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 편재하게 된다고 한다. 최신 기술로 각광 받던 기술이 일상화 되면서 기술 자체가 완벽히 배경 기술이 되어 사용자는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상황을 말할텐데 컴퓨터와 많은 인터넷 기술도 그 직전 단계에 와있지 않을까? 고가의 귀한 자원이었던 컴퓨터는 이제 집과 직장 그리고 손에 하나씩 쥐어져 있고 곧 사람들 신체에 보이지 않게 부착될 것이고, 웹과 소프트웨어 기술은 많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이 단계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신체 자체가 네트웍에 연결되는 노드가 될 멀지 않은 시기에는 컴퓨팅 자체가 편재화 되겠지. 


어쨌건 이미 우리들도 매일 매일 인터넷에 접속해서 검색을 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신뢰해서 다운 받으며 때로 신용카드와 같은 절대 유출되어서는 안되는 번호를 거리낌 없이 서버로 전송하면서도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한번 더 생각해보면 전 지구상에 흩어진 수십억개의 데이터에서 어떻게 사람마다 필요한 정보를 꼭 찾아서 검색 결과로 알려주고, 수천만명의 고객이 동일한 서버에서 온라인 거래를 하고, 공개된 인터넷 회선을 통해 어떻게 신용카드 정보를 보내며, 데이터들은 어떻게 최적화 되어 오류 없이 서버간을 이동할 수 있는지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놀라운 일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20세기 컴퓨터 과학이 태동된 이후 수많은 천재들이 때로는 그들의 젊음을 모두 바쳐 연구한 덕분인데 이 책에서는 그중에 검색 (인덱싱과 페이지랭크), 공개키 암호화, 오류정정코드, 데이터 압축, 데이터베이스등 9가지의 알고리즘을 선택하여 그 원리와 개발 과정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을 해주는데 매일 같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이면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구나 알아가는 과정이 지적으로 매우 즐거웠고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알고리즘을 소개하는 이 책의 마무리는 역설적으로 튜링의 유명한 논문인 "정지 문제의 결정 불가능성"에 대한 증명으로 끝내는데 이부분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

사족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사정을 생각해보면 공개키 암호와와 같은 아름다운 알고리즘이 아무 문제없이 전 세계 웹에서 잘 사용되는데 우리나라는 뭐한다고 액티브엑스니 공인인증서니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 다시 한번 이해하기 어려웠고 오가닉 검색은 없이 광고로만 검색결과를 채우는 네이버가 우리나라 검색분야를 독점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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