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2

어느덧 여행 9일째 어느새 여행도 반이 넘어섰다.
이제 론다와 세비야를 거쳐 포르투갈에서 3일 마드리드에서 1일이면 스페인 여행도 끝
그러고 보면 그런 안좋은 일을 당하고도 금방 회복해서 집에 가고 싶지 않은걸 보면 여행이 체질은 체질인 모양 ^^

오늘은 말라가 관광을 하고 협곡이 멋지다는 론다로 이동하는 날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어서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섬
말라가는 그리 큰 도시는 아니어서 주요 관광지는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처음 간 곳은 말라가의 전경이 다 보인다는 히브랄파로 성. 버스를 타고 가라고 론리플래닛에 나와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시간을 보니 제길 11시가 첫버스이다. 그때가 9시였는데 -_-;;

그냥 등산하는 셈치고 걸어가기로 하고 중간 중간 쉬면서 20분정도 걸어가다 보니 히브랄파로 성이 나온다.
성 자체는 그닥 볼건 없었지만 과연 망루에 올라가니 말라가의 해변과 항구 그리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성당과 투우장 그리고 멀리 오늘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가 라트비아와 평가전을 한다는 축구 경기장도 보이고 맑은 하늘 아래 탁트인 전망을 바라보다 슬슬 내려와 알카자바로 이동

그라나다의 알함브라를 축소해 놓은거 같다고 한다는데 과연 그 모양이나 건물 형태등이 많이 비슷하다.
알함브라의 멋진 중정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용히 새소리 들으며 산책하는 기분으로 알카자바를 걷는건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알카자바를 나와서 말라가 대성당으로 갔는데 말라가의 대성당은 건설중에 돈이 없어서 건축이 중단되어 원래 있어야할 탑도 한개밖에 없고 돔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돔도 없다고 한다. ^^ 지금이라도 완공을 하면 안될까 싶기도 한데 ㅎ (아마 우리나라였으면 원래 모습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이어서 짓지 않았을까?) 그래도 지금까지 건설된 부분만으로도 아름답긴 했다.

피카소 생가 앞의 피카소 동상 옆에서 사진 하나 찍고 말라가의 해변을 보러 감
한참을 걸어 도착한 말라가의 해변은 햇살이 너무나 좋아서 많은 스패니쉬들이 이미 야자수 밑에서 또는 백사장 아래에서 일광욕도 즐기고 용감한 사람들은 해수욕도 즐기고 있었다.
야자나무 아래 잔디밭에서 자리를 펴고 아예 잠을 자는 사람들 윗옷을 벗고 (남자 ^^;) 일광욕을 하는 사람,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고, 혼자서 책을 읽는 사람, 다정히 기대어 뭔가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법한 연인들, 그리고 모래사장을 열심히 달리는 마라토너들.. 너무 자유스러운 말라가 해변의 풍경에 나도 끼어서 잔디밭에 앉아 캔맥주 마시며 여행기 정리하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자유로워지는 느낌 ^^

이제 다시 다음 도시로 향할 시간. 터미널에서 론다행 버스표를 사서 버스를 타니 네르하로 갈때와는 다른게 젊은 승객들이 많다. 주말을 맞아 놀러라도 가는걸까..
론다로 가는 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야트막한 구릉과 풍력발전기, 올리브 나무와 오렌지 나무가 있는 풍경은 흔한 말로 한폭의 그림 ^^

론다에 도착해보니 작고 외진 도시라 그런지 도시에 활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적하고 조금은 황량한 느낌
론다에서는 숙소 예약을 안해서 조금 돌아다니다가 15유로에 싱글룸을 잡고 누에보 다리를 보러감
론다는 100미터가 넘는 협곡위에 자리 잡은 도시인데 협곡사이를 잇는 누에보 다리가 관광의 핵심
론다를 소개하는 사진에서 많이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좀 아찔하기도 하다. 야경이 보고 싶었는데 의외로 조명도 따로 하지 않아 내일 오전에 협곡 아래로 내려가서 보기로 하고 아침에 먹을걸 좀 산후에 타파스바에서 저녁을 먹으러 감. 다른 도시의 바보다 더 작고 심지어 의자도 없는 곳이었는데 꼬치 하나와 (닭인줄 알았는데 돼지였음) 미트볼 같은걸 시켜서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계산할때 보니 고작 4.75유로 켁..뭐가 이리 싸..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특히 귀여운 꼬마 아이들이 축구도 하고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걸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

밤거리를 좀 걸을까 하다가 볼게 별로 없을것 같아 일찍 숙소로 돌아와 "국경을 넘어"를 마저 읽다가 잠이 듬














2010.01.21

아침에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를 거쳐 말라가로 이동하기로 하고 일찍 짐을 꾸려 버스터미널로 이동
어제와는 다르게 날이 맑지 않아 출발부터 걱정이 앞선다.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는 지중해라 날이 맑아야 할텐데.. 이런 걱정을 하며 네르하로 이동하다 보니 날이 점차 맑아져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제 날씨가 좀 도와주는구나 생각하며 네르하에 도착.

네르하로 이동하면서 느낀 점은 '참 나이 드신 분들 많구나'
버스가 반정도 차서 네르하로 이동했는데 나 말고는 전부 나이드신 분들 ^^;
네르하는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곳이 유명한데 거기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풍경이 멋지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해 아예 반팔로 갈아입고 정류장 옆의 타파스바에서 맥주한잔 마시고 유럽의 발코니로 향함
탁트인 전망대에서 쏟아지는 지중해의 햇살을 받으며 바라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지중해를 둘러보고 스페인에서 가장 예쁜 마을로 뽑혔다는 프리힐리아나로 이동
네르하에서 버스를 타고 20분쯤 가니 어느 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프리힐리아나
파란 하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하얀 건물들이 너무 예쁘다.

미니멀리즘 예술 작품과도 같은 건물들 사이로 난 골목길을 헤메고 다니기만 해도 절로 행복한 느낌
골목을 헤치고 올라가다 맞딱드린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프리힐리아나의 전경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벤치에 짐을 내려두고 (네르하 버스 정류장은 터미널이 아니라 그냥 길가의 정류소라 코인 라커가 없어서 짐을 들고 다닐 수 밖에 없었음..ㅠㅠ) 쉬면서 새소리와 주민들이 두런두런 대화 나누는 소리 들으며 캔맥주 한잔 마시니 무척이나 평화롭다. 잠깐 스쳐가도 마음의 치유가 되는데 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싶다.

프리힐리아나를 나와 다시 네르하로 돌아와 유럽의 발코니에서 석양을 보러감
너무 일찍 왔는지 해가 지려면 시간이 걸릴것 같아 지중해가 보이는 난간에 기대어 앉아 음악 들으면서 캔맥주 (또! ^^) 마시며 여행중에 읽던 코맥맥카시의 '국경을 넘어'를 꺼내 읽자니 맥주 기운도 좀 올라오고 코맥 맥카시 특유의 무겁고 진중한 문체에 실린 소년과 늑대의 외롭고도 힘든 여행 이야기에 너무 가슴이 먹먹해져 주책없이 콧등이 시큰하다.

마음 같아서는 일몰까지 보고 가고 싶은데 (아마 카메라가 있었으면 그랫을까?) 숙소를 말라가로 정해서 버스를 타고 말라가로 이동
말라가는 안달루시아 제2의 도시로 예전 그라나다의 항구 도시이자 피카소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터키에서 만났던 친절한 스페인 여행객이 말라가 출신이라고 해서 말라가 하면 그분이 생각나기도 한다.

말라가에 도착해 피카소 백패커 호스텔에 체크인하니 다른 한국여행자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같이 함께 저녁과 타파스바에서 맥주한잔 하면서 여행이야기 즐겁게 나누다가 숙소로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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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0

침대 기차도 그러고 보니 인도와 이집트에서 타보고 이번이 3번째
우여곡절 많았던 바르셀로나를 떠나 침대 기차를 타고 안달루시아의 관문인 그라나다로 향함
4인용 침실칸이었는데 이집트에서 탔던 2인용 침실칸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따듯하고 편하게 그라나다에 도착
무엇보다 날씨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새벽에 잠이 깨서 차창밖을 보니 구름이 조금 보이긴 하지만 다행히 비는 올것 같지 않다.

연착 없이 거의 정시에 그라나다에 도착하니 해가 떠오기 시작하고 날씨도 화창하게 개기 시작한다.
어휴 이게 얼마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냐..

예약한 숙소로 찾아가 숙소앞의 카페에서 커피와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일찍 체크인
18유로짜리 싱글룸이었는데 나름 깔끔하고 괜찮다.
씻고 옷도 갈아입고 숙소를 나와 그라나다 거리를 걸으니 바르셀로나의 번잡함도 없고 푸른 하늘도 보니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그라나다 관광의 핵심인 알함브라 궁전은 오전과 오후로 예약시간이 나누어져 있는데 난 오후 2시로 예약해서 오전에는 그라나다의 다른 곳들을 둘러 보기로 함
처음 간곳은 그라나다 대성당.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던 다른 지역의 대성당과는 달리 그라나다는 다른 주변 건물에 가려서 대로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고 찾아서 들어간 성당은 톨레도에서 본 성당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사람들 없이 조용한 성당을 혼자서 걸으며 스피커에서 나오는 성가를 듣다보니 여행에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어 무척이나 좋았다.

성당을 나와서는 하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알바이신 지구로 이동. 동화에 나옴직한 예쁜 하얀집들 사이로 푸른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알바이신의 니콜라스 광장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이 멋지게 보이는데 낮에는 태양광이 역광이라 해질녁에 다시 오기로 하고 내려와 누에바 광장에서 맥주한잔 시켜서 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따듯한 햇살아래 광장의 테라스에서 시원한 맥주한잔 마시다 보니 아 정말 느긋한 휴가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그라나다도 한철에는 관광객도 장사꾼도 그리고 소매치기도 북적이겠지만 지금은 그런거 없이 여유롭고 한가하니 참 좋다.
내 다시는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여행지는 가지 않으리 다짐하며 맥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알함브라로 향할 시간
관광객이 많은 철에는 표를 사기위해 줄도 서고 매진도 심심찮게 된다는데 난 인터넷으로 예매 하긴 했지만 비수기여서 그런지 표를 사기 위한 줄은 거의 없다. 알함브라 궁전은  Alcazaba, 나스리 왕궁, 카를로스 5세의 궁전등으로 나누어 지는데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한 Alcazaba, 카를로스 5세의 궁전과는 달리 나스리 왕궁은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 할뿐 아니라 시간이 지체되면 아예 입장불가여서 나스리 왕궁을 3시 반으로 예약하고 알함브라의 나머지를 먼저 둘러봄. Alcazaba는 건물 내부의 아름다움 보다는 거기서 바라보는 알바이신 지역과 대성당을 둘러싼 그라나다 시내의 전경, 그리고 멀리 보이는 눈덮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알함브라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나스리 왕궁은 첨에는 생각보다는 좀 별로였다. 타즈마할, 블루모스크, 아야 소피아 같은 이슬람 건축물의 백미를 먼저 봐서인가 ^^; 그래도 작은 연못과 열주들이 만들어냈던 중정의 아름다운 모습은 인상깊었다.
헤네랄 리페를 마지막으로 알함브라 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알함브라의 야경을 보기 위해 오전에 들렀던 알바이신 지구로 다시 향함. 이미 성 니콜라스 광장에는 야경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 사는 집시인지 드레드락, 다듬지 않은 긴 수염, 아무렇게나 옷을 입은 스페인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뭐가 그리 좋은지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보고 광장 한가운데에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거리 연주자의 음악을 한귀로 들으며 미리 사간 캔맥주를 홀짝이며 해져가는 알함브라를 보고 있자니 조금 행복한 느낌 ^^


알함브라와 그라나다의 야경은 참으로 멋졌다. 이렇게 이렇게 찍으면 그림이 되겠구나 싶은데 그걸 똑딱이로 찍고 있자니 참 아쉬움이..더구나 조금 있자니 똑딱이의 밧데리까지 똑 떨어지는 바람에 가슴이 많이 아팠음
멋진 야경은 눈에만 담아오고 알바이신 지구를 내려옴
알바이신 지구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분들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식당을 찾아가니 스페인 식당인데 주인이 한국분!!

40년째 스페인에 계신다는데 한국 관광객들을 만나서 사장님도 반가우셨는지 참 많은 말씀 해주시더라
외국 사는 한국인이라면 다들 비슷하겠지만 한국이 대단히 발전해서 최근에 스패니쉬들도 많이 인정한다고 하시며 스페인은 하루 7시간 근무에 금요일 오후 2시면 업무 종료라 발전이 늦다고 하시던데 글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약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글과도 같은 사회 돈과 물질을 위해서라면 도덕과 윤리마저도 내팽게치는 사회에 산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실듯 싶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숙소에서 하몽과 살라미를 안주로 맥주 한잔 하다보니 피로가 스르르 밀려온다.

그라나다로 이동할때 탔던 침대열차.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시 있으니 앞에 계신 한국분이 영어로 몇시냐고 물어봐서;;

무안해 하실까봐 그냥 시계를 보여드렸음.. ^^


그라나다 대성당


파란 하늘을 얼마만에 본건지 ㅠㅠ




알함브라 궁전에서 본 알바이신 지구







아름다웠던 나스리 왕궁의 중정


야경을 보기위해 모인 관광객과 주민들



해져가는 알함브라를 보며 시원한 알함브라 맥주 한잔~




2010.01.18

바르셀로나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날도 어느덧 3일째
여행은 이제 시작인데 맘고생을 해서 그런지 몇주는 지난거 같다.
오늘도 날은 우중충 흐리고...

오늘은 바르셀로나 항구쪽과 몬주익 공원을 가려고 했는데 이런 몬주익 공원에 있는 미로 박물관이 하필이면 월요일이 휴관
그래서 몬주익은 내일 가기로 하고 바르셀로나 항구와 지중해를 보러 감
며칠 다녔더니 이제는 익숙해진 람블라 거리를 지나 바다쪽으로 가면 콜럼부스 기념탑이 나온다.
멋지게 마치 자신이 항해할 방향을 가리키듯 손을 들어 바다를 가리키고 있는 기념탑은 고풍스러운 주변 건물과 지중해와 어울려 멋지긴 했다. 그래도 콜럼버스 라는 인물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아메리카 대륙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나 하워드 진 교수의 "미국 민중사"를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얼마나 잔혹하게 학살당하고 자신들의 땅에서 추방되었는지 잘 나와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며 지중해 연안으로 발길을 옮김

요트들이 정박한 마리나와 현대식 멀티 쇼핑몰은 멋졌으나 날씨가 흐려 많이 아쉬웠다. 쇼핑몰중에 카메라 파는데가 있어 혹시 똑딱이 디카 얼마나 하고 들어가 봤더니 적어도 40~50만원은 할줄 알았던 카메라가 (보통 그가격이긴 했다..-_-;) 100유로짜리 카메라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보다 싸기도 하고 아이폰의 사진 품질은 믿을 수가 없고 특히 밧데리는 더 믿을 수가 없어서 카드로 구입

숙소로 돌아와 급하게 충전을 하고 다시 거리로 나와 마치 카메라 처음 산 사람처럼 여기저기 찍어보다 보니 곧 휴...이게 전에 쓰던 카메라에 비하면..ㅠㅠ 이런 생각이 문득 났다.
어제 뵌 여행객들과 점심을 약솟해서 같이 먹고 헤어진 후 몬주익대신 바르셀로나 항구를 지나 지중해까지 걸어가보았다.
해수욕 철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일 해변가와 근처의 식당들도 문을 닫거나 문을 열어도 한적하고 쓸쓸하다. 넓은 백사장에도 해수욕을 하는 사람 대신 산책하러 온 몇명과 달리기를 즐기는 몇명만 있을 뿐 조용한 바닷가를 나도 산책하다 돌아와 타파스바에서 맥주를 두어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옴

오늘이 바르셀로나 마지막 밤이구나

비오는 람블라 거리..바르셀로나의 가장 번화한 거리가 아닐까 싶은데.. 수많은 상점들, 인간 조각상들, 관광객들, 스페인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 북적 신났던 거리


콜럼버스 기념탑




바르셀로나에서 바라보이는 지중해



내가 사랑햇던 스페인 맥주와 타파스 ^^




람블라 거리에 있는 활기찬 보께리아 시장. 구경만 해도 배가 고파짐 ^^

2010.01.17

도저히 잠이 안와 뒤척이다 겨우 잠들어서도 몇번을 깼다
자학과 후회를 거듭하다 보니 여행 기분도 안나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카메라 가격에 비하면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출국하면서 메리츠 보험에 여행자 보험을 들어 놓은게 있어서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러 경찰서로 찾아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일요일의 바르셀로나 거리를 우울한 맘으로 걸어 경찰서에 들어가니 도난당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몇명의 사람들이 나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나이 많은 노년의 부부와 중년의 부부 이렇게 두쌍이 나말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만큼의 손해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과 무엇보다 부부끼리 서로 의지하는거 같아 어설프게 혼자 다니다가 사고를 당한데다 의지할데도 없으니 더 속이 쓰리다.
앞으로는 혼자서는 다시 여행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분실 확인서를 받아서 경찰서를 나옴

이왕 이렇게 된거 다 잊자. 어차피 사진 뭐 사실 보여줄 사람도 없고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는데 더 중요한건 내 자신의 경험이겠지..사진이야 보험금 보태서 적금이라도 들어서 ㅠㅠ 나중에 더 좋은거 장만하자 뭐 이런생각으로 맘을 달래며 뒤늦은 오늘의 일정을 시작

어제는 바르셀로나의 중심인 람블라거리와 구시가지인 바리고딕 그리고 피카소 박물관과 누캄프 (ㅠㅠ)를 갔었는데 오늘은 바르셀로나 관광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을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 파비우 병원, 구엘공원, 라페드레라를 가기로 함. 무거운 마음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설레임보다는 자꾸 회환만 자꾸 들었지만 그래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에서 내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직접 봤을때는 정말 놀라왔다.

가우디가 평생에 걸쳐 만들었고 80년째 건축중이며 2020~2040년에 완공 예정이라는 성당은 크기와 아름다움에서 완전히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고딕, 이슬람, 모던, 카탈로니아 스타일이 혼재된 성당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웬지 모를 공포감이 느껴졌는데 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첨탑에서 느껴지는 고소, 폐쇄적 공포때문에 아마 더 그런듯 한데 전체적으로 아름다움과 기괴함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특별히 성당 안에서는 조용한 성가를 가끔 틀어줬는데 그걸 들으면서 성당안을 걷다보니 무거운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앞으로 이런 위안이 되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를..

무거운 마음을 풀고 싶었는데 마침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나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이후에 싸구려 똑딱이 카메라를 사기는 했지만 이때는 카메라도 없이 다녔는데 사진도 찍어주시고...(받지는 못했지만..-_-;;)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보니 아픈 마음도 조금은 위로가 되어 무척이나 감사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나와서는 성파비우 병원을 잠깐 보고 가우디가 만들었다는 구엘 공원을 보러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가우디 박물관과 가우디가 디자인한 운동장과 동상등을 둘러보고 이번에도 가우디가 만든 아파트인  La pedrera (까사밀라라고도 하는)로 이동. 어제 구입한 바르셀로나 아트티켓으로 입장이 가능하여 입구에서 아이폰으로 사진 몇장 찍고 ㅠㅠ 내부를 둘러봄.

처음 간곳은 옥상의 테라스였는데 넓직하고 개방된 그런 옥상이 아니라 완만한 굴곡이 반복되고 거기에 가우디풍의 신비로운 조각품들 그리고 중정이 만들어 내는 공간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공간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이었다.
라페드레라에서 람블라 거리로 조금 걸어내려가다 보면 가우디의 또다른 작품인 카사바트요를 볼수 있다.
그러고 보면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었는지 참으로 감탄 스럽다.

저녁을 먹으러 람블라 거리를 걷는데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어제 만큼의 활기는 없다. 같이 동행한 분들과 여행 이야기 스페인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짐

속상한거야 어쩔수 없고 돈은 너무나 아깝지만 그냥 아쉬운 생각은 줄이고 좋은 기억만 마음에 담아가야겠다.
사진대신 글도 더 쓰고 책도 더 읽고 사람들도 더 만나고 갈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울 돌아가면 새로운 환경일텐데 그 생각에만 집중하기!

바르셀로나 경찰서에서 받은 Police report 그래도 저거 덕에 메리츠 화재로부터 40만원 보상 받았다.
고마워요 메리츠~ ^^;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 외부..날씨가 더 좋았으면 참 멋졌을 텐데..



가우디가 설계한 구엘 공원과 구엘공원을 상징하는 도마뱀 조각상



까사밀라. 라 페드레라..저런데 살면 참 좋을듯 ^^


숙소로 오는길에 있었던 또하나의 가우디의 작품. 까사 바트요
2010.01.16

흑흑...
이날은 뭐 쓰고 싶지가 않다.
아마 인생을 통틀어서도 가장 나쁜 사고중 하나가 아니었을까나...ㅜㅜ
이후 여행의 의미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여행중 최고의 위기..
여행자들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될줄이야
그렇게 여행 떠나면서부터 걱정 했건만


카메라를 도둑 맞고 말았다..

아침에 브엘링 편으로 바르셀로나로 이동해서 하루종일 구시가지 쪽을 걸어다니다가
누캄프에서 바르셀로나와 세비야의 축구경기를 보고 (축구를 밤 10시에 하다니..ㅠㅠ)
더구나 비가와서 비를 피하느라 맨뒤에서 서서 보느라 많이 피곤해서
지하철에서 잠깐 주의를 게을리한 사이에 그만...ㅠㅠ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다 정리하고 집에 가고 싶을 지경..
일단 숙소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는데 잠도 안오고 하소연할 사람도 없고...
어떻게 맘 회복해서 남은 여행 잘 다닐수 있을까..ㅠㅠ

어흑...여기까지는 좋았는데..ㅠㅠ
메시, 사비, 즐라탄, 뿌욜, 이니에스타등 베스트 멤버 다 나와서 멋진 경기 끝에 4-0으로 승리
오랜 바르샤 팬으로 감개 무량했는데 지하철에서 카메라 도둑맞아서 너무 슬펐다..ㅠㅠ
에휴 그돈이면...흑...
2010. 01.15

죽은듯이 자고 일어났더니 체력이 좀 보충이 된 모양
(평소 안오던 전화가 새벽에 두통이나 와서 자다가 깼다..-_-;;)
마드리드 근교의 톨레도를 가기로 하고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일찍 숙소를 나섬

메트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가서 톨레도행 버스 티켓을 끊고 버스를 타고 톨레도로 이동
톨레도는 이슬람 스페인의 중심도시중의 하나로 이슬람 왕국이 시작되고 강성했을때의 수도이며 이후 Reconquesta를 통해 카톨릭이 다시 점령했던 지역이며 그시기 동안 유대인들이 함께 살았던 3개의 문화가 뒤섞여 있는 도시로 성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 유적으로 지정.

론리에서 톨레도 지역을 걸어서 다니는 3시간의 Walking Course를 추천해서 그길을 따라 가이드북을 들고 톨레도 골목 골목을 헤매 다님. 건물, 길들 모두가 족히 수백년은 됐을것 같은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메고 다니니 자유가 한껏 느껴진다.
톨레도의 가장 핵심인 대성당은 밖에서도 정말 멋진데 안에서 보는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그러고 보니 이슬람 건물은 그동안 접해봤는데 유럽 중세 시대의 건물은 처음 본 듯한데 고딕식의 높은 천장과 기둥이 만들어 내는 숭고함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이 만들어 내는 조화 그리고 화려한 조각상들과 그림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대성당을 지나 톨레도의 곳곳을 걸어다니다 보니 톨레도 만큼이나 주변의 경치도 아름답다.
전형적인 유럽의 평화로운 농촌 분위기 ^^
톨레도의 식당에서 맛있는 맥주를 곁들어 식사를 하고 톨레도의 전경이 좋다는 파라도르로 이동
(스페인 국영 호텔인데 유명한 관광지에는 대부분 하나씩 있다. 최신 건물을 이용하지 않고 오래된 수도원등을 호텔로 개조했다는데 전망이 다 훌륭하다고 함..내가 가본데 중에는 톨레도, 네르하, 론다, 그라나다 이런데 파라도르가 있었는데 예산때문에 이용은 못해봄 ^^)
파라도르에서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시켜서 전망대에서 톨레도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좋긴한데 아쉬움과 외로움이 살짝 ^^;;

이제 톨레도를 떠나 마드리드로 돌아올 시간 마드리드로 돌아와서는 레이나 소피아 박물관으로 감
레이나 소피아는 7시부터 무료입장..일요일은 종일 무료라는데 맘만 먹으면 무료로 훌륭한 박물관을 마음껏 볼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스페인 사람들이 부럽다.

어제의 프라도 박물관은 회화가 전적으로 시각적 재현의 예술이었을때 역사적, 신화적, 성서적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재현하던 시기의 예술이었다면 레이나 소피아는 사진과 영화의 발명으로 재현과 스토리의 예술을 20세기의 예술에게 넘겨진 이후의 미술들-입체파,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모더니즘 등등..-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데 전날 본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보니 회화의 역사와 미학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던거 같아 참 좋았다.

특히 레이나 소피아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가 전시되어 있는데 - 나치가 이런 흉물스런 작품을 누가 만들었냐고 했더니 피카소가 당신들이 만들었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 처음보는 순간 정말 가슴이 턱 막혀 오더라
스페인 내전시기 비극적 참상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해야할까..한참을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미로와 달리등의 다른 현대미술 작가들과 3,4층의 설치 작품을 보고나니 어느덧 폐관시간.

스페인에서는 타파스 바라고 해서 맥주바가 유명한데 생맥주와 함께 타파스라고 불리는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여러가지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에서본 타파스바를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금요일 밤이어서 그런지 발디딜틈조차 없다..잠깐 들어가 보았으나 혼자 거기 낑겨서 먹기가 좀 머해서 근처의 좀 한가한 바에서 생맥주 한잔 마시고 돌아옴..좀 아쉽긴 했지만 내일은 바르셀로나로 아침에 떠나야 해서 숙소로 귀가

마드리드 시내 SOL 광장의 저녁 풍경.. 밤새 술집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프라도 미술관


톨레도 대성당


파라도르에서 바라본 톨레도의 전경...사진이 적은건 다 이유가...ㅠㅠ


우연한 기회에 얻게된 황금같은 2주가량의 휴가
눈치밥 먹으면서 그동안 휴가들 길게 다녀오긴 했지만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어서 평소 가기 힘든 먼곳을 찾다가 처음 생각한 곳은 남미의 멕시코!
카리브해의 멋진 해안과 아즈텍 문명 테킬라와 정열적인 멕시칸들! 이런 기대를 가지고 항공사 홈페이지를 며칠간 싹 뒤졌으나 정말 표가 한장도 없더라..-_-;; 아니 멕시코가 그리 인기 여행국이었던가..

그래서 남미는 뭐 다음으로 미루고 찾아보니 멕시코뿐 아니라 웬만한 국가는 남아있는 티켓이 없다.
이런 방학이라 그런가..그래도 예전에 터키도 이집트도 정말 금방 표 구해서 갔었는데.
그래서 그때부터 가고 싶은 나라보다 표가 있는 나라를 찾다가 나온게 요르단/시리아, 모로코, 그리스, 스페인등..
(공통점은 중동 국적 항공사-에미리트 항공, 카타르 항공-들이 가는곳)
첨엔 중동을 한번 더 가보고 싶어서 요르단/시리아를 갈까 하다가 요르단/시리아는 좀더 짧은 시간에도 볼수 있을것 같아 스페인으로 결정.

그런데 스페인이라..
내가 스페인에 대해 알고 있는게 뭐지..
일단 토레스와 사비, 이니에스타, 뿌욜..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나라. 그리고 스페인 내전, 아메리카 문명 멸망의 원인이 되었던 지리상의 발견의 중심국가 뭐 이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잘사는 전형적인 유럽국가쯤 되겠지..
그래서 이제 비행기 티켓을 끊고서 부지런히 여행 정보를 모으기 시작함. 많은 사람들이 여행전에 어떤 아나운서가 썼다던 "스페인 너는 자유다" 또는 오기사인가 하는 일러스터의 일러스트 여행기를 추천하던데 개인적으로 과장되고 감상적인 여행기류를 별로 안좋아해서 이정도는 읽어야지 하고 호기롭게 스페인의 근현대사가 실려있는 "스페인내전"을 구입.

그런데 막상 배송받고 보니 무려 700페이지 분량에 심지어 하드커버 ㅠㅠ 결국 그책은 다 읽을 시간도 없고 여행에 가져가는것도 오바인거 같고 - 짐쌀때까지만 해도 넣었다 뺐다 했었음..^^;;- 해서 그냥 가벼운 책 두어권을 가져가고 스페인의 역사등은 론리플래닛에 나온 정보와 카페에서 알게된 정보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놀란점 몇개
아니 스페인은 무슨 소매치기의 국가인가? (결국 소매치기의 국가가 맞았다 ㅠㅠ)

(아 이걸 미리 봤었으면..ㅠㅠ)

 
카페 여행기의 거의 1/3은 스페인 소매치기에 대한 이야기 ㅜㅜ 수법도 다양하고 피해 사례도 다양하던데 떠나기 전부터 겁이 덜컥..원래도 잘 잃어버리고 다니는데 큰일 났네.. 미리 알았으면 다른데를 갔을텐데 이미 티켓은 예매 완료 ㅜㅜ

그리도 두번째로 놀란건 스페인의 파란 만장한 역사
사실 모든 국가의 역사가 자세히 보면 파란만장할테지만 론리 플래닛을 통해 잠깐 살펴본 스페인의 역사 또한 참으로 흥미로웠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있는 위치,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위치덕에 수많은 민족들이 스페인을 거쳤으며 (페니키아, 베르베르, 고트, 로마, 무어...) 유럽의 뿌리인 로마부터 이슬람 문명 합스부르크 왕조, 무적함대의 시대를 거쳐 군부쿠데타와 전세계 이념의 격전장이었던 스페인 내전-촘스키 교수가 꿈꾸던 아나키즘이 실현되었었던 - 그리고 프랑크 독재시대를 지나 현재의 유럽식 민주주의까지(프랑코가 죽은게 1975년 이었다는데 어떻게 그리 빨리 민주화가 될수 있었을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프랑코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박정희의 죽음과 오버랩되는데 지금 우리나라 보면 어휴..)

하여간 스페인의 과거와 현재를 이번 여행에서 만나기를 바라며 24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
마드리드에 내리자 마자 여행지에 도착하면 느끼는 설레임과 약간의 두려움과 특히나 정신 바짝 차리자고 생각하며 혹시 모를 소매치기를 조심하며 숙소로 이동
소매치기 많다길래 무슨 슬럼가 같은걸 생각했는데 (확실히 심야의 지하철은 슬럼가 수준이긴 하다) 낮에는 생각보다는 평화롭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을 가진게 소매치기 당한 원인이었던 듯..ㅠㅠ)

숙소가 있는 SOL 역에 내리니 드디어 내가 유럽에 왔구나 라는 생각에 웃음이 실실 나온다.
층낮은 오래된 건물과 좁고 복잡한 도로, 거기에 느긋해 보이는 유러피언들..
숙소에 체크인한후 마드리드 중심가를 둘러보다 6시 무료 입장 시간에 맞추어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함

사실 마드리드에 박물관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왔는데 프라도 미술관 가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아니 스페인에 이렇게 많은 미술가들이 있었던가..
고야, 보쉬, 벨라스케스, 루벤스, 라파엘과 카라바지오 등등.. 미술책에서 한번씩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거장들의 그림을 직접 눈앞에서 보다니..특히 벨라스케스의 그 유명한 그림과 보쉬, 루벤스, 고야의 어두운 그림들은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여행 떠나기 전부터 환송회다 뭐다 해서 술도 많이 먹고해서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긴 비행시간에 시차로 몸이 너무나 무겁다.
입맛도 별로 없고 해서 숙소 근처의 유명한 카페에 가서 핫초코와 츄러스 (맛있었음!)로 저녁을 대신하고
숙소로 돌아가 첫날밤을 보냄..
2009. 08. 24
 
나는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슬프도록 못나고 어리석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비참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은 경쾌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화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고귀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거칠었다.

세계는 좋았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몸에 그것을 옮겨 적어 보았다.

- 후지와라 신야 인도방랑 중

혼돈이라는 말이 너무나 어울리던 카이로의 첫인상,
웅장했던 아부심벨과 아름다웠던 룩소르의 유적지들
한낮의 살을 뚫을 듯한 햇살 아래를 걸었던 아스완의 거리,
낮동안 더웠지~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해질녁 나일강의 바람과 해가 지면 더 활기 차지는 이집션들..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눈시린 홍해의 푸른빛과 그 속의 풍경들
지중해 바람 맞으며 걸었던 알렉산드리아와 진한 에스프레소
사막이 보여주던 낮과 밤의 또다른 풍경들..카이로의 야경과  이집트 박물관의 놀라운 유적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중에 만났던 좋았던 사람들..


막상 이집트를 떠나자니 너무나 아쉽다.
이번 여행은 이걸로 끝나지만 모든 여행은 어차피 아쉬움을 남기는 법
언젠가 또 배낭하나 들고 아이팟과 카메라, 책 몇권 챙겨서 떠날수 있겠지
그럴 기회가 될때 다시 또다른 세계, 또다른 경험을 위해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조금의 여유를 잃지 않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동행이 생긴다면 더 좋고 ^^

최근에 개봉한 영화중 픽사의 UP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자막 버전과 3D 번역 버전 두번을 봤는데

(이하 스포일러 있음)

영화 모든 부분이 재미있고 특히 앞부분의 두 부부의 개인사는 두번 모두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ㅠㅠ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 프레데릭이 어렵사리 목적지에 도착해서 와이프가 남긴 앨범을 볼때이다.
어릴적부터 해보고 싶었던 모험의 계획이 담긴 앨범의 뒷부분은 모험으로 채우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당연히 비어 있을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 빈칸들은 두 부부가 함께 한 일상들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었고 와이프 앨리는 프레데릭에게 "Thanks for the adventure, Take your new one"이라는 말을 남긴 것..
그부분을 보면서 요란법석의 모험뿐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엘리가 말한 아름다운 adventure 라는 생각에 가슴이 찡했다.
돌아오는 길 UP 영화를 떠올리면서 나도 이제 여행지가 아닌 일상에서 새로운adventure를 할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으로 돌아옴...



구글 맵에 표시해본 여행지들
http://maps.google.com/maps/ms?hl=en&ie=UTF8&msa=0&msid=103157471146698951663.000470c47f3be2ca4e8f9&ll=27.15692,31.376953&spn=12.473384,18.083496&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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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의 일출을 보고 정리후 다시 카이로로 돌아오니 오후 3시
이제 이집트와 카이로에서 마지막 밤이다.
씻고 숙소를 나와 올드 카이로도 가보고 나일강변도 가보고 함
그렇게 복잡하던 카이로도 일요일이라 조금은 한가하고 괜시리 정겨운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과 함께 그동안 찍은 사진을 살펴보니 사진찍을때의 기분과 감정이 살아나 무척이나 행복하다.
아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

나일강변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카이로의 야경을 구경하다 아쉬운 발걸음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옴..
안녕 카이로~ 안녕 이집트~




카이로의 소소한 관광지들..올드 카이로 부근


마침 여행 말미가 라마단 기간이었는데 금식의 시간이 끝나고 식사 후 예배를 드리는 무슬림들..





이집트를 떠나오는 날 들렸던 이집트 박물관.. 안에서 사진은 못찍었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놀라운 유적들로 가득
네페르티티의 미완성 흉상과 투탄카문의 유물등은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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