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 다시 나고야로


 예전에 "나는 걷는다 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저자는 실크로드를 2년간 도보여행해서 유명해진 작가라던데 그때 못갔던 실크로드의 나머지 루트 - 리옹에서 이스탄불 - 를 여자친구와 함께 도보 여행한 여행기라고 해서 나도 여행가면 도보 여행은 못해도 왠만한 거리면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기대하며 읽었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매우 실망한 기억이 난다. 도보 여행하면서 느끼는 사색적인 이야기나 즐겁고 감동적인 경험담을 기대하고 도보여행의 뽐뿌를 받으려고 했는데 책의 2/3 정도가 힘들다, 차들 때문에 다칠 뻔 했다, 길을 잘 못 들었다, 몸이 아프다, 가지고 다니던 일인용 손수레가 고장났다...순 이런 이야기들이라니..

이번 여행은 주로 자연 속을 걷는 일정의 여행이라 여행의 성격에 맞는 책을 들고 가고 싶었는데 마침 우연히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혹시 위에서 본 책처럼 실망스럽진 않을까 했는데 리베카 솔닛이 쓴 "맨스플레인"도 재미있게 읽었고 해서 여행책으로 들고 왔는데 여행 내내 재미있게 읽음. 책의 원제  Wanderlust : History of walking 이라는 제목처럼 그리스의 소요학파부터 루소, 워즈워드등의 낭만주의와 근대에 이르기 까지 보행의 역사와 역사와 철학에서 보행은 어떠한 역할을 했으며 현대와 미래 - 속도가 가장 중요한 미덕이 되어 버린 -에 보행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찰하는게 좋았다.  책 덕분에 산 속을 걸으면서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 마주치는 풍경들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다닐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듯 하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보행과 여행은 우리가 하는 생각과 우리가 쓰는 언어에서 너무나 중요한 비유로 자리 잡은 탓에 이제는 그것이 비유라는 것을 깨닫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는데 실제로 우리가 걸을때는 비유가 비유이기를 그치고 우리 삶은 실제의 삶이 된다는 부분. 미로를 걸으며, 산을 오르며, 어떤 분명하고 바람직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할당된 시간을 글자 그대로의 길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모든 걷기와 여행을 통해 우리는 모종의 상징 공간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여행에서 마음에 많이 담으면서 다녔고 앞으로의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여행에서도 마음에 담아 두고 다녀야 겠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햇살에 어렴풋이 눈을 뜨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비는 그치고 하늘은 그렇게 보고 싶던 청명한 가을 하늘. 떠나는 날에 이런 하늘을 보여주는 구만 허허

어제 온천을 하러 가면서 온천 앞에 직접 키운 야채와 과일을 파는 곳이 있어서 온천 마치고 사오려다 보니 문을 닫아서 못샀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찍 문을 열었다. 맛있어 보이는 사과 두개 사서 버스를 타고 중간 지점인 다카야마로 이동. 히라유 온천지역을 벗어나 다카야마로 가는 도로 주변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1시간쯤 걸려 다카야마에 도착. 

나고야로 가는 버스는 1시간 후에 있어서 기차를 알아보니 기차는 조금 빠르긴 한데 가격이 무펴 5,500엔! 역시 JR이구만. 그래서 그냥 버스로 가기로 하고 표를 끊음. 버스 요금은 2,980엔. 나고야에서 가미코지 갈때 나고야-마츠모토-신시마시마-가미코지 이렇게 가는게 복잡했는데 다카야마에서 가는게 버스도 많고 기후현쪽에 다른 곳과 연계도 잘 되어 있고 해서 좋은 것 같다. 다음에 올때 참고 해야지 ㅎㅎ

나고야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점심시간이 지나 너무 배가 고프다. 얼른 체크인 하자 마자 미리 찾아본 유명한 스시집을 찾아감. 아 근데 이럴 수가 본점은 공사중이다 ㅠㅠ 홈페이지 찾아가 보니 8월부터 공사중이라고 해서 다른 지점을 찾아 가서 맛있는 스시를 먹음. 본점에서는 다양한 세트메뉴가 있던것 같던데 내가 갔던 곳은 백화점 식품 매장에 입점해서 그런지 기대한 세트 메뉴는 없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점심 먹으러 온 백화점이 나고야에서 중심거리인듯 한데 오늘 마침 무슨 코스프레 행사인지 차들의 통행을 막고 만화와 게임 주인공들로 정성스레 차려입은 코스프레어들과 엄청 큰 카메라와 조명을 든 - 오타쿠 느낌 물씬 나던 - 촬영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로 길이 북적북적하다.  이런건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게 될줄이야 ㅎㅎ 코스프레어나 촬영하는 사람이나 모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특이한게 코스프레어 촬영을 하려고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섰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포즈를 요청해서 한명씩 촬영을 하는데 이게 참 예쁘고 귀여운 사람들은 줄이 엄청 긴데 촬영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사람들도 꽤 되더라는...

점심을 먹고는 나고야 성에 가볼까 했는데 관람 시간을 보니 그때 가면 문을 닫을 것 같아 그냥 공원 산책하고 오아시스21에 가서 야경이나 보기로 함.
공원을 찾아가니 Social Tower Market 이라는 행사중인데 사케 행사를 하는지 사케도 팔고, 수공예품도 팔고 푸드트럭에서 맛있는 음식들도 잔뜩 판다. 나고야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크래프트 비어 파는 곳도 있길래 샘플러 사서 한잔 마시니 참 행복하다.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아쉽다 

어느덧 해가 져서 오아시스 21과 옆에 있는 미술관 가서 나고야 야경도 구경하고 돈키호테 가서 레오 선물도 사고 저녁은 나고야 특산 요리중 하나인 된장으로 만든 우동인 니꼬니 우동도 먹고 나니 이제 배도 부르고 피곤하다. 심지어 오늘도 많이 걸어 다녔네 ㅋㅋ 그러고 보면 산에서는 보이는게 다 비슷해 보이지만 길이 미묘하게 다 다르고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들도 순간 순간 다채롭고 몸도 열심히 사용해서 걸으면서 지루할 틈이 없는 것 같은데, 도시를 걷는건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길은 특색 없이 어느 길이나 비슷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걸음을 멈춰야 하는 자동차 중심의 수많은 보행 신호들, 오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상점과 음식점에서 관심을 끌고 돈을 쓰라고 부추키는 수많은 상업적 유혹들등 도시에서의 보행은 정보의 홍수로구나 싶으면서 그저 오늘 몸 쉬일 곳을 목표로 푸른 하늘과 형형 색색의 숲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숲을 걸었던 지난 며칠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야끼도리 집 앞에 사람들이 바글 바글 하길래 으..여기서 한잔 더 할까 싶은 생각이 굴뚝 같고 테바사키 생각도 많이 났는데 피곤해서 그냥 숙소로 와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함..

전날 갔었던 야외 온천. 안에서는 사진을 못찍으니 포스터라도 ㅎㅎ 어제는 흐렸지만 맑은날 갔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겨울에 눈올때도 좋을 듯



떠나는 날 이런 푸른 하늘을 ㅎㅎ


일본의 극장은 신기하게 생겼다 




코스프레 행사장 최고 인기 코스플레이어





포즈 연습 엄청 하는 듯 ㅋㅋ


스마트폰 보느라 나를 보시지는 않더라 ㅎ



이정도면 영화 관계자가 온게 아닌지







나고야의 야경을 끝으로 이번 여행도 마무리...





나고야 특선 된장으로 만든 오뎅과 우동. 우동 면발이 알덴테여서 신기했음 


우리 레오 선물 ㅎㅎ




 


10월 7일 - 히라유 온천


포근하게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가니 방별로 미리 아침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다. 비싼 료칸에서는 가이세키 그래서 엄청 호사스럽게 나오는 것 같던데 여기는 고급 료칸이 아니어서 소박한 느낌 ㅎ 이곳은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것 같은데 두분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시는데 그래도 두분다 너무 친절하셔서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밥을 먹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디카로 사진을 한장 찍어주시는데 나 찍어서 뭐하나 싶었더니 조금 있다가 사진 출력해서 작은 기념품이랑 같이 선물로 주신다 ㅎㅎ 귀여운 서비스네 

원래 오늘 예약한 숙소가 마침 여기서 10m도 안떨어져 있긴 한데 체크인 시간이 3시라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긴 후에 우산 빌려서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히라유 온천 동네를 산책하러 나감. 다행히 비는 조금씩 그쳐가는데 깨끗하고 조용한 작은 마을을 걷는 기분이 참 평온하다. 원래 매사에 좀 부정적인 인간인데 이곳에 와서 날씨가 안 도와 주고 계획과 일정이 바뀌어도 좋은 점들 찾아 만족하는 걸 보니 여기 와서 긍정왕 된듯 ㅋㅋㅋ
 
터미널에 들려서 내일 나고야로 가는 버스 시간 확인하러 갔는데 - 바로 가는건 없어서 다카야마에서 갈아타야 함 - 이곳에서 신호타카 케이블카까지 가는 버스가 여럿 있다. 그러고 보니 체크아웃할때 주인 할아버지가 무슨 할인 티켓도 주시던데 다시 보니 케이블카 할인권. 흠 여기나 한번 가볼까 싶어서 찾아보니 3,000m 가까운 산에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바라보는 북알프스의 경치가 멋지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 가볼까 하고 인포메이션 가서 물어보니 오늘은 구름이 많이 껴서 가도 잘 안보일거란다. 마침 인포메이션에 전망대의 라이브뷰가 모니터에 나오는데 하얗게 구름 껴서 아무것도 안보여서 첨에 고장인줄 알았다는.. 내 운으로 봤을때 맑은 날 가도 도착하면 구름 껴서 안보일텐데 절대 맑게 개지 않을거 같아서 전망대는 포기하고 그냥 근처에 있다는 히라유 폭포를 보러 감

비 젖은 조용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두개의 리프트가 있는 아담한 스키장도 하나 나오고 - 겨울에 몇명이나 이용할지 궁금하다 - 조금 더 가다보니 폭포가 나오는데 폭포는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기대보다는 더 좋았다. 폭포도 보고 내려와 이 동네 유일한 것 같은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점심은 모처럼 비싼 이지역 특산 소고기 도시락을 먹고 오늘 묵을 호텔로 이동. 체크인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로비에서 쉬려고 했는데 친절하게도 바로 체크인할 수 있다고 해서 방으로 가니 우와 방이 너무 마음에 든다. 방도 넓직하고 창으로 보이는 전망도 좋고 거기다 야외 온천 입욕권까지 ㅎ 담에 또 오게 되면 꼭 여기서 하루 더 묵어야지. 

짐을 풀고 음악 들으며 창 밖 바라보며 좀 쉬다가 야외 온천으로 향함.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은 올 봄의 아이슬란드 여행과 참 비슷한 점이 많다.
- 대 자연을 보러 감
- 날씨가 비로 시작해 좋았다가 다시 흐려짐
- 텐트에서 지내다가 계획을 바꿔 중간에 숙소를 잡기도 함
- 마지막은 온천에서 여행을 마무리 ㅋㅋㅋ
이렇게 적고 보니 신기하구만 ㅎㅎ

야외 온천은 걸어서 5분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밖에서 보니 규모가 참 크다. 카운터에 입욕권을 보여주고 들어가니 탈의실이 나오고 거기서 옷을 벗고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나가면 잘 꾸며진 야외 정원에 자연석으로 만들어 놓은 온천이 6개 정도가 있어서 거기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첨에는 실외에서 알몸으로 다니는게 참 어색하더니 그래도 곧 익숙해 지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걸 맞으며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따듯한 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참 좋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지난 일주일간의 여정이 떠오르는데 이번 여행은 계획을 정말 여러차레 바꿨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잘 바꿔서 다닌것 같다. 만약 산으로 향하는 첫날 원래 가려고 했던 오기자와로 갔거나 텐트를 계속 가지고 다녔으면 훨씬 고생했을 것 같고, 어제 숙소 급하게 잡은 것도 잘 잡았고 ㅎㅎ 역시 긍정왕의 마인드 
빗소리 들으며 잠을 청했던 첫날밤의 캠핑, 초가다케에서 마음을 울리던 풍경과 아름다운 어코디언 연주, 야리가다케에서 본 운해 밑으로 지는 아름다운 일몰과 은빛 운해 위에서 맑게 빛나던 보름달. 내 인생에서 가장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가까웠던 다이키렛토와 평화롭고 조용한 히라유 온천마을까지 이만하면 즐거운 여행이었네

온천을 마치고 나와서 맛있는 일본 우유 하나 사먹고 저녁으로는 근처 식당에서 치맥 - 가라아케와 테바사키 + 맥주 ㅎ - 으로 저녁을 하고 숙소로 돌아옴. 이번 여행도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료칸식 가이세키는 그냥 기분만 ㅎㅎ


첫날 묵은 숙소 전경


동네가 참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좋았음


저게 꼭 평양온천으로 읽히더란 말이지 ㅋㅋ (실제로는 평탕)


오전에 지나가다 와 저긴 되게 좋은 숙소인가 보다 했는데 야외 온천이었고 오후에 직접 가서 온천을 함 ㅎ


맨홀도 귀여워 ㅎㅎ


리프트 두개짜리 초소형 스키장 ㅎ 그런데 오른쪽은 경사가 진짜 심해 보인다. 



히라유 폭포


히라유 숲길 산책


헉 여기도 곰이



공전의 히트작 "너의 이름은"이 정확하게 어디를 배경으로 한건 아니라던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기후현을 배경으로 해서 "너의 이름은" 관련 상품들이 많이 보였다. 운명의 연결을 상징하는 실로 만든 팔찌는 사고 싶던데 너무 비싸서..


동네 유일의 카페 ㅎㅎ


온천 달걀. 두개 사서 먹어봤는데 거의 날달걀처럼 흐물흐물하더라




 마을 입구에 누워 있다가 카메라 들이대니 포즈를 잡아주던 개 



맘에 들던 숙소 


근처에 있는 농가에서 키운 야채나 과일을 파는거 같았는데 다음날 사과 사서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음


바이커들 온천 정모인가. 멋진 바이크들이 주차장에 잔뜩 


온천하고 와서 창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 ㅎㅎ






10월 6일 - 미나미호타카다케 - 가미코지 - 히라유 온천 마을


이놈의 날씨 정말...ㅠㅠ
예보를 보니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비 맞기 전에 내려가려고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함. 능선을 따라 호타카다케까지 더 가는 사람들과 나처럼 하산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산장에서 흩어짐. 나도 두시간 정도 능선 따라 더 가볼까 하다 아무래도 비가 온다는 예보에 그냥 하산하기로 함

3,000 m가 넘는 산이다 보니 내려가는 길도 무척 가파르다. 그래도 어제 오른 다이키렛토에 비하면 뭐 이정도야 ㅎㅎ 그래도 중간중간 급경사 지역도 나오고 해서 두시간 정도 힘들게 걸어서 가라사와 산장에 도착. 이 급경사를 오르는 분들도 있던데 대단들 하심 ㅎ 오후에 비도 온다는데 험한 코스는 어떻게 지나가시려고 저러나 모쪼록 다들 안전하게 산행하기를 속으로 빌어봄. 

어제 산정상에서 볼때 가라사와 캠핑장에 쳐진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게 예뻤는데 이곳은 여기까지 올라오는 길이 험하지 않고 단풍으로 둘러싸인 풍경도 아름다워서 캠핑하러 많이들 오는 듯 싶다. 가라사와 산장부터는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단풍든 풍경들도 아름답고 길도 편안해서 북알프스가 하산하는 등산객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산을 내려가다보니 인솔자와 함께 올라가시는 나이드신 단체 등산객들이 여러 그룹 있던데 저분들은 어디까지 가시는걸까 궁금하다.

한참을 걸어서 텐트를 쳐둔 요쿠 캠핑장에 도착. 텐트는 무사히 잘 있네 ㅎㅎ 텐트를 걷어서 배낭에 넣으니 다시 한번 헛웃음이 나온다. 아니 도대체 과거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짐을 싸서 왔을까? 이번 여행 아쉬움이 여럿 남지만 그중에서도 짐을 잘 못싼게 너무 아쉽다.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캠핑하게 되면 텐트도 일인용 알파인 텐트로 바꾸고 짐을 더 컴팩트하게 싸서(그래도 취사도구는 있어야 할듯) 쉬운 코스로 다니던가 아니면 캠핑 하더라도 가미코지에 텐트 맡겨두고 산장에서 지내고 최대한 가볍게 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람일이라는게 혹시 모르니 뭐

텐트를 걷고 점심을 먹으러 출발하니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정말 이놈의 날씨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는 구나 ㅠㅠ 
원래는 첫날 캠핑한 곳에서 마지막 캠핑을 하고 내일 히라유 온천 지역으로 가서 피로를 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빗줄기가 계속 거세져 빗속에서 캠핑할 엄두가 안난다. 춥기도 할테고 내일 비에 젖은 텐트를 들고 다니는 것도 괴로울 것 같아서 급하게 부킹닷컴에서 숙소를 찾아보니 마침 70,000원쯤 하는 숙소가 있어서 급하게 예약하고 히라유 온천행 버스를 타러 감. 

점심을 먹은 곳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2시간쯤 걸리는 거리였는데 무거운 짐을 지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게 어쩜 그리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ㅠㅠ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겠지. 힘들게 터미널까지 와서 버스로 30분쯤 가니 히라유 온천. 히라유 한자가 平湯 인데 이게 꼭 平陽 처럼 보여서 평양냉면 생각이 자꾸 난다 ㅋㅋ 어쨌건 비에 젖어 춥기도 하고 며칠간 못 씻어서 몸에서 냄새도 심하고 상태가 말이 아니다. 다행히 예약한 호텔-이라기 보다는 료칸-이 터미널과 가까워 체크인한 후에 따듯한 물로 씻으니 이제 좀 살것 같다. 특히 이곳엔 테라스에 나무 욕조가 있어서 야외에서 이용할 수 있었는데 빗소리 들으면서 따듯한 물에 몸 담그고 있으니 산에서 쌓인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듯 하다.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이곳은 정말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동네인것 같다. ㅎㅎ 이런 곳도 다 와보는 구나 ㅎㅎ 저녁은 따듯한 소바 한 그릇 먹고 비내리는 동네 거리를 좀 걷다가 맥주 몇병 사서 숙소로 돌아옴. 그래도 오랜만에 포근한 잠자리구나~


산장에서의 아침. 야리가다케보다는 훨씬 맛있었음 ㅎ


이 날은 구름이 잔뜩이어서 일출은 실패


그래도 뚜렷이 보이는 후지산


까마득히 아래에 가리사와 캠핑장이 보인다. 저기까지 내려가야 함



어제보다는 편하다고 해도 역시 만만치 않다. 




가라사와 산장은 정말 아름답다.






우리나라 산에서 다람쥐 만나듯이 쉽게 볼 수 있는 원숭이들. 지들끼리 막 싸우고 그래서 혹성탈출 찍는줄 ㅋㅋ







하산길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야외 욕조에서 몸도 담그고..ㅎ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 저 병에 든 일본술은 사케가 아니었는지 한모금 마시고 못먹겠어서 버림. 수요일의 고양이 맥주는 벨기안 휘트비어였는데 맛있었음 ㅎ


10월 5일 - 야리가다케 - 미나미 호타카다케


3,000미터가 넘는 곳이다 보니 고산 증세가 있는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힘들어서 그런가 일찍 잠자리에 누웠는데 머리도 아프고 춥기도 하고 옆자리 아저씨는 코를 골고 해서 자다깨다 하다보니 어느덧 사람들이 부스스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을 보니 4시반쯤 됬는데 일출을 보러 준비하는 모양. 좀 더 자다 일어날까 하다 그냥 일어나서 잔뜩 껴입고 일출을 보러 감. 

어제 운해 아래로 떨어지는 일몰 만큼이나 멋진 일출을 기대하고 나와서 어스름 여명을 보고 있으니 한국분 4명이서 야리가다케 산 정상으로 향한다. 흠.. 저기는 좀 무서워서 갈까 말까 했는데 아무래도 정상에서 보면 전망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나도 용기내서 따라가봄. 어스름한 여명과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올라가는 길은 진짜 무섭긴하더라. 가파른 바위 절벽과 수직에 가까운 사다리를 기어서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 확실히 힘들게 올라온 만큼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지다. 사방으로 펼쳐진 북알프스의 모습이 웅장하고, 멀리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도 보기 좋다. 완벽한 일몰을 봤으면 좋았을텐데 구름이 좀 있어서 운해를 뚫고 올라오는 태양을 못본건 좀 아쉽다.

같이 올라온 한국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찍어드리고 정상에서 내려와서 아침 식사를 함. 아침을 먹고 나니 어느덧 많은 분들이 이미 길을 떠났다. 참 부지런들 하시다 ㅎㅎ 나도 정리하고 7시쯤 출발. 오늘은 호타카다케라는 북알프스 최고봉으로 가는 코스인데 길이 매우 매우 험난하다고 해서 시간과 체력을 봐서 중간 산장까지만 가기로 함.

헐...그런데 코스가 참...
산정상에서 다른 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 코스면 힘든 코스가 있더라도 좀 완만하고 걷는 재미가 있는 코스도 있을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내리막과 오르막이 진짜 엄청나다. 하도 급경사를 내려가길래 내가 하산길로 잘못 들어선줄 알 정도.. 첫번째 난코스를 지나고서는 설마 이거 보다 심한 코스는 안나오겠지 했는데 ㅋㅋ 기대를 무너뜨리는 풍경이 곧 나타난다. 저길 진짜 올라가나? 우회로가 있겠지? 싶어서 자세히 보면 도저히 사람이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가파른 절벽에 딱 붙어서 올라가는 앞선 등산객이 보인다. 어제는 힘들어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오늘은 그럴 여유가 전혀 없이 한발 한발 내 딛을 곳을 확인하고 한손 한손 단단히 잡을 곳을 확인하고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면 내가 정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구나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아니 이정도면 입산금지 시켜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도대체 어쩌자고 이런 길을 이런 짐을 들고 왔단 말인가 싶기도 하고 정말 어떤 순간은 가파른 절벽에 매달려 다음 발을 어디로 내딛어야 할지 몰라 아찔한 순간도 여러번 있었고 한번은 앞선 등산객이 절벽 위에서 소리 쳐서 보니 머리통 만한 낙석이 굴러떨어지는 순간도 있었는데 다행히 낙석이 떨어지는 곳과는 거리가 있어서 안전했지만 만약 앞서서 걷고 있었더라면 큰일 날 뻔한 순간도 있었다. 나중에는 하도 긴장하고 힘들어서인지 입이 바짝 바짝 타고 헛구역질이 다 나오더라 ㅠㅠ 걷는 일은 숨쉬기, 생각하기 처럼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인데 이곳은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구나.

그래도 신기한게 한두걸음씩 천천히 갔는데도 돌아보면 걸은 거리가 꽤 된다. 내 인생도 돌아보면 긴 자취가 있겠지. - 물론 뭐 쓸만한건 하나도 없지만 - 앞으로 누군가와 함께 나중에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음 좋겠다는 망상을 잠깐 해봄.

아래도 안보고 위도 안보고 조심 조심 O표시 된 곳만 골라서 한발 한발 가다보니 그래도 드디어 산장이 나타난다. 산장까지 가는 길 자체도 험난하긴 했지만 결국은 산장에 도착. 그래도 드디어 해냈구나 ㅠㅠ 다음 산장까지는 2시간 정도 더 걸리는 모양인데 지도를 보니 그 길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앞서 도착해서 쉬시던 등산객들은 다음 산장까지 더 가시던데 나는 그냥 이곳에서 묵기로 함. 어제 묵었던 야리가다케 산장처럼 대규모는 아닌데 그러다보니 아기자기한데 더 마음에 든다. 심지어 잠자리도 2인 1실로 칸막이가 되어 있는데 옆자리가 비어서 그것도 좋음.

짐을 풀고 시원한 맥주도 벌컥벌컥 마시고 따듯한 커피도 한잔 마시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웃음이 나온다. ㅎㅎ 저기를 내가 지나왔구나 싶기도 하고 오늘 고생한게 그래도 조금은 잊혀진다. 저녁은 어쩌다보니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서 먹을 수 있었는데 어제처럼 떠오르는 달을 보며 마시는 생맥주가 참 맛나다. 이제 내일이면 하산. 캠핑장에 쳐둔 텐트는 잘 있겠지 마지막까지 사고 없이 잘 내려갈 수 있기를..


야리가다케 정상에서 바라본 북알프스의 풍경들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구름이 많이 껴서 일출은 이정도만..


정상에서 바라본 산장



이런 길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로..사실 이정도면 거의 대로 수준 ;;



신경쓸 겨를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깐씩 숨 고르며 옆을 보면 산이 깊고 웅장해서 멋지긴 하다.





이런 길을 걷고 걸어...




이런걸 보면 도대체 길이 있나? 싶은데 딱 떨어져 죽지 않을 만할 길 한개씩 있다.


지금 봐도 도대체 어떻게 저길 내려왔는지..


사다리나 쇠사슬이 아주 가끔 정말 아무것도 잡을게 없을 때 나타나는데 그럼 진짜 안심 됨 ㅋㅋ


자세히 보면 바위에 딱 붙어서 한분 앞서 가고 있음 ㅋ



드디어 도착! 저 멀리 야리가다케 정상이 보인다.


진짜 맛있었던 맥주 ㅠㅠ



지금 봐도 토나오는 다이키렛토 구간


아담하니 너무 좋았던 산장


이 맛에 등산 하는 거겠지


맛있는 저녁에 나마비루도 한잔


하몽도 있어서 사서 위스키랑 같이 먹음. 혹시 직접 만든거냐고 했더니 산거라고 ㅋㅋㅋ


산 속에서 예상치 못한 호사 ㅎㅎ


10월 4일 - 요코 캠핑장 - 야리가다케


산속의 생활 리듬은 도시와는 전혀 다르다.
8시면 퇴근하고 한창 나이트 라이프가 시작되었을 시간인데 이곳에서는 텐트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고요가 찾아온다. 텐트에서 책도 보고 넷플릭스에서 다운받아온 나르코스 시즌 3도 좀 보다 보니 9시 반쯤 잠이 든거 같은데 눈을 떠보니 6시 반 ㅋㅋ 도대체 몇시간을 잔거야 ㅎ 텐트 나와보니 부지런한 등산객들은 이미 텐트를 걷어서 출발한 모양. 나도 뭐 특별히 준비할게 없어서 텐트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짐만 꾸려서 출발. 오늘은 7시간 정도 걸어서 일본에서 5번째로 높은 산이고 가장 사랑 받는 산중 하나라는 야리가다케까지 가는 일정. 

깨끗한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 숲길은 무척이나 걷기 좋았다. 계속 이런 길만 이어졌음 좋겠다 싶은 심정으로 두시간쯤 걷다보니 9시쯤 산장에 도착. 뭐라도 먹으려고 보니 10시부터 점심 시작이다. 1시간 기다리는게 아깝기도 해서 더 가다 다른데서 먹을까 하고 보니 헉 중간에 밥먹을 곳이 없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도 못먹은 상태에서 야리가다케까지 걸어가면 배고파서 쓰러질거 같아서 한시간 기다려 라멘을 주문. 그런데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도 끓이는데 10분은 걸릴거 같은데 주문하자 마자 나와서 좀 웃겼다 ㅋ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제 점심 이후에 그나마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남

산장을 지나가니 슬슬 경사가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1,600m에서 시작해서 3,000m가 넘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니 만큼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데 텐트를 두고 왔는데도 짐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것저것 불필요한건 다 두고 올걸 그랬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올라기는 길이 너무 아름답다. 산이 높아지니 단풍이 시작된 울긋불긋한 산과 푸른 하늘에 눈이 시원해진다. 

한걸음 한걸음 힘들여 걷다보니 체력이 정말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성큼 성큼 걸어 다녔을것 같은데. 집에 돌아가면 운동 다시 열심히 해야지 ㅠㅠ 그렇게 힘들게 걷다보니 드디어 야리가다케 산장에 도착. 야리가다케는 일본어로 창을 뜻한다는데 이름에 걸맞게 창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멋지다. 산장에 짐을 두고 맨몸으로 올라 갔다 오는거 같은데 오늘은 다리도 풀리고 피곤하니 내일 봐서 도전해보기로 함. 

옷을 갈아입고 - 당연히 사워는 못함 - 맥주 한잔 하려고 했더니 이럴수가 맥주가 전부 품절이란다 ㅠㅠ 결국 맥주 타임은 건너 띄고 운해 밑으로 해가 지는 멋진 광경을 보고, 저녁식사를 함.  추석 보름달을 보러 밖으로 나오니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운해 위에서 밝게 빛나는 보름달과 촘촘히 반짝이는 별들이 너무 아름답다. 사진으로 잘 찍으면 인생사진이 나올법도 한데 삼각대도 없고 해서 아쉽지만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고서 잠자리에 듬. 



맑은 계곡물 옆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맛은 영...ㅎ


아리사와 롯지를 지나면서 경사가 심해지지만 고도가 높아져서 단풍이 절경이다. 










미로처럼 적혀진 O 표시만 따라서 걸음


뾰족한 창을 닮아 야리가다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정상의 모습이 보인다. 구름에 쌓여 신비스러운 모습


오늘 묵을 산장의 모습도 보이고


야리가다케 산장 아래 셋쇼 산장의 모습. 텐트가 너무 귀엽다 ㅎ


야리가다케 정상에 오르 내리는 사람들. 경사가 진짜 심해서 무서움


운해 위로 일찍 모습을 드러낸 추석 보름달


운해 밑으로 해는 져가고,...




10월 3일 - 요코 캠핑장 - 초가다케


밤새 빗소리에 자다 깨다 하면서 아침을 맞음. 잠결에도 비 좀 그쳤으면 하는데 야속하게 빗소리는 그치지 않고 오히려 때로 우렁차게 더 커져서 에휴 슬프다 그러면서 다시 잠을 청하고는 했음.

날이 밝아 눈을 뜨니 6시.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일기 예보를 보니 오후에는 조금 그칠 것 같아 오늘은 어떻게 움직일까 고민을 시작함
비와서 텐트 걷기도 귀찮고 들고 다니기 무겁기도 한데 그냥 텐트는 놔두고 몸만 움직일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다시 가는데까지 가볼까 싶기도 했는데 어제 푹자서 그런지 왠지 더 갈 수 있을 듯한 자신감도 생기고, 캠핑장에서 캠핑하시던 다른 분들도 하나둘씩 부지런히 텐트 챙겨서 출발하길래 나도 텐트를 걷어 배낭에 넣고 길을 떠남. 아 그런데 조금 걷다 보니 처음의 호기는 금새 사라지고 배낭이 너무 무겁다 ㅠㅠ 결국 1시간 정도 더 가서 있는 다음번 캠핑장에서 계획을 다시 변경.

어차피 야리가다케까지 이 짐을 들고 올라가기는 불가능 할것 같으니 그냥 텐트를 이곳에 쳐놓고 오늘은 가까운 근방 산을 다녀 와서 자고 내일과 모레는 야리가다케와 위쪽의 산장에서 자기로 함. 그래서 캠핑 등록하는 곳에 가서 3일간 캠핑하고 싶다고 했더니 주인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눈치로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근처 산에 다녀오고 내일과 모레는 텐트만 쳐놓고 산장에서 잘거라고 했더니 텐트만 치고 안자면 돈을 안내도 된다고 한다. 응?? 신기하네. 주인(?) 말로는 자기들이 관리를 못해줘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건 사람이 있어도 마찬가지 아닌가? ㅎㅎ 어쨌건 그래서 하루치만 돈을 내고 1시간 만에 다시 텐트를 침 ㅋㅋ

캠핑장에서는 보통 산장도 같이 운영을 하는데 일반 캠핑/등산객에게는 보통 10시~2시 사이에 점심만 팔고 아침과 저녁은 산장에서 묵는 사람에게만 제공을 하는데 그것도 여기 와서 처음 암. 10시에 이른 점심겸 아침을 먹으면서 저녁은 몇시에 파냐고 물어보니 저녁은 안판다는 슬픈 대답이 ㅠㅠ 해먹어야 된다고 하면서 취사도구랑 해먹을거 안가져 왔냐고 불쌍하고 황당한 표정으로 물어보던데 참.. 오늘은 그냥 비상용으로 싸온 칼로리 발란스로 때워야 할듯 싶다. 

대충 배를 채우고 뒷산 올라가듯 초가다케라는 곳을 올라감. 야리가다케처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발 고도가 2,677m나 되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고봉보다도 높은 곳인데 캠핑장이 1,620m 였으니 1,000m 넘게 올라가야 하는 곳 ㄷㄷㄷ. 높은 산이다 보니 초반부터 경사가 가파른데 이게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 처음에는 오르막이 힘들어서 체력이 예전만 못하구나 한탄하며 걷는데 그래도 한발 한발 내딛으며 보행의 리듬에 익숙해지니 조금은 나아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4시간 가까이 가파른 경사를 올라감.  오전에 조금씩 잦아들던 비는 산에 올라가니 그치고 구름도 옅어지고 군데 군데 파란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거 참. 정말 아이슬란드 여행과 비슷한 패턴이네. 시련을 먼저 겪은 후에 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건가 ㅎㅎ 

쉼 없이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 가까워지는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북알프스의 풍경이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설악산, 지리산등 우리나라의 명산들과는 느낌이 다른 웅장함이랄까. 대니얼 캐너먼은 사람은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구분되고 그중에서 기억하는 자아가 항상 승리한다고 했는데 나도 이번 여행 처음에는 비 때문에 힘들고 혼자 걷는 산길이 외롭겠지만 나중에는 이런 감탄스러운 순간들만 기억에 남겠구나 싶다. 사실 그랬으면 좋겠고.

오르막길이 끝나니 초가다케 정상과 점심을 먹을 산장까지 가는 능선은 너무 아름다운데 그 길을 따라 계속 걸었으면 좋겠다 싶다. 마침 같은 길을 가게 된 일본 아저씨와 말동무 하며 걷는데 그분은 텐트를 짊어지고 3일간 다니고 계신다고. 그래서 보니 텐트까지 있는데도 짐이 단촐하다! 나도 저렇게 짐을 컴팩트하게 꾸려서 왔어야 하는데.. 옷가지도 대폭 줄이고 책도 줄이고해서 말이지

점심을 먹을 산장에 다가가니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산장에서 위치를 알려주려 음악을 틀었나 했는데 다가가보니 어떤 젊은 여자분이 아코디언을 연주중이었다. 같이 걷던 아저씨와 박수 치면서 한참을 음악을 함께 들음. 너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마음을 울리는 아코디언 소리가 어우러진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해진다. 이번 여행에서 아니 앞으로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될것 같다. 잊지 못할 음악을 들려주신 이름 모를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

산장에서 늦은 점심이자 오늘의 마지막 식사를 먹고 다시 캠핑장으로 복귀. 같이 걷던 아저씨는 여기서 잘거라고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시던데 부럽다 ㅎㅎ 오르던 길이 멀고 험해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한참을 내려와 하루를 마무리. 캠핑장 여기저기서는 저녁을 해먹고들 계시네. 아이고 배고파 ㅠㅠ

오늘은 오른쪽 초가다케로. 왼쪽의 야리가다케는 내일 가보기로...


초가다케로 가는 초입


걷다 보니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높은 곳에서는 이미 단풍이 들기 시작


능선에서 바라보이는 야리가다케 산의 모습



계속 걷고 싶었던 능선의 아름다운 모습





10월 2일 - 나고야 - 가미코지


에휴 날씨 정말 ㅠㅠ
아침에 일찍 눈을 떠 마츠모토행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가는데 하늘이 잔뜩 흐리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기대했는데 어쩜 하늘도 무심하지. 제발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마츠모토로 출발. 자다 깨다 책도 보면서 가다 보니 어느덧 나고야 인근 시내를 벗어나 깊은 산들이 중첩된 아름다운 풍경이 차창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저 산속으로 들어가는 구나 조금은 설레며 마츠모토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다음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역으로 가다보니 이런 버스에 모자를 놓고 내렸다. ㅠㅠ 이놈의 깜박하는 고질병이 여기서도...;;  챙 넓은 등산 모자를 하나 더 챙겨와서 그냥 갈까 하다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산 모자라 아까워서 터미널 가서 카운터에 이야기 했더니 알았다고 전화를 해보더니 찾았단다. 근데 어째서인지 바로 받지는 못하고 30분쯤 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그래서 일단 근처에서 점심도 먹고 약국가서 무릎 보호대도 하나 사고 와서 모자를 돌려 받음. 에고 정신좀 차리고 다니자..

이제 다음 목적지로 갈 시간. 원래 점심부터 등산을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원래 계획했던 오기자와 까지 가면 빨라도 3~4시는 될것 같다. 그럼 잘곳도 마땅치 않고 전체 일정도 많이 꼬일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계획을 완전 변경해서 북알프스 등산 여행의 대표적인 코스인 가미코지로 가기로 하고 오기자와 가는 기차표도 환불하고 다시 표를 구매. 

가미코지로 가기 위해선 신시마시마라는 곳까지 기차로 이동해서 거기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기차와 버스에는 등산을 즐기려는 일본인 등산객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이번 여행과 잘 어울릴 것 같아 사온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가미코지에 도착. 아 그런데 가미코지에 도착하니 흐린 날씨는 비로 변해서 비가 주룩주룩 오기 시작한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초반에 좋지 않은 날씨 때문에 맘 고생했는데 올해는 무슨 마가 꼈나 ㅠㅠ 생각해 보면 일본에 5번째 온건데 처음 왔을때 빼고는 4번이 비가 왔던거 같은데 일본은 뭐 이러냐..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봐야 그칠 것 같지도 않고 해서 터미널에 7km 정도 떨어진 캠핑장 가서 캠핑을 하기로 함. 안내소에서 물어보니 캠핑장에서는 저녁은 안판다고 해서 정류장 앞 도시락 가게에서 도시락이랑 맥주 몇병 사서 캠핑장까지 걷기 시작. 길은 편안하고 계곡물은 맑고 깊은 숲은 좋은데 계속해서 내리는 비 때문에 너무 힘들다. 거의 일년전에 정한 여행인데 하필 트레킹을 시작한 첫날 맞춰서 비가 오는 것도 참.. 그래도 만약 처음 계획대로 오기자와 갔으면 여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힘들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비 맞으며 텐트 치고 빗소리 들으며 차가운 도시락과 맥주 몇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함. 
내일은 제발 비좀 그쳤으면 ㅠㅠ

산악 보험이라고 해서 인포메이션에 물어봐서 자판기에서 샀는데 영 못미덥다 ㅎㅎ


날씨만 좋았으면 가는 길이 참 예뻤을텐데 ㅠㅠ 비 맞으면서 이런 길을 지나 캠핑장으로 향함


미리 와서 캠핑중인 많은 캠핑족들.


규슈 지방 여행하면서 야쿠시마 갔을때도 비..이땐 태풍이 불어서 야쿠시마 가는 배를 하루 늦게 탔음..ㅠㅠ 

심지어 야쿠시마 가서는 원래 가려던 등산로 한개는 긴급 폐쇄 ㅠㅠ

그나마 다행히 태풍이 빨리 지나가서 계획에 큰 차질은 없었음


교토에서도 비 ㅠㅠ


도쿄에서도 비 ㅠㅠ 젠장.. 담에 또 가면 또 비올라나






10월 1일 - 나고야

몇 년 전에 중국 윈난성으로 여행 가면서 1박 2일간 호도협 트레킹을 한적이 있었다. 39밴드라고 부르는 그늘도 하나 없는 가파른 산길을 운동화 신고 오르는게 진짜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 곳. 그때 우연히 한국서 혼자 오신 아저씨 한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울산에서 휴가 내서 혼자 오셨다는 그분은 산을 정말 좋아하셔서 해외 명산들도 많이 다니셨는데 그중에서 일본 알프스가 좋다고 추천을 하셨더랬다.  일본 알프스라..이름도 잘 가져다 붙이는 구만. 일본에 그런 곳이 있나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일본 알프스는 일본 중부 기후현 부근에 3천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이어진 일본 등산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라고 해서 언젠가 한번 가보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리고 올해의 추석. 2일만 쉬면 무려 10일간의 황금 연휴라 올 초부터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을 했었다.  앞뒤로 휴가를 붙여서 좀 먼곳으로 갈까도 하다 5월 초에 아이슬란드 여행도 계획되어 있기도 하고 해서 가을엔 부담이 덜한 가까운 곳을 다녀오자 싶어서 떠오른 곳이 바로 일본 알프스. 그리고 바로 비행기 티켓부터 예매함. 나고야는 평소에는 20만원 중반이면 올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추석 연휴 기간이다 보니 무려 올해 1월에 알아보는데도 45만원이 최저가이다. 어쩔수 없지 싶어서 티켓부터 지르고 봄 ㅋㅋ 

그때부터 틈틈히 정보를 찾아보니 본격적인 북알프스 전체를 종주하려면 12박 이상이 걸리는데 (이렇게 전체 종주 하신 분도 있더라 ㄷㄷㄷ) 보통은 가미코지를 기점으로 2박 3일정도의 트레킹을 하는 모양. 전체 종주는 꿈도 못 꿀일이고, 2박 3일은 좀 짧아서 일정 잡기가 어려웠는데 더 찾아보니 중간부터 가미코지까지 오는 루트도 있어서 5박 6일간 오기자와 라는 곳부터 가미코지까지 오기로 함. 

계획을 잡고 나서 완주할 체력을 기르려고 여름에 덥다는 핑계로 쉬었던 달리기도 다시 시작했는데 이것 저것 일들이 많아 (뭐 거의 술먹는 일 ㅠㅠ) 준비를 맘에 들게는 못한 상태에서 연휴가 다가와버렸다 ㅠㅠ 사실 첨에는 산장에서 자면서 산행을 하려고 했다. 그럼 옷가지 정도만 들고 가면 되니 돈은 좀 들어도 몸은 편했을텐데 산행기를 읽어보니 텐트와 침낭을 들고 백패킹으로 다녀온 분들도 있어서 거기에 혹해서 이번 여행은 텐트와 침구를 들고 가는 백패킹으로 다녀오기로 함. 여행 전날 추석 인사 겸 고양이를 부모님댁에 맡기고 고양이 레오가 없어 휑한 집에서 짐을 꺼내 놓는데 이거 참 한숨 밖에 안나온다. 이걸 짊어지고 일주일간 다닌다고?? 어쩌자고 이런 무모한 계획을 세웠을까 ㅠㅠ 그냥 오키나와나 태국 이런데 가서 스쿠버 다이빙이나 할걸 싶지만 이미 후회하고 되돌리긴 늦은 시점이라 그 많은 짐들을 배낭에 차곡차곡 쑤셔 넣고 여행 준비 완료.

긴 연휴를 맞아 인천 공항에 기록적인 인파가 몰리고 면세품 인도 받는 곳에서는 3시간전에 가도 대기표를 못받아 인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여기저기 욕설에 싸움까지 벌어졌다는 흉흉한 뉴스가 있어 무려 비행 5시간 전에 떠나기로 함 ㅠㅠ 10시 40분 비행기라 5시반 공항 버스 타고 가야겠다 했는데 4시쯤 문자가 와서 뭔가 하고 보니 10시 40분 비행기가 11시 40분으로 지연되었다고.. 빨리도 알려주네 ;; 그래서 좀 더 자다가 공항에 8시 반쯤 도착.

확실히 다른때보다 사람이 많기는 했는데 걱정한 것처럼 미어 터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짐을 부치고, 보안검색을 통과해서 면세품까지 받는데 두시간정도 걸린듯. 다만 여행전에 들려서 밥도 먹고 맥주도 한잔 하던 라운지 만은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 예전 여행때는 여행중에 홀짝 홀짝 마실 와인 한병씩 사서 나가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산에서 와인보다 독한 독주가 필요할 것 같아 큰맘먹고 맥켈란 한병 사서 비행기에 오름. 11시 40분 예정 비행기는 공항 혼잡을 이유로 다시 비행기에서 30분 넘게 지연하여 출발.

원래 예정은 나고야에 12시쯤 도착하면 여유있게 가도 2시에는 나고야 시내에 도착할테니 오후와 저녁에 나고야 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려고 했는데 공항에서 입국심사까지 받고 나니 거의 3시가 다 됐고 공항에서 유심카드 하나 사서 호텔에 체크인하니 어느덧 5시. ㅠㅠ 일본은 유심카드가 너무 비싸서 7일 1GB에 4,500엔이나 한다. 으..이럴꺼면 무제한 로밍 행사 같은걸 알아볼걸...일본에 9일간 있을 예정이라 개통은 다음날 부터 하기로 하고 오늘은 데이터 없이 다니려고 했는데 참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동안 데이터 통신이 안되는게 이렇게 답답할 줄이야. 구글맵이나 맵스미나 다운로드도 안해와서 지도도 못열고 데이터 통신이 안되니 아이폰으로 할것도 없고 해서 지하철에서는 책보고 와서 나고야 역에서는 인포메이션에서 지도 한장 구해서 오랜만에 지도를 짚어가며 호텔에 체크인. 호텔 와서 와이파이 연결해서 지도부터 다운받고 필요한 정보 다운받고 나니 그제서야 좀 마음이 놓인다. 적어도 길 잃고 헤맬 일은 없겠구나, 사람이 기술에 길들여진다는게 이런거구나 싶다.

나고야는 일본의 다른 도시들처럼 특산 요리들이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장어 덮밥인 히츠마부시. 그중에도 메이테츠 백화점에 있는 마루심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봄.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줄이 한창이다. 준비된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리다 입장. 동그란 나무 반합에 담겨 나온 히츠마부시는 정말 맛있었다. 달콤 짭짤한 소스와 고소하고 기름진 장어가 참 어울렸는데 차조기, 와사비와 같이 먹으니 그 향이 더 좋더라.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와서 상가 구경도 하는데 어딜 가도 사고 싶은게 한가득이다. 돌아다니다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도 봤는데 인터넷으로 보다가 실제로 눈 앞에서 움직이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언캐니밸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눈이 마주쳤을때의 느낌이 신선했는데 아무것에나 의인화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인기가 있을거 같기도 한데 일본에서도 언론과 사람들의 호기심들이 많이 시들해졌다고 하니 인간의 친구가될 휴머노이드 로봇은 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내일은 산으로 떠나는 날. 중간 경유지인 마츠모토로 가는 기차 시간을 알아보려는데 모든 인포메이션이 문을 닫았다 ㅠㅠ 뭐 이리 일찍 닫는담. 그냥 발품 팔아서 시간표를 확인하려는데 기차노선도 많고 - 메이테츠, 긴테츠, JR, 신간센 - 시간표 찾기도 어려워서 찾아보니 버스가 있다고 해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서는 오스 상점거리를 구경하러 감. 오스 상점 거리는 우리나라 홍대나 이태원처럼 북적이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일요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문을 닫고 영업이 끝났다. 문닫은 개성적인 느낌의 상점들만이 평소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썰렁 ㅠㅠ 그래서 조금 둘러보다 숙소 앞에 있던 세계의 야마짱이라는 나고야를 대표하는 테바사키 - 간장 양념으로 튀긴 닭날개 요리인데 교촌치킨이랑 좀 비슷 - 하나 사가서 숙소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 함.

그나저나 티스토리 오랜만에 업데이트 하려고 봤더니 원래도 개판이었지만 카테고리 추가도 잘 안되고 뭐 이따위로 업데이트를 한건지.. 돈 안되서 접으려나 보다 ;;

이런 짐을 들고 며칠을 산에서 돌아다닐 생각을 했다니 미쳤던듯 ㅠㅠ


뭔가 스타크타워처럼 생긴 스파이럴 타워.


나고야의 상징인 나나짱이라던데 크기만 하고 뭐 별로. 옆에 계신 분 포즈 ㅋㅋㅋ


맥켈란 면세점 라인업. 다 못마시고 남겨옴 ㅎ


맛있었던 히츠마 부시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페퍼. 눈에 흰자위가 없어서 어느 방향을 보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불꺼진 오스 상점가에서 본 귀여운 가게. 뭐하는 가게일까?


이 집만이 무슨 행사중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던데 무슨 오픈 행사 같은걸까?


맛있었던 테바사키와 일본 가면 주로 마시는 에비스 맥주, 우리나라에 4,000원대로 들어오고 4개 만원 행사도 안한다는데 그급인지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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