해뜨는걸 봐야겠다. 오늘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쿠터를 빌려서 근처를 돌아볼 계획. 스쿠터 렌탈은 하루에 1,000루피이고 기름은 알아서 넣어야 함. 주유소 찾아서 기름을 넣고 Tangalla 여기 저기를 돌아 다녀 봄. 해안가를 따라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달리다가 조용한 해변이 보이면 스쿠터 세워두고 사진도 찍고 한참을 돌아다님. 해변이 도로를 따라 무수히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어떤 곳은 도로 양옆으로 평원과 습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바다는 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되거나 다른 해변은 좀 떨어져 있는 모양. 한참동안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 카메라와 지갑들을 던져두고 타월만 가지고 수영을 즐기러 나감. 오전에 스쿠터 타고 가다 봐둔 조용한 해변가 야자수 그늘 아래 자리 잡고 인도양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수영하다 지치면 그늘 아래 책도 읽다 보니 바람도 선선하고 눈이 절로 감긴다. 몇차례 인도양 바다에 몸을 담궜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 이곳은 앞에 게스트 하우스도 없고 주로 현지인들이 수영을 즐기는 곳. 화려한 수영복에 몸짱 이런 사람들은 없지만 가족들 친구들끼리 즐겁게 물놀이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나도 같이 즐거워진다.
한참 놀았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맥주 생각도 나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맥주 한잔 마심. 끝없는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ㅠㅠ
맥주도 한잔하니 해도 뉘엿 뉘엿 저간다. 아까 봐두었던 곳에 가면 일몰이 예쁠것 같아 다시 스쿠터를 타고 나감. 가는 길에 보니 Food city가 보인다. 담불라에서는 푸드시티와 주류점이 같이 있었던게 기억나 혹시 캔맥주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보니 여긴 없다고. 그렇다고 포기하긴 일러서 술 좋아하게 생기신 아저씨 붙잡아서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준다. 오늘은 비싼 맥주 안마셔도 되겠구나 ^^
알려준 곳에 갔더니 주류샵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사오려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근처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 호기심에 가보니 시장. 다양한 열대 과일들과 채소류를 사고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문득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현대화된 슈퍼마켓인 푸드시티에서 여기서 파는 상품들 대부분이 판매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최신식 소매체인점이 늘어나면 여기 이 시장은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골목 골목까지 들어온 할인마트들과 그로 인해 사라진 소규모 자영업자들 생각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해지는 풍경 몇장찍고 돌아오니 해가 완전히 졌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봐둔 주류샵에서 맥주 몇병과 안주 몇가지 사오고 저녁은 비싼 숙소앞 레스토랑 대신 저렴한 로컬 식당에서 볶음밥 하나 먹고 돌아옴. 이제 3일만 자면 휴가도 끝이구나 아쉬워 ㅠㅠ
여행의 전반부는 콜롬보와 역사적 유적지, 중반부는 스리랑카 내륙의 고산지대를 지나서 이제 여행 후반에는 남부의 해안가를 둘러볼 시간. 스리랑카 남부는 아직 개발이 안되어 있거나 쓰나미의 참사에서 아직 회복이 안된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해변이 많다는데 그중에 Tangalla와 Unawatuna 두군데를 가보기로 함. 원래는 이틀씩 있으려고 했는데 하루를 하퓨탈레에 할애하여 Unawatuna 는 그냥 하루만.
Ella에서 버스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어제 게스트 하우스 주인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9:30, 10:30에 있다고 하는데 뭔가 확신은 못하는 분위기. 그래서 혹시 몰라 저녁 먹으면서 거기 종업원한테 물어보면 11:00라고 하고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버스에서 돈을 내는 시스템이라 매표소 이런건 당연히 없고. 그래서 정류소 바로 앞의 식당은 혹시 잘 알까 해서 별로 맛 없던 팬케잌과 홍차로 아침을 먹으며 물어보니 이번에 또 시간이 다르다..ㅠㅠ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건가? 결국 9:30쯤 나오기로 하고 남는 두시간은 Ella의 못가본 곳을 둘러보기로 함
날씨가 어제와는 다르게 화창해서 경치 좋았던 Mini adam's peak를 한번 더 갈까 하다 철길을 따라 2.8km쯤 가면 폭포가 있다길래 거길 가보기로 함. 하퓨탈레역의 기차길도 아름다웠지만 Ella의 기찻길로 못지않게 아름답다. 오늘은 관광객들도 몇명 마주치면서 가다보니 멀리 작은 폭포가 보인다. 멀리서 볼때는 그럴싸 했는데 막상 폭포까지 어렵게 찾아가니 사실 폭포위의 모습은 별게 없었음 ㅎ 주위를 좀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오늘도 떠날 시간이 되어서 숙소로 돌아옴. 시간만 여유로왔으면 Ella rock도 올라가보고 근처 다른 곳도 가보고 했을텐데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 정류장에 가니 스위스에서 왔다는 커플이 있다. 어디 가냐고 했더니 Arunga bay에 가는길이라 Walla yawa에서 버스를 갈아탈 예정이라고. 혹시 탕갈라 어떻게 가는지 아냐고 물어보니 잘 모른다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자기네랑 같이 가서 Walla yawa에서 갈아 타면 될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가이드북보니 얄라야와가 고산지와 남부 해안을 연결해 주는 곳이라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곧 도착한 버스를 타고 Walla yawa로 감. 도착했더니 다행히 바로 Tangalla 가는 버스가 대기중이다. 스위스 커플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실음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만원버스에 승차감은 최악. 거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아니 도대체 왜 음악은 그렇게 크게 트는건데? 내 귀에는 다 똑같은 거 같은 음악을 귀청이 떨어져라 틀어대는데 하.. 정말 스피커를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 ㅠㅠ 이어폰 꼽고 다른 음악 듣는 것도 한계가 있고 도착할 즈음에는 차장이 언제 도착했으니 내리라고 할지 몰라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번에는 사람이 많아서 차장이 나 탄거 잊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 예전 터키 부르사에서 기사한테 어디 도착하면 알려주세요 했는데 기사가 까먹고 안가르쳐줘서 한바퀴 돌아서 탄 곳에서 내린적이 있었음. 내리면서 기사한테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왜 이야기 안해줬냐 그랬더니 그제서야 미안해 하며 다음 버스 데려가서 테워주면서 어디서 내려달라고 이야기해주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ㅎㅎ- 센스있게 도착 5분전에 자리로 오더니 다음에 내려야 한다고 알려준다 .^^ 시간은 정확하게 3시간 30분 소요
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도양을 보러 갈 시간. 론리 플래닛에 나온 숙소를 찾아가는데 누가 방 보고 가란다. 가격도 괜찮고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데 창문도 작고 바다도 좀 떨어져 있어서 그냥 나와서 일단 해변으로 나왔는데 아 정말 인도양의 풍광이 멋지다. 여기가 바로 인도양이구나 ㅠㅠ 숙소를 찾아보러 가는데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열심히 그물을 끌어당기고 있다. 현지인이 나보고도 와서 도와달라는데 나야 짐도 가득인데 어떻게 가 ㅎㅎ 그냥 숙소를 찾아 걷는데 레스토랑 앞에서 한 직원이 1,500루피 방이 있단다. 가격도 괜찮고 해서 가보니 숙소도 참 마음에 들었음. 바로 앞이 바닷가에다가 테라스도 넓고. 짐을 풀고서는 맥주 한병시켜 바다 바라보며 마시니 더위와 피로가 가신다.
시기리야에서 만난 독일 여행객이 Tangalla를 다녀왔다고 해서 어땠냐고 물어봤을때 Beach and Nothing 이라고 아주 좋다고 했는데 과연 숙소앞 바닷가 근방은 게스트하우스와 거기에 딸린 조그마한 레스토랑을 빼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도 듬성듬성 조용하고 평온한 해변. 숙소에 딸린 레스토랑에서 맛없었던 볶음 국수를 하나 먹고 해안가를 산책함. 인도양의 푸른 바다와 백사장 그리고 열대 야자수가 어우러진 풍경과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소리가 좋다. 산책을 하고 와서는 바다에 몸도 담궜는데 파도가 세서 수영하기는 좀 무섭다. 다른 외국인들은 수영도 잘하던데 ^^;
그냥 몸만 담그고 나와 선베드에서 맥주 시켜서 파도소리와 음악 들으며 책 읽으며 깜박깜박 잠에도 들었다가 함. 그러고 보니 태국에서도 크로아티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바뀐거라곤 많아진 나이와 책밖에 없구나 싶다. ㅠㅠ
해도 져오고해서 해변의 반대편까지 산책하고 와서 씻고 저녁을 먹음. 역시 여기 레스토랑은 방값은 싼데 식사는 비싸고 맛이 없다. 내일은 스쿠터라도 빌려서 다른데 가봐야지.
그리고 두번째 책인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에게 투표하는가?"를 완독함. 우리나라 선거처럼 미국도 주별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세가 확연히 갈리는데 잘사는 동,서부 해안가는 보통 민주당 지지, 중부내륙과 남부 지방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모양새이다. 캔사스 출신의 저자는 이러한 경향이 어떻게 시작되고 심화되어 가고 있는지 본인이 태어나서 자란 캔사스를 예로 들어 그 원인과 결과를 파고 들어간다.
캔사스가 처음부터 미국내 극단 적인 보수 - 동성 결혼 반대, 낙태 반대에 앞장서고 교과서에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가 미 전역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 를 대표하는 주는 아니었고 남북전쟁 이전에는 노예제 반대주였으며 한때에는 유진뎁스등의 사회주의자들이 활동하기도 했고 민중운동이 활발했으며 얼마전까지도 민주당이 다수였었으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경제위기를 맞이 하게 되었으며 또하나의 산업 기반이었던 농축산업은 타이슨과 같은 거대 기업들로 넘어 감에 따라 또 한번의 타격을 입으면서 보수화 되었다고 한다.
이부분이 중요한데 사실 캔사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바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로 인한 결과이고 그들이 지지하는 공화당 그리고 그중에서도 보수반동 (책에서 정말로 이렇게 표현하는데 기독교 근본주의자, 티파티등의 정치 세력을 말함)이 바로 그러한 정책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수는 이렇게 만들기 위해 경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경제는 어쩔 수 없으며 미국의 위기와 저소득층의 위기는 모두 잘난척하는 자유주의자들 -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까지 포함해서- 때문이라고 문제의 근원을 돌린다. 즉 맥주를 좋아하고 나스카를 좋아하며 맥도널드와 월마트를 자주 가는 성실한 남부의 전형적인 미국인과 달리 와인과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동성애와 낙태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들이 바로 미국의 위기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를 문화로 치환하면서 공화당은 저소득 저교육층의 분노를 이용하여 위기의 근원이라는 책임을 벗어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위기의 근원을 엉뚱한데로 돌림으로써 분노를 이용하여 지속적인 정권 창출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의 수립에 이용할 수 있게된 것이다.
아주 영리한 정책이고 이로 인해 루즈벨트 이후로 미국 사회의 국가 부조를 없애려는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는데 그럼 민주당은 뭘했을까? 여기서 저자는 민주당의 뼈아픈 정책적 실수를 지적하는데 즉 민주당이 클린턴 이후로 노조와 민중들이 아니라 화이트칼라 기업 엘리트들에게 너무 접근해서 경제적으로 공화당과 차이가 없어졌다는것. 그래서 결국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우파들의 선동에 넘어갈때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인데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가슴이 턱 막혀온다. 우리나라의 보수의 선동에는 낙태, 동성애와 같은 이야기 대신 지역과 그놈의 종북 좌빨이라는 단어면 모두 정리되어 버리니. 그렇다고 우리나라 민주당은 미국 민주당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고 진보 블럭은 통진당 부정 경선 이후로 괴멸하다 시피 했으니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그나마 미국은 티파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였으나 우리나라 선거는 앞으로도 막막하기만 하다.
어릴적 동네에 철길이 있었다면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기차가 지나가는 걸 신기하게 구경했던 기억도 날텐데 언제 부터인가 안전등의 이유로 철길은 이제 기차가 아니라면 접근 불가능한 공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곳 스리랑카에서는 푸른 숲을 관통하는 단선의 철길을 사람과 기차가 사이좋게 공유한다. 철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다녀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다. 그저 지역 사람들에게는 일터나 집 또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또 하나의 편리한 길일뿐.
론리플래닛에서 하퓨탈레 소개하는 내용에 하퓨탈레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서 돌아오는 8km의 트래킹이 재미있다는데 기차는 시간도 애매하고 해서 하퓨탈레 역에서 철로를 따라 오전에 산책을 하기로 함. 시원한 바람과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숲과 하나가 된 철로를 따라 걷는 경험이 참 재미있다. 중간중간 탁트인 곳에서 끝없는 차밭이 펼쳐진 스리랑카 고산지대의 풍경도 보고 하다보니 다음 목적지인 Ella로 떠날 시간. 여기서 Ella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11:45분 기차라는데 11:40분이 되어도 티켓을 안판다. 어디서 티켓 사냐고 했더니 12:20분에 기차가 출발한다고.. 결국 티켓은 12:10 이 되어서야 판매하는데 2등석 달라고 했더니 2등석은 없단다. 음 매진 되었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기차 온걸 보니 Ella행 기차는 3등석 객실 두개와 화물칸 두개만 달린 작고 귀여운 기차였다 ^^ 3등석은 좌석도 따로 없고 그냥 딱딱한 나무 의자에 먼저 가서 앉으면 되는데 자리도 없고 해서 그냥 통로에 짐을 내려놓고 기차 난간에 몸을 기대어 Ella까지 오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기차는 한시간정도 달려서 아담한 Ella역에 도착. 도착하니 화단에 Ella Welcome 이라고 심어 놓은 꽃이 참 귀엽다.
Ella도 하퓨탈레처럼 작고 조용한 곳인데 호객행위도 별로 적극적으로 안해서 다른 사람들 가는 길 따라서 가니 숙소 밀집 구역이 나온다.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하는데 누가 1,500루피 짜리 방이 있다고 해서 따라거 숙소를 잡음. 숙박계에 이름이랑 주소를 남기는데 정말 며칠만에 한명씩 뛰엄뛰엄 숙박을 하는 모양 ㅠㅠ 그러면 방 좀 좋은데로 줄것이지 쩝.. 그동안 사실 방 잡을때도 별로 깎지도 않고 그냥 덥썩덥썩 잡았는데 가격은 안깎더라도 그중에서 좋은 방이라도 달라고 해봐야겠다.
Ella는 정말로 소박하고 조용한 곳인데 근처에 가볍게 트래킹 할만한 곳들이 몇군데 있다. 스리랑카에서 유명한 트래킹 코스가 Adam's Peak - 부처가 발을 내딛었다는 - 인데 여기는 Mini adam's peak 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가보기로 함. 하퓨탈레에서 체크아웃할때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여기 오니 날은 화창하지 않은데 비는 더이상 안온다. 덕분에 파란 하늘을 못봤지만 별로 덥지 않게 Mini adam's peak 까지 갈 수 있었음. 거리는 4km쯤 되는데 올라가는 길이 참 예쁘다. 그리고 정상에서 보이는 Ella rock과 스리랑카 산간지역의 모습도 참으로 아름답다. 열대의 산이 풍기는 이국정인 풍경에 취해 풍경을 안주 삼아 가져간 맥주도 한잔 마시고 산을 내려옴. 가이드북에는 Ella rock도 올라갈 수 있다는데 길을 잃기 쉬우니 가이드를 동행하라고 되어 있다. 여유만 있었으면 도시락이라도 싸가서 Ella rock도 한번 올라가고 싶은데 아쉽다.
근처에 사원이 있다고 해서 거기 다녀오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사원으로 향함. 도로와 산길을 따라 현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간 사원은 사원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작고 버려진 사원이 나온다. 담불라에서 본 것과 같은 방식의 석굴인데 닫혀 있던걸 관리인인지 나오시더니 나 혼자만을 위해 문도 열어주신다. ㅎ 안에는 정말로 작고 소박한 와불상이 하나 있고 ^^ 그냥 오기 좀 미안해서 작은 금액이나마 도네이션 함에 넣고 나오니 해도 져가고 숙소로 돌아옴.
스리랑카를 여행하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말도 많이 걸어오는데 특히 아이들이 참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인사도 걸어주고 어디서 왔냐고도 물어보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 손도 흔들어주고 하는게 참 귀엽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저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자랄까? 내전이 끝나고 다시 국제사회로 향하는 기지개를 펴는 스리랑카는 어떠한 미래를 저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하긴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이들보다 풍요롭겠지만 어릴적부터 경쟁과 학원폭력 물신주의에 물들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니 똑같이 안쓰럽기만 하다.
Ella는 관광객들만 있는 도시여서 그런지 모든 음식점에서 맥주를 판다. -가격은 350루피 - 식당도 로컬 식당은 눈에 잘 안띄고 관광객을 위한 식당만 있어 좀 비싼데 무려 700루피짜리 치킨 bbq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양도 적고 해서 좀 실망했음 -_-;; 저녁 식사후에 근처 다른 식당에서 모히또를 팔길래 라임과 허브가 잔뜩 들어간 모히또 한잔 마시면서 콜드플레이 음악 듣고 있다보니 그동안 번잡스러웠던 기억이 다 사라진다. 마치 대도시의 조용한 바에라도 있는 느낌.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부부, 연인, 친구들인데 나만 혼자이네..아 외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