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4

새벽에 엄청난 빗소리에 잠을 깼다.

헉 전날까지 그렇게 덥더니 왠 비...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겪었던 것 처럼 저렇게 세상이 떠나가라 오고서 갑자기 그치는건 아닐까, 제발 그래야 할텐데  생갃하며 다시 잠이듬. 그러나 야속하게도 아침 7시까지 비는 그치지를 않는다.

아 젠장 날씨가 안도와주는구나 ㅠㅠ 어떻게 할까? 작년에 스리랑카에서 우기에 여행하다 벼락 맞아 사망한 한국인 여행객도 있었다는데 산에 올라가야 하는 시기리야에 가야하나? 그렇다고 여기 머물러 있자니 여기서는 정말 할게 아무것도 없고, 폴로나루와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날씨야 어떻게든 바뀌겠지 하고 원래 계획대로 시기리야에 가기로 함. 다행히 버스는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출발하는데 어제는 친절하게 알려주던 주인이 오늘은 몇시에 출발하냐니까 말 바꿔서 그냥 비오는데 하루 더 있으란다. 에이 게스트 하우스 정내미 떨어져 쩝..

무거운 배낭과 우산까지 쓰고 정류장에 기다리니 다행히 곧 시기리야 가는 버스가 온다. 거리는 멀지 않아서 30분 정도 가니 차장이 이근처에 숙소 많다고 여기서 내리란다. 버스에서 내리니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보이는데 어디를 갈까 하는데 주인이 뛰쳐나와 자기네 게스트 하우스에 오란다. 그래서 따라가서 2000루피에 싱글룸을 잡음.

다행히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주인이 자기네 게스트하우스의 트리하우스를 보여준다고 데려간다. 가보니 이미 다른 여행객들이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와 정말 거기서 바라보는 시기리야 바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날씨가 흐려서 전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안개에 가려진 모습도 정말로 아름다웠다. 오기를 잘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함

숙소에서 시기리야는 걸어서 15분 거리라고 해서 근처에서 볶음 국수로 점심을 먹고 시기리야 바위를 보러 감. 스리랑카는 게스트 하우스, 식당 이런건 잘되어 있는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광 인프라는 정말 형편없다.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유적지라면 여기저기 안내판도 설치하고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 시스템도 손보고 그래야 할텐데 그런건 거의 안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됨. 시기리야도 입구가 어디라고 표지판이라도 설치할만한데 그런것도 없어서 입구를 잘못 찾아 들어감. 다행히 경찰이 중간에 입구까지 태워다 줘서 큰 고생 안하고 시기리야로 입장. 입장료는 3,750 루피로 무지하게 비싸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이 잔뜩 흐려 과연 관광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잘 정돈된 수로를 지나가니 드디어 시기리야 바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숲과 평원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의 모습은 그 모습 하나로만으로도 참으로 신비스럽고 숭고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자바위"라는 뜻의 "시기리야"는 5세기경 싱할라 왕조의 카샤파 1세라는 왕이 지은 성채라는데 동생과의 왕권 다툼에서 승리한 이후 인도로 도망간 동생이 다시 공격해올까 두려워 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성을 만들었으나 10년후 진짜로 동생이 공격을 해왔을때에는 분노에 불타 성 밑에서 싸우다가 패배한 후 자결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 시기리야 성은 수도승들의 수도처로 돌아갔으나 곧 잊혀지고 밀림 속에 방치되어 있다가 영국 식민시대 영국인들이 발견한 곳이라고 한다.

바위를 밑에서 보는 것뿐 아니라 예전의 성곽까지 올라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그나마 안전한데도 높이 올라가다 보면 순간순간 아찔한데 예전에는 이 길을 만들고 올라가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수직 계단을 올라가면 중간에 보존이 잘된 1500년이 넘었다는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도 보고 중간 지점에 오니 습도도 높고 기온도 올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여기서는 사자 발을 형상화한 입구로부터 다시 성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 멋진 사자문을 바라보며 있으니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땀을 식히고 있으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다시 정상가지 올라감. 정상에는 건축물도 거의 없이 폐허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열대의 풍경이 정말로 아름답다. 날이 좋으면 해지는 풍경을 보면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은데 아쉽지만 그래도 구름에 가려진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 옛날 왕족들이 즐기던 경치를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즐길 수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정글의 풍경을 보며 가지고간 책도 읽고 하다가 슬슬 내려와 숙소로 내려옴

숙소에서는 200루피에 자전거를 빌려줘서 자전거를 타고 시기리야 주변을 둘러보기로 함.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스리랑카 꼬맹이들이 손 흔들며 인사도 많이 해주는데 같이 답례하며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이 좋다. 오늘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 물어 물어 맥주를 파는 레스토랑을 발견함. 시원한 라이언 라거를 벌컥벌컥 들이키니 아 정말 살것 같다 ㅋ. 맘 같아서는 원없이 마시고 싶지만 맥주값도 비싸고 해서 2캔을 비우고 자전거 하이킹을 계속함. 음악 들으며 시기리야 바위가 앞에 보이는 오솔길을 자전거로 가는 것도 참 좋았다. 더 오래 타고 싶었는데 빗방울도 쏟아지기 시작해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는 숙소에서 마련해준 저녁을 다른 투숙객과 같이 먹었는데 네덜란드 부부, 캐나다 할아버지, 독일 젊은 연인, 나 이렇게 6명이서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다. 이런 저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데 확실히 한국이 그동안 많이 알려지긴 했나보다. 예전엔  North or South? 이것만 물어봤는데 이번엔 한국 가보고도 싶다고 하고 강남스타일도 물어보고 그런다. ^^ 강남 스타일이 무슨 의미냐고 하길래 설명하는데 좀 어려웠다는 ㅎ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정에 대해 너무 혼란 스럽다. 여기도 좋다고 하고 저기도 좋다고 하고 또 혹해서 거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고 ㅠㅠ 다들 일정들이 길어서 여유있게 다 가는데 나는 일정이 2주라 그래도 짧구나..


숙소에서 바라본 시기리야 락.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이런 아름다운 정원길을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나타나는 압도적인 모습


예전에는 대나무로 되어있었다는 계단들. 걷다보면 아찔 아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1500년이 넘은 아름다운 프레스코 화








Welcome to the jungle

첨엔 원숭이인줄 알았는데 다람쥐 비슷한 거대 설치류.. 귀여운데 자세히 보면 넘 커서 징그러움.. 뭐지? 이 동물은


돌아올때는 구름이 걷혀서 전체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이언 스타우트가 전세계 맥주 덕후들의 호평을 받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달고 알콜향이 강해서 - 덕력이 아직 약한듯 ^^ - 라이언 라거가 입맛에 맞았음. 독일 라거 맥주와 비슷한 맛. 

자전거 빌려서 시기리야 락이 보이는 작은 도로를 달림. 행복하고 자유로웠던 시간 ^^

숙소에서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먹었던 커리앤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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