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덜컹거리긴 했지만 생각보다 편했던 야간기차를 타고 새벽에 주그디디역에 도착. 어스름 새벽에 눈을 뜨자 마자 차창 밖으로 날씨부터 확인하니 다행히 하늘이 맑아 보인다. ㅠㅠ 주그디디역에 도착해 트레킹을 시작할 메스티아까지는 다시 마슈르카를 타고 이동. 3시간 정도면 도착한다고 인터넷에는 되어 있어서 6시쯤에 주그디디에 도착하면 9시반이면 메스티아에 도착하고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면 되겠다 했는데 버스가 중간에 자꾸 쉬고 무슨 식당에도 들려서 - 손님중에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거의 11시가 다되어서 도착 ㅜㅜ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트레킹 지도도 받고 바로 옆에 있는 메스티아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도 든든히 먹고 트레킹 준비 완료.
원래 계획은 오늘 메스티아에서 Tsvirmi 라는 마을까지 가는거 였는데 지도를 보니 무려 거리가 18km나 된다. 아무리 빨리 가도 6~7시간은 걸릴텐데 12시에 출발해서는 조금 어렵겠다 싶어서 조금 짧은 코스인 Zhabeshi 마을로 루트를 변경. 메스티아에서 Zhabeshi까지는 14km라 부지런히 걸으면 5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겠다 싶다.
자베시 마을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험해서 힘들었는데 힘든것도 힘든건데 길이 중간에 자꾸 끊기고 표지판이라고는 전혀 없어서 여러차레 길을 잃어서 헤매느라 시간과 체력을 많이 소비했다. 다행히 맵스미에 등산로가 나와 있어서 맵스미 도움으로 어렵사리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는데 맵스미는 어쩜 그렇게 구글맵에도 나와 있지 않은 등산로까지 정확하게 만들었는지 감탄 스럽다. 만든 사람들과 소중한 정보를 올려준 사람들 모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맵스미는 심지어 무료앱인데 도네이트라도 좀 해야겠다 ㅎㅎ
길 찾는게 힘들긴 해도 코카서스 산맥 깊숙히 들어갈수록 보이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 자연 풍광을 사랑하고 산도 좋아해서 여기저기 유명한 곳을 운좋게 몇군데 가봤지만 그중에서도 한번도 본적 없는 듯한 놀랍고 감동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살다보니 이런 것도 보게 되는구나 싶어 감개무량스러울 정도 ㅠㅠ 거기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어쩜 그리 고요하고 고적한지. 나랑 목적지가 같던 미국에서 온 부녀 말고는 오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두명 마저도 어찌나 발걸음이 빠르던지 등산길 초입에서 보고는 그 이후로 다시 못봤다. 차소리 사람소리 하나 없는 산길을 새소리와 물소리 들으며 가끔씩 방목하여 기르는 소와 돼지들과 길동무 하며 계속 걷고 또 걸음.
5시간 정도 깊은 산길을 가다보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자베시 마을. 마을에 등산객들이 묵고 가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봐야지 하는데 그냥 일반 농가를 약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듯 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라는 책인데, 컴퓨터 과학에서 사용되는 알고리즘을 실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고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연구한 책인데 거기보면 최적멈춤이라는 알고리즘이 소개된다. 새로운 방을 구하거나 비서를 뽑을때 언제까지 탐색하고 결정하는게 가장 효율적인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이라는데 수학자들은 그걸 37%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즉 37%까지는 일단 탐색만 하고 그 이후에 그동안 탐색한거보다 더 좋은게 있음 결정하면 된다는 이야기. 책을 읽었으면 실행을 해봐야지 하고 이곳에 게스트하우스가 10개정도 있으니 4개는 그냥 둘러보고 결정하자 했는데 첫번째 게스트하우스에서 인상 좋으신 할머니가 자기네집 게스트하우스라고 가보자고 해서 그냥 거기로 결정 ㅋㅋㅋ
농가 2층을 개조해서 트윈룸 3개, 4인실 1개가 있고 욕실과 화장실은 당연히 없는데 그 넓은 곳을 나혼자서 쓰게 됨 ㅋㅋ 씻고 나서 맥주 한잔 하고 싶어서 숙소에 물어보니 숙소에서는 안판단다. 마을로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혹시 맥주나 와인 파는곳 있냐고 물어보니 어디 게스트하우스가면 팔거라고 알려준다. 거기 찾아가서 맥주와 와인-직접 담근 와인을 페트병에 담아준다 ㅋ-을 사와 와인은 내일 트레킹하면서 마시기로 하고 숙소 마당에 있는 해먹에 누워 멋진 산의 풍경을 안주 삼아 맥주를 홀짝이니 아 정말 너무 행복하다. 서울에서 항상 괴롭히던 근심과 걱정 외로움들이 이순간 만큼은 완벽히 사라지는구나 ㅠㅠ
산속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저녁과 아침 그리고 다음날 점심까지 주는데 - 그렇게 해서 50라리, 한국돈으로 22,000원 정도-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더니 나 혼자만을 위해 차려준 저녁상인데 진짜 무슨 손주 먹이듯이 잔뜩 차려 주셨다. 고수가 잔뜩 들어간 스프에 직접 만들어 갖구운 조지아식 전통빵인 하차푸리, 닭요리, 감자튀김, 요거트 소수에 버무린 가지요리에 조지아식 보드카라고 할만한 차차까지 저녁을 배불리 먹음. 저녁을 먹고 쉬다보니 어느덧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일 새벽에는 좀 맑게 개기를 바라며 책좀 보다 산속에서 첫날 밤을 마무리함..
생각보다 편했던 야간 열차
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지도도 잘되어 있기는 한데 맵스미가 정말 최고 ㅠㅠ
뭐 먹을지 모르겠으면 일단 므츠바디 시키면 실패하지 않음ㅋ. 메스티아에서 젤 유명한 레스토랑인 라일라에서
저 멀리 미국에서 온 존 부녀가 걸어간다. 저때를 마지막으로 이날은 못 보고 담날 만남 ㅋㅋ
아런 곳에도 작고 예쁜 교회들이 ㅎㅎ
평화로운 마을 풍경들
메스티아 슈퍼에서 사간 맥주 한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새끼 돼지들 ㅋ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베시 마을 전경
자베시 마을에서 묵은 숙소 저기 2층에 손님 나혼자 ㅋㅋㅋㅋ
맥주 사다 마시면서 해먹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너무 좋았다.
마치 손자에게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듯한 ㅋ 푸짐한 저녁 식사. 토마토와 오이도 그냥 먹지 않고 고수를 듬뿍 뿌려 먹는 나라 조지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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