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크리스 앤더슨 지음


와이어드 편집장으로 "롱테일", "Freemium"등의 개념을 만들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크리스 앤더슨 (TED의 크리스 앤더슨과는 동명이인)의 신작.
저자는 몇년전부터 3D robotics라는 RC 헬기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글들을 간간히 기고하고는 했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책으로 출간.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최근 수십년간 웹과 S/W와 같은 디지털 상품은 급속한 혁신을 이루었는데 이제 그러한 혁신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디지털 영역과 동일한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 

멘로파크의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이나 하버드대학 기숙사에서 시작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웹사이트로 성장한 페이스북뿐 아니라 수많은 젊은 재능들이 웹과 S/W영역에서 혁신을 이루어 낼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작이 어렵지 않고 실패해도 단순히 조금 부담스러운 신용카드 청구서뿐이라는 것인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수많은 애호가들의 커뮤니티가 바로 그러한 도전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경우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시작한 hp나 아버지의 차고를 빌려서 시작한 애플과 같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러고 보니 생생하고 거친 아마츄어리즘 느낌의 음악을 Garagae revival 이라는 장르로 부르기도 했었는데 미국은 창고에서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구나) 제조업에서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화 되는데에는 다양한 분야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 산업디자인, 기계공학, 전기 공학,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 조형기술등 - 시제품을 만든 이후에는 공급망 관리, 실제 제품을 생산할 물리적 생산설비, 유통등의 대규모의 인적 물적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곧바로 실현되는 일은 매우 어려우며 마르크스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가 잉여 이윤을 착취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제조업도 IT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데 단순히 IT의 지원을 받아 제조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의 성격 자체가 디지털 상품을 만드는 방식과 유사해진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즉, 이제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제작소프트웨어로 디자인을 하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있는 디자인 파일을 다운받아서 3d 프린터나 레이저커터 cnc 등을 이용해 (이것만 해주는 회사로 보내던가 아니면 테크샵과 같은 회원제 제조공간에서 직접 만들던가)외형을 만들고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틈새 고객을 위한 소량 제품을 만들어서 Etsy 와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거나 스스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제조업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이 잘 나가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래도 걱정 없다. 그럴때에는 중국에 널린 제조 전문 공장에 표준화된 디지털 파일을 보내서 제조를 부탁하면 된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시제품을 만들 돈도 부족한가? 그래도 걱정 없다 그럴때에는 kikstarter, indiegogo와 같은 클라우드 펀딩을 이용해서 펀딩을 받은 후 제품을 만들어서 투자한 사람들에게 제품으로 돌려주면 된다.

그럼 이러한 인디 제조업, 제조 스타트업의 메이커들이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런 것처럼 기존 산업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여전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BMW가 최고급 차량을 만들고, 애플이 하이엔드 컴퓨터와 핸드폰을 만들 것이고, P&G는 가정용품을 전세계에 엄청나게 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예전에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데 바로 롱테일. 세상에는 자신만을 위한 소량의 제품만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영역은 기존 제조업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며 이런데서 메이커들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서 이러한 메이커스 트렌드가 거의 무너지다 시피한 미국 제조업의 희망이 될수 있으며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 전반적으로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넘쳐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몇가지 의문이 책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첫번째는 가내 수공업에 대한 낭만주의적 접근인데 영국 산업혁명 시기 공장은 그야말로 비위생과 아동노동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 책에서는 현재 독립 제조업의 전통을 영국 산업혁명기의 가내수공업으로 거슬러 가다보니 그당시 노동자들의 수입이 농민보다 좋았고 평균수명이 높아졌으며 잉여시간의 탄생으로 사회적 혁신이 가속되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면모만 이야기 하고 있는게 너무 나이브한 접근이 아닌가 싶었다. 두번째가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바로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너무 과도한 과대평가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전문가 수준의 아마츄어들이 자신이 참여했다는 만족과 인정이라는 보상만 가지고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붓고 제조업체는 이러한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인데, 정말 가능할까?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바로 그런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기술 개발을 한다는데 과연 그게 어느정도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롱테일에 대한 비판인데 이책에서도 사례로 드는 Etsy의 수공예품 판매자들은 돈을 벌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롱테일의 꼬리에 있는 생산자들이 과연 얼마나 취미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이야 애플의 WWDC나 구글 I/O와 같은 테크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여는 기술 컨퍼런스가 더 큰 주목을 받지만 몇년전만해도 가전/하이테크 제품의 가장 큰 전시장이었던 CES가 올해에는 제조업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해서 화제였는데 이러한 최근 트렌드와 향후의 제조업 방향을 읽는데에는 새로운 주장도 아니고 몇가지 단점도 있지만  도움이 되는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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