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의 마지막 밤. 이제 내일이면 짧았던 대만 여행 - 화롄에서의 아쉬움이 컸던 -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
새벽에 빗소리에 잠이 깼다. 창문에 가서 봤더니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오전에 칠성담에 가서 바다를 보려고 했는데 마지막 돌아가는 날까지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는구나 싶어서 울컥한 상태로 다시 잠이 듬
아침에 눈을 뜨니 비는 좀 잦아들고 이러다 갤수도 있을 것 같아서 원래 계획대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역에 맡겨두고 8시 반에 출발하는 타이루거 협곡 순환버스를 타고 칠성담으로 감. 거기 탄 사람들은 오늘 하루종일 협곡을 보겠구나 생각하니 또 기분이 안좋다.ㅠㅠ 칠성담에 내리니 이거 참 개는줄 알았던 날씨가 흐려져 다시 폭우가 쏟아진다. 아니 정말 이놈의 날씨 왜이래 ㅠㅠ 폭우가 좀 잦아들고 아주 잠깐 해가 비치는 동안 바닷가로 가서 해안가를 거닐며 사진을 좀 찍음. 파도가 너무 거세 평소에도 해수욕 이런걸 즐기지는 못할 것 같은데 흐린 날씨에도 바다색이 너무 파래서 좀 무섭게 보였다. 파란 하늘 아래라면 자전거 타고 해안 따라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쎄 나중에 기회가 또 있을까?
칠성담을 둘러보고 화롄역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시간도 안맞고 정시에 도착도 안하는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우리 나라 바닷가처럼 택시가 앞을 지나 다니는게 아니라 관광 버스와 투어다니는 택시만 있고 타고갈 택시가 없다! 허허 이것 참 타이페이 가는 기차 놓치면 대책 없는데 어쩌지 하는데 다시 쏟아지는 폭우 ㅠㅠ 폭우를 맞으며 도로변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니 다행이도 빈 택시가 한대 와서 선다 ㅠㅠ 그래서 늦지 않게 화롄역으로 돌아와 무사히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기차에 탑승
타이페이로 가는 기차는 고속 기차였는데 시설도 좀 좋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객실에 있는 LCD 디스플레이에서 다음 내릴 역을 지겹도록 반복해서 보여준다. 올때 이런 시스템이었으면 절대 실수 안했을텐데 ㅠㅠ 아쉬움이 짙게 남은 화롄을 떠나 다시 타이페이에 도착. 대만에서 제일 맛있다는 란저우 면을 타이페이 역 2층에서 사먹고 마지막 숙소로 이동.
마지막 숙소는 타이페이 중심가 충요부흥역 근처인데 간판이 없어 찾기도 어려워서 친절한 대만 아저씨가 주소 보고 데려다 주고, 겨우 찾아간 숙소의 인포메이션에는 사람도 없고 벨을 눌러도 아무도 없길래 한참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전화해서 겨우 체크인을 해서 불만이 많았는데 숙소 자체는 넓고 깨끗하고 무엇보다 역하고 가까워서 그냥 저냥 만족.
방이 너무 편해서 좀 쉬다가 타이페이의 마지막 여정 - 신베이토우와 단수이의 해변 -을 시작함.
신베이토우는 온천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온천은 가본적도 없어서 뭔 온천이냐 싶어 원래 목적에는 없었는데 화롄역에서 잘못 내려서 만나신 분들이 강추하셔서 타올 하나 챙겨서 가보기로 함. 일단 베이토우역까지 가서 신베이토우로 가는 예쁜 메트로로 갈아타고 한정거장만 가면 목적지인 신베이토우. 역에서 내려 사람들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니 온천지구가 나온다. 온천물이 시작되는 곳인것 같은데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강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게 무척 신기했다. 더 가려고 했더니 5시라 나가라고 ㅠㅠ 아니 뭐 이렇게 일찍 끝나. 타이루거 협곡도 밤에는 관광이 어려운데 거기야 좀 위험하다고 쳐도 여기는 조명도 달고 해서 야간에도 개장하면 되지 않나? 그래도 조금 더 늦었으면 아예 못봤겠구나 생각하고 나와서 노천욕을 하기로 함. 여기저기 노천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널려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대부분은 일인용 욕조에 온천물을 받아서 온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 무슨 고문실 같아서 무서웠다. - 한곳에서만 수영복을 입고 노천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음.
당연히 수영복이 없어서 온천에서 하나 사서 - 250$. 입장료가 40$ 였는데 ㅠㅠ- 노천욕을 하러 감. 사실 노천 온천이라고 하기엔 규모도 정말 작고 사람은 많고 시설도 허접해서 - 탈의실이 따로 없어서 샤워실에서 갈아입어야 함- 첨엔 좀 황당스러웠는데 그래도 온천에 몸담그고 있으면서 밤하늘을 보니 며칠 안됬지만 그래도 쌓였던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온천물에 몸담그고 있다가 나와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어찌나 시원한지 ㅠㅠ 이게 노천욕의 매력이구나 싶었다.
온천을 기분좋게 마치고 나와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 시원하게 마시고 단수이로 향함. 단수이는 타이페이 북쪽의 항구마을인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하다고. 나는 무슨 영화에 나왔다 이런 문구도 별로 안좋아하고 특히 우리나라 지방 관광지에 있는 "1박 2일 촬영장소" 이런 홍보는 관광지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해서 거의 혐오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영화 촬영장소는 별로 관심 없고 그냥 바다와 석양을 보러 갔는데 날씨도 흐린데다가 이미 해가 져있어서 그런건 못보고 대신 해안가를 둘러싼 거리와 밤바다 그리고 밤바다를 바라보며 밀회를 즐기는 대만 연인들을 보며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옴
마지막 저녁은 소고백화점 지하의 딘타이펑에서 해결하고 -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 줄을 서서 먹었다 - 시티슈퍼에서 ESB, Chimay와 같은 근사한 맥주를 사서 숙소로 올라옴. 이번 대만 여행은 아쉬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헤어지려니 많이 아쉽네~
쓸쓸해보이던 칠성담 해변
바닷물이 너무 파랗고 파도가 쳐서 좀 무서웠음
타이페이역 2층의 란저우면
여기서 노천욕을 즐김
단수이의 골목길
마지막 저녁은 소고백화점 지하의 딘타이펑에서
대만 맥주는 형편없다지만 그래도 비교적 싼값에 고급 수입맥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