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6


아침에 "논어 세번 찢다"를 완독함

어디서 본 글귀인지는 모르겠으나 40세가 되면 동양 고전을 보라고 했던 글귀를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온 40대를 위한 동양 고전 입문서들도 신간 소개에서 봤었던것 같아. 그러던 중에 로자의 서재에서 읽을만한 책으로 베이징대 교수 리링의 책을 소개한 바 있어 550페이지의 하드커버임에도 여행에 들고 옴. 


사실 그전에 공자니 논어니 전혀 몰랐고 혹시 고리타분하고 머리 아픈 사상이야기는 아닌가 걱정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첫장을 넘긴 순간부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읽어 나갔다. 책은 논어에 대한 해석과 강독이 아니라 논어를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3번 해체하는데 거기 나오는 인물들, 논어에 나오는 사상, 그리고 성전으로써의 논어에 대해 각각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은 뜬구름 잡는 고준담론이 아니고 공자의 시대 공자의 자취를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 해서 공자의 자취와 사상에 아주 실감나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그러면서 공자가 논어를 통해 이야기했던 성인의 덕과 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리링은 공자를 이상화되고 박제화된 성인으로써가 아니라 그도 현실과 치열하게 싸웠던 한명의 인간임을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럴때 공자의 사상이 이상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건 재미있게 읽어서 좋았고 이제 무거운 하드커버 책은 평소에 안들고 다녀도 되어서 또 좋았다. ^^ 다음에 읽을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미국의 가난한 캔사스가 보수 우파의 본거지가 된 과정을 살펴보면서 미국 보수우파의 전략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작년에 대선때 받은 상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실제로도 너무 궁금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아침에 책 읽다가 좀 느긋하게 9시쯤 숙소를 나옴. 내일 아침에 출발할 하퓨탈레행 기차를 예매하고 - 결국 바닷가 하루를 포기 - 캔디의 핵심이자 스리랑카 불교의 핵심인 불치사를 보러 감. 별 생각없이 반바지를 입고 갔더니 앞에서 반바지는 입장 불가란다..힝.. 더운데 청바지를 입어야 하나 어쩌지 하는데 생각해보니 7부 바지가 있긴 하다. 손으로 종아리를 가리키며 이정도면 오케이냐 했더니 그정도는 오케이란다 ㅎ 숙소로 다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7부 바지를 잔뜩 내려 입고서 입구를 통과함. 


호수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불치사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안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참 아름답다. 당연히 부처의 치아에는 접근이 불가능 하지만 사원에 모셔진 불상에 현지인들이 경건하게 참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참 좋다. 특히나 스리랑카 사람들은 꽃을 좋아해서 불상마다 꽃을 바치며 기도를 하는데 꽃향기가 진동하는 참배식에서 꽃향기에 취해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니 내 마음도 같이 평화로와 지는 것 같다. 세상 근심과 쓸데없는 욕심과 헛된 욕망 없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참을 평온한 마음으로 있다가 나와 점심을 먹고 별다른 목적지 없이 캔디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님. 불치사 말고 다른 조그마한 사원도 있고 힌두 사원들도 곳곳에 있다. 관광객은 없는 사원에 들어가 지친 다리 쉬는 것도 좋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사원은 신성한 곳이라 야외라도 신발을 벗고 입장을 하는데 맨발로 사원의 감동을 느끼면서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도 다른 데서 해보기 힘든 경험이리라. 사원에서 쉬면서 책도 읽고 하면서 어디선가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묶여 있는 코끼리도 보고 하다 보니 해가 져간다. 어제 갔었던 언덕 사원에 다시 한번 올라가 캔디의 전경을 보다가 내려옴


Kottu라는 스리랑카 음식을 맛있게 먹고서 40루피짜리 커피도 한잔하고 밤의 불치사를 한번 더 보고 숙소로 돌아옴. 근사한 펍에 가서 한잔 할까도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전부 일행, 커플들이어서 혼자 청승맞게 먹느니 그냥 숙소에서 한잔 하자 하고 맥주와 이름모를 열대 과일들을 잔뜩 사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일기를 쓰다보니 외국 여행객 두명이 들어온다. 나이차가 많이 나보이는 두 남자여서 처음에는 부자지간인줄 알았음


마당에서 같이 있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젊은 남자는 2달간 인도 여행을 다녀온 체코 출신이고 나이 많은 남자는 2달간 태국과 캄보디아를 다녀온 프랑스 사람이라고. 여행중에 만나서 같이 다닌다는데 국적도 나이대도 다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같이 다니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맥주 마시고 그들은 아락을 콜라에 섞어 마시는데 나한테도 한잔 권해서 마셔봤는데 너무 독해서 나는 별로더라. 와인을 만든다는 체코 친구는 6개월 일하고 6개월 논다는데 참으로 부러웠다. ㅎㅎ 나한테 무슨 일 하냐고 해서 소프트웨어 관련한 일을 한다 라고 했더니 대학 다니면서 일하는 거냐라고 물어봐서 졸업한지 10년도 넘었다고 이야기 해줫음 ㅋㅋ




스리랑카는 야생 동물들이 참 많은데 그래도 이런 대형 도마뱀도 있다니 깜놀..ㅋ 007 스카이폴 보면 코모도 도마뱀이 사람 잡아먹고 그러던데 ㅋㅋ



달디 단 도너츠와 스리랑카에서 맛보기 힘든 에스프레소로 아침을 


전날 올라갔던 언덕위의 사원의 모습



이곳이 스리랑카 불교 유적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을 불치사 Sacred tooth temple




부처에게 헌화하는 스리랑카 사람들. 참배실에서 있었던 평화롭던 순간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침을 즐기는 냥이님.. ㅋ


힌두 사원 사자를 탄 싱할족의 모습은 정말 스리랑카 현지인을 쏙 빼닮았음



갑자기 도심에 나타난 코끼리와 행렬들..




산책하다가 만난 코끼리


Kottu라는 스리랑카 요리. 맛있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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