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다이아몬드 저
왜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들 사이에는 불평등이 존재할까? 동일한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들 사이에 왜 어떤 문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현대의 고도 물질 문명에 이르게 되었고 왜 어떤 문명은 그런 앞선 문명의 침탈로 인해 혹은 스스로 사라졌을까? 이러한 전지구적이고 인류사를 관통하는 문제에 대해 지리학과 환경의 영향으로 해답을 찾아갔던 "총,균,쇠"의 작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최신작. 이미 한참 전이지만 "총,균,쇠"를 정말로 흥미롭게 읽어서 서점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두번 생각하지 않고 구매함. (여담으로 "총,균,쇠"에서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주장한 지리와 환경결정론에 대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는 지리와 환경은 부차적인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사회의 성격이 포용적이냐 아니면 착취적이냐가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가 만든 사회형태를 중앙 집권적인 통치 구조가 없는 부족사회, 부족이 성장하여 각 부족간의 연합을 이룬 군장사회, 그리고 중앙집권적인 통치 구조를 가진 국가 이렇게 구분을 하는데 이중에서 그가 평생을 거쳐 연구해왔던 부족사회의 다양한 면을 소개하면서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하게 획일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문명이 걸어온 길과 방향을 돌아보고 부족사회를 거울 삼아 성찰 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은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족내 또는 다른 부족소속의 개인들간의 접촉과 상업등의 관계를 다룬 친구와 적, 부족들간의 외교와 물리적 충돌을 다룬 평화와 전쟁, 영아살해 풍습을 포함한 육아와 노인에 대한 부족사회의 대응을 다룬 어린아이와 노인, 그리고 건설적 편집증이라는 개념으로 부족사회가 어떻게 거친 자연의 위험에 대비하는지 이야기하는 위험과 대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교와 언어 그리고 건강 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모든 섹션들은 부족사회만이 당면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도와 성격을 달리하더라도 WEIRD한 현대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맞닥드리고 있는 문제들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먼저 들었던 생각은 현대 사회가 참 많은 진보를 이루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매서운 자연환경의 위협으로부터의 안전과 전반적인 공중위생의 보급 그리고 기아로부터의 해방과 같은 물질적 풍요뿐 아니라 폭력의 국가 독점을 합의하면서 생긴 예측 불가능한 사적폭력의 공포로부터의 해방, 여성권 신장, 프라이버시와 인권, 양심과 종교의 자유등과 같은 사회 제도적인 측면들의 발전이 불과 수백년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기아에 허덕이고 억압적인 여성관을 가진 나라들이 있으며 인권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 국가들도 많이 있고 우리나라도 인권에 대한 존중과 민주주의가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하기는 어렵고 특히 요즘은 오히려 과거로 후퇴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발전 방향으로 봤을때 앞으로 전지구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진보가 더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런 희망과 달리 오랜 진화과정에서 인류라는 종에 새겨진 한계 - 집단을 가르고, 서열을 나누고, 종교에 빠지고 통계에 약한 비합리성등-로 인해 이제 더이상 쉽지 않을까? 이 부분은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무척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부족사회는 현대사회가 잃어버린 이상향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대사회가 문명화시켜야할 야만의 상태는 더더구나 아니다. 부족 사회 또한 오랜 시간 동안 그들만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러한 문명은 보존해야할 가치 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문제에도 인류의 본성에 입각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500만년 전에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에서 분화되어 수백년을 야생에서 생존해왔으며 1만 1천년 현대의 인류가 출현한 이후에도 최근까지 험난한 자연과 싸워가며 신체와 정신이 함께 진화해왔으나 현대 문명의 시스템과 기기들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에 훌륭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책에서는 그 예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감정과 관계를 회복시키는 사법시스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부족사회의 육아법, 노인의 지혜와 노동력을 잘 활용하는 노인에 대한 대우, 식생활과 이중언어등을 들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소외와 외로움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에도 부족사회를 참고하자고 이야기한다.
부족문화에서 배워할게 식생활과 이중언어라니.. 이부분의 결말이 앞부분의 방대한 지적 탐험에 비해 너무 협소해서 조금 헛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 그래도 부족사회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가 얼마나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것도 이책의 중요한 미덕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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