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여명이 비친다. 
잠시 누워서 해가 뜨는걸 바라보고 있자니 참 좋다. 오늘부터 2박 3일간 껄로의 산을 트레킹하는 일정. 
좀 부실했던 아침을 먹고트레킹을 시작하러 8시에 모임 장소로 감. 어제 예약할때는 나말고 2명이 먼저 예약을 했다고 하는데 오늘 가보니 나까지 6명이 꽉 차서 같이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큰 짐들은 인레 호수의 숙소로 보내고 트레킹을 시작. 

사실 트레킹이라고 해봐야 네팔처럼 압도적인 히말라야의 경관이 펼쳐지는 그런건 아니고 그냥 평범함 산길을 따라 미얀마의 고산 지대를 걸으면서 산속 마을에 사는 미얀마의 소수 민족들의 삶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게 껄로 트레킹의 미덕이라고 하겠다. 껄로 자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사람도 차도 거의 없이 가끔 오토바이와 우마차만 오가는 한적한 산길을 따라 걷는게 참 평화롭다.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함께 트레킹을 하는 동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프랑스 커플 2쌍과 네덜란드 남자 1명 그리고 나까지 6명과 2명의 가이드 (남자 1명, 여자 1명인데 사촌지간이라고 했다)가 이번 트레킹의 구성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프랑스 커플은 보르도의 교육청에서 일하는데 안식휴가를 받아서 6개월 계획으로 여행을 와서 현재 3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했고 파리에서 왔다는 커플은 토마스쿡에 다니는데 1년간 무급휴가를 내고 2개월째 여행중이고, 네덜란드 남자 여행객은 전기 관련 기술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가지기 전에 9개월 계획으로 여행중이고 현재까지 6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흐 나는 2주 여행도 참 이것 저것 눈치 보면서 어렵게 왔는데 6개월에서 1년이라니... 참으로 부럽고 2주라는 여행기간은 저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순간이구나 싶다. 

6개월에서 1년이라 그렇게 오래 여행을 다니면 기분이 어떨까? 난 그렇게 오래 여행을 다녀본적이 없어서 궁금하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여행중인지도 모르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 그렇게 오래 오래 일정에 상관없이 가고 싶은데 가서 며칠씩 눌러 있다 오고 그렇게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런데 여행중에 책을 가져가서 시간 나면 읽곤 하는데 6개월이면 책을 몇권을 가져가야 할까?  ^^

산장이나 식당 이런건 당연히 없고 산속 마을의 현지인들의 집에서 가이드가 해주는 점심을 먹고 오후도 계속 걸어 오늘 밤을 묵을 숙소에 도착. 6명의 일행에 맞추어 6개의 잠자리가 한방에 일렬로 준비되어 있다 ^^;;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앞에서 일행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한잔 하다 보니 어느덧 산속의 해가 져간다. 전기도 안들어 와서 태양열로 충전한 배터리를 이용한 몇촉짜리 전구만이 어둠을 밝히는 이곳은 밤에는 칠흙 같은 어둠이 내린다. 

전기도 없고 상수도 시설도 없어서 마을 중앙의 공동 수원에서 물을 받아가서 생활하고 도로 사정과 통신 시설도 의료와 교육 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이곳의 삶이라는게 현대적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슴도 아프고 인간적인 삶을 위해 전기, 상수도, 도로와 통신 인프라와 의료와 교육 시스템도 확충이 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하루 하루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에서는 이제는 없어진 무언가를 생각나게 해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해가 져가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소들은 집에 돌아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마치는 커다란 변화와 속도에 대한 강박이 없는 그런 삶

가로등은 당연히 없고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도 찾아보기 힘들어 대신 밤하늘의 별빛으로 가득찬 미얀마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일행들이 같이 게임을 하잔다. 유명인 이름을 각각 5장씩 적어 넣어서 이걸 한번은 말로 한번은 한단어로 한번은 몸짓으로 마지막은 정지된 동작으로 설명하는 그런 게임인데 미드 같은데서 한번씩 봤던 기억이 난다. ㅎㅎ 즐겁게 게임까지 즐기고 나니 저녁 10시. 산속의 하루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마무리 되는 법.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만 불을 끄고 모두들 잠자리로...
















3/5
그동안 여러번 여행을 다녀오고 앞으로도 수많은 여행을 다니고 싶지만 앞으로 여행하면서 오늘 같은 일을 또 겪을 수 있을까? 정말 정신 없었던 하루 ㅋ ㅠㅠ
호텔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여유 있게 가는게 좋겠다고 해서 8시 45분 비행기인데 5:30에 일어나 6:00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 도착하니 6:50. -_-;; 너무 일찍 왔네. 여느 허름한 공항처럼 매점도 없고 해서 그냥 책이나 읽으면서 비행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8시 40분이 되어도 비행기 타라는 이야기를 안한다. 혹시 놓친건 아닌건가 불안해하고 있으니 50분쯤 되어서야 게이트를 오픈. 쌍발 프로펠러기를 타고 40분쯤 가니 껄로우와 인레 호수로 가는 헤호 공항.

공항에서 내려 껄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전부다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30,000k ㅠㅠ 정말 비싸다. 비행기 가격에 택시 가격까지 하면 껄로까지 이동한 교통비가 넘 비싸네 ㅠㅠ 혹시 껄로까지 가는 여행객이 있으면 택시비를 나눠서 내려고 택시 정류장 근처를 서성이는데 대부분의 서양 여행객들은 호텔에서 픽업을 나와서 호텔에서 준비한 버스나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고 몇몇 서양 할아버지들과 노부부는 인레호수로 가는 동행을 찾고 있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30,000k을 주고 택시를 타고 껄로로 이동함. 그냥 만달레이에서 버스 타고 올걸 ㅠㅠ

껄로는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기온이 선선하고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인지 택시 뒷자리에 앉아 서늘한 바람을 맞다 보니 잠이 솔솔온다. 그렇게 자다 깨다 한시간쯤 산길을 가다보니 목적지인 껄로. 택시에서 내려 요금을 내고 짐을 확인하는데 헉!! 안경집이 없다!! 선글라스랑 안경이랑 번갈아서 끼는데 평소에 넣어두던 가방 앞주머니가 열린건지 아니면 택시에서 자는 동안 주머니에서 흘린건지 알수는 없는데 어쨌건 택시에 두고 내린듯. 혹시 내린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주변을 살펴보는데 이미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ㅠㅠ

어휴 사람이 덤벙거려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안경을 놓고 내리냐 ㅠㅠ 선글라스야 없어도 그냥 좀 불편하고 말겠지만 안경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 심지어 새로 산지 3개월밖에 안됬는데 흑 - 남은 여행은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이 된다. 혹시 몰라서 예비로 렌즈를 챙겨오긴 했는데 몇개나 되나 살펴보니 왼쪽은 3개 오른쪽은 7개네 젠장... 일단 숙소를 잡고 숙소 주인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싶어서 근처 숙소를 15$에 잡음. 여자 사장님한테 안경을 택시에 놓고 내린것 같은데 혹시 공항 택시 기사중에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이 되는지, 안경을 찾아서 보내주면 왕복 택시비를 주겠다고 했더니 공항 택시 기사중에는 아는 사람이 없고 대신 경찰서에 가보란다. 

그래서 알려준대로 껄로의 경찰서를 찾아감. 독재국가의 경찰이란 무능하고 부패한 인상이 강해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정 안되면 폴리스 리포트라도 받아서 보험금이라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젠장 투어리스트 폴리스 사무실이 있긴 한데 잠겨 있다. 역시 도움이 안되는가 싶었는데 경찰서 본관으로 보이는 곳에 가니 젊은 경찰들이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를 가잔다. 그래서 갔더니 출장소 같은 건지 좀 떨어진 곳에 다른 경찰관에게 데려다 줘서 이것 저것 설명하고 다시 경찰서로 오니 이번에는 경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여러명 와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안경의 특징같은걸 설명하고 나니 걱정마라 찾을 수 있을거다 이야기도 해주고 커피도 사주고 해서 참 고마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만난 경찰관이 여기 저기 전화를 하더니 일단 택시기사가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도착하면 알려주겠다고 호텔에 가서 기다리란다. 일단 찾을 가능성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아 조금 안도하고 Sam's Trekking에 가서 다음날 트레킹을 예약하고 점심 먹을 기운이 없어서 그냥 사모사랑 스프링롤 몇개랑 맥주 두병 사가서 호텔로 돌아감. 로비에서 사장님이 날 보더니 그사이 경찰이 다녀갔는데 안경을 찾아서 경찰이 가지러 갔으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전해준다. 헐... 이때까지만 해도 70% 쯤은 기대를 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함.

제발 찾아주길 바라며 숙소에서 책보고 셜록도 보고 하다가 오후를 보냄 3:00 쯤 되서 혹시 몰라서 경찰서에 가보자 했더니 종업원이 와서 경찰이 기다리고 있단다 헉! 찾았나??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경찰을 만났더니 경찰이 안경을 찾았단다. 우와 세상에~!

여권을 복사하고 투어리스트 폴리스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같더니 웬지 높아보이는 분도 와계시고 오전에는 사복을 입고 있던 경찰관들도 어느새 정복으로 갈아입고 다 모여있다. 노트에 진술서 비슷하게 글을 남겨 달라고 해서 기꺼이 고맙다는 감사의 글을 남기고 그 높아보이는 분이 한국에 가면 미얀마가 안전한 나라라는 걸 홍보해 달라길래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도 하고 안경을 건네주는 광경을 기념사진으로도 남긴 후에 숙소로 돌아옴. 너무 고마운 마음에 경찰에게 돈을 얼마라도 주려고 했더니 그것도 안받겠단다. 여러모로 감동을 주는군 ㅠㅠ

안경을 찾고 나니 마음이 정말 가뿐해진다. 이런 우여 곡절도 추억이 되겠지 ㅎㅎ 그러고 보면 내 사진기로도 사진을 남겨놀걸 아쉽다 ㅎ시간이 좀 늦었지만 그래도 껄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함. 안경 찾은 것도 자축할겸 근처 꼬치집에서 꼬치 몇개와 맥주 두어잔 마시고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동안 주로 관광지나 대도시(?)만 다니다가 조용한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니 그것도 좋았다. 마을 뒤편의 언덕을 올라가니 여기도 작은 사원이 있는데 웅성이는 소리가 나서 안을 보니 어린 승려들이 불경을 열심히 외우는 소리. 귀찮거나 아니면 피곤했는지 어떤 어린 승려들은 자기도 하고 몇몇은 뒹굴뒹굴 누워 있는 모습들이 참 정겨웠다 ^^

사원을 내려오니 뉘엿뉘엿 아름다운 해가 져간다. 해가 뜨고 지는거야 단 하루도 예외가 없는 확실한 일이건만 일상에서는 해가 뜨건 지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 오니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 마저도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구나 싶다. 여행은 이런 잊고 지내던 감각과 감정들을 일깨워주는 그런 경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얀마 여행카페에서 추천해 준 음식점이 있었는데 가이드북에도 없고 찾기가 어려워서 그냥 인도 음식점에서 양고기 커리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함

껄로의 중심가 ㅎㅎ


싸이의 인기는 정말 글로벌하다





언덕에서 바라본 껄로 전경






3/4
만달레이의 둘째날.
오늘은 아침부터 서두를 일은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뉴스를 좀 뒤적거리다가 민주당 안철수 신당의 합당 소식과 새누리당 후보로 정몽준, 김황식이 나온다는 소식에 정말 다음 지방선거에서 만약에 정말로 정몽준이 서울 시장이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준 서울시장을 상상해보니..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좀 아찔했음..ㅠㅠ 뭐 이런 쓸데 없는 생각도 하고 생활고에 자살을 했다는 세모녀 이야기에 가슴 아파 하다가 정신 차리고 하루 일정을 시작함

둘째날은 오토바이를 대절해서 만달레이 일대를 돌아보기로 함. 만달레이는 바간 왕조가 몽골에 의해 멸망한 후 샨족들이 세운 국가의 수도이고 예전에 부처가 방문해서 2500년 후에 여기에 수도가 생길 것이라는 예언대로 그 시대의 왕이 예언대로 수도를 옮긴 역사적 장소로 만달레이 곳곳에 그 시대의 유적들이 많다고 한다. 바하무니 사원과 쉐난도 사원은 어제 갔으니 오늘은 사가잉 언덕과 잉와 그리고 일몰로 유명한 우베인 다리를 가보기로 함. 밍군까지 가면 오토바이 대절비가 10,000k 더 내야 해서 안가려고 했는데 오토바이 기사가 5,000k 만 더내고 밍군 가자고 해서 중간에 밍군까지 4군데를 돌아봄. 

사가잉 언덕은 만달레이 남쪽에 있는 언덕인데 언덕을 올라가면 만달레이 곳곳에 있는 수많은 탑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바간은 오래된 벽돌로 만들어진 탑과 사원이 절경을 이룬다면 이곳은 곳곳에 펼쳐진 황금색 스투파들이 멋지다. 언덕위의 사원에서 고양이랑 한참 놀다와 내려오니 기사가 시간 남을 것 같다고 밍군 가자고 해서 기사 말대로 밍군으로 감. 원래 탁발승려들이 탁발을 하는 사원을 가볼까 하다가 탁발승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붐빈다고 피하라는 론리플래닛의 말도 있고 해서 거기는 패스하고 밍군으로 바로 감. 

와 근데 오토바이 뒤에서 덜컹거리면서 매연속을 가는데 정말로 멀다 ㅠㅠ 오토바이 타다가 거의 멀미 날뻔 ㅠㅠ 기진맥진 한참을 가서 도착한 밍군은 흰색의 신뷰메 사원과 거대한 미완성 탑 바간탑이 유명한 곳인데 강렬한 태양 아래 순백의 사원이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가이드 북을 보니 부처가 열반한 수미산을 상징해서 지은 사원이라고. 그 옆의 밍군 탑은 멀리서 봤을때는 스리랑카 시기리야 바위처럼 거대한 자연석을 가지고 사원을 만든건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벽돌로 지은 건물이다. 역사를 보니 만달레이의 왕이 세계에서 제일 큰 탑을 짓겠다고 무리하게 백성들을 동원해서 건축을 하다가 중간에 백성들의 원망과 왕권 약화로 흐지부지 되었다는데 참 어리석은 군주의 욕심이란...

오토바이 기사가 안내해준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좀 쉴겸 해서 맥주집에서 맥주도 두어잔씩 같이 마심. 잘 안통하는 영어로 이것저것 이야기 하는데 나이도 훨씬 어린데 아들도 한명 있더군 ^^; 맥주까지 한잔 하고 잉와라는 곳을 감. 10m쯤 되는 샛강을 조그마한 배를 타고 건너가서 3시간 정도 마차를 타고 투어를 하는 곳이라던데 그렇게 돌기에는 우베인 다리 가는 시간도 부족할거 같고 굳이 다 볼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걸어서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사원만 한 곳 보고 오기로 함. 그런데 진짜 다른 여행객들은 나 빼고 100% 마차를 빌려서 타고 가더군 ㅎ 혼자 뚜벅 뚜벅 가이드북 들고 걸어가니 마차 타고 가는 여행객들이 다 한번씩 쳐다본다. 중간에 혼자 타고 가던 맘씨 좋은 서양인 아주머니가 타라고 했는데 그러면 정말 돈 없어서 걸어가는 것처럼 보일까봐 "No, thank you, I like walking!" 이라고 얘기하고 걸어갔는데 그 이야기 하고 30초도 안되서 후회했음 ㅠㅠ 생각보다 한참을 걸어가 본 사원은 생각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어제 만달레이 시내에서 본 쉐난도 사원이 더 나은 듯 한데 그래도 큰 스님 앞에서 불경을 외우고 사탕을 받아가던 귀여운 미얀마 아이들을 보는 것 만은 좋았다. ^^

이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우베인다리로... 어제 만달레이 시내를 다닐때 시내에서 본 일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큰 기대를 하고 우베인 다리로 향함. 우베인 다리는 1.6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라는데 삐걱거리는 다리를 걷는 것도 좋지만 멀리 떨어져 다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 뭐 반정도는 외국인 여행객이었지만 ㅎ -을 보는 것도 좋았다. 여기 저기 걸으면서 해질녘에 여기서 일몰을 찍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일몰시간에는 구름이 껴서 완벽한 일몰을 보지 못해서 너무 서운했다. 강가라서 습도가 높아서 원래 구름이 많이 끼는건지 아니면 하필이면 오늘만 그런건지 또 언제 온다고 ㅠㅠ

숙소로 돌아와 어제 갔던 식당에서 해산물 모듬과 600k짜리 생맥주 잔뜩 시켜 먹으며 하루를 정리함...

소꼽놀이 중인 아이들 ^^


사가잉 언덕에서 바라본 뷰



뜨거운 태양아래 비현실적으로 하얗던 신뷰메 사원


거대한 규모에 비해 볼건 없었던 밍군 탑. 저게 완성됬으면 규모가 진짜 엄청났겠다














우베인 다리의 일몰... 구름이 없었음 더 좋았을텐데



3/3
원래 계획은 오늘까지 바간을 둘러보고 야간버스로 만달레이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10시간 정도 걸릴줄 알았던 시간이 고작 5시간밖에 안걸린단다. 그럼 저녁 9시 반 버스를 타면 만달레이에 오면 새벽 3:00 ;;; 아무것도 없을 터미널에서 새벽에 3~4시간 있을 수가 없어서 그냥 오전버스를 타기로 하고 새벽에 쉐산도에서 일출만 잠깐 보고 오기로 함. 전날 이야기 해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어두운 바간길을 새벽녘 추위에 떨며 달려가 쉐산도에 도착. 오늘도 일출을 보려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다. 구름이 껴서인지 동그란 해가 지평선을 헤치고 솟아 오르는 모습은 보지 못하고 보고 싶던 바간 하늘을 수놓는 기구들의 모습을 보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그것도 못봐서 너무 아쉽다. 또 기회가 있을까? ^^; 숙소로 다시 돌아와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잠깐 남아서 아침을 먹었는데 점원이 못먹었을까봐 도시락을 건네 준다. 대단한건 아니고 간단하게 식빵 두조각과 잼과 버터, 그리고 바나나와 삶은 달걀을 싸줬는데 챙겨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

9$라는 혼자서는 역시 부담스러운 택시비를 내고 터미널에 도착. 조금 기다리니 8시에 버스가 출발하는데 양곤에서 바간으로 올때 탔던 좋은 시설의 버스가 아니다. 그래도 그냥 일반 버스 정도는 되는데 에어컨은 시원찮고 앞자리 아줌마는 좌석을 한껏 뒤로 젖히고 옆자리 아줌마는 웬 과일 바구니를 자꾸 내 자리로 밀어 넣고 태양은 내리쬐는데 커텐은 앞뒤 자리에만 있는데 덥지도 않은지 커텐은 칠 생각도 안하는데다가 결정적으로 6시간 동안 무슨 영상과 음악을 그리 틀어대는지 ㅠㅠ 미얀마 음악도 좀 거슬리고 특히 2~3분에 한번씩 질질짜는 미얀마 드라마 소리는 이어폰을 꼽고 있어도 견디기 힘들었다 ㅠㅠ 하긴 그래도 스피커를 찢고 싶거나 버스에서 뛰어 내리고 싶었던 스리랑카의 버스에 비하면야. 

야간 버스는 5시간 걸린다더니 아침 버스는 정류장 이곳 저곳에 서고 해서 6시간 30분 만에 만달레이에 도착. 일단 목이 타서 터미널 앞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바간 식당에서는 한병에 3,000k 하는 곳도 있었는데 이곳은 1,200k 이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 원래 숙소는 다음날 하루만 예약했는데 숙소 옮겨 다니기 귀찮아서 하루 더 묵기로 함. 원래 하루만 자려고 좀 싼데를 잡았더니 숙소가 좀 형편 없다. 싱글룸이긴 한데 욕실과 화장실이 공용.. -_-;;; 뭐 이틀만 있다 가자 하고 좀 씻으려고 했더니 마침 공사중..쩝

그래서 그냥 나와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원래 목적지였던 우베인은 다음날 가기로 하고 숙소 근처의 바하무니 사원과 쉐냔도 사원을 보러가기로 함. 여행객들을 위해 구글이 제공한 최고의 선물 구글맵을 캐쉬 받아둔 후에 목적지로 향함. 바간은 관광지여도 관광객들 말고는 오가는 차도 별로 없고 한적한데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대도시 답게 매우 복잡하다. 덥고 먼지와 매연은 힘들지만 그래도 미얀마의 현재를 보는 것 같아 그래도 즐겁다 ^^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바하무니 사원은 정갈한 금빛 탑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곳은 불상이 유명한데 원래 도금된 불상에 사람들이 금박을 하도 많이 붙여서 뚱뚱해진걸로 유명해졌다고..ㅎㅎ 그런데 금박을 붙이거나 불상의 앞에서 참배드리는 건 남자들만 가능하고 여자들은 줄의 뒤에서 볼 수만 있다고 아니 무슨 말도 안되는...-_-;; 민주화와 함께 이런 문화도 정상적으로 바뀌길 바라며 꽃향기와 과일 향기 물씬 풍기는 참배실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사원을 나섬. 

다음 목적지는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쉐난도 사원. 구글맵을 도움삼아 한참을 걸어가니 지도와는 좀 차이가 있어서 오가는 승려들에게 물어봐서 - 사원이 근처에 많은지 승려님들이 참 많이도 보였다 - 찾아간 수도원은 기대보다 훨씬 멋졌다. 금빛 찬란한 위엄 넘치는 건물들을 보다가 겸손해 보이고 따듯해 보이는 오래된 티크나무로 지어진 수도원을 보자니 마음까지 차분해 지는 느낌이다. 한참을 지켜보다 나무결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구석구석 세밀하게 조각된 디테일도 보다가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옴.

져녁은 숙소앞 식당에서 먹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생맥주가 무슨 행사를 하는지 고작 300k!! 300이라니 너무 싼거 아닌가 ㅎㅎ 저녁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옴. 술기운인지 피곤해서인지 오후에 첨 봤을때보다는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사후 구매 편향때문인가 ㅋ 씻고 숙소앞 식당에서 300k 짜리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함.


열기구들이 바간의 하늘을 수놓는 걸 보고 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ㅠㅠ



여자 신도들은 뒤편에만..나쁘다 -_-;;


금박을 하도 붙여서 뚱뚱해진 불상





승려님들은 뭘 저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걸까 ㅎㅎ



3/2
아침에 해뜨는 걸 보려고 했는데 전날밤에 책 읽다가 아이패드에 넣어온 셜록이나 한번 봐볼까하다가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서 - 아니 한편이 그렇게 길다니 -좀 늦게 잤더니 일출을 보기는 좀 늦은 시간에 일어나 버렸다.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을 물어서 옥상에 있는 옥상에 올라가니 와 이곳도 정말 멋지다. 바간 일대를 기구에서 바라보는 기구 투어를 하기 위한 기구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는데 바간은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다 멋지구나 싶다

오늘은 뭐할까? 원래는 내일 종일 바간을 더 보고 밤 버스로 만달레이로 가려고 했는데 만달레이로 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시간이 영 안맞다. 9시 반 버스가 마지막 버스인데 그걸 타면 만달레이에 새벽 3시에 도착한다고 -_-;; 그 시간에 뭘 해야하나 싶어서 그냥 내일 일출만 보고 아침 버스를 타기로 함. 어제 자전거가 좀 힘들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ebike를 빌리기로 함. 일종의 전기 자전거인데 속도는 자전거 좀 빨리 가는 정도이고 언덕이나 모래길에서는 엄청 버벅이는데다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오후에 배터리가 방전되어 충전을 한번 더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타고 다닌 듯 ^^

오늘도 여행길의 바이블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해준 사원을 돌아다니기로 하고 가는데 여전히 오늘도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지만 신기하게도 잘 찾아다녔는데 처음 갔던 사원은 규모도 크고 벽돌로 지은 건물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그 앞의 슐레마니 사원은 사원이 너무 예쁘고 안쪽의 벽화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론리플래닛에서 근처 다른 탑에서의 일몰을 추천하길래 위치를 확인하고 미얀마 정식과 맥주로 배를 채우고 오후 일정을 시작함. 찾아가는 길이 멀고 날은 더워서 중간에 보이는 관광객은 한명도 없던 조그마한 사원에 들어가 낮잠도 좀 자다가 목적지로 향함. 여기서도 테라스에서 보는 뷰가 멋지다는데 아쉽게도 공사중이어서 탑위로는 올라가지 못했다.

마침 배터리가 방전될거 같아 숙소에 가서 충전 해달라고 하고 충전하는 동안 근처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음. 서울에서 병자호란 상권을 읽고 여기와서 하권을 다 읽었는데 명청 교체기에 광해군을 반정으로 몰아낸 인조시대 겪었던 정묘호란과 이어진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동안은 역사에 큰 관심이 없어 왕 이름이나 전쟁 이름정도나 알았지만 이 책을 통래 역사적 사실을 접하고 나니 재미 있기는 했지만 정말 암걸리는 기분으로 읽은 듯 하다. 후금의 세력이 날로 강성해지는 시기에 정세 파악도 못하고 자신들의 역량을 파악하지도 그렇다고 힘을 키우지도 않고, 명나라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며 결국 명과 청 양대 강대국의 손아귀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온갖 수모를 당하다가 결국 두번의 커다란 전쟁과 패전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역사가 슬프고 그 지경으로 국가를 운영한 왕과 척화파 관료들의 모습이 참으로 답답하고 비극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무능때문에 조선의 일반 백성들이 당했던 고초가 참으로 슬프게 느껴졌다. 역사는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던가 어디 이게 먼 과거만의 일이랴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있고 이제는 군사적 힘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를 앞세운 고차원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시대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할까 역사적 전환기에 잘못된 정치가 가져온 비극이 또 되풀이 되서는 안될텐데 우리나라는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그나저나 자전거 타고 맘껏 돌아다니다가 - 자전거 타는게 녹록치는 않지만 - 피곤하면 한적한 사원에서 쉬다가 목마르면 맥주 마시면서 책도 보고 해질녘엔 멋진 일몰 보러 다니는게 너무나 행복하다. 오늘의 일몰은 오전에 봐둔 곳에서 보기로 하고 가는데 이곳도 어찌 알고 온 여행객들이 꽤 많이들 모여든다. 또 언제 보나 싶은 풍경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커플들 틈바구니에서 고양이 한마리와 저녁을 먹고 숙소 옥상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하루를 정리...



아침에 식당 옥상에 올라가니 이런 풍경이...


자전거를 타고 사원으로 가는데 무슨 행사인지 수많은 마차와 우마차에 꽃단장을 한 아이들이 타서 어디론가 간다. 순해 보이는 소들이 너무 귀엽다







미얀마 정식. 미얀마 음식은 다른 인도 문화권 음식에 비해서는 조금 입맛에 안맞았다. 너무 기름이 많아 ㅠㅠ


아무도 없어서 저 안에서 낮잠도 자고 ㅋㅋ


이날 내 애마가 되어주었던 이바이크. 이바이크 타고 저런 길을 하루종일 다녔음 ㅎㅎ






여행의 마무리는 맥주와 음악과 책과 일기로 ^^

3/1
앞자리 할아버지가 좌석을 심하게 뒤로 젖혀 좀 불편했지만 생각보다는 편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니 새벽 6시. 버스에서 내리니 많은 택시 기사들이 호객행위중이다. 어떻게 할까하다가 아직 체크인하기는 좀 이를거 같아서 호텔 가는 길에 유명한 쉐샨도탑에서 일출을 보고 호텔로 가기로 함. 호객중이던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호텔까지 15고 일출을 보면 18 이란다. 이게 18,000인데 난 그걸 1,800으로 알아들어서 나중에 계산할때 잘 못 알아들었다 깎아달라고 해서 15,000으로 깎았음. 호텔에서 터미널까지는 9$였는데 조금 바가지 쓴 듯. -_-;; 어쨌건 호텔 가기전에 중간에 들린 쉐샨도 탑에서 바라본 새벽녘의 바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새
벽 어스름한 푸른 빛 아래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들판과 셀 수 없이 많은 탑들과 사원이 이루어내는 풍경은 정말 이 곳이 아니라면 어디서도 볼 수 없을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런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미얀마 여행은 후회 없을 정도 ^^

바간에서는 이틀 밤을 묵으니 천천히 다 둘러 보기로 하고 호텔로 가서 체크인. 미얀마에 관광인구가 늘면서 호텔 잡기가 어렵다고 해서 웬만한 곳은 아고다를 통해서 미리 예약했는데 아고다에 등록된 호텔이 그리 많지 않고 바간은 싼데가 없어서 하루 50$ 짜리 방으로 무리해서 잡았는데 터미널하고도 멀고 대로변에서도 멀고 해서 맘에 차지는 않는다. 그냥 터미널 근처에서 싼데로 무작정 알아볼 걸. 방은 깨끗하긴 한데 커다란 창문이 마당쪽으로 나 있어서 커텐을 쳐 놓아야 해서 그것도 좀 아쉽다. 

숙소에서 씻고 좀 쉬다가 자전거를 빌려서 바간 관광을 시작함. 바간 곳곳이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경사가 완만하고 주요 지점들은 포장이 되어 있어서 그럭 저럭 탈만하고 무엇보다 양옆으로 펼쳐지는 오래된 탑들과 사원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 있으면 내려서 사진도 찍고 둘러보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많은 유명한 유적지도 좋았지만 규모가 작아서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 조용한 유적지를 지나는 것도 좋았다. 과거 언젠가는 참배객으로 넘쳐나고 통일된 바간 왕국의 국력을 자랑했을 수천개의 탑들이 이제는 세월의 흔적만 남아 있는 모습들을 보는건 조금은 사람들을 겸손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무릇 사람들이 오래된 역사적 유적지 - 일종의 폐허 - 를 좋아하는건 그런 이유도 있겠지.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해준 몇개의 사원과 탑을 오전에 돌아보고 관광객을 위한 식당에서 점심으로 비프커리와 맥주를 시켜 먹음. 쩝 고기는 너무 질기고 맛은 그저 그렇네. 미얀마의 음식 문화는 인도, 스리랑카, 태국등 주변 국가에 비해서는 발달하진 못한듯. 

오후에도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사원 몇개를 찾아가는데 바간이면 국가를 대표하는 유적지인데도 표지판도 없고 대부분의 길들은 먼지가 풀풀 나는 모래길이어서 자전거 타고 찾기가 너무 힘들다 ㅠㅠ 오전에 일출을 봤던 쉐샨도 탑에 올라가 - 일출때는 붐비더니 오후에는 매우 조용하다 - 그늘에서 바람 쐬며 풍경에 취해 있다가 일몰을 pya tha da 라는 사원에서 보고자 찾아 나섬. 가장 유명한 일몰 장소는 앞서 말한 쉐샨도 이지만 그곳은 매우 붐비니 이 곳도 좋은 대안이라고 론리 플래닛이 알려줘서 가기로 했는데 중간에 더워서 맥주 마시면서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첨 들어봤단다 ㅠㅠ 무조건 쉐샨도로 가라고 -_-;; 그래서 엉성한 지도 하나 믿고 무작정 찾아가다 길 잃어 버릴 것 같아 중간에 만난 농사일에 한창이던 아주머니들께 물어서 그냥 쉐샨도로 가기로 하는데 가다보니 좀 큰 규모의 사원이 보이고 앞에서 장사하시는 분들도 보인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혹시나하고 이름을 물어보니 그렇게 찾아 헤매던 바로 그사원! 일몰 시간은 좀 남았지만 그래도 잘 찾아왔네. 혹시 부처님이 이쪽으로 잘 찾아 오라고 불러준건 아닐까? ㅎㅎ 사원의 위층으로 올라가니 헉! 이곳의 풍경도 정말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아직 일몰 시간이 남아서 미얀마 인들만 우르르 왔다 사라져 조용한 사원에 누워서 책도 보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깜박 잠도 들었다가 깨보니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일몰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늘어난다. 트라이포트와 망원렌즈를 가져온 프로페셔날한 사진 작가들과 단체 관광객들, 그리고 일몰을 즐기러 온 미얀마 사람들 사이에서 신비로운 바간의 일몰을 감상. 이 좋은 걸 혼자만 봐서 너무나 아쉽다. 주변을 둘러봐도 혼자인 사람은 나밖에 없구만 ㅋ

멋진 일몰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좀 무서웠다. 도로에 가로등이 없어서 어두운 밤길을 자전거를 밟아 밟아 숙소로 돌아옴. 숙소앞 식당에서 저녁과 맥주를 마시고 맥주 한병 더 사서 숙소로 돌아감

바간의 첫날 새벽에 본 일출전의 풍경












아름다웠던 바간의 일몰


2/28
서울과 이곳의 시차는 2시간 반 7:00에 알람을 맞추어 두었는데 아직 서울에서 일어나던 습관도 남아있고창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덕분에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뜸. 매일 눈 뜨는 곳이 아닌 먼 곳에서 홀로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생각하니 여행이 진짜 시작되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의 특권이겠지 ^^

저녁 밤버스로 바간으로 갈 예정이어서 일찍 아침을 먹고 양곤 곳곳을 돌아보기로 함. 아예 일찍 체크 아웃을 할까 하다가 바간가는 버스 예약하려면 호텔의 다른 스탭이 나와야하는데 9:30에 출근한다고해서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좀 그렇고 그때까지 숙소 가까이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까지 산책 삼아 다녀오기로 함

전날 밤 11시쯤 체크인을 해서 잘 몰랐는데 아침에 본 양곤의 첫인상은 음... 그냥 특이한건 없고 수차례 저개발 국가에서 봐왔던 복잡하고 정신없는 흔한 풍경. 숙소에서 받아온 지도와 아이폰의 나침반을 이용해서 어찌어찌 찾아가다보니 멀리서 쉐다곤 탑의 거대한 모습이 보인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탑이라고는 들었지만 책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직접 그 모습을 보니 정말 그 위용이 대단하다. 원래는 산책삼아 멀리서 대충보고 갈까 했는데 그냥 온김에 입장료 8$ 를 내고 입장. 반바지는 안된다고 안내가 되어 있어서 스리랑카의 불치사처럼 입장거부 당할까봐 걱정했는데 별 제제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대신 미얀마의 모든 사원은 입장시 맨발로 입장해야함.

안에서 바라본 쉐다곤 파고다는 정말 멋지다. 금으로 된 번쩍이는 장신구는 - 중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 웬지 촌스러운 느낌인데 교토의 금각사를 보고서는 다 그런건 아니구나 단아하고 고귀해보일 수도 있구나 싶었는데 쉐다곤 파고다의 황금색의 거대한 탑은 그걸 넘어 웅장함과 일종의 숭고함까지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부처가 되고 싶었던 왕과 그 왕을 따라 역시 부처가 되고 싶어하던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도 느껴지고 그 마음을 이어 받은 현재의 미얀마 사람들이 조용히 참배 드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 불상 곳곳에서 지저귀는 새들과 참배객들로부터 귀여움 받는 귀여운 고양이들과 노는 것도 즐거웠다.

쉐다곤은 여행 마지막에 다시한번 더보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바간가는 버스를 19,000kyat에 예약하고 체크아웃. 그런데 한국에서 이메일로 예약항때 45$라더니 65$란다. 잘못된거 같다고 메일을 보여주니 어디 전화를 하더니 한국인 여자 사장님이 나오신다. 상황을 살펴보더니 방이 남아서 더블룸으로 바꿔줬다고 그냥 예약한 금액만 내라고 하신다. 어쩐지 방이 넓더라니 ㅎ 그렇더라도 양곤 호텔 값이 비싼건지 가격대비로는 썩 만족스럽지는 못한 수준.

쉐다곤파고다도 봤겠다 마지막날 양곤에서의 시간도 충분하겠다 버스 시간까지 에어 만달레이 가서 비행기표 컨펌하고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코스대로 양곤 시내 워킹 투어를 하기로 함. 에어 만달레이는 만달레이에서 껄로우 갈때 국내선을 예매했는데 인터넷으로 에약이 완료되는게 아니라 최소 하루전에 사무실에서 직접 결제를 해야되는 시스템이어서 양곤 사무실로 결제를 하러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원래 있어야할 자리에 깨진 간판만 덩그러니 있다. 아니 사무실을 이전했으면 홈페이지에 주소를 바꿔놔야 할거 아냐...-_-;;; 그래서 그때부터 사무실을 찾기 위해 정말 개고생을 함 ㅠㅠ 그래도 항공사 사무실인데 나름 좀 중심가에 있겠지 쉽게 찾을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ㅠㅠ 사람들한테 물어 물어 겨우 겨우 찾아갔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찾아간게 용하다. 그래도 찾아간 사무실은 시원하고 직원들은 상냥하더군

항공권을 결제하고는 택시를 타고 보족시장으로 향함. 여기도 양곤하면 빠지지 않는 관광장소인데 주로 공예품들과 장신구류를 팔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관심은 가지 않았음. 대신 예쁜 티셔츠를 단돈 3,000원에 팔길래 티셔츠를 하나 사고 근처의 슐레파고다를 보러감. 슐레 파고다는 양곤 중심지에 있는 탑인데 오전에 본 쉐다곤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아담하고 예뻐서 좋았다. 슐레 파고다 근처의 영국 식민시대 건물들과 그 앞의 공원에서 현지인들과 섞여 더위를 피해 좀 쉬다가 호텔바에가서 3$나 하던 비싼 맥주도 한병 마시고 숙소로 돌아옴

바간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는 아웅 밍갈라 터미널은 택시로 7,000 이나 한다. 버스가 있긴한데 사람도 너무 많고 일부 버스는 트럭을 개조해서 짐칸을 승객석으로 이용해서 차마 이용항 엄두가 안나서 주로 택시를 탔는데 혼자서 다니는 여행객은 역시 택시비가 너무 부담돼 ㅠㅠ 터미널에 도착하니 정류장은 허접한데 버스는 우리나라 우등고속 수준으로 훌륭하다. 터미널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바간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음

쉐다곤 파고다의 위엄 넘치는 모습





쉐다곤 파고다에는 태어난 요일마다 불상이 있어서 미얀마 사람들이 자기가 태어난 요일의 부처 앞에서 참배하고 꽃을 바치고 물로 씻겨주고 한다. 나도 일요일 부처 앞에서 소원을 빌어봄 ^^



카메라를 두려워 않는 얼짱 고양이 ㅋ


보족 시장은 뭐 장신구랑 기념품밖에 없어서 크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영국 식민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서양식 건물들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 이제 내일이면 짧았던 대만 여행 - 화롄에서의 아쉬움이 컸던 -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 

새벽에 빗소리에 잠이 깼다. 창문에 가서 봤더니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오전에 칠성담에 가서 바다를 보려고 했는데 마지막 돌아가는 날까지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는구나 싶어서 울컥한 상태로 다시 잠이 듬

아침에 눈을 뜨니 비는 좀 잦아들고 이러다 갤수도 있을 것 같아서 원래 계획대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역에 맡겨두고 8시 반에 출발하는 타이루거 협곡 순환버스를 타고 칠성담으로 감. 거기 탄 사람들은 오늘 하루종일 협곡을 보겠구나 생각하니 또 기분이 안좋다.ㅠㅠ 칠성담에 내리니 이거 참 개는줄 알았던 날씨가 흐려져 다시 폭우가 쏟아진다. 아니 정말 이놈의 날씨 왜이래 ㅠㅠ 폭우가 좀 잦아들고 아주 잠깐 해가 비치는 동안 바닷가로 가서 해안가를 거닐며 사진을 좀 찍음. 파도가 너무 거세 평소에도 해수욕 이런걸 즐기지는 못할 것 같은데 흐린 날씨에도 바다색이 너무 파래서 좀 무섭게 보였다. 파란 하늘 아래라면 자전거 타고 해안 따라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쎄 나중에 기회가 또 있을까?

칠성담을 둘러보고 화롄역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시간도 안맞고 정시에 도착도 안하는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우리 나라 바닷가처럼 택시가 앞을 지나 다니는게 아니라 관광 버스와 투어다니는 택시만 있고 타고갈 택시가 없다! 허허 이것 참 타이페이 가는 기차 놓치면 대책 없는데 어쩌지 하는데 다시 쏟아지는 폭우 ㅠㅠ 폭우를 맞으며 도로변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니 다행이도 빈 택시가 한대 와서 선다 ㅠㅠ 그래서 늦지 않게 화롄역으로 돌아와 무사히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기차에 탑승

타이페이로 가는 기차는 고속 기차였는데 시설도 좀 좋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객실에 있는 LCD 디스플레이에서 다음 내릴 역을 지겹도록 반복해서 보여준다. 올때 이런 시스템이었으면 절대 실수 안했을텐데 ㅠㅠ 아쉬움이 짙게 남은 화롄을 떠나 다시 타이페이에 도착. 대만에서 제일 맛있다는 란저우 면을 타이페이 역 2층에서 사먹고 마지막 숙소로 이동. 

마지막 숙소는 타이페이 중심가 충요부흥역 근처인데 간판이 없어 찾기도 어려워서 친절한 대만 아저씨가 주소 보고 데려다 주고, 겨우 찾아간 숙소의  인포메이션에는 사람도 없고 벨을 눌러도 아무도 없길래 한참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전화해서 겨우 체크인을 해서 불만이 많았는데 숙소 자체는 넓고 깨끗하고 무엇보다 역하고 가까워서 그냥 저냥 만족.

방이 너무 편해서 좀 쉬다가 타이페이의 마지막 여정 - 신베이토우와 단수이의 해변 -을 시작함.
신베이토우는 온천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온천은 가본적도 없어서 뭔 온천이냐 싶어 원래 목적에는 없었는데 화롄역에서 잘못 내려서 만나신 분들이 강추하셔서 타올 하나 챙겨서 가보기로 함. 일단 베이토우역까지 가서 신베이토우로 가는 예쁜 메트로로 갈아타고 한정거장만 가면 목적지인 신베이토우. 역에서 내려 사람들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니 온천지구가 나온다. 온천물이 시작되는 곳인것 같은데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강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게 무척 신기했다. 더 가려고 했더니 5시라 나가라고 ㅠㅠ 아니 뭐 이렇게 일찍 끝나. 타이루거 협곡도 밤에는 관광이 어려운데 거기야 좀 위험하다고 쳐도 여기는 조명도 달고 해서 야간에도 개장하면 되지 않나? 그래도 조금 더 늦었으면 아예 못봤겠구나 생각하고 나와서 노천욕을 하기로 함. 여기저기 노천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널려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대부분은 일인용 욕조에 온천물을 받아서 온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 무슨 고문실 같아서 무서웠다. - 한곳에서만 수영복을 입고 노천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음. 

당연히 수영복이 없어서 온천에서 하나 사서 - 250$. 입장료가 40$ 였는데 ㅠㅠ- 노천욕을 하러 감. 사실 노천 온천이라고 하기엔 규모도 정말 작고 사람은 많고 시설도 허접해서 - 탈의실이 따로 없어서 샤워실에서 갈아입어야 함- 첨엔 좀 황당스러웠는데 그래도 온천에 몸담그고 있으면서 밤하늘을 보니 며칠 안됬지만 그래도 쌓였던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온천물에 몸담그고 있다가 나와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어찌나 시원한지 ㅠㅠ 이게 노천욕의 매력이구나 싶었다. 

온천을 기분좋게 마치고 나와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 시원하게 마시고 단수이로 향함. 단수이는 타이페이 북쪽의 항구마을인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하다고. 나는 무슨 영화에 나왔다 이런 문구도 별로 안좋아하고 특히 우리나라 지방 관광지에 있는 "1박 2일 촬영장소" 이런 홍보는 관광지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해서 거의 혐오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영화 촬영장소는 별로 관심 없고 그냥 바다와 석양을 보러 갔는데 날씨도 흐린데다가 이미 해가 져있어서 그런건 못보고 대신 해안가를 둘러싼 거리와 밤바다 그리고 밤바다를 바라보며 밀회를 즐기는 대만 연인들을 보며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옴

마지막 저녁은 소고백화점 지하의 딘타이펑에서 해결하고 -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 줄을 서서 먹었다 - 시티슈퍼에서 ESB, Chimay와 같은 근사한 맥주를 사서 숙소로 올라옴. 이번 대만 여행은 아쉬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헤어지려니 많이 아쉽네~

쓸쓸해보이던 칠성담 해변


바닷물이 너무 파랗고 파도가 쳐서 좀 무서웠음




타이페이역 2층의 란저우면






여기서 노천욕을 즐김


단수이의 골목길



마지막 저녁은 소고백화점 지하의 딘타이펑에서


대만 맥주는 형편없다지만 그래도 비교적 싼값에 고급 수입맥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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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day ㅠㅠ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러한 날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배드데이로 기억될 것 같다. ㅠ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5:30에 일어나서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기차역에 가서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표를 바꾸고 - 원래 고속기차를 예매하려고 했는데 예매 가능날보다 하루 늦게 예매했더니 모든 표가 다 매진되어서 완행으로 예매했는데 일부는 이것 때문에 대참사가 일어남...대만 사람 너무 많아 ㅠㅠ- 기차에 탑승하여 정시에 출발. 기차안에서 팔던 도시락도 하나 사먹고 잠이 부족해서 책도 읽다 하면서 자다 깨다 하다보니 도착 시간이 거의 다되어간다. 이제 곧 내리겠구나 하고 준비하는데 정거장을 알리는 전광판에 (LCD스크린이 아니라 LED가 깜박이는 구식 전광판)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지나가는게 아닌가 "화롄!" 아 여기인가? 왜 이렇게 규모가 작지? 이상한데 하고 옆에 있던 대만인 아저씨한테 여기가 화롄이냐고 물어봤더니 아저씨가 "화롄"이라고 한다. 그래서 후다닥 내리는데 마침 다른 관광객들도 여러명 같이 내린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역 이름을 확인하려고 하니 마침 또 내가 있던 칸이 2호차라 2호차 내리는 곳은 플랫폼 거의 끝이어서 주변에 표지판도 역 이름이 써있는 기둥도 떨어져 있어서 예감이 안좋아 다시 타려고 하니 기차는 이미 문을 닫고 떠나버렸다. 혹시나 하고 기둥까지 가서 역이름을 보니 화례니 아니다...ㅠㅠ 세상에 이런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를 줄이야... 다음 내릴 역 안내도 제대로 안해주고 화롄이냐고 물어봤을때 "No"라고 한마디 안해준 옆자리 아저씨도 원망스럽다. ㅠㅠ

다음 기차시간을 보니 무려 1시간 후..작은 역이다 보니 고속열차는 통과하다 보니 다음 완행열차까지 기다려야 하는다. 젠장. 버스나 택시가 있으면 이용하려고 했더니 버스는 없고 택시는 하루종일 투어를 위해 대기하는 택시밖에 없다. 여기서 내린 관광객들은 그런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듯 ㅠㅠ 그렇게 좌절하고 있으니 어떤 여자분께서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여기서 잘못 내렸다고 ^^; 그쪽은 노부부와 두 딸 그리고 손자 이렇게 5명이서 함께 다니는 중이었는데 할아버님이 내리자고 우겨서 다 내려서 갖은 구박을 받고 계셨다 ㅎ 버스나 택시는 포기하고 그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래도 어느덧 다음 기차가 와서 예상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화롄에 도착함.

여기서도 그냥 짐을 역에 맡겨두고 타이루거 협곡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숙소에 체크인을 해버렷다. ㅠㅠ 도대체 왜그랬을까? 체크인을 하고 스탭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듣고 다시 버스를 타러 역으로 돌아오니 좀전에 버스가 떠나버렸고 다음 버스는 한시간 반후 ...이렇게 일정이 꼬일 수도 있을까? ㅠㅠ 일단 티켓부터 사고 점심을 먹고 편의점에서 캔맥주 한잔 마시니 조금 멘붕이 회복되긴 한다. 그럼 내일 오전에 타이페이로 가는 기차를 뒤로 미루고 타이루거 협곡을 오늘 오후와 내일 오전에 보자 라고 결정하고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바꾸려고 했더니 표가 없덴다 젠장!! 결국 어쩔수 없이 오늘 타이루거 협곡을 정말 찍고만 오고 내일 오전에는 칠성담을 보기로 함...여기까지 와서 이게 뭐야 ㅠㅠ 화롄에서 하루 잘거면 전날 저녁에 와서 자고 아침부터 시작하는 하루 또는 반나절 투어를 하고 저녁 기차로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일정이 제일 좋을듯 싶다. ㅠㅠ

협곡으로 가는 버스를 탔더니 옆자리에 교토 시청에서 일한다는 일본인 여행객이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 26살인데 20개국을 가봤다고 해서 정말 부러웠음. 그 친구는 협곡을 일주하는 버스의 종점(?)에서 하루 자고 내일 다시 화롄으로 돌아온다는데 숙소만 잘 잡을 수 있다면 이것도 괜찮을듯 - 가다 보니 협곡 순환 루트의 마지막 정류장. 여기서 막차까지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되서 그냥 정말 가볍게 둘러보고 막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옴. 시간이 새겨 놓은 깊은 협곡의 모습은 얼핏 봐도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다. 

대만하면 생각나는 풍경중의 하나가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 그중에 한두명은 머리도 벗겨지고 - 런닝 셔츠만 입고 허름한 가게 또는 셔터가 내려진 상점에 둘러 앉아 샤브샤브를 나누어 먹는 장면이다. 아마 중화권 영화에서 숱하게 나온 장면일텐지. 그래서 대만에서 꼭 먹고 싶은 음식중의 하나가 샤브샤브/훠궈였는데 마침 지나가다 사람들이 가득찬 넓직하고 깨끗한 샤브샤브 가게가 보여 무작정 들어감. 들어가고 보니 샤브샤브 부페로 육수를 일인당 하나씩 (그래서 한명씩 가도 괜찮음. 아주 좋은 시스템 ^^) 끓여주면 돌아다니면서 온갖 것들을 다 샤브샤브로 먹으면 되고 그외 다른 대만 음식들도 잔뜩 있다. 신나서 이것저것 가져다 먹다보니 금새 배불러져 헉헉대면서 먹는데 대만 사람들은 남자건 여자건 앞에 재료들을 수북히 산처럼 쌓아두고 먹는걸 보고 좀 놀랐다. ㅎㅎ 망고 아이스크림과 커피까지 든든히 먹고 나니 그래도 기분이 많이 풀린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날도 있는 거지 ㅋ 역시 나란 남자 단순해 ㅋㅋ

원래 계획은 망고 빙수로 입가심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배가 불러서 그냥 화롄 거리를 헤매고 다니다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옴



화롄으로 가는 기차에서 사먹은 도시락. 이때까진 좋았지 ㅠㅠ


심지어 날씨도 좋았는데 ㅠㅠ










타이루거 협곡은 본게 이게 다 ㅠㅠ



먹부림으로 쓸쓸한 마음을 달램 ㅋ


화롄의 다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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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날씨를 보니 언제 비오고 흐렸나 싶게 해가 쨍쨍한게 정말 열대의 아침이다. 오늘은 덥겠구나 걱정이 덜컥 들지만 그래도 비오는 것보다는 백배는 낫겠지 생각하며 일찍 숙소를 나섬.

오늘은 타이페이 근교의 예류 지질공원, 진과스, 지우펀을 도는 여정이라 8시도 되기 전에 숙소를 나서서 밀크티 한잔 마시고 지하철 역으로 향함. 타이페이 터미널로 가서 예류행 표를 사니 마침 곧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버스에 올라타서 1시간 반쯤 가니 예류 정류장. 지질 공원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만두 그리고 왕쿠르트 하나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공원으로 감. 

예류 공원은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는 곳인데 오랜 풍화 작용과 바닷물의 침식 작용으로 인해 해안가에 기기 묘묘한 바위들이 자연적으로 생겨서 유명한 곳이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규모가 작아서 볼게 없다고 한 글도 본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꽤 괜찮았다. 터키의 카파도키아나 이집트의 바하리야 사막에 비하면 규모는 아주 소박하지만 그래도 푸른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바위들과 해안가가 보기 좋았다. 다만 여기도 관광객이 너무 많다. 아무리 봐도 수용가능한 규모를 넘는 관광객들인 것 같은데 대만은 정말 어디 가도 사람이 많다...ㅠㅠ

예류를 둘러보고 예전 식민시대 금광을 공원으로 만들었다는 진과스로 향함. 이번에는 가이드북도 하나 없이 구글맵과 인터넷에서 모은 자료들로만 여행 준비를 했는데 마침 내가 본 자료에는 여기서 지룽까지 1022번 버스를 타고 가서 갈아타라고 되어 있는데 그 버스가 없단다..헉.. 어떻게 하지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계속 택시를 타라고 한다. 택시비 아까워서 어쩌지 하고 있는데 마침 다른 정류장에 가보니 지룽 가는 버스가 떡하니 있다. 어휴..잘 좀 알려주지 -_-;;

곧 도착한 버스를 타고 40분쯤 가니 진과스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는 지룽. 정류장에서 내리니 타이페이 못지 않은 대도시이다. 길도 넓직 넓직하고 건물들도 최신식 고층 건물. 날이 더워서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사들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진과스로 출발. 지우펀/진과스는 타이페이 근교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곳인데 산위에 있다 보니 좁은 2차선을 통과해야 해서 차들이 많이 막힌다. 역시 이곳도 사람들로 넘쳐나는 구만...가다 서다 지루하게 반복하다가 진과스에 도착. 진과스는 볼거리가 아주 많지는 않은데 광부 도시락을 파는 식당이 유명하고 산속에 만들어 놓은 길따라서 산책하기에 좋다. 중간 중간 박물관 이런게 있는데 그런건 뭐 별로 볼게 없고.. 광부 도시락 집에서 좀 기다렸다가 거기서 점심을 먹고서 산책을 시작함. 원래 여기 온 목표는 진과스 뒤편의 차후산이라는 곳을 올라가고 싶어셔였다. 대만 관련해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외국 블로그를 보게 되었는데 그 블로그에 올라온 차후산에서 바라본 전경이 매우 멋져서 무척 기대했던 곳. 그래서 차후산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하이킹을 시작하려고 하니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안개가 자욱해진다. ㅠㅠ 앞이 안보이는 안개는 걷힐 생각을 안하고 이렇게 올라가봐야 볼게 없겠구나 싶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냥 내려옴..

이제 오늘 마지막으로 갈 곳은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모티브가 되었고 영화 비정성시의 무대가 되었었던 니우펀에 갈시간. 진과스에서 버스로 한정거장이어서 한정거장 지나서 버스에서 내리니....세상에....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지우펀 관광을 일찍 끝내고 타이페이나 지룽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적어도 1km도 넘게 서있는 것 같다. 아니 여기가 그렇게 대단한 관광지인가? 교토의 산넨자카 난넨자카 같은 역사가 담긴 관광지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 사서 마시면서 지우펀의 골목길에 들어서니 ㅎㅎ 이건 뭐 골목길에 만원 지하철 수준으로 사람이 많아서 앞으로 가는 것도 힘들 지경 -_-;; 그래도 중간 중간 맛있어 보이는 간식들 사먹으면서 골목길 헤매고 다니는게 재미있기는 했다. 날씨가 좋으면 지우펀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아름다웠을것 같은데 날씨가 흐려서 그건 못보고 지우펀의 번잡스런 야경을 보고서는 오늘의 관광을 마무리함. 타이페이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가니 도착때보다는 줄이 짧아졌는데 그래도 아직 꽤 길다. 숙소로 어떻게 돌아가나 걱정하는데 마침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과 조인해서 6명이서 일인당 200$씩 내고 편하기 타이페이로 도착함. 내일은 아침 일찍 화롄 역으로 가야 해서 숙소에 오다가 발견한 바에 갈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하루를 정리함...



예류 가는 길에 본 귀여운 냥이




이집트 국립 박물관에 있는 네페르티티 두상을 쏙 빼닮은 바위. 옆에서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아주 길게 서 있었다.





어쩌면 진과스에서 제일 유명한 광부 도시락. 난 도시락 통은 필요 없어서 저런 구성으로 먹었음




차후산은 못가보고 그냥 근처 관우 사당까지만 산책



지우펀의 입구...사람 정말 많다...-_-;;


아니 뭐 이런데서도 취두부를 팔아..


맛있었던 군것질 거리. 땅콩가루와 아이스크림을 크레페처럼 말아서 준다.


뭘보냥~


지우펀의 야경들







북적 북적....


숙소로 돌아오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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