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헐...이럴수가 
원래 추석연휴때 여행을 오려다가 야후 날씨앱의 비온다는 (거짓) 예보때문에 연기하고 좋은 날씨를 기대하고 여행일정을 조정. 그리고 한달쯤 기다려서 맑은 가을 날씨를 기대하고 왔건만 이번엔 아예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ㅠㅠ 정말 운도 없다 생각하고 그냥 왔는데 의외로 후쿠오카 도착하니 날씨가 괜찮아서 기우였나보다 생각했는데... 결국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ㅠㅠ

어쨌건...아침에 하카타역에서 에키벤 만화에서 자주 보던 에키벤 하나 사들고 신간센에 올라가고시마로 출발. 에키벤은 뭐 기대가 커서인지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아주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성스런 일본식 도시락 느낌과 맛이 좋았다.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의 KTX 제육볶음 도시락 이런거 생각하면 뭐 ㅎㅎ 어쨌건 남은 기간중에 기회되면 또 한번 먹어보기로 하자

한시간 20분쯤 걸려서 가고시마에 도착. 가고시마는 후쿠오카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인데 후쿠오카도 작고 조용하고 깨끗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좀 뭔가 세련된 도시의 느낌이 있었다면 가고시마는 푸근한 지방 소도시의 느낌이랄까 ^^ 호텔 체크인 시간도 남고 해서 코인라커에 짐을 두고 사쓰마의 작은 교토라는 지란의 정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코인라커 찾고 동전 바꾸고, 인포메이션 찾고 해서 물어보니 지란의 정원에 가는 버스가 방금 떠났단다. ㅠㅠ 한시간 기다릴까 하다가 원래 목적지중의 하나였던 센강엔을 먼저 가기로 함. 

센강엔은 예전에 가고시마 영주가 별장인가 하는 용도로 사용한 곳인데 가고시마 앞의 화산섬인 사꾸라지마가 보이는 정원이 유명한 곳이라고. 버스를 한 참 타고 도착한 센강엔은 과연 명성처럼 정원도 참 예쁜데 정원에서 바라보이는 바다와 사꾸라지마 섬의 모습이 참 웅장하다. 일본 정원은 정원 안에 하얀 모래와 나무와 바위로 산과 바다를 조형하는데 아예 산과 바다를 정원의 일부로 삼은 모습이 뭐랄까 참 호방하다 싶다. 정원 여기저기 구경하다 센강엔 뒤편의 등산로 따라 뒷산도 올라가보고 하니 어느덧 배가 고파온다.

가고시마는 흑돼지로 유명하고 일본 제일의 축산 산지로 유명한 곳인데 그래서 일본 최고라는 돈까스집이 가고시마에 있다. 마침 숙소 근처에 있어서 짐을 끌고 구글맵의 도움으로 찾아감. 마루이치라고 해서 히라가나로 마루로 된곳을 한참 찾았는데 九一 이라고 된곳이 마루이치였더구만 -_-;; 어쨌건 부푼 마음으로 가게로 입장. 마침 시간이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자리가 한적하다. 

그러고 보면 없이 살던 시절 스테이크 같은 진짜 양식은 구경도 못하던 시절 그나마 칼과 포크를 이용하교 스프와 샐러드와 같은 전식이 나오고 빵과 밥을 선택하라던 돈까스는 참 특별한 음식이었는데. ㅎㅎ 그런 종이짝 처럼 얇은 고기에 튀김옷만 두껍고 달디단 소스만 듬뿍 뿌린 경양식집의 돈까스만 가끔 먹다가 처음으로 일본식 돈까스라고 먹었을때가 생각난다. 고기의 두께와 바삭한 튀김옷 그리고 상큼한 양배추가 곁들여진 맛에 참 놀랐었는데 ^^. 이제 우리나라도 예전의 돈까스는 분식집이나 기사식당에만 남아 있고 정통 일본식 돈까스 집들이 여럿 있지만 그 돈까스의 진짜 원조를 먹게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ㅎㅎ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로쓰까스를 주문함. 주인 아저씨가 인상이 조금 무서워 보였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본인이 한국에서 다녀온 이야기도 해주시고 먹는 법도 알려주시고 매우 친절하시고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참 친절하시다. ^^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니 곧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양의 돈까스와 밥 장국이 함께 나온다. 튀김옷이 황금색이 아니라 좀 탔나 싶게 어두운 갈색이라 괜찮은건가 싶었는데 소스를 바르기 위해 고기를 펼쳐보니 우와...정말 엄청난 두께의 고기가 촉촉한 모습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고기와 바삭한 튀김옷, 부드러운 소스와 톡쏘는 겨자소스와 함께 먹는 맛이란 ㅠㅠ 거기에 잘지은 밥과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고소한 장국 그리고 마지막에 시원한 생맥주까지 분명 배는 부른데 계속 먹게 되더라. 과연 일본 최고의 돈까스라고 할만하다. 

마루이치를 나와 체크인을 하고 산책겸 바닷가로 나가봄. 바닷가를 산책하다 마침 근처에 내일 야쿠시마로 가는 페리호를 타는 선착장이 있어서 선착장 위치도 확인할겸 선착장으로 가봄. 그런데 중간에 위치를 잘 모르겠어서 페리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번역해봤더니 헉! 오늘 배가 취소되었다고 하는게 아닌가! 비도 안오고 그런데 어째서 ㅠㅠ 그래서 내일건 어떻게 됐나 물어보러 매표소에 가서 물어봤더니 내일 배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ㅠㅠ 이거 일정이 완전히 꼬이겠네. 표를 취소할까 하다가 일단 내일 모레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해서 다음날로 연기하고 다음 다음날 상황에 따라 야쿠시마를 포기하고 규슈다른 곳을 가보기로 함. 태풍이 지나갈꺼면 내일 하루에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 ㅠㅠ

그래도 처음엔 난 왤케 운이 없지 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만약 나오는 배가 취소되었으면 더 끔찍하다. 5일 한정 JR패스도 못쓰고 비행기도 연기도 안되서 다시 사야하고, 거기다 휴가까지 더 써야 했을테니 그거보다는 다행이지. 이런 생각도 하고 여행 다니면서 이런일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가고시마 중심가를 돌아다니다 보니 맘이 좀 편해지긴 한다. 야쿠시마가 뭐 평생 또 못올 곳도 아니고... 저녁은 돌핀포트에서 초밥을 먹고 돌핀포트 앞 족욕하는 곳에서 시원한 바람 - 이게 배를 취소시킨 태풍 바람이지만 - 맞으니 그래도 즐겁구나 ㅎ

맛있어 보이는 에키벤들을 잔뜩 팔던 에키벤 전문점







센강엔의 풍경들


가격이 ㄷㄷㄷ


마루이치의 돈까스.. 츄릅 또 먹고 싶다 ㅠㅠ




가고시마 중앙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 친구들



일본에 왔으니 스시도 ^^



가고시마 노상 전철 역에는 잔디가 깔려 있어서 예쁘다


태풍 전야의 가고시마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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