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8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을 넘어 달리던 버스는 아직 어둑할 무렵 정차를 한다. 벌써 왔나 싶어 시계를 보니 고작 새벽 2시
아..이거 큰일이다 아침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뜨끔했는데 다행히 목적지가 아니라 휴게소
내리는것도 귀찮고 그냥 자려고 했더니 기사 아저씨가 전부 빨리 내리라는 재촉에 잠깐 밖에서 쉬다 들어옴
창에서 계속 삐걱 거리는 소리를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자다깨다- 왜 꼭 이럴때 평소 안오던 전화나 문자는 오는건지..-_-;;-
아침 6시 30분에 마드리드에 도착

숙소를 예약해두긴 했는데 시간이 일러서 체크인이 안될거 같기도 하고 마드리드 시내는 별로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마드리드 근교의 세고비아를 보러 가기로 함. 버스 정류장에서 세고비아행 버스를 끊고 8시 30분 버스를 타고 세고비아로 이동. 피곤했는지 세고비아로 가는 버스에서 계속 자다가 도착.

세고비아는 로마시대의 수포교와 월트디즈니 로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예쁜 알카자로 유명한 곳.
오전에 둘러보고 오후에 마드리드로 가기 위해 코인라커에 짐을 넣어두고 터미널을 나오니 하늘은 화창한데 바람이 무척이나 매섭다. 따듯한 남쪽에 있다 올라오니 적응이 안되는 모양 ^^

멀리 보이는 대성당을 따라 무작정 올라가다보니 세고비아 대성당과 마요르 광장이 나온다.
사진 몇장 찍고서 알카자로 향함. 페냐성을 먼저 봐서인지 그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페냐성보다 훨씬 동화스럽고 디즈니 만화에 나올법한 멋진 성이 나타난다. 사각의 망루와 뾰족뾰족한 원뿔형이 첨탑들이 참 귀엽다.
6유로를 내고 들어간 성의 내부는 참 볼게 없더만.. 단지 성에서 바라본 세고비아의 전경이 온통 흙빛이어서 그건 인상깊었다.
풍경을 잘 보려면 가까이 가는게 아니라 점점 더 멀어질수록 좋은 풍경이 보이는법

다음 목적지는 로마시대에 건설한 수포교, 첨엔 뭔지 몰랐는데 가이드북하고 사전을 뒤져보니 예전에 물이 흐르던 수로였다고
거대한 아치형이 건축물이 만드는 풍경도 세고비아라는 도시에 고풍스러움을 더하는 듯 싶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세고비아에서 제일 유명한 새끼돼지를 바베큐한 Concillia asado를 먹으러 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먹어봐야지 했는데 거의 대부분 20유로가 넘는다...-_-;; 그동안 웬만해서는 10유로 안에서 점심이고 저녁이고 해결했는데.. 고민하다가 여행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해서 사치를 좀 부려보자 해서 무려 1890년부터 장사를 해왔다는 식당을 찾아감. 전에 태국에서  Suckling Pig라고 한번 비슷한 요리를 먹어봐서 맛은 비슷하겠지 했는데 서빙되어 나온 요리는 생각하고 많이 틀리다. 새끼 돼지 뒷다리를 통채로 구운 모양인데 바삭한 껍질 아래 지방과 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맛있게 먹고 알카자 성의 반대편을 못보고 가는게 서운해서 세고비아 성곽의 외곽을 한참 걸어 알카자 성의 반대까지 걸어가니 성 앞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성의 모습이 나타난다. 절벽위에 위치한 높은 첨탑들이 동화속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이제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올 시간 버스를 타니 따듯한 햇살아래 또 슬며시 잠이옴. 책을 펼쳐놓고 자다가 깨니 어느덧 마드리드. 메트로를 타고 숙소가 있는 SOL 광장으로 오니 참 만감이 교차한다. 16일전에 공항에서 내려 SOL광장에 도착했을때의 설레임과 두려움들 그리고 신기함들이 여행의 마지막이 되어 다시 보니 처음과는 많이 틀리다.
그새 카메라도 없어지고.ㅠㅠ 여행자의 피로함과 여행중 겪었던 마음고생들도 문득 떠오르고 그래도 이제 여행의 마지막날 마드리드 곳곳을 보기보다 마드리드에서 마음에 들어했었던 박물관을 보러가기로 하고 티센 박물관으로 향함. 티센 박물관은 스페인의 거부였던 티센 부부가 개인 소유의 미술 작품을 전시한 곳인데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다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되었다. 작품은 시대별로 중세시대의 성화부터 바로크, 고전 미술을 거쳐 고딕과 인상파, 그리고 현대미술을 망라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이 많은 반면 작가별로는 많은 작품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화집에서나 보던 작품들을 실제로 보는건 참 좋았다.
특히 렘브란트와 고흐의 작품도 인상적이었고 인상파 화가들 - 르느와르, 모네, 드가, 피사로등등 - 의 아름다운 작품들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보는 순간 마음이 좀 짠했다.
행복한 꿈을 그린듯한 샤갈의 그림과 그 반대의 악몽을 그린듯한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한참 보다 보니 폐관 시간

티센을 나와서는 지난번에 들렸던 레이나 소피아를 한번 더 보러 감
지난번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좀 급하게 다녔는데 이번엔 두번째라 좀 여유를 가지고 보니 지난 번에 봤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레이나 소피아의 관람까지 마치니 이제 정말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카메라 도둑맞은건 속상하지만 그래도 여행이 끝나가는건 너무나 아쉽다.

하지만 언젠가 끝나기 때문에 여행이 특별한 거겠지
스페인 여행중 너무나 사랑했던 타파스바에서 맛있는 생맥주와 함께 저녁을 먹다보니 왁자지껄했던 스페인의 바들이 많이 그리울것 같다.



미니어처 스타일로 편집 한번 ㅎㅎ











음식점마다 걸려 있는 하몽...맥주와 같이 먹으면 거의 죽음..ㅠㅠ


떠나는 날 아침 마드리드 솔 광장의 모습...안녕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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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리스본의 마지막날 더불어 여행도 이제 거의 막바지

오늘은 리스본에서 그동안 안가본 벨렝지구를 둘러보고 저녁버스로 마드리드로 이동하기로 함
조금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마드리드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러 갔는데 좀 늦은 시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출발시간이 저녁 9시 반. 그게 마지막 차라 어쩔수 없이 그 표로 예매하고 리스본의 벨렝지구로 향함
언덕들이 많았던 리스본 시내와 달리 벨렝 지역은 탁트인 평지에 공원도 많아 보인다.

처음 보러간곳은 진귀한 마차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마차 박물관
4유로를 내고 들어간 박물관은 규모는 작은데 예쁘고 화려한 마차들이 눈길을 잡는다.
무척이나 크고 화려해서 그당시 부와 명예를 과시했음직한 대형 마차부터 신데렐라가 무도회장에 타고 갔을법한 팬시한 마차까지 여러 마차들을 보고 나서 제로니모 성당으로 감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정갈한 흰 수도원 건물을 보니 무척이나 아름답다.
스페인에서 봤던 거대한 규모의 성당을 볼때와는 조금 다른 정돈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특히 파란하늘이 인상적 ^^
성당에 입장료가 있는줄 알고 6유로나 내고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성당은 무료이고 6유로는 회랑과 성당의 2층으로 가는 길만 돈을 받는거였는데 그냥 성당 내부만 보고 왔어도 됐을텐데 싶다.

제로니모 성당 옆에는 포르투갈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나타 제과점이 있는데 점심겸 커피와 나타 크로켓을 먹었는데 과연 그동안 먹은 나타들도 맛있었지만 그것들과도 비교가 안되는 훌륭한 맛! 앉은 자리에서 나타만 3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음..서울가면 많이 생각날거 같다 ^^ 다른 빵이랑 과자들도 맛있어 보이는데 이름도 모르고 배도 부르고 해서 좀 아쉬웠음. 점심을 먹고서는 벨렝지역을 흐르는 테오 강을 따라 한동안 걸어감. 평일 오후인데도 공원에는 소풍은 나왔는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도시락도 먹고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발견기념탑과 벨렝의 탑도 보고 강변을 바라보며 캔맥주도 한잔 마시고 숙소의 다른 여행객이 알려준 Oriente역을 보러 감. Oriente 지역은 대서양 엑스포인가를 위해서 조성된 곳이라던데 리스본 중심의 낡고 오래된 느낌과는 달리 확연히 다른 현대식 건물들과 초대형 쇼핑몰, 깨끗한 공원등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수족관도 가보고 싶고 공원도 더 둘러보고 싶긴 했는데 수족관은 너무 비싸고 강바람이 너무 거세서 숙소로 돌아옴. 날씨 때문인지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한 거리를 날아갈듯한 바람을 맞으며 걷자니 문득 외로운 생각이 든다. 내 다시는 혼자서는 여행 안가리라 다짐하며 숙소가 있는 호시우 광장으로 돌아옴

체크아웃후 나가려고 하니 마침 세비야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온 여행객 부부가 와있으시다. 그동안 아침에 인사하고 각자 여행하느라 많은 이야기는 못했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맥주 한캔씩 나누어 먹으며 여행이야기 나누며 헤어짐
젊은 부부가 같이 여행다니는걸 보니 정말 부럽더라..^^;;














아 저 많은 맥주들...심지어 값도 울나라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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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8인실 숙소에 묵었는데 밤늦도록 나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다들 새벽까지 놀다 오나보다 했는데 새벽에 깨보니 투숙객이 나밖에 없다 ㅎㅎ 8인 도미토리를 싱글룸처럼 쓰는 사치를 누리다니

오늘은 리스본 외곽의 신트라 지역을 보기로 해서 아침을 챙겨먹고 기차역으로 향함
신트라 1day 티켓을 끊고 리스본 역에서 40분정도를 가니 신트라역이 나온다.
이곳은 신트라 지역과 대서양(!)이 멀리 보이는 모르스 성터와 페냐성이 유명하고 한참 더 가면 유럽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호까곶이 유명하다고 해서 하루에 다 둘러보기로 함

신트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르스 성터를 지나 포르투갈의 국보이자 세계 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된 페냐성을 보러감
페냐성은 15세기에 작은 수도원으로 지어진 후 증축을 거듭하다가 19세기 왕족의 여름 별장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궁전처럼 아기자기한 외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처음엔 성의 외벽이 너무 낡고 곰팡이도 슬어서 쫌 을씨년스럽기도 했는데 맑은 하늘아래 다시 보니 작고 귀여운 모습이 맘에 들었다.
성의 내부는 사진을 못찍게 되어 있는데 예전에 사용하던 가구와 인테리어가 잘 보존되어 있다. 가구나 이런건 잘 모르는 눈으로 봐도 앤티크한게 무척 멋지고 여기 살았던 사람들은 참 포근했겠다 싶다

두군데를 보고 나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신트라역 앞의 카페에서 달콤한 포르투갈 과자와 커피로 요기와 휴식을 하고 유럽의 서쪽끝이라는 호까곶 (Cabo da roca)을 보러 감
버스로 다시 40분을 이동하여 도착한 호까곶은 유럽의 서쪽 끝이라고 대단한 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기념탑 하나와 등대, 관광안내소, 그리고 작은 레스토링이 푸르른 초지와 대서양과 눈이 시린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서양!!

태어나서 처음 대서양을 보니 무척이나 감동스럽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 옛날 모험의 시대 대서양 건너편에 있을 부와 명예를 찾아 떠났을 탐험가들 생각도 나고 아시아에서도 제일 동쪽 끝에서 평생을 살다가 대륙의 반대편으로 날아와 유럽의 서쪽 끝에 서있다고 생각하니 참 멀리도 왔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설렌다.

예전 홍세화씨가 프랑스 망명중에 고국으로 돌아갈땐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비행기로 돌아오셨지만 ^^- 언젠가 나도 한반도를 넘어 실크로드를 거쳐 티벳과 네팔 인도를 넘어 중동과 동유럽 아프리카를 육로를 따라 이동해서 다시 이곳에 오면 좋겠구나, 누군가는 지금 그런 여행을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 보니 체게바라가 혁명가가 되기 전에 유망한 의대생 신분으로 사촌형과 둘이 고물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일년간 남미 전역을 여행한 이야기를 영화로 담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생각도 문득 난다. 젊은 치기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지만 남미의 수려한 풍광과 거기에 남아 있는 식민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억압과 착취 그리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누군들 성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과 떠나온 후의 삶은 같을 수는 없겠지 나는 지난번의 여행들을 통해 조금은 성장했을까?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준비해간 캔맥주 한잔 마시고 대서양 변의 까스까이 해변으로 감
웬지 이름만 들어서는 캐리비안 유역의 끝없는 백사장이 펼쳐진 멋진 해안가가 나올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조그마한 항구와 크지 않은 백사장이 포르투갈의 전형적인 낡은 도시 안에 펼쳐져 있다.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백사장에 앉아 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있다 숙소로 돌아옴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바라보는 포르투갈의 석양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해가 완연히 지고 가로등도 드문 좁고 구불구불한 포르투갈의 시골길을 지나며 '국경을 넘어'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쓸쓸해진다.
리스본에 도착하니 9시가 거의 다 된시간. 저녁을 못먹어서 맛있는걸 먹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타파스바가 즐비한 스페인과 달리 음식점들이 거의 문닫고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포르투갈은 스페인하고는 많이 틀리구나..영업중인 음식점을 찾아 생선과 새우를 넣고 끓인 죽같은 걸 맥주와 곁들어 먹고 숙소로 들어옴..

혹시 오늘도 나혼자 쓰나 했는데 오늘은 낮에 체크인을 한 모양

그런데 옷걸이에 웬 도복이..;;










더이상 걸어서 서쪽으로 갈 수 없음 ㅎㅎ









이름만은 멕시코의 캐리비안해를 연상시켰던 까스까이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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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스페인과 포르투갈. 한때는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점령한 역사도 있었지만 그래도 언어도 다르고 엄연히 다른 국가이거늘 국경을 넘는데 깨우는 사람 하나 없다. 마침 여행중에 읽고 있는 책도 '국경을 넘어'인데...
하여간 육로로 국경을 넘는게 처음이었는데 마치 서울에서 부산 가는것처럼 아무일 없이 리스본에 도착

8시쯤 도착할줄 알았는데 6시도 안된 시간에 도착해서 지하철도 아직 안다닌다.
추위에 떨며 지하철 첫차가 다니는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첫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
리스본의 숙소는 호스텔 월드가 뽑은 세계 3대 호스텔중 하나라는데 (Lisbon Living Hostel) 진짜 안에 시설이 너무 훌륭하다~

아침 일찍이라 체크인은 안되고 짐을 맡기고 숙소에서 주는 아침도 먹고 씻고서 리스본 관광을 나섬
스페인이야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하고 론리플래닛에 나와있는 지도 보고 잘 찾아다녔는데 리스본은 숙소에서 준 알아보기 힘든 이상한 지도 하나와 인터넷에서 뽑은 문서 하나 달랑 가지고 리스본 시내를 헤매고 다님
리스본에서 구경거리는 바이샤/알파라/리베르다드 거리와 리스본 외곽 그리고 벨렝거리 이렇게가 유명하다고 해서 각각 하루씩 보기로 하고 첫날은 숙소 근처의 시가지를 돌아다님

바이샤 거리를 걸으며 전망대 엘리베이터도 올라가 보고, 포르투갈의 명문이라는 케이블카 (라고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공중에 매달려 가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언덕에 난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도 타고 올라가보고 엄청나게 넓었던 에드워드 7세 공원도 산책하다 보니 배가 고파온다. 포르투갈은 스페인보다 물가가 싸서 덜컥 아무대나 가서 스테이크와 맥주 한잔을 시켰는데 서비스인줄 알았던 빵값도 받고 맥주도 스페인보다 비싸서 살짝 마음이 상함..
그래도 음식은 푸짐하니 맛있긴 했다만..

오후에는 리스본의 특색을 가장 잘 볼수 있다는 알파바 지구로 이동. 리스본은 오래된 트램들이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수시로 다니는데 오래된 건물들과 트램이 어우러져 만드는 풍경은 무척이나 고풍스럽다. 리스본 대성당과 테호강이 잘보이는 프라다 델 솔광장을 지나 그라시아 전망대까지 올라감. 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라고 하는데 정말 곳곳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리스본의 풍경이 정겹다. 사람이나 풍경이나 스페인과 비슷하긴 하지만 대도시가 아닌 조금은 낡은 도시가 주는 고풍스럽고 여유롭고 그러면서 조금은 쓸쓸한 느낌

특히 호르헤 성에서 보는 리스본의 풍경은 특히나 아름다왔다. 성에서 보면 일몰이 참으로 멋있게 보이는데 담아낼 카메라가 없어 몹시나 안타까왔다. 마트에서 사간 캔맥주 마시며 일몰을 카메라 대신 눈에 담아두고 돌아옴
포르투갈의 명물중의 하나인 나타 (바삭한 페스트리 안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타드가 들어 있는데 정말 맛있음!!)와 커피를 한잔하고 그라시아 광장에서 리스본의 야경을 구경하다 돌아옴



낙서라고 하기엔 너무 예술적 ^^




리스본의 상징 트램



전선에 뭐가 걸렸는지 내려서 고치는 기사 아저씨








정말 맛있었던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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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4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야간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이동시간과 숙박을 한꺼번에 해결하면 몸은 좀 피곤해도 시간과 돈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는 방법
기차건 버스건 늦은 밤에 정류장에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뭐랄까 길을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자유랄까..그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스페인을 떠나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면서 글을 남김

현지인이고 여행자건 사람들이 아예 별로 없다. 며칠새에 익숙해진 도시를 떠나는 다시 못올지도 모른다는 조금의 아쉬움과 새로운 도시를 만날 기대  그리고 터미널의 황량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정리함

오늘은 하루종일 세비야를 돌아 다녔다. 론리플래닛에 나온 세비야 워킹 코스를 둘러보기로 하고 일찍 체크아웃후 숙소를 나섬. 다행히 어제 쏟아지던 비는 햇빛이 쨍쨍하진 않지만 비는 오지 않고 조금 흐리기만 하다.
처음 발길을 옮긴 곳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라는 세비야 대성당. 어제 오후에 둘러보기는 했지만 맑은 날씨에서 바라보는 대성당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대성당 안에서는 실제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관광객은 오전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오후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대성당 앞의 알카자를 보러감

이슬람 스페인과 카톨릭 스페인은 수세기 동안 이베리아 반도를 두고 치열하게 싸웠을테지만 지금은 중세 카톨릭을 대표하는 대성당과 이슬람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알카자가 바로 길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게 참 인상적이다. 다른 문명들이 혼재하고 공존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비야의 알카자는 그동안 안달루시아에서 보던 이슬람 건축물들과 비슷하긴 했지만 중정은 특히나 아름답다.
알카자 뒤에는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새소리 들으면서 공작들과 오리들이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무척이나 좋았다.

맘같아선 도시락이라도 싸와서 공원에서 먹으며 산책을 더하고 싶었지만 세비야의 남은 일정은 오늘 하루뿐..
알카자를 나와 세비야의 골목 골목을 헤메고 다니다 성당에 들어가 신자들이 미사드리는 평화로운 모습도 잠시 보다 나오고 세비야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가를 따라 내려옴.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열심히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지켜 보는것도 유쾌하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말라가, 론다, 세비야 -특히 세비야 강변-에서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무지 많은데 그런 사람 볼때마다 나도 함께 달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 불끈 ^^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스페인은 달리기 좋은 코스도 많고 사회적 환경 (업무 시간등)도 잘되어 있는거 같아 부럽다.

한참을 강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하다가 에스파냐 광장과 오페라 카르멘의 무대였다는 담배공장 (볼건 없음)을 지나 오전에 미사때문에 출입을 못한 세비야 대성당을 보러감
외부의 거대한 위용에 비해 내부는 비교적 단초롭다. 히랄다라고 불리는 성당의 첨탑에 올라가니 세비야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전경을 보고 세비야의 하루 관광을 마침

낮에 세비야 강가를 걷던게 좋아서 야경을 볼겸 캔맥주 하나 들고 강변에서 야경을 바라보자니 앞으로 세상에서 못가볼 곳은 없겠구나 또는 누군가 어디로 데려다 달라면 웬만해서는 못데려다 줄곳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

스페인에서 사랑하던 타파스바에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맥주한잔하고 야간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2010.01.23

론다는 작은 도시여서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어 오전에 하이킹을 하고 오후에 안달루시아 최대의 도시 세비야로 떠나는 일정. 협곡사이를 잇는 거대한 누에보 다리가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가는 하이킹 코스가 있다고 해서 마트에서 먹을것과 맥주를 사가지고 길을 나섬

날이 터올 무렵 새소리를 들으며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누에보 다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탁트인 넓은 구릉지가 펼쳐진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전망좋은 자리를 혼자 독차지하고 앉아 전망을 보니 참 눈이 호사한다 싶다.
누군가하고 같이 봤음 더 좋았을 멋진 풍경

그런데 조금 앉아있다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처럼 보슬비 정도일줄 알았더니 점차 빗줄기가 거세져 숙소에서 우산을 가져와서 숙소앞 카페에서 진한 커피한잔 마시며 비구경 하다가 론다의 빗속을 걸어다님. 비가 좀 잦아들면 좋으련만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더니 심지어 천둥 번개까지..ㅠㅠ
바지도 이미 젖고 해서 아쉬움을 남기고 숙소에서 짐을 찾아와 세비야로 떠나는 버스가 출발하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구름사이로 푸른 하늘과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그냥가기가 아쉬워 남은 버스 시간까지 배낭을 메고 아침에 봤던 하이킹 코스를 후다닥 돌기로 함.
햇살이 비치고 푸른 하늘이 보이는 풍경은 같은 장소이지만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한시간 가량을 힘든지도 모르고 돌아다니자니 귀한 햇살은 다시 구름 속으로 모슴을 감추기 시작한다.
어차피 버스 시간도 됬고 해서 짧은 시간이나마 햇살 아래의 론다를 봤으니 그걸로 만족하고 세비야행 버스에 올라탐
2시간 정도 차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가자니 안달루시아 최대의 도시인 세비야에 도착. 여기서도 여전히 비가 많이 온다...흐흑 이번 여행은 정말 날씨가 안좋구나..ㅠㅠ

숙소에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숙소 주변을 둘러 보기로 하고 비에젖은 세비야 시내를 걷다보니 어디선가 웅장한 브라스 밴드의 연주소리가 들리낟. 저게 뭔가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니 무슨 퍼레이드 같은게 진행중
(나중에 숙소에서 물어보니 세비야의 유명한 페스티벌의 예행 연습이었다고 ) 앞에는 신부님들 같은 분들이 성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이끌고 성모 마리아 상과 수십명의 연주단이 장엄한 음악을 연주하며 그 뒤를 따르는데 뭔지도 모르고 음악이 좋아 한참을 뒤따라 가다 돌아옴.

론리 플래닛에 나온 분위기 좋은 타파스바에서 맥주 두어잔과 타파스로 저녁을 먹고 스페인을 대표하는 춤인 플라멩고를 보러 감. 좁은 골목을 헤메다 론리에서 추천한 플라멩고 공연장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입장해 있다.
기타리스트, 싱어, 남 녀 댄서 이렇게 4명이서 구성된 공연단은 싱어의 솔로, 남자 댄스, 기타 솔로, 여성댄서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생각했던 열정적인 라틴 음악이 아니라 조금은 애조 넘치는 선율에 춤사위는 너무나 역동적이어서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특히 그 강력한 눈빛과 파워풀한 몸짓이라니.
 
플라 멩고 공연까지 보고나니 10시가 넘은 시간. 숙소로 돌아와 보는 사람 없는 트위터에 글 몇자 남기고 ^^
책 좀 읽다 자러감..여행의 밤은 또 이렇게 저물어 가고...


론다를 대표하는 누에보 다리. 스페인 내전때에는 반대파를 여기서 밀어 떨어뜨려서 죽였다는 가슴 아픈 역사가 있음




갑자기 짧게 모습을 드러낸 햇살..



열정적이었던 플라멩고

2010.01.22

어느덧 여행 9일째 어느새 여행도 반이 넘어섰다.
이제 론다와 세비야를 거쳐 포르투갈에서 3일 마드리드에서 1일이면 스페인 여행도 끝
그러고 보면 그런 안좋은 일을 당하고도 금방 회복해서 집에 가고 싶지 않은걸 보면 여행이 체질은 체질인 모양 ^^

오늘은 말라가 관광을 하고 협곡이 멋지다는 론다로 이동하는 날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어서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섬
말라가는 그리 큰 도시는 아니어서 주요 관광지는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처음 간 곳은 말라가의 전경이 다 보인다는 히브랄파로 성. 버스를 타고 가라고 론리플래닛에 나와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시간을 보니 제길 11시가 첫버스이다. 그때가 9시였는데 -_-;;

그냥 등산하는 셈치고 걸어가기로 하고 중간 중간 쉬면서 20분정도 걸어가다 보니 히브랄파로 성이 나온다.
성 자체는 그닥 볼건 없었지만 과연 망루에 올라가니 말라가의 해변과 항구 그리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성당과 투우장 그리고 멀리 오늘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가 라트비아와 평가전을 한다는 축구 경기장도 보이고 맑은 하늘 아래 탁트인 전망을 바라보다 슬슬 내려와 알카자바로 이동

그라나다의 알함브라를 축소해 놓은거 같다고 한다는데 과연 그 모양이나 건물 형태등이 많이 비슷하다.
알함브라의 멋진 중정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용히 새소리 들으며 산책하는 기분으로 알카자바를 걷는건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알카자바를 나와서 말라가 대성당으로 갔는데 말라가의 대성당은 건설중에 돈이 없어서 건축이 중단되어 원래 있어야할 탑도 한개밖에 없고 돔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돔도 없다고 한다. ^^ 지금이라도 완공을 하면 안될까 싶기도 한데 ㅎ (아마 우리나라였으면 원래 모습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이어서 짓지 않았을까?) 그래도 지금까지 건설된 부분만으로도 아름답긴 했다.

피카소 생가 앞의 피카소 동상 옆에서 사진 하나 찍고 말라가의 해변을 보러 감
한참을 걸어 도착한 말라가의 해변은 햇살이 너무나 좋아서 많은 스패니쉬들이 이미 야자수 밑에서 또는 백사장 아래에서 일광욕도 즐기고 용감한 사람들은 해수욕도 즐기고 있었다.
야자나무 아래 잔디밭에서 자리를 펴고 아예 잠을 자는 사람들 윗옷을 벗고 (남자 ^^;) 일광욕을 하는 사람,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고, 혼자서 책을 읽는 사람, 다정히 기대어 뭔가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법한 연인들, 그리고 모래사장을 열심히 달리는 마라토너들.. 너무 자유스러운 말라가 해변의 풍경에 나도 끼어서 잔디밭에 앉아 캔맥주 마시며 여행기 정리하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자유로워지는 느낌 ^^

이제 다시 다음 도시로 향할 시간. 터미널에서 론다행 버스표를 사서 버스를 타니 네르하로 갈때와는 다른게 젊은 승객들이 많다. 주말을 맞아 놀러라도 가는걸까..
론다로 가는 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야트막한 구릉과 풍력발전기, 올리브 나무와 오렌지 나무가 있는 풍경은 흔한 말로 한폭의 그림 ^^

론다에 도착해보니 작고 외진 도시라 그런지 도시에 활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적하고 조금은 황량한 느낌
론다에서는 숙소 예약을 안해서 조금 돌아다니다가 15유로에 싱글룸을 잡고 누에보 다리를 보러감
론다는 100미터가 넘는 협곡위에 자리 잡은 도시인데 협곡사이를 잇는 누에보 다리가 관광의 핵심
론다를 소개하는 사진에서 많이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좀 아찔하기도 하다. 야경이 보고 싶었는데 의외로 조명도 따로 하지 않아 내일 오전에 협곡 아래로 내려가서 보기로 하고 아침에 먹을걸 좀 산후에 타파스바에서 저녁을 먹으러 감. 다른 도시의 바보다 더 작고 심지어 의자도 없는 곳이었는데 꼬치 하나와 (닭인줄 알았는데 돼지였음) 미트볼 같은걸 시켜서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계산할때 보니 고작 4.75유로 켁..뭐가 이리 싸..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특히 귀여운 꼬마 아이들이 축구도 하고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걸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

밤거리를 좀 걸을까 하다가 볼게 별로 없을것 같아 일찍 숙소로 돌아와 "국경을 넘어"를 마저 읽다가 잠이 듬














2010.01.21

아침에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를 거쳐 말라가로 이동하기로 하고 일찍 짐을 꾸려 버스터미널로 이동
어제와는 다르게 날이 맑지 않아 출발부터 걱정이 앞선다.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는 지중해라 날이 맑아야 할텐데.. 이런 걱정을 하며 네르하로 이동하다 보니 날이 점차 맑아져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제 날씨가 좀 도와주는구나 생각하며 네르하에 도착.

네르하로 이동하면서 느낀 점은 '참 나이 드신 분들 많구나'
버스가 반정도 차서 네르하로 이동했는데 나 말고는 전부 나이드신 분들 ^^;
네르하는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곳이 유명한데 거기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풍경이 멋지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해 아예 반팔로 갈아입고 정류장 옆의 타파스바에서 맥주한잔 마시고 유럽의 발코니로 향함
탁트인 전망대에서 쏟아지는 지중해의 햇살을 받으며 바라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지중해를 둘러보고 스페인에서 가장 예쁜 마을로 뽑혔다는 프리힐리아나로 이동
네르하에서 버스를 타고 20분쯤 가니 어느 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프리힐리아나
파란 하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하얀 건물들이 너무 예쁘다.

미니멀리즘 예술 작품과도 같은 건물들 사이로 난 골목길을 헤메고 다니기만 해도 절로 행복한 느낌
골목을 헤치고 올라가다 맞딱드린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프리힐리아나의 전경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벤치에 짐을 내려두고 (네르하 버스 정류장은 터미널이 아니라 그냥 길가의 정류소라 코인 라커가 없어서 짐을 들고 다닐 수 밖에 없었음..ㅠㅠ) 쉬면서 새소리와 주민들이 두런두런 대화 나누는 소리 들으며 캔맥주 한잔 마시니 무척이나 평화롭다. 잠깐 스쳐가도 마음의 치유가 되는데 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싶다.

프리힐리아나를 나와 다시 네르하로 돌아와 유럽의 발코니에서 석양을 보러감
너무 일찍 왔는지 해가 지려면 시간이 걸릴것 같아 지중해가 보이는 난간에 기대어 앉아 음악 들으면서 캔맥주 (또! ^^) 마시며 여행중에 읽던 코맥맥카시의 '국경을 넘어'를 꺼내 읽자니 맥주 기운도 좀 올라오고 코맥 맥카시 특유의 무겁고 진중한 문체에 실린 소년과 늑대의 외롭고도 힘든 여행 이야기에 너무 가슴이 먹먹해져 주책없이 콧등이 시큰하다.

마음 같아서는 일몰까지 보고 가고 싶은데 (아마 카메라가 있었으면 그랫을까?) 숙소를 말라가로 정해서 버스를 타고 말라가로 이동
말라가는 안달루시아 제2의 도시로 예전 그라나다의 항구 도시이자 피카소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터키에서 만났던 친절한 스페인 여행객이 말라가 출신이라고 해서 말라가 하면 그분이 생각나기도 한다.

말라가에 도착해 피카소 백패커 호스텔에 체크인하니 다른 한국여행자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같이 함께 저녁과 타파스바에서 맥주한잔 하면서 여행이야기 즐겁게 나누다가 숙소로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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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기차도 그러고 보니 인도와 이집트에서 타보고 이번이 3번째
우여곡절 많았던 바르셀로나를 떠나 침대 기차를 타고 안달루시아의 관문인 그라나다로 향함
4인용 침실칸이었는데 이집트에서 탔던 2인용 침실칸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따듯하고 편하게 그라나다에 도착
무엇보다 날씨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새벽에 잠이 깨서 차창밖을 보니 구름이 조금 보이긴 하지만 다행히 비는 올것 같지 않다.

연착 없이 거의 정시에 그라나다에 도착하니 해가 떠오기 시작하고 날씨도 화창하게 개기 시작한다.
어휴 이게 얼마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냐..

예약한 숙소로 찾아가 숙소앞의 카페에서 커피와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일찍 체크인
18유로짜리 싱글룸이었는데 나름 깔끔하고 괜찮다.
씻고 옷도 갈아입고 숙소를 나와 그라나다 거리를 걸으니 바르셀로나의 번잡함도 없고 푸른 하늘도 보니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그라나다 관광의 핵심인 알함브라 궁전은 오전과 오후로 예약시간이 나누어져 있는데 난 오후 2시로 예약해서 오전에는 그라나다의 다른 곳들을 둘러 보기로 함
처음 간곳은 그라나다 대성당.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던 다른 지역의 대성당과는 달리 그라나다는 다른 주변 건물에 가려서 대로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고 찾아서 들어간 성당은 톨레도에서 본 성당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사람들 없이 조용한 성당을 혼자서 걸으며 스피커에서 나오는 성가를 듣다보니 여행에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어 무척이나 좋았다.

성당을 나와서는 하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알바이신 지구로 이동. 동화에 나옴직한 예쁜 하얀집들 사이로 푸른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알바이신의 니콜라스 광장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이 멋지게 보이는데 낮에는 태양광이 역광이라 해질녁에 다시 오기로 하고 내려와 누에바 광장에서 맥주한잔 시켜서 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따듯한 햇살아래 광장의 테라스에서 시원한 맥주한잔 마시다 보니 아 정말 느긋한 휴가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그라나다도 한철에는 관광객도 장사꾼도 그리고 소매치기도 북적이겠지만 지금은 그런거 없이 여유롭고 한가하니 참 좋다.
내 다시는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여행지는 가지 않으리 다짐하며 맥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알함브라로 향할 시간
관광객이 많은 철에는 표를 사기위해 줄도 서고 매진도 심심찮게 된다는데 난 인터넷으로 예매 하긴 했지만 비수기여서 그런지 표를 사기 위한 줄은 거의 없다. 알함브라 궁전은  Alcazaba, 나스리 왕궁, 카를로스 5세의 궁전등으로 나누어 지는데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한 Alcazaba, 카를로스 5세의 궁전과는 달리 나스리 왕궁은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 할뿐 아니라 시간이 지체되면 아예 입장불가여서 나스리 왕궁을 3시 반으로 예약하고 알함브라의 나머지를 먼저 둘러봄. Alcazaba는 건물 내부의 아름다움 보다는 거기서 바라보는 알바이신 지역과 대성당을 둘러싼 그라나다 시내의 전경, 그리고 멀리 보이는 눈덮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알함브라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나스리 왕궁은 첨에는 생각보다는 좀 별로였다. 타즈마할, 블루모스크, 아야 소피아 같은 이슬람 건축물의 백미를 먼저 봐서인가 ^^; 그래도 작은 연못과 열주들이 만들어냈던 중정의 아름다운 모습은 인상깊었다.
헤네랄 리페를 마지막으로 알함브라 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알함브라의 야경을 보기 위해 오전에 들렀던 알바이신 지구로 다시 향함. 이미 성 니콜라스 광장에는 야경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 사는 집시인지 드레드락, 다듬지 않은 긴 수염, 아무렇게나 옷을 입은 스페인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뭐가 그리 좋은지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보고 광장 한가운데에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거리 연주자의 음악을 한귀로 들으며 미리 사간 캔맥주를 홀짝이며 해져가는 알함브라를 보고 있자니 조금 행복한 느낌 ^^


알함브라와 그라나다의 야경은 참으로 멋졌다. 이렇게 이렇게 찍으면 그림이 되겠구나 싶은데 그걸 똑딱이로 찍고 있자니 참 아쉬움이..더구나 조금 있자니 똑딱이의 밧데리까지 똑 떨어지는 바람에 가슴이 많이 아팠음
멋진 야경은 눈에만 담아오고 알바이신 지구를 내려옴
알바이신 지구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분들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식당을 찾아가니 스페인 식당인데 주인이 한국분!!

40년째 스페인에 계신다는데 한국 관광객들을 만나서 사장님도 반가우셨는지 참 많은 말씀 해주시더라
외국 사는 한국인이라면 다들 비슷하겠지만 한국이 대단히 발전해서 최근에 스패니쉬들도 많이 인정한다고 하시며 스페인은 하루 7시간 근무에 금요일 오후 2시면 업무 종료라 발전이 늦다고 하시던데 글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약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글과도 같은 사회 돈과 물질을 위해서라면 도덕과 윤리마저도 내팽게치는 사회에 산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실듯 싶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숙소에서 하몽과 살라미를 안주로 맥주 한잔 하다보니 피로가 스르르 밀려온다.

그라나다로 이동할때 탔던 침대열차.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시 있으니 앞에 계신 한국분이 영어로 몇시냐고 물어봐서;;

무안해 하실까봐 그냥 시계를 보여드렸음.. ^^


그라나다 대성당


파란 하늘을 얼마만에 본건지 ㅠㅠ




알함브라 궁전에서 본 알바이신 지구







아름다웠던 나스리 왕궁의 중정


야경을 보기위해 모인 관광객과 주민들



해져가는 알함브라를 보며 시원한 알함브라 맥주 한잔~




2010.01.19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이제 저녁에 야간 기차를 타고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이동해야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다시한번 더 가보고 (카메라도 있으니 사진도 한번 더 찍고 ^^) 미로 박물관과 바르셀로나 아트티켓으로 입장 가능한 다른 박물관도 가보기로 함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길을 나서는데 여전히 날시가 흐리고 보슬비가 추적추적..
에휴 정말 이번 여행은..-_-;;

메트로를 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내려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찬찬히 둘러봄
다시봐도 정말 대단한 건축물.. 날도 흐리고 카메라 성능도 못 미덥지만 그래도 성당 앞에서 느꼈던 감동들은 오래 오래 남겠지
예전 여행때 앙코르와트에서 타즈마할에서 에페스에서 룩소르, 안나푸르나등등에서 느꼈던 감동들이 사진을 떠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지

지난번에 입구까지 밖에 안가본 성파비우 병원을 오늘은 안까지 들어가보기로 하고 병원 안쪽까지 들어가봄
가우디 말고 그당시 다른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가우디와는 달리 정통 유럽식의 정갈한 건물이 조금전에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지금도 실제 병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이런 병원에 있으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성파비우 병원을 나와서는 미로 박물관이 있는 몬주익 공원으로 향함
몬주익 공원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맞아 조성된 공원이라고 하는데 메트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근처 메트로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올라감. 굉장히 넓어서 좀 헤매다가 친절한 스페인 아가씨들에게 물어물어 미로 박물관에 도착. 어렵사리 찾아온 미로 박물관에 전시된 천진난만한 미로의 작품들을 보니 맘이 한층 가벼워진다. 원색의 면과 손으로 대충 휙휙 갈긴든한 선만으로 어쩜 저리 유쾌하고 마치 아이들의 그림 같은 천진난만한 그림이 나오는지..

미로 박물관을 나와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바르셀로나 전역이 보인다는 몬주익 성으로 갔는데 이건 뭐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자욱한 안개뿐이어서 거의 공포영화 찍는 분위기 -_-;;
안개속을 해메다가 그냥 돌아옴. 날씨가 좋았으면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보며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았을텐데 아쉽다.
 
몬주익 공원을 내려오다 보니 카메라 도난신고를 했던 에스파냐 역이 나온다
그때 멋진 건물을 보고 뭔가 궁금했는데 아트티켓으로 입장 가능한 MNAC 박물관. 어차피 공짜이니 한번 들어가보자 했는데 멋진 건물 외관과 넓은 내부에 비해 전시물의 감흥은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스페인에 와서 놀란것중 하나가 옷값이 너무 싼거였는데 뭐 명품 같은건 여기도 비싸겠지만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브랜드인 zara, mango, H&M등은 정말로 옷값이 쌌다.
스페인 올때 패딩을 입고 왔는데 좀 더워서 집업 후드티를 하나 샀는데 20유로 그리고 뭐 남방이나 티셔츠 이런것도 15~20유로 정도이고 코트나 이런것도 무척이나 싸더라..특히 연초의 세일기간이라 더 그런듯..
가격이 싼만큼 품질은 좀 별로인것 같기는 하던데 그래도 선물 몇가지를 zara에서 구입하고 바르셀로나의 또다른 박물관인 MACBA와 CCCB (모두 아트티켓으로 입장 가능)까지 둘러봄
MACBA는 바르셀로나에서도 좀 낙후된 라발지구의 발전을 위해 일부러 거기에 지었다고 하는데 미로같은 길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는 넓은 광장과 현대 건축물이라니. 하필 오늘이 휴관이어서 안에는 못들어가봤지만 오래된 거리의 풍광과 묘하게 어울리는 건물만 봐도 충분히 괜챃았다.

어느덧 어떻게 간지 모를 바르셀로나의 4일도 정리할 시간
맘에 들었던 타파스바에서 맥주와 타파스로 저녁을 대신하고 숙소에서 짐을 찾아 그라나다로 떠나는 기차를 타러 감
첨엔 바르셀로나를 떠나면 안좋았던 일은 잊혀질까 했는데 - 4일내내 날씨도 우중충하고 - 막상 람블라 거리를 떠나려하니 아쉬움이 아예 없지는 않다
슬픔과 아쉬움과 후회와 감동을 뒤로 하고 이슬람 스페인의 핵심인 안달루시아로 떠날 시간

날씨도 여행지도 사람도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하고는 다른 느낌의 성 파비우 병원



맘에 들었던 미로 박물관



몬주익 언덕에 가면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던데 안개 구경만 실컨..;;


바르셀로나에서 내 맘이 저와 같았음... ㅠㅠ





스페인 뒷골목은 좀 무섭다.


웬지 기품있어 보이는 교회


안녕 람블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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