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야쿠시마는 해지면 할게 없고 심지어 아침에는 아침 먹을 곳도 없어서 - 보통은 도시락 싸서 산에서 먹던가 숙소에서 해결 - 혼자 오면 산에나 가고 빈둥빈둥 대며 지내기는 좋을 듯 하다. ㅎ 그래도 심심하긴 함. 그래서 아침 일찍 떠나려고 첫배인 7시 배를 타고 안보항에서 가고시마로 출발. 숙소가 있던 미야노우라 항에서 안보까지 버스로도 한참 가는데 그저께 이길을 자전거로 왔다니 생각하니 눈물이 ㅠㅠ. 그나저나 편도 버스비가 810엔이던데 자동차나 오토바이 일일렌트가 3,500엔인건 버스비 생각하면 무지 싼듯 싶다. 담엔 꼭 국제 면허증 준비해서 와야지

7시 정시에 출발한 배에서는 계속 어제 발표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대한 소식이 나오는데 참 부럽다. 거기에 마침 중간에 들린 섬에서 탄 옆에탄 할아버지가 직접 촬영한 로켓 발사 장면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네 휴대폰을 제일 잘만드네 해도 이런 기초 과학에서는 아직도 배워야할게 많은 나라인듯 싶다. 

가고시마에 도착해서 바로 구마모토행 기차을 끊어서 구마모토로 출발. 신간센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 싶을정도로 승객이 없다. - 내가 탄 칸에 5명이나 탔을까...- 한시간쯤 가니 원래 계획에는 없었다가 야쿠시마 일정이 어긋나면서 급하게 추가한 구마모토에 도착. 인터넷으로 관광할 곳을 찾아보니 구마모토성과 스엔지엔 공원 정도가 갈만하고 말 육회가 유명한 곳이라고. 

구마모토도 역시 다른 규슈의 다른 지역처럼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이고 트램이 잘 연결되어 있어 다니기가 좋다. 트램을 타고 첫 목적지인 구마모토 성으로 향함. 역에서 내려 높은 성벽으로 둘러쌓인 길을 가다보면 보이는 구마모토성의 하일라이트 천수관의 모습이 멋지다. 교토에서 느낀거지만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 자주 개보수는 하겠지만 -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게 부럽다. 

꽤 규모가 커서 놀랐던 구마모토성을 나와서 일본식 정원으로 유명한 스엔지엔 공원으로 맥주 하나 사가지고 향함. 공원은 예쁘고 아기자기한 일본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산책하면서 맥주도 한잔 마시고 7시부터 공연한다는 재즈 공연팀의 리허설도 듣고 하니 마음이 평온하구나 ㅎ 내일이면 돌아가는게 아직 실감은 안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들 남기고 가야지

그나저나 재즈 리허설을 보다보니 일본 노부부께서 자원봉사 비슷한걸 하는 것 같던데 일반화 할수는 없겠지만 여러모로 일본의 노인들은 우아하다. 과거 일본의 거품 경제 시절의 여파도 있겠고 모든 일본 노인들이 우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노인 빈곤률,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참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겠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그런데 더 아찔한건 그걸 정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것도 모자라 젊은 이들까지 벼랑 끝으로 밀어 넣고 있는 정치적 세력에 앞장서서 눈먼 지지를 보낸다는게 참으로 비극적이다. 

저녁은 구마모토 번화가에서 말 육회를 먹어보려 했으나 비싸 보여서 ㅠㅠ 내가 좋아하는 일본 음식중의 하나인 소바 - 맛이 감동적이었던 ㅠㅠ - 마지막 숙소인 후쿠오카로 돌아옴. 숙소에 오니 자전거를 쓸 수 있어 후쿠오카에서 가장 인기 많다는 교자집인 데스나베에서 그리운 교자와 맥주도 한잔 마시고 후쿠오카 시내를 자전거로 다니며 마지막 밤을 보냄 



구마모토가 한문으로 熊本 이라 구마모토의 상징은 곰 (일본어로 쿠마!!) 너무 귀여움 ㅎ



구마모토성의 하일라이트 천수관. 이런 유적지에는 한국 관광객들 많음 ㅎ


천수관에서 바라본 구마모토 전경


택시에도 쿠마!





스엔지엔 공원



맛있었던 덴쁘라 소바 정식


안녕 쿠마~



감동적이었던 데스나베의 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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