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1


오늘도 사하라로 가는 여정. 7시에 아침을 먹고 다시 우루루 차에 올라탐. 오전 내내 차를 타고 달리니 모로코 소수 부족중 하나인 노마드족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카페트를 만드는 곳을 방문하는데 뭐 일종의 투어중 들리는 쇼핑몰과 비슷한 곳인 듯. 대부분 시큰둥 구경하거나 일부는 들어오지도 않고 몇명은 작은 러그를 구매. 그리고는 걸어서 근처의 협곡을 보러 감.

협곡은 생각보다 그다지 대단히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 대만 화롄 지역의 협곡에 비할바도 안되는 듯 - 그래도 협곡따라 1시간 정도 산책하고 오는 길이 나쁘지는 않다. 마르쉘 푸르스트가 진정한 여행(탐험)이란 새로운 곳을 찾느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것이라고 했다는데 서울에 돌아가서도 놀랍고 삶을 고양시켜줄 새로운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

점심을 먹고는 다시 사하라로. 오늘도 더위때문에 비몽사몽 상태로 가다보니 드디어 포장도로가 끊기고 황량한 비포장 도로로 접어든다. 1박 2일을 꼬박 달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멀리서 붉은색 사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왠지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느껴진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준비된 낙타를 올라타고 오늘 밤을 보낼 캠핑장으로 이동.

그 예전 캐러반들은 향신료를 낙타등에 잔뜩 싣고 그걸 팔기 위해 이 쓸쓸한 곳을 느릿 느릿 갔을텐데, 사하라 사막 건너편과 유럽을 연결해준 무역루트는 이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우리처럼 돈을 내고 잠깐이라도 사막을 느껴보려는 관광객들이 대신하고 있구나. 낙타 트레킹이라고 해도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3~40분 정도 낙타를 타고 몇 km정도 가서 사막 초입의 캠핑장까지 이동하는 거가 전부라서 - 그래도 그 짧은 시간이라도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ㅠㅠ 빨리 내리고 싶더라 - 사막을 피부 깊숙히 느꼈다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모래 언덕과 하늘로만 이루어진 풍경을 접하는건 매우 장엄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지구가 만들어낸 가장 극한의 풍경중의 하나가 아닐까? 여행의 기술을 보면 사막과 같은 극단의 풍경을 접하면 자연에 비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의 크기가 얼마나 하찮은지 돌아보게 만드는 미덕이 있다는데 그 말도 맞는것 같고, 무엇보다 모래와 하늘뿐이지만 바람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런 멋진 풍경을 또 혼자 보는 구나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들고, 동시에 참 멀리까지 왔구나 싶어서 살짝 코끝이 찡하다 ㅠㅠ

캠핑장에 도착해서 해가 질때까지는 각각 자유시간. 다들 뿔뿔히 흩어져 사막의 모습을 각기 담아간다. 서로 사진찍어주고 포옹을 나누는 커플들 부럽구만 ㅠㅠ 해가 져가면서 초승달과 별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쏟아질듯한 별빛을 바라보며 준비해간 와인도 홀짝이며 사막에서 깊어가는 밤을 보냄...



작은거 하나 사서 집에 깔아 두고도 싶었지만 메이드인 차이나가 아닐까 싶어서 ㅋㅋ


포장 도로가 끝나고 드디어 사막이 시작된다. 멀리 붉은색 사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


예전 캐러밴들을 태우고 사막을 건넜던 낙타들은 대신 이제 동양과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을 싣고 사막으로














요즘 MERS 때문에 고생 많은 낙타 ㅠㅠ 얼마나 순하고 우아한 동물인데 ㅠㅠ




2015.05.20


사하라 사막. 언제 이 이름을 처음 들어봤을까?
초등학교 지리 시간? 아니면 그보다 더 어릴때? 어쨌건 그때 누군가가 너 수십년 후에 아마 그곳에 가게 될거야 라고 했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가기 싫어요. 아니 그런데를 왜가요?" 뭐 이렇게 대꾸하지 않았을까?  ㅎ

수년전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에 갔을때 황량한 풍경이나 밤의 로맨틱한 풍경도 좋았지만 흔히 사막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사구만 있는 사막은 아니어서 좀 아쉬워서 그때 어렴풋이 나중에 사하라 사막을 한번 가보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오가는데 3일이나 걸린다는 이야기에 사실 진짜로 오게 될지는 몰랐는데 드디어 사하라가 코앞이다.

아침에 일찍 눈을 떠 체크아웃 하고 투어를 예약한 사하라 익스페디션 사무실 앞으로 감. 차가 있던가 직원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고 2층의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려니 경비 아저씨가 못들어 가게 한다. 다른 투어 신청자들도 보이지 않아서 조금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누가 다가오더니 투어 예약했냐고 물어보더니 따라 오라고 한다. 따라가 보니 사무실이 두개여서 대로변에 차들과 다른 투어 참가자들이 모여 있다. 만약 2층에서 기다렸으면 큰일날뻔 했네 ㅠㅠ 영어 안되서 답답하던 경비 아저씨때문에 짜증났었는데 죄송 ㅠㅠ

투어 참가자는 나까지 14명 모두 한차에 타고 사하라 사막 투어를 시작.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Big Dune이라 불리는 사막이 있는 메르주가까지는 하루에 못가고 중간에 이곳 저곳을 들려서 Dades Valley라는 곳에서 하루 묵는것이 오늘의 일정. 버스는 중간중간 사진 찍을 만한 곳에 차를 세워줘서 사진도 찍는데 대부분은 차 안에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감. 그동안 CTM 버스 타고 다니면서 본 풍경은 드넓은 평원과 낮은 구릉들뿐이었는데 사하라의 관문인 아틀라스는 높은 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사막의 초입이어서 그런지 나무나 풀이 거의 없이 사암으로만 이루어진 높은 산의 풍경이 무척이나 황량하다. 그런 산 중턱에 직사각형의 모로코 전통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들이 좀 귀엽기도 하다.

한참을 달려 점심에 도착한 곳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됭 아이트 벤하두라는 오래된 도시. 황량한 산기슭에 남은 오래된 건물인데 마치 고전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 멋지다. 예전에는 사막을 횡단하던 상인들로 북적였을테지. 이곳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 글라디에이터등의 헐리우드 영화 촬영을 했고 얼마 안떨어진 곳에 촬영 후 남은 세트장을 관광지화 했다는데 우리나라 관광지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1박 2일 촬영지' 0000 드라마 촬영지' 이런 표지가 생각나서 좀 웃겼는데 특히 세트장은 겉에서 봐도 조형물들이 너무 조야해서 웃겼다 ㅋ

오후가 되니 날이 더워지는데 버스의 에어컨이 시원찮아 가는 길이 너무 힘들다. ㅠㅠ 그나마 해져갈 무렵 소나기가 내려 더위를 식혀준다. 첫날 숙소로 왔더니 싱글 여행자들 3명을 몰아서 한방에 배정해준다. -_-;; 마침 어제 사서 가져온 맥주를 나눠 먹고 다른 여행자들과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침

그러고 보니 오늘은 생일 ㅎ 언제나 별다른 일 없는 날이었는데 사하라의 입구에서의 생일이라니 조금은 기억에 남겠구나 ^^


황량한 아틀라스 산맥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중에 만나는 풍경들

2015.05.19


오늘은 하루종일 마라케시를 둘러 보는 날. 첫 방문지는 벤 유스프 마다레사. 흥미로운 시장 골목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지나가니 벤 유스프 모스크가 나온다. 여기는 종교시설로 사용되는 곳이라 무슬림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고 대신 예전에 기숙사로 사용되던 벤 유스프 메데레사는 입장이 가능하다. 10drh을 내고 입장하니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예쁜 건축물이 펼쳐진다. 모로코 특유의 정갈한 타일 장식과 우아한 곡선과 직선이 교차하는 문과 문을 지나 보이는 중정, 그리고 기하학적 문양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벽등 모든 디테일 하나 하나가 아름답다. 규모는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알함브라 궁전의 중정을 쏙 빼닮은게 아주 멋지다.

옆에 있는 마라케시 박물관을 가볼까 하다가 딱히 론리 플래닛이나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추천도 없고 해서 입장료도 좀 비싸서 그냥 건너 띄고 대신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확인한 사진 박물관에 가보기로 함. 조금 걸어서 도착한 사진 박물관은 말이 박물관이지 조그마한 3층 건물에 5~60점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규모의 전시관. 1920~50년대의 모로코의 일상을 촬영한 오래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모로코는 빠르게 변하는 나라는 아니어서인지 모스크와 전통가옥이 어우러진 풍경과 전통 복장을 입은 모로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며칠간 보아온 현재 모로코의 풍경이 겹쳐지는데 - 우리나라의 1920년 사진과 지금 사진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 그래도 위풍당당한 베르베르 인의 모습이랄지 사막의 베두윈족의 모습처럼 이제는 사라져가고 변해가는 모습들은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두 군데를 돌아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여행중에는 많이 걸어서 그런지 왜 그리 허기가 빨리 지는지 ㅎㅎ 점심은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본 양고기를 파는 식당을 찾아 갔는데 막상 가보니 식당이라기 보다는 정육점(?) 비슷한 곳에서 매데에 양고기를 내놓고 잘라서 팔면 그걸 포장해서 가져가는 곳. 고기를 굽는 곳은 가게 지하인데 가게 지하를 진흙 오븐으로 만들어서 거기서 하루종일 고기를 굽는 것 같았다.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길래 안에서 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딱 한개의 테이블이 있어서 거기서 일인분 시켜서 먹는데 기름기가 쏙 빠진게 가져간 맥주와 함께 마시는데 정말 맛있었다 ㅠㅠ. 양고기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먹은 양고기중 가장 맛있었다고 해도 될 듯

오후에는 어제 가려다 못간 Bahia Palace를 가보기로 함. 골목 골목 지나 도착한 Bahia Palace는 입구에 들어서니 별 장식 없는 흰색의 벽과 푸른색 문이 맞이 하는데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강렬한 태양을 피하려고 흰색과 푸른색을 좋아했던 걸까 ^^ 오전에 본 벤 유스프는 매우 화려했는데 이곳은 그곳과는 달리 장식이 절제되어 있고 심플한데 혹시 그 시대의 미니멀리즘이었을까 궁금하다. ㅎ

다음은 어디를 갈까 하다가 론리플래닛을 보니 가볼만한 곳은 다 가본 것 같고 Dar Si Siad 박물관을 안가본 것 같아 거기 갔다가 저녁을 먹기로 함. 그런데 애써 찾아갔더니 화요일은 휴관 ㅠㅠ 그래서 그냥 제마 엘프나 광장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시원한 오후의 바람을 맞으며 휴식. 마라케시에서 놀란 것중 하나가 군데 군데 공원이 굉장이 많다는 것이다. 지도만 놓고 봐도 곳곳에 녹색의 공간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낮에는 그리 더운데 해가 져가면 놀랍도록 시원해진다는 것. 해질녘에 선선한 바람 맞으면서 부드러운 흙빛 성곽으로 둘러쌓인 조용한 공원에서 음악 들으며 맥주 한잔 마시는 것도 참 좋다

오늘이 마라케시에서 마지막 날이라 제마 엘프나 광장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자 해질녘 즈음 해서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루프탑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먹으며 사진을 담아옴. 자리 값인지 안그래도 비싼 음식 값에 빵과 올리브 값을 따로 받아 황당했지만 사진값이라고 생각하지 뭐 ㅠㅠ 커피라도 한잔 더 할까 하다가 날이 너무 춥고 아침에 일찍 사하라로 떠나야 해서 숙소로 돌아옴


먹는건가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컬러풀한게 예쁘다





알함브라 궁전의 중정이 떠오르던 벤 유스프 메데레사


그냥 흔한 골목도 이정도



Banksy라도 다녀갔나?




모로코에서 먹은 것중 아니 지금까지 먹은 모든 양고기중 제일 맛있었음 ㅠㅠ




벤 유스프 메데레사와는 달리 미니멀(?)한 느낌의 바히아 팰리스


골목에 이런 예쁜 문들이 막 있다 ㅎㅎ


해 져가는 성곽 앞에서 몰래 몰래 맥주도 한잔 하고 ㅋㅋ


해져가는 제마 엘프나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2015.05.18


이틀간 버스 시간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났는데 오늘은 12시 반 버스라 오전에 여유가 좀 있다. 아침 식사 시간까지 침대에서 딩굴다가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전까지 산책을 즐김.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들은 고양이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제서야 하나 둘씩 가게 문을 열고 있다. 시원한 아침 바람 맞으며 어제 못가본 골목 구석구석 다니면서 인디고 블루 컬러의 스카프도 하나 사고 숙소로 돌아가 친절했던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마라케시로 떠남.

터미널 까지 가는 길에 바닷가의 근사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니 행복감이 밀려오는데 혼자라는게 못내 아쉽다. ㅎㅎ 그러고 보면 여행지 다니다보면 나같은 싱글 여행자들을 드물지 않게 만나는데 이곳에서는 아직까지 한번도 못본듯? 시간이 얼추 되어서 터미널로 가는데 도무지 터미널 위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지도에 기록했어야 하는데 깜박해서 기억에 의존해서 찾아가는데 골목이 전부 비슷비슷 한게 어딘지 잘 모르겠다 ㅠㅠ 택시를 타야겟다 했는데 다행히 친절하신 할아버지께서 데려다 주셔서 무사히 정류장에 도착해서 마라케시까지 와서 새로운 숙소를 찾아서 체크인 하니 스탭 아가씨가 여권을 보고 생일이 얼마 안남았다고 미리 축하를 해준다. ㅎㅎ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ㄷ 고마웠음.

제마 엘프나 광장으로 가서 인터넷 카페에서 봤던 식당에서 로스트 치킨과 양갈비 두개를 혼자서 먹으면서 파우치에 싸간 맥주를 함께 마시는데 좋긴한데 마치 부페에 소주 싸가시는 우리나라 아저씨들 생각나서 혼자서 피식했다 ㅎㅎ

식사를 하고 Bahia Palace를 찾아갔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물어보니 4시 반까지만 오픈한다고. 아니 8시에도 해가 안지고 10시, 11시에 광장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나라에서 뭐 이리 일찍 문을 닫아. -_-;; 그래서 내일 같이 보기로 하고 광장 옆에 있는 시장을 둘러 보기로 함

어느 나라나 시장은 재미있지만 마라케시의 시장은 더 흥미 있었는데 조야한 기념품이나 국적불명의 티셔츠들이나 싸구려 전자제품들 같은 여느 시장에서 파는 제품들 보다는 북아프리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예제품과 자기들, 가죽제품과 스카프, 예쁜 카페트들을 보다 보니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흥정을 잘 못하고 바가지는 쓰기 싫어서 여행 다니면서 쇼핑을 잘 안하는데 깨지기 쉬운 커다란 자기나 커다란 카페트는 누가 사가나 항상 궁금했는데 혼자 나와서 살다보니 카페트 하나 사서 집에 두고도 싶고 예쁜 유리 공예품도 사고 싶어진다. ㅎㅎ

오늘도 활기찬 제마 엘프나 광장으로 가서 사하라 사막 투어를 예약하고 광장 근처 카페에서 핫초코 하나 시켜서 텀블러에 담아온 와인 홀짝 거리며 마라케시의 밤을 보냄. 마침 옆의 카페에서는 라이브로 Gnoua 음악도 연주하고 이렇게 행복한 밤이 지나감 ㅠㅠ



누가 그렸을까? ㅎ 너무 깜찍한 문 장식


아침 산책하다 본 너무 예쁜 호텔. 담에 다시 오게 되면 여기서 묵고 싶다



바다를 바라보며 향긋한 에스프레소 한잔



늦은 점심을 배불리 ㅋㅋ


맥주를 안파니 이렇게 자체 조달을 ㅎㅎ 뭐 종업원들이 봐도 암말도 안함



다리 아파서 커피 마시면서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낮의 제마 엘프나는 너무 너무 더워서 조금 한산한 느낌




북적북적 즐거웠던 시장


카멜레온 처음 봤음. ㅎ 이구아나 처럼 큼지막할줄 알았는데 너무 작고 귀여웠음 ㅎㅎ



오늘도 북적이는 광장 포장마차


맥주 한잔 하면서 정리해야 하는데 ㅎ 맥주를 안팔아서 핫초코로 하루를 정리. 그래도 저 텀블러 안에는 와인이 ㅋㅋ

mp3플레이어로 사용하던 아이폰 4s가 고장나서 mp3 플레이어를 찾아보다 우리나라에서 파는건 다 너무 비싸서 - 아이리버 제품은 백만원도 넘데 ㄷㄷㄷ- 아마존에 단돈 35달러에 직구한 mp3플레이어. 저래 보여도 마이크로 sd 카드를 이용해서 64기가 바이트 용량에 셔플재생까지 다 됨 ㅎㅎ



2015.05.17

마라케시에서 서쪽으로 180km 정도 떨어진 해안가의 도시 에사우이라로 가는 날. 여행 가면 가능하면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려고 해서 중간에 하루 어디 다녀오는게 딱히 내키지는 않았는데 굳이 에사우이라를 가보고 싶어서 일정이 잘 안나옴에도 에사우이라를 중간에 끼워 넣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짐을 꾸려 나오니 식사 시간이 되려면 한참 남았는데도 고맙게도 스탭이 따로 아침을 챙겨줘 아침을 먹고 정류장으로 이동. 에사우이라는 어째서인지 지미 핸드릭스가 영감을 받은 곳으로 유명한데 실상은 지미 핸드릭스가 모로코 여자 친구를 사귈때 놀러와서 3일인가 있었던게 전부라고 ㅎㅎ 대신 그거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에사우이라에서만 자라는 달팽이를 이용하여 보라색 염색을 할 수 있는데 이걸로 이집트 시대부터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버스에서는 가져간 책중 뉴욕 메트로 폴리탄 미술 관장으로 31년간 재직한 필립 드 몬테벨로의 미술과 미술관에 대한 대딤형식의 책인 "예술의 되는 순간"을 다 읽고 나니 3시간 정도 걸려 예상보다 빨리 에사우이라에 도착.

정류장에 내리니 벌써부터 바닷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게 마라케시와는 공기부터 다른 것 같다. 이번에도 maps.me의 도움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아 체크인. 3시에 체크인이 된다고 해서 배낭을 놔두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지정된 메디나를 둘러 보는데 오래된 성곽과 골목 골목이 참 예쁘다. 어느 열대바다의 휴양지나 유럽의 바닷가처럼 깨끗하고 완벽한 바닷가의 풍경은 아니지만 빛바랜 성곽과 낡은 건물들 그리고 바다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빈티지한 느낌이어서 참 마음에 든다.

메디나를 둘러싼 성곽을 따라 돌면서 골목골목 헤메고 다니다 보니 마침 오늘이 에사우이라를 근거지(?)로 하는 모로코 전통 음악인 Gnoua 뮤직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돈을 받고 입장하는 본격적인 공연은 어제 끝난 듯 하고 오늘은 마무리로 잠깐 몇팀 나와서 공연 하는 모양. 그 영향인지 드레드락에 자마이칸 컬러로 잔뜩 치장한 밥말리 풍의 멋쟁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많이 띈다. 밥말리의 라스타파리아 운동은 아프리카로 돌아가는걸 목표로 아마 이디오피아를 이상적인 곳으로 삼았다는것 같은데 이 곳 북아프리카에서는 다시 그에게 영향을 받은 모로칸 힙스터들이 많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여기 저기 옹기 종기 모여 북치고 노래하며 춤추는 걸 지켜보면 괜히 나도 같이 자유로워지는 느낌 ^^

해안가를 걸으며 모로코 사람들이 운동하고 해수욕 하는 모습도 바라보다 공연 시간에 맞추어 공연을 보러 감. 공연이 시작하니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페스티벌에서 흔히 보는 젊은 관객들뿐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나온 가족들, 스카프를 기게 둘러맨 니이 지긋하신 분들까지 관객층이 정말 다양하다. ㅎ 흥겨운 아프리카 리듬에 맞추어 춤추고 노래하는게 흥겹긴 한데 익숙한 음악이 아니다 보니 내 귀에는 다 그 음악이 그 음악 같은데 나 말고는 다들 - 특히 아이들 - 신나게 춤추면서 즐기는걸 보는것도 즐거웠다. ㅎ

운좋게 공연까지 보고 숙소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일몰을 보러 가는데 왠일인지 일몰 관람 포인트에 못들어 가게 한다. 어차피 날씨가 흐려서 일몰은 못볼거 같아 아쉽지만 맛없던 식당에서 생선구이로 저녁을 먹고 - 시장에서 직접 사서 구워 먹으면 좋다던데 마침 쉬는날..ㅜㅜ- 달콤한 크레페 하나 물고 숙소로 돌아옴




포트에서 바라본 에사우이라 성곽. 빈티지한 느낌이 좋았는데 쿠바도 약간 이런 느낌일까? 궁금해짐 ㅎ



모로코는 어디 도시나 거대한 캣카페 ㅋㅋ


북치고 노래하던 밥말리의 후예들



혼자 살기 시작해서 이런 살림도구들이 탐나기 시작했다 ㅋㅋ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크렴~



2015.05.16

맥주 한잔도 못마셨지만 오랜 비행때문에 피곤해서인지 자리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짐. 중간에 모스크에서 새벽 4시쯤 기도소리가 스피커로 터져나와 무슨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 인줄 알고 깜짝 놀라 깸. 아니 매일 새벽마다 저러는 걸까? 궁금해하다 기도소리가 좀 잦아들 즈음 다시 잠에 듬. 덕분에 조금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


오늘은 모로코를 대표하는 관광도시인 마라케시로 가는날. 마라케시에서 3박을 하는데 근처 바닷가의 도시인 에사우이라를 꼭 가보고 싶어서 중간에 하루 에사우이라를 끼워넣는 바람에 여행 초반에 일정이 바쁘다. 우리나라 우등고속 수준은 안되지만 일반 고속버스 수준은 되는 CTM 버스를 타고 카사블랑카를 벗어나니 슬슬 도시의 풍경을 벗어나 드넓은 밀밭과 올리브 나무, 그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소, 양, 염소떼들, 그리고 붉은 흙빛의 모로코 전통가옥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다채로운 풍경을 보며 책도 읽고 하면서 3시간 반정도 가다보니 목적지인 마라케시.

원래 지도에서 확인한 정류장의 위치환느 좀 떨어져 있어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숙소까지 걸어감. 마라케시에 도착하니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와 피부를 뚫을 듯한 태양, 온통 붉은 흙빛의 야트막한 직사각형 형태의 모로코식 건물들, 곳곳에 보이는 야자수들과 느릿 느릿 급한 것 없이 다니는 모로코인들 사이를 걷다보니 힘들지만 그래도 이제서야 진짜 북아프리카에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방에서 짐을 풀고서 숙소로 오는 도중에 들린 까르푸에서 사온 모로코 맥주를 벌컥 벌컥 들이키니 이제서야 살 것 같다 ㅋ 앞으로 모로코에서 까르푸 많이 애용할 듯 ㅎㅎ 맥주 한잔에 기운내서 오늘의 첫 여정인 마조렐 공원을 보러 감. 마조렐 공원은 프랑스인 자댕 마조렐이 설계한 작은 정원인데 마음에 들었는지 이브 생 로랑이 구입해서 개인 정원으로 사용하다가 사후 모로코에 기증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브 생 로랑은 얼마전에 읽은 현대 미술 관련 책에도 미술품 수집가로 많이 언급되던데 여러모로 많은 발자취를 남긴듯.

정원은 규모도 아담하고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은데 다양한 열대 수목과 깨끗한 산책로, 그리고 파란색 노란색등의 원색의 건물과 장식물들이 아기자기 하다. 특히 인디고 블루 컬러의 박물관 건물이 인상적. 공원 중간에는 이브 생 로랑이 매년 이곳에서 러브를 주제로 지인들에게 보낸 연하장들을 모아 놓은 전시관이 있는데 멋진 연하장들을 보면서 유행과 패션의 도시 파리를 떠나 이곳 북아프리카 한가운데에서 그 프랑스인은 어떤 영감을 얻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ㅎㅎ

더운데 많이 걸어다니기도 하고 아직 시차도 완벽히 적응하지 못해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확인한 피자집에서 피자로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마라케시의 상징중의 하나인 제마엘프나 광장을 보러 감. 해가 뉘엿뉘엿 져가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걷기에 좋은 날씨가 된다. 낮과 밤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다를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데 과연 광장으로 가니 낮과는 다른 활기가 넘쳐난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파는 노점들, 그리고 온갖 꼬치를 비롯해서 양 또는 염소의 머리, 내장, 달팽이 등 저걸 어떻게 먹지 싶은 온갖 것들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고 거기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다. 뭐라도 먹어볼까 하다가 배도 안고프고 호객행위도 너무 심하고 해서 그냥 오렌지 쥬스 하나 사먹고 근처 루프탑 카페에서 광장을 바라보며 일기 쓰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하루를 마감함.



모로코의 전통 가옥은 Riad라고 하는데 건물 중간에 중정들이 다들 예쁘다. 매우 싼 숙소였음에도 로비로 사용중인 중정이 너무 예뻤다.



모로코 여행중 흔하게 보는 모스크. 저 첨탑에서 새벽만 되면 기도소리가 ㅠㅠ 기도 소리가 잔잔하면 좀 참겠는데 무슨 괴성(?) 비스무리한게 나와서 깜짝 깜짝 놀라서 새벽에 깨곤 했음 ㅎ


마조렐 공원






이브 생 로랑이 매년 여기서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만드러서 보냈다고.



모로칸 피자 ㅎㅎ 맛있었음


현지인, 관광객, 호객꾼들이 뒤엉켜 정신 없는 제마 엘프나의 포장마차 식당



각종 꼬치와 소세지류..이런건 보기에 괜찮은데 다른데 가면 염소와 양의 머리 -_-;; 내장들이 있어서 보기에 좀 징그러웠음 ㅎㅎ1


제마 엘프나 광장의 밤은 깊어 가고

2015.05.15

고종석씨 글을 좋아해서 한때 트위터 팔로잉을 했었는데 이후 트위터에 올리시는 글에 영 실망해서 요즘은 팔로잉도 안하고 심지어 책이 나와도 사보지 않고 있다. 퍼거슨이 했다는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에 조금도 동감하지 않지만, 실생활의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컨텍스트가 사라지고 단순한 텍스트 몇자로 수천, 수만명 - 그중에는 흠집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 뜬 안티도 많겠지 - 에게 실시간으로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인해 설화를 겪는 유명인들이 꽤 되는 것도 사실이겠지.

하여간 뭐 트위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ㅎㅎ 예전에 고종석씨가 트위터로 AMA (Ask Me Anything) 비스무리한걸 한적이 있어서 남자 혼자서(ㅜㅜ) 갈만한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했을때 고종석씨가 추천해준 곳이 모로코와 튀니지 같은 북아프리카였는데 마그레브 지역이라고 부르시더라. 그래서 모로코는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몇년간 다른 나라를 가다가 올해는 마침 론리플래닛에서도 추천하길래 기회이다 싶어서 덜컥 비행기표를 예매함. 마침 유가 하락으로 인해 비행기 값도 싸고 요즘은 유로 환율로 괜찮아서 환전도 넉넉히 할 수 있어 좋았다.

이때 부터 한번 가볼까 했었음


모로코에 대해서 아는거라곤 그냥 사하라 사막이 있고 스페인 이슬람 문화의 근원지이며 베두윈, 베르베르족등의 사막 유목민족이 있다 정도의 단편적인 지식만 있어서 여행지로 정하고 나서 이것 저것 정보를 찾아보니 인터넷에도 정보가 별로 없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정보는 아주 좋았다는 별로 없고 ㅎ 일부는 최악이었다는 여행기도 종종 있어서 괜한데를 여행지로 선택한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좀 들기도 했었다.


그래도 오기 전에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뒤늦게 나마 읽으면서 '어디로든 어디로든 여기가 아닌 어느 곳이나' 떠나고 싶어했다던 보들레르의 이야기나, 천천히 오래 지켜보기 위해 하루 40km 이상 여행하지 않았다는 존 러스킨이나 자기 침실과 창틀로 여행을 떠났다는 드 메스트르의 이야기를 보며, 사실 여행이라는게 어디를 가든 일상과 다른 곳으로 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겉으로는 혼란스럽고 짜증날지라도 자세히 보면 디테일에 감동할 수 도 있을 것 같아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오자' 라고 생각하니 걱정보다는 설레임이 좀 더 많이 들었다.

짐을 꾸려서 아침에 집을 나오는데 이전의 여행은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 뭐 대화를 자주 나누는 그런 살가운 자식은 아니었지만 - 집에 가면 가족이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느꼈었나 보다. 2주간 텅 비어 있을 집을 나오는 데 왠지 이전보다 조금 더 쓸쓸한 느낌이 든다. ㅎㅎ 고독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데 난 좀 그만 고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함께 든다

예약한 에어프랑스에 올라타니 자리가 정말 너무 좋다. 비상구 근처라도 보통 앞에 스튜어디스 자리도 있고 한데 이렇게 발을 쭉 뻗다 못해 누워도 될 정도로 넓은 자리는 아마도 처음인듯. 파리 샤를 드 골 공항까지는 11시간 걸리지만 책도 보고 극장에서 보려다 못본 스티븐 호킹을 소재로 한 "Theory of everything" 도 보면서 파리로 향함. 여느 비행처럼 론리 플래닛의 국가 소개를 정독 하는데 모로코는 사막 부근의 척박한 땅인것 같은데도 로마시대부터 많은 국가들의 침략과 전쟁, 건국과 쇠락이 반복된 나라였다. 예전에는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캐리반들로 부흥했던 국가였을텐데 서구의 식민시대를 겪으며 이제는 빈곤국이 된 나라.

샤를 드 골 공항에 내리니 환승 시간까지 한시간 가량 남았다. 여유 있지만 혹시 몰라 서둘러 환승 하러 가는데 보안 검색대가 일을 안한다...-_-;; 지체되는 것도 아니고 아예 검색대 자체가 스톱. 곧 오픈 하겠지 하는데 20분 30분이 지나고 승객들이 수백명으로 늘어나는데도 직원들은 그냥 자기들끼리 담소를.. 왜 그런지 물어봐도 그냥 상황이 그렇다고만 하고 비행기는 안놓칠거라고 하는데 아니 무슨 이유라도 알려줘야지 ㅠㅠ  결국 3시에 검색대 오픈해서 3시 10분에 통과해서 뛰다시피 해서 3시 20분 비행기를 탐. 뭐 결과적으로 나보다 뒤늦게 탄 탑승객도 꽤 됐고, 비행기는 30분 정도 지연 출발했지만 어쨌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빨리 빨리" 문화로 악명 높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듯 ㅎ

3 시간 정도 비행을 하고 나니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카사블랑카! 어째서인지 매우 오래걸리던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과 바로 연결된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 2주의 기간이라 데이터 로밍은 비싸서 못하고 대신 maps.me와 갈릴레오라는 앱을 다운받아 왔는데 이 앱들은 원하는 지역의 맵을 다운받아 폰에 저장하고 GPS를 연동하여 구글 맵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인데 이걸로 숙소를 찾아가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목적지를 찾아준다!! 길눈이 어두워서 낯선 곳에 가면 길 헤매는게 항상 큰 어려움이었는데 이제 드디어 그런 일은 없겠다.

숙소까지 오는 길은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카사블랑카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대중 문화에서도 여러번 소개되긴 했지만 볼게 없는 도시라고 하던데 정말 그냥 대도시의 느낌. 내일 마라케시로 갈 CTM 버스를 예매하고 숙소 부근을 좀 걷다가 숙소로 돌아옴. 웰컴 맥주와 함께 자고 싶었는데 맥주를 파는 곳이 전혀 없다!! 이번 여행에서 어쩌면 가장 어려운 점이 될수도 ㅎㅎ


10.9

여행의 마지막날. 짧던 길던 모든 여행은 끝나기 마련이고 그 끝은 모두 아쉽겠지. 
알랭 드 보통이 새로운 책 "뉴스의 시대"에서 여행에 대해 "외부의 풍경을 통해 내부의 풍경을 조정하는 것" 이라고 이야기해서 참 공감했는데 과연 여행 다니면서 놀라운 풍경과 역사적 유적지를 접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그나라만의 독특한 맛을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여행중의 고독과 사색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하는 거야 말로 여행의 미덕이 아니었을까. 매번 여행을 마무리 할때마다 조금 더 달라져있기를 바라는데 이번 여행은 과연 어땠을지 ^^ 다음에도 또 다른 세계를 만나러 갈 수 있기를...

규슈 여행의 마지막은 후쿠오카 근교의 야나가와야 다자이후를 가보기로 함. 원래 다자이후만 가려고 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마침 야나가와와 다자이후를 한번에 가는 교통 패키지가 있다는걸 발견. 역시 일본은 이런게 잘되어 있다니까. 밤에 공항까지 지하철로 가야하고 낮에도 여기저기 지하철로 이동할지 몰라서 일일승차권을 발매하고 짐은 코인라커에 넣어둔 후 니시테츠 텐진역으로 가서 패키지권을 구매하고 첫번째 목적지인 야나가와로 향함. 4~50분쯤 걸려서 도착한 야나가와는 후쿠오카 시내와는 아주 작은 동네 분위기이다. 거기서 선착장까지 준비된 셔틀버스로 이동하니 일본 전통 복장의 뱃사공 아저씨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한배에 9~10명 정도 타는 것 같은데 나이 드신 일본인 부부들이 많고 나는 중국인 관광객과 호주에서 온 관광객과 함께 타고 이동. 

빼어난 경치라고 하긴 어려운데 그래도 조용한 일본의 교외를 흐르는 강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은 좋았다. 그냥 느긋하게 풍경을 보면서 가면 더 좋았을 텐데 뱃사공 아저씨가 배를 운전하는 1시간 반가량 쉬지 않고 무슨 만담을 해서 좀 웃겼다. ㅎ 야나가와 뱃놀이 사진 보면 상상도 못할 수다스런 분위기라니 ㅎㅎ 그래도 가끔씩 구슬픈 일본 노래도 불러주셨는데 그건 좋았다. 
1시간 반정도 가니 내리는 곳인데 야나가와 뱃놀이가 끝나면 어째서인지 장어덥밥이 유명하다고 한다. 배에서 내린 골목에 많은 장어 집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군데 골라서 들어가니 마침 제일 유명한 곳인거 같았다. 대중소 세가지가 있었는데 부담스런 가격때문에 소로 시켜 먹었더니 장어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장어와 달콤한 밥이 어우러진게 참 맛있었다. 

다시 역까지 돌아오는데 대부분 택시를 타는거 같은데 인포메이션에서 물어보니 버스도 있단다. 택시비도 아낄겸 버스타러 가는데 정류장을 못찾겠어서 강변을 바라보고 쉬고 있던 젊은 일본 친구들에게 물어봄. 서투른 일본어로 야나가와 에끼와 도코데스카? 뭐 이렇게 물어보니 서로 의논을 하더니 자기 차로 태워다 준단다. ^^ 영어를 잘 못하긴 하던데 물어보니 근처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배우는 학생들이고 차는 할아버지가 입학 선물로 사준 차라고 ㅎ 덕분에 편하게 역까지 돌아옴

역에서 다자이후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으니 올때는 몰랐는데 참 한적한 시골역 분위기다 싶다. 따사로운 오후에 맥주 한캔 마시면서 조용한 시골역에서 기차 기다리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다자이후 까지는 30분정도 걸린것 같은데 다자이후는 사원까지 가는 골목도 그렇고 나라의 ______ 사원을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교토와 나라에서 봤던 엄청난 신사들에 비하면 좀 작지만 그래도 아담하니 예뻤다. 주변을 좀 걷다가 사람들 줄서 있는데서 구운 떡도 하나 사먹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옴. 이제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전에 찜해 놓은 캠핑 용품을 사러 캐널시티로 감. 역시 사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짐도 많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해서 한국보다 15,000원쯤 싸게 파는 스노우픽 코펠만 하나 사서 마지막 저녁으로 기요미와에서 유명한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한국으로 돌아옴

ps. 한국에 도착하니 이제서야 여행의 피로가 몰려온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배낭과 캐리어는 땅에 내려놓고 후쿠오카 면세점에서 산 기념품이 담긴 쇼핑백은 반대쪽에 내려두었는데 버스 탈때 그만 빨리 타다보니 쇼핑백을 안가지고 탔다. ㅠㅠ 뭐 양주를 사거나 그러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어도 너무 아까웠는데 놀랍게도 습득물 센터에 신고가 되어서 며칠 후에 택배로 받았음. 인천 공항 공사 감사합니다~



컬투의 정찬우처럼 1시간 반을 만담하시던 뱃사공 아저씨 ㅋㅋ


뭔가 귀여우면서 그로테스크한 소녀상


귀여운 아이들이 한꺼번에 "곤니찌와~" 귀여워 ㅠㅠ




야나가와 뱃놀이 끝나고 먹는 장어찜밥


다자이후 가는 길은 나라공원하고 비슷





무슨 행사였을까 탐스러운 사과들을 잔뜩 모아두었다.


독특한 인테리어의 스타벅스 다자이후 점


엽기적인 조형물.. 이게 뭐야 ㅋㅋ


기요미와의 함박 스테이크. 적당히 덜어서 동그란 불판에 취향것 익혀 먹으면 마..마시쪙!!

10.8

야쿠시마는 해지면 할게 없고 심지어 아침에는 아침 먹을 곳도 없어서 - 보통은 도시락 싸서 산에서 먹던가 숙소에서 해결 - 혼자 오면 산에나 가고 빈둥빈둥 대며 지내기는 좋을 듯 하다. ㅎ 그래도 심심하긴 함. 그래서 아침 일찍 떠나려고 첫배인 7시 배를 타고 안보항에서 가고시마로 출발. 숙소가 있던 미야노우라 항에서 안보까지 버스로도 한참 가는데 그저께 이길을 자전거로 왔다니 생각하니 눈물이 ㅠㅠ. 그나저나 편도 버스비가 810엔이던데 자동차나 오토바이 일일렌트가 3,500엔인건 버스비 생각하면 무지 싼듯 싶다. 담엔 꼭 국제 면허증 준비해서 와야지

7시 정시에 출발한 배에서는 계속 어제 발표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대한 소식이 나오는데 참 부럽다. 거기에 마침 중간에 들린 섬에서 탄 옆에탄 할아버지가 직접 촬영한 로켓 발사 장면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네 휴대폰을 제일 잘만드네 해도 이런 기초 과학에서는 아직도 배워야할게 많은 나라인듯 싶다. 

가고시마에 도착해서 바로 구마모토행 기차을 끊어서 구마모토로 출발. 신간센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 싶을정도로 승객이 없다. - 내가 탄 칸에 5명이나 탔을까...- 한시간쯤 가니 원래 계획에는 없었다가 야쿠시마 일정이 어긋나면서 급하게 추가한 구마모토에 도착. 인터넷으로 관광할 곳을 찾아보니 구마모토성과 스엔지엔 공원 정도가 갈만하고 말 육회가 유명한 곳이라고. 

구마모토도 역시 다른 규슈의 다른 지역처럼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이고 트램이 잘 연결되어 있어 다니기가 좋다. 트램을 타고 첫 목적지인 구마모토 성으로 향함. 역에서 내려 높은 성벽으로 둘러쌓인 길을 가다보면 보이는 구마모토성의 하일라이트 천수관의 모습이 멋지다. 교토에서 느낀거지만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 자주 개보수는 하겠지만 -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게 부럽다. 

꽤 규모가 커서 놀랐던 구마모토성을 나와서 일본식 정원으로 유명한 스엔지엔 공원으로 맥주 하나 사가지고 향함. 공원은 예쁘고 아기자기한 일본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산책하면서 맥주도 한잔 마시고 7시부터 공연한다는 재즈 공연팀의 리허설도 듣고 하니 마음이 평온하구나 ㅎ 내일이면 돌아가는게 아직 실감은 안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들 남기고 가야지

그나저나 재즈 리허설을 보다보니 일본 노부부께서 자원봉사 비슷한걸 하는 것 같던데 일반화 할수는 없겠지만 여러모로 일본의 노인들은 우아하다. 과거 일본의 거품 경제 시절의 여파도 있겠고 모든 일본 노인들이 우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노인 빈곤률,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참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겠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그런데 더 아찔한건 그걸 정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것도 모자라 젊은 이들까지 벼랑 끝으로 밀어 넣고 있는 정치적 세력에 앞장서서 눈먼 지지를 보낸다는게 참으로 비극적이다. 

저녁은 구마모토 번화가에서 말 육회를 먹어보려 했으나 비싸 보여서 ㅠㅠ 내가 좋아하는 일본 음식중의 하나인 소바 - 맛이 감동적이었던 ㅠㅠ - 마지막 숙소인 후쿠오카로 돌아옴. 숙소에 오니 자전거를 쓸 수 있어 후쿠오카에서 가장 인기 많다는 교자집인 데스나베에서 그리운 교자와 맥주도 한잔 마시고 후쿠오카 시내를 자전거로 다니며 마지막 밤을 보냄 



구마모토가 한문으로 熊本 이라 구마모토의 상징은 곰 (일본어로 쿠마!!) 너무 귀여움 ㅎ



구마모토성의 하일라이트 천수관. 이런 유적지에는 한국 관광객들 많음 ㅎ


천수관에서 바라본 구마모토 전경


택시에도 쿠마!





스엔지엔 공원



맛있었던 덴쁘라 소바 정식


안녕 쿠마~



감동적이었던 데스나베의 교자

10.7

태풍때문에 참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네. 
원래 계획은 조몬스기까지 왕복 10시간 코스를 다녀오기로 했는데 길이 막혀서 원래는 다음날 다녀오려고 했던 시부타니 운스케 코스를 다녀옴. 숙소에서 혹시 스쿠터를 빌릴 수 있나 했는데 여기서도 국제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그냥 버스타고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 30분쯤 버스를 타고 가니 매표소.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아쉽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등산로에 입장. 산에 들어서니 태풍때문에 일정 어긋나서 생긴 스트레스와 짜증들이 확 사라진다. 맑은 공기 아래 푸른 이끼로 덮인 거대한 나무들과 돌들 그리고 맑은 계곡 물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정말로 원령공주의 작은 혼령들이 금방이라도 나타나 나를 숲속 깊은 어딘가로 데리고 갈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시간이 켜켜이 쌓인 깊은 숲의 풍경은 마치 현대의 일본 어디인가가 아니라 마치 고대의 숲을 탐험하는 모험가가 된 느낌이어서 좋았다. 풍경에 취해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한참을 가다보니 배가 고파온다. 준비해간 도시락과 맥주 그리고 면세점에서 사온 와인까지 한잔 하니 정말 오기 잘했다 싶다. 이 좋은 산이 한번에 모든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구나 라는 생각에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오도록 하자. 다음번에 오면 캠핑 장비 들고와서 산장에서 밥 해먹고 산장에서 - 전기도 안들어오고 관리자도 없어서 무서워 보였지만 - 자보는 것도 좋을 듯 ^^

등산 코스를 마치고 돌아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조몬스기 등산로까지 가는 버스표를 환불하려고 하니 내일은 등산로가 오픈 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다. 혹시 새벽에 등산하고 4시배를 탈 수 있을까 계산해보니 아무리해도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하고 대신 아침 첫배로 배시간을 다시 바꾸고 동네 백수처럼 야쿠시마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고양이하고도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옴. 여행초에 반달이었는데 이제 만월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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