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어제 밤에 옆칸 사람들이 거의 밤샐 기새로 계속 이야기 나누는게 다 들려서 어렵사리 잠이 듬. 마지막에 서로 굿나잇할때 보니 새벽 1시쯤 됐던데... 기차는 연착 없이 6시 반에 정확하게 트빌리시에 도착. 같이 탄 아저씨-형님ㅋ-가 커피 사줘서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이제 오늘 일정을 시작할 시간. 처음에는 짐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시그나기라는 곳에 갔다와서 저녁에 체크인을 할까도 싶었는데 어제 씻지도 못한채로 기차를 탄데다가 기차에서 하루밤 보내면서 몸에서 냄새도 나고 ㅠㅠ 너무 지저분 해서 숙소에 들러서 짐 맡기고 씻고만 나오기로 함.

숙소에 너무 일찍 가면 좀 미안해서 역에서 커피 한잔 더 마시면서 쉬다가 8시쯤 맞춰서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아 그런데 주인인 데이비드가 내가 자기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가지고 갔단다. 컥...어쩐지 한개 많다 싶더니 ㅠㅠ 아이고 미안해라...숙소에서는 고맙게도 8시에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짐도 정리하고 깨끗이 씻고 개운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함

오늘은 시그나기라는 트빌리시 근교 마을을 다녀오기로 해서 시그나기행 마슈르카가 출발하는 삼고리역으로 이동. 어제까지 인적 드문 산속에 있다가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차도 많고 사람도 북적이는 트빌리시로 오니 뭔가 낯설면서도 반가운 느낌이 든다. ㅎㅎ 삼고리역에서는 물어물어 시그나기행 마슈르카를 10시 조금 넘어서 탔는데 보조 좌석이 다 찰때까지 사람들을 태우더니 40분 정도 지나서 시그나기로 출발하여 1시간 반정도 씽씽 달려 목적지에 도착

시그나기에 내려서는 6시에 돌아가는 버스표부터 예매하고 좋아보이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과 와인까지 마시니 흐흐 또 행복감이 밀려온다. 와인에 취해 마을에서 3km 떨어진 보드베 수도원까지 걸어감. 보드베 수도원은 4세기경 지어진 수도원으로 조지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인중 한명인 성녀 니노의 유적과 유골함이 묻혀 있는 주요 성지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수도원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시그나기 마을의 전경과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이 멋지다.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보드베 수도원이 나오는데 삼나무 숲을 지나 보이는 수도원의 모습이 숨이 턱 막힐듯이 아름답다. 부드러운 크림색 벽돌로 이루어진 완벽한 대칭과 균형의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힐 정도. 한참을 감탄하며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Holy Spring 이라는 푯말이 보여 무슨 약수터인가 싶어 물맛이나 보자 하고 내려가는데 내려가는 길이 엄청 멀다. 이왕 온거 끝까지 가보자 하고  한참을 더 가니 단순한 약수터가 아니라 작은 건물에 들어가서 샤워도 할수 있는 모양. 가운이랑 수건을 유료로 빌려줘서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한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냥 약수물만 물통에 받아서 다시 시그나기 마을로 돌아옴

시그나기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있길래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 마시자 하고 들어가는데 놀랍게도 변진섭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뭐지 주인이 한국 사람인가 하고 주문하러 가니 조지아 여성분이 주문을 받는데 이거 한국 음악인거 아냐고 하니 안다고 하는데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니 못알아 듣는다. ㅋㅋ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과 평원을 배경으로 한 시그나기 마을을 바라보며 조관우(!)와 정태춘(!)의 음악을 들으니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시그나기 마을을 둘러보는데 마을이 참 아기자기 예쁘다. 이곳에서 하루 자는 것도 추천하던데 시간 많으면 골목 골목 마다 있는 와인바에서 와인도 마시고 골목도 구경하고 다니면 참 좋겠다 싶다. 

5시 40분쯤 일찍 버스로 돌아오니 버스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차있다. 곧 자리가 다차서 출발하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오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트빌리시로 이동했을까. 트빌리시로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먹고 싶어 지나가다 봐둔 태국 음식점에서 똠양꿍과 팟타이에 크랙페퍼 잔뜩 뿌려서 먹으니 뭔가 기운이 난다. 맥주 한잔 더 하고 갈까 하다가 배가 너무 불러서 카페 골목을 한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옴. 그러고 보면 어제 잠도 잘 못잤는데 오늘도 많이도 돌아다녔구나 ㅎㅎ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죽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보니 어디 선가 불꽃놀이를 하나보다. 쓸쓸한 골목길 위에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을 보니 마치 마법과도 같은 순간처럼 느껴진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법같던 순간


주그디디에서 같은 침대칸에 탄 아저씨가 보여준 자기네 농장. 터키 국경 근처의 가너지스 머쿠리라는 곳인데 여기에 호텔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부자시네 ㄷ

ㄷㄷ

조지아에서는 어디서나 커피가 싸고 맛있어서 자주 마심. 젤 비싸고 맛없던 곳이 커피빈ㅋ

역에서 숙소로 갈 시간을 기다리며 한잔


아기자기 귀여운 시그나기의 광장


감자랑 고기랑 볶은 후에 고수를 잔뜩 얹어 주는데 이것도 맛있었음


너무 아름다운 보드베 수도원


한참 내려가서 받아온 Holy Water


불경스럽지만 나한텐 이게 더 Holy Water ^^;; 시그나기 마을의 풍경과 멀리 코카서스 산맥을 보며 조관우와 정태춘의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


매운거 먹고 싶을땐 역시 태국음식 ㅎㅎ


카페 골목에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이제 곧 여기도 활기차게 북적이게 되겠지





6월 6일

어제 빗속을 20km 넘게 걸은데다가 전날 못마신 맥주도 마셔서 일찍 골아 떨어진 후 한번도 안깨고 아침에 눈을 뜸. 눈을 뜨자 마자 하늘을 보니 자베시 마을에서 맞은 아침처럼 하늘에 구름 한점 없다. 아 어제 밤에 나와봤으면 쏟아지는 별빛 다시 볼 수 있었을텐데 ㅠㅠ 아쉽지만 카즈베기의 별도 아름답다니 거기서 다시 볼수 있기를 기대해봄

오늘은 Ushguli 까지 10km정도를 가서 거기서 메스티아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거기서 다시 주그디디까지 이동한 후에 야간 기차로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일정. 우쉬굴리까지 1시쯤 도착해서 5시전까지 메스티아에 도착하면 5시에 출발하는 주그디디행 마슈르카를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긋남 없이 잘 맞아 떨어지길. 만약 시간이 어긋나면 어쩔수 없이 메스티아에서 하루 자야하는데 그럼 내일 버스로 트빌리시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면 불편한 버스를 타고 7시간 넘게 가야 한다 ㅠㅠ

Ushguli까지 가는 길은 안내소에서 준 지도에는 차량이 다니는 큰길로 가라고 되어 있는데 트레킹 사이트에는 다른 산길이 나와 있는데 맵스미에 잘 나와 있어서 우쉬굴리 패스라고 불리는 길을 따라 가기로 함. 오늘은 어제와 달리 구름 한점 없이 하늘이 푸르르다. 어제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날 좋은 풍경을 눈에 담아가는구나 싶어 즐겁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길을 걷고 걸어 - 중간에 또 잃어버리기도 하고 - 드디어 4일간의 트레킹의 목적지인 우쉬굴리에 도착. 

우쉬굴리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라던데 스바네티 지역의 독특한 감시탑이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녹색 산과 멀리 보이는 흰 설산,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우쉬굴리의 멋진 풍경을 보며 점심까지 먹은 후에 메스티아로 떠날 버스를 찾으러 감. 떠나기 전에 메스티아에서 표를 예매해서 표를 기사들 한테 보여주니 다행히 어디로 가라고 알려준다. 언제 출발하나 눈치를 보니 영어 하는 다른 사람이 와서 알려주는데 2명만 더 태우면 출발할 거라고 한다. 제발 빨리 좀 두명 오렴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운좋게도 5명이 와서 흥정을 하더니 한사람당 30라리에 가기로 한다. 뭐야 ㅋㅋㅋㅋ 난 40라리에 예약했는데 ㅋㅋㅋ 어쨌건 덕분에 늦지 않게 메스티아로 출발. 5명은 체코에서 온 젊은 관광객들이었는데 마침 전화로 주그디디가는 마슈르카를 예약한다. 물어보니 오늘 야간 기차로 트빌리시로 간다고 해서 급하게 나도 같이 탈수 있냐고 물어봐서 같이 가기로 함. 계획대로 무사히 트빌리시에 갈 수 있게 되었네 ㅎㅎ

메스티아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주그디디로 가는 길에 며칠간 걸어서 지나간 산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던 들리는 소리라고는 새소리, 물소리, 내 발자욱 소리밖에 없던 고요하고도 외로운 길을 걸었던 기억들이 문득 나서 괜히 찡하다. 앞으로 힘들고 외로울때면 코카서스 깊은 산에서 보낸 시간들 생각하면서 이겨내야지. 

트빌리시에서 주그디디로 올때 같이 탄 아저씨는 성직자처럼 보였는데 엄청 과묵하셔서 기차 출발하자마나 주무셨는데 이번에 같이 가게된 아저씨는 무척이나 호기심도 많으시고 말도 많으시다. ㅎㅎ 러시아에 친구 딸 결혼식때문에 가시는 길이라던데 소비에트 연방시절 러시아에서 로켓공학(!)을 전공했다가 소련이 해체되면서 직업을 잃고 지금은 Nut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시던데 조지아 와인도 추천해 주시고 트빌리시에서는 온천도 꼭 가보라고 알려주시고 이것 저것 즐거운 대화를 함. 그런데 머리가 많이 벗겨지셔서 한참 위인줄 알았는데 서로 나이 이야기하다 4살 차이 밖에 안나서 둘다 깜짝 놀람 ㅋㅋㅋ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 산책. 마지막 날은 날씨가 또 엄청 좋네 ㅎㅎ 오른쪽이 전날 묵은 게스트하우스


해가 쬐니 다들 젖은 등산화 꺼내서 말리는 중 ㅎㅎ


길을 잃었다... -_-;;;


하늘 아래 산을 맞대고 사는 우쉬굴리 마을 전경


먹을거 고민스러우면 므츠바디 ㅋㅋ


조지아식 스튜(?) 같은건데 맛있었음


메스티아에서 떠나오기전에 예매한 미니버스 티켓. 숫자 말고는 전혀 알아볼수가 없다 ㅎㅎ


6월 5일

잠결에 들어보니 빗소리가 좀 잦아드는 것 같더니 아침에 보니 비는 그쳤는데 하늘은 잔뜩 흐리다. 7:45에 존 일행을 만나기로 해서 일찍 짐을 싸서 아침을 먹고 나와 존을 숙소 앞에서 기다림. 존이 혼자 조금 늦게 나오더니 마을 입구에서 만나자고 해서 거기서 기다렸다 다시 만나서 오늘 일정을 시작. 존 부녀는 함께 여행중인데 딸은 4개월 여행할 계획이고 아버지는 3주간 동행하면서 코카서스 3국을 함께 돌아다닌다는데 참 좋아보인다. 딸인 리사는 한국도 두번이나 와봤는데 한국 음식 너무 맛있다고 하는데 이후에 만난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한국음식 좋아한다고 하던데 한국 음식이 세계화가 좀 됐나? ㅎㅎ

스바네티 지역 트레킹 설명하는 글에는 3일째인 오늘의 풍경이 가장 멋지다던데 아쉽게도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비도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해 우산쓰고 빗속을 걷는 맘이 좀 우울하다. ㅠㅠ 신발도 바지도 흠뻑 젖은 채로 가다보니 다행히 비가 좀 그치고 말을 타고 건너야할 강이 보인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폭은 2미터 정도 되어보이고 깊이는 허벅지정도 오는 것 같은데 물살이 엄청 거세서 그냥 건너기에는 확실히 위험해 보인다. 어제 존 일행이 미리 이야기한 아저씨가 시간 딱 맞춰서 말을 타고 와서 말을 타고 급류를 건너감. 우리 건너간 이후에도 보니 다른 사람들도 기다렸다 건너주는거 보니 딱히 미리 이야기 안해도 건널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강을 건너고 나니 이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비가와서 질척이고 중간 중간 끊겨 있는 길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덧 비가 그치나 싶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날씨가 영 종잡을 수가 없다. 흐리고 비오는 날씨이긴 하지만 그래도 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빙하의 모습과 깊은 산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걷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인 Iprari 마을. 원래 계획은 여기서 시간과 체력을 봐서 11km쯤 떨어진 Ushguli 마을 -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 -까지 가볼까도 생각했었는데 빗길을 걷느라 힘도 들고 시간도 늦고 해서 그냥 Iprari 마을에 묵기로 함. 가까운 게스트하우스에 찾아가니 어제와는 다르게 정말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 느낌으로 엄청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데 가격도 50라리밖에 안하고 거기에 맥주도 판다 ㅎㅎ 어제 그제는 숙소에 손님이 나뿐이었느데 오늘은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에서 쉬고 있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이고 내가 도착한 이후에도 속속 도착하는데 어쩜 산에서는 그렇게 마주치기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ㅎㅎ 펑펑 나오던 따듯한 물로 씻고 나니 비도 그치고 정원의 탁자에서 맥주 마시면서 책도 보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저녁시간. 사실 무리해서 Ushguli까지 가려고 한 이유가 어제 저녁이 너무 맛이 없어서 오늘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맛없는 빵으로 저녁 먹기 싫어서 였는데 다행히도 이곳에서 주는 저녁은 정말 맛있다! (같이 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은 부끄러워 못찍었다 ㅋ) 배불리 저녁까지 먹고 책 보다 스바네티 산속의 마지막 밤을 보냄 

마을에 있을땐 몰랐는데 멀리서 보니 예쁘네 ㅎ


John일행을 만나러 기다리는데 같이 와서 기다려준 귀여운 멍멍이 ㅋ


오늘도 역시 저만큼 앞서 가는 John 일행 ㅋㅋㅋㅋ


이정표를 보면 저 이정표에 나오늘 길을 따라 계속 걸어보고 싶다. 


급류에서는 말을 타고 건너야 하는데 3명이서 60라리를 주고 건넜다.  성수기에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꽤 돈이 될 듯.


빙하가 아름답다던데 하늘이 잔뜩 흐리다. ㅠㅠ


이런 길 걷기 참 즐거웠는데 날씨가 너무 아쉬움 


소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난감했는데 다가가니 다 알아서 길을 터줌 ㅋㅋ 


해가 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날씨가 종잡을 수 없다. 


Iprari 마을 도착. 더 가볼까 하다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


어제 못마신 맥주나 실컨 ㅋㅋㅋ






6월 4일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눈을 떠서 마당으로 나오니 세상에 하늘에 별이 쏟아질듯 하다. 바로 눈앞에서 반짝이는 듯한 별들을 한참 보다 사진 한장 찍을까 하다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담에 찍어야지 하고 눈으로만 담고 다시 잠자리에 듬. - 결국 그 이후에도 사진은 못찍음 ㅠㅠ - 아침에 눈을 뜨니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가 반겨준다. 할머니가 챙겨주신 아침을 먹고 남은건 도시락으로 챙긴 후 ㅋ 오늘 일정을 시작.

오늘은 10.5km쯤 떨어진 Adishi라는 마을까지 가면 되는데 거리가 비교적 짧긴 한데 고도를 1,000m정도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코스. 시작부터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어제처럼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어제는 혹시 몰라 중간에 몇번 쉬지도 않고 숙소까지 힘들게 갔는데 오늘은 시간도 여유가 있고 해서 중간 중간 쉬기도 하고 아침에 챙겨온 빵과 어제 사온 맛있는 와인으로 점심도 먹고 하다보니 어느새 구름이 점점 짙어진다. ㅠㅠ

덕분에 덥지는 않아서 걷기에는 좋았는데 푸른 하늘을 못보는게 못내 아쉽다. 5km 정도 가니 오르막길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다음 마을까지는 내리막길. 편하게 풍경을 즐기며 걷다보니 2시도 되기 전에 Adishi 마을에 도착. 시간이 참 애매한데 좀더 걷자니 다음 마을까지는 15.5km 떨어져 있어서 너무 오래 걸릴거 같고 간다고 해도 날씨도 안좋고 해서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 걷기로 함. 

어제 묵은 자베시 마을은 마을 여기저기 게스트하우스들이 깨끗하고 찾기 쉬웠는데 이 곳은 버려진 건물들도 많고 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이 있어도 사람 사는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허름하다.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그나마 엘리자베스 게스트하우스가 평이 많아서 찾아 갔는데 가격이 무려 100라리로 어제의 두배! 다른데 알아볼까 하다 그냥 묵었는데 된다던 와이파이도 안되고, 직원들은 불친절하고, 저녁은 너무 맛이 없는데다가 방도 시끄러워서 완전 실망. 이번 여행중 가장 안좋았던 숙소가 아닌가 싶다. 

동네 한바퀴 둘러보는데 어제 자베시 가는 길에 잠깐 동행했다가 먼저 가버린 미국인 부녀를 다시 만남. 그 분들은 진짜 다음 마을까지 가려다가 비올거 같아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대단해 ㅎㅎ 잠깐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헤어져 숙소로 돌아와 와인 한잔 마시면서 책좀 보고 있으니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가도 비는 그치지 않고 더 거세지는데 이거 참 내일 산행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특히 내일은 말을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는데 강이 불어서 못건너면 어쩌지? 차를 구해서 차로 가야하나? 아님 다시 자베시로 돌아가야 하나 등등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창을 두드린다. 누군가 봤더니 오후에 마을에서 만난 미국인 부녀중 아빠인 존. 아까 낮에 이야기하면서 숙소 어디냐고 해서 저기라고 했더니 기억하고 찾아온 모양이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자기네들이 내일 강을 건널 말을 예약(?)했는데 괜찮으면 같이 타고 요금을 나눠서 내자고 하는데 나야 완전 감사한 일이지 ㅎㅎ 안그래도 어떻게 가야하나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동행이 생겨서 한층 마음이 놓인다. 

비는 그칠 생각을 안하지만 그래도 좀 편한 마음으로 정전이 되서 전기도 안들어오는 조지아 산골 마을에서 밤을 보냄.. 

아침에 싸온 빵과 오이와 치즈와 와인으로 맛있는 점심


그래도 이날은 등산로 표식이 종종 보여 안심하며 걸어감


비 오면 곧 떠내려갈 것 같은 다리. 이건 누가 관리할까 ㅎㅎ


저 우체통은 뭐지? ㅎㅎ


애매한 시간에 Adishi 마을에 도착


집들 분위기가 다 이럼 ㅋㅋㅋ 


트레킹 동안 길잡이가 되어준 맵스미. 저 점선만 따라 가면 되는데도 중간중간 길 자주 잃어 버림 ㅋㅋ


그나마 게스트 하우스 같아서 갔는데 바가지에 서비스도 별로에 음식은 최악 ㅠㅠ


조지아 와인바 ㅋㅋ


조지아 전통 오븐. 저기서 스프도 끓이고 빵도 굽고...



근데 정말 맛없음 ㅠㅠ


6월 3일

덜컹거리긴 했지만 생각보다 편했던 야간기차를 타고 새벽에 주그디디역에 도착. 어스름 새벽에 눈을 뜨자 마자 차창 밖으로 날씨부터 확인하니 다행히 하늘이 맑아 보인다. ㅠㅠ 주그디디역에 도착해 트레킹을 시작할 메스티아까지는 다시 마슈르카를 타고 이동. 3시간 정도면 도착한다고 인터넷에는 되어 있어서 6시쯤에 주그디디에 도착하면 9시반이면 메스티아에 도착하고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면 되겠다 했는데 버스가 중간에 자꾸 쉬고 무슨 식당에도 들려서 - 손님중에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거의 11시가 다되어서 도착 ㅜㅜ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트레킹 지도도 받고 바로 옆에 있는 메스티아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도 든든히 먹고 트레킹 준비 완료. 

원래 계획은 오늘 메스티아에서 Tsvirmi 라는 마을까지 가는거 였는데 지도를 보니 무려 거리가 18km나 된다. 아무리 빨리 가도 6~7시간은 걸릴텐데 12시에 출발해서는 조금 어렵겠다 싶어서 조금 짧은 코스인 Zhabeshi 마을로 루트를 변경. 메스티아에서 Zhabeshi까지는 14km라 부지런히 걸으면 5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겠다 싶다. 

자베시 마을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험해서 힘들었는데 힘든것도 힘든건데 길이 중간에 자꾸 끊기고 표지판이라고는 전혀 없어서 여러차레 길을 잃어서 헤매느라 시간과 체력을 많이 소비했다. 다행히 맵스미에 등산로가 나와 있어서 맵스미 도움으로 어렵사리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는데 맵스미는 어쩜 그렇게 구글맵에도 나와 있지 않은 등산로까지 정확하게 만들었는지 감탄 스럽다. 만든 사람들과 소중한 정보를 올려준 사람들 모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맵스미는 심지어 무료앱인데 도네이트라도 좀 해야겠다 ㅎㅎ

길 찾는게 힘들긴 해도 코카서스 산맥 깊숙히 들어갈수록 보이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 자연 풍광을 사랑하고 산도 좋아해서 여기저기 유명한 곳을 운좋게 몇군데 가봤지만 그중에서도 한번도 본적 없는 듯한 놀랍고 감동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살다보니 이런 것도 보게 되는구나 싶어 감개무량스러울 정도 ㅠㅠ 거기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어쩜 그리 고요하고 고적한지. 나랑 목적지가 같던 미국에서 온 부녀 말고는 오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두명 마저도 어찌나 발걸음이 빠르던지 등산길 초입에서 보고는 그 이후로 다시 못봤다. 차소리 사람소리 하나 없는 산길을 새소리와 물소리 들으며 가끔씩 방목하여 기르는 소와 돼지들과 길동무 하며 계속 걷고 또 걸음.

5시간 정도 깊은 산길을 가다보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자베시 마을. 마을에 등산객들이 묵고 가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봐야지 하는데 그냥 일반 농가를 약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듯 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라는 책인데, 컴퓨터 과학에서 사용되는 알고리즘을 실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고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연구한 책인데 거기보면 최적멈춤이라는 알고리즘이 소개된다. 새로운 방을 구하거나 비서를 뽑을때 언제까지 탐색하고 결정하는게 가장 효율적인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이라는데 수학자들은 그걸 37%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즉 37%까지는 일단 탐색만 하고 그 이후에 그동안 탐색한거보다 더 좋은게 있음 결정하면 된다는 이야기. 책을 읽었으면 실행을 해봐야지 하고 이곳에 게스트하우스가 10개정도 있으니 4개는 그냥 둘러보고 결정하자 했는데 첫번째 게스트하우스에서 인상 좋으신 할머니가 자기네집 게스트하우스라고 가보자고 해서 그냥 거기로 결정 ㅋㅋㅋ

농가 2층을 개조해서 트윈룸 3개, 4인실 1개가 있고 욕실과 화장실은 당연히 없는데 그 넓은 곳을 나혼자서 쓰게 됨 ㅋㅋ 씻고 나서 맥주 한잔 하고 싶어서 숙소에 물어보니 숙소에서는 안판단다. 마을로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혹시 맥주나 와인 파는곳 있냐고 물어보니 어디 게스트하우스가면 팔거라고 알려준다. 거기 찾아가서 맥주와 와인-직접 담근 와인을 페트병에 담아준다 ㅋ-을 사와 와인은 내일 트레킹하면서 마시기로 하고 숙소 마당에 있는 해먹에 누워 멋진 산의 풍경을 안주 삼아 맥주를 홀짝이니 아 정말 너무 행복하다. 서울에서 항상 괴롭히던 근심과 걱정 외로움들이 이순간 만큼은 완벽히 사라지는구나 ㅠㅠ

산속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저녁과 아침 그리고 다음날 점심까지 주는데 - 그렇게 해서 50라리, 한국돈으로 22,000원 정도-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더니 나 혼자만을 위해 차려준 저녁상인데 진짜 무슨 손주 먹이듯이 잔뜩 차려 주셨다. 고수가 잔뜩 들어간 스프에 직접 만들어 갖구운 조지아식 전통빵인 하차푸리, 닭요리, 감자튀김, 요거트 소수에 버무린 가지요리에 조지아식 보드카라고 할만한 차차까지 저녁을 배불리 먹음. 저녁을 먹고 쉬다보니 어느덧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일 새벽에는 좀 맑게 개기를 바라며 책좀 보다 산속에서 첫날 밤을 마무리함.. 

생각보다 편했던 야간 열차


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지도도 잘되어 있기는 한데 맵스미가 정말 최고 ㅠㅠ


뭐 먹을지 모르겠으면 일단 므츠바디 시키면 실패하지 않음ㅋ. 메스티아에서 젤 유명한 레스토랑인 라일라에서 


저 멀리 미국에서 온 존 부녀가 걸어간다. 저때를 마지막으로 이날은 못 보고 담날 만남 ㅋㅋ


아런 곳에도 작고 예쁜 교회들이 ㅎㅎ


평화로운 마을 풍경들


메스티아 슈퍼에서 사간 맥주 한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새끼 돼지들 ㅋ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베시 마을 전경


자베시 마을에서 묵은 숙소 저기 2층에 손님 나혼자 ㅋㅋㅋㅋ


맥주 사다 마시면서 해먹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너무 좋았다. 


마치 손자에게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듯한 ㅋ 푸짐한 저녁 식사. 토마토와 오이도 그냥 먹지 않고 고수를 듬뿍 뿌려 먹는 나라 조지아 ㅎㅎ

6월 2일

어제 늦게까지 놀아서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야지 했는데 맞춰둔 알람보다 일찍 눈을 뜸. 다시 잠도 안오고 해서 그냥 씻고 아침 먹고 짐을 꾸림. 오늘은 일단 므츠헤타라는 곳에 갔다가 돌아와 저녁에 야간기차로 메스티아로 가는 일정.

므츠헤타는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20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곳으로 5세기에 트빌리시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기원전 3세기부터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고 (스페인의 이베리아하고는 다른 곳) 조지아 정교의 심장과도 같은 곳으로, 트빌리시로 수도를 옮긴 후에도 역대 왕들의 대관식과 장례식등의 주요 행사가 열렸으며 현재는 유네스코 문화 유적으로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지하철로 디두베역으로 이동해서 조지아 국내 이동을 책임지는 마슈르카라고 불리는 좁은 미니버스를 타고 므츠헤타로 출발. 마슈르카가 좀 불편하긴 하지만 불평할 수 없는게 가격이 정말 놀랄만큼 싸다! 므츠헤타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데 가격이 고작 1라리로 우리나라돈으로 430원 정도 ㄷㄷㄷ 마슈르카 목적지가 므츠헤타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종점인줄 알고 맘놓고 가는데 어떤 정류장에 사람이 좀 많이 내린다. 의심스러워서 여기가 므츠헤타냐고 물어보니 여기가 맞다고 알려주는데 안물어봤으면 이상한데까지 갈뻔...

정류장에 내리니 주변이 황량해서 그제서야 인터넷 찾아보니 므츠헤타에서는 츠바리 성당 (Jvari Monastry)와 스베티스코벨리 성당이 유명하다고해서 먼저 택시를 타고 츠바리 성당을 보러감. 츠바리 성당은 므츠헤타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산위에 우뚝 자리잡은 성당인데 조지아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성녀 니노가 예전 이교도의 성당자리에 나무로 십자가를 세운 자리 위에 지은 교회라고 한다. 오래된 수도원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향초를 피우고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인다. 나는 종교도 없고 앞으로도 가질 생각도 없지만 어느 종교나 조용히 절대자에게 기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경건함이 느껴져 내 마음도 평온해지는 것 같아 좋다. 교회가 산위에 있다보니 산아래에서 바라본 교회의 모습도 멋지지만 산위에서 바라보는 므츠헤타의 구시가의 모습도 아름다웠는데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로 이루어진 예쁜 마을을 둘러싸고 쿠라강과 아라그비강이 합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조용히 더 걷고 싶었는데 이런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ㅠㅠ 여행계획 세우면서 항상 젤 걱정하는게 날씨인데 이번에도 여지 없구만 ㅜㅜ 서둘러 택시로 가서 다시 므츠헤타 마을로 돌아옴. 므츠헤타 마을은 성당을 둘러싸고 오래된 집들과 골목들이 너무 예쁘다. 트빌리시의 복잡함과는 다르게 차도 사람도 북적이지 않는 골목에서 빗소리 들으면서 맛있는 화이트 와인 한잔 마시니 비록 비는 오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하다. 와인을 곁들여 로스트 치킨으로 점심을 먹고 스베티스코벨리 성당에 가봄. 스베티스코벨리 성당은 트빌리시에 있는 트리니티 성당에 이어 조지아에서 두번째로 큰 성당으로 4세기경에 위에 말한 니노 성녀가 두개의 강이 만나는 곳에 성당을 짓자고 해서 지어졌고 예수의 수의와 유명한 조지아의 왕들이 묻혀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조지아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곳이라던데 거기다 토요일이어서인지 결혼식을 올리는지 예복을 입은 신랑 신부와 잘 차려입은 잘생기고 예쁜 하객들이 많이 보였는데 결혼식과 상관없이 나같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식을 올리는게 신기했다. 트빌리시의 트리니티 성당처럼 감동적인 성당을 보고 나와 구시가지를 걸으며 커피도 한잔 마시고 더 돌아보고 싶은데 이런 빗방울이 더 거세진다 ㅠㅠ 그래서 그냥 트빌리시로 돌아옴

트빌리시에서는 시간이 애매해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전쟁 기념 공원을 가볼까 했는데 가는 길이 너무 멀고 날씨도 추워서 그냥 숙소 근처에서 커피한잔 마시고 쉬다가 숙소로 돌아옴. 이제 야간 기차로 메스티아로 떠나서 4일간 코카서스 산맥 트레킹을 할 예정.

트레킹 이후 다시 트빌리시로 돌아올 예정이라 트레킹에 필요한 짐만 챙기고 나머지는 숙소에 맡겨두고 야간 기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감.  기차표는 한국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표를 살필요는 없었는데 혹시 몰라 좀 일찍 나왔더니 티켓으로 교환할 필요도 없고 딱히 할게 없다 ㅎㅎ 그래서 저녁이나 먹자하고 나왔는데 어제본 올드시티와는 다르게 관광객은 하나도 없고 조지아 사람들이 쇼핑하고 밥먹는 거리에서 빵과 맥주로 저녁을 먹고 조지아 사람들 모습 보는 것도 재미있다. ㅎ 역으로 돌아와 이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모쪼록 산에서의 4일은 날씨가 좋기를... 

트빌리시의 호텔..외관만 봐서는 ㅋㅋㅋㅋ


Jvari 성당에서 바라본 므츠헤타 마을. 두강이 만나는 모습이 신비롭다.


아기자기 예쁜 골목길


빗소리 들으며 와인에 로스트 치킨으로 점심을


므츠헤타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Jvari 성당


이런 곳에서 결혼식이라니 넘 로맨틱하다 ㅎㅎ


조지아 사람들만 가는 식당에서 빵이랑 맥주로 저녁을


6월 1일

어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밤새 빗소리가 들려온다. 빗소리 들으며 진짜 곤하게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빗소리는 그치고 하늘이 무척이나 푸르다. 혹시나 해서 yandex 날씨 앱을 열어서 날씨를 확인하니 날씨 앱에는 하루 종일 비오는 걸로 나오는데 너무 부정확한거 아닌가? ㅋ

오늘은 트빌리시에서 동쪽으로 70km 정도 떨어져 있는 아제르바이잔과의 국경에 있는 오래된 수도원인 Davit Gareja 수도원을 가보기로 함. Davit Gareja 수도원은 6세기무렵에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메소포타미아에서 조지아로 건너온 13인의 성부중 한명인 Davit Gareja가 세운 수도원으로 황량한 벌판과 산위에 라브라 수도원과 우다부노 동굴 수도원등의 몇개의 수도원들이 모여 있는 곳. 

11시에 푸쉬킨 광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푸르른 하늘과 초원, 흰 구름이 어우러져 무척이나 아름답다. 아름다운 초원길을 두어시간 정도 가니 목적지인 Davit Gareja 수도원. 여기서부터는 버스에서 내려서 3시간 정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되는데 황량한 산속을 배경으로 지금도 일부 실제 수도승들이 기거하는 수도원의 모습들도 멋지고 경건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산위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광도 아름다웠다. 마치 예전 아이슬란드에서 본 인랜드의 풍경이 생각나는 풍경들. 어제 사서 텀블러에 담아간 와인도 홀짝 홀짝 마시며 즐겁게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싱가폴에서 와서 혼자 여행중이라는 핀과 말동무 하면서 저녁도 같이 먹었는데 핀은 오늘 야간 기차로 메스티아로 간다고 해서 혹시 기회되면 메스티아에서 보자고 하고 아쉽게 헤어짐.

숙소로 가긴 이른 시간이라 뭐할까 하다가 트빌리시 트리니티 대성당을 보러 감. 트리니티 대성당은 오래된 성당은 아니고 1989년 조지아 정교회 독립 1,500년과 예수 탄생 2,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성당으로 2004년에 완공된 성당인데 조지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버스 타고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가 안와서 그냥 걸어갔는데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성당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다. 웅장하면서도 별다른 장식 없이 완벽한 대칭에 균형잡힌 비율로 지어진 성당의 모습이 이번에는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가 문득 떠오른다. 

성당을 나와서는 어제 피곤해서 못본 트빌리시의 야경을 보러 다시 한번 나리칼라 성벽으로 올라감. 어제는 걸어갔는데 오늘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 야경을 찍으려고 준비한 미니 삼각대 이용해서 야경을 감상하며 사진도 남기고 보니 어느덧 벌써 9시가 넘었다. 놀다 보면 시간은 정말 금방 가는구나 ㅋ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어제 너무 맛있었던 와인을 한잔 마시고 갈까 아니면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찾은 크래프트 맥주를 먹을까 고민하며 올드시티를 걷는데 어디선가 신나는 재즈음악이 들려온다. 음악에 끌려 가보니 와인바에서 라이브 공연중. 나도 와인 한잔 시켜서 볼까 하는데 자리도 없고 해서 뒤에서 한참을 보다가 자리를 뜨는데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른 공연이 진행중이다. 달콤한 와인향과 신나는 음악이 끊이지 앟는 트빌리시가 참 좋구나 

숙소 근처- 라고는 해도 걸어서 2~30분은 걸릴듯 한- 크래프트 맥주집에서 조지아 수제 맥주 두잔 마시고 하루를 정리함. 첫날 피곤해서인지 혼자 여행다니는게 지겹기도 하고 과연 2주간 여행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는데 이틀만에 잘 적응하고 잘 놀러다니는구만 ㅎㅎ 

황량한 산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라브라 수도원


지형이 특이하다 


관광객들 길안내를 해주려는지 졸졸 쫓아다니던 귀여운 멍멍이


우다브노 동굴 수도원에 아직 남아있는 프레스코화.


정상 즈음에서 보이는 풍경

부럽 ㅠㅠ

트빌리시로 돌아와 이 동상 사진찍고 있으니 아래 벤치에 있던 아저씨들이 자기 사진도 찍어달래서 찍어주며 물어보니 유명한 시인의 동상이라고. 과연 시상에 빠져 꿈꾸는 듯한 표정이 너무 마음에 든다.


조지아 트리니티 성당


트빌리시의 야경. 사진 크기 줄이면 사진 화질이 왜이렇게 깨지는지 ㅠㅠ 


와인바에서는 신나는 재즈 음악이 흘러 나오고...


조지아 버스 정류장에도 도착 예정시간이 나오는데 100%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요 구간 다니는데는 편하게 다님 


5월 31일

어제 공항에서 노숙한 여파때문인지 여행 첫날인데 며칠은 지난 느낌이다. ㅠㅠ
트빌리시에서 묵을 숙소는 부킹닷컴 평점이 9점대여서 믿고 예약했는데 위치가 영 좋지 않다.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걸어 도착하니 그래도 방하나는 큼직하고 깨끗하긴 하네. 뭐 가격 생각하면 거리는 포기해야 ㅠㅠ 시간이 너무 일러서 짐만 맡기고 오전에 근처나 돌아봐야지 했는데 다행히 원래 체크인 시간은 2시지만 12시에 오면 일찍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근방을 둘러보고 오기로 함

숙소 주인이 알려준 카페에서 너무 짠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근방을 둘러보는데 피곤해서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밤이면 활기차게 북적일것 같은 예쁜 골목도 걷고, 공원가서 벤치에서 쉬기도 하고, 공원 근처에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물건들을 잔뜩 늘어놓고 파는 벼룩시장도 구경하면서 돌아 다님. 여기저기 다니다 지도를 보니 마침 조지아 국립 박물관이 멀지 않아 거기도 가보기로 함. 조지아는 인류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원시 인류가 살았던 곳이라고 하는데 딱히 큰 감흥은 없었고 중세 부터 근대의 유물들도 특별히 눈에 띌만한건 없었는데 오히려 소련시대 역사를 정리해둔 전시실을 보면서는 조지아 사람들에게 소비에트 연방 시절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지금은 친서방 반러시아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스탈린 초상화를 지긋하게 바라보시던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누군가에게는 세계 초강대국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12시가 되어 숙소로 돌아와 드디어 씻고 낮잠도 잠깐 자고 일어나서 이제야 좀 개운한 상태로 트빌리시 올드 시티를 구경하러 나감. 올드시티로 나가니 팬시한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도 많고 여기저기 와인샵도 많이 보인다. 골목 골목 구경다니다 와인바에 가서 와인도 시켜서 마시는데 3~4천원쯤 하는 글라스 와인을 시키면 글라스가 거의 찰 정도로 넉넉하게 와인을 따라 준다 ㅎㅎ 화이트 와인 한잔 레드와인 한잔 이렇게 마시고 나니 알딸딸 취기도 좀 돌고 이제서야 여행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올드시티를 좀 돌아다니다 성벽에도 올라가 바라본 트빌리시 전경이 아주 멋진데 쿠라강이 도시를 관통하여 흐르고 오래된 전통적인 교회들과 모던한 건물들이 빚어낸 조화가 아름답다. 성벽 근처에 있는 적에게는 칼을 벗에게는 와인을 준다는 - 그래서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포도를 들고 있다 - 조지아 어머니 상까지 구경하고 나니 다시 급 피곤이 밀려온다. 얼마나 걸었나 애플 건강앱을 봤더니 그새 16km나 걸었네. 야경까지 기다렸다 볼까 하다가 첫날 너무 무리하지 말자 해서 조지아 전통 요리중 하나인 힌칼리라는 만두와 거의 유사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와인도 한병 사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로 돌아오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 

트빌리시에서 첨 가본 곳은 밤이면 손님들로 북적일 것 같은 카페 골목


귀여운 물건들이 잔뜩 있었던 벼룩시장. 많이들 파셨으려나...


올드 시티 걷다 보면 이런 성당도 만나고..


무슨 정부 건물이었는데.. 올해가 조지아 독립 100주년 (그사이 소비에트 연방 지배 시기가 있었지만) 이라 여기저기 100이라는 숫자가 많이 보였다. 


조지아 국립 박물관


올드 시티의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와인바들


손에 들고 있는게 소뿔로 만든 조지아 전통 와인잔.. 어려보이는데 술을.. ㅋㅋ


글라스 와인을 시키면 150ml~200ml씩 따라준다 ㅋㅋㅋ


트빌리시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조지아 어머니 상.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와인을...




트빌리시 지하철은 요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 정도로 엄청 싸고 주요한 곳을 많이 다녀서 자주 이용했는데 공산 시대 지어져서 그런지 엄청 깊이 들어간다. ㅋ

가파르고 빠르게 움직여서 첨엔 좀 무서웠던 에스컬레이터


우리나라 만두와 꼭 닮은 힌칼리. 저 두툼한 꼭다리는 정말 가난한 사람이나 먹는거라고 ㅋㅋㅋㅋ 고수가 잔뜩 들어가서 향이 독특하고 맛있는데 간장 생각이 정말 많이 남 


뭐 먹을지 모르겠으면 자주 시켜먹은 돼지고기 샤슬릭 - 므츠바디. 조지아 돼지고기는 방목해서 키워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 


저녁 먹고 있는데 종업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노래를 부른다. ㅎ 조지아 전통 포크 같던데 마치 블라드미르 비쇼스키의 노래가 생각나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느낌이 좋았다.

5월 30일

음에 한장의 사진에서 시작된것 같다.
카즈베기의 사메바 성당이 담긴 사진을 우연히 보고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싶어서 찾아보니 러시아 접경에 있는 조지아라는 국가. 그 사진 말고도 다른 멋진 곳들이 많아서 언젠가 가봐야지 했다가 이번에 생각보다 일찍 오게되었다. 원래는 올해 갈 곳을 정하면서 쿠바도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쿠바처럼 뭔가 왁자지껄하고 흥겨운 곳보다는 조지아의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에 이끌려 조지아로 결정.

원래 휴가 계획을 매우 일찍 잡아서 ㅋ 이번에도 작년 11월에 이미 비행기표부터 예매해뒀는데 참 시기가 절묘하다. 이번에 우연찮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로 옮기게 되었는데 휴가 기간과 이직하는 시점이 마치 일부러 잡은 것처럼 맞는 일정. 처음에는 참 운이 좋다 싶었는데 한번 더 생각해보니 미리 휴가를 다녀왔으면 이직 전에 한번 더 쉴수 있었겠구나 싶어서 아쉬움. 역시 사람의 욕심이란 ㅎㅎ 어쨌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더 큰 도전과 변화가 기다리는데 떠나는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어서인지 공항은 아직 한산하다. 이번에는 면세점에서 살것도 없고 라운지에서 맥주나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를 타러 감. 조지아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없는 대신 다양한 국적의 항공사들이 운항을 하는데 중국 항공사들의 경우 초저가이긴 하지만 조지아까지는 거의 48시간 이상 소요돼서 가격과 시간을 생각해서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으로 결정. 아에로플로트 항공은 십여년 전에 이집트에 가려고 할때 예약했다 취소한적 말고는 이용해본적이 없는데 취소할 당시 취소 수수료도 매우 높았고 그때 찾아본 후기도 최악이어서 - 좌석이 지정석이 아니거나, 상단 적재함이 없다거나, 승무원들이 위압적이라는등..- 이번에도 걱정했는데 그사이 좀 나아졌는지 이번에 찾아본 후기는 환승시 수하물 연착으로 악명이 높긴 하지만 그럭 저럭 최악은 아닌 듯 하다. 그래서 사실 큰 기대는 안했지만 확실히 서비스가 좀 별로긴 했음. 이번에 배낭을 들고 갔는데 배낭은 배낭에 달린 끈들이 많아서 이동중에 기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레인커버로 덮으면 다른 항공사에서는 잘 고정시키라고 테잎을 주던데- 예전에 아시아나 항공 타고 갈땐 알아서 착착 해서 주니까 왜이렇게 잘하냐고 칭찬 받기도 했음 ㅋㅋ- 아에로플로트는 테잎 있냐고 물어보니 테잎을 돈주고 사오거나 아니면 다시 나가서 따로 포장을 하고 오란다. 황당해서 그냥 부치겠다고 하니 다른 카운터에서 테잎 가져다 줘서 일단 첫인상이 별로 안좋음. 기내식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유난히 맛 없던 기내식과 한잔의 와인 또는 한캔의 맥주만 제공하는 주류서비스도 실망스러웠음. 

비행기에서는 다른 여행때 처럼 론리플래닛의 조지아 역사와 문화등을 읽으면서 왔는데 코카서스 3국이 한번에 나와서 그런지 조지아의 역사와 문화 분량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접경에서 여러 국가와 민족들의 침략과 지배를 당하면서도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온 역사가 인상적이었다. 인천에서 9시간 정도 걸려 모스크바 공항에 내려 지루한 환승 시간을 면세점에서 산 맥주 마시면서 책 보며 보내다가 아시안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조지아행 비행기를 타고 3시간쯤 걸려 드디어 트빌리시 공항에 도착.

도착시간은 새벽 2시쯤인데 비행기 창 밖으로 날씨부터 확인하니 다행히 비는 안와서 안도하며 공항을 빠져나오니 공항이 정말 아담하다. ㅎㅎ 공항 유일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노숙하다가 7시까지 기다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첫날 숙소로 이동..아 피곤하구나 ㅠㅠ 

처음 가본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 공항


공항 내려서 러시아 맥주 한잔 사먹고 ㅋ


엇.. 잠깐 러시아 심장부에 왠 미국의 우주인 인형이 ㅋㅋㅋㅋㅋ



삿포로에서의 셋째날. 

이날은 오타루를 가기로 하고 오전에는 오도리 공원 근처 산책하면서 시계탑하고 도청도 구경하고 기차타고 오타루로 이동

오타루는 오래된 상점가들이 분위기 있고 운하도 멋있긴 했는데 혼자서 딱히 뭐 할것도 없고 해서 오후에 보고 다시 삿포로로 돌아옴

아침의 오도리 공원. 너무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무슨 시계탑도 보러 가고


빨간 벽돌 건물이 예뻤던 도청. 훗카이도 도청 깃발이 너무 예쁘다. 스노우픽 로고 같기도 하고 ㅎㅎ


일본에 왔으니 한끼 정도는 스시로..


오타루의 운하. 야경을 찍으면 멋질거 같은데 작은 곳이어서 밤까지 할게 없어서 그냥 돌아옴 ㅎ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상점으로 쓰는데 참 분위기가 좋았다. 


오르골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온갖 오르골 판매장이 더 맞을 듯. 오르골 소리 조용하게 울리면 좋은데 여기는 북적이는 사람 소리에 여기저기서 뒤섞여서 들리는 오르골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ㅠㅠ


저녁은 삿포로 명물 카레 스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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