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3

원래 계획을 정확하게 세우고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튿날은 스리랑카의 과거 유적지가 있는 아누다라푸나를 가려고 했는데 그러헤 되면 어떻게 해도 바닷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3일밖에 안나온다. 그래도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경험이라는데 4일은 바닷가에서 보내고 싶어서 과감히 아누다라푸나를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로 담불라 석굴이 있는 담불라로 정함 - 그러나 결국 일정중에 하퓨탈레를 추가해서 바닷가에서는 3일을 보냄. 잘 결정한 듯 싶다. 원래는 시기리야에서 2일을 묵으면서 담불라와 시기리야를 가려고 했는데 담불라까지 5시간이 걸려서 그냥 담불라 하루 시기리야 하루 이렇게 보내기로 함.

30분마다 한번씩 있다는 버스를 타면서 우리나라 우등고속 수준까지 기대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짐칸이라도 있는 멀쩡한 버스를 기대했는데 허거걱-_-;; 버스 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다. 짐칸은 없고 - 나중에 보니 차장한테 열어 달래야 열어준다. - 좌석은 2석/3석의 좌석으로 다닥다닥 앉아가는 좁은 버스ㅠㅠ 그래도 처음엔 짐을 옆자리에 두고 괜찮겠지 했는데 곧 버스는 만원이 되고 통로 자리도 모두 꽉찬다. 결국 짐과 사람에 부대끼며 오래 가야 한다니 거기다 승차감은 완전 엉망이고 크랙션은 또 어찌나 자주 울려대는지 정말 차창밖으로 뛰어 내리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ㅠㅠ 그나마 중간에 자리가 조금 비어서 오다 보니 차장이 와서 내리란다. 담불라 정도면 표지판이라도 있고 그럴줄 알았더니 그런것도 아무것도 없다. 여길 누가 정류장인줄 알겠어 휴... 숙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쩌나 싶은데 뚝뚝기사가 오더니 숙소를 소개한다 바가지 쓸거 같아 대꾸를 안하다가 막막해서 얼먀냐고 물어보니 2000루피라고 뭐 그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Takeshi Inn 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로 숙소를 정함. 좀 외진곳에 있기는 한데 시설은 뭐 그리 나쁘지 않다. 방잡고 쉬고 있으니 데려다준 뚝뚝 기사가 500루피에 석굴까지 왕복으로 데려다 주겠단다. 호구 잡히는거 같아서 괜찮다고 하고 필요하면 게스트하우스 주인 통해 연락하겠다고 하고서 보냄. 보내고 나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500루피가 적당하냐 물어봤더니 적당하다던데 나중에 직접 뚝뚝 타니 왕복 200루피면 되더라.. 뚝뚝 기사야 그렇다 쳐도 게스트 하우스 주인은 왜 바가지를 쩝..

근처 식당까지 걸어나와 buriyani로 점심을 먹고 뚝뚝을 타고 담불라 석굴을 보러 감.

한겨레 신문 구본준 기자가 스리랑카 여행 다녀와서 쓴 블로그 글이 여행중에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그 블로그에 따르면 바위를 일일이 쪼아서 만든 인공 석굴은 인간이 가장 만들기 어려운 굴이며 자연과 하나가 된 공간에 부처를 모신 석굴이야 말로 놀라운 불교 문화의 유산이라고 한다. 이 석굴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전해졌으나 우리나라는 석굴을 만들 거대한 암벽이 없고 있더라도 화강암이라 석굴을 파기가 불가능해 인공적으로 만든 석굴이 바로 경주에 있는 석굴암이라고

블로그에 보면 담불라 석굴의 첫 관문인 박물관에 대해 통탄의 글을 썼는데 과연 그 유치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금빛 찬란한 거대한 불상도 그렇고 사자인지 원숭이인지 모를 그 조야한 조형물이란..무슨 숭고한 유적지가 아니라 싸구려 놀이동산에 온듯한 첫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500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석굴을 보러감. 한참을 산을 올라가서 만난 석굴은 아래에서 처음본 조야한 건축물과는 격을 달리한다. 거대한 검은색 바위에 하얗게 조각된 석굴의 입구가 먼저 관광객을 맞아준다. 이 입구는 서양식 스타일인데 입구는 1938년에 세워졌고 석굴 자체는 2000년이 넘은 유산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장식없이 깨끗하게 하얀색으로만 칠해진 입구를 통과하면 곧 석굴에 입장하게 되는데 신비스러운 석굴과 그안의 다양한 불상과 벽화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장엄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동굴을 깍아 만들다보니 만들었을 와상도 아름다웠고 자연스러운 천장의 마감, 다양한 벽화와 수많은 불상들이 동굴이라는 분위기와 어우러져 신성한 느낌을 주는 듯 했다. 석굴을 나와 해가 뉘엿뉘엿 저가는걸 보며 관광을 마침. 제프리바와가 만든 호텔이 근처에 있다는데 10키로쯤 떨어져 있어 가보지는 못했는데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빌려서 갔다왔음 어땠을까 싶다. 어쨌건 담불라는 심심하구만 ㅎㅎ

내려오는데 날씨도 덥고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식당에서 술파는 곳이 왜이리 적을까? 비싼 곳에서만 맥주를 팔고 주류만 파는 주류샵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종교적 이유 때문인가? 주류샵에는 사람들 많던데 아락이라는 로컬 위스키도 많이들 마시고. 혹시 정치적 자유와 음주의 자유와 어떤 관계가 있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지나가던 스리랑카 젊은이한테 물어보니 주류샵 위치를 알려준다. 푸드시티라는 현대식 슈퍼마켓 위층에 있는 주류샵에 갔더니 다양한 술을 판다. 매대에서 자유롭게 골라서 계산하는게 아니라 전당포 처럼 되어 있는 곳에서 술 이야기 하면 가져다 주는식. 마침 여긴 라이언이 없어서 3 coins라는 맥주를 사서 숙소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가 숙소 마당에서 책 보면서 마심.  심심하긴 해도 여유롭고 좋구만

슬슬 배도 고파오고 해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처 로컬 식당을 찾아감. 메뉴판도 없고 해서 뭘 시켜야되나 하고 다른 사람들 먹는걸 보고 있으니 누가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종업원인줄 알고 한국말 할줄 아냐고 물어보고 어떻게 주문하면 되냐 물어보니 그냥 다른 일행과 함께 덜컥 내 옆자리에 앉는다. 뭐지? 하고 궁금해 하는데 한국에서 오랜기간동안 일하고 한국여자와 결혼해서 있다가 스리랑카 돌아온지 1년 반 되었는데 한국 사람 반가워서 같이 밥먹자고 한다 ^^ 그러자고 하니 여기서는 한국 음식 안판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고 요상한 음식을 시켜준다 - 나중에 알고보니 egg hopper-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폴로나루와 오면 자기가 안내해준다고 해서 - 일정에는 없어서 - 생각해본다고 하고 가을에 한국오면 연락하라고 이메일도 알려주고 하면서 식사를 마침. 심지어 계산도 해주고

숙소까지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걸 혹시 몰라서 그냥 산책 겸 걷겠다고 하고 헤어지고서는 숙소로 돌아오는데 뭔가 가슴이 짠하다. 저런 순박한 사람들에게 우리나라가 기회의 땅이 되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도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고 제노포비아들이 넘쳐나고 외국인 노동자라면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 생각하면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로 많은 사람들 - 우리나라건 외국인이건 - 기회의 땅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돌아옴. 숙소 방명록에는 나말고 다른 사람 이름도 있던데 그 사람들은 왜 안돌아올까 궁금해 하며 하루를 마침



아 정말 유치했던 입구. 저 사자인지 원숭이인지가 압권 ㅋ









스리랑카인이 사준 저녁 ^^ 나중에 보니 egg hopper라고 스리랑카의 아주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매운 커리 소스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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