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4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야간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이동시간과 숙박을 한꺼번에 해결하면 몸은 좀 피곤해도 시간과 돈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는 방법
기차건 버스건 늦은 밤에 정류장에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뭐랄까 길을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자유랄까..그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스페인을 떠나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면서 글을 남김

현지인이고 여행자건 사람들이 아예 별로 없다. 며칠새에 익숙해진 도시를 떠나는 다시 못올지도 모른다는 조금의 아쉬움과 새로운 도시를 만날 기대  그리고 터미널의 황량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정리함

오늘은 하루종일 세비야를 돌아 다녔다. 론리플래닛에 나온 세비야 워킹 코스를 둘러보기로 하고 일찍 체크아웃후 숙소를 나섬. 다행히 어제 쏟아지던 비는 햇빛이 쨍쨍하진 않지만 비는 오지 않고 조금 흐리기만 하다.
처음 발길을 옮긴 곳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라는 세비야 대성당. 어제 오후에 둘러보기는 했지만 맑은 날씨에서 바라보는 대성당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대성당 안에서는 실제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관광객은 오전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오후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대성당 앞의 알카자를 보러감

이슬람 스페인과 카톨릭 스페인은 수세기 동안 이베리아 반도를 두고 치열하게 싸웠을테지만 지금은 중세 카톨릭을 대표하는 대성당과 이슬람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알카자가 바로 길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게 참 인상적이다. 다른 문명들이 혼재하고 공존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비야의 알카자는 그동안 안달루시아에서 보던 이슬람 건축물들과 비슷하긴 했지만 중정은 특히나 아름답다.
알카자 뒤에는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새소리 들으면서 공작들과 오리들이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무척이나 좋았다.

맘같아선 도시락이라도 싸와서 공원에서 먹으며 산책을 더하고 싶었지만 세비야의 남은 일정은 오늘 하루뿐..
알카자를 나와 세비야의 골목 골목을 헤메고 다니다 성당에 들어가 신자들이 미사드리는 평화로운 모습도 잠시 보다 나오고 세비야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가를 따라 내려옴.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열심히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지켜 보는것도 유쾌하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말라가, 론다, 세비야 -특히 세비야 강변-에서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무지 많은데 그런 사람 볼때마다 나도 함께 달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 불끈 ^^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스페인은 달리기 좋은 코스도 많고 사회적 환경 (업무 시간등)도 잘되어 있는거 같아 부럽다.

한참을 강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하다가 에스파냐 광장과 오페라 카르멘의 무대였다는 담배공장 (볼건 없음)을 지나 오전에 미사때문에 출입을 못한 세비야 대성당을 보러감
외부의 거대한 위용에 비해 내부는 비교적 단초롭다. 히랄다라고 불리는 성당의 첨탑에 올라가니 세비야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전경을 보고 세비야의 하루 관광을 마침

낮에 세비야 강가를 걷던게 좋아서 야경을 볼겸 캔맥주 하나 들고 강변에서 야경을 바라보자니 앞으로 세상에서 못가볼 곳은 없겠구나 또는 누군가 어디로 데려다 달라면 웬만해서는 못데려다 줄곳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

스페인에서 사랑하던 타파스바에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맥주한잔하고 야간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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