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작가님 소설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에 필립 K 딕 상 후보에 오르셨다고 해서 이때다 싶어서 구매해서 읽어봄
중단편 한편 한편이 다 너무 재미있는데 AI가 주요 소재로 쓰이는데 인간형의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자동차, 엘리베이터 같은 기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도 신선했고, 무엇보다 한국스러운 불합리함이나 차별 금지법과 같은 사회적 이슈들, 여성 혐오와 같은 사회적인 주제들 그리고 연민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SF 세계관에서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낸게 너무 독특하고 좋았다. 이게 바로 K-SF?
정보라 작가님 작품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하시는데 (본인이 데모꾼이라고 하심 ㅋ) 운동가로써의 삶도 존경스럽고 다른 책들도 빨리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다.
부제가 ‘북아일랜드의 살인의 추억’이라고 되어 있어서 무슨 북아일랜드의 연쇄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단순한 범죄를 다룬 형사물(?)이 아니라 북아일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아일랜드 재통일을 주장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던 준 군사조직 IRA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때 부터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너무 흥미 진진해지기 시작한다.
책은 영국의 지원을 받는 개신교, 왕당파 지지자와 독립을 주장하는 카톨릭, 공화주의자들의 극심한 대립으로 혼란스러운 60년대 벨파스트에서 어느날 갑자기 집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수십년간 실종된 10남매의 싱글맘 진 맥콘빌과 그녀의 남겨진 자식들의 이야기와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말 그대로 목숨을 내건 IRA의 젊은 전사들의 무장 투쟁사가 교차되며 진행되다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로 교차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절묘한 구성과 허를 찌르는 반전들이 논픽션이 아니라 한편의 영화를 묘사하는 듯하다.
책의 대부분의 분량이 IRA의 무장투쟁에 대한 이야기인데 영국과 왕당파에 맞서 싸우며 총격과 폭동, 폭탄테러를 통해 무고한 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목숨까지 앗아간 그들의 행위는 도덕적 비판과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추구 했던 대의와 영국 정보부의 치밀하고 악랄했던 공작 행위 -개인적으로는 영화 본시리즈의 트레드 스톤이 떠올랐다-들을 생각해보면 일본의 피식민국으로써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하고, 거대 권력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민주투사들이 있던 나라의 국민으로써 단순히 폭력으로만 폄하하기는 어려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폭력적 저항은 모두 나쁜 것일까? 목적이 옳으면 수단이 정의롭지 않아도 되는건가? 그리고 무엇보다 대의를 위해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통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내던진 젊은 투사들의 숭고한 행동은 다른 모든 걸 떠나 감동적이기도 했다.
수십년에 걸친 폭력적인 분쟁은 1998년 미국의 중재와 상호간의 지난한 협정을 통해 폭력 행위를 종식하고 향후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독립을 결정하는 길을 열어준 벨파스트 협정으로 종지부를 찍게 되는데, 드디어 폭력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왔다는 환호와 찬사 뒤에는 완전한 독립을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친 IRA의 젊은 전사들의 회한이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참 공감이 갔다. 젊은 시절 IRA의 핵심 지도자로 전사들을 이끌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평화 협정을 체결한 신페인당의 당수 제리 아담스는 복잡한 폭력 상태를 해결한 탁월한 정치인일까 아니면 IRA 전사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IRA 전사들의 피와 본인의 정치적 성공을 맞바꾼 위선자였을까?
IRA와 관련된 상세한 이야기들은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아일랜드 현대사를 구술로 남기자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로 밝혀지게 되었는데 보스턴 칼리지는 과거 IRA 소속 전사를 통해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인터뷰이 보호를 위해 인터뷰이 사후에 발표하고 역사적 사료로 쓰겠다고 했으나 과거사 정리와 이를 통해 제리 아담스에게 개인적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IRA의 실종 사건에 관련한 소송에 얽히게 되고 이를 통해 일찍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동안 숨겨진 이야기들이 세상에 밝혀지게 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책의 도입부에서 소개된 진 맥콘빌의 실종과 살해에 관한 이야기였고 결국 진 맥콘빌은 실종 31년이 지나서야 유해를 발견하고 납치와 살해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제리 아담스도 진 맥콘빌 포함 여러건의 납치, 실종과 관련하여 기소되지만 정치인으로 변모후 IRA와의 관계를 모두 부인해온 그는 무혐의로 풀려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추가적인 탐문을 통해 여기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실제 발포자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는 책의 단 한가지 단점을 꼽으라면 책의 한글판 부제인것 같다. “북아일랜드의 살인의 추억”이라니 책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저 이상한 부제는 과연 누가 지었을까?
올해 열번째 독서는 한달에 한번 참가하는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읽은지는 한참 됐는데 이제서야 기억을 더듬어 몇 글자 정리해봄
2차 세계 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주범이자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정치인으로 꼽히는 히틀러는 어떻게 독일이라는 근대 산업국가-전세계의 근대 헌법에 영향을 미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바이마르 헌법을 제정한-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을까?
저자는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과 유럽의 혼란한 정세 속에서 민주국가의 수립과 운영에 한축을 담당했던 좌파를 그저 좌파라고 싫어해서 민족주의 우익 세력을 넓히겠다고 나치의 손을 잡은 독일 엘리트 정치인들의 실책과 오만, 그리고 1차 세계 대전의 패배 이후 정치적 굴욕감에 빠지고 경제적 어려움의 희생자였던 일반 국민들, 특히 대도시의 새로운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전통을 추구하던 농촌지역, 신교도들의 분노를 반유대주의를 통해 열렬한 지지로 바꾸는데 성공한 나치의 전략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결국 나치와 히틀러는 독일의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되고 나치는 정권을 잡은 이후 정권 강화를 위해 국회를 무력화 하고 반대파를 감금, 살해하고, 국내외 언론은 재갈을 물려 친나치 언론인만 남겨두고 이민자, 장애인 그리고 유대인들을 절멸시키고, 결국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게 되는데, 12월 3일 밤 계엄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거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책은 현재의 우리는 독일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고 하며 마무리를 짓지만 미국 대통령 당선축하 연설에서 나치 경례를 하는 일런 머스크나, 나치를 다시 되살리려고 하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의 부상을 보면 히틀러의 성공 사례를 반추하는 사람들은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반 파시스트뿐은 아닌거 같아서 과연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자못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결혼을 앞두고 들러리를 선정하려다 급작스럽게 본인이 들러리를 부탁할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본인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되짚어 가며 고독해져가는 남성과 우정에 대해 돌이켜 보는 내용.
학창 시절과 직장에서 만났던 친했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걸까?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 보며 감정을 표현하는 걸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치부하고 감정을 쓰레기 같은 농담으로 애써 무시하고, 어려움은 혼자 고독하게 싸워 이겨야 한다는 그릇된 남성성, 사람은 평균적으로 150명정도의 인간관계를 가지고 그 중에 5명이 핵심 그룹이라는 던바의 수를 근거로 들며 연애와 결혼을 통해 핵심 그룹이 가족으로 교체 되는 현실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이렇게 외로워진 남성들은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여성 혐오 모임에 빠지거나 음주와 우울에 시달리기도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소셜 미디어 서비스, 더 나아가 유료 친구 대여 서비스와 같이 사람들의 고독과 관계 단절에서 돈을 버는 서비스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갈수록 고독해져가는 사회에서 우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릇된 남성성에서 벗어나 “내가 우정의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아무도 그 손을 잡을 수 없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 주위의 친구들이나 이웃에게 먼저 한발 다가서자고 이야기 하며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양국의 문화가 달라서 조금 공감이 안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 특히 우리 나라의 과도한 음주 문화를 생각해 보면 그 덕분에 우리나라 아저씨들은 좀 덜 고독한거 아닌가 싶었음 - 전반적으로는 줄어드는 친구 관계랄지, 부정적 인셀 공동체 문화, 혼자 보내는 여가 시간 등 여러면에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무거운 사회학적 이론보다 저자의 직업-스탠딩 코미디언-에 걸맞는 자학적인 유머덕분에 쉽게 읽히긴 하는데 때때로 과한 화장실 유머들은 좀 뜬금 없었던 것 같다. 자학적인 유머라면 몇년전에 영국인들의 문화와 행태를 문화 인류학적으로 신랄하게 비꼰 ‘영국인 발견’이라는 책이 생각나는데 사실 그 정도 재미와 내용을 기대하고 봤다가 좀 실망스럽긴 했음
대학때 딴 짓을 많이 해서 과동기들과 친해질 기회도 별로 없고, 졸업 후에도 동기들과 좀 다른 일들을 해서 연락이 뜸하다가 우연찮게 연락이 되어 과 동기 모임에 몇 년간 나간적이 있었는데, 처음 몇 년간은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사는지 소식 나누는 것도 좋았는데, 한 몇년 계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대학시절 같이 했던 짧은 몇년간의 이야기를 줄기차게 되풀이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멀어졌던 기억이 난다. 어른에게 우정은 지난 시간과 사람들에 대한 낭만과 그리움이 담긴 향수라고 하는데 향수도 너무나 소중하지만 향수만 반복해서 나누는 단순한 친교 관계를 넘어서 세상을 보는 관점, 관심사, 취향 등을 함께 오래 오래 나누는 멋진 우정-다행히 몇 명 바로 떠오른다-을 지속해 나가야겠다 싶어지고 그러기 위해서는 할수 있는 노력은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게 된다.
트위터에서 재미있다는 글을 두어번 봐서 궁금해서 한번 읽어봄. 책 소개에는 창과 방패의 대결! 이라고 되어 있어서 책을 시작하면서 좀 유치한(?) 내용 아닐까 살짝 걱정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는 과장된 캐릭터의 인물들 (버르장 머리 없는 천재, 그 천재의 버르장 머리를 허허 하며 받아들이는 스승, 헛점 투성이 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니 뛰어난 지략과 카리스마를 가진 주공, 전장에서는 용맹하지만 부하와 농민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명장 등등..)이 좀 거슬리고 아무리 장인들이라지만 짧은 시간에 인력만으로 무거운 돌들을 빠르게 옮기고 하룻밤새 석벽을 쌓는게 진짜 가능한지 개연성이 정말 있는 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음
책의 전반은 지금도 일본의 왠만한 관광지에는 하나씩 있을 법한 성 쌓는 법에 대한 역사서 같아서 흥미롭고 후반부 전란의 시기로 접어들며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성을 쌓는 측과 같은 의도이나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포를 만드는 측과의 대결이 무척이나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일본 가면 오사카 성이랄지 유명한 성들을 일부러 찾아간 기억이 별로 없는데 나중에 혹시라도 지방 성이라도 지나가게 되면 (아마 다 개보수한것일 테지만) 예전 석공들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올해 7번째 독서는 조앤 디디온의 “상처”. 작년부터 읽던 뉴욕타임즈 선정 21세기 위대한책 100선에 선정된 책이고 얼마전 알라딘에서 뽑은 유사한 목록에도 선정되어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봄.
결혼 한지 일년도 안된 딸이 위독한 가운데 35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을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잃은 저자가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부터 그 후 일년간의 심상을 기록한 에세이인데, 상실의 순간부터 그 후 일년간 죽음을 되새기며 괴로워 하고, 혹시 본인 탓은 아닌지 자책하고, 둘만의 좋았던 또는 나쁜 추억을 떠올리고, 때로 후회하면서 먼저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잔잔하지만 무척이나 애달프게 느껴진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결코 다른 것으로 채워지지 않고 그 전과 똑같은 삶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지만 비애를 견뎌가면서 가족, 친구들의 우정 어린 위로와 함께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사전 정보를 이용하여 사전 확률을 세우고 이를 이용하여 사후 확률을 업데이트 하는 베이즈 정리에 대해 자세히 다룬 책으로 파스칼이 확률론의 기초를 닦고 이후 영국의 아마추어 통계학자 토머스 베이즈가 베이즈 정리를 발표한 이후, 한때 잊혀졌다가 학계에서 빈도주의 통계학자들과 어떠한 논쟁들을 거쳐 현재까지 발전되어 왔는지, 그리고 베이즈 정리가 과학과 우리의 삶, 그리고 인간의 의식 수준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 준다.
과학 가설의 검증시 가설에 대한 영가설을 세우고 검증 결과 p=0.05를 기준으로 p값보다 높은 경우 가설을 기각하는 것이 현재 과학이론을 검증하는 표준인데, 논문을 제출해야 살아 남는 학계 분위기와 독특한 논문을 선호하는 학회지/전문지의 선호가 결합하여 p값을 해킹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존 검증 방법이 가설이 옳을 확률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설이 옳지 않을 경우 (영가설이 옳을 경우) 이러한 결과가 나올 확률을 구하는 것이라면 베이즈 정리를 도입하면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때 가설이 옳을 확률 즉 역확률을 구함으로써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적 연구뿐 아니라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추론의 과정에서도 무지한 상태에서 사전 확률을 정해야 한다든지, ‘몬티홀 문제’와 같이 직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베이즈 정리를 활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은 몇 년 전에 재미있게 읽은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의 요약에 가까운데 인간의 의식 자체가 베이즈 정리에 따라 상향식으로 사전 예측을 하고 하향식으로 감각으로 지각한 것을 수정한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의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소개한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수식이나 방법론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확률이란 인간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의 속성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으로 우리가 세상에 가지고 있는 이해의 속성이라는 베이즈의 신념을 기초로 하여 확률론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세계관으로써의 베이즈 정리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었던 좋은 책인것 같다.
올해 다섯번째 독서는 오랜만에 경영 서적을 읽어 볼까 해서 리처드 루멜트의 “크럭스”를 선택. 종이책으로 오래 곁에 둘만한 책은 아닌거 같아서 전자책으로 구매했음.
책의 제목인 크럭스는 클라이밍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구간을 뜻한다고 하는데 저자가 직접 등산을 하면서 알게 되었음직한 이 표현을 가져와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맞닥뜨리는 수 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가장 꼬인 문제이지만 해결하면 목표를 향해 빠르게 전진할 수 있는 문제를 크럭스에 빗대어 주장을 풀어 나간다.
크럭스 문제는 이슈의 경중을 파악하고, 이슈를 해결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확인한 후 자원의 분산을 방지하고 한번에 해결하는 대신 집중력을 발휘하여 해결할 수 있는데, 실제 기업들이 어떻게 크럭스를 정의하고 해결해서 성공 또는 실패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어 술술 읽히긴 하지만 애플, 노키아, 넷플릭스 등 다른 책에서는 다른 이유로 성공을 분석한 익숙한 사례들도 많고 문제 해결 방법은 핵심 문제를 찾아내어 역량을 집중하고, 경쟁 우위 확보, 기업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등의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것 없는 내용들 아닌가 싶은 생각도 좀 든다.
저자는 세계적인 기업 전략 전문가라고 하는데 전략이란 장기적인 매출 목표나 비젼과 미션 또는 경영자의 경영 목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행동이라고 반복해서 이야기 하며 실제 전략이란 변화에 대한 인식, 자사와 경쟁사의 기술과 지식, 가용자원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에서 나온다고 반복하여 이야기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매년 위에서 말한 목표를 전략이랍시고 내놓는 회사의 경영진이 좀 참고했으면 좋겠다 ㅎㅎ
트위터 추천 보고 구매했는데 역시 트위터 추천은 반 정도만 맞는 듯. 책 제목을 접하고서는 양자역학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이론의 태동부터 현재까지 역사와 성과를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면서 이를 통해 어려운 양자역학을 쉽게 접하게 해주는 대중 과학서가 아닐까 싶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체계적인 연대기가 아니라 저자가 그동안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물리학 관련 에세이들을 양자, 계산, 물질, 우주로 나누어 한 권으로 엮은 책이어서 조금 실망.
책 내용은 양자역학의 선구자였던 폴 디랙과 슈레딩거의 이야기부터 저자 본인의 중성미자 검출 실험, 양자역학 교육 과정의 변천사, 핵폭탄과 냉전 시대 국가주의로서 물리학과의 붐, 표준이론과 힉스입자, 대형 강입자 충돌기, 빅뱅이론과 초끈 이론, 비교적 최근의 중력파와 우주론의 경향까지 물리학 전반의 굵직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대중 과학서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전문적인 과학 이론들을 수식을 빼고 예시와 비유를 이용하여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설명해준다면, 이 책은 이론과 함께 물리학자들이 발 딛고 사는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맥락과 사회에 끼친 영향을 같이 기술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음.
작년에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을 틈틈이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를 올해 세 번째 책으로 읽음. 저자의 다른 책 중 “남겨진 것들”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역시 이번 책도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니 어느새 완독.
소설은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를 주요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주인공들이 일반 학생들이나 마법사(!)가 아니라 장기 기증을 목적으로 태어난 복제인간이라는 점. 이러한 배경을 보면 나중에 이들이 비윤리적 사회에 대해 통쾌한 복수를 하는 내용인가 싶은데 이 소설은 그런 대중 소설에서 기대할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대신, 복제 인간 내부로 들어가 주인공의 1인칭 관점에서 중첩되는 플래쉬백을 통해 현재와 기억을 넘나들며 유년의 노스탤지어와 성장기의 우정, 애정과 애증의 섬세한 정서, 그리고 죽음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문명이란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렇게 마지막의 반전에 이르면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비슷한 주제를 다뤘으나 클론의 탈출-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을 영화 아일랜드 (보진 않았음)가 혹시 이 소설을 영화화 한건가 하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고 원제인 Never let me go 를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한 2010년 영화가 있는데, 출연진이 케리 멀리건, 키라 나이틀리, 앤드류 가필드, 섈리 호킨스 등 엄청 화려하고 각본은 최근 “시빌 워”를 만든 알렉스 갈란드여서 살짝 놀람. 찾아보니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와 있던데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