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오늘은 다리에서 가볼만한 곳이라고 하는 창산 트레킹과 얼하이 호수 두군데를 둘러 보기로 함. 일정이 바쁠거 같아 7시에 나가려다가 그렇게는 못하고 ㅎ 7시 40분쯤 숙소를 나섬. 창산도 우리나라에서 꽤 알려진 트레킹 코스라던데 -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산사랑이란 ㅋ - 올라가는 코스가 전부 돌로 잘 포장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등산이 수월해 보인다.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과 함께 올라가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꽤 보인다. 한참 가다보니 양갈래길이 나오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뒤에 따라오던 중국 아주머니가 왼쪽으로 올라가란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 말 믿고 오르막이 시작되는 왼쪽길로 접어듬. 이 길도 역시 조금 걷다 보니 돌로만든 계단이 나오는데 첨에는 여기까지 도대체 어떻게 돌로 이렇게 길을 잘 만들어 놨을까 신기하다. 하긴 만리장성을 만든 민족이니. 그런데 한번 시작된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ㅠㅠ 분명히 왕복 3~4시간 코스라고 했으니 내 걸음이면 목적지인 중화사까지 갔어야 하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보면 나중엔 욕이 나올 지경 ㅠㅠ 다시 내려가서 아까 포기했던 오른쪽 길을 가볼까도 생각해 봤으나 여기까지 온게 아깝기도 하고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 한걸음 두걸음 계속 걸어감. 설악산 희운각에서 중청 가는 길의 계단이 매우 길고 지루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그걸 3~4개쯤 연결한 느낌이다. 그래도 결국 정상은 아니지만 계단이 끝나는 곳에 클라우드 패스라는 평탄한 길이 드디어 나타남. 숙소에서 받은 지도를 확인하니 이코스는 3~4시간 코스가 아니라 5~6시간 코스로 올라온 모양이다. 올라올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클라우드 패쓰를 따라 걷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멋지고 바람도 선선한게 기분이 참 좋다. 이 길이 12km쯤 이어진다는데 시간만 되면 도시락이랑 맥주 싸들고 한번 왕복해도 좋겠다 싶다. 특히 내려올때 풍경 생각해보면 올라갈때 힘들었어도 이 코스를 택한게 더 잘한 일인 듯. 중화사까지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11시.

내일 리장으로 떠날 버스를 숙소에서 예약하고 점심으로 온갖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즉석에서 요리해주던 푸드코트 -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 센의 부모가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장면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말도 있던데 - 에서 베이징 덕으로 점심을 먹고 얼하이 호수를 둘러볼 자전거를 빌리러 감. 오전에 많이 걷기도 하고 해서 전기 스쿠터를 빌릴까 아님 충전 걱정 없는 자전거를 빌릴까 고민했는데 눈 앞에 너무 맘에 드는 전기 스쿠터가 보인다 ㅎ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 같기도 하고 히피들이 미니버스에 프린트한 느낌도 드는 꽃무늬 프린트 전기 스쿠터 였는데 너무 맘에 들어서 마치 "어서 이걸 타고 나가라구" 이야기 하는 것 같아 그걸 빌려서 히피처럼 얼하이 호수를 돌아다님. ^^

다리에서는 3개의 탑이 모여 있는 삼탑이 유명한데 입장료가 비싸서 그냥 밖에서만 구경하고 얼하이 호수로 향하는데 왼쪽엔 아름다운 창산의 능선이 보이고 오른쪽엔 푸른 호수가 펼쳐진 풍경 사이를 스쿠터로 바람을 가르며 다니는 기분이 참 좋다. 중간에 쉴만한 곳 보이면 스쿠터 세워두고 맥주도 한잔 마시고,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ㅎ 호수 중간에서 내 사진도 한장 남기고 싶어서 중국 현지 관광객들에게 사진 한장 부탁함. 여자 6분이서 오신 팀이던데 영어로 부탁하니 호기심이 들었는지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했더니 어설픈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오빠" ㅋㅋ 라고 말을 건네면서 나보고 잘생겼다고 해준다 ㅋㅋㅋ 중국 사람들 보는 안목이 있구만. 그래서 감사하다고 하고 길을 가려는데 그중에 영어를 좀 하시는 분이 있어서 혼자면 같이 다니자고 한다. 그래서 좋다고 하고 오후 내내 스쿠터로 호수를 같이 다님. 같이 다니면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는데 광저우 근처의 동관에 사는 이웃들인데 남편이랑 애들은 집에 놔두고 6명이 시간 맞춰서 일주일간 여행 중이라고 하신다.  중간에 쉬면서 간식이랑 맥주도 사주시고 ^^ 심지어 저녁 식사에 초대까지 해주신다. 그래서 다리 고성으로 돌아와 스쿠터를 반납하고 중국식 저녁도 함께 먹음. 역시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서인지 한국에 대해 많은 호감을 가지고 계신데 특히 한국 여자들 예쁘고 화장도 너무 예쁘게 한다고 부러워들 하심 ㅋㅋ 나중에 꼭 한국 오고 싶다고 해서 한국에 오면 내가 한국식으로 대접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짐. 참 반나절의 동행이지만 기억에 많이 남을 듯. 참 그러고 보니 모로코 여행때도 중국 커플이 점심 사줬는데 중국 사람들이 밥 잘사주는 구만 ㅎㅎ 어제 음악 들으며 맥주 마셨던 Bad Monkeys 바에 가니 오늘은 다른 외국인 한명이 혼자 공연중이다. 오늘은 흑맥주 한잔 시켜 공연과 함께 마시는데 공연은 어제보단 좀 별로여서 맥주 한잔 하고 숙소로 복귀




등산로 초입은 좋았음. 그나저나 저 아주머니들 포즈가 참 씩씩해 보이는 구만 ㅋ


이런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ㅠㅠ


이제 그만 ㅠㅠ


참 계단 놓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군데 군데 장식까지 ㅠㅠ


Cloud Path



가는 길에 수로가 새고 있음 등산 복 입고 뛰어서 통과 ㅠㅠ


멀리 삼탑이 보인다












10.25

일찍 눈을 떠서 어제처럼 커피 한잔 마시고 숙소를 나섬. 오늘은 어제 바이두 맵에서 버스노선과 정류장을 확인하고 와서 다리로 떠나는 버스가 출발하는 서부 터미널까지 버스로 이동함. 갈아타는 곳에서 두번째 버스가 너무 늦게 와서 ㅠㅠ 예상보다 늦게 서부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도 못먹고 부랴부랴 탔는데 얼핏 보니 다들 표에 적힌 시간이나 좌석은 크게 신경을 안쓰는 분위기. 뭐 그중에 한두명 먼저 앉은 사람한테 가서 자리 비켜달라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만... 옆자리에 젊은 중국 사람이 앉았는데 첨에 인사를 하길래 미안하다고 중국사람 아니라고 한국인라고 했더니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중국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ㅠㅠ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게 위챗에서 영어-->중문으로 번역해주는 기능이 생각나서 위챗 친구 등록 후 몇마디 대화를 나눔. 근데 영문-->중국은 되는데 중국-->영문이 안되어서 그것도 얼마 안가 포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구글 번역은 막혀 있는데 bing.com 번역은 잘 되던데 중국 가실분들은 이거 써보세요. 아님 아이폰 쓰는 중국인은 아이폰 검색창에 중국어 입력하니까 영어로 번역되서 신기했음) 하여간 그 친구는 버스에서 내려서도 숙소까지 가는 법 도와주려고 애쓰던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구만. 그 친구가 남긴 중국어가 혹시 무슨 뜻인가 나중에 번역해보니 한국사람들 잘생긴거 같다는 뜻이어서 기분좋게 웃기도 했다 ㅎㅎ

숙소까지는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다리는 좀 작은 곳이라 버스 정류장이 눈에 안띈다. 다행히 중국 사람 붙잡고 메모장에 "8路"라고 써서 보여주니 알았다고 데려가더니 12번 버스를 탄다. 잉? 난 8번 버스 타야 하는데? 다시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는 눈치다. 그래서 믿고 따라가서 중간에 내리더니 그제야 8번 버스 정류장이 나타난다. 터미널에서는 좀 멀어서 갈아탔어야 했던 모양.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했더니 이미 뒤도 안보고 쿨하게 사라졌데 ^^; 8번 버스를 타고 다리 고성 근처에 내렸는데 숙소가 고성 반대편이어서 힘들게 숙소까지 감 ㅠㅠ 서울은 쌀쌀한 가을날씨로 접어 들었는데 이곳은 기온은 아주 높은 편은 아닌데 햇살이 정말 따갑다. 따가운 햇살 맞아가며 숙소로 기진맥진 와서 체크인하는데 숙소가 넓고 깨끗하고 스탭은 영어도 잘해서 마음에 듬.

힘 들어서 맥주 한잔 마시며 좀 쉬다가 오늘은 다리 고성을 좀 돌아 보기로 함. 고성안은 넓거나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다. 오래된 골목 골목 전부 관광객을 위한 가게들과 북적이는 관광객들로 가득찬 골목들. 하긴 그러고 보면 어느 여행지나 오래된 골목들이나 관광지는 다 비슷비슷하겠지. 전통과 문화가 남아 있는 곳 --> 관광객들이 모여듬 -->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 --> 관광객으로 몸살. 그래도 골목 골목 돌아다니며 양꼬치도 하나 사먹고 팔찌도 하나 사서 차고 저녁에는 로컬 음식점에서 맛있었던 국수 요리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크래프트 비어 바에서 라이브 음악 들으며 에일맥주 한잔 마시고 오늘 길은 무척이나 행복하다. 하 매일 할일 없이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바에서 맥주 마시면서 음악이나 듣다 숙소로 돌아오는 삶이면 좋겠구나 라는 한량스러운 생각을 하며 하루를 정리함 ^^















10.24

시차가 1시간밖에 안나서 시차 적응에 대한 부담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함. 오늘은 석림을 보고 오는 날. 숙소에서 가지고간 스타벅스 비아로 커피 한잔 타먹고 석림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는 동부 터미널로 출발. 이때까지만 해도 버스 요금도 모르고 노선도 잘 모르고 해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나중에 보니 중국 버스는 정말 싸고 (1~2위안) 시설도 괜찮은데다가 바이두 맵 이용하면 정류장과 노선이 모두 잘 표시되어 이용하기에 너무 편해서 이후로는 버스 애용함 ㅎ. 터미널에서 티켓을 구매 후 플랫폼으로 가니 석림 가는 버스가 막 출발한다. 한참 기다려야 하나 싶었는데 다른 버스가 바로 들어와서 올라탔더니 그 버스도 금새 만석이 된다. 석림 많이들 가는가보다. 
1시간 반정도 책도 읽다가 바깥의 풍경도 보다 하다보니 목적지에 도착. Tourist Office에서 석림 풍경구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오피스까지 가는 표지도 없고 (당연히) 물어봐도 말도 잘 안통하고, 다른 사람들 따라가려고 해도 석림 가는 사람, 갔다 오는 사람 섞여서 헤매다가 찾아서 티켓 구매후 관람을 시작.

석림은 바위들이 삐죽삐죽 솟아나와 마치 숲과 같은 풍경을 이룬 곳으로 유명하고 (그래서 영어 이름은 Stone Forest) 유네스코 자연 경관이자 월드 헤리티지로 지정된 곳으로 유명한데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 혹시 실망스럽진 않을지 기대와 걱정을 가지고 들어선 석림은 다행히 생각보다도 더 좋았던 것 같다. 글자 그대로 "기암괴석"들이 푸른 하늘과 바위를 닮은 녹색의 숲과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풍경이 매우 신비롭다. 예전에 세계의 미스테리한 풍경에 마다가스카르의 비슷한 풍경을 본 기억도 나고. 

석림은 규모도 커서 하나의 공원이 아니라 외곽으로 수km에 거쳐 펼쳐진 지구인데 딱히 코스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곳 따라 가다보니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든 외곽의 조용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도 매우 좋다. 맥주를 하나 가져와서 놀라운 풍경을 안주 삼아 한자 마시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미처 준비를 못했네 ㅠㅠ 산책코스도 잘되어 있고 해서 무작정 더 걷고 싶었는데 석림 안에 딱히 레스토랑도 없고(석림 터미널 앞 레스토랑은 너무 비쌌음) 맥주 파는 곳도 없고 해서 배도 고프고 맥주도 고프고 해서 석림 관광을 종료하고 다시 쿤밍으로 돌아옴. 

쿤밍 시내에서는 남평거리가 중심가라고 해서 이번에는 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남평제로 이동. 터미널까지 택시로 40위안이었는데 버스는 2위안이네 ㅠㅠ. 남평거리를 처음 본 느낌은 그야말로 서울이나 도쿄의 번화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글로벌한 브랜드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커다란 매장들과 화려한 점포들, 그리고 고층건물들과 거리를 가득 매운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까지. 다만 우리나라처럼 조그마한 음식점, 커피숍까지 프랜차이즈가 점령하지는 않은 모습. 그 덕분에 싸고 맛있는 식당들은 무지 많다. 저녁도 먹고 꼬치 팔던 식당에서 왁자지껄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매콤한 돼지고기 볶음 하나 시켜서 맥주도 두병 마시고 나서 밤 거리를 걷다가 까르푸가 있길래 한번 들어가 봄. 분명 브랜드는 까르푸인데 안에 들어가서는 까르푸 아닌줄 알았다. 글로벌한 대형 마트는 우리나라와 비슷할줄 알았는데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 의류, 공산품 매장도 그렇고 (짝퉁도 팔데;;;) 식료품 매장은 온갖 중국음식 재료를 파는데 그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ㅎㅎ 수입맥주가 있으면 좀 사오려고 했는데 맥주는 칭따오랑 다리 맥주만 있어서 칭따오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옴

석림 입구에서 보이는 대석림의 모습





숲과 어우러진 모습이 참 신비롭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엄마와 아이를 닮은 바위




공원 중간에 있는 무대에서 좀 어설펐지만 공연도 하고 ㅎㅎ



쿤밍시의 중심 남평제 거리. 뭐 서울이나 도쿄 같은 글로벌한 대도시로 손색이 없음 








Day 1. 떠나며

윈난..솔직히 말하면 이번에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좀이 쑤시고 여행 떠나기 전부터 맘이 들뜨고 그러지는 않더라. 독립하면서 통장의 잔고도 줄어들고 ㅠㅠ 함께 사는 고양이 레오랑 하루 이상 떨어져본적도 없고 해서 그런듯. 그래도 올해 써야할 근속휴가도 있고 해서 한 일주일정도 봄에 가봤던 교토의 가을 단풍을 보러 갈까 대만을 한번 더 가볼까 아니면 태국 북부는 안가봤는데 거기나 라오스를 가볼까 하다가 문득 중국 윈난성이 떠올라서 바로 비행기표부터 예매. 

중국은 두번째이긴 한데 첫번째 여행이 너무 짧고 별로였던 기억밖에 없다. 오래전 다니던 회사에서 전 직원이 중국 상해, 항저우로 3박 4일 웍샵을 갔었는데 참 그게 여행반 쇼핑반에 음식과 숙소도 형편 없었던것 같다. 기억 나는 거라곤 밤에 호텔방에 친한 직원들끼리 모여서 밤늦게 까지 술판을 벌인 기억만 남아 있다. 이번엔 그때와는 다르게 중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광활한 대륙의 자연을 느끼고 갈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을 떠남

거의 최저가였던 중국 남방 항공을 타고 우한을 경유한 후 쿤밍까지 가는 일정인데 중국 남방 항공은 기내에서 맥주도 안주고 기내식은 어떻게 그런걸 기내식이라고 제공을 하는지 지금까지 먹어본 기내식중 아마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듯 싶다. 뭐 비행기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지... 우한에서는 비행기가 2시간 반 지연되어 ㅠㅠ 쿤밍에 예정시간보다 2시간 반 늦게 도착해서 9시. 숙소까지 가는 버스를 타러 가니 버스가 7시에 끊겨있다. 아니 무슨 공항에서 시내가는 버스가 이리 일찍 끊겨 ㅜ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가는데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잘 모르는 눈치다.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도 영어는 한마디도 안통하고 결국 바이두 지도를 켜서 경로를 확인하면서 가는데 전혀 이상한 곳으로 가길래 숙소에 전화해서 숙소 주인과 기사가 대화하더니 결국 많이 돌아서 숙소로 돌아옴. 당연히 요금도 더 나오고. 뭐라고 항의 하려다가 뭐 알아 듣지도 못할거 같아서 30위안쯤 더 주고 숙소에 체크인. 아 일단 윈난 첫인상은 좋지 않구나 ㅠㅠ


2015.05.26


모로코 여행이 끝났구나
처음 모로코를 간다고 했을때 일부는 부럽다고도 하고 대부분은 거기에 뭐가 유명하냐고 물어본거 같다. 아마 부러웠던 사람들도 마음속 한편으로는 거기를 왜 갈까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ㅎ 나도 사실 뭐가 유명한지 잘 몰라서 그냥 '사하라 사막'이라 하고 말았으니까 ㅎㅎ

지금도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을 유명 관광지들은 대부분 관광지를 상징하고 꼭 봐야만 하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다. 그게 오래된 유적지든, 놀라운 자연환경이든, 아니면 초현대식 건축물이나 독특한 무형문화이든. 모로코는 사막을 제외하고는 딱히 그렇게 떠오르는 구체적인 오브젝트들이 없다보니 그 빈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골목 골목 다니면서 발견한 예쁜 집들과 골목들,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래서 더 옛 영화의 잔재가 느껴지던 풍경들, 그리고 남자들끼리도 서로 부등켜 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화려한 색상의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니시던 모로코 사람들과 어디서나 접할 수 있었던 모로코의 향과 맛등 여러모로 즐겁고 때로 감동했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이제 서울로 가면 다시 언제 휴가 다녀왔나 싶레 바뻐지면 좋겠지만 다음번에 또다시 떠날 수 있기를..^^

아침 7시 버스로 마지막 도시인 카사블랑카로 출발. 7시간 정도 걸릴줄 알았는데 6시간 만에 카사블랑카에 도착. 도시 입구부터 교통 체증이 시작되고 곳곳에 고급 외제차량도 보이고 건물들 층고도 높아지는게 과연 대도시 답다. 카사블랑카는 이름도 참 멋지고 ㅎㅎ 대중문화에도 몇차례 나와 왠지 로맨틱한 도시가 아닌가 싶은데 이름과는 영 딴판이다 ㅎㅎ 그래도 호텔에만 있을 수는 없어서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모스크인 핫산 2세 모스크를 보러 감. 한참을 걸어서 가니 과연 바다를 배경으로 높게 솟은 모스크가 참 아름답다.

불경스럽게도 모스크를 바라보며 맥주도 한잔 몰래 마시고 모스크 옆 바다에서 바닷 바람 쐬면서 모로코 사람 구경도 하고 바다 따라 걸어서 시내에서 스타벅스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잔 마시고 오래된 카사블랑카 건물들도 구경하다가 피자 한판 사서 숙소로 돌아옴. 카사블랑카, 모로코 안녕~



최신식 트램이 다녀서 꼭 유럽 도시 같다 ㅎㅎ



빈티지한 건물들이 종종 눈에 띔






모로코 여자분들 복장은 참 컬러풀하다. 핑크에 민트에...





모로코 바다 보면서 맥주 마시기~

2015.05.25


쉐프샤우엔 마을이 보이는 근처 산에 올라가 보기로 함.
이 곳에서 묵은 숙소는 아침을 제공하지 않아서 근처 시장에서 4개에 2drh하는 막 튀겨낸 모로코 도너츠(?)를 사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아침을 해결. 원래 계획은 오렌지와 샌드위치 사서 맥주 들고 산에 올라가서 산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샌드위치 가게가 영업 전이다. 가게를 언제 열지도 모르고 산도 그리 높지 않아서 오전에 일찍 다녀오기로 함. 

사람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의 골목길은 이곳도 고양이들의 차지이다. 쉐프샤우엔이라는 작은 마을은 마치 거대한 캣카페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 ㅎ. 예쁜 새끼냥이들 구경 하면서 마을의 끝을 빠져나와 산으로 오르는 길이 매우 아름답다. 굳이 꼭 블루시티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트레킹만 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나 길 중간 중간에서 보는 밀을 키우고 동물들을 키우며 사는 시골 농가들의 모습을 슬쩍 들여다 보는 것도 좋다. 한참 걷다 보니 블루시티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이 참 예쁘다.

이 곳도 예전에는 그동안 지나가면서 본 다른 모로코 마을들처럼 붉은 흙색의 건물들이 성냥곽처럼 옹기종기 있었겠지. 그때 누군가 - 그 시대의 조니 아이브나 필립 스탁-가 '아 칙칙하다. 나는 하늘을 닮은 푸른색으로 벽을 칠해야 겠어' 이렇게 시작하고 그게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어 이거 좋은걸? 나도 따라서 해야지. 난 좀더 물빛을 닮은 푸른색으로' 이렇게 유행이 전파되어 지금같은 마을이 되었을까? ㅎ 어쨌건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블루 시티를 보러 관광객들이 모여드니 이름 모를 과거의 조니 아이브에게 감사를 해야 할 듯 싶다. 

산등성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있어서 조금 더 가보기로 하고 등산로를 따라 더 걸어감. 걷다 보니 단체 트레킹 중인 그룹도 보이고, 어느 이상한 아저씨는 계속 말 걸면서 따라오기도 해서 아저씨는 겨우 따돌리고 한적한 산길을 계속 걸어감. 모로코에서 트레킹도 하고 좋구나 ^^ 마을로 돌아오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콜라 한잔 마시면서 두번째 책 '직관 펌프'를 다 읽음. 철학자이자 심리학 진화생물학등에도 활발한 저술을 하는 대니얼 대닛의 책인데 예전에 '자유는 진화한다'라는 책을 읽다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하다 이번에 다시 도전해 봤는데 철학과 인지 심리학, 컴퓨터 공학과 진화 생물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주제를 따라가기가 역시 이번에도 쉽지 않아서 읽는데 오래 걸리기도 하고 이해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은게 대견하다 ㅠㅠ

점심은 처음 계획처럼 오렌지, 샌드위치, 맥주 가지고 산에서 먹기로 함. 샌드위치 가게로 가는데 마침 숙소앞 광장에 시장이 열렸다. 광장 이름이 Bob Souk 이었는데 어제는 아무 것도 없어서 예전에 시장으로 쓰였나 보다 (Souk 이 시장) 했는데 어제는 쉬는 날이었는지 오늘은 갖가지 과일과 채소를 가득 쌓아놓고 파는 상인들과 손님들로 왁자지껄 하다. 꼭지에 잎도 안떨어진 신선한 오렌지를 사고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하고 숙소에 들러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오전에 갔던 산 중턱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으니 참 행복하다. 너무 조용해서 심심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틀 오기를 잘했구나

산에서 내려와서 조금더 둘러보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다. ㅠㅠ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새로운 책을 읽는데 눈이 깜박 깜박 감길 지경. 여행 막바지라 체력도 이제 바닥에 가까운 모양이다. 도저히 안되겟어서 숙소에서 씻고 좀 쉬다가 다시 나옴. 사람들 선물도 좀 사고 어제 저녁 먹은 식당에서 저녁도 먹고 돌아오니 시장은 이제 파장 분위기 인지 매대에 가득 쌓였던 농작물들이 바닥을 드러낸 곳이 많이 보인다. 많이들 파셨군요 싶어서 괜히 나까지 마음이 뿌듯하다 ㅎㅎ

숙소로 가기전 마지막으로 산책 삼아 골목을 걷는데 사하라 투어에서 만나서 페스까지 함께 이동한 중국 커플을 우연히 만났다!  페스 이후에 메케네스로 간다고 해서 못볼줄 알았는데 메케네스 갔다가 내가 쉐프샤우엔 이야기 한게 생각나서 이쪽으로 왔다고. 저녁은 따로 먹어서 근처 카페에서 쥬스 한잔 마시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가 헤어짐. 이번 여행에서 며칠이나마 말동무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친구들 ^^




얘네들 노는거 한참 지켜봤는데 삼색 고양이는 얌전히 자는데 저 검정고양이가 완전 발랄하게 뛰어다녀서 삼색 고양이가 절로 가라고 하는 장면 ㅋㅋㅋ
















2015.05.24


여행이 끝나가니 우울해지는구나 ㅠㅠ
현실이 비루하면 도피처가 더 화려하게 느껴지는 법이겠지 흑 며칠 안남은 여행 잘 마무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경제적 삶으로 잘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페스를 떠나 블루시티로 불리는 쉐프샤우엔으로 이동하는 날. 아침이라 요금이 더블이라는 정신 나간 기사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 상해서 (원래 20drh정도 주려고 했는데 50drh 달라고 해서 결국 30drh 내고 내림) 터미널에 도착. 그러고 보면 이런 바가지 씌우는 기사 한명 한명이 모로코라는 나라, 페스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에 큰 영향을 끼칠텐데 이런걸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바가지를 씌우고 도를 넘는 호객행위는 국가적으로는 장기적으로는 손해지만 그 개인들에게는 단시간의 확실한 보상인데 이걸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호객행위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버스 출발 시간. 4시간 정도 가니 모로코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쉐프샤우엔에 도착한다. 

쉐프샤우엔은 산중턱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인데 건물 외벽을 파랗게 칠한 마을로 유명한 곳. 버스 안에서 멀리 보이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터키의 샤프란볼루나 스페인의 프리힐리아나가 떠오른다. 이곳의 숙소도 부킹닷컴에서 예약했는데 마침 특가로 나온 아파트형 숙소가 있어 이곳을 2일간 빌림. 근처에 와서 전화를 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스탭이 나와서 호텔까지 안내를 해주는데 꽤 마음에 든다. 작지만 거실도 있고 거기에 냉장고까지!!  ㅋ 쉐프샤우엔에는 까르푸도 아시마도 없다고 해서 페스에서 맥주를 사왔는데 사오길 잘한 듯 ㅋ 에휴 그런데 쉐프샤우엔은 너무 조용하고 한적하다 보니 외로움이 확 밀려오는게 이렇게 아기자기한 곳은 커플이 오면 딱 좋을 듯 싶다.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으로 슈와마를 먹고 동네를 돌아다님. 페스처럼 크고 복잡한 미로는 아니지만 안내도 표지판도 없는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정처 없이 걸어다님. 건물들이 하늘 빛을 닮은 푸른 빛으로 칠해져 있는데 현대식 건물들이 아니라 오래된 흙벽에 색바랜 푸른색이 너무 예쁘다. 푸르른 벽들 사이를 헤매고 다니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다보면 마치 푸른 바다속을 유영하는 느낌까지 든다. 그리고 쉐프샤우엔은 블루시티이면서 아이들과 고양이의 마을. 골목 골목 어찌나 아이들이 많이 나와 뛰어 노는지.. 물론 몇몇 애들은 싸가지가 영 없어서 욕도 하고 그랬지만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 보면 모로코는 젊은 나라구나 싶다. 

광장에서 우연히 한국인 관광객 2명 만나 수다를 좀 떨다가 헤어져 로스트 치킨과 숙소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맥주로 치맥까지 하고 나니 뉘엿뉘엿 해가 져간다.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는 쉐프샤우엔의 밤 골목은 낮과는 또다른 느낌.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골목길'이라는 노래가 있었지 ㅎㅎ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골목은 참 매력적인 공간일텐데 서울에는 남아 있는 골목이 있을까 모르겠다. 제마 엘프나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활기찾던 광장과 골목을 둘러보다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 혹시 메일 온거 있나 봤더니 페스의 그 짜증났던 호텔에서 나보고 no show 했다고 신고 들어왔다는 부킹닷컴의 메일이 와있다. 참내 끝까지 짜증나게 하는구만.. 일단 no show가 아니라고 답변 함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길은 평온해보인다.


푸른색 벽들. 지금보니 한참 새로 칠하던 중이었나 보다 ㅎㅎ












저 아저씨가 입는 옷이 이곳 전통 복장 같은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나 사오고 싶더라 ㅠㅠ






왠지 애잔한 느낌의 골목길

2015.05.23


페스는 오는 길도 힘들고 와서도 진을 빼서 여러모로 페스에서의 일정이 걱정됨. 빨리 후다닥 돌아보고 걍 숙소에서 쉬다가 낼 아침 일찍 쉐프샤우엔이나 갈까 싶기도 함. 일단 페스에도 호객꾼들이 워낙에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가능하면 아침 일찍 돌아다니자 싶어서 아침을 후다닥 먹고 일찍 숙소를 나섬. 

페스는 예전에 매우 번화한 곳이어서 성곽 안에 건물들이 빼곡히 있는데 그런 건물들이 만들어낸 미로와 같은 골목이 유명한 곳. 세계에서 가장 큰 미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 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의지해온 maps.me와 갈릴레오는 골목 구석 구석까지는 아니지만 놀라운 정확도로 현재 위치와 중요 지점을 표시해준다. 두 앱을 의지해서 미로와 같은 페스의 골목 골목을 구경하고 다님.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골목이다 보니 차를 대신하는 노새와 말, 상인들과 관광객들과 모로코 현지 주민들이 뒤엉켜 다니는 골목이 무척 활기차다. 수백년전 페스의 전성기때는 얼마나 이곳이 번화한 곳이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마라케시에서 감탄한 벤유스프 마다레사와도 비슷한 유적지도 보고 아프리칸 무슬림의 성지라는 모스크도 가보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도 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나타난다. 모스크에서는 과연 모로코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사하라 이남 지역의 아프리칸들도 많이 보이는데, 눈만 마주쳤다 하면 번개같이 "아리가또, 곤니찌와, 니하오, 재팬, 차이나"를 외쳐대는 모로칸들과 달리 이방인들에 관심없이 전통복 차림으로 느긋하게 다니는게 왠지 품위 있어 보인다 ㅎㅎ

페스에서는 골목과 이슬람 유적지 이외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죽을 염색하는 태너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거기를 보러 감. 태너리는 근처의 호객꾼 - 태너리까지 데려다 주고 돈을 받는 - 이 워낙에 악명이 높아서 뭐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나를 내의지와 상관없이 태너리에 데려다 준 호객꾼은 아래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는 둥 해서 50drh을 달라고 하면서 계속 귀찮게 해서 실랑이를 좀 벌이다가 10drh 줘서 돌려 보냄. 그리고 근처 가죽 가게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 곳에서는 계속 가죽 제품 사라고 해서 이것도 좀 귀찮았다. 하여간 이런거 저런거 떠나서 태너리의 풍경은 놀랍긴 한데 아름답다고 하긴 어려운 풍경. 단지 더럽고 냄새나서가 아니라 고된 환경에서 생업을 하는 직업인들을 내가 뭐라고 카메라를 들이대나 싶기도 하고 - 우리 사무실에서 컴터로 일하는 사진을 외국 관광객이 와서 찍는다고 생각해보면 - 전통적인 방식으로 염색을 한다고 하지만 그 전통적인 방식이라는게 친환경 염색도 아니고 비둘기 똥과 소오줌과 재를 이용해서 만든다는데 환경과 작업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등을 생각하면 이런건 없어져야 하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사진찍는데 죄책감도 들고 해서 사진 몇장 찍고 태너리를 나와 다시 한번 미로 같은 골목길을 헤매고 다님

' 이제 어디로 갈까?' 목적지 없이 발길 닫는데로 골목을 헤매면서 걸어다니는게 무척이나 즐겁다. 아침까지는 이것저것 우려스러웠는데 그래도 오길 잘한것 같다. 골목을 가다보니 전통 시장이 나오는데 마라케시에서 본 전통 공예품 시장이 아니라 고기와 야채등 정말로 모로칸들을 위한 시장. 묶어 놓은 닭이 꼬기오 울어대고,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붉은 빛 생고기들의 피냄새와 향긋한 민트의 냄새가 풍겨오고 다채로운 컬러으 온갖 식자재들이 어우러진 오감이 자극되는 시장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 

메디나를 나와서는 까르푸에 맥주를 사러 갔는데 이곳은 까르푸뿐 아니라 여러 낯익은 브랜드들이 눈에 띄는 현대식 쇼핑몰인데 지금까지 접한 모로코와는 완전 딴판이라 무슨 서유럽의 쇼핑몰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 ㅎㅎ 내일 쉐프샤우엔으로 갈 CTM 버스를 예약하고 강한 향신료의 음식을 먹고자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태국 음식점 Kai Tai를 찾아감. 꽤 먼거리를 갔는데 한참 후에 오픈한다고 해서 ㅠㅠ 그 근처에서 할 일도 없고 해서 근처 슈퍼 들러 쉐프샤우엔에서 먹을 맥주까지 사서 택시로 숙소까지 돌아옴

숙소로 돌아오니 빗방울이 조금 거세진다. 이곳에서는 비가 와도 뭐 하루종일 오거나 장대비가 쏟아지지는 않아서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그냥 대부분 근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다시 움직이는데 나도 빗소리 들으면서 숙소 루프탑에서 맥주 한잔 마시니 참 평화롭다. 예상처럼 곧 비가 그쳐서 메디나가 보이는 언덕을 올라가 보기로 함.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니 아무도 없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페즈의 모습이 그럴싸 하다. 셀카도 찍으며 놀다가 오늘은 반드시 스파이시한 음식을 먹고자 메디나 안을 걸어다닐때 봐둔 태국 식장을 어렵게 찾아내서 태국 음식을 먹음. 가격도 비싸고 - 모로코 여행중 먹은 가장 비싼 저녁 - 정통 태국 음식이라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살짝 매운 음식을 먹으니 힘이 나는구나 ㅎㅎ

모로코에는 참 고양이들이 많은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는 못하지만 골목 골목 가게 구석 구석에 무심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들이 참 예쁘다. 원래 고양이를 좋아해서 한마리 입양하고 싶었는데 마침 남동생이 동생이 다니는 동물병원에 임시 보호중인 고양이가 있다고 카톡으로 알려줘서 급하게 키우기로 결정 ㅎ 어떤 고양이와 인연을 맺게 될지 참 궁금하다 ^^




미로 같은 페스의 골목길들










여기가 그 태너리 라는 곳. 또 가보고 싶진 않다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던데




뭔가 멋진 모로코 국기 ㅎㅎ


까르푸가 있던 건물은 현대식 쇼핑몰 ㅎ



언덕에서 바라본 페스 메디나 전경

2015.05.22


참으로 길고도 험난한 하루였다. ㅠㅠ
사하라 다녀오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계획
- 택시를 이용해서 페스까지 이동 (6~7시간 예상)
- 오후에 도착하여 체크인
- 샤워 후 Kai Tai에서 저녁 먹기
- 까르푸에서 맥주 사다 숙소에서 마시기

실제
- 페스로 이동하는 사람이 나까지 7명이어서 마라케시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리싸니라는 곳에 내려 택시를 잡기로 함. 8명이었으면 4명 4명 타서 이동하면 심플한데 나때문에 좀 어려워짐 ㅠㅠ 4명 3명 이렇게 택시 두대에 나눠 타기로 했는데 요금은 다같이 300drh씩 내서 차 두대에 나눠서 지불하기로 함. 나는 중국 커플 두명과 함께 이동했는데 결국 4명이 이동한 택시에서 일부 금액을 우리 차에 지원해 준 셈이 되었다. 끝까지 차량 두대를 협상해준 독일 관광객이 참 고마웠다.
- 프랑스에서 물리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는 중국 커플과 함께 오는건 재미있었다. 여자분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평양(!)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점심도 사줘서 고마웠음
- 하이 아틀라스 산맥은 해발 고도가 높아서인지 날씨도 추워지고 푸른 언덕과 양떼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임
- 빠르면 6시간 늦어도 7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거의 9시간 반이 걸려서 페스에 도착 ㅠㅠ
- 내가 먼저 내려서 동행들과 인사하고 부킹닷컴에 나와 있는 숙소로 찾아가는데 그런 숙소가 주변에 없다!! 좀 당황해서 그냥 취소하고 다른 숙소를 알아봐야 하나 하다가 일단 숙소로 전화를 했더니 영어를 못한단다. ㅠㅠ
- 지도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해도 이야기가 안통해서 옆에 모여 있던 모로코 젊은이들에게 혹시 영어할줄 아냐고 해서 도와달라고 하고 전화를 바꿔줌. 그 중 한명이 뭐라 뭐라 얘기하더니 전화를 끊고 자기를 따라오란다. 따라 갔더니 택시 잡아주고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준다 ㅠㅠ 진짜 너무 고마웠음. 그 분 못만났으면 못찾아 갔을 듯
- 택시를 타니 정말 한참을 간다 5~6km는 이동한거 같은데 완전히 지도와는 다른 곳에 호텔이 위치. 그것도 택시 내린곳에 스탭이 나와 있어서 같이 갔는데 도대체 여길 그냥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는지 의문이 들 지경. (호텔 루프탑에서 본 독일 여행객에게 어떻게 찾아왔냐고 했더니 그분들은 다른 분들에게 소개 받아서 왔다고..)
- 결국 늦게 체크인하고 방을 보니 방도 참 맘에 안들고 맥주는 꿈도 못 꾸고 저녁도 근처 식당에서 데리러 와서 따라 갔는데 (골목이 복잡해서 처음에는 찾아가기 어려워서 데리러 온듯) 말도 안되는 가격에 맛도 없고, 밥먹고 나니 숙소는 알아서 가라길래 ㅠㅠ 헤매면서 오는데 덩치 큰 모로코인 두명이 길 알려준다더니 도와줬으니 10 drh 달라고 해서 인적도 없는 골목이라 그냥 줘서 보내고 겨우 숙소로 돌아옴 ㅠㅠ






사막의 일출


그래도 숙소 오니 이런 장면은 보여서 좋았음


2015.05.21


오늘도 사하라로 가는 여정. 7시에 아침을 먹고 다시 우루루 차에 올라탐. 오전 내내 차를 타고 달리니 모로코 소수 부족중 하나인 노마드족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카페트를 만드는 곳을 방문하는데 뭐 일종의 투어중 들리는 쇼핑몰과 비슷한 곳인 듯. 대부분 시큰둥 구경하거나 일부는 들어오지도 않고 몇명은 작은 러그를 구매. 그리고는 걸어서 근처의 협곡을 보러 감.

협곡은 생각보다 그다지 대단히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 대만 화롄 지역의 협곡에 비할바도 안되는 듯 - 그래도 협곡따라 1시간 정도 산책하고 오는 길이 나쁘지는 않다. 마르쉘 푸르스트가 진정한 여행(탐험)이란 새로운 곳을 찾느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것이라고 했다는데 서울에 돌아가서도 놀랍고 삶을 고양시켜줄 새로운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

점심을 먹고는 다시 사하라로. 오늘도 더위때문에 비몽사몽 상태로 가다보니 드디어 포장도로가 끊기고 황량한 비포장 도로로 접어든다. 1박 2일을 꼬박 달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멀리서 붉은색 사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왠지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느껴진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준비된 낙타를 올라타고 오늘 밤을 보낼 캠핑장으로 이동.

그 예전 캐러반들은 향신료를 낙타등에 잔뜩 싣고 그걸 팔기 위해 이 쓸쓸한 곳을 느릿 느릿 갔을텐데, 사하라 사막 건너편과 유럽을 연결해준 무역루트는 이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우리처럼 돈을 내고 잠깐이라도 사막을 느껴보려는 관광객들이 대신하고 있구나. 낙타 트레킹이라고 해도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3~40분 정도 낙타를 타고 몇 km정도 가서 사막 초입의 캠핑장까지 이동하는 거가 전부라서 - 그래도 그 짧은 시간이라도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ㅠㅠ 빨리 내리고 싶더라 - 사막을 피부 깊숙히 느꼈다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모래 언덕과 하늘로만 이루어진 풍경을 접하는건 매우 장엄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지구가 만들어낸 가장 극한의 풍경중의 하나가 아닐까? 여행의 기술을 보면 사막과 같은 극단의 풍경을 접하면 자연에 비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의 크기가 얼마나 하찮은지 돌아보게 만드는 미덕이 있다는데 그 말도 맞는것 같고, 무엇보다 모래와 하늘뿐이지만 바람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런 멋진 풍경을 또 혼자 보는 구나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들고, 동시에 참 멀리까지 왔구나 싶어서 살짝 코끝이 찡하다 ㅠㅠ

캠핑장에 도착해서 해가 질때까지는 각각 자유시간. 다들 뿔뿔히 흩어져 사막의 모습을 각기 담아간다. 서로 사진찍어주고 포옹을 나누는 커플들 부럽구만 ㅠㅠ 해가 져가면서 초승달과 별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쏟아질듯한 별빛을 바라보며 준비해간 와인도 홀짝이며 사막에서 깊어가는 밤을 보냄...



작은거 하나 사서 집에 깔아 두고도 싶었지만 메이드인 차이나가 아닐까 싶어서 ㅋㅋ


포장 도로가 끝나고 드디어 사막이 시작된다. 멀리 붉은색 사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


예전 캐러밴들을 태우고 사막을 건넜던 낙타들은 대신 이제 동양과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을 싣고 사막으로














요즘 MERS 때문에 고생 많은 낙타 ㅠㅠ 얼마나 순하고 우아한 동물인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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