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8

어릴적 동네에 철길이 있었다면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기차가 지나가는 걸 신기하게 구경했던 기억도 날텐데 언제 부터인가 안전등의 이유로 철길은 이제 기차가 아니라면 접근 불가능한 공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곳 스리랑카에서는 푸른 숲을 관통하는 단선의 철길을 사람과 기차가 사이좋게 공유한다. 철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다녀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다. 그저 지역 사람들에게는 일터나 집 또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또 하나의 편리한 길일뿐. 


론리플래닛에서 하퓨탈레 소개하는 내용에 하퓨탈레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서 돌아오는 8km의 트래킹이 재미있다는데 기차는 시간도 애매하고 해서 하퓨탈레 역에서 철로를 따라 오전에 산책을 하기로 함. 시원한 바람과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숲과 하나가 된 철로를 따라 걷는 경험이 참 재미있다. 중간중간 탁트인 곳에서 끝없는 차밭이 펼쳐진 스리랑카 고산지대의 풍경도 보고 하다보니 다음 목적지인 Ella로 떠날 시간. 여기서 Ella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11:45분 기차라는데 11:40분이 되어도 티켓을 안판다. 어디서 티켓 사냐고 했더니 12:20분에 기차가 출발한다고.. 결국 티켓은 12:10 이 되어서야 판매하는데 2등석 달라고 했더니 2등석은 없단다. 음 매진 되었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기차 온걸 보니 Ella행 기차는 3등석 객실 두개와 화물칸 두개만 달린 작고 귀여운 기차였다 ^^ 3등석은 좌석도 따로 없고 그냥 딱딱한 나무 의자에 먼저 가서 앉으면 되는데 자리도 없고 해서 그냥 통로에 짐을 내려놓고 기차 난간에 몸을 기대어 Ella까지 오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기차는 한시간정도 달려서 아담한 Ella역에 도착. 도착하니 화단에 Ella Welcome 이라고 심어 놓은 꽃이 참 귀엽다.


Ella도 하퓨탈레처럼 작고 조용한 곳인데 호객행위도 별로 적극적으로 안해서 다른 사람들 가는 길 따라서 가니 숙소 밀집 구역이 나온다.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하는데 누가 1,500루피 짜리 방이 있다고 해서 따라거 숙소를 잡음. 숙박계에 이름이랑 주소를 남기는데 정말 며칠만에 한명씩 뛰엄뛰엄 숙박을 하는 모양 ㅠㅠ 그러면 방 좀 좋은데로 줄것이지 쩝.. 그동안 사실 방 잡을때도 별로 깎지도 않고 그냥 덥썩덥썩 잡았는데 가격은 안깎더라도 그중에서 좋은 방이라도 달라고 해봐야겠다. 


Ella는 정말로 소박하고 조용한 곳인데 근처에 가볍게 트래킹 할만한 곳들이 몇군데 있다. 스리랑카에서 유명한 트래킹 코스가 Adam's Peak - 부처가 발을 내딛었다는 - 인데 여기는 Mini adam's peak 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가보기로 함. 하퓨탈레에서 체크아웃할때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여기 오니 날은 화창하지 않은데 비는 더이상 안온다. 덕분에 파란 하늘을 못봤지만 별로 덥지 않게 Mini adam's peak 까지 갈 수 있었음. 거리는 4km쯤 되는데 올라가는 길이 참 예쁘다. 그리고 정상에서 보이는 Ella rock과 스리랑카 산간지역의 모습도 참으로 아름답다. 열대의 산이 풍기는 이국정인 풍경에 취해 풍경을 안주 삼아 가져간 맥주도 한잔 마시고 산을 내려옴. 가이드북에는 Ella rock도 올라갈 수 있다는데 길을 잃기 쉬우니 가이드를 동행하라고 되어 있다. 여유만 있었으면 도시락이라도 싸가서 Ella rock도 한번 올라가고 싶은데 아쉽다. 


근처에 사원이 있다고 해서 거기 다녀오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사원으로 향함. 도로와 산길을 따라 현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간 사원은 사원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작고 버려진 사원이 나온다. 담불라에서 본 것과 같은 방식의 석굴인데 닫혀 있던걸 관리인인지 나오시더니 나 혼자만을 위해 문도 열어주신다. ㅎ 안에는 정말로 작고 소박한 와불상이 하나 있고 ^^ 그냥 오기 좀 미안해서 작은 금액이나마 도네이션 함에 넣고 나오니 해도 져가고 숙소로 돌아옴.


스리랑카를 여행하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말도 많이 걸어오는데 특히 아이들이 참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인사도 걸어주고 어디서 왔냐고도 물어보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 손도 흔들어주고 하는게 참 귀엽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저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자랄까? 내전이 끝나고 다시 국제사회로 향하는 기지개를 펴는 스리랑카는 어떠한 미래를 저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하긴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이들보다 풍요롭겠지만 어릴적부터 경쟁과 학원폭력 물신주의에 물들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니 똑같이 안쓰럽기만 하다. 


Ella는 관광객들만 있는 도시여서 그런지 모든 음식점에서 맥주를 판다. -가격은 350루피 - 식당도 로컬 식당은 눈에 잘 안띄고 관광객을 위한 식당만 있어 좀 비싼데 무려 700루피짜리 치킨 bbq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양도 적고 해서 좀 실망했음 -_-;; 저녁 식사후에 근처 다른 식당에서 모히또를 팔길래 라임과 허브가 잔뜩 들어간 모히또 한잔 마시면서 콜드플레이 음악 듣고 있다보니 그동안 번잡스러웠던 기억이 다 사라진다. 마치 대도시의 조용한 바에라도 있는 느낌.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부부, 연인, 친구들인데 나만 혼자이네..아 외로워..



Ella로 가는 기차의 모습








기찻길을 따라 산책하는 경험이 참 즐거웠다.






Ella로 향하는 작은 기차


3등석은 이렇게 생겼음 



스리랑카 전통(?) 음식 Rotti


Mini adam's peak로 향하는 길


너무 아름다웠던 Ella rock



Ella rock을 안주삼아 맥주 한잔




모히또 한잔과 함께 이국에서의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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