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5
쉐프샤우엔 마을이 보이는 근처 산에 올라가 보기로 함.
이 곳에서 묵은 숙소는 아침을 제공하지 않아서
근처 시장에서 4개에 2drh하는 막 튀겨낸 모로코 도너츠(?)를 사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아침을 해결. 원래 계획은
오렌지와 샌드위치 사서 맥주 들고 산에 올라가서 산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샌드위치 가게가 영업 전이다. 가게를 언제 열지도
모르고 산도 그리 높지 않아서 오전에 일찍 다녀오기로 함.
사람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의 골목길은 이곳도 고양이들의 차지이다. 쉐프샤우엔이라는 작은 마을은 마치 거대한 캣카페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 ㅎ. 예쁜 새끼냥이들 구경 하면서 마을의 끝을 빠져나와 산으로 오르는 길이 매우 아름답다. 굳이 꼭 블루시티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트레킹만 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나 길 중간 중간에서 보는 밀을 키우고 동물들을 키우며 사는 시골 농가들의
모습을 슬쩍 들여다 보는 것도 좋다. 한참 걷다 보니 블루시티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이 참 예쁘다.
이 곳도 예전에는 그동안 지나가면서 본
다른 모로코 마을들처럼 붉은 흙색의 건물들이 성냥곽처럼 옹기종기 있었겠지. 그때 누군가 - 그 시대의 조니 아이브나 필립 스탁-가
'아 칙칙하다. 나는 하늘을 닮은 푸른색으로 벽을 칠해야 겠어' 이렇게 시작하고 그게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어 이거 좋은걸?
나도 따라서 해야지. 난 좀더 물빛을 닮은 푸른색으로' 이렇게 유행이 전파되어 지금같은 마을이 되었을까? ㅎ 어쨌건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블루 시티를 보러 관광객들이 모여드니 이름 모를 과거의 조니 아이브에게 감사를 해야 할 듯 싶다.
산등성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있어서 조금 더 가보기로 하고 등산로를 따라 더 걸어감. 걷다 보니 단체 트레킹 중인 그룹도
보이고, 어느 이상한 아저씨는 계속 말 걸면서 따라오기도 해서 아저씨는 겨우 따돌리고 한적한 산길을 계속 걸어감. 모로코에서
트레킹도 하고 좋구나 ^^ 마을로 돌아오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콜라 한잔 마시면서 두번째 책 '직관 펌프'를 다 읽음. 철학자이자
심리학 진화생물학등에도 활발한 저술을 하는 대니얼 대닛의 책인데 예전에 '자유는 진화한다'라는 책을 읽다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하다 이번에 다시 도전해 봤는데 철학과 인지 심리학, 컴퓨터 공학과 진화 생물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주제를 따라가기가 역시
이번에도 쉽지 않아서 읽는데 오래 걸리기도 하고 이해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은게 대견하다 ㅠㅠ
점심은 처음 계획처럼 오렌지, 샌드위치, 맥주 가지고 산에서 먹기로 함. 샌드위치 가게로 가는데 마침 숙소앞 광장에 시장이 열렸다.
광장 이름이 Bob Souk 이었는데 어제는 아무 것도 없어서 예전에 시장으로 쓰였나 보다 (Souk 이 시장) 했는데 어제는
쉬는 날이었는지 오늘은 갖가지 과일과 채소를 가득 쌓아놓고 파는 상인들과 손님들로 왁자지껄 하다. 꼭지에 잎도 안떨어진 신선한
오렌지를 사고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하고 숙소에 들러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오전에 갔던 산 중턱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으니 참 행복하다. 너무 조용해서 심심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틀 오기를 잘했구나
산에서 내려와서 조금더 둘러보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다. ㅠㅠ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새로운 책을 읽는데 눈이 깜박 깜박 감길
지경. 여행 막바지라 체력도 이제 바닥에 가까운 모양이다. 도저히 안되겟어서 숙소에서 씻고 좀 쉬다가 다시 나옴. 사람들 선물도
좀 사고 어제 저녁 먹은 식당에서 저녁도 먹고 돌아오니 시장은 이제 파장 분위기 인지 매대에 가득 쌓였던 농작물들이 바닥을
드러낸 곳이 많이 보인다. 많이들 파셨군요 싶어서 괜히 나까지 마음이 뿌듯하다 ㅎㅎ
숙소로 가기전 마지막으로 산책 삼아 골목을 걷는데 사하라 투어에서 만나서 페스까지 함께 이동한 중국 커플을 우연히 만났다! 페스
이후에 메케네스로 간다고 해서 못볼줄 알았는데 메케네스 갔다가 내가 쉐프샤우엔 이야기 한게 생각나서 이쪽으로 왔다고. 저녁은 따로
먹어서 근처 카페에서 쥬스 한잔 마시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가 헤어짐. 이번 여행에서 며칠이나마 말동무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친구들 ^^
얘네들 노는거 한참 지켜봤는데 삼색 고양이는 얌전히 자는데 저 검정고양이가 완전 발랄하게 뛰어다녀서 삼색 고양이가 절로 가라고 하는 장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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