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5

고종석씨 글을 좋아해서 한때 트위터 팔로잉을 했었는데 이후 트위터에 올리시는 글에 영 실망해서 요즘은 팔로잉도 안하고 심지어 책이 나와도 사보지 않고 있다. 퍼거슨이 했다는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에 조금도 동감하지 않지만, 실생활의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컨텍스트가 사라지고 단순한 텍스트 몇자로 수천, 수만명 - 그중에는 흠집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 뜬 안티도 많겠지 - 에게 실시간으로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인해 설화를 겪는 유명인들이 꽤 되는 것도 사실이겠지.

하여간 뭐 트위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ㅎㅎ 예전에 고종석씨가 트위터로 AMA (Ask Me Anything) 비스무리한걸 한적이 있어서 남자 혼자서(ㅜㅜ) 갈만한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했을때 고종석씨가 추천해준 곳이 모로코와 튀니지 같은 북아프리카였는데 마그레브 지역이라고 부르시더라. 그래서 모로코는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몇년간 다른 나라를 가다가 올해는 마침 론리플래닛에서도 추천하길래 기회이다 싶어서 덜컥 비행기표를 예매함. 마침 유가 하락으로 인해 비행기 값도 싸고 요즘은 유로 환율로 괜찮아서 환전도 넉넉히 할 수 있어 좋았다.

이때 부터 한번 가볼까 했었음


모로코에 대해서 아는거라곤 그냥 사하라 사막이 있고 스페인 이슬람 문화의 근원지이며 베두윈, 베르베르족등의 사막 유목민족이 있다 정도의 단편적인 지식만 있어서 여행지로 정하고 나서 이것 저것 정보를 찾아보니 인터넷에도 정보가 별로 없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정보는 아주 좋았다는 별로 없고 ㅎ 일부는 최악이었다는 여행기도 종종 있어서 괜한데를 여행지로 선택한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좀 들기도 했었다.


그래도 오기 전에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뒤늦게 나마 읽으면서 '어디로든 어디로든 여기가 아닌 어느 곳이나' 떠나고 싶어했다던 보들레르의 이야기나, 천천히 오래 지켜보기 위해 하루 40km 이상 여행하지 않았다는 존 러스킨이나 자기 침실과 창틀로 여행을 떠났다는 드 메스트르의 이야기를 보며, 사실 여행이라는게 어디를 가든 일상과 다른 곳으로 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겉으로는 혼란스럽고 짜증날지라도 자세히 보면 디테일에 감동할 수 도 있을 것 같아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오자' 라고 생각하니 걱정보다는 설레임이 좀 더 많이 들었다.

짐을 꾸려서 아침에 집을 나오는데 이전의 여행은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 뭐 대화를 자주 나누는 그런 살가운 자식은 아니었지만 - 집에 가면 가족이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느꼈었나 보다. 2주간 텅 비어 있을 집을 나오는 데 왠지 이전보다 조금 더 쓸쓸한 느낌이 든다. ㅎㅎ 고독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데 난 좀 그만 고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함께 든다

예약한 에어프랑스에 올라타니 자리가 정말 너무 좋다. 비상구 근처라도 보통 앞에 스튜어디스 자리도 있고 한데 이렇게 발을 쭉 뻗다 못해 누워도 될 정도로 넓은 자리는 아마도 처음인듯. 파리 샤를 드 골 공항까지는 11시간 걸리지만 책도 보고 극장에서 보려다 못본 스티븐 호킹을 소재로 한 "Theory of everything" 도 보면서 파리로 향함. 여느 비행처럼 론리 플래닛의 국가 소개를 정독 하는데 모로코는 사막 부근의 척박한 땅인것 같은데도 로마시대부터 많은 국가들의 침략과 전쟁, 건국과 쇠락이 반복된 나라였다. 예전에는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캐리반들로 부흥했던 국가였을텐데 서구의 식민시대를 겪으며 이제는 빈곤국이 된 나라.

샤를 드 골 공항에 내리니 환승 시간까지 한시간 가량 남았다. 여유 있지만 혹시 몰라 서둘러 환승 하러 가는데 보안 검색대가 일을 안한다...-_-;; 지체되는 것도 아니고 아예 검색대 자체가 스톱. 곧 오픈 하겠지 하는데 20분 30분이 지나고 승객들이 수백명으로 늘어나는데도 직원들은 그냥 자기들끼리 담소를.. 왜 그런지 물어봐도 그냥 상황이 그렇다고만 하고 비행기는 안놓칠거라고 하는데 아니 무슨 이유라도 알려줘야지 ㅠㅠ  결국 3시에 검색대 오픈해서 3시 10분에 통과해서 뛰다시피 해서 3시 20분 비행기를 탐. 뭐 결과적으로 나보다 뒤늦게 탄 탑승객도 꽤 됐고, 비행기는 30분 정도 지연 출발했지만 어쨌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빨리 빨리" 문화로 악명 높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듯 ㅎ

3 시간 정도 비행을 하고 나니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카사블랑카! 어째서인지 매우 오래걸리던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과 바로 연결된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 2주의 기간이라 데이터 로밍은 비싸서 못하고 대신 maps.me와 갈릴레오라는 앱을 다운받아 왔는데 이 앱들은 원하는 지역의 맵을 다운받아 폰에 저장하고 GPS를 연동하여 구글 맵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인데 이걸로 숙소를 찾아가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목적지를 찾아준다!! 길눈이 어두워서 낯선 곳에 가면 길 헤매는게 항상 큰 어려움이었는데 이제 드디어 그런 일은 없겠다.

숙소까지 오는 길은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카사블랑카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대중 문화에서도 여러번 소개되긴 했지만 볼게 없는 도시라고 하던데 정말 그냥 대도시의 느낌. 내일 마라케시로 갈 CTM 버스를 예매하고 숙소 부근을 좀 걷다가 숙소로 돌아옴. 웰컴 맥주와 함께 자고 싶었는데 맥주를 파는 곳이 전혀 없다!! 이번 여행에서 어쩌면 가장 어려운 점이 될수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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