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배가 연기되었다고 해서 여러가지 컨틴젠시 플랜을 짰다. 연기된 날은 이부스키 다녀오는 걸로 급하게 정하고 그 다음날 배가 취소되면 바로 배표 환불 후 유휴인과 벳부로 가고 취소되지 않으면 야쿠시마로 가되 야쿠시마에서 나오는 배시간을 조정해서 야쿠시마에서의 일정까지 변경을 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선착장으로 나감. 선착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 보니 배가 정상으로 다닐것 같다. - 양복 입은 엔지니어들 느낌의 아저씨들이 많아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일본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섬이 야쿠시마 옆에 있는데 그 다음날인가 로켓 발사가 있었다고 한다. 하여간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배는 야쿠시마로 향하고 2시간쯤 지나 섬에 도착. 가고시마로 나오기 위해 대기하시던 분들도 꽤 있던데 이분들은 다들 며칠씩 발이 묶여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여간 미리 예약한 숙소를 부랴 부랴 취소해서 숙소를 새로 잡아야 하는데 야쿠시마는 건물들도 뛰엄 뛰엄 있고 식당이나 상점도 눈에 잘 안띄는 곳이라 민박 집 찾기가 쉽지 않다. - 나중에 인포메이션 센터 가니 지도랑 잘되어 있던데 첨부터 가볼껄 -_-;;- 그냥 무작정 가다가 민숙이라고 써있는데 들어가 방을 잡고 다음날 등산할때 먹을 도시락을 예약하고 관광을 시작. 등산은 내일과 모레 이틀하기로 하고 렌트나 스쿠터를 빌려서 야쿠시마 섬을 돌아볼 계획이었는데 렌트야 국제 면허증이 필수라고 해도 스쿠터가 국제면허증이 필요할줄은 몰랐다 ㅠㅠ 여지껏 그냥 국제 면허증 없이도 스쿠터 잘만 빌렸는데 일본은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구나 흑.. 그래서 그냥 자전거로 대신하기로 함. 

야쿠시마 섬은 제주도 1/4쯤 되는 크기여서 자전거로 다 돌아보는건 무리이고 안보항까지 19km 떨어져 있길래 거기까지 다녀와 보기로 함. 사실 달리기 하면 좀 필받으면 18km 까지는 1시간 40분 정도에 뛰어서 자전거로는 한시간쯤 걸리겠지 하고 힘 남으면 더 가보자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첨에는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중간중간 경치 좋은곳에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점점 가다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게 갈수록 힘들어 진다. ㅠㅠ 결국 2시간쯤 걸려서 - 뛰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다니 ㅠㅠ- 안보항에 도착하니 늦은 점심시간.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고 다시 힘들여 숙소까지 돌아옴. 돌아오는 길에 근처 초중고등학교의 하교시간인지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루루 나온다. 인상적이었던게 다들 특별활동을 했는지 모두들 체육복에 운동용품들을 잔뜩 들고 다니는데 건강해 보여서 참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 공부에 찌든 학생들과는 다른 모습. 그 와중에 초등학생들은 귀엽게 곤니찌와 인사도 해주고 ^^

저녁을 먹고 나와 7시쯤 되니 야쿠시마는 이제 완전히 조용하고 아무것도 할게 없는 동네로 변한다. 몇개 없는 슈퍼마켓에서 내일 산에서 먹을 맥주 몇개 사서 숙소로 돌아와서 4시부터 시작되는 산행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씻고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인 아주머니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준다. 

바로 태풍으로 등산로 폐쇄!!  ㅠㅠ 헉...이럴수가 배 안다니거나 연기되는 것등에 대해서는 계획이 있었는데 여기와서 등산로가 폐쇄되다니 흑... 아주머니가 영어를 전혀 못해서 구글 번역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니 다행히 원래 계획한 조몬스기 코스 말고 모노노케 숲이 있는 시라타니 운스케 코스는 오픈을 한다는 것 같다. 휴..그거라도 다행이지 그래도 너무 속상하다. ㅠㅠ



태풍이 지나가고 드디어 파란 하늘이 ㅠㅠ



야쿠시마 가는 길에 보였던 멋진 산. 저기도 나중에 올라가보고 싶다.



갈때는 이런데서 사진도 찍고 좋았는데 ㅠㅠ







야끼니꾸로 저녁을..

10.5

18호 태풍이 가고시마에 상륙하는 날. 일년에 몇번 오지 않는 태풍일텐데 참 정확하게도 맞춰 왔구나 ㅠㅠ (그런데 지나고 나니 다행인게 18호 태풍때문에 배도 연기되고 일정에 지장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사고가 난다거나 집에 못오고 그런건 없었는데 귀국후 1주일후 더큰 19호 태풍때문에 가고시마 근방에 피해가 컸었음) 아침에 창문을 여니 비는 아직 안오는데 바람이 거세다. 휴 빨리 지나가렴. 등산쟈켓을 꺼내입고 가고시마 역으로가서 이부스키로 가는 기차를 예매하고 기차에서 먹을 에끼벤 - 가고시마 명물 흑돼지 포장이 귀여웠던 - 도 하나사서 기차에 올라탐. 그냥 보통 기차를 예상했는데 이부스키행 기차는 부타바 특급이라고 흰색 검은색으로 반이 나눠진 귀여운 관광열차였다. 두량짜리 아기자기한 기차인데 내부도 나무 원목 의자와 탁자로 되어 있는 정말 깜찍한 열차였다. 하여간 일본 사람들 이런거 좋아해 ㅎㅎ 여자 차장분도 너무 친절했는데 운행중에 역무원 모자 들고 다니면서 손님들 한명 한명 기념 사진 촬영해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책도 좀 읽고 창밖으로 비내리는 일본의 농촌 마을과 바다의 풍경을 보다보니 이부스키에 도착

이부스키는 해변가의 모래가 온천의 영향으로 뜨겁다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모래에 파뭍혀 있다 나오는 모래 온천이 유명하다. 그런 곳이 해변가에 여러 곳이 있는데 태풍때문에 다 문을 닫고 다행히 이와사키 호텔이라는 곳 한곳에서만 한단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다보니 점점 비바람이 거세진다. 버스에서 내려 안내를 받아 모래온천에 가니 평소라면 바다가 탁트인 야외에서 모래속에 몸을 묻고 바닷바람 맞으면서 바다를 바라봤을텐데 태풍때문에 사방을 막아둬서 좀 아쉽다. 유카타채로 뜨거운 모래에 누우니 진짜 일하시는 아저씨가 모래로 덮어주는 순간부터 땀이 줄줄 흐르는게 신기하다. 바닷바람이 불어주면 참 좋았을텐데... 답답한걸 잘 못참아서 참을 만큼 참다가 샤워를 하고 4층에 있는 온천탕으로 올라감. 여기는 그냥 대중탕 같은 시설인데 그래도 큰 창으로 보이는 바다가 참 멋지다. 태풍때문에 거세진 집채만한 파도가 몰려오는 걸 혼자서 -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있었음 ㅎ - 탕에 몸담그고 있자니 며칠 돌아다닌다고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땀도 많이 흘려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려 했더니 명색이 호텔이라고 맥주값이 너무 비싸서 ㅠㅠ 버스타고 역으로 돌아와 역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잔 사다 먹으려니 비바람이 최고로 거세진다. 

이부스키 지역도 조용하고 좋던데 날씨 좋으면 자전거 타고 돌아다녀도 좋았을텐데 날씨도 안좋고 그래서인지 문연 가게들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와서 돌아오는 기차에서 먹으며 가고시마로 돌아옴. 가고시마역의 도큐핸즈와 쇼핑몰도 구경하는데 세상에서 귀여운것과 맛있어 보이는 건 다 모아놓은 것 같다. ㅋ 충동구매로 쇼핑 몇가지 하고 다시 시내로 나오니 비가 좀 잦아들고 구름도 서서히 걷히는 거 같다.  하루종일 비오는 날씨에 돌아다녀서 따듯한게 먹고 싶어서 가고시마에서 유명한 흑돼지 샤브샤브나 닭고기 국밥인 게이한을 먹어볼까 했는데 멀리 가기 귀찮아서 역앞에 야타이들 모여있는 곳에서 라멘으로 때우고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 돌아오니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고 해서 자전거로 가고시마 골목골목을 한번 돌아보고 하루를 마침



귀여운 이브스키행 부타마 특급


흑돼지가 귀여워 ㅋ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보며 맥주 한잔~


태풍이 걷혀가면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인다.


야타이 밀집 지역. 후쿠오카처럼 북적이지 않다보니 뭔가 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가챠퐁에서 귀여워서 뽑은 인형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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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헐...이럴수가 
원래 추석연휴때 여행을 오려다가 야후 날씨앱의 비온다는 (거짓) 예보때문에 연기하고 좋은 날씨를 기대하고 여행일정을 조정. 그리고 한달쯤 기다려서 맑은 가을 날씨를 기대하고 왔건만 이번엔 아예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ㅠㅠ 정말 운도 없다 생각하고 그냥 왔는데 의외로 후쿠오카 도착하니 날씨가 괜찮아서 기우였나보다 생각했는데... 결국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ㅠㅠ

어쨌건...아침에 하카타역에서 에키벤 만화에서 자주 보던 에키벤 하나 사들고 신간센에 올라가고시마로 출발. 에키벤은 뭐 기대가 커서인지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아주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성스런 일본식 도시락 느낌과 맛이 좋았다.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의 KTX 제육볶음 도시락 이런거 생각하면 뭐 ㅎㅎ 어쨌건 남은 기간중에 기회되면 또 한번 먹어보기로 하자

한시간 20분쯤 걸려서 가고시마에 도착. 가고시마는 후쿠오카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인데 후쿠오카도 작고 조용하고 깨끗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좀 뭔가 세련된 도시의 느낌이 있었다면 가고시마는 푸근한 지방 소도시의 느낌이랄까 ^^ 호텔 체크인 시간도 남고 해서 코인라커에 짐을 두고 사쓰마의 작은 교토라는 지란의 정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코인라커 찾고 동전 바꾸고, 인포메이션 찾고 해서 물어보니 지란의 정원에 가는 버스가 방금 떠났단다. ㅠㅠ 한시간 기다릴까 하다가 원래 목적지중의 하나였던 센강엔을 먼저 가기로 함. 

센강엔은 예전에 가고시마 영주가 별장인가 하는 용도로 사용한 곳인데 가고시마 앞의 화산섬인 사꾸라지마가 보이는 정원이 유명한 곳이라고. 버스를 한 참 타고 도착한 센강엔은 과연 명성처럼 정원도 참 예쁜데 정원에서 바라보이는 바다와 사꾸라지마 섬의 모습이 참 웅장하다. 일본 정원은 정원 안에 하얀 모래와 나무와 바위로 산과 바다를 조형하는데 아예 산과 바다를 정원의 일부로 삼은 모습이 뭐랄까 참 호방하다 싶다. 정원 여기저기 구경하다 센강엔 뒤편의 등산로 따라 뒷산도 올라가보고 하니 어느덧 배가 고파온다.

가고시마는 흑돼지로 유명하고 일본 제일의 축산 산지로 유명한 곳인데 그래서 일본 최고라는 돈까스집이 가고시마에 있다. 마침 숙소 근처에 있어서 짐을 끌고 구글맵의 도움으로 찾아감. 마루이치라고 해서 히라가나로 마루로 된곳을 한참 찾았는데 九一 이라고 된곳이 마루이치였더구만 -_-;; 어쨌건 부푼 마음으로 가게로 입장. 마침 시간이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자리가 한적하다. 

그러고 보면 없이 살던 시절 스테이크 같은 진짜 양식은 구경도 못하던 시절 그나마 칼과 포크를 이용하교 스프와 샐러드와 같은 전식이 나오고 빵과 밥을 선택하라던 돈까스는 참 특별한 음식이었는데. ㅎㅎ 그런 종이짝 처럼 얇은 고기에 튀김옷만 두껍고 달디단 소스만 듬뿍 뿌린 경양식집의 돈까스만 가끔 먹다가 처음으로 일본식 돈까스라고 먹었을때가 생각난다. 고기의 두께와 바삭한 튀김옷 그리고 상큼한 양배추가 곁들여진 맛에 참 놀랐었는데 ^^. 이제 우리나라도 예전의 돈까스는 분식집이나 기사식당에만 남아 있고 정통 일본식 돈까스 집들이 여럿 있지만 그 돈까스의 진짜 원조를 먹게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ㅎㅎ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로쓰까스를 주문함. 주인 아저씨가 인상이 조금 무서워 보였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본인이 한국에서 다녀온 이야기도 해주시고 먹는 법도 알려주시고 매우 친절하시고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참 친절하시다. ^^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니 곧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양의 돈까스와 밥 장국이 함께 나온다. 튀김옷이 황금색이 아니라 좀 탔나 싶게 어두운 갈색이라 괜찮은건가 싶었는데 소스를 바르기 위해 고기를 펼쳐보니 우와...정말 엄청난 두께의 고기가 촉촉한 모습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고기와 바삭한 튀김옷, 부드러운 소스와 톡쏘는 겨자소스와 함께 먹는 맛이란 ㅠㅠ 거기에 잘지은 밥과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고소한 장국 그리고 마지막에 시원한 생맥주까지 분명 배는 부른데 계속 먹게 되더라. 과연 일본 최고의 돈까스라고 할만하다. 

마루이치를 나와 체크인을 하고 산책겸 바닷가로 나가봄. 바닷가를 산책하다 마침 근처에 내일 야쿠시마로 가는 페리호를 타는 선착장이 있어서 선착장 위치도 확인할겸 선착장으로 가봄. 그런데 중간에 위치를 잘 모르겠어서 페리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번역해봤더니 헉! 오늘 배가 취소되었다고 하는게 아닌가! 비도 안오고 그런데 어째서 ㅠㅠ 그래서 내일건 어떻게 됐나 물어보러 매표소에 가서 물어봤더니 내일 배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ㅠㅠ 이거 일정이 완전히 꼬이겠네. 표를 취소할까 하다가 일단 내일 모레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해서 다음날로 연기하고 다음 다음날 상황에 따라 야쿠시마를 포기하고 규슈다른 곳을 가보기로 함. 태풍이 지나갈꺼면 내일 하루에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 ㅠㅠ

그래도 처음엔 난 왤케 운이 없지 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만약 나오는 배가 취소되었으면 더 끔찍하다. 5일 한정 JR패스도 못쓰고 비행기도 연기도 안되서 다시 사야하고, 거기다 휴가까지 더 써야 했을테니 그거보다는 다행이지. 이런 생각도 하고 여행 다니면서 이런일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가고시마 중심가를 돌아다니다 보니 맘이 좀 편해지긴 한다. 야쿠시마가 뭐 평생 또 못올 곳도 아니고... 저녁은 돌핀포트에서 초밥을 먹고 돌핀포트 앞 족욕하는 곳에서 시원한 바람 - 이게 배를 취소시킨 태풍 바람이지만 - 맞으니 그래도 즐겁구나 ㅎ

맛있어 보이는 에키벤들을 잔뜩 팔던 에키벤 전문점







센강엔의 풍경들


가격이 ㄷㄷㄷ


마루이치의 돈까스.. 츄릅 또 먹고 싶다 ㅠㅠ




가고시마 중앙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 친구들



일본에 왔으니 스시도 ^^



가고시마 노상 전철 역에는 잔디가 깔려 있어서 예쁘다


태풍 전야의 가고시마 시내


10.3
아이고 힘든 하루...-_-;;
내일은 가고시마로 일찍 가야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후쿠오카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기로 함. 8시 반에 숙소를 나와 가고시마 왕복을 위해 JR Pass 5일권을 구매. 가고시마 왕복 기차표만 사면 왕복 20,000엔쯤 되는데 JR Pass 5일권은 17,000엔쯤 되서 패스를 구매했는데 패스만 있으면 5일동안 신간센을 비롯한 JR 라인을 무제한 탈수 있다는데 좀 아쉽긴 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패스로 규슈 구석 구석 돌아 다녀도 재미있을 듯 하다. 

후쿠오카에는 맛집이 많은데 하루에 3끼만 먹을 수 있는게 너무 아쉽다. 그래서 아침은 최대한 간단히 커피와 페스트리로 때우고 점심을 일찍 먹고 저녁을 두번 ^^;; 먹기로 함. 오늘의 계획은 캐널시티와 오호리 공원 마리오나 시티 아울렛, 후쿠오카 타워와 덴진을 돌아보면서 “규슈를 먹다”에 나온 맛집들을 들리는 계획. 다행히 맑은 날씨에 아주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

JR 하카타역에서 캐널시티로 가는 길은 정말 조용하고 깨끗하다. 이러한 조용함과 깨끗함은 후쿠오카와 규슈 전지역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사람들도 왠지 조용조용 대화하는 것 같고 차들은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번화가를 다녀도 가게 밖까지 울려퍼지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거리를 걷다보면 자전거 소리와 새소리만 가끔 들리고 버스를 타면 정차시에 시동까지 꺼져서 그야말로 고요한게 참 신기하다 ㅎㅎ. 거기다 거리는 어찌나 깨끗한지 담배꽁초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 그렇다고 도시가 아주 활기 없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 번화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이곳 저곳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야타이에서의 격의 없는 분위기를 보면 뭐랄까 적당히 활기 넘치면서도 속도에 쫓기지 않는 여유가 느껴져서 좋았다. 

캐널시티는 쇼핑몰 한가운데 조그마한 수로가 있는 멋진 디자인의 쇼핑몰인데 여기저기 할로윈 장식이 되어 있다. 할로윈은 한달가량 남아 있는데 벌써 할로윈 분위기라니 일본에서는 할로윈을 크게 기념(?)하는지 신기했다. 쇼핑몰에 다양한 샵들이 있는데 뭐 아저씨 눈에는 다른건 모르겠고 아웃도어 매장이 눈에 쏙 들어오는데 정말 탐나는 제품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최근에 시작한 캠핑 용품은 뭐 그리 싸고 좋은 제품들이 많은지. 우리나라보다 보통 2~30%는 저렴한듯 싶다. 

점심은 후쿠오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우동 타이라를 찾아감. 11시에 오픈하는 줄 알고 11시에 맞추어 갔는데 아직 문을 안열고 대신 4명이 앞에 줄을 서 있다. 뭐 어디 다녀오기도 애매하고 해서 나도 그 뒤로 줄을 섬.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1시 반이 오픈시간. 근데 일찍 오기 잘한게 11시 반이 되어 가게가 오픈하니 오픈 순간 기다린 사람들로 가게가 꽉 차버린다. ㅎ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탁자 앞 주방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쇠신 초로의 주인 아저씨가 열심히 면을 뽑고 삶고 찬물에 헹구고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육수를 만들고 고명을 올리고 아주 분주하신데 그 과정이 조금 과장하자면 정말 무슨 장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듯하다. 인터넷으로 보니 고보우 우동이 맛있다고 해서 그걸 시켰는데 (에비 고보우 우동을 시켰어야 하는데 아쉬움 ^^;;) 맛은 가게 분위기보다 더욱 놀라운 수준. 면발은 정말 쫄깃하고 육수는 강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면의 맛을 살릴 정도로 감칠맛이 나고 튀김은 바삭한 것이 과연 후쿠오카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을 만하다 싶다. 몇그릇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해서 나오면서 계산하니 고작 430엔의 가격에 또 놀란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인스턴트 우동 면에 스프로 맛을 낸 우동 얼마 받는지 생각하면 이런 음식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배도 부르겠다 고급 백화점이라는 다이마루 백화점 구경 잠깐 하고 산책겸 오호리 공원으로 감. 넓은 호수가 잇는 공원인데 호수 바라보며 맥주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공원 근처에는 그 많던 편의점이 없어서 그냥 쉬엄쉬엄 공원을 산책함. 중간에 아기자기 귀여운 일본식 정원도 구경하고 아카사카역까지 걸어가서 근처의 본타나카라는 유명 커리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함. 본타나카는 8년 카리로 유명한 곳인데 8년간 연구하고 그런 건가 했더니 타나카라는 후쿠오카 시내의 고급 이자까야에서 8년간 식사 메뉴로 인기 있었던 커리만 따로 분리해서 파는 곳이라고. 좌석이 전부해서 15개 밖에 없는 조그마한 음식점이었는데 커리는 정말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인도식이나 일본 프랜차이즈 커리와는 다른 소고기 풍미가 가득한 커리 맛이 인상적이었다. 

큰 규모의 아울렛이라는 마리오나 시티 구경 잠깐 하고 거기서 무료로 대관람차도 한번 타고 후쿠오카타워 앞에서 바다 보면서 맥주도 한잔하고 나니 슬슬 체력이 바닥을 보인다. 너무 많이 걸어다닌 듯 ㅠㅠ 오늘 여행의 마지막은 다시 텐진으로 가서 애플 스토어 구경하고 유명한 잇푸도 라면 먹어보기. 애플 스토어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매 전인 아이폰 6와 6플러스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는데 6플러스는 좀 큰듯했고 6는 얇은 두께 덕에 부담스럽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게 맘에 들었다. 나야 아직 약정도 남고 했으니 내년에 6s 나오면 그때나 생각해 봐야지. 그때도 엔화가 약세면 일본와서 공기계 사가서 한국에서 저가 요금제로 가입하고 싶다. 

일본라멘 하면 처음 십수년전에 오사카 가서 금룡 라멘이 유명하다고 해서 처음 먹어보고 느끼한게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한국에도 직접 육슈를 내서 생면을 담아 주는 일본식 라멘 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차츰 입맛을 들였는데 그중에서 홍대 앞에 하카타분코가 유명하기도 했고 몇번 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때 그 하카타가 바로 이곳이구나! 일본 라멘 대회에서 몇년간 우승하면서 일본 최고의 라면으로 손꼽힌다는 잇푸도 라멘 그 전설이 시작된 텐진의 본점을 방문해서 오리지널 돈코츠 라멘을 주문함. 맛은 뭐 ㅠㅠ 느끼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 맛에 생면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게 뭐랄까 맘까지 따뜻해지는 맛이랄까 ㅠㅠ 하루에 세끼만 먹어야 한다는게 아쉽다 흑. 

라멘까지 먹고 나왔더니 이제 정말 쓰러질 듯 힘들다. 텐진 번화가를 조금 보다가 숙소로 귀환...힘든 하루였구만..

하카타 캐널시티 전경. 아웃도어 매장에서 침을 질질..ㅋ


우동 타이라의 주인 아저씨


진짜 맛있었던 우동 타이라의 우동. 담엔 에비 고보우 우동을 꼭 먹어봐야지




오호리 공원 전경


후쿠오카뿐 아니라 규슈쪽은 자전거 도로가 정말 너무 잘되어 있음


8년카리로 유명한 본타나카의 일본식 커리


마리노아 시티 아울렛의 대관람차. 일본 사람들 대관람차 진짜 좋아해 ㅎㅎ. 무료라 한번 타봤음


멀리 후쿠오카 타워와 야후오크 스타디움이 보인다.


애플 스토어에서 만져본 아이폰6와 6플러스


으 정말 맛있었던 잇푸도의 라멘


여기가 가장 유명한 일본 라멘집 잇푸도 본점



10.2

얼마 전에 우연히 선배 페북에서 야쿠시마 사진을 보고 '오 이런데가 있다니?' 하고 반해서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 두었다가 마침 올해 추석 연휴도 길고 큐슈쪽은 안가봐서 추석 연휴를 껴서 후쿠오카와 가고시마 야쿠시마를 다녀오기로 함. 비행기표도 28만원밖에 안해서 부담 없이 예매를 해두었으나 여행 며칠 앞두고 일기 예보를 보니 계속 비가 온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5만원의 위약금을 내고 비행기를 개천절과 한글날 휴일을 이용한 기간으로 연기하여 이번에 오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일본 날씨 정보는 아이폰의 야후 날씨앱을 참고했는데 실제 추석때는 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안온듯하다 ㅠㅠ 야후 날씨 앱은 강우 확률이 항상 너무 높게 나와서 믿을 수가 없음 ㅠㅠ)

여행을 준비하며 10월초면 청명한 가을날씨를 기대했는데 다시 여행 전에 날씨를 확인하니 이번엔 아예 태풍이 남태평양에서 북상한단다 ㅠㅠ 젠장 운도 지질이도 없지 ㅠㅠ 그래도 이번에는 또 연기할 수 없어서 제발 날씨 좋기를 빌며 공항으로 출발. 공항에서 이것 저것 일보고 비행기에 올라타니 딱 1시간 조금 넘으니 후쿠오카다. 일본 가까운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뭐 부산 가는거 보다 가깝네 ㅎㅎ 후쿠오카 공항은 간사이나 하네다처럼 사람도 비행기편도 많지 않아 수속도 금방하고 짐도 금방 찾은데다가 후쿠오카의 중심지인 하카타 역까지는 지하철로 고작 두정거장 밖에 안되서 오후 5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는데 숙소에 체크인 하니 7시 반이다 ㅎㅎ

얼른 짐을 풀고 뭘할까 하다가 후쿠오카의 명물이라는 포장마차-야타이에서 웰컴맥주를 하러 감. 규슈 최고의 환락가라는 나카스와 덴진 부근이 유명하다던데 이번 여행을 위해 산책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보통 여행전에 그나라의 역사에 관한 책들이 있으면 읽어보고 가는데 이번에는 맛집 관련책으로 예습을 좀 했다 ㅎ - 에서 다이마루 백화점 근처의 야타이가 괜찮다고 해서 거기를 가봄

첨에 예상은 대만의 야시장처럼 포장마차가 북적북적 밀집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 나카스 근처는 좀 비슷 - 다이마루 백화점 근처는 그냥 대로변에 정겨운 포장마차가 두세개씩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포장마차와 비슷한 곳에서 꼬치, 라멘, 교자, 오뎅등 맛있는 안주들과 시원한 맥주를 파는데 사람들이 격의 없이 활기차게 어울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나도 옆에 자리 잡고 앉아 교자와 계란말이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번 여행을 시작함. 맥주 한잔 들어가니 날씨야 어쨌든 그래도 여행 오길 잘했다 싶다. ㅎ

나카스 강변을 찾아가 북적거리는 야타이 거리를 둘러보다가 간판에 craft beer라고 되어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봄. 일본은 맥주 문화가 발달해서 지비루라고 불리는 크래프트 비어도 크게 발달했는데 역시 이곳에도 많은 종류의 크래프트 비어가 준비되어 있다. IPA과 스타우트가 포함된 5종루의 샘플러를 마시며 일본 맥주 맛에 감탄하고 있으니 홀에서 TV를 보던 사람들이 막 환호성을 지른다. 뭔가 하고 보니 이대호가 있는 후쿠오카 연고의 소프트뱅크 이글스가 퍼시픽 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해서 우승을 했다고 한다. 추석때 왔으면 소뱅 경기 한번 보려고 했어서 이번에도 볼까 했었는데 보려고 했어도 표를 못구했겠구만 ㅎ



정겨운 분위기의 후쿠오카 포장마차 야타이


최고의 교자라고는 할순 없지만 그래도 후쿠오카 특선 교자와 생맥주로 여행을 시작



일본의 오뎅은 다 이름이 있어서 오뎅 주세요 하면 안된다고 함...ㅋ 다 맛있어 보인다


나카스 강변의 크래프트 비어 전문점에서 마신 지비루 샘플러. 아주 훌륭한 에일맥주였음



3/12
미얀마 오기 전에 카페에서 본 글은 대부분 미얀마 너무 좋았다고 하고  - 사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 여행을 별로라고 하기가 어렵겠지 - 여행기 읽어보면 실제로 너무 좋을 것 같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은 기대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오늘은 여행의 정말 마지막 날. 딱히 할건 없고 그냥 저녁에 쉐다곤 파고다에서 일몰을 보기로 하고 그 전에 안가본 몇군데 가보고 영화나 한편 보기로 함. 

느즈막히 숙소를 나와 차이나 타운을 찾아 가는데 근처에 온것 같기는 한데 - 중국 간판도 보이고 중국 음식점도 보이고 - 먹을까 말까 고민했던 만두집을 빼고는 흥미로운게 없어서 잠깐 둘러보고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Feel Myanmar로 점심을 먹으러 감. 식당에 도착하니 역시 유명한 곳인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가게가 꽉차있다. 주문을 하려고 보니 메뉴 이런게 없고 그냥 다양한 음식이 있는 곳에 가서 음식을 보고 바로 주문을 하라고 알려준다. 주문하러 갔더니 야채부터 해산물과 각종 튀김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커리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하나 하나 다 맛있어 보인다. 뭘 먹을까 하다가 그냥 포크 커리와 치킨커리를 시키고 자리로 돌아옴. 밥과 야채는 300에 무제한 제공되고 커리는 한종류에 2500 정도 하는데 맛도 매우 훌륭했다.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어.^^

배도 부르고 날도 더워져 극장에서 영화나 한편보자 하고 양곤 시내의 영화관을 찾아감. 우리나라의 멀티 플렉스에 익숙해져서 처음 간 극장에서 시간에 맞는걸 찾아보니 the four 라는 영화여서 그걸 보기로 했는데 나중에 극장을 나와보니 다른 극장에서는 폼페이를 하고 있었다. 에이 폼페이 볼걸 좀 아쉽지만 폼페이도 아주 보고 싶던 그런 영화는 아니었으니 뭐...;;

영화는 정말 재미 없어서 끝까지 볼수가 없어서 중간에 나왔는데 영화 시작전에 국가가 나와서 사람들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중국어 영화임에도 자막이 영어로 나오고 미얀마 자막은 없는 건 신기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자막 없이 저걸 다 보다니...;;
극장을 나와서는 보족 시장에서 기념품 몇개 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쉐다곤 파고다로 감

여행 처음에 낯선 미얀마에서 처음 접하고 놀라운 첫인상이었는데 여행의 마지막도 쉐다곤인게 좋았다. 최근 감동적으로 본 인사이드 르윈에 처음과 끝의 장면 사이에 일상의 여정을 힘들게 여행하는 예술가의 초상을 그렸다면 내 이번 여행도 처음과 끝이 같지만 길지 않은 동안 나에게도 어떤 변화가 있었겟지. 이번 여행을 통해 느꼈던 평화로움과 여유가 서울에 가서도 조금은 이어지길...

해져가는 쉐다곤은 오전에 봤던 쉐다곤보다 더 좋았다. 져가는 햇살을 받아 더욱 금빛으로 빛나는 탑과 참배를 드리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6시가 되니 정갈한 여성 스님들과 신도들이 불경을 낭독하는지 조용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주책없이 눈물이 핑~ ㅠㅠ 노래가 끝나니 승려님들이 탑돌이를 하는데 함께 따라 탑을 돌다보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지만 앞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되기를..
안녕 미얀마/버마~



재미없는 영화를 봤던 미얀마 극장



저렇게 신자들이 청소를 하면서 탑을 계속해서 돈다. 그러고 나면 승려님들이 탑돌이를 함



노래 소리에 눈물이 핑~ ㅠㅠ





안녕 미얀마/버마~

3/11
마지막이 다가오는게 두려웠는데 결국 다가오고야 말았구나 ㅠㅠ 
오늘이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밤

어제 밤에 탄 버스는 아침 6시 반쯤 터미널에 도착.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시간이 잘 맞아서 다행이다. 마지막 날은 첫날 묵었던 레인보우 호텔에서 묵기로 해서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더니 30,000k을 달란다. 미친... 농담하냐고 올때 7,000 주고 왔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8,000에 가자고 한다. 그래서 1,000 더 내기로 하고 합승을 잔뜩 해서 호텔에 도착

호텔에서 다행히 바로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방으로 갔는데 첫날 실수(?)로 내어준 더블룸에 비하니 차이가 크다. 하루에 45$인데 양곤 숙박 물가가 비싸긴 비싼 모양... 숙소 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여기에 묵는 숙박객들이 개인 여행객들이 아니라 비즈니스차 오신 분들이어서 그런지 여행자들 특유의 활기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도 거의 없고 아저씨들은 정말 우리나라 남자 특유의 무뚝뚝 그자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옆에서 들어보니 전부 어느나라에서 얼마를 투자했네..계약을 어떻게 했네 다 이런 이야기들만 하더군. 지루해~

오늘과 내일 2일간 무얼 할까? 쉐다곤 파고다는 내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기로 하고 오늘은 양곤의 다른 사원들을 보고 양곤 순환열차를 타기로 함. 사원은 마침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숙소를 나와 사원을 찾아 가는데 첫날 아침은 그렇게 낯설고 그러더니 이제는 여기가 외국인가 싶을 정도로 낯이 익다. 포장마차에서 아침으로 국수도 하나 사먹고 조그마한 시장을 지나 목적했던 사원에 도착. 여기는 아주 거대한 불상이 유명한 곳인데 크기 말고는 사실 그다지 인상적인건 없네 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분이 옆에 오시더니 이마에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알려준다. ㅎ 자세히 보니 다이아몬드 뿐만이 아니라 갖은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는게 눈에 띄긴 한다. 근데 나중에 론리플래닛을 보니 불상보다 불상 뒤의 나무 조각이 더 아름다워서 볼 가치가 있다고 되어 있었다.

사원에서 나와 바로 길을 건너니 다음 목적지인 짜욱 타지 사원. 이곳은 1950년에 만든 거대한 와불상이 유명한데 여기 불상도 크기 말고는 그다지 인상적인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미얀마 사람들이 조용히 참배 드리고 더위를 피해 쉬면서 책도 읽고 심지어는 도시락을 싸와서 도시락도 나누어 먹는 모습들을 보니 괜시리 나도 평온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사원을 나와서는 양곤 시내를 한바퀴 도는 양곤 순환 기차를 타러 감. 원래는 보족시장이 있는 중앙역에서 타는 모양인데 지도를 보니 사원에서 가까운 곳에 기차역이 있어서 물어 물어 역을 찾아감. 이곳은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곳인지 식당도 그냥 현지인들을 위한 로컬 식당밖에 없다. 입맛에 잘 안맞았던 점심을 매우 싼값에 먹고 기차표를 예매하니 시간이 좀 남는다. 역 앞 가게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점원들에게 기차 시간에 대해 물어보니 뭔가 잘못된 듯. 역무원이 알려준 시간과 다르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좀 있다 젊은 가게 주인이 와서 역까지 가서 시간을 알아보더니 표를 잘못 끊었다고 바꿔야 된다고 알려준다. 나는 순환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역무원이 양곤 가는 기차로 잘못 알고 반대편 시간을 알려준 듯... 잘못된걸 알려준 참으로 친절한 가게 주인과 귀여운 미얀마 아가씨들 ㅠㅠ

캔맥주도 두개 사서 기차를 타니 기차는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자리는 거의 텅텅비어서 매우 여유롭다. 서로 마주보고 앉는 좌석인데 4개의 좌석을 홀로 차지하고 앉아서 음악 들으며 캔맥주를 마시면서 덜컹이는 창밖으로 양곤의 풍경이 느릿느릿 흘러가는게 너무 좋았다. 원래는 순환열차가 한바퀴 돌면 3시간쯤 걸린다는데 1시간쯤 가더니 온길로 되돌아 간다 ㅠㅠ 그래서 다시 되돌아와 중앙역에서 하차.

다음 목적지는 깐도지 호수에서 일몰을 보기로 함. 호수까지 걸어가다 보니 이슬람 사원이 보여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더니 마침 예배가 한창이다. 수염을 덥수룩히 기른 아저씨들이 일제히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건함이 느껴져 참 좋다. 미얀마에서 이슬람은 소수 종교와 소수 민족으로 많은 탄압을 받고 있다는데 그것도 하루 빨리 해결되길...

깐도지 호수로 가니 호수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서울 가면 날씨도 많이 좋아졌을텐데 나도 또 열심히 달려야지 다짐함. 깐도지 호수에서는 쉐다곤 파고다가 멀리서 보이는데 쉐다곤 파고다를 배경으로 해지는 모습도 매우 아름답다. 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으로  남았다가 조명이 켜져서 홀로 빛나는 쉐다곤을 카메라에 담고 깐도지 공원을 걸음. 마침 미얀마 아마츄어 밴드가 공연하길래 그것도 보고 근처 타이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매운 레드 커리를 먹고서 숙소로 돌아와 숙소앞 바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마지막 밤을 보냄...










미얀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교회인데 색깔이 너무 특이해서 무슨 세트장인줄 알았다 ㅎㅎ







3/10
전날 프랑스 친구들이 보트를 빌렸으니 같이 타자고 해서 8시에 쓰린 속을 안고 - 전날 과음을 해서 - 약속 장소로 감. 하루 빌리면 15,000인데 5명이니 각각 3,000씩 내기로 함. 

인레 호수가 워낙에 넓다 보니 이곳 저곳 이동하는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어제 마신 술때문에 중간 중간 꾸벅꾸벅 졸면서 인레 이곳 저곳의 목적지를 방문함. 호수를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가는건 좋은데 자꾸 기념품 같은 쇼핑하는 곳으로만 데려가서 좀 실망했음. 그리고 고양이들이 점핑하는 쇼를 보여줘서 유명하다던 점핑 캣 사원은 고양이들이 점프는 안하고 지들끼리 놀고만 있고 그래도 귀엽다고 - 주로 여자 관광객들이 - 하는 관광객들만 봐서 아쉬웠지만 인레 호수 곳곳을 배타고 다니는건 좋았다. 오늘의 하루 일정을 마칠 시간 껄루에서부터 너무 고마웠던 일행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이번 여행은 그 친구들 덕에 외로울 틈 없이 즐거웠던 것 같다. 앞으로 오랜 기간을 여행할텐데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들만 생기길...

버스 출발이 7시라 저녁 시간이 좀 애매하다. 6시에 호텔로 픽업을 온다고 해서 좀 이른 저녁을 먹으러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Linn Htet 식당을 찾아감. 그런데 가게 분위기가 좀 이상한게 테이블의 의자는 다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고 가게 중앙에서는 무슨 축하 행사를 한 모양이다. 영업 안하냐고 물어봤더니 마침 그날이 그곳 사장 아들의 첫돌이라 돌잔치를 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축하한다 그러고 그냥 나오려고 하는데 사장이 괜찮으면 생일 축하 음식을 먹고 가라고 한다. 맛있는 치킨 누들과 라임 쥬스 까지 한잔 마시고 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해주고 나와 터미널로...





우리나라에도 있던 예전 시골 장터와도 같았던 시장







점핑캣 사원이라며 점핑은 안하고..-_-;;

이녀석의 돌. 돌잔치 음식 맛있었음 ㅋ



3/9
좋고도 좋구나

아침에 눈을 떠 좀 느즈막히 준비하고 하루를 시작. 자전거를 빌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로 하고 숙소 주인에게 갈만한 곳을 물어보니 코스를 추천해줘서 그 코스를 따르기로 함. 

숙소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처음에 가는 길이 참 마음에 든다. 포장된 도로에 양옆으로 울창한 가로수 덕에 햇빛도 막아주고 음악 들으면서 자전거로 가는 길이 경쾌하다. 힘들면 곳곳에 보이는 정자 같은데서 쉬기도 하고. 그런데 금방 목적지에 갈줄 알았는데 그 길로 두시간정도는 자전거로 간듯... 하도 오래 걸려서 중간에 길 잃어버린줄 암 ㅠㅠ 거기다가 빌린 자전거는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타다가 중간에 그랬는지 뒷바퀴에 바람이 하나도 없다. 아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데 다행히 가다보니 오토바이 수리하는 곳이 있다. 거기서 바람 좀 넣어 달라고 했더니 바람을 넣어주더니 펑크 났다고 1,000k에 고쳐준단다. 휴 다행이다. 그래서 거기서 수리하고 다시 페달을 밟아 호수를 향해 가는데 아무리 가도 호수가 안보인다. 인레 호수는 호수 주위에서는 대부분 농가들이어서 호수로 가는 길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ㅠㅠ 한참을 헤매다가 오다가 지나쳤던 호텔로 들어가니 거기가 바로 내가 찾던 목적지.. 호수가의 전경이 잘 보이는 호텔도 참 멋지고 - 나중에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오고 싶구나 ㅠㅠ - 호텔 뒤편의 언덕에 있는 사원에서 바라본 호수의 전경도 멋지다. 

반대편의 마잉따욱까지는 배에 자전거를 싣고 배를 타고 이동. 껄루에서 트레킹을 마치고 올때도 느꼈지만 인레 호수는 그 규모가 정말 크다. 반대편으로 가는데에만도 한참을 배를 타고 간듯.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마잉 따욱은 물위에 수상가옥을 짓고 거기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데 잔잔한 호수와 그 위의 수상가옥들 그리고 집집들을 오가는 작은 배들이 만드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점심을 먹고 근처를 돌아보다 수상가옥을 카페로 만든 곳에서 시원한 맥주도 한잔 마시면서 고양이랑 놀다보니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혹시 일몰을 볼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일몰때 오면 카누로 돌아볼 수 있다고 해서 일몰때 다시 오겠다고 하고 남는 시간동안 와이너리에 다녀오기로 함

와이너리는 마잉따욱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인데 날이 더워서 좀 고생했음. 더위와 먼지에 지친채로 도착한 와이너리에서는 근사한 와인도 한잔하면서 포도밭의 정경 - 그리 넓다고 하긴 어렵지만 - 을 보니 혼자 온게 너무 아쉽다. 뭐 그래도 주위를 보니 혼자서 와인을 홀짝이는 여행객이 나 혼자는 아니네 ㅋㅋ. 저녁때 프랑스 친구들과 마실 와인도 한병 사서 마잉따욱으로 돌아와 일몰을 볼 시간 역시 자전거를 한시간 정도 타고와서 지친 몸을 쉬다가 맥주 한병 사들고 카누를 탐. 가게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손과 발로 저어주는 카누는 정말 수면에 딱 붙어서 천천히 미끄러지듯이 호수를 이동한다. 집들을 따라 나 있는 구불구불한 수로를 따라가며 보는 마을으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핑돈다. 평화롭게 흔들리는 카누위에서 잊지 못할 인레호수의 일몰을 보고 돌아오는 길의 풍경도 너무나 아름답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 프랑스 친구들을 7시에 만나기로 해서 같이 저녁을 먹어야 겠다 했는데 배를 타려고 물어보니 8,000k를 달라고 한다. 에이 그냥 체력을 믿고 자전거로 가야지 했는데 휴... 가로등도 없고 그뭄이어서 달빛도 하나 없는 길을 손전등 하나 들고 자전거로 가자니 거리도 멀고 사고 날까봐 무서워서 혼났음 ㅠㅠ

냥쉐를 지나칠까봐 겁났는데 다행히 냥쉐 근처에서는 불빛도 많이 보이고 해서 겨우 겨우 약속장소를 찾아감. 오늘 하루일을 이야기 했더니 다들 그냥 힘들어서 숙소에서 쉬었다고 하는데 나만 몰골이 말이 아니다 ㅋ 오늘도 식전주로 맥주를 한잔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피자와 모히토 그리고 와이너리에서 사간 와인까지 나누어 마시면서 즐거운 저녁을 보냄...

























3/8
산에서의 마지막 날. 전날 밤에 작게 코를 골았다고 해서 걱정스런 마음에 어제도 혹시 코 골았냐고 물어봤더니 보보는 깊이 잠들어서 못들었다는데 다른 일행이 작게 골았다고 알려준다. ㅠㅠ 코 곤다는 소리 전에 못들어봤는데 차고 건조해서 그런걸까? ㅠㅠ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뭐 아주 크게 골지는 않고 그냥 숨소리가 좀 큰 정도였다고 괜찮다고 해준다 ^^

아침을 먹고 면도도 못하고 머리도 못감은 채로 마지막 날의 트레킹을 시작. 어제 가이드에게 물어보기를 12시 쯤에 호수에 도착한다고 해서 곧 도착하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꽤 먼길을 걸어감. 나즈막한 구릉들이 역시나 아름다운데 1박 2일로 왔으면 좀 아쉬웠겟구나 싶다. 12시쯤 해서 트레킹은 끝나고 점심을 먹고 이제 헤어질 시간. 보트를 타고 숙소가 있는 냥쉐로 이동하는데 수면에 딱 붙어서 바라보는 호수의 풍경이 멋졌다. 론리 플래닛의 표지로 사용된 인레 호수 특유의 폼으로 낚시를 하는 어부들도 보면서 한참을 보트를 타고 숙소가 있는 냥쉐에 도착

2박 3일간 가이드를 해줬던 굴쇼와 깔리아가 숙소까지 안내해줘서 숙소 앞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갈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이드를 한다던 굴쇼와 말할때 항상 웃음기가 떠나질 않았던 순박한 아가씨 깔리아 둘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길 ^^ 트레킹을 같이 했던 일행들과는 숙소에서 쉬다가 6시에 만나서 같이 맥주나 한잔하기로 하고 모두 숙소로 헤어짐. 

나는 카페에서도 추천한 아쿠아리우스 인이라는 곳을 예약했는데 꽤 유명한 곳인지 다른 일행들은 예약하고 싶었으나 예약을 못했다고 하고 트레킹중에 오가며 만난 다른 관광객들도 꽤 여러명이 체크인을 한다. 난 30$짜리 싱글룸이었는데 뭐 아주 훌륭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넓긴 했다. 이틀간 못한 샤워를 하면서 찌든 먼지를 씻어내고 나니 정말 개운하다 ㅎㅎ

씻고 나오니 4시쯤 됐는데 6시에 약속도 있고 해서 숙소에서 쉴까 하다가 그냥 나와서 냥쉐 동네를 돌아다님. 인레호수까지는 배타고 가거나 자전거로 한참 가야 해서 그냥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서 밀린 일기도 쓰고 책도 읽다가 약속장소로 가다보니 건물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니 건물은 체육관인데 사람들이 배구와 세팍타크로를 즐기고 있고 그 앞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세팍타크로는 실제로 경기 하는 걸보니 무척 재미있더군 ㅎ 한참을 보다 보니 해도 져가고 어느덧 약속시간이 되어 약속장소에서 일행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러감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술과 저녁을 함께 시작해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2차 3차를 막 갔을텐데 프랑스인들은 바로 술먹으러 가서 가볍게 맥주 한두잔을 마시고 난 후에 저녁을 먹어서 좀 신기했음 ㅎ 나중에 물어보니 아페르티옹인가 하여간 애피타이저식으로 식전주부터 시작해서 저녁 먹고 클럽도 가고 하면서 밤새 술먹고 노는 경우가 많다고. 어쨌건 처음간 맥주집에서 미얀마 맥주 말고 ABC 스타우트라는 흑맥주를 먹었는데 정말 훌륭한 스타우트여서 놀랐음. 저녁으로는 야시장에서 갖가지 꼬치를 먹고 스포츠 - 역시 축구는 전세계 남자들의 공통의 주제 ㅎ- 각나라의 정치, 문화, 여행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짐. 여행을 길게는 못가봤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가본 경험이 있어서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프랑스 친구들도 나보고 프랑스 빼고 다 가봤다고 놀라서 재미있었다 ㅎㅎ

내일도 저녁에 보기로 약속하고 각자 헤어짐. 보보와 셀린은 숙소로 가고 조르디와 오드는 팬케익을 먹으러 가고 난 맥주가 좀더 먹고 싶어서 숙소앞 맥주집에서 좀전에 마셨던 ABC 스타우트와 꼬치 몇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휴가가 이제 끝나가니 회사 생각이 자꾸만 나는구나..아 가기 싫어 ㅠㅠ 이번 여행은 참 즐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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