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어제 밤에 옆칸 사람들이 거의 밤샐 기새로 계속 이야기 나누는게 다 들려서 어렵사리 잠이 듬. 마지막에 서로 굿나잇할때 보니 새벽 1시쯤 됐던데... 기차는 연착 없이 6시 반에 정확하게 트빌리시에 도착. 같이 탄 아저씨-형님ㅋ-가 커피 사줘서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이제 오늘 일정을 시작할 시간. 처음에는 짐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시그나기라는 곳에 갔다와서 저녁에 체크인을 할까도 싶었는데 어제 씻지도 못한채로 기차를 탄데다가 기차에서 하루밤 보내면서 몸에서 냄새도 나고 ㅠㅠ 너무 지저분 해서 숙소에 들러서 짐 맡기고 씻고만 나오기로 함.

숙소에 너무 일찍 가면 좀 미안해서 역에서 커피 한잔 더 마시면서 쉬다가 8시쯤 맞춰서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아 그런데 주인인 데이비드가 내가 자기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가지고 갔단다. 컥...어쩐지 한개 많다 싶더니 ㅠㅠ 아이고 미안해라...숙소에서는 고맙게도 8시에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짐도 정리하고 깨끗이 씻고 개운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함

오늘은 시그나기라는 트빌리시 근교 마을을 다녀오기로 해서 시그나기행 마슈르카가 출발하는 삼고리역으로 이동. 어제까지 인적 드문 산속에 있다가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차도 많고 사람도 북적이는 트빌리시로 오니 뭔가 낯설면서도 반가운 느낌이 든다. ㅎㅎ 삼고리역에서는 물어물어 시그나기행 마슈르카를 10시 조금 넘어서 탔는데 보조 좌석이 다 찰때까지 사람들을 태우더니 40분 정도 지나서 시그나기로 출발하여 1시간 반정도 씽씽 달려 목적지에 도착

시그나기에 내려서는 6시에 돌아가는 버스표부터 예매하고 좋아보이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과 와인까지 마시니 흐흐 또 행복감이 밀려온다. 와인에 취해 마을에서 3km 떨어진 보드베 수도원까지 걸어감. 보드베 수도원은 4세기경 지어진 수도원으로 조지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인중 한명인 성녀 니노의 유적과 유골함이 묻혀 있는 주요 성지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수도원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시그나기 마을의 전경과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이 멋지다.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보드베 수도원이 나오는데 삼나무 숲을 지나 보이는 수도원의 모습이 숨이 턱 막힐듯이 아름답다. 부드러운 크림색 벽돌로 이루어진 완벽한 대칭과 균형의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힐 정도. 한참을 감탄하며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Holy Spring 이라는 푯말이 보여 무슨 약수터인가 싶어 물맛이나 보자 하고 내려가는데 내려가는 길이 엄청 멀다. 이왕 온거 끝까지 가보자 하고  한참을 더 가니 단순한 약수터가 아니라 작은 건물에 들어가서 샤워도 할수 있는 모양. 가운이랑 수건을 유료로 빌려줘서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한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냥 약수물만 물통에 받아서 다시 시그나기 마을로 돌아옴

시그나기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있길래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 마시자 하고 들어가는데 놀랍게도 변진섭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뭐지 주인이 한국 사람인가 하고 주문하러 가니 조지아 여성분이 주문을 받는데 이거 한국 음악인거 아냐고 하니 안다고 하는데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니 못알아 듣는다. ㅋㅋ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과 평원을 배경으로 한 시그나기 마을을 바라보며 조관우(!)와 정태춘(!)의 음악을 들으니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시그나기 마을을 둘러보는데 마을이 참 아기자기 예쁘다. 이곳에서 하루 자는 것도 추천하던데 시간 많으면 골목 골목 마다 있는 와인바에서 와인도 마시고 골목도 구경하고 다니면 참 좋겠다 싶다. 

5시 40분쯤 일찍 버스로 돌아오니 버스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차있다. 곧 자리가 다차서 출발하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오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트빌리시로 이동했을까. 트빌리시로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먹고 싶어 지나가다 봐둔 태국 음식점에서 똠양꿍과 팟타이에 크랙페퍼 잔뜩 뿌려서 먹으니 뭔가 기운이 난다. 맥주 한잔 더 하고 갈까 하다가 배가 너무 불러서 카페 골목을 한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옴. 그러고 보면 어제 잠도 잘 못잤는데 오늘도 많이도 돌아다녔구나 ㅎㅎ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죽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보니 어디 선가 불꽃놀이를 하나보다. 쓸쓸한 골목길 위에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을 보니 마치 마법과도 같은 순간처럼 느껴진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법같던 순간


주그디디에서 같은 침대칸에 탄 아저씨가 보여준 자기네 농장. 터키 국경 근처의 가너지스 머쿠리라는 곳인데 여기에 호텔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부자시네 ㄷ

ㄷㄷ

조지아에서는 어디서나 커피가 싸고 맛있어서 자주 마심. 젤 비싸고 맛없던 곳이 커피빈ㅋ

역에서 숙소로 갈 시간을 기다리며 한잔


아기자기 귀여운 시그나기의 광장


감자랑 고기랑 볶은 후에 고수를 잔뜩 얹어 주는데 이것도 맛있었음


너무 아름다운 보드베 수도원


한참 내려가서 받아온 Holy Water


불경스럽지만 나한텐 이게 더 Holy Water ^^;; 시그나기 마을의 풍경과 멀리 코카서스 산맥을 보며 조관우와 정태춘의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


매운거 먹고 싶을땐 역시 태국음식 ㅎㅎ


카페 골목에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이제 곧 여기도 활기차게 북적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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