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6
맥주 한잔도 못마셨지만 오랜 비행때문에 피곤해서인지 자리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짐. 중간에 모스크에서 새벽 4시쯤 기도소리가
스피커로 터져나와 무슨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 인줄 알고 깜짝 놀라 깸. 아니 매일 새벽마다 저러는 걸까? 궁금해하다 기도소리가 좀 잦아들
즈음 다시 잠에 듬. 덕분에 조금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
오늘은 모로코를 대표하는 관광도시인 마라케시로 가는날. 마라케시에서 3박을 하는데 근처 바닷가의 도시인 에사우이라를 꼭 가보고
싶어서 중간에 하루 에사우이라를 끼워넣는 바람에 여행 초반에 일정이 바쁘다. 우리나라 우등고속 수준은 안되지만 일반 고속버스
수준은 되는 CTM 버스를 타고 카사블랑카를 벗어나니 슬슬 도시의 풍경을 벗어나 드넓은 밀밭과 올리브 나무, 그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소, 양, 염소떼들, 그리고 붉은 흙빛의 모로코 전통가옥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다채로운 풍경을 보며
책도 읽고 하면서 3시간 반정도 가다보니 목적지인 마라케시.
원래 지도에서 확인한 정류장의 위치환느 좀 떨어져 있어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숙소까지 걸어감. 마라케시에 도착하니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와 피부를 뚫을 듯한 태양, 온통 붉은 흙빛의 야트막한 직사각형 형태의 모로코식 건물들, 곳곳에 보이는 야자수들과 느릿
느릿 급한 것 없이 다니는 모로코인들 사이를 걷다보니 힘들지만 그래도 이제서야 진짜 북아프리카에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방에서 짐을 풀고서 숙소로 오는 도중에 들린 까르푸에서 사온 모로코 맥주를 벌컥 벌컥 들이키니 이제서야 살 것 같다 ㅋ 앞으로 모로코에서 까르푸
많이 애용할 듯 ㅎㅎ 맥주 한잔에 기운내서 오늘의 첫 여정인 마조렐 공원을 보러 감. 마조렐 공원은 프랑스인 자댕 마조렐이 설계한
작은 정원인데 마음에 들었는지 이브 생 로랑이 구입해서 개인 정원으로 사용하다가 사후 모로코에 기증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브 생
로랑은 얼마전에 읽은 현대 미술 관련 책에도 미술품 수집가로 많이 언급되던데 여러모로 많은 발자취를 남긴듯.
정원은 규모도 아담하고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은데 다양한 열대 수목과 깨끗한 산책로, 그리고 파란색 노란색등의 원색의 건물과
장식물들이 아기자기 하다. 특히 인디고 블루 컬러의 박물관 건물이 인상적. 공원 중간에는 이브 생 로랑이 매년 이곳에서 러브를
주제로 지인들에게 보낸 연하장들을 모아 놓은 전시관이 있는데 멋진 연하장들을 보면서 유행과 패션의 도시 파리를 떠나 이곳
북아프리카 한가운데에서 그 프랑스인은 어떤 영감을 얻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ㅎㅎ
더운데 많이 걸어다니기도 하고 아직 시차도 완벽히 적응하지 못해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확인한 피자집에서 피자로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마라케시의 상징중의 하나인 제마엘프나 광장을 보러 감. 해가 뉘엿뉘엿 져가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걷기에 좋은 날씨가 된다. 낮과 밤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다를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데 과연 광장으로 가니 낮과는 다른 활기가
넘쳐난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파는 노점들, 그리고 온갖 꼬치를 비롯해서 양 또는 염소의 머리, 내장, 달팽이 등 저걸
어떻게 먹지 싶은 온갖 것들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고 거기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다. 뭐라도 먹어볼까 하다가
배도 안고프고 호객행위도 너무 심하고 해서 그냥 오렌지 쥬스 하나 사먹고 근처 루프탑 카페에서 광장을 바라보며 일기 쓰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하루를 마감함.
모로코의 전통 가옥은 Riad라고 하는데 건물 중간에 중정들이 다들 예쁘다. 매우 싼 숙소였음에도 로비로 사용중인 중정이 너무 예뻤다.
모로코 여행중 흔하게 보는 모스크. 저 첨탑에서 새벽만 되면 기도소리가 ㅠㅠ 기도 소리가 잔잔하면 좀 참겠는데 무슨 괴성(?) 비스무리한게 나와서 깜짝 깜짝 놀라서 새벽에 깨곤 했음 ㅎ
마조렐 공원
이브 생 로랑이 매년 여기서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만드러서 보냈다고.
모로칸 피자 ㅎㅎ 맛있었음
현지인, 관광객, 호객꾼들이 뒤엉켜 정신 없는 제마 엘프나의 포장마차 식당
각종 꼬치와 소세지류..이런건 보기에 괜찮은데 다른데 가면 염소와 양의 머리 -_-;; 내장들이 있어서 보기에 좀 징그러웠음 ㅎㅎ1
제마 엘프나 광장의 밤은 깊어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