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2

여행오기 전에 아주 실감나는 개꿈을 꾸었는데 9시 35분 비행기가 너무 빨라서 아 다음거 타야지 하고 쿨하게 비행기를 안타고 회사를 가는 꿈을 꾼적이 있다. (아니 회사는 왜가?) 그래서 마치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하듯 다음 비행기를 타야지 하고 생각하다 꿈에서 헉! 자리 없으면 어쩌지 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찜찜한 기분으로 꿈에서 깨었는데 무슨 그런 어이없는 꿈을 꾸었는지 원...

그런데 정말 비슷한 일이 일어날 뻔 했다. ㅠㅠ 아침 일찍 부모님께 인사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생각해보니 여권을 안가져 온것..-_-;;; 아니 여행 한두번 간것도 아니고 어쩜 그걸 놓고와. 여권 지갑을 동생 빌려주고 못받았는데 그래서 아침에 주머니에 너와야지 하다가 까먹은 듯. 다행히 버스를 타기 전이어서 망정이지 버스 타서 잠이라도 들었으면 어쩔뻔 했어..등골이 서늘했다. 부랴부랴 집에 다녀오니 이미 버스는 떠나고 30분쯤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감.

3월 1일 휴가라 공항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여행자 보험 들고 환전까지 한 후에 입국심사 하고 들어오니 면세점 둘러볼 시간도 없이 바로 비행기에 탑승하여 미지의 스리랑카로 출발. 중간에 방콕에서 8시간 기다려야 해서 잠깐 시내 나가서 태국 음식 먹고 돌아와 스리랑카행 비행기로 갈아탐. 태국까지 오는 비행기는 거의가 한국 사람이었는데 여기에는 자리도 많이 비고 동북아 계열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음..론리 플래닛때문에 여행객들이 바글바글할 줄 알았는데 그정도는 아니구나 ^^;; 기내식 먹고 자리도 비었겠다 누워서 잠시 자고 일어났더니 드디어 스리랑카. 도착시간은 00:01 -_-;;

당연히 대중교통은 없을 시간. 늦은 시간에 택시 타기도 싫고 인터넷으로 호텔이나 픽업 서비스 예약하기도 어려워서 첫날은 그냥 공항에서 보내기로 해서 그냥 로비 의자에 자리잡고 꾸벅꾸벅 잠을 청함. 마침 친절하게도 손받침대가 있는 의자여서 의자를 붙여서 누울수도 없고 앉아서 자다깨다를 반복함. 그런데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처음엔 로비에 몇명 없더니 눈을 뜰때마다 자리에 사람들이 늘어난다. 웬지 스리랑카 여행객이 나뿐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 6시부터 첫차가 다닌다고 하여 6시에 맞추어 공항 밖으로 나오니 헉 공항 밖에는 사람들이 더 많다. 공항에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어딘가에서 가족에게 선물할 선물을 들고 - 그중엔 세탁기도 있던데 -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책에는 버스정류장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거 없단다. 시간이 안되서 없는

건지 아님 없어진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무작정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감.

날은 더워지고 몸은 피곤한데 한참을 뚝뚝 기사들의 호객행위를 무시하고 걸어가니 드디어 원하는 버스를 탔다. 외국인은 나 혼자인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고 있자니 이제야 진짜로 여행을 온 실감이 난다. 공항에서 밤을 지새서 체력이 버틸 수 있을까 했는데 컨디션도 그리 나쁘지 않고. 1시간 반정도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길이 풍경은 뭐랄까 정말 특색없는 저개발의 풍경이다. 농경지와 같은 목가적인 풍경도 아니고 이국적인 풍경도 아닌 그야말로 저개발이라는 느낌. 하긴 그게 스리랑카의 현재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갈수록 사람과 차들도 많아져 스리랑카의 중심에 도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무얼 하면 될까? 시간은 7:30 숙소를 잡아서 일찍 체크인을 해달라고 할까 아니면 기차를 타고 아예 5시간 걸린다는 아누다라푸나를 갈까? 옷 못갈아 입은지 24시간도 넘고 전날은 잠도 못자고 했으니 숙소를 잡기로 결정. 그런데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론리플래닛에 나온 찾기 쉬운 호텔을 찾아감. 첫날이라 좀 무리해서 50$정도를 예산으로 잡았는데 무려 75$를 달라고 한다. 흐미...뭐가 이리 비싸.. 그냥 싼데를 찾아서 갈까 하다가 바로 체크인도 가능하고 담날 아침도 준다고 해서 그냥 무리해서 방을 잡음. 시설도 정말 별로던데 ㅠㅠ 그래도 비싸다고 했더니 알아서 5$는 깎아 주데.  그래도 숙소에서 씻고 옷도 갈아 입고 나니 휴..이제 좀 살만하다. 조금 쉬다가 콜로보의 관광을 시작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해주는 루트를 따라 이동하기로 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아 어쩜 그렇게 뚝뚝 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해대는지. 날도 덥고 힘들다 헉헉..숙소 옆의 Old Dutch Hospital은 예전 네덜란드 식민 시대에 병원으로 사용된 모양인데 단층의 건물이 우아하다 지금은 보석샵등으로 운영되는 모양. 조금 걸었는데도 힘들어서 YMCA 게스트하우스에서 첫번째 식사를 하고 돌아와 - 스리랑카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곳인지 숟가락을 안줘서 당황.. 밥은 못먹고 그래서 도사와 로띠를 커리와 함께 먹음 - 숙소에서 낮잠을 잠. 낮잠을 얼마나 깊고 달콤하게 잤는지 알람 소리 듣고 일어나서 헉! 여기가 어디지 했다는 ㅠㅠ

오후에는 Seemaya 사원과 콜롬보 불교의 핵심인 간달라마 사원을 보러 감. 그냥 뚝뚝을 탔으면 편하게 갔을텐데 걸어가다 길도 중간에 잃고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 아 정말 구글맵이 그리웠다. Seemaya 사원은 트로피칼 모더니즘의 창시자라는 스리랑카 최고의 건축가이자 세계적인 거장인 제프리 바와가 남긴 유일한 사원인데 베이라 호수에 있는 작은 현대식 사찰이다. 스님들이 거주하거나 그런건 아니고 불상을 모신 3개의 작은 정자인데 무슬림 사업가가 무슬림 공동체에서 밉보여서 왕따가 됐고 그래서 홧김에 ^^ 불교 사원을 만들어 달라고 제프리 바와에게 부탁했고 그 결과가 이 아름다운 사원이라고 ㅎㅎ

호수를 배경으로 대칭으로 이루어진 정갈한 모습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사원의 내부였는데 차막 없이 격자로 이루어진 벽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과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게 좋았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사원 내부를 자유롭게 오가는데 어찌나 시원한지 더위에 지친 여행객의 마음까지 식혀 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곳 근처에 있으면 허구한날 와서 쉬었다 가고 그럼 좋겠다 싶다. 그 옆의 간달라마 사원은 생각과는 달리 규모도 작고 불교 사원이라는데 힌두교, 관우상등까지 너무 다양한 것들이 모여 있어 조금 웃겼음 ㅎ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음식점을 찾아갔으나 그사이에 없어졌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길거리에서 몇가지 음식을 사먹고 크게 감흥은 없었던 박물관을 거쳐 근처 공원에서 현지인들이 늦은 오후를 보내는걸 지켜보다 보니 어느덧 첫날 해가 져간다. 인도양의 석양을 보고 싶었는데 구름이 많이 껴서 석양은 못보고 대신 인도양의 석양을 즐기는 수 많은 현지인들과 그 앞의 수많은 노천 음식상들도 보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옴

숙소 옥상에는 조그마한 루프탑 바가 있다. 루프탑 바에서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맥주인 라이언 스타우트를 한잔 마시니 캬~ 정말 맛있다. 음악 들으며 시원한 바람 맞으며 맛난 맥주를 먹으니 여행 오길 잘햇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듬 ^^


스리랑카에서 먹은 첫 식사. 치킨커리는 너무 너무 매웠는데 맛있었음 ^^


지금은 카페와 쥬얼리 샵으로 이용중인 Old dutch hospital. 뒤에 보이는 콜롬보 시티 호텔에서 첫날을 보냄

스리랑카가 불교 국가이긴 하지만 도시 곳곳에 힌두교 사원도 많이 보인다.




이곳이 제프리 바와가 건축한 현대식 사찰 시마야 사원. 부드러운 티크 창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참 좋았다.




간달라마 사원에는 온갖 조형물들이 있었는데 관우는 왜???


스리랑카 국립 박물관

해가 지면 인도양이 보이는 해안가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가득 찬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았음 ^^

스리랑카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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