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하니 비가 주륵주륵 내린다. ㅠㅠ 서울은 태풍이 지나가고 맑은 날씨라던데 그 좋은 가을 날씨를 뒤로하고 돈들여서 덥고 습하고 비까지 오는 곳에 와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잠시 짜증이 ㅠㅠ 그래도 뭐 어쩌겠어. 비오는 대만의 풍경도 대만의 일부일텐데 그것도 보고 가면 되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함

숙소에 비누도 없어서 세수도 안하고 머리도 까치집인 상태로 잠옷 바람에 슬리퍼 신고 편의점으로 감. 편의점에서 비누와 샴푸 그리고 블로그에서 자주 보던 밀크티 하나 사서 전날 걸었던 야시장을 걸어서 돌아오는데 그래도 비에 젖은 시장 골목과 아침부터 활기찬 대만 사람들 그리고 숙소앞 골목 분위기가 그럴싸 하다. 예전에 대만 영화에서 봤음직한 쓸쓸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오늘은 타이페이 곳곳을 둘러보기로 하고 숙소앞 노점 식당에서 주인 아저씨가 드시던 이름 모를 국수를 달라고 해서 따듯하게 속을 채우고 첫번째 목적지인 고궁 박물관으로 향함. 인터넷에서는 이지패스인가를 구매하라고 하던데 지하철역에 가니 일일 자유권이 있어서 버스+메트로 일일 자유 이용권을 180$ (대만달러 1 대만$ = 약 40원)에 구매해서 박물관을 찾아감. 대만의 지하철은 규모는 좀 작지만 너무 편리하고 깨끗하고 환승도 쉬운데다가 역에 안내도 잘 되어 있어서 이용하는데 조금의 불편함도 없었다. 길을 잘 못찾아 다녀서 여행 다니면 자주 물어보고 지도 보고 헤매고 다니는데 대만에서는 표지판만 잘 보고 다녀도 길을 헤매고 다닐 일이 거의 없음. 메트로 스린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조금 가니 목적지인 고궁박물관에 도착

장제스가 중국 공산당에 밀려 본토를 포기하고 대만으로 쫓겨나면서 중국의 국가적 보물들을 모조리 들고 와서 만든 박물관이 대만 고궁 박물관이라던데 과연 밖에서 척 봐도 그 규모와 위용이 대단하다.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어서 카메라와 가방을 입구에 맡겨두고 박물관에 들어가니 일단 수 많은 관광객에 놀라게 된다. 대만인인지 중국인인지 모를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광객들에 한국 단체 관광객들까지 해서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들때문에 주요 전시물은 가까이서 보기도 힘들 정도. 이런 단체 관광객들을 요령껏 피해가면서 둘러본 박물관의 인상은 정말 놀라웠다.

세계 문명의 시조중의 하나이자 한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선진국이었던 중국의 역사가 남긴 문화가 얼마나 대단하고 방대하고 유래가 없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는데 명청시대의 유물을 주로해서 회화와 글씨, 도자기와 공예등 동양의 매력이 듬뿍 담긴 예술 작품을 보는게 참으로 좋았다. 지금이야 Made in China하면 조야한 싸구려 공산물의 대명사지만 어느 한때에는 중국에서 만든 도자기와 공예품들은  동서양의 귀족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을테지 ^^. 나이  드신 여자분들이 왜 자기들에 빠지시는지 이해가 될법한 아름다운 자기들도 마음에 들었고 무슨 뜻인지 알수는 없지만 글씨 자체로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 서예,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듯한 정교한 공예와 아름다운 산수화들까지 모두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고궁 박물관을 나오니 1시가 넘은 시간 점심은 딘타이펑에서 먹기로 하고 타이페이 역에서 택시를 타고 딘타이펑이 있는 융캉제로 이동. 가는 길에 장개석 추모공원을 들려볼까도 했으나 뭐 독재자를 기념하는 공원에 나까지 갈 필요가 있나 싶어서 패스. 택시를 타고 그냥 지나치는데 지나치면서 본 모습은 뭔가 굉장히 많이 꾸며놓은 것 같기는 하더라. 

블로그에서는 융캉제에 지하철이 없다고 해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메트로 역이 있다.-_-;;; 일일 자유권도 있었는데 어휴 택시비 아까워 (125$). 택시에서 내리니 바로 유명한 딘타이펑의 본점. 2시가 넘었음에도 입구에 줄이 길다. 얼핏 보니 메뉴를 미리 받아서 주문을 미리 하길래 가서 메뉴를 달라고 했더니 유창한 한국어로 안내를 해주고 자리로 안내해서도 서빙하는 분이 한국말로 설명도 해주고 서빙도 해준다. ㅋ 한국 사람들 많이 오기는 하는 모양. 딘타이펑의 상징과도 같은 소롱포와 샤오마이 우육면까지 잔뜩 먹고서 계산을 하니 533$.. 좀 많이 나오긴 했네. 환전한 돈을 아끼려고 카드로 계산하려고 했더니 현금만 된다고 해서 좀 의아했음. 아니 이런 대형/고급 음식점에서 카드를 안받다니????

딘타이펑 뒤편의 융캉제 거리는 특이한 맛집이 많아서 유명하다던에 뭐 배가 너무 불러서 더 먹고 싶은 생각은 안났고 대신 일본의 시모기타자와가 떠오르는 조용한 골목길과 특색있는 가게들이 마음에 들었다. 유명한 빙수집이 있다던데 배물러서 패스하고 아사히 생맥주 간판이 있는 일본식 주점가서 맥주 한잔 하려고 했으나 맥주 한잔 마실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영업 준비중인지 안된다고 해서 대신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 사서 근처 공원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 ㅎ

다음 목적지는 대만의 명동이라는 시먼당으로 이동. 과연 잔뜩 멋을 낸 대만 젊은이들과 체육복을 입은 - 대만에는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다 - 대만 학생들이 많이 보이고 거리에는 패션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가게들이 잔뜩 늘어서 있다. 융캉제가 조용한 일본 골목길을 닮았다면 이곳은 작은 시부야 느낌이랄까. 시먼당 거리를 다니다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우연히 게임센터에 들어갔는데 온갖 리듬게임들이 다 있는데 게임 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깜짝 놀람. 나는 화면 따라가는 것도 못하겠는데 손이 안보이게 게임하는 대만 학생들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특히 중딩인지 고딩인지 모를 남녀 학생이 댄스댄스 레볼루션이라는 체험형 댄스 게임 하는걸 뒤에서 보는게 정말 웃겼다.  뒤에 나말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구경하는데 다들 큭큭 거리며 지켜봤음 ㅎㅎ. 어째서인지 한국인에게 유명한 삼형제 망고빙수 집에서 망고빙수 하나 먹고 - 주인이 국적에 상관없이 가게에 오는 모든 손님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ㅋ - 메트로로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용산사를 방문

용산사는 시내에 있어서 많은 대만인들이 참배를 드리러 오는 곳이라던데 역시 타이페이 시민들과 그 시민들을 보러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개인적으로 종교도 없고 무신론자이지만 어느 종교든 조용히 절대자에게 기원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향냄새 자욱한 용산사에서 타이페이 시민들이 조용히 기원하고 참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참 평화롭고 좋았다. 나도 현지인들 따라 향하나 사서 향 피워두고 소원도 한번 빌어보고 ^^

하루만에 타이페이 이곳저곳 많이도 쏘다녔네. 마지막은 타이페이에서 제일 크다는 스린 야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기로 함. 메트로를 타고 젠탄 역에서 내리면 바로 스린 야시장이라는데 출구를 잘못 내려서 한참을 걸어서 스린 야시장에 도착. 과연 어제 숙소 앞에서 본 야시장과는 규모가 다르다. 누가 살까 싶은 싸구려 옷가지나 잡동사니부터 어릴적 유원지에서나 봤음직한 조야한 오락기구들, 그리고 온갖 이름모를 음식을 팔던 노점을 코를 찌르는 취두부의 냄새를 헤치며 북적이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 다니는게 즐겁다. 

현지인들이 줄을 길게 서 있는 노점에서 닭튀김과 크레페 비슷한걸 사먹었는데 아쉽게도 둘다 실패 ㅠㅠ 하고 숙소로 돌아옴. 우리나라는 왠만한 라면 집도 전부 프랜차이즈들인데 반해 대만은 시장이나 동네에 로컬 음식점들이 거의 대부분인 것 같아 좋았는데 그래서인지 맥주 문화는 좀 발달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도 맥주 시켜 먹기도 쉽지 않고, 망고 맛이 난다는 대만의 로컬 맥주는 맛없는 걸로 악명이 높다. 그래도 몇몇 바에서는 벨기에 맥주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볼까 하다가 너무 너무 많이 돌아다녀 피곤하고 해서 대신 시티슈퍼에서 런던프라이드와 Chimay 몇병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옴. 둘다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도 어려운데 한병에 5천원 남짓해서 감동 ㅠㅠ 


아침엔 비가 주륵주륵... 대만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럽다.



멋졌던 고궁박물관



이게 유명한 소롱포. 명동의 꽁시면관의 소롱포도 싸고 맛있었는데 아직도 있으려나?


우육면


조용한 일본 골목 느낌의 융캉제 거리


작은 시부야 같았던 시먼당




너무 웃겼던 어린 커플(?)






스린 야시장의 온갖 먹거리들


냄새가 코를 찌르는 취두부






사람들 줄이 엄청 길길래 뒤에 서서 먹어봤는데 뭐 그냥 짠 치킨 맛이어서 실망 ㅠㅠ


너무 맛있었던 런던 프라이드.. 아 또 먹고 싶다 ㅎㅎ



'대만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만 여행 5일  (2) 2013.10.23
대만 여행 4일  (0) 2013.10.22
대만 여행 3일  (0) 2013.10.22
대만 여행 1일  (0) 2013.10.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