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8

어릴적 동네에 철길이 있었다면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기차가 지나가는 걸 신기하게 구경했던 기억도 날텐데 언제 부터인가 안전등의 이유로 철길은 이제 기차가 아니라면 접근 불가능한 공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곳 스리랑카에서는 푸른 숲을 관통하는 단선의 철길을 사람과 기차가 사이좋게 공유한다. 철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다녀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다. 그저 지역 사람들에게는 일터나 집 또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또 하나의 편리한 길일뿐. 


론리플래닛에서 하퓨탈레 소개하는 내용에 하퓨탈레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서 돌아오는 8km의 트래킹이 재미있다는데 기차는 시간도 애매하고 해서 하퓨탈레 역에서 철로를 따라 오전에 산책을 하기로 함. 시원한 바람과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숲과 하나가 된 철로를 따라 걷는 경험이 참 재미있다. 중간중간 탁트인 곳에서 끝없는 차밭이 펼쳐진 스리랑카 고산지대의 풍경도 보고 하다보니 다음 목적지인 Ella로 떠날 시간. 여기서 Ella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11:45분 기차라는데 11:40분이 되어도 티켓을 안판다. 어디서 티켓 사냐고 했더니 12:20분에 기차가 출발한다고.. 결국 티켓은 12:10 이 되어서야 판매하는데 2등석 달라고 했더니 2등석은 없단다. 음 매진 되었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기차 온걸 보니 Ella행 기차는 3등석 객실 두개와 화물칸 두개만 달린 작고 귀여운 기차였다 ^^ 3등석은 좌석도 따로 없고 그냥 딱딱한 나무 의자에 먼저 가서 앉으면 되는데 자리도 없고 해서 그냥 통로에 짐을 내려놓고 기차 난간에 몸을 기대어 Ella까지 오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기차는 한시간정도 달려서 아담한 Ella역에 도착. 도착하니 화단에 Ella Welcome 이라고 심어 놓은 꽃이 참 귀엽다.


Ella도 하퓨탈레처럼 작고 조용한 곳인데 호객행위도 별로 적극적으로 안해서 다른 사람들 가는 길 따라서 가니 숙소 밀집 구역이 나온다.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하는데 누가 1,500루피 짜리 방이 있다고 해서 따라거 숙소를 잡음. 숙박계에 이름이랑 주소를 남기는데 정말 며칠만에 한명씩 뛰엄뛰엄 숙박을 하는 모양 ㅠㅠ 그러면 방 좀 좋은데로 줄것이지 쩝.. 그동안 사실 방 잡을때도 별로 깎지도 않고 그냥 덥썩덥썩 잡았는데 가격은 안깎더라도 그중에서 좋은 방이라도 달라고 해봐야겠다. 


Ella는 정말로 소박하고 조용한 곳인데 근처에 가볍게 트래킹 할만한 곳들이 몇군데 있다. 스리랑카에서 유명한 트래킹 코스가 Adam's Peak - 부처가 발을 내딛었다는 - 인데 여기는 Mini adam's peak 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가보기로 함. 하퓨탈레에서 체크아웃할때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여기 오니 날은 화창하지 않은데 비는 더이상 안온다. 덕분에 파란 하늘을 못봤지만 별로 덥지 않게 Mini adam's peak 까지 갈 수 있었음. 거리는 4km쯤 되는데 올라가는 길이 참 예쁘다. 그리고 정상에서 보이는 Ella rock과 스리랑카 산간지역의 모습도 참으로 아름답다. 열대의 산이 풍기는 이국정인 풍경에 취해 풍경을 안주 삼아 가져간 맥주도 한잔 마시고 산을 내려옴. 가이드북에는 Ella rock도 올라갈 수 있다는데 길을 잃기 쉬우니 가이드를 동행하라고 되어 있다. 여유만 있었으면 도시락이라도 싸가서 Ella rock도 한번 올라가고 싶은데 아쉽다. 


근처에 사원이 있다고 해서 거기 다녀오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사원으로 향함. 도로와 산길을 따라 현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간 사원은 사원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작고 버려진 사원이 나온다. 담불라에서 본 것과 같은 방식의 석굴인데 닫혀 있던걸 관리인인지 나오시더니 나 혼자만을 위해 문도 열어주신다. ㅎ 안에는 정말로 작고 소박한 와불상이 하나 있고 ^^ 그냥 오기 좀 미안해서 작은 금액이나마 도네이션 함에 넣고 나오니 해도 져가고 숙소로 돌아옴.


스리랑카를 여행하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말도 많이 걸어오는데 특히 아이들이 참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인사도 걸어주고 어디서 왔냐고도 물어보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 손도 흔들어주고 하는게 참 귀엽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저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자랄까? 내전이 끝나고 다시 국제사회로 향하는 기지개를 펴는 스리랑카는 어떠한 미래를 저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하긴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이들보다 풍요롭겠지만 어릴적부터 경쟁과 학원폭력 물신주의에 물들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니 똑같이 안쓰럽기만 하다. 


Ella는 관광객들만 있는 도시여서 그런지 모든 음식점에서 맥주를 판다. -가격은 350루피 - 식당도 로컬 식당은 눈에 잘 안띄고 관광객을 위한 식당만 있어 좀 비싼데 무려 700루피짜리 치킨 bbq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양도 적고 해서 좀 실망했음 -_-;; 저녁 식사후에 근처 다른 식당에서 모히또를 팔길래 라임과 허브가 잔뜩 들어간 모히또 한잔 마시면서 콜드플레이 음악 듣고 있다보니 그동안 번잡스러웠던 기억이 다 사라진다. 마치 대도시의 조용한 바에라도 있는 느낌.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부부, 연인, 친구들인데 나만 혼자이네..아 외로워..



Ella로 가는 기차의 모습








기찻길을 따라 산책하는 경험이 참 즐거웠다.






Ella로 향하는 작은 기차


3등석은 이렇게 생겼음 



스리랑카 전통(?) 음식 Rotti


Mini adam's peak로 향하는 길


너무 아름다웠던 Ella rock



Ella rock을 안주삼아 맥주 한잔




모히또 한잔과 함께 이국에서의 밤을...

2013.3.7


론리플래닛에서 뽑은 스리랑카에서 즐길 20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스리랑카 내륙의 해발 1,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와 거기에 이르는 열차여행. 


어제 예매한 기차를 타고 하퓨탈레로 향함. 역에서 간단히 스리랑카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기차를 기다림. 티켓에는 SCR20M 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몇번 객차의 몇번 자리라는 걸까...직원들에게 물어서 자리로 데려다 주는데 티켓번호와 일치하는 거라고는 좌석에 써있는 20이라는 숫자뿐 다른 알파벳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거였을까. 어쨌건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던 - 600루피로 스리랑카 교통비 생각하면 엄청 높은 가격이긴 함 - 열차를 타고 캔디를 출발. 그러고 보니 객실 전체가 역방향이었는데 객실 연결을 반대로 하면 되었을텐데 왜 그랬을까. 그래도 버스 타고 다니던 생각하면 불만을 가질 수도 없었음 ㅎ


기차는 스리랑카의 내륙을 지나며 한번도 보지 못했던 열대의 풍경을 횡단한다. 우거진 열대 우림과 숲, 그리고 넓게 펼쳐진 차밭을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가는 시간이 참 좋다. 바람에 취해 깜박 잠도 들었다가 책도 읽다가 하다 무심히 고개를 들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그림 같은 풍경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콜롬보와 캔디에서 한낮에 힘들게 했던 따가운 햇살도 약해지고 바람도 갈수록 차가워진다. 그동안 며칠 사이에 얼굴과 팔뚝이 시커멓게 탔는데 여긴 또 다르네 싶다. 사실 너무 추워서 긴팔도 꺼내 입었는데 같은 객실의 서양인들은 끝까지 춥지도 않은지 선풍기도 끌 생각을 안하고 창문도 안 닫고 가서 좀 추워서 괴로웠음.. ㅎ 다 캐나다, 북유럽 이런데서 오신 분들인가 ^^; 마지막에는 추위에 좀 떨다가 목적지인 하퓨탈레에 도착


원래 처음 계획에는 하퓨탈레가 빠져있었는데 시기리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캐나다 여행객이 좋을거 같다고 가보고 싶다고 해서 혹해서 정한 곳. 역에 도착하니 정말 정말 조그마한 곳이다. 뭐 중심지라고 해봐야 걸어서 1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거 같음. 내일 Ella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론리플래닛에 나온 숙소를 잡았는데 너무 비싸다. 캔디에서 만난 체코/프랑스 여행객들에게 숙소 물어봤을때는 이름은 기억 못하고 어디로 가면 1,000루피때도 있다고 하던데 쩝.. 이번에 묵은 곳은 Sri Lak holiday inn 인데 다른 방들은 창 밖으로 뷰가 좋은데 내 방은 그렇지도 못하면서 2,000루피를 달라고 하네. 물가가 론리플래닛에서는 1,500루피정도라고 했는데 - 다른 물가도 거의 책에 비해 1.5~2배 정도 되는 듯 -  그냥 거기로 잡음.


이제 뭘 할까? 하퓨탈레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동네는 아니고 산을 둘러싼 차농장의 모습이 아름답고 차공장과 Lipton's seat 라는 곳에 가는 길이 아름답고, 론리플래닛에서는 기차길을 따라 이전 역까지 가는 것도 추천해주었다. 내일 Ella 가는 기차가 11:10 이어서 오전에는 멀리 못갈거 같아 좀 늦었지만 차공장과  Lipton's seat 를 가기로 함. 


차공장까지는 버스가 있다는데 시간을 아끼려고 뚝뚝을 대절함. 원래 계획은 차 공장까지 300루피 주고 가서  Lipton's seat 까지 산책하고 돌아와 버스를 타고 오려고 했는데 차 공장이 외진데 있기도 하고  Lipton's seat 까지 산길로 8km 정도라 걸어서는 어려울 것 같아서 1,000루피에 전부 왕복하기로 함. 


일단 차 공장은 지금은 오픈 안한다고 해서  Lipton's seat  부터 다녀오기로 함. 좁은 산길을 따라가는데 과연 산길을 따라 넓게 펼쳐진 차밭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시간만 많았으면 트래킹 겸해서 걸어서 두세시간 올라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중간에 찻잎을 싫어나르는 트럭을 만나면 한참을 후진해서 길을 비켜줬다 다시 올라가다 해서 가다보니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고 중간에 차량 통행은 금지를 해놨다. 거기서 승용차를 가져와 먼저 기다리던 다른 여행객은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고 나는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니 - 1,000루피로 어차피 이야기 해놨으니 - 뚝뚝 기사가 전화를 하더니 조금 있으니 관리인이 와서 문을 열어준다. 거기서도 한참을 더가니  Lipton's seat.


립톤. 홍차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브랜드일텐데 영국인 제임스 테일러와 함께 스리랑카에 차를 도입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Lipton's seat 라는 이름은 그가 이곳에서 스리랑카의 산과 기후를 보면서 앞으로 그가 만들 차의 왕국을 처음으로 꿈꿨던 자리라고 한다. 결국 그 이후 립톤은 대 성공을 거두고 영국은 안정된 차의 공급원을 가지게 되었지만 스리랑카는 어땠을까?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또는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가 카리브해 연안에서 저지른 강제노동과 착취, 그리고 그로인한 정치 혼란 이런건 없었을까. 싱할족과 타밀족의 민족간 내전에 영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도 세계 1위의 차 생산국가이고 스리랑카 GDP의 20%가 차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그래도 얼마간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립톤이 전세계에서 거두는 수익중에서 차의 원재료 값과 찻잎을 손으로 따는 사람들의 노동력의 대가는 극히 일부일테지


 Lipton's seat 에 도착하니 한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가 자욱하다. 에휴...그냥 낼 아침에 올걸 그랬나 싶다.  덕분에 뚝뚝기사와 몇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보니 관리인이 차도 한잔 대접해 준다. - 물론 공짜는 아니었음 150루피 ㅎ- 으슬으슬 추운데 따듯한 차 한잔 마시니 좀 기운이 난다. 아쉽지만 돌아가자고 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개인다. 세상에! 기사도 너 참 운이 좋다 그러고 ㅎㅎ 탁트인 끝없는 차밭과 스리랑카 내륙의 풍경을 보다가 돌아옴


중간에 들린 차 공장은 250루피를 내면 찻잎을 모아 차로 만들어 지는 과정을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면서 한번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데 몇가지 빼놓고는 작은 공장에서 완전히 자동화 되어 있어서 그럭저럭 볼만했어도 아주 신기하거나 그런 건 없었음. 그나저나 차 시음이라도 한번 해주지 그런 것도 없냐 -_-;; 아마 여러명이 견학하면 시음도 가능한 듯


공장을 나오니 해도 져가고 비도 조금씩 내린다. 뚝뚝은 앞에 와이퍼도 없는데 시야도 안좋은데 좁은 산길을 가자니 좀 무섭다. 다행히 사고 없이 숙소 근처로 돌아오니 해가 완전히 져있다. 점심을 늦게 먹어 배는 별로 안고픈데 로컬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몇가지를 싸가고 주류샵에서 맥주 몇개 사가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음





기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


스리랑카 음식에 항상 나오는 저 소스들 또 먹고 싶다 ㅎ



 Lipton's seat 로 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ㅠㅠ




홍차 한잔 마시고...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하니 갑자기 하늘이 개어 그래도 전망을 바라볼 수 있었다. Lipton이 여기서 앞으로 자신이 세울 차의 왕국을 꿈꿨겠지 







2013.3.6


아침에 "논어 세번 찢다"를 완독함

어디서 본 글귀인지는 모르겠으나 40세가 되면 동양 고전을 보라고 했던 글귀를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온 40대를 위한 동양 고전 입문서들도 신간 소개에서 봤었던것 같아. 그러던 중에 로자의 서재에서 읽을만한 책으로 베이징대 교수 리링의 책을 소개한 바 있어 550페이지의 하드커버임에도 여행에 들고 옴. 


사실 그전에 공자니 논어니 전혀 몰랐고 혹시 고리타분하고 머리 아픈 사상이야기는 아닌가 걱정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첫장을 넘긴 순간부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읽어 나갔다. 책은 논어에 대한 해석과 강독이 아니라 논어를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3번 해체하는데 거기 나오는 인물들, 논어에 나오는 사상, 그리고 성전으로써의 논어에 대해 각각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은 뜬구름 잡는 고준담론이 아니고 공자의 시대 공자의 자취를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 해서 공자의 자취와 사상에 아주 실감나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그러면서 공자가 논어를 통해 이야기했던 성인의 덕과 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리링은 공자를 이상화되고 박제화된 성인으로써가 아니라 그도 현실과 치열하게 싸웠던 한명의 인간임을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럴때 공자의 사상이 이상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건 재미있게 읽어서 좋았고 이제 무거운 하드커버 책은 평소에 안들고 다녀도 되어서 또 좋았다. ^^ 다음에 읽을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미국의 가난한 캔사스가 보수 우파의 본거지가 된 과정을 살펴보면서 미국 보수우파의 전략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작년에 대선때 받은 상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실제로도 너무 궁금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아침에 책 읽다가 좀 느긋하게 9시쯤 숙소를 나옴. 내일 아침에 출발할 하퓨탈레행 기차를 예매하고 - 결국 바닷가 하루를 포기 - 캔디의 핵심이자 스리랑카 불교의 핵심인 불치사를 보러 감. 별 생각없이 반바지를 입고 갔더니 앞에서 반바지는 입장 불가란다..힝.. 더운데 청바지를 입어야 하나 어쩌지 하는데 생각해보니 7부 바지가 있긴 하다. 손으로 종아리를 가리키며 이정도면 오케이냐 했더니 그정도는 오케이란다 ㅎ 숙소로 다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7부 바지를 잔뜩 내려 입고서 입구를 통과함. 


호수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불치사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안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참 아름답다. 당연히 부처의 치아에는 접근이 불가능 하지만 사원에 모셔진 불상에 현지인들이 경건하게 참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참 좋다. 특히나 스리랑카 사람들은 꽃을 좋아해서 불상마다 꽃을 바치며 기도를 하는데 꽃향기가 진동하는 참배식에서 꽃향기에 취해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니 내 마음도 같이 평화로와 지는 것 같다. 세상 근심과 쓸데없는 욕심과 헛된 욕망 없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참을 평온한 마음으로 있다가 나와 점심을 먹고 별다른 목적지 없이 캔디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님. 불치사 말고 다른 조그마한 사원도 있고 힌두 사원들도 곳곳에 있다. 관광객은 없는 사원에 들어가 지친 다리 쉬는 것도 좋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사원은 신성한 곳이라 야외라도 신발을 벗고 입장을 하는데 맨발로 사원의 감동을 느끼면서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도 다른 데서 해보기 힘든 경험이리라. 사원에서 쉬면서 책도 읽고 하면서 어디선가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묶여 있는 코끼리도 보고 하다 보니 해가 져간다. 어제 갔었던 언덕 사원에 다시 한번 올라가 캔디의 전경을 보다가 내려옴


Kottu라는 스리랑카 음식을 맛있게 먹고서 40루피짜리 커피도 한잔하고 밤의 불치사를 한번 더 보고 숙소로 돌아옴. 근사한 펍에 가서 한잔 할까도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전부 일행, 커플들이어서 혼자 청승맞게 먹느니 그냥 숙소에서 한잔 하자 하고 맥주와 이름모를 열대 과일들을 잔뜩 사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일기를 쓰다보니 외국 여행객 두명이 들어온다. 나이차가 많이 나보이는 두 남자여서 처음에는 부자지간인줄 알았음


마당에서 같이 있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젊은 남자는 2달간 인도 여행을 다녀온 체코 출신이고 나이 많은 남자는 2달간 태국과 캄보디아를 다녀온 프랑스 사람이라고. 여행중에 만나서 같이 다닌다는데 국적도 나이대도 다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같이 다니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맥주 마시고 그들은 아락을 콜라에 섞어 마시는데 나한테도 한잔 권해서 마셔봤는데 너무 독해서 나는 별로더라. 와인을 만든다는 체코 친구는 6개월 일하고 6개월 논다는데 참으로 부러웠다. ㅎㅎ 나한테 무슨 일 하냐고 해서 소프트웨어 관련한 일을 한다 라고 했더니 대학 다니면서 일하는 거냐라고 물어봐서 졸업한지 10년도 넘었다고 이야기 해줫음 ㅋㅋ




스리랑카는 야생 동물들이 참 많은데 그래도 이런 대형 도마뱀도 있다니 깜놀..ㅋ 007 스카이폴 보면 코모도 도마뱀이 사람 잡아먹고 그러던데 ㅋㅋ



달디 단 도너츠와 스리랑카에서 맛보기 힘든 에스프레소로 아침을 


전날 올라갔던 언덕위의 사원의 모습



이곳이 스리랑카 불교 유적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을 불치사 Sacred tooth temple




부처에게 헌화하는 스리랑카 사람들. 참배실에서 있었던 평화롭던 순간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침을 즐기는 냥이님.. ㅋ


힌두 사원 사자를 탄 싱할족의 모습은 정말 스리랑카 현지인을 쏙 빼닮았음



갑자기 도심에 나타난 코끼리와 행렬들..




산책하다가 만난 코끼리


Kottu라는 스리랑카 요리. 맛있었음 ^^




2013.3.5

6시반에 캔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5:30에 일어나 준비하고 숙소를 나섬.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밤에 이야기할때 아침에 자기가 버스 타는거 도와 주겠다고 하더니 따로 운영하는 가게 문도 안열었다..-_-;;깨우기도 뭐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정류장 비슷한게 보여 거기 나와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버스 정류장이 맞다고. 거의 정확하게 버스가 도착해서 이번에는 짐칸에 배낭을 두고 버스를 탐.

그나저나 6시반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다들 어디 가는걸까? 3시간동안 덜컹거기는 버스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보니 캔디에 도착. 여기서도 뚝뚝 기사들이 숱하게 달려든다. 무시하고 론리플래닛에서 본 숙소를 찾아감. 론리플래닛 지도가 정확하다고 해도 랜드마크도 없고 해서 찾아가기가 참 힘들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워낙 길들이 구불구불하고 해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설명해줘도 알아듣기가 어렵다. 그래도 그렇지 도시에 큰 호수 하나 있는거 그거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ㅠㅠ

겨우 겨우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함. 깨끗하기도 하고 특히 앞에 마당에 접한 방은 내 방밖에 없어서 더 맘에 들었음 . 잠깐 쉬다가 싱할족의 문화 수도 캔디의 관광을 시작. 캔디 참 이름이 예쁘다. 물론 Candy 가 아니라 Kandy 이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 이름인가. 캔디는 부처의 치아를 모신 Sacred tooth temple이 제일 유명하고 스리랑카 현지인들에게는 성지라는데 거긴 내일 가보기로 하고,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하기도 하고 전날 만난 네덜란드 노부부가 멋지다고 추천했던  Botanic Garden을 보러 가기로 함.

일단 배가 고프니 근처 식당에서 라이스앤 커리와 로띠까지 하나 시켜먹고 있는데 거기 종업원이 떡하니 내 앞에 앉는다. 뭐지? 황당해서 쳐다보니 미국돈 가지고 있냐고 200$가 필요하단다. 정신이 좀 없는애인가 싶은데 그런거 같지는 않고 혹시 삥뜯는건가 싶은데 그것도 아닌거 같고 그냥 없다 은행가서 바꿔라 그러고 나옴.

Botanic Garden 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론리플래닛에 나온 번호의 버스는 없다. 여기저기 물어봐서 다른 번호의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 스리랑카는 버스가 불편하긴 하지만 정말 정말 싼데 도시간을 이동하는 거라면 100~200루피 수준 (우리나라돈 천원 2천원)이고 도시내 이동이라면 몇백원 수준이다. 얼마 안되는 거리임에도 교통체증과 소음으로 거의 혼미한 정신상태로 식물원에 도착

사실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온갖 진귀한 꽃들이 만발하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그런 낙원과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꽃은 없고 엄청나게 거대한 열대의 수목들이 많았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열대의 풍경들과 풍부한 태양과 비의 영향으로 하늘 끝까지 올라간 기묘한 나무들의 모습은 이게 열대 우림의 모습이구나 싶어서 좋았다. 중간중간 아무데나 퍼져서 쉬고 있으면 아니 뭐 스리랑카 젊은이들의 연애 행각이 그리 눈에 많이 보인는지 원. 오늘 평일인데 뭣들 하는거야 싶다. 정말 다리를 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다 쌍쌍이서 염장질을...

식물원에서 인상적이었던게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식물원에 놀러나온 스리랑카의 꼬맹이들. 체육시간인지 뭔지 애들이 단체로 나온것 같은데 숨도 쉬기 어려운 더위에 왜들 그렇게 깔깔대며 뛰어다니는지 ㅎㅎ 보고 있자니 웃겨 죽겠다. 호기심 많은 몇명은 옆에 와서 이것저것 말도 걸고 이름은 왜 자꾸 물어봐 ㅎㅎ 하여간 애들 노는거 보니 덩달아 유쾌해졌다. 또하나는 스리랑카는 유엔인가에서 정한 세계 생물 다양성 지역중의 하나라는데 자연 환경이 그렇게 풍부한 곳에서 인공적으로 자연을 흉내내고 비료를 이용해서 식물을 다듬는게 좀 아이러니 했다. 동물원의 기원이 원래 돈 많은 귀족을 위한 호사였다는데 가깝게 열대 우림이 있는 나라에서 열대 우림은 경제 성장을 위해 파괴하면서 한 곳에서는 인위적인 공원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걸 보러 온다는게 아이러니 했다.

다시 힘들게 버스를 타고 캔디로 돌아와 캔디호수가 보인다는 언덕위의 사원을 보러 감. 그런데 그길을 가다보니 주류샵들이 잔뜩 몰려있고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실 수 있는 로컬 바도 하나 있다. Bar라고 해도 말이 Bar이지 그냥 식당분위기에서 100% 현지 남자들이 술마시고 있는 분위기 ㅋ 사실 컨셉은 주류와 가벼운 안주를 파는 스페인의 타파스바와 비슷한데 분위기는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ㅋㅋ현지인들은 아락이라는 현지 술과 이것 저것 섞어서 마시는데 나는 그냥 라이언 라거 한병 시켜서 서서 한잔 마시다 보니 뭔가 무서운 곳에 들어온 것 같아 즐겁다 ㅎㅎ

언덕위의 사원은 사원 자체는 볼게 별로 없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캔디으 전경이 좋다. 시원한 바람 맞으며 캔디의 전경을 보고 있자니 여행중에 받았던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듯 하다. 생각해 보면 어떤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압도적인 풍광 맛있는 음식, 편리한 이동수단등등 좋기만 하기도 하고 어떤 여행은 그 와중에 커다란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어떤 여행은 실망하거나 그저 그렇다면 (나같은 경우는 실망하거 그저 그런 경우는 없었던듯) 어떤 여행은 순간 순간이 힘들고 고생이지만 그 속에 가끔 느껴지는 강렬함과 행복감이 존재하는 그런 여행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스리랑카 여행은 절대적으로 후자일 것이다.

무념 무상으로 경치를 구경하니 누군가 말을 건다. 호객꾼은 아닌거 같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기가 한국어 2급 시험을 볼 예정인데 한국에 취업을 좀 소개시켜 달라고 -_-;; 맘 같아서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있겠나 싶어 그냥 나는 그런 힘이 없다 대신 궁금한거 있음 물어봐라 라고 안쓰는 이메일 주소 알려주고 돌아섬.

저녁은 몇가지 로컬 음식을 싸가서 맥주와 함께 숙소에서 먹기로 하고 호수를 한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옴...


2주전에 종영되었다는 장금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ㅎㅎ 스리랑카 사람들하고 이야기 해보면 이영애 너무 이쁘다고 좋아하는데 나이 많은 남자랑 결혼했다고 이야기 해줬음 ㅋ

캔디의 시장


캔디 호수에서 바라본 불치사의 모습






열대의 풍경들...


조용하던 곳이 아이들로 왁자지껄해짐. 아휴 덥지도 않은가 왜들 그리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던지 ㅎㅎ

여기가 바로 로컬 바 ㅋㅋ

이렇게 한병 시켜서 스탠딩으로 한잔 ㅋ


캔디 시내의 전경


오늘 저녁은 이렇게...


2013. 3. 4

새벽에 엄청난 빗소리에 잠을 깼다.

헉 전날까지 그렇게 덥더니 왠 비...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겪었던 것 처럼 저렇게 세상이 떠나가라 오고서 갑자기 그치는건 아닐까, 제발 그래야 할텐데  생갃하며 다시 잠이듬. 그러나 야속하게도 아침 7시까지 비는 그치지를 않는다.

아 젠장 날씨가 안도와주는구나 ㅠㅠ 어떻게 할까? 작년에 스리랑카에서 우기에 여행하다 벼락 맞아 사망한 한국인 여행객도 있었다는데 산에 올라가야 하는 시기리야에 가야하나? 그렇다고 여기 머물러 있자니 여기서는 정말 할게 아무것도 없고, 폴로나루와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날씨야 어떻게든 바뀌겠지 하고 원래 계획대로 시기리야에 가기로 함. 다행히 버스는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출발하는데 어제는 친절하게 알려주던 주인이 오늘은 몇시에 출발하냐니까 말 바꿔서 그냥 비오는데 하루 더 있으란다. 에이 게스트 하우스 정내미 떨어져 쩝..

무거운 배낭과 우산까지 쓰고 정류장에 기다리니 다행히 곧 시기리야 가는 버스가 온다. 거리는 멀지 않아서 30분 정도 가니 차장이 이근처에 숙소 많다고 여기서 내리란다. 버스에서 내리니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보이는데 어디를 갈까 하는데 주인이 뛰쳐나와 자기네 게스트 하우스에 오란다. 그래서 따라가서 2000루피에 싱글룸을 잡음.

다행히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주인이 자기네 게스트하우스의 트리하우스를 보여준다고 데려간다. 가보니 이미 다른 여행객들이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와 정말 거기서 바라보는 시기리야 바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날씨가 흐려서 전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안개에 가려진 모습도 정말로 아름다웠다. 오기를 잘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함

숙소에서 시기리야는 걸어서 15분 거리라고 해서 근처에서 볶음 국수로 점심을 먹고 시기리야 바위를 보러 감. 스리랑카는 게스트 하우스, 식당 이런건 잘되어 있는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광 인프라는 정말 형편없다.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유적지라면 여기저기 안내판도 설치하고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 시스템도 손보고 그래야 할텐데 그런건 거의 안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됨. 시기리야도 입구가 어디라고 표지판이라도 설치할만한데 그런것도 없어서 입구를 잘못 찾아 들어감. 다행히 경찰이 중간에 입구까지 태워다 줘서 큰 고생 안하고 시기리야로 입장. 입장료는 3,750 루피로 무지하게 비싸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이 잔뜩 흐려 과연 관광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잘 정돈된 수로를 지나가니 드디어 시기리야 바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숲과 평원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의 모습은 그 모습 하나로만으로도 참으로 신비스럽고 숭고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자바위"라는 뜻의 "시기리야"는 5세기경 싱할라 왕조의 카샤파 1세라는 왕이 지은 성채라는데 동생과의 왕권 다툼에서 승리한 이후 인도로 도망간 동생이 다시 공격해올까 두려워 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성을 만들었으나 10년후 진짜로 동생이 공격을 해왔을때에는 분노에 불타 성 밑에서 싸우다가 패배한 후 자결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 시기리야 성은 수도승들의 수도처로 돌아갔으나 곧 잊혀지고 밀림 속에 방치되어 있다가 영국 식민시대 영국인들이 발견한 곳이라고 한다.

바위를 밑에서 보는 것뿐 아니라 예전의 성곽까지 올라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그나마 안전한데도 높이 올라가다 보면 순간순간 아찔한데 예전에는 이 길을 만들고 올라가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수직 계단을 올라가면 중간에 보존이 잘된 1500년이 넘었다는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도 보고 중간 지점에 오니 습도도 높고 기온도 올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여기서는 사자 발을 형상화한 입구로부터 다시 성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 멋진 사자문을 바라보며 있으니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땀을 식히고 있으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다시 정상가지 올라감. 정상에는 건축물도 거의 없이 폐허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열대의 풍경이 정말로 아름답다. 날이 좋으면 해지는 풍경을 보면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은데 아쉽지만 그래도 구름에 가려진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 옛날 왕족들이 즐기던 경치를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즐길 수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정글의 풍경을 보며 가지고간 책도 읽고 하다가 슬슬 내려와 숙소로 내려옴

숙소에서는 200루피에 자전거를 빌려줘서 자전거를 타고 시기리야 주변을 둘러보기로 함.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스리랑카 꼬맹이들이 손 흔들며 인사도 많이 해주는데 같이 답례하며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이 좋다. 오늘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 물어 물어 맥주를 파는 레스토랑을 발견함. 시원한 라이언 라거를 벌컥벌컥 들이키니 아 정말 살것 같다 ㅋ. 맘 같아서는 원없이 마시고 싶지만 맥주값도 비싸고 해서 2캔을 비우고 자전거 하이킹을 계속함. 음악 들으며 시기리야 바위가 앞에 보이는 오솔길을 자전거로 가는 것도 참 좋았다. 더 오래 타고 싶었는데 빗방울도 쏟아지기 시작해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는 숙소에서 마련해준 저녁을 다른 투숙객과 같이 먹었는데 네덜란드 부부, 캐나다 할아버지, 독일 젊은 연인, 나 이렇게 6명이서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다. 이런 저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데 확실히 한국이 그동안 많이 알려지긴 했나보다. 예전엔  North or South? 이것만 물어봤는데 이번엔 한국 가보고도 싶다고 하고 강남스타일도 물어보고 그런다. ^^ 강남 스타일이 무슨 의미냐고 하길래 설명하는데 좀 어려웠다는 ㅎ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정에 대해 너무 혼란 스럽다. 여기도 좋다고 하고 저기도 좋다고 하고 또 혹해서 거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고 ㅠㅠ 다들 일정들이 길어서 여유있게 다 가는데 나는 일정이 2주라 그래도 짧구나..


숙소에서 바라본 시기리야 락.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이런 아름다운 정원길을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나타나는 압도적인 모습


예전에는 대나무로 되어있었다는 계단들. 걷다보면 아찔 아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1500년이 넘은 아름다운 프레스코 화








Welcome to the jungle

첨엔 원숭이인줄 알았는데 다람쥐 비슷한 거대 설치류.. 귀여운데 자세히 보면 넘 커서 징그러움.. 뭐지? 이 동물은


돌아올때는 구름이 걷혀서 전체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이언 스타우트가 전세계 맥주 덕후들의 호평을 받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달고 알콜향이 강해서 - 덕력이 아직 약한듯 ^^ - 라이언 라거가 입맛에 맞았음. 독일 라거 맥주와 비슷한 맛. 

자전거 빌려서 시기리야 락이 보이는 작은 도로를 달림. 행복하고 자유로웠던 시간 ^^

숙소에서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먹었던 커리앤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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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3.3

원래 계획을 정확하게 세우고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튿날은 스리랑카의 과거 유적지가 있는 아누다라푸나를 가려고 했는데 그러헤 되면 어떻게 해도 바닷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3일밖에 안나온다. 그래도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경험이라는데 4일은 바닷가에서 보내고 싶어서 과감히 아누다라푸나를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로 담불라 석굴이 있는 담불라로 정함 - 그러나 결국 일정중에 하퓨탈레를 추가해서 바닷가에서는 3일을 보냄. 잘 결정한 듯 싶다. 원래는 시기리야에서 2일을 묵으면서 담불라와 시기리야를 가려고 했는데 담불라까지 5시간이 걸려서 그냥 담불라 하루 시기리야 하루 이렇게 보내기로 함.

30분마다 한번씩 있다는 버스를 타면서 우리나라 우등고속 수준까지 기대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짐칸이라도 있는 멀쩡한 버스를 기대했는데 허거걱-_-;; 버스 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다. 짐칸은 없고 - 나중에 보니 차장한테 열어 달래야 열어준다. - 좌석은 2석/3석의 좌석으로 다닥다닥 앉아가는 좁은 버스ㅠㅠ 그래도 처음엔 짐을 옆자리에 두고 괜찮겠지 했는데 곧 버스는 만원이 되고 통로 자리도 모두 꽉찬다. 결국 짐과 사람에 부대끼며 오래 가야 한다니 거기다 승차감은 완전 엉망이고 크랙션은 또 어찌나 자주 울려대는지 정말 차창밖으로 뛰어 내리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ㅠㅠ 그나마 중간에 자리가 조금 비어서 오다 보니 차장이 와서 내리란다. 담불라 정도면 표지판이라도 있고 그럴줄 알았더니 그런것도 아무것도 없다. 여길 누가 정류장인줄 알겠어 휴... 숙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쩌나 싶은데 뚝뚝기사가 오더니 숙소를 소개한다 바가지 쓸거 같아 대꾸를 안하다가 막막해서 얼먀냐고 물어보니 2000루피라고 뭐 그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Takeshi Inn 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로 숙소를 정함. 좀 외진곳에 있기는 한데 시설은 뭐 그리 나쁘지 않다. 방잡고 쉬고 있으니 데려다준 뚝뚝 기사가 500루피에 석굴까지 왕복으로 데려다 주겠단다. 호구 잡히는거 같아서 괜찮다고 하고 필요하면 게스트하우스 주인 통해 연락하겠다고 하고서 보냄. 보내고 나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500루피가 적당하냐 물어봤더니 적당하다던데 나중에 직접 뚝뚝 타니 왕복 200루피면 되더라.. 뚝뚝 기사야 그렇다 쳐도 게스트 하우스 주인은 왜 바가지를 쩝..

근처 식당까지 걸어나와 buriyani로 점심을 먹고 뚝뚝을 타고 담불라 석굴을 보러 감.

한겨레 신문 구본준 기자가 스리랑카 여행 다녀와서 쓴 블로그 글이 여행중에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그 블로그에 따르면 바위를 일일이 쪼아서 만든 인공 석굴은 인간이 가장 만들기 어려운 굴이며 자연과 하나가 된 공간에 부처를 모신 석굴이야 말로 놀라운 불교 문화의 유산이라고 한다. 이 석굴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전해졌으나 우리나라는 석굴을 만들 거대한 암벽이 없고 있더라도 화강암이라 석굴을 파기가 불가능해 인공적으로 만든 석굴이 바로 경주에 있는 석굴암이라고

블로그에 보면 담불라 석굴의 첫 관문인 박물관에 대해 통탄의 글을 썼는데 과연 그 유치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금빛 찬란한 거대한 불상도 그렇고 사자인지 원숭이인지 모를 그 조야한 조형물이란..무슨 숭고한 유적지가 아니라 싸구려 놀이동산에 온듯한 첫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500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석굴을 보러감. 한참을 산을 올라가서 만난 석굴은 아래에서 처음본 조야한 건축물과는 격을 달리한다. 거대한 검은색 바위에 하얗게 조각된 석굴의 입구가 먼저 관광객을 맞아준다. 이 입구는 서양식 스타일인데 입구는 1938년에 세워졌고 석굴 자체는 2000년이 넘은 유산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장식없이 깨끗하게 하얀색으로만 칠해진 입구를 통과하면 곧 석굴에 입장하게 되는데 신비스러운 석굴과 그안의 다양한 불상과 벽화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장엄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동굴을 깍아 만들다보니 만들었을 와상도 아름다웠고 자연스러운 천장의 마감, 다양한 벽화와 수많은 불상들이 동굴이라는 분위기와 어우러져 신성한 느낌을 주는 듯 했다. 석굴을 나와 해가 뉘엿뉘엿 저가는걸 보며 관광을 마침. 제프리바와가 만든 호텔이 근처에 있다는데 10키로쯤 떨어져 있어 가보지는 못했는데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빌려서 갔다왔음 어땠을까 싶다. 어쨌건 담불라는 심심하구만 ㅎㅎ

내려오는데 날씨도 덥고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식당에서 술파는 곳이 왜이리 적을까? 비싼 곳에서만 맥주를 팔고 주류만 파는 주류샵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종교적 이유 때문인가? 주류샵에는 사람들 많던데 아락이라는 로컬 위스키도 많이들 마시고. 혹시 정치적 자유와 음주의 자유와 어떤 관계가 있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지나가던 스리랑카 젊은이한테 물어보니 주류샵 위치를 알려준다. 푸드시티라는 현대식 슈퍼마켓 위층에 있는 주류샵에 갔더니 다양한 술을 판다. 매대에서 자유롭게 골라서 계산하는게 아니라 전당포 처럼 되어 있는 곳에서 술 이야기 하면 가져다 주는식. 마침 여긴 라이언이 없어서 3 coins라는 맥주를 사서 숙소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가 숙소 마당에서 책 보면서 마심.  심심하긴 해도 여유롭고 좋구만

슬슬 배도 고파오고 해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처 로컬 식당을 찾아감. 메뉴판도 없고 해서 뭘 시켜야되나 하고 다른 사람들 먹는걸 보고 있으니 누가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종업원인줄 알고 한국말 할줄 아냐고 물어보고 어떻게 주문하면 되냐 물어보니 그냥 다른 일행과 함께 덜컥 내 옆자리에 앉는다. 뭐지? 하고 궁금해 하는데 한국에서 오랜기간동안 일하고 한국여자와 결혼해서 있다가 스리랑카 돌아온지 1년 반 되었는데 한국 사람 반가워서 같이 밥먹자고 한다 ^^ 그러자고 하니 여기서는 한국 음식 안판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고 요상한 음식을 시켜준다 - 나중에 알고보니 egg hopper-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폴로나루와 오면 자기가 안내해준다고 해서 - 일정에는 없어서 - 생각해본다고 하고 가을에 한국오면 연락하라고 이메일도 알려주고 하면서 식사를 마침. 심지어 계산도 해주고

숙소까지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걸 혹시 몰라서 그냥 산책 겸 걷겠다고 하고 헤어지고서는 숙소로 돌아오는데 뭔가 가슴이 짠하다. 저런 순박한 사람들에게 우리나라가 기회의 땅이 되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도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고 제노포비아들이 넘쳐나고 외국인 노동자라면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 생각하면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로 많은 사람들 - 우리나라건 외국인이건 - 기회의 땅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돌아옴. 숙소 방명록에는 나말고 다른 사람 이름도 있던데 그 사람들은 왜 안돌아올까 궁금해 하며 하루를 마침



아 정말 유치했던 입구. 저 사자인지 원숭이인지가 압권 ㅋ









스리랑카인이 사준 저녁 ^^ 나중에 보니 egg hopper라고 스리랑카의 아주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매운 커리 소스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음


2013.3.2

여행오기 전에 아주 실감나는 개꿈을 꾸었는데 9시 35분 비행기가 너무 빨라서 아 다음거 타야지 하고 쿨하게 비행기를 안타고 회사를 가는 꿈을 꾼적이 있다. (아니 회사는 왜가?) 그래서 마치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하듯 다음 비행기를 타야지 하고 생각하다 꿈에서 헉! 자리 없으면 어쩌지 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찜찜한 기분으로 꿈에서 깨었는데 무슨 그런 어이없는 꿈을 꾸었는지 원...

그런데 정말 비슷한 일이 일어날 뻔 했다. ㅠㅠ 아침 일찍 부모님께 인사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생각해보니 여권을 안가져 온것..-_-;;; 아니 여행 한두번 간것도 아니고 어쩜 그걸 놓고와. 여권 지갑을 동생 빌려주고 못받았는데 그래서 아침에 주머니에 너와야지 하다가 까먹은 듯. 다행히 버스를 타기 전이어서 망정이지 버스 타서 잠이라도 들었으면 어쩔뻔 했어..등골이 서늘했다. 부랴부랴 집에 다녀오니 이미 버스는 떠나고 30분쯤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감.

3월 1일 휴가라 공항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여행자 보험 들고 환전까지 한 후에 입국심사 하고 들어오니 면세점 둘러볼 시간도 없이 바로 비행기에 탑승하여 미지의 스리랑카로 출발. 중간에 방콕에서 8시간 기다려야 해서 잠깐 시내 나가서 태국 음식 먹고 돌아와 스리랑카행 비행기로 갈아탐. 태국까지 오는 비행기는 거의가 한국 사람이었는데 여기에는 자리도 많이 비고 동북아 계열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음..론리 플래닛때문에 여행객들이 바글바글할 줄 알았는데 그정도는 아니구나 ^^;; 기내식 먹고 자리도 비었겠다 누워서 잠시 자고 일어났더니 드디어 스리랑카. 도착시간은 00:01 -_-;;

당연히 대중교통은 없을 시간. 늦은 시간에 택시 타기도 싫고 인터넷으로 호텔이나 픽업 서비스 예약하기도 어려워서 첫날은 그냥 공항에서 보내기로 해서 그냥 로비 의자에 자리잡고 꾸벅꾸벅 잠을 청함. 마침 친절하게도 손받침대가 있는 의자여서 의자를 붙여서 누울수도 없고 앉아서 자다깨다를 반복함. 그런데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처음엔 로비에 몇명 없더니 눈을 뜰때마다 자리에 사람들이 늘어난다. 웬지 스리랑카 여행객이 나뿐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 6시부터 첫차가 다닌다고 하여 6시에 맞추어 공항 밖으로 나오니 헉 공항 밖에는 사람들이 더 많다. 공항에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어딘가에서 가족에게 선물할 선물을 들고 - 그중엔 세탁기도 있던데 -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책에는 버스정류장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거 없단다. 시간이 안되서 없는

건지 아님 없어진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무작정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감.

날은 더워지고 몸은 피곤한데 한참을 뚝뚝 기사들의 호객행위를 무시하고 걸어가니 드디어 원하는 버스를 탔다. 외국인은 나 혼자인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고 있자니 이제야 진짜로 여행을 온 실감이 난다. 공항에서 밤을 지새서 체력이 버틸 수 있을까 했는데 컨디션도 그리 나쁘지 않고. 1시간 반정도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길이 풍경은 뭐랄까 정말 특색없는 저개발의 풍경이다. 농경지와 같은 목가적인 풍경도 아니고 이국적인 풍경도 아닌 그야말로 저개발이라는 느낌. 하긴 그게 스리랑카의 현재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갈수록 사람과 차들도 많아져 스리랑카의 중심에 도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무얼 하면 될까? 시간은 7:30 숙소를 잡아서 일찍 체크인을 해달라고 할까 아니면 기차를 타고 아예 5시간 걸린다는 아누다라푸나를 갈까? 옷 못갈아 입은지 24시간도 넘고 전날은 잠도 못자고 했으니 숙소를 잡기로 결정. 그런데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론리플래닛에 나온 찾기 쉬운 호텔을 찾아감. 첫날이라 좀 무리해서 50$정도를 예산으로 잡았는데 무려 75$를 달라고 한다. 흐미...뭐가 이리 비싸.. 그냥 싼데를 찾아서 갈까 하다가 바로 체크인도 가능하고 담날 아침도 준다고 해서 그냥 무리해서 방을 잡음. 시설도 정말 별로던데 ㅠㅠ 그래도 비싸다고 했더니 알아서 5$는 깎아 주데.  그래도 숙소에서 씻고 옷도 갈아 입고 나니 휴..이제 좀 살만하다. 조금 쉬다가 콜로보의 관광을 시작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해주는 루트를 따라 이동하기로 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아 어쩜 그렇게 뚝뚝 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해대는지. 날도 덥고 힘들다 헉헉..숙소 옆의 Old Dutch Hospital은 예전 네덜란드 식민 시대에 병원으로 사용된 모양인데 단층의 건물이 우아하다 지금은 보석샵등으로 운영되는 모양. 조금 걸었는데도 힘들어서 YMCA 게스트하우스에서 첫번째 식사를 하고 돌아와 - 스리랑카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곳인지 숟가락을 안줘서 당황.. 밥은 못먹고 그래서 도사와 로띠를 커리와 함께 먹음 - 숙소에서 낮잠을 잠. 낮잠을 얼마나 깊고 달콤하게 잤는지 알람 소리 듣고 일어나서 헉! 여기가 어디지 했다는 ㅠㅠ

오후에는 Seemaya 사원과 콜롬보 불교의 핵심인 간달라마 사원을 보러 감. 그냥 뚝뚝을 탔으면 편하게 갔을텐데 걸어가다 길도 중간에 잃고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 아 정말 구글맵이 그리웠다. Seemaya 사원은 트로피칼 모더니즘의 창시자라는 스리랑카 최고의 건축가이자 세계적인 거장인 제프리 바와가 남긴 유일한 사원인데 베이라 호수에 있는 작은 현대식 사찰이다. 스님들이 거주하거나 그런건 아니고 불상을 모신 3개의 작은 정자인데 무슬림 사업가가 무슬림 공동체에서 밉보여서 왕따가 됐고 그래서 홧김에 ^^ 불교 사원을 만들어 달라고 제프리 바와에게 부탁했고 그 결과가 이 아름다운 사원이라고 ㅎㅎ

호수를 배경으로 대칭으로 이루어진 정갈한 모습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사원의 내부였는데 차막 없이 격자로 이루어진 벽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과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게 좋았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사원 내부를 자유롭게 오가는데 어찌나 시원한지 더위에 지친 여행객의 마음까지 식혀 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곳 근처에 있으면 허구한날 와서 쉬었다 가고 그럼 좋겠다 싶다. 그 옆의 간달라마 사원은 생각과는 달리 규모도 작고 불교 사원이라는데 힌두교, 관우상등까지 너무 다양한 것들이 모여 있어 조금 웃겼음 ㅎ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음식점을 찾아갔으나 그사이에 없어졌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길거리에서 몇가지 음식을 사먹고 크게 감흥은 없었던 박물관을 거쳐 근처 공원에서 현지인들이 늦은 오후를 보내는걸 지켜보다 보니 어느덧 첫날 해가 져간다. 인도양의 석양을 보고 싶었는데 구름이 많이 껴서 석양은 못보고 대신 인도양의 석양을 즐기는 수 많은 현지인들과 그 앞의 수많은 노천 음식상들도 보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옴

숙소 옥상에는 조그마한 루프탑 바가 있다. 루프탑 바에서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맥주인 라이언 스타우트를 한잔 마시니 캬~ 정말 맛있다. 음악 들으며 시원한 바람 맞으며 맛난 맥주를 먹으니 여행 오길 잘햇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듬 ^^


스리랑카에서 먹은 첫 식사. 치킨커리는 너무 너무 매웠는데 맛있었음 ^^


지금은 카페와 쥬얼리 샵으로 이용중인 Old dutch hospital. 뒤에 보이는 콜롬보 시티 호텔에서 첫날을 보냄

스리랑카가 불교 국가이긴 하지만 도시 곳곳에 힌두교 사원도 많이 보인다.




이곳이 제프리 바와가 건축한 현대식 사찰 시마야 사원. 부드러운 티크 창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참 좋았다.




간달라마 사원에는 온갖 조형물들이 있었는데 관우는 왜???


스리랑카 국립 박물관

해가 지면 인도양이 보이는 해안가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가득 찬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았음 ^^

스리랑카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가고...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은 탄자니아였다. 드 넓은 세렝게티에서 야생동물들을 보고 돌아와 숙영지에서 석양을 보며 마시는 맥주 맛은 과연 어떨까? (심지어 맥주 이름도 세렝게티 ㅎ)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의 출생지이자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테러리스트들의 본산지 같은데 아름다운 해안이 펼쳐진 잔지바르섬, 조용필의 명곡으로 더 유명한 킬리만자로등등. 그런데 먼 거리도 거리이고 치안도 치안이지만 무엇보다 문제가 되었던건 역시 돈...-_-;; 비행기 값이 160만원 이상인거야 그렇다고 쳐도 탄자니아 국내선 비행기 - 도로사정이 열악하고 치안 문제도 있어 버스는 피하라는 이야기가 많았음 - 의 예약도 어렵지만 가격도 상당하고 세렝게티 사파리도 일인에 600$ 이상인걸 감안하면 1,000$ 이상 든다는 킬리만자로 등정을 빼도 이것만 400만원 가까이 들어 너무 부담스러웠다. 너무 늦지 않게 그정도 금액이야 하면서 다녀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일단은 보류

그다음에 눈을 돌린 곳은 미얀마. 작년인가 론리플래닛과 BBC등에서 추천한 바도 있고 여행기 찾아보니 바간이나 인레 호수 등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CNN travel 에서 미얀마의 인프라 부족에 대한 기사도 작성하고 미얀마 여행카페 찾아보니 정말 요즘에 관광객이 늘어나 숙소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해서 담에 가기로 하고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스리랑카다.

사실 스리랑카로 정한 이유는 다른게 없다. 한가지는 최근 몇년간 스페인, 크로아티아, 일본등 대도시, 선진국등을 다니다 보니 좀 다른 문화를 접해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론리플래닛에서 올해 가볼만한 10개의 나라중의 하나로 추천을 해서 무작정 선택! 물론 10개 국가중 안가본곳이 태반이지만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나미비아 이런데는 가기 좀 어려울 것 같고 그나마 가볼만한 곳이 바로 스리랑카였다.

자. 그럼 내가 스리랑카에 대해 알고 있는게 뭐가 있을까?

음..예전에 안나푸르나 트래킹할때 트래킹 루트가 비슷해서 숙소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어떤 나이 지긋하신 분이 스리랑카가 좋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에 아마 "그런 나라에 가는 사람도 있구나 신기하다" 정도로 생각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인도와 캄보디아등을 가면서 힌두 신화를 대충 겉핥기로 보고 간적이 있는데 그때 아마 악마가 사는 란카 섬이 바로 스리랑카였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는 없네..^^;

그래서 이제 비행기표를 먼저 덜컥 예매하고 공부를 해야지. 일단 우리나라 여행 커뮤니티를 샅샅히 뒤지는데 정말 자료가 별로 없다. 외국의 여행 커뮤니티와 블로그 자료들도 보고 - 그런데 외국 여행객들은 좀 럭셔리하고 여유있게 다녀서 큰 도움은 안됨 - 론리플래닛 스리랑카 편도 사서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여행 전까지 이것저것 일이 많아 차분히 준비도 못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어서 비행기에서 본격적으로 스리랑카 탐구를 시작

론리플래닛에는 그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해주는데 이부분이 그나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컬러로 음식점이나 소개하는 우리나라 가이드북과는 차원이 다른 부분. 론리플래닛에서 처음 접한 스리랑카의 역사는 참 슬프다. 아니 이런 나라가 있었다니. 인도양에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수 많은 나라의 방문을 받았으며 인도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의 침입을 받고 실제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영국의 지배시에는 차 플랜테이션 농업을 위해 영국이 인도의 타밀족을 강제 이주시키면서 민족 갈등의 시한폭탄을 안게 된 나라. 결국 스리랑카는 독립했지만 민족갈등은 다수를 차지하는 싱할족과 타밀족의 수십년간의 내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세계에서 노르웨이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처참한 내전의 과정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 - 노르웨이등이 중재하여 - 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그 와중에 수십만명의 목숨과 국가의 인프라를 앗아간 쓰나미까지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끝은 심지어 전혀 해피엔딩이 아닌데 두 민족의 갈등이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처럼 화해와 용서로 끝난것이 아니라 싱할족의 완벽한 승리로 끝난것. 그 이후로 25년간의 내전은 종식되었지만 억압된 저항이 남아 있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스리랑카로 향함..



스리랑카로 출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둘러본 도지를 비롯한 교토의 이곳 저곳들. 흐렸던 하늘이 한국으로 돌아가려니 구름 한점 없이 푸르게 개었다. 원망스럽기도 하지 ^^; 계획한 곳중에 난젠지는 못가보고 날씨도 조금은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시 좀더 여유를 가지고 와야겠다. 벛꽃이 필때나 단풍이 들었을때라면 더 좋겠지

안녕 교토~













교토근처의 아라시야마로 가는날. 여느날과 다름없이 준비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아라시야마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러 교토역으로 향함. 흠 근데 뭐 빼먹고 온거 같은데...;; 왜 불안하지?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니 그제서야 불현듯 그 원인이 생각난다. 으악 예비 카메라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모아둔 파우치를 빼먹고 왔네 ㅠㅠ 그냥 갈까도 싶었는데 배터리도 얼마 안남고 메모리 카드 남은 용량은 31장. 거기다 결정적으로 아라시야마에서 자전거 빌릴때 필요한 신분증이 없다.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와 파우치를 챙겨 후다닥 나옴. 다행히 정류장에서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잡아타고 다시 아라시야마로 출발.

그런데 처음부터 꼬인 일정은 하루종일 꼬였음. 아라시야마가 교외부근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국도처럼 한적한 길을 갈 줄 알았더니 좁은 골목길에 차가 엄청 막힌다. 결국 생각한 시간보다 한참을 늦게서야 아라시야마에 도착. 날씨는 비는 내리지 않는데 잔뜩 흐리다. 그래도 우산 안써도 되는게 어디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함.

전철역 앞에 있는 자전거 렌트샵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관광을 시작. 자전거를 타고 조금 가니 아라시야마를 대표하는 도겟츠 다리가 보인다. 나무로된 아치형의 교각과 넓은 강 그리고 그위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꽤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었다. 도켓츠교를 지나 텐류지로 향함. 텐류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돌아보니 역시 이곳의 정원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연못과 자갈, 나무와 이끼가 만들어 내는 풍광을 의자에 앉아 한참 보다가 바끙로 나오니 높은 대나무 밭이 펼쳐져 있다. 치쿠린이라고 하는 거리인데 바람부는데로 서걱거리는 소리와 하늘하늘 흩날리는 대잎들이 참 예뻤다. 한 일본인 커플에게 사진 한장 부탁해서 기념 사진 하나 찍는데 참 일본 사람들은 잘 웃는 것 같다. 사진찍어달라는게 뭐가 웃기다고 ㅎㅎ 억양과 과장된 감정표현등이 옆에서 듣고 있으면 뜻은 안통하지만 같이 유쾌해진다.

치쿠린을 지나서 간 노노미야 진자는 참 작고 소박한 신사인데 출산, 연애 뭐 이런걸 잘 들어준다고 한다는데 사람들이 참배하려고 줄을 길게 서 있는게 재미있었다.

이제 배도 고프고 해서 유명하다는 소바집으로 향함. 그때가 1시 45분쯤이었는데 1시간 반정도 기다려야 된다고..-_-;; 맛있는 소바를 꼭 먹고 싶어서 알았다고 하고 대기 신청 후에 한시간 동안 강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함. 중간에 녹차 생크림 롤도 하나 사먹고 전망대 올라가서 강 상류도 보고 캔맥주도 한잔 마시다 보니 예약 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식당에서 기다리니 드디어 내 차례 1층의 창가 자리로 안내해준다. 2층이면 전망이 더 좋았을텐데 좀 아쉽지만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아라시야마의 풍경이 참 좋다. 비싼 음식값엔 눈으로 보는 이 가격도 포함되어 있겠지. 조금 후에 나온 소바는 정말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면과 소스의 맛. 거기다 무슨 쌀뜨물 비슷한데 섞어서 고추가루 뿌려서 비벼먹는 소바도 같이 나왔는데 그것도 정말 맛있었음. 세트로 나온 텐동까지 먹고 나니 값은 비싸지만 먹을만 했다 싶다.

배도 부르고 이제 자전거를 타고 좀더 돌아다니다가 조지쿠지라는 조용한 절과 도겟츠교를 위에서 볼 수 있는 효렌지까지 다녀오니 이제는 교토로 돌아갈 시간. 올때 버스 타는데 너무 질려서 전철을 타기로 함. 버스는 일일 패스를 썼음에도 지하철과 30엔밖에 차이가 안난다. ㅠㅠ 올때도 전철 타고 올걸.. 아 그런데 전철이 좀 이상한 역들을 지나간다. 이상해서 봤더니 가츠라에서 교토가는걸로 갈아타야 하는데 그걸 지나쳐서 오사카의 우메다까지 가는 전철을 타고 있었던것. 이런 젠장..ㅠㅠ 아예 우메다 가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반대편 전철로 갈아타고 겨우겨우 교토로 돌아옴

저녁은 이자까야에서 술과 함께 먹어야 겠다 하는데 역시 찾기가 어렵다. 좁은 가게에서 연기 피워가며 인상쓰며 꼬치 굽는 주인이 있는 그런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냥 피자부터 우동 등등 갖은 안주를 파는 체인점 같은 이자까야에 들어가서 맥주와 사케 야끼도리로 저녁을 대신하고 숙소로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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