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어제 빗속을 20km 넘게 걸은데다가 전날 못마신 맥주도 마셔서 일찍 골아 떨어진 후 한번도 안깨고 아침에 눈을 뜸. 눈을 뜨자 마자 하늘을 보니 자베시 마을에서 맞은 아침처럼 하늘에 구름 한점 없다. 아 어제 밤에 나와봤으면 쏟아지는 별빛 다시 볼 수 있었을텐데 ㅠㅠ 아쉽지만 카즈베기의 별도 아름답다니 거기서 다시 볼수 있기를 기대해봄
오늘은 Ushguli 까지 10km정도를 가서 거기서 메스티아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거기서 다시 주그디디까지 이동한 후에 야간 기차로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일정. 우쉬굴리까지 1시쯤 도착해서 5시전까지 메스티아에 도착하면 5시에 출발하는 주그디디행 마슈르카를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긋남 없이 잘 맞아 떨어지길. 만약 시간이 어긋나면 어쩔수 없이 메스티아에서 하루 자야하는데 그럼 내일 버스로 트빌리시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면 불편한 버스를 타고 7시간 넘게 가야 한다 ㅠㅠ
Ushguli까지 가는 길은 안내소에서 준 지도에는 차량이 다니는 큰길로 가라고 되어 있는데 트레킹 사이트에는 다른 산길이 나와 있는데 맵스미에 잘 나와 있어서 우쉬굴리 패스라고 불리는 길을 따라 가기로 함. 오늘은 어제와 달리 구름 한점 없이 하늘이 푸르르다. 어제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날 좋은 풍경을 눈에 담아가는구나 싶어 즐겁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길을 걷고 걸어 - 중간에 또 잃어버리기도 하고 - 드디어 4일간의 트레킹의 목적지인 우쉬굴리에 도착.
우쉬굴리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라던데 스바네티 지역의 독특한 감시탑이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녹색 산과 멀리 보이는 흰 설산,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우쉬굴리의 멋진 풍경을 보며 점심까지 먹은 후에 메스티아로 떠날 버스를 찾으러 감. 떠나기 전에 메스티아에서 표를 예매해서 표를 기사들 한테 보여주니 다행히 어디로 가라고 알려준다. 언제 출발하나 눈치를 보니 영어 하는 다른 사람이 와서 알려주는데 2명만 더 태우면 출발할 거라고 한다. 제발 빨리 좀 두명 오렴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운좋게도 5명이 와서 흥정을 하더니 한사람당 30라리에 가기로 한다. 뭐야 ㅋㅋㅋㅋ 난 40라리에 예약했는데 ㅋㅋㅋ 어쨌건 덕분에 늦지 않게 메스티아로 출발. 5명은 체코에서 온 젊은 관광객들이었는데 마침 전화로 주그디디가는 마슈르카를 예약한다. 물어보니 오늘 야간 기차로 트빌리시로 간다고 해서 급하게 나도 같이 탈수 있냐고 물어봐서 같이 가기로 함. 계획대로 무사히 트빌리시에 갈 수 있게 되었네 ㅎㅎ
메스티아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주그디디로 가는 길에 며칠간 걸어서 지나간 산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던 들리는 소리라고는 새소리, 물소리, 내 발자욱 소리밖에 없던 고요하고도 외로운 길을 걸었던 기억들이 문득 나서 괜히 찡하다. 앞으로 힘들고 외로울때면 코카서스 깊은 산에서 보낸 시간들 생각하면서 이겨내야지.
트빌리시에서 주그디디로 올때 같이 탄 아저씨는 성직자처럼 보였는데 엄청 과묵하셔서 기차 출발하자마나 주무셨는데 이번에 같이 가게된 아저씨는 무척이나 호기심도 많으시고 말도 많으시다. ㅎㅎ 러시아에 친구 딸 결혼식때문에 가시는 길이라던데 소비에트 연방시절 러시아에서 로켓공학(!)을 전공했다가 소련이 해체되면서 직업을 잃고 지금은 Nut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시던데 조지아 와인도 추천해 주시고 트빌리시에서는 온천도 꼭 가보라고 알려주시고 이것 저것 즐거운 대화를 함. 그런데 머리가 많이 벗겨지셔서 한참 위인줄 알았는데 서로 나이 이야기하다 4살 차이 밖에 안나서 둘다 깜짝 놀람 ㅋㅋㅋ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 산책. 마지막 날은 날씨가 또 엄청 좋네 ㅎㅎ 오른쪽이 전날 묵은 게스트하우스
해가 쬐니 다들 젖은 등산화 꺼내서 말리는 중 ㅎㅎ
길을 잃었다... -_-;;;
하늘 아래 산을 맞대고 사는 우쉬굴리 마을 전경
먹을거 고민스러우면 므츠바디 ㅋㅋ
조지아식 스튜(?) 같은건데 맛있었음
메스티아에서 떠나오기전에 예매한 미니버스 티켓. 숫자 말고는 전혀 알아볼수가 없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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