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30
흑…너무 힘든 하루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포소리와 새소리와 함께 잠이 들때까지는 너무 좋았다. 비록 저녁때 고기는 못먹었지만 내일 셀포스 근처에 마트가 있으니 거기서 가스를 사면 되겠지 하고 편하게 잠듬.
그런데 얼마나 잠들었을까 심상치 않은 바람소리에 잠이 번쩍 깸. 강풍이 좀 불다 잦아들려나 기다리는데 바람이 계속 거세진다.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이러다가 텐트와 함께 바람에 날라갈까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 일기예보를 보니 인랜드 지역에 초속 20m 이상의 강풍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ㅠㅠ 그래도 여기는 인랜드 지역도 아닌데 뭐 바람이 이렇게 부냐. 바로 옆은 아니지만 그래도 폭포 근처인데 이러다 폭포까지 날라가는거 아닌가 싶어서 차에 들어가 있을까 싶은데 그러면 정말 텐트가 날라가버릴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휘청이는 텐트를 부여잡고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보니 해뜰녘 되니 조금 바람이 잦아드는데 이제는 비가 주루룩 내리기 시작한다. 하아..ㅠㅠ
일단 더 잠도 편하게 못잘거 같고 해서 비 맞아 가며 텐트를 철거하는데 지난밤의 강풍에 폴대가 하나 부러져 있다. ㅠㅠ 하루 호되게 겪고 나니 무슨 배짱으로 캠핑하겠다고 했을까 싶고 너무 울적하고 외롭고 슬퍼진다. 예전 같으면 이런 고생도 웃으며 넘겼을텐데 나이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ㅠㅠ
어제밤에 그 생고생을 생각하니 오늘은 캠핑할 엄두가 안나서 일단 숙소를 예약하는데 다행히 원래 목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가격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예약을 하고 어쨌건 하루 일정을 시작함.
어제 가려다 못간 Gullfoss에 가는데에도 비가 그칠 생각을 않는다. 어차피 시간도 너무 이르고 어제 거의 잠도 못자고 해서 차안에서 침낭 덮어 쓰고 좀 자다가 빗줄기가 조금 약해져서 Gullfoss를 보러감. 비도 오고 컨디션은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Gullfoss는 정말 장관이긴 했다. 아이슬란드어로 Gull이 황금 (Gull Bear도 있어서 그거 젤 많이 마셨음 ㅋ)이고 Foss가 폭포인데 황금의 폭포라는 이름과 폭포가 많기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서도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폭포답게 무척이나 장엄하고 아름답다. 한참 폭포도 보고 폭포 따라서 트레킹도 한참하고 싶은데 야속한 비때문에 그냥 돌아오는게 너무 아쉽다.
Geysir에 들려서 세수도 좀 하고 쉬다가 Kerið (ð는 th 또는 d 로 표기되기도 함) 분화구를 보러 감. Kerið분화는 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물이 고여서 생긴 호수인데 분화구 주위에 자라난 다양한 색상의 이끼와 독특한 화산암의 색 그리고 맑은 호수 물빛이 어우러져 매우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다행히 비도 좀 그치고 멋진 풍경을 보니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다.
셀포스에 들려서 캠핑용 가스도 사고 - 오늘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기운 내서 내일 모레부터는 다시 캠핑 잘 할 수 있겠지 -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함. 비가 오고 흐리긴 해도 운전하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전히 멋지다. Uridafoss라는 아기자기한 폭포도 보고 난 후 원래는 Seljalandsfoss를 보고 Skogafoss로 이동해서 거기서 캠핑을 하려고 했는데 숙소가 Seljalandsfoss 근처여서 그냥 오늘 하루는 거기까지만 보고 일찍 정리하기로 함.
운전하면서 가다보니 멀리서 Seljalandsfoss의 모습이 보이는데 멀리서 봐도 참 감탄이 절로 나온다. 4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오전에 본 굴포스처럼 규모가 장엄하지는 않지만 깍아지른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물줄기는 부드러운 실크 같고 물이 바닥에 떨어지며 만들어 내는 물안개는 마치 물이 부드럽게 끓어 오르는 듯 하다. 원래 이 폭포가 유명한게 폭포의 뒤로 돌아가서 폭포의 반대편을 볼 수 있다는데 다 젖을거 같고 안에 들어가도 날이 흐려서 뭐 잘 안보일거 같아서 그냥 밖에서 보는걸로 만족함. 굴포스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날씨가 너무 아쉬울 따름 ㅠㅠ 아름다운 폭포와 주변을 한참을 보다 보니 어느덧 체크인 시간 오늘은 피곤하기도 하고 일찍 체크인하고 쉬기로 함. 숙소는 참 마음에 들었는데 부엌은 없었지만 폭포와도 가깝고 방도 너무 깨끗하다. 방에서 제일 좋은 침대를 맡아서 더 좋았음 ㅎ 따듯한 물로 샤워하고 옷도 갈아 입고 나서 예쁜 로비에서 아이슬란드 가수인 Ásgeir 노래 들으면서 비 내리는 풍경 바라보며 책과 함께 맥주 한잔 마시니 울적한 마음이 조금 가신다. 그래 이제 아직 여행 시작인데 뭐.. 오늘보다는 좋은 날들이 이어지길.
그렇게 여유롭게 있다 보니 어느덧 비가 그치고 하늘이 조금 파래진다. 아이슬란드 날씨는 정말 걷잡을 수 없구만. 숙소가 폭포와 가까워서 와인 텀블러 하나 들고 폭포로 가서 다시 한번 아름다운 폭포 바라보며 와인도 마시고 실컨 구경하고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는 부엌이 없는 대신 저녁을 제공하는데 990kr에 두가지 스프를 판다. 이게 얼마만에 사람 먹는 음식 같은걸 먹냐 싶은 마음으로 ㅋ 맛있게 저녁을 먹고 와인과 맥주에 얼큰히 취해서 엄청 깊은 잠을 잠.
잔뜩 흐리고 비오는 날의 Gullfoss ㅠㅠ
Kerið 분화구
폭포 보면서 와인도 한잔 ㅋㅋ
계곡 사이에 숨겨져 있는 또다른 폭포
그래 날씨만 좀 도와다오 아이슬란드 ㅠㅠ
아직 오픈 안한 캠핑장. 나중에 여기서 캠핑하면 너무 좋을 듯
호스텔에서 키우던 개. 잘생겼다 ㅎㅎ
씻고 비내리는거 보면서 맥주 한잔 마시니 울적한 마음이 좀 풀렸다.
이 날 묵은 호스텔. 창가 아래 침대를 일등으로 찜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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