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어제 공항에서 노숙한 여파때문인지 여행 첫날인데 며칠은 지난 느낌이다. ㅠㅠ
트빌리시에서 묵을 숙소는 부킹닷컴 평점이 9점대여서 믿고 예약했는데 위치가 영 좋지 않다.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걸어 도착하니 그래도 방하나는 큼직하고 깨끗하긴 하네. 뭐 가격 생각하면 거리는 포기해야 ㅠㅠ 시간이 너무 일러서 짐만 맡기고 오전에 근처나 돌아봐야지 했는데 다행히 원래 체크인 시간은 2시지만 12시에 오면 일찍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근방을 둘러보고 오기로 함

숙소 주인이 알려준 카페에서 너무 짠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근방을 둘러보는데 피곤해서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밤이면 활기차게 북적일것 같은 예쁜 골목도 걷고, 공원가서 벤치에서 쉬기도 하고, 공원 근처에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물건들을 잔뜩 늘어놓고 파는 벼룩시장도 구경하면서 돌아 다님. 여기저기 다니다 지도를 보니 마침 조지아 국립 박물관이 멀지 않아 거기도 가보기로 함. 조지아는 인류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원시 인류가 살았던 곳이라고 하는데 딱히 큰 감흥은 없었고 중세 부터 근대의 유물들도 특별히 눈에 띌만한건 없었는데 오히려 소련시대 역사를 정리해둔 전시실을 보면서는 조지아 사람들에게 소비에트 연방 시절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지금은 친서방 반러시아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스탈린 초상화를 지긋하게 바라보시던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누군가에게는 세계 초강대국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12시가 되어 숙소로 돌아와 드디어 씻고 낮잠도 잠깐 자고 일어나서 이제야 좀 개운한 상태로 트빌리시 올드 시티를 구경하러 나감. 올드시티로 나가니 팬시한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도 많고 여기저기 와인샵도 많이 보인다. 골목 골목 구경다니다 와인바에 가서 와인도 시켜서 마시는데 3~4천원쯤 하는 글라스 와인을 시키면 글라스가 거의 찰 정도로 넉넉하게 와인을 따라 준다 ㅎㅎ 화이트 와인 한잔 레드와인 한잔 이렇게 마시고 나니 알딸딸 취기도 좀 돌고 이제서야 여행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올드시티를 좀 돌아다니다 성벽에도 올라가 바라본 트빌리시 전경이 아주 멋진데 쿠라강이 도시를 관통하여 흐르고 오래된 전통적인 교회들과 모던한 건물들이 빚어낸 조화가 아름답다. 성벽 근처에 있는 적에게는 칼을 벗에게는 와인을 준다는 - 그래서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포도를 들고 있다 - 조지아 어머니 상까지 구경하고 나니 다시 급 피곤이 밀려온다. 얼마나 걸었나 애플 건강앱을 봤더니 그새 16km나 걸었네. 야경까지 기다렸다 볼까 하다가 첫날 너무 무리하지 말자 해서 조지아 전통 요리중 하나인 힌칼리라는 만두와 거의 유사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와인도 한병 사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로 돌아오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 

트빌리시에서 첨 가본 곳은 밤이면 손님들로 북적일 것 같은 카페 골목


귀여운 물건들이 잔뜩 있었던 벼룩시장. 많이들 파셨으려나...


올드 시티 걷다 보면 이런 성당도 만나고..


무슨 정부 건물이었는데.. 올해가 조지아 독립 100주년 (그사이 소비에트 연방 지배 시기가 있었지만) 이라 여기저기 100이라는 숫자가 많이 보였다. 


조지아 국립 박물관


올드 시티의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와인바들


손에 들고 있는게 소뿔로 만든 조지아 전통 와인잔.. 어려보이는데 술을.. ㅋㅋ


글라스 와인을 시키면 150ml~200ml씩 따라준다 ㅋㅋㅋ


트빌리시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조지아 어머니 상.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와인을...




트빌리시 지하철은 요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 정도로 엄청 싸고 주요한 곳을 많이 다녀서 자주 이용했는데 공산 시대 지어져서 그런지 엄청 깊이 들어간다. ㅋ

가파르고 빠르게 움직여서 첨엔 좀 무서웠던 에스컬레이터


우리나라 만두와 꼭 닮은 힌칼리. 저 두툼한 꼭다리는 정말 가난한 사람이나 먹는거라고 ㅋㅋㅋㅋ 고수가 잔뜩 들어가서 향이 독특하고 맛있는데 간장 생각이 정말 많이 남 


뭐 먹을지 모르겠으면 자주 시켜먹은 돼지고기 샤슬릭 - 므츠바디. 조지아 돼지고기는 방목해서 키워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 


저녁 먹고 있는데 종업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노래를 부른다. ㅎ 조지아 전통 포크 같던데 마치 블라드미르 비쇼스키의 노래가 생각나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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