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7
론리플래닛에서 뽑은 스리랑카에서 즐길 20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스리랑카 내륙의 해발 1,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와 거기에 이르는 열차여행.
어제 예매한 기차를 타고 하퓨탈레로 향함. 역에서 간단히 스리랑카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기차를 기다림. 티켓에는 SCR20M 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몇번 객차의 몇번 자리라는 걸까...직원들에게 물어서 자리로 데려다 주는데 티켓번호와 일치하는 거라고는 좌석에 써있는 20이라는 숫자뿐 다른 알파벳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거였을까. 어쨌건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던 - 600루피로 스리랑카 교통비 생각하면 엄청 높은 가격이긴 함 - 열차를 타고 캔디를 출발. 그러고 보니 객실 전체가 역방향이었는데 객실 연결을 반대로 하면 되었을텐데 왜 그랬을까. 그래도 버스 타고 다니던 생각하면 불만을 가질 수도 없었음 ㅎ
기차는 스리랑카의 내륙을 지나며 한번도 보지 못했던 열대의 풍경을 횡단한다. 우거진 열대 우림과 숲, 그리고 넓게 펼쳐진 차밭을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가는 시간이 참 좋다. 바람에 취해 깜박 잠도 들었다가 책도 읽다가 하다 무심히 고개를 들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그림 같은 풍경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콜롬보와 캔디에서 한낮에 힘들게 했던 따가운 햇살도 약해지고 바람도 갈수록 차가워진다. 그동안 며칠 사이에 얼굴과 팔뚝이 시커멓게 탔는데 여긴 또 다르네 싶다. 사실 너무 추워서 긴팔도 꺼내 입었는데 같은 객실의 서양인들은 끝까지 춥지도 않은지 선풍기도 끌 생각을 안하고 창문도 안 닫고 가서 좀 추워서 괴로웠음.. ㅎ 다 캐나다, 북유럽 이런데서 오신 분들인가 ^^; 마지막에는 추위에 좀 떨다가 목적지인 하퓨탈레에 도착
원래 처음 계획에는 하퓨탈레가 빠져있었는데 시기리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캐나다 여행객이 좋을거 같다고 가보고 싶다고 해서 혹해서 정한 곳. 역에 도착하니 정말 정말 조그마한 곳이다. 뭐 중심지라고 해봐야 걸어서 1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거 같음. 내일 Ella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론리플래닛에 나온 숙소를 잡았는데 너무 비싸다. 캔디에서 만난 체코/프랑스 여행객들에게 숙소 물어봤을때는 이름은 기억 못하고 어디로 가면 1,000루피때도 있다고 하던데 쩝.. 이번에 묵은 곳은 Sri Lak holiday inn 인데 다른 방들은 창 밖으로 뷰가 좋은데 내 방은 그렇지도 못하면서 2,000루피를 달라고 하네. 물가가 론리플래닛에서는 1,500루피정도라고 했는데 - 다른 물가도 거의 책에 비해 1.5~2배 정도 되는 듯 - 그냥 거기로 잡음.
이제 뭘 할까? 하퓨탈레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동네는 아니고 산을 둘러싼 차농장의 모습이 아름답고 차공장과 Lipton's seat 라는 곳에 가는 길이 아름답고, 론리플래닛에서는 기차길을 따라 이전 역까지 가는 것도 추천해주었다. 내일 Ella 가는 기차가 11:10 이어서 오전에는 멀리 못갈거 같아 좀 늦었지만 차공장과 Lipton's seat 를 가기로 함.
차공장까지는 버스가 있다는데 시간을 아끼려고 뚝뚝을 대절함. 원래 계획은 차 공장까지 300루피 주고 가서 Lipton's seat 까지 산책하고 돌아와 버스를 타고 오려고 했는데 차 공장이 외진데 있기도 하고 Lipton's seat 까지 산길로 8km 정도라 걸어서는 어려울 것 같아서 1,000루피에 전부 왕복하기로 함.
일단 차 공장은 지금은 오픈 안한다고 해서 Lipton's seat 부터 다녀오기로 함. 좁은 산길을 따라가는데 과연 산길을 따라 넓게 펼쳐진 차밭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시간만 많았으면 트래킹 겸해서 걸어서 두세시간 올라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중간에 찻잎을 싫어나르는 트럭을 만나면 한참을 후진해서 길을 비켜줬다 다시 올라가다 해서 가다보니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고 중간에 차량 통행은 금지를 해놨다. 거기서 승용차를 가져와 먼저 기다리던 다른 여행객은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고 나는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니 - 1,000루피로 어차피 이야기 해놨으니 - 뚝뚝 기사가 전화를 하더니 조금 있으니 관리인이 와서 문을 열어준다. 거기서도 한참을 더가니 Lipton's seat.
립톤. 홍차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브랜드일텐데 영국인 제임스 테일러와 함께 스리랑카에 차를 도입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Lipton's seat 라는 이름은 그가 이곳에서 스리랑카의 산과 기후를 보면서 앞으로 그가 만들 차의 왕국을 처음으로 꿈꿨던 자리라고 한다. 결국 그 이후 립톤은 대 성공을 거두고 영국은 안정된 차의 공급원을 가지게 되었지만 스리랑카는 어땠을까?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또는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가 카리브해 연안에서 저지른 강제노동과 착취, 그리고 그로인한 정치 혼란 이런건 없었을까. 싱할족과 타밀족의 민족간 내전에 영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도 세계 1위의 차 생산국가이고 스리랑카 GDP의 20%가 차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그래도 얼마간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립톤이 전세계에서 거두는 수익중에서 차의 원재료 값과 찻잎을 손으로 따는 사람들의 노동력의 대가는 극히 일부일테지
Lipton's seat 에 도착하니 한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가 자욱하다. 에휴...그냥 낼 아침에 올걸 그랬나 싶다. 덕분에 뚝뚝기사와 몇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보니 관리인이 차도 한잔 대접해 준다. - 물론 공짜는 아니었음 150루피 ㅎ- 으슬으슬 추운데 따듯한 차 한잔 마시니 좀 기운이 난다. 아쉽지만 돌아가자고 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개인다. 세상에! 기사도 너 참 운이 좋다 그러고 ㅎㅎ 탁트인 끝없는 차밭과 스리랑카 내륙의 풍경을 보다가 돌아옴
중간에 들린 차 공장은 250루피를 내면 찻잎을 모아 차로 만들어 지는 과정을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면서 한번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데 몇가지 빼놓고는 작은 공장에서 완전히 자동화 되어 있어서 그럭저럭 볼만했어도 아주 신기하거나 그런 건 없었음. 그나저나 차 시음이라도 한번 해주지 그런 것도 없냐 -_-;; 아마 여러명이 견학하면 시음도 가능한 듯
공장을 나오니 해도 져가고 비도 조금씩 내린다. 뚝뚝은 앞에 와이퍼도 없는데 시야도 안좋은데 좁은 산길을 가자니 좀 무섭다. 다행히 사고 없이 숙소 근처로 돌아오니 해가 완전히 져있다. 점심을 늦게 먹어 배는 별로 안고픈데 로컬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몇가지를 싸가고 주류샵에서 맥주 몇개 사가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음
기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
스리랑카 음식에 항상 나오는 저 소스들 또 먹고 싶다 ㅎ
Lipton's seat 로 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ㅠㅠ
홍차 한잔 마시고...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하니 갑자기 하늘이 개어 그래도 전망을 바라볼 수 있었다. Lipton이 여기서 앞으로 자신이 세울 차의 왕국을 꿈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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