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13



영어 단어 중에 serendipity 라는 단어가 있다. 우연히 발견한 행운 이런 뜻이라는데 예전에 동명의 영화를 본적도 있어서 - 영화는 정말 형편없었음 - 기억에 남는 단어인데 참 단어 뜻이 예쁜듯. 그런데 이 serendipity의 유래가 바로 스리랑카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아라비아 상인들이 인도와 아시아로 무역을 떠날때 우연히 발견한 스리랑카에 serendib 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게 바로 serendipty의 어원이 된것. 아라비아 상인들이 거센 파도에 지칠즈음 발견한 이 섬이 원하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들었었던 것 같은데 나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내 마음도 다르지 않을 듯 싶다.

 

그렇게 꿈만 같던 2주간이 지나가버렸다. 이제는 집과 회사로 돌아갈 시간. 


처음 공항에 내려 콜롬보에 어렵게 도착해서 정신 없고 덥고 혼란스러워 과연 오길 잘한건지 확신이 안서고 버스 타고 이동하면서 사람과 짐에 치이면서 귀청이 떨어질듯한 음악소리때문에 창문 열고 뛰어 내리고 도 싶었고 너무 조용한 곳에서는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비도 오고 기차는 지연되고 밤에는 외롭기도 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모두 지나가 버렸다. 그래도 그 모든 순간들이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의 순간이었겠지.


콜롬보에서 만났던 스리랑카의 현재, 과거의 스리랑카를 보여주었던 담불라와 압도적인 숭고함을 느끼게 해준 시기리야, 꽃향기 가득한 참배식에서 느꼈던 평화로움. 내륙 고산 지대의 아름다운 열대의 풍경들 그리고 인도양의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 Galle의 정갈하고 우아했던 올드 시티,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 도중 스치듯 만났던 여행자들과 친절한 스리랑카 사람들까지 모두 오래 기억에 담아 두고 싶다. 


오후에 기차로 콜롬보로 가기로 해서 짐을 호텔에 맡겨 두고 Galle의 나머지 부분들을 돌아 보기로 함. 어제 못가본 골목길을 구석 구석 다니니 옛날 건물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골목이 참 예쁘다. 지금도 멋진 카페, 게스트 하우스, 보석상, 학교등으로 사용중인데 그중에 멋진 카페 하나 골라서 들어가 과일 쥬스도 한잔 마시고 기차표를 끊으러 감.


역 매표소에 사람이 없어서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오니 표를 팔기는 하는데 좌석 번호도 안적힌 2등석 표를 준다. 가격은 고작 160루피. 캔디에서 하퓨탈레 갈때의 쾌적한 기차를 상상했는데 왠지 좀 불안하다. 론리플래닛에는 에어컨 버스도 있다는데 그걸 알아볼까 싶기도 하고 고민하다 그래도 버스보다 낫겠지 싶어 그냥 돌아감. 


낮이 되니 다시 살인적인 더위가 찾아온다 이럴때는 역시 나무 그늘 찾아 시원한 맥주 한잔 하는게 최고 ㅎ 태양을 막아주는 큰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아 Galle와도 작별을 고함. 기차는 제시간에 오기는 했는데 흑..역시 생각처럼 좋은 기차가 아니다. 좌석은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데 이미 다 차있다 제길..그럴거면 2등석 3등석은 왜 나눈거야 ㅠㅠ. 기차로 3시간 정도 거리인데 그나마 두시간쯤 지나니 자리가 나서 잽싸게 자리에 앉아 30분 정도 더 가니 익숙한 콜롬보 역에 도착


콜롬보 역에 내려 짐 보관함에 짐을 맡겨두고 마지막으로 제프리 바와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지금은 전시관 및 카페로 사용된다는 갤러리 카페를 보러 감. 걸어 갈 수 있을 거 같아 걸어가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뚝뚝 타고 갈걸 후회 ㅠㅠ- 생각보다 무지 멀다 흑.. 인도양의 석양을 구경하며 걸어서 결국 도착하고 나니 해가 다 지고 말았다. 건물과 인테리어가 너무 멋진데 조명이 어두워 아쉽다 한 낮에 열대의 태양아래 봤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래도 로맨틱한 바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 여행중 제일 비싼 맥주를 먹었음, 세금과 봉사료가 추가되어 650루피정도 준듯 - 여행을 정리하는 건 좋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돈 많아 보이는 노인분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와인을 여러병 시켜서 마시던데 언젠가 나도 누군가와 같이 다시 오면 좋겠다 ^^


건너편에 스리랑카 정부가 운영하는 tea shop 이 있어서 선물을 알아보러 가봤더니 7시가 넘어서 문을 닫았다. 아니 뭐 이렇게 일찍 닫아 쩝.. 그래서 결국 근처 식당에서 마지막 스리랑카 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사실 그러고 보면 공항에서 시내로 연결하는 교통수단은 그나라의 첫인상과 끝인상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 점에서 스리랑카는 정말 낙제점. 고가의 직행 버스라도 운행할만 할텐데 여지없이 만원에 불편한 일반 버스 아니면 택시와 뚝뚝이 전부이니. 버스 종점에서 뚝뚝으로 갈아타고 공항으로 오니 이제 진짜 집에 가는 구나 싶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많은 여행객들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현지인들로 공항이 붐빈다. 특히 일본은 직항이 있어서 일본 여행객들은 꽤 많이 보인다. 


이제 낼부터 다시 회사로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데 잘 적응할 수 있겠지. 금방 적응해서 언제 휴가 다녀왔냐 싶겠지만 시커멓게 탄 얼굴과 피부는 당분간 여행의 증표가 되어 주겠지. 돌아가서도 열심히 살아서 다음에도 또 다른 세계를 만나러 갈 수 있게 되기를....






무슨 매스게임 연습중이던거 같던데 어설퍼서 웃겼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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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3.12


오늘도 일출을 보러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바닷가로 나감.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해변가를 걸으며 해가 뜨길 기다리다 보니 얼마 안 있어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일출로 하루를 시작하다니 멋지구나 싶다 ㅎㅎ


11시에 스쿠버 다이빙을 예약해서 10시에 체크아웃 하기로 하고 근처 가게에서 빵 사다가 어제 남은 망고,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스타벅스 via와 함께 게스트하우스의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나니 아침부터 푹푹 쪄서 모닝 수영을 하러 감. 아침이라 파도도 약하고 좋다. 한참을 인도양을 둥둥 떠다니다 체크아웃하고 스쿠버 다이빙 하러 감.


자격증 덕분에 33$에 장비만 빌려서 다이빙하는 코스인데 기다리고 있으니 가슴이 콩닥콩닥. 사고 없이 잘 할수 있겠지. 같이 다이빙을 하는 외국 여자분은 자격증이 없는지 그 여행객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certified diver라 그래서 좀 웃겼음 ㅋㅋ 자격증이 있어도 운전 면허로 치면 장롱면허인데 말이지 ㅎㅎ


다이빙 포인트로 데려다줄 보트가 오는데 이집트에서 탔던 좀 크고 그럴싸한 보트가 올줄 알았더니 그야말로 작은 모터보트가 한대 온다. 그걸 타고 가서 처음 바다속으로 몸을 던지는데 첨엔 겁나서 못하겠더니 그래도 5분정도 있으니 익숙해진다. 홍해에서 봤던 것처럼 드넓은 산호와 형형 색색의 물고기들이 많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이름모를 물고기들과 푸른 인도양 바닷속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한타임 더 하고 싶기도 했는데 다음에 다른 바다에서 해보기로 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Galle로 출발.


Galle는 포르투갈 식민시대에 지어진 성곽으로 포르투갈 양식의 성곽가 건축물들이 아름답고 인도양의 석양이 멋진 곳이라고 한다. 내일 새벽 1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스리랑카에서 마지막 숙소.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하는 Fangzini 호텔은 로비가 매우 멋지다. 처음 소개해준 4,500루피짜리 방은 독립 발코니도 있고 냉장고도 있던데 혼자 쓰기는 좀 아까워서 그냥 나오는데 스탭이 3,500루피 짜리 방을 소개해준다. 아주 맘에 들지는 않지만 숙소 위치도 괜찮고 깨끗해서 거기로 잡고 Galle를 구경하러 나옴. 


배도 고프고 해서 이번에도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여기도 론리플래닛에 적힌 가격보다 1.5배는 비싼 것 같다. 커리앤 라이스가 750 루피에 맥주는 400루피 -_-;; 그래도 옥상위의 전망은 훌륭했고 음식도 맛있었다. 


Galle의 성벽은 해질 무렵에 보면 괜찮다고 해서 성벽은 그때 보기로 하고 올드시티의 골목을 돌아다니는데 건물들이 참 이쁘다. 예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식민시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게 좋다. 성곽을 나와서는 올드시티와 떨어진 시내를 보러감. 올드 시티 앞에는 크리켓 경기장이 있는데 마침 무슨 경기 중인지 사람들이 열심히 구경중이다. 티켓 파는 곳도 없고 무료로 입장 가능한 것 같아서 나도 경기장에 들어가 경기를 관람하는데 아무리 봐도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스리랑카 현지인들은 경기에 따라 좋아하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하고 일부는 국기를 흔들며 응원가도 부르면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는게 더 재미있었음 ㅎ


내일 공항으로 가는 관문인 콜롬보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기차를 예매하러 갔는데 예매는 안한단다. 2:45 / 3:30 기차 시간만 확인하고 근처에서 라시하나 시켜 먹은 후에 시내를 돌아다님. 어휴 근데 정말로 덥다. 그늘에서 헉헉대고 있으면 스리랑카 사람들이 와서 많이 덥냐고 물어본다. ㅎㅎ 숨쉬기도 힘든 더위지만 그래도 곳곳에 큰 나무들이 있어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 그래도 더위가 가신다. 그늘에서 쉬다 보니 더위도 조금은 약해진 것 같아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돌아봄. 듀브로브닉에서 봤던 압도적인 장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도양과 어우러진 소박한 성과 아담하고 예쁜 골목이 볼만했다. 그리고 곧 이어진 아름다운 석양...


올드시티 안에는 물가가 비싸서 성곽밖으로 나가서 로컬 식당에서 커리앤 라이스를 먹음. 점심때 먹은 것처럼 깔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4종류의 커리와 밥을 먹는데 고작 200 루피 ㅠㅠ. 주류샵에서 맥주 사면 식당에서 450루피에 파는 맥주를 160루피에 살 수 있고 ㅠㅠ


맥주와 안주거리 좀 사와서 숙소로 돌아와 씻고 Galle의 성곽에 걸터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심. 여기저이 현지인들이 데이트도 하고 더위를 피해 나와 저녁식사도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혼자서 맥주 마시고 있으니 어디서 집 잃은 개한마리 와서 옆에서 잠을 자고 ㅎㅎ 이렇게 스리랑카의 마지막 밤은 저물고...



크리켓 경기를 응원하는 스리랑카 사람들



Galle의 석양. 춤과 노래를 즐기는 스리랑카 젊은이들 




공사중인지 얼굴을 가려 웬지 그로테스크 했던 불상




Galle에서 묵었던 근사했던 호텔의 로비. 

























2013.3.11


5시에 눈을 떴는데 아직 해가 뜨려면 멀어보인다. 좀더 잘까 하다가 대충 씻고 숙소에서 일출을 기다림 5시 30분쯤 되니 슬슬 여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메라만 챙겨서 들고 나가는데 헉 숙소 문이 잠겨있다. 건물 문이 아니고 마당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 닫혀서 담을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다행히 소리를 듣고 나온 스탭이 있어 스탭이 문을 열어줘서 일출을 감상하러 나감. 구름이 좀 있어서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장관이었음.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이틀간의 숙박비와 식비를 계산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함. 그런데 식비에 10% 봉사료가 붙어서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쩝... 맥주도 350루피라 그런거 같은데 400루피로 계산하고


버스정류장에 가서 다음 목적지인 우나와투나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아무래도 직행은 없나보다. 저 버스 타라고 해서 가서 물어보면 안간다고 하는데 Galle 바로 옆이던데 Galle 가서 갈아탈까 하다가 Matara에서 갈아타면 된다고 Matara 행 버스를 타라고 한다. 지도 보니 중간 쯤 위치한 곳이어서 버스를 탐. 이번 버스는 5인 좌석이 아니라 4인 좌석인데다가 만원버스가 아니어서 그나마 좀 편안하게 감. 심지어 노래 대신 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는데 중간 중간 스리랑카 밴드가 부르는 GNR의 Sweet child o'mine이나  Europe의 Final countdown도 나오고 해서 잼있었음. 


1시간쯤 가니 Matara에 도착 론리플래닛에서 보니 관광객은 잘 안가도 대도시라고 하는데 과연 정류장이 참 크다.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먹고 우나와투나행 버스를 타고 감. 전날 구글 맵을 다운받아 놔서 구글맵을 실행하니 가려던 곳을 지나친것 같다. 차장에게 물어보니 1km 쯤 지났다고 -_-;; 젠장 이번 차장은 센스가 없구만 쩝.. 뚝뚝을 잡아타고 우나와투나 해변으로 감. 여기도 Tangalla 처럼 아름다운 해변가가 펼쳐져 있는데 파도가 약해서 수영하기는 좋을 듯 하다. 대신 여기는 서양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고 게스트 하우스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이 좀 많아 보인다. 일단 해변에 접한 게스트 하우스는 3,500루피를 달라고 하길래 비싸서 조금 후미진 곳에 갔더니 여기는 2,500루피를 달라고 한다. 방이 넓고 깨끗해서 여기로 결정. 우나와투나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다. 커리앤 라이스가 700루피부터 시작하고 대부분 10%의 봉사료가 추가된다. 


일단 내일 오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해안가의 다이빙샵에서 예약을 먼저 함. 이집트에서 오픈 워터 다이버 자격증 딸때 또 쓸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 사실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


그리고 나서는 해수욕 타임을 가짐. 이미 얼굴은 시커멓게 타서 거울 보면 현지인이 한명 서있는 느낌인데 며칠동안 바다에 있었더니 몸도 시커멓게 타버렸다. 아 이건 언제 회복되려나. 어제와 같이 수영하다 그늘에서 쉬다가 책읽다가 하다보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네 며칠 더 암것도 안하고 이러다 가고 싶다.


해도 뉘엿뉘엿 져가고 숙소에서 씻고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여기서도 기어코 주류샵을 찾아내서 맥주도 사오고 향긋한 과일냄새가 진동하던 과일가게에서 이름 모를 열대 과일도 사오고 하다보니 인도양의 해가 져간다. 석양을 안주 삼아 맥주 한잔 마시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새우 요리로 저녁을 먹고 돌아옴.


어떻게 다음 도시로 가고 어디서 자고 무얼 먹고 하는 여행의 모든 과정이 도전 같았던 이번 여행.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강렬한 문화적 이질감과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 이번 여행은 참 즐겁네 ^^









Tangalla의 일출




여기서 다음날 스쿠버 다이빙을 했음




온갖 이름모를 열대 과일들이 많았던 과일 가게 360루피만큼 사고 300루피 먼저 주고 60루피를 찾고 있으니 50 루피를 거슬러 줘서 뭐지 하고 의아해 하며 나왔음..생각해 보니 300루피가 아니라 400루피 받은 줄알고 10루피 깎아줘서 50루피 준듯 ㅋㅋ




우나와투나의 석양


맛있어 보였으나 비싸서 여긴 패스 ㅠㅠ


그릴에 구운 대하 몇마리 나올줄 알고 시켰는데 이렇게 나와서 좀 실망했는데 정말 맛있었음.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고추와 향신료와 밥을 같이 먹는 맛이 일품


망고는 정말 실컷 먹고 온듯 ^^


2013.3.10


밤새 창너머로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잠결에 마치 음악이라도 듣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자고 일어나니 7시쯤. 벌써 해가 중천이다. 아뿔싸!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볼걸 뭐 오늘 하루 더 있을 예정이니 내일 아침에 새벽에 일어나서 해뜨는걸 봐야겠다. 오늘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쿠터를 빌려서 근처를 돌아볼 계획. 스쿠터 렌탈은 하루에 1,000루피이고 기름은 알아서 넣어야 함. 주유소 찾아서 기름을 넣고 Tangalla 여기 저기를 돌아 다녀 봄. 해안가를 따라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달리다가 조용한 해변이 보이면 스쿠터 세워두고 사진도 찍고 한참을 돌아다님. 해변이 도로를 따라 무수히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어떤 곳은 도로 양옆으로 평원과 습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바다는 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되거나 다른 해변은 좀 떨어져 있는 모양. 한참동안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 카메라와 지갑들을 던져두고 타월만 가지고 수영을 즐기러 나감. 오전에 스쿠터 타고 가다 봐둔 조용한 해변가 야자수 그늘 아래 자리 잡고 인도양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수영하다 지치면 그늘 아래 책도 읽다 보니 바람도 선선하고 눈이 절로 감긴다. 몇차례 인도양 바다에 몸을 담궜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 이곳은 앞에 게스트 하우스도 없고 주로 현지인들이 수영을 즐기는 곳. 화려한 수영복에 몸짱 이런 사람들은 없지만 가족들 친구들끼리 즐겁게 물놀이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나도 같이 즐거워진다. 


한참 놀았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맥주 생각도 나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맥주 한잔 마심. 끝없는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ㅠㅠ


맥주도 한잔하니 해도 뉘엿 뉘엿 저간다. 아까 봐두었던 곳에 가면 일몰이 예쁠것 같아 다시 스쿠터를 타고 나감. 가는 길에 보니 Food city가 보인다. 담불라에서는 푸드시티와 주류점이 같이 있었던게 기억나 혹시 캔맥주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보니 여긴 없다고. 그렇다고 포기하긴 일러서 술 좋아하게 생기신 아저씨 붙잡아서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준다. 오늘은 비싼 맥주 안마셔도 되겠구나 ^^


알려준 곳에 갔더니 주류샵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사오려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근처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 호기심에 가보니 시장. 다양한 열대 과일들과 채소류를 사고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문득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현대화된 슈퍼마켓인 푸드시티에서 여기서 파는 상품들 대부분이 판매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최신식 소매체인점이 늘어나면 여기 이 시장은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골목 골목까지 들어온 할인마트들과 그로 인해 사라진 소규모 자영업자들 생각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해지는 풍경 몇장찍고 돌아오니 해가 완전히 졌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봐둔 주류샵에서 맥주 몇병과 안주 몇가지 사오고 저녁은 비싼 숙소앞 레스토랑 대신 저렴한 로컬 식당에서 볶음밥 하나 먹고 돌아옴. 이제 3일만 자면 휴가도 끝이구나 아쉬워 ㅠㅠ





이날 내 애마가 되어주었던 스쿠터








현지인들이 주로 찾던 해변







슈퍼마켓에서 사온 향신료들. 요리할때 넣어 먹으면 스리랑카의 향이 느껴짐 ㅎ



2013.3.9


여행의 전반부는 콜롬보와 역사적 유적지, 중반부는 스리랑카 내륙의 고산지대를 지나서 이제 여행 후반에는 남부의 해안가를 둘러볼 시간. 스리랑카 남부는 아직 개발이 안되어 있거나 쓰나미의 참사에서 아직 회복이 안된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해변이 많다는데 그중에 Tangalla와  Unawatuna 두군데를 가보기로 함. 원래는 이틀씩 있으려고 했는데 하루를 하퓨탈레에 할애하여 Unawatuna 는 그냥 하루만. 


Ella에서 버스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어제 게스트 하우스 주인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9:30, 10:30에 있다고 하는데 뭔가 확신은 못하는 분위기. 그래서 혹시 몰라 저녁 먹으면서 거기 종업원한테 물어보면 11:00라고 하고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버스에서 돈을 내는 시스템이라 매표소 이런건 당연히 없고. 그래서 정류소 바로 앞의 식당은 혹시 잘 알까 해서 별로 맛 없던 팬케잌과 홍차로 아침을 먹으며 물어보니 이번에 또 시간이 다르다..ㅠㅠ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건가? 결국 9:30쯤 나오기로 하고 남는 두시간은 Ella의 못가본 곳을 둘러보기로 함


날씨가 어제와는 다르게 화창해서 경치 좋았던 Mini adam's peak를 한번 더 갈까 하다 철길을 따라 2.8km쯤 가면 폭포가 있다길래 거길 가보기로 함. 하퓨탈레역의 기차길도 아름다웠지만 Ella의 기찻길로 못지않게 아름답다. 오늘은 관광객들도 몇명 마주치면서 가다보니 멀리 작은 폭포가 보인다. 멀리서 볼때는 그럴싸 했는데 막상 폭포까지 어렵게 찾아가니 사실 폭포위의 모습은 별게 없었음 ㅎ 주위를 좀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오늘도 떠날 시간이 되어서 숙소로 돌아옴. 시간만 여유로왔으면 Ella rock도 올라가보고 근처 다른 곳도 가보고 했을텐데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 정류장에 가니 스위스에서 왔다는 커플이 있다. 어디 가냐고 했더니 Arunga bay에 가는길이라 Walla yawa에서 버스를 갈아탈 예정이라고. 혹시 탕갈라 어떻게 가는지 아냐고 물어보니 잘 모른다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자기네랑 같이 가서 Walla yawa에서 갈아 타면 될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가이드북보니 얄라야와가 고산지와 남부 해안을 연결해 주는 곳이라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곧 도착한 버스를 타고 Walla yawa로 감. 도착했더니 다행히 바로 Tangalla 가는 버스가 대기중이다. 스위스 커플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실음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만원버스에 승차감은 최악. 거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아니 도대체 왜 음악은 그렇게 크게 트는건데? 내 귀에는 다 똑같은 거 같은 음악을 귀청이 떨어져라 틀어대는데 하.. 정말 스피커를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 ㅠㅠ 이어폰 꼽고 다른 음악 듣는 것도 한계가 있고 도착할 즈음에는 차장이 언제 도착했으니 내리라고 할지 몰라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번에는 사람이 많아서 차장이 나 탄거 잊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 예전 터키 부르사에서 기사한테 어디 도착하면 알려주세요 했는데 기사가 까먹고 안가르쳐줘서 한바퀴 돌아서 탄 곳에서 내린적이 있었음. 내리면서 기사한테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왜 이야기 안해줬냐 그랬더니 그제서야 미안해 하며 다음 버스 데려가서 테워주면서 어디서 내려달라고 이야기해주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ㅎㅎ- 센스있게 도착 5분전에 자리로 오더니 다음에 내려야 한다고 알려준다 .^^ 시간은 정확하게 3시간 30분 소요


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도양을 보러 갈 시간. 론리 플래닛에 나온 숙소를 찾아가는데 누가 방 보고 가란다. 가격도 괜찮고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데 창문도 작고 바다도 좀 떨어져 있어서 그냥 나와서 일단 해변으로 나왔는데 아 정말 인도양의 풍광이 멋지다. 여기가 바로 인도양이구나 ㅠㅠ 숙소를 찾아보러 가는데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열심히 그물을 끌어당기고 있다. 현지인이 나보고도 와서 도와달라는데 나야 짐도 가득인데 어떻게 가 ㅎㅎ 그냥 숙소를 찾아 걷는데 레스토랑 앞에서 한 직원이 1,500루피 방이 있단다. 가격도 괜찮고 해서 가보니 숙소도 참 마음에 들었음. 바로 앞이 바닷가에다가 테라스도 넓고. 짐을 풀고서는 맥주 한병시켜 바다 바라보며 마시니 더위와 피로가 가신다. 


시기리야에서 만난 독일 여행객이 Tangalla를 다녀왔다고 해서 어땠냐고 물어봤을때 Beach and Nothing 이라고 아주 좋다고 했는데 과연 숙소앞 바닷가 근방은 게스트하우스와 거기에 딸린 조그마한 레스토랑을 빼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도 듬성듬성 조용하고 평온한 해변. 숙소에 딸린 레스토랑에서 맛없었던 볶음 국수를 하나 먹고 해안가를 산책함. 인도양의 푸른 바다와 백사장 그리고 열대 야자수가 어우러진 풍경과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소리가 좋다. 산책을 하고 와서는 바다에 몸도 담궜는데 파도가 세서 수영하기는 좀 무섭다. 다른 외국인들은 수영도 잘하던데 ^^; 


그냥 몸만 담그고 나와 선베드에서 맥주 시켜서 파도소리와 음악 들으며  책 읽으며 깜박깜박 잠에도 들었다가 함. 그러고 보니 태국에서도 크로아티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바뀐거라곤 많아진 나이와 책밖에 없구나 싶다. ㅠㅠ 


해도 져오고해서 해변의 반대편까지 산책하고 와서 씻고 저녁을 먹음. 역시 여기 레스토랑은 방값은 싼데 식사는 비싸고 맛이 없다. 내일은 스쿠터라도 빌려서 다른데 가봐야지.


그리고 두번째 책인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에게 투표하는가?"를 완독함. 우리나라 선거처럼 미국도 주별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세가 확연히 갈리는데 잘사는 동,서부 해안가는 보통 민주당 지지, 중부내륙과 남부 지방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모양새이다. 캔사스 출신의 저자는 이러한 경향이 어떻게 시작되고 심화되어 가고 있는지 본인이 태어나서 자란 캔사스를 예로 들어 그 원인과 결과를 파고 들어간다.


캔사스가 처음부터 미국내 극단 적인 보수 - 동성 결혼 반대, 낙태 반대에 앞장서고 교과서에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가 미 전역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  를 대표하는 주는 아니었고 남북전쟁 이전에는 노예제 반대주였으며 한때에는 유진뎁스등의 사회주의자들이 활동하기도 했고 민중운동이 활발했으며 얼마전까지도 민주당이 다수였었으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경제위기를 맞이 하게 되었으며 또하나의 산업 기반이었던 농축산업은 타이슨과 같은 거대 기업들로 넘어 감에 따라 또 한번의 타격을 입으면서 보수화 되었다고 한다.


이부분이 중요한데 사실 캔사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바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로 인한 결과이고 그들이 지지하는 공화당 그리고 그중에서도 보수반동 (책에서 정말로 이렇게 표현하는데 기독교 근본주의자, 티파티등의 정치 세력을 말함)이 바로 그러한 정책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수는 이렇게 만들기 위해 경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경제는 어쩔 수 없으며 미국의 위기와 저소득층의 위기는  모두 잘난척하는 자유주의자들 -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까지 포함해서- 때문이라고 문제의 근원을 돌린다. 즉 맥주를 좋아하고 나스카를 좋아하며 맥도널드와 월마트를 자주 가는 성실한 남부의 전형적인 미국인과 달리 와인과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동성애와 낙태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들이 바로 미국의 위기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를 문화로 치환하면서 공화당은 저소득 저교육층의 분노를 이용하여 위기의 근원이라는 책임을 벗어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위기의 근원을 엉뚱한데로 돌림으로써 분노를 이용하여 지속적인 정권 창출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의 수립에  이용할 수 있게된 것이다. 


아주 영리한 정책이고 이로 인해 루즈벨트 이후로 미국 사회의 국가 부조를 없애려는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는데 그럼 민주당은 뭘했을까? 여기서 저자는 민주당의 뼈아픈 정책적 실수를 지적하는데 즉 민주당이 클린턴 이후로 노조와 민중들이 아니라 화이트칼라 기업 엘리트들에게 너무 접근해서 경제적으로 공화당과 차이가 없어졌다는것. 그래서 결국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우파들의 선동에 넘어갈때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인데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가슴이 턱 막혀온다. 우리나라의 보수의 선동에는 낙태, 동성애와 같은 이야기 대신 지역과 그놈의 종북 좌빨이라는 단어면 모두 정리되어 버리니. 그렇다고 우리나라 민주당은 미국 민주당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고 진보 블럭은 통진당 부정 경선 이후로 괴멸하다 시피 했으니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그나마 미국은 티파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였으나 우리나라 선거는 앞으로도 막막하기만 하다.



숙소앞에서 찍은 탕갈라 해안



손에 부비부비 해주던 냥이 ^^


예쁜 엘라 역







막상 폭포에 가니 이런 모습만 ㅋㅋ






영차 영차~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탕갈라의 해변







2013.3.8

어릴적 동네에 철길이 있었다면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기차가 지나가는 걸 신기하게 구경했던 기억도 날텐데 언제 부터인가 안전등의 이유로 철길은 이제 기차가 아니라면 접근 불가능한 공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곳 스리랑카에서는 푸른 숲을 관통하는 단선의 철길을 사람과 기차가 사이좋게 공유한다. 철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다녀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다. 그저 지역 사람들에게는 일터나 집 또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또 하나의 편리한 길일뿐. 


론리플래닛에서 하퓨탈레 소개하는 내용에 하퓨탈레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서 돌아오는 8km의 트래킹이 재미있다는데 기차는 시간도 애매하고 해서 하퓨탈레 역에서 철로를 따라 오전에 산책을 하기로 함. 시원한 바람과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숲과 하나가 된 철로를 따라 걷는 경험이 참 재미있다. 중간중간 탁트인 곳에서 끝없는 차밭이 펼쳐진 스리랑카 고산지대의 풍경도 보고 하다보니 다음 목적지인 Ella로 떠날 시간. 여기서 Ella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11:45분 기차라는데 11:40분이 되어도 티켓을 안판다. 어디서 티켓 사냐고 했더니 12:20분에 기차가 출발한다고.. 결국 티켓은 12:10 이 되어서야 판매하는데 2등석 달라고 했더니 2등석은 없단다. 음 매진 되었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기차 온걸 보니 Ella행 기차는 3등석 객실 두개와 화물칸 두개만 달린 작고 귀여운 기차였다 ^^ 3등석은 좌석도 따로 없고 그냥 딱딱한 나무 의자에 먼저 가서 앉으면 되는데 자리도 없고 해서 그냥 통로에 짐을 내려놓고 기차 난간에 몸을 기대어 Ella까지 오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기차는 한시간정도 달려서 아담한 Ella역에 도착. 도착하니 화단에 Ella Welcome 이라고 심어 놓은 꽃이 참 귀엽다.


Ella도 하퓨탈레처럼 작고 조용한 곳인데 호객행위도 별로 적극적으로 안해서 다른 사람들 가는 길 따라서 가니 숙소 밀집 구역이 나온다.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하는데 누가 1,500루피 짜리 방이 있다고 해서 따라거 숙소를 잡음. 숙박계에 이름이랑 주소를 남기는데 정말 며칠만에 한명씩 뛰엄뛰엄 숙박을 하는 모양 ㅠㅠ 그러면 방 좀 좋은데로 줄것이지 쩝.. 그동안 사실 방 잡을때도 별로 깎지도 않고 그냥 덥썩덥썩 잡았는데 가격은 안깎더라도 그중에서 좋은 방이라도 달라고 해봐야겠다. 


Ella는 정말로 소박하고 조용한 곳인데 근처에 가볍게 트래킹 할만한 곳들이 몇군데 있다. 스리랑카에서 유명한 트래킹 코스가 Adam's Peak - 부처가 발을 내딛었다는 - 인데 여기는 Mini adam's peak 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가보기로 함. 하퓨탈레에서 체크아웃할때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여기 오니 날은 화창하지 않은데 비는 더이상 안온다. 덕분에 파란 하늘을 못봤지만 별로 덥지 않게 Mini adam's peak 까지 갈 수 있었음. 거리는 4km쯤 되는데 올라가는 길이 참 예쁘다. 그리고 정상에서 보이는 Ella rock과 스리랑카 산간지역의 모습도 참으로 아름답다. 열대의 산이 풍기는 이국정인 풍경에 취해 풍경을 안주 삼아 가져간 맥주도 한잔 마시고 산을 내려옴. 가이드북에는 Ella rock도 올라갈 수 있다는데 길을 잃기 쉬우니 가이드를 동행하라고 되어 있다. 여유만 있었으면 도시락이라도 싸가서 Ella rock도 한번 올라가고 싶은데 아쉽다. 


근처에 사원이 있다고 해서 거기 다녀오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사원으로 향함. 도로와 산길을 따라 현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간 사원은 사원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작고 버려진 사원이 나온다. 담불라에서 본 것과 같은 방식의 석굴인데 닫혀 있던걸 관리인인지 나오시더니 나 혼자만을 위해 문도 열어주신다. ㅎ 안에는 정말로 작고 소박한 와불상이 하나 있고 ^^ 그냥 오기 좀 미안해서 작은 금액이나마 도네이션 함에 넣고 나오니 해도 져가고 숙소로 돌아옴.


스리랑카를 여행하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말도 많이 걸어오는데 특히 아이들이 참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인사도 걸어주고 어디서 왔냐고도 물어보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 손도 흔들어주고 하는게 참 귀엽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저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자랄까? 내전이 끝나고 다시 국제사회로 향하는 기지개를 펴는 스리랑카는 어떠한 미래를 저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하긴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이들보다 풍요롭겠지만 어릴적부터 경쟁과 학원폭력 물신주의에 물들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니 똑같이 안쓰럽기만 하다. 


Ella는 관광객들만 있는 도시여서 그런지 모든 음식점에서 맥주를 판다. -가격은 350루피 - 식당도 로컬 식당은 눈에 잘 안띄고 관광객을 위한 식당만 있어 좀 비싼데 무려 700루피짜리 치킨 bbq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양도 적고 해서 좀 실망했음 -_-;; 저녁 식사후에 근처 다른 식당에서 모히또를 팔길래 라임과 허브가 잔뜩 들어간 모히또 한잔 마시면서 콜드플레이 음악 듣고 있다보니 그동안 번잡스러웠던 기억이 다 사라진다. 마치 대도시의 조용한 바에라도 있는 느낌.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부부, 연인, 친구들인데 나만 혼자이네..아 외로워..



Ella로 가는 기차의 모습








기찻길을 따라 산책하는 경험이 참 즐거웠다.






Ella로 향하는 작은 기차


3등석은 이렇게 생겼음 



스리랑카 전통(?) 음식 Rotti


Mini adam's peak로 향하는 길


너무 아름다웠던 Ella rock



Ella rock을 안주삼아 맥주 한잔




모히또 한잔과 함께 이국에서의 밤을...

2013.3.7


론리플래닛에서 뽑은 스리랑카에서 즐길 20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스리랑카 내륙의 해발 1,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와 거기에 이르는 열차여행. 


어제 예매한 기차를 타고 하퓨탈레로 향함. 역에서 간단히 스리랑카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기차를 기다림. 티켓에는 SCR20M 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몇번 객차의 몇번 자리라는 걸까...직원들에게 물어서 자리로 데려다 주는데 티켓번호와 일치하는 거라고는 좌석에 써있는 20이라는 숫자뿐 다른 알파벳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거였을까. 어쨌건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던 - 600루피로 스리랑카 교통비 생각하면 엄청 높은 가격이긴 함 - 열차를 타고 캔디를 출발. 그러고 보니 객실 전체가 역방향이었는데 객실 연결을 반대로 하면 되었을텐데 왜 그랬을까. 그래도 버스 타고 다니던 생각하면 불만을 가질 수도 없었음 ㅎ


기차는 스리랑카의 내륙을 지나며 한번도 보지 못했던 열대의 풍경을 횡단한다. 우거진 열대 우림과 숲, 그리고 넓게 펼쳐진 차밭을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가는 시간이 참 좋다. 바람에 취해 깜박 잠도 들었다가 책도 읽다가 하다 무심히 고개를 들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그림 같은 풍경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콜롬보와 캔디에서 한낮에 힘들게 했던 따가운 햇살도 약해지고 바람도 갈수록 차가워진다. 그동안 며칠 사이에 얼굴과 팔뚝이 시커멓게 탔는데 여긴 또 다르네 싶다. 사실 너무 추워서 긴팔도 꺼내 입었는데 같은 객실의 서양인들은 끝까지 춥지도 않은지 선풍기도 끌 생각을 안하고 창문도 안 닫고 가서 좀 추워서 괴로웠음.. ㅎ 다 캐나다, 북유럽 이런데서 오신 분들인가 ^^; 마지막에는 추위에 좀 떨다가 목적지인 하퓨탈레에 도착


원래 처음 계획에는 하퓨탈레가 빠져있었는데 시기리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캐나다 여행객이 좋을거 같다고 가보고 싶다고 해서 혹해서 정한 곳. 역에 도착하니 정말 정말 조그마한 곳이다. 뭐 중심지라고 해봐야 걸어서 1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거 같음. 내일 Ella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론리플래닛에 나온 숙소를 잡았는데 너무 비싸다. 캔디에서 만난 체코/프랑스 여행객들에게 숙소 물어봤을때는 이름은 기억 못하고 어디로 가면 1,000루피때도 있다고 하던데 쩝.. 이번에 묵은 곳은 Sri Lak holiday inn 인데 다른 방들은 창 밖으로 뷰가 좋은데 내 방은 그렇지도 못하면서 2,000루피를 달라고 하네. 물가가 론리플래닛에서는 1,500루피정도라고 했는데 - 다른 물가도 거의 책에 비해 1.5~2배 정도 되는 듯 -  그냥 거기로 잡음.


이제 뭘 할까? 하퓨탈레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동네는 아니고 산을 둘러싼 차농장의 모습이 아름답고 차공장과 Lipton's seat 라는 곳에 가는 길이 아름답고, 론리플래닛에서는 기차길을 따라 이전 역까지 가는 것도 추천해주었다. 내일 Ella 가는 기차가 11:10 이어서 오전에는 멀리 못갈거 같아 좀 늦었지만 차공장과  Lipton's seat 를 가기로 함. 


차공장까지는 버스가 있다는데 시간을 아끼려고 뚝뚝을 대절함. 원래 계획은 차 공장까지 300루피 주고 가서  Lipton's seat 까지 산책하고 돌아와 버스를 타고 오려고 했는데 차 공장이 외진데 있기도 하고  Lipton's seat 까지 산길로 8km 정도라 걸어서는 어려울 것 같아서 1,000루피에 전부 왕복하기로 함. 


일단 차 공장은 지금은 오픈 안한다고 해서  Lipton's seat  부터 다녀오기로 함. 좁은 산길을 따라가는데 과연 산길을 따라 넓게 펼쳐진 차밭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시간만 많았으면 트래킹 겸해서 걸어서 두세시간 올라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중간에 찻잎을 싫어나르는 트럭을 만나면 한참을 후진해서 길을 비켜줬다 다시 올라가다 해서 가다보니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고 중간에 차량 통행은 금지를 해놨다. 거기서 승용차를 가져와 먼저 기다리던 다른 여행객은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고 나는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니 - 1,000루피로 어차피 이야기 해놨으니 - 뚝뚝 기사가 전화를 하더니 조금 있으니 관리인이 와서 문을 열어준다. 거기서도 한참을 더가니  Lipton's seat.


립톤. 홍차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브랜드일텐데 영국인 제임스 테일러와 함께 스리랑카에 차를 도입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Lipton's seat 라는 이름은 그가 이곳에서 스리랑카의 산과 기후를 보면서 앞으로 그가 만들 차의 왕국을 처음으로 꿈꿨던 자리라고 한다. 결국 그 이후 립톤은 대 성공을 거두고 영국은 안정된 차의 공급원을 가지게 되었지만 스리랑카는 어땠을까?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또는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가 카리브해 연안에서 저지른 강제노동과 착취, 그리고 그로인한 정치 혼란 이런건 없었을까. 싱할족과 타밀족의 민족간 내전에 영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도 세계 1위의 차 생산국가이고 스리랑카 GDP의 20%가 차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그래도 얼마간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립톤이 전세계에서 거두는 수익중에서 차의 원재료 값과 찻잎을 손으로 따는 사람들의 노동력의 대가는 극히 일부일테지


 Lipton's seat 에 도착하니 한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가 자욱하다. 에휴...그냥 낼 아침에 올걸 그랬나 싶다.  덕분에 뚝뚝기사와 몇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보니 관리인이 차도 한잔 대접해 준다. - 물론 공짜는 아니었음 150루피 ㅎ- 으슬으슬 추운데 따듯한 차 한잔 마시니 좀 기운이 난다. 아쉽지만 돌아가자고 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개인다. 세상에! 기사도 너 참 운이 좋다 그러고 ㅎㅎ 탁트인 끝없는 차밭과 스리랑카 내륙의 풍경을 보다가 돌아옴


중간에 들린 차 공장은 250루피를 내면 찻잎을 모아 차로 만들어 지는 과정을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면서 한번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데 몇가지 빼놓고는 작은 공장에서 완전히 자동화 되어 있어서 그럭저럭 볼만했어도 아주 신기하거나 그런 건 없었음. 그나저나 차 시음이라도 한번 해주지 그런 것도 없냐 -_-;; 아마 여러명이 견학하면 시음도 가능한 듯


공장을 나오니 해도 져가고 비도 조금씩 내린다. 뚝뚝은 앞에 와이퍼도 없는데 시야도 안좋은데 좁은 산길을 가자니 좀 무섭다. 다행히 사고 없이 숙소 근처로 돌아오니 해가 완전히 져있다. 점심을 늦게 먹어 배는 별로 안고픈데 로컬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몇가지를 싸가고 주류샵에서 맥주 몇개 사가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음





기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


스리랑카 음식에 항상 나오는 저 소스들 또 먹고 싶다 ㅎ



 Lipton's seat 로 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ㅠㅠ




홍차 한잔 마시고...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하니 갑자기 하늘이 개어 그래도 전망을 바라볼 수 있었다. Lipton이 여기서 앞으로 자신이 세울 차의 왕국을 꿈꿨겠지 







2013.3.6


아침에 "논어 세번 찢다"를 완독함

어디서 본 글귀인지는 모르겠으나 40세가 되면 동양 고전을 보라고 했던 글귀를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온 40대를 위한 동양 고전 입문서들도 신간 소개에서 봤었던것 같아. 그러던 중에 로자의 서재에서 읽을만한 책으로 베이징대 교수 리링의 책을 소개한 바 있어 550페이지의 하드커버임에도 여행에 들고 옴. 


사실 그전에 공자니 논어니 전혀 몰랐고 혹시 고리타분하고 머리 아픈 사상이야기는 아닌가 걱정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첫장을 넘긴 순간부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읽어 나갔다. 책은 논어에 대한 해석과 강독이 아니라 논어를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3번 해체하는데 거기 나오는 인물들, 논어에 나오는 사상, 그리고 성전으로써의 논어에 대해 각각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은 뜬구름 잡는 고준담론이 아니고 공자의 시대 공자의 자취를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 해서 공자의 자취와 사상에 아주 실감나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그러면서 공자가 논어를 통해 이야기했던 성인의 덕과 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리링은 공자를 이상화되고 박제화된 성인으로써가 아니라 그도 현실과 치열하게 싸웠던 한명의 인간임을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럴때 공자의 사상이 이상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건 재미있게 읽어서 좋았고 이제 무거운 하드커버 책은 평소에 안들고 다녀도 되어서 또 좋았다. ^^ 다음에 읽을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미국의 가난한 캔사스가 보수 우파의 본거지가 된 과정을 살펴보면서 미국 보수우파의 전략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작년에 대선때 받은 상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실제로도 너무 궁금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아침에 책 읽다가 좀 느긋하게 9시쯤 숙소를 나옴. 내일 아침에 출발할 하퓨탈레행 기차를 예매하고 - 결국 바닷가 하루를 포기 - 캔디의 핵심이자 스리랑카 불교의 핵심인 불치사를 보러 감. 별 생각없이 반바지를 입고 갔더니 앞에서 반바지는 입장 불가란다..힝.. 더운데 청바지를 입어야 하나 어쩌지 하는데 생각해보니 7부 바지가 있긴 하다. 손으로 종아리를 가리키며 이정도면 오케이냐 했더니 그정도는 오케이란다 ㅎ 숙소로 다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7부 바지를 잔뜩 내려 입고서 입구를 통과함. 


호수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불치사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안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참 아름답다. 당연히 부처의 치아에는 접근이 불가능 하지만 사원에 모셔진 불상에 현지인들이 경건하게 참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참 좋다. 특히나 스리랑카 사람들은 꽃을 좋아해서 불상마다 꽃을 바치며 기도를 하는데 꽃향기가 진동하는 참배식에서 꽃향기에 취해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니 내 마음도 같이 평화로와 지는 것 같다. 세상 근심과 쓸데없는 욕심과 헛된 욕망 없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참을 평온한 마음으로 있다가 나와 점심을 먹고 별다른 목적지 없이 캔디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님. 불치사 말고 다른 조그마한 사원도 있고 힌두 사원들도 곳곳에 있다. 관광객은 없는 사원에 들어가 지친 다리 쉬는 것도 좋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사원은 신성한 곳이라 야외라도 신발을 벗고 입장을 하는데 맨발로 사원의 감동을 느끼면서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도 다른 데서 해보기 힘든 경험이리라. 사원에서 쉬면서 책도 읽고 하면서 어디선가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묶여 있는 코끼리도 보고 하다 보니 해가 져간다. 어제 갔었던 언덕 사원에 다시 한번 올라가 캔디의 전경을 보다가 내려옴


Kottu라는 스리랑카 음식을 맛있게 먹고서 40루피짜리 커피도 한잔하고 밤의 불치사를 한번 더 보고 숙소로 돌아옴. 근사한 펍에 가서 한잔 할까도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전부 일행, 커플들이어서 혼자 청승맞게 먹느니 그냥 숙소에서 한잔 하자 하고 맥주와 이름모를 열대 과일들을 잔뜩 사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일기를 쓰다보니 외국 여행객 두명이 들어온다. 나이차가 많이 나보이는 두 남자여서 처음에는 부자지간인줄 알았음


마당에서 같이 있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젊은 남자는 2달간 인도 여행을 다녀온 체코 출신이고 나이 많은 남자는 2달간 태국과 캄보디아를 다녀온 프랑스 사람이라고. 여행중에 만나서 같이 다닌다는데 국적도 나이대도 다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같이 다니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맥주 마시고 그들은 아락을 콜라에 섞어 마시는데 나한테도 한잔 권해서 마셔봤는데 너무 독해서 나는 별로더라. 와인을 만든다는 체코 친구는 6개월 일하고 6개월 논다는데 참으로 부러웠다. ㅎㅎ 나한테 무슨 일 하냐고 해서 소프트웨어 관련한 일을 한다 라고 했더니 대학 다니면서 일하는 거냐라고 물어봐서 졸업한지 10년도 넘었다고 이야기 해줫음 ㅋㅋ




스리랑카는 야생 동물들이 참 많은데 그래도 이런 대형 도마뱀도 있다니 깜놀..ㅋ 007 스카이폴 보면 코모도 도마뱀이 사람 잡아먹고 그러던데 ㅋㅋ



달디 단 도너츠와 스리랑카에서 맛보기 힘든 에스프레소로 아침을 


전날 올라갔던 언덕위의 사원의 모습



이곳이 스리랑카 불교 유적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을 불치사 Sacred tooth temple




부처에게 헌화하는 스리랑카 사람들. 참배실에서 있었던 평화롭던 순간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침을 즐기는 냥이님.. ㅋ


힌두 사원 사자를 탄 싱할족의 모습은 정말 스리랑카 현지인을 쏙 빼닮았음



갑자기 도심에 나타난 코끼리와 행렬들..




산책하다가 만난 코끼리


Kottu라는 스리랑카 요리. 맛있었음 ^^




2013.3.5

6시반에 캔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5:30에 일어나 준비하고 숙소를 나섬.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밤에 이야기할때 아침에 자기가 버스 타는거 도와 주겠다고 하더니 따로 운영하는 가게 문도 안열었다..-_-;;깨우기도 뭐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정류장 비슷한게 보여 거기 나와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버스 정류장이 맞다고. 거의 정확하게 버스가 도착해서 이번에는 짐칸에 배낭을 두고 버스를 탐.

그나저나 6시반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다들 어디 가는걸까? 3시간동안 덜컹거기는 버스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보니 캔디에 도착. 여기서도 뚝뚝 기사들이 숱하게 달려든다. 무시하고 론리플래닛에서 본 숙소를 찾아감. 론리플래닛 지도가 정확하다고 해도 랜드마크도 없고 해서 찾아가기가 참 힘들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워낙 길들이 구불구불하고 해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설명해줘도 알아듣기가 어렵다. 그래도 그렇지 도시에 큰 호수 하나 있는거 그거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ㅠㅠ

겨우 겨우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함. 깨끗하기도 하고 특히 앞에 마당에 접한 방은 내 방밖에 없어서 더 맘에 들었음 . 잠깐 쉬다가 싱할족의 문화 수도 캔디의 관광을 시작. 캔디 참 이름이 예쁘다. 물론 Candy 가 아니라 Kandy 이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 이름인가. 캔디는 부처의 치아를 모신 Sacred tooth temple이 제일 유명하고 스리랑카 현지인들에게는 성지라는데 거긴 내일 가보기로 하고,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하기도 하고 전날 만난 네덜란드 노부부가 멋지다고 추천했던  Botanic Garden을 보러 가기로 함.

일단 배가 고프니 근처 식당에서 라이스앤 커리와 로띠까지 하나 시켜먹고 있는데 거기 종업원이 떡하니 내 앞에 앉는다. 뭐지? 황당해서 쳐다보니 미국돈 가지고 있냐고 200$가 필요하단다. 정신이 좀 없는애인가 싶은데 그런거 같지는 않고 혹시 삥뜯는건가 싶은데 그것도 아닌거 같고 그냥 없다 은행가서 바꿔라 그러고 나옴.

Botanic Garden 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론리플래닛에 나온 번호의 버스는 없다. 여기저기 물어봐서 다른 번호의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 스리랑카는 버스가 불편하긴 하지만 정말 정말 싼데 도시간을 이동하는 거라면 100~200루피 수준 (우리나라돈 천원 2천원)이고 도시내 이동이라면 몇백원 수준이다. 얼마 안되는 거리임에도 교통체증과 소음으로 거의 혼미한 정신상태로 식물원에 도착

사실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온갖 진귀한 꽃들이 만발하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그런 낙원과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꽃은 없고 엄청나게 거대한 열대의 수목들이 많았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열대의 풍경들과 풍부한 태양과 비의 영향으로 하늘 끝까지 올라간 기묘한 나무들의 모습은 이게 열대 우림의 모습이구나 싶어서 좋았다. 중간중간 아무데나 퍼져서 쉬고 있으면 아니 뭐 스리랑카 젊은이들의 연애 행각이 그리 눈에 많이 보인는지 원. 오늘 평일인데 뭣들 하는거야 싶다. 정말 다리를 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다 쌍쌍이서 염장질을...

식물원에서 인상적이었던게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식물원에 놀러나온 스리랑카의 꼬맹이들. 체육시간인지 뭔지 애들이 단체로 나온것 같은데 숨도 쉬기 어려운 더위에 왜들 그렇게 깔깔대며 뛰어다니는지 ㅎㅎ 보고 있자니 웃겨 죽겠다. 호기심 많은 몇명은 옆에 와서 이것저것 말도 걸고 이름은 왜 자꾸 물어봐 ㅎㅎ 하여간 애들 노는거 보니 덩달아 유쾌해졌다. 또하나는 스리랑카는 유엔인가에서 정한 세계 생물 다양성 지역중의 하나라는데 자연 환경이 그렇게 풍부한 곳에서 인공적으로 자연을 흉내내고 비료를 이용해서 식물을 다듬는게 좀 아이러니 했다. 동물원의 기원이 원래 돈 많은 귀족을 위한 호사였다는데 가깝게 열대 우림이 있는 나라에서 열대 우림은 경제 성장을 위해 파괴하면서 한 곳에서는 인위적인 공원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걸 보러 온다는게 아이러니 했다.

다시 힘들게 버스를 타고 캔디로 돌아와 캔디호수가 보인다는 언덕위의 사원을 보러 감. 그런데 그길을 가다보니 주류샵들이 잔뜩 몰려있고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실 수 있는 로컬 바도 하나 있다. Bar라고 해도 말이 Bar이지 그냥 식당분위기에서 100% 현지 남자들이 술마시고 있는 분위기 ㅋ 사실 컨셉은 주류와 가벼운 안주를 파는 스페인의 타파스바와 비슷한데 분위기는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ㅋㅋ현지인들은 아락이라는 현지 술과 이것 저것 섞어서 마시는데 나는 그냥 라이언 라거 한병 시켜서 서서 한잔 마시다 보니 뭔가 무서운 곳에 들어온 것 같아 즐겁다 ㅎㅎ

언덕위의 사원은 사원 자체는 볼게 별로 없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캔디으 전경이 좋다. 시원한 바람 맞으며 캔디의 전경을 보고 있자니 여행중에 받았던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듯 하다. 생각해 보면 어떤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압도적인 풍광 맛있는 음식, 편리한 이동수단등등 좋기만 하기도 하고 어떤 여행은 그 와중에 커다란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어떤 여행은 실망하거나 그저 그렇다면 (나같은 경우는 실망하거 그저 그런 경우는 없었던듯) 어떤 여행은 순간 순간이 힘들고 고생이지만 그 속에 가끔 느껴지는 강렬함과 행복감이 존재하는 그런 여행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스리랑카 여행은 절대적으로 후자일 것이다.

무념 무상으로 경치를 구경하니 누군가 말을 건다. 호객꾼은 아닌거 같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기가 한국어 2급 시험을 볼 예정인데 한국에 취업을 좀 소개시켜 달라고 -_-;; 맘 같아서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있겠나 싶어 그냥 나는 그런 힘이 없다 대신 궁금한거 있음 물어봐라 라고 안쓰는 이메일 주소 알려주고 돌아섬.

저녁은 몇가지 로컬 음식을 싸가서 맥주와 함께 숙소에서 먹기로 하고 호수를 한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옴...


2주전에 종영되었다는 장금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ㅎㅎ 스리랑카 사람들하고 이야기 해보면 이영애 너무 이쁘다고 좋아하는데 나이 많은 남자랑 결혼했다고 이야기 해줬음 ㅋ

캔디의 시장


캔디 호수에서 바라본 불치사의 모습






열대의 풍경들...


조용하던 곳이 아이들로 왁자지껄해짐. 아휴 덥지도 않은가 왜들 그리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던지 ㅎㅎ

여기가 바로 로컬 바 ㅋㅋ

이렇게 한병 시켜서 스탠딩으로 한잔 ㅋ


캔디 시내의 전경


오늘 저녁은 이렇게...


2013. 3. 4

새벽에 엄청난 빗소리에 잠을 깼다.

헉 전날까지 그렇게 덥더니 왠 비...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겪었던 것 처럼 저렇게 세상이 떠나가라 오고서 갑자기 그치는건 아닐까, 제발 그래야 할텐데  생갃하며 다시 잠이듬. 그러나 야속하게도 아침 7시까지 비는 그치지를 않는다.

아 젠장 날씨가 안도와주는구나 ㅠㅠ 어떻게 할까? 작년에 스리랑카에서 우기에 여행하다 벼락 맞아 사망한 한국인 여행객도 있었다는데 산에 올라가야 하는 시기리야에 가야하나? 그렇다고 여기 머물러 있자니 여기서는 정말 할게 아무것도 없고, 폴로나루와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날씨야 어떻게든 바뀌겠지 하고 원래 계획대로 시기리야에 가기로 함. 다행히 버스는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출발하는데 어제는 친절하게 알려주던 주인이 오늘은 몇시에 출발하냐니까 말 바꿔서 그냥 비오는데 하루 더 있으란다. 에이 게스트 하우스 정내미 떨어져 쩝..

무거운 배낭과 우산까지 쓰고 정류장에 기다리니 다행히 곧 시기리야 가는 버스가 온다. 거리는 멀지 않아서 30분 정도 가니 차장이 이근처에 숙소 많다고 여기서 내리란다. 버스에서 내리니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보이는데 어디를 갈까 하는데 주인이 뛰쳐나와 자기네 게스트 하우스에 오란다. 그래서 따라가서 2000루피에 싱글룸을 잡음.

다행히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주인이 자기네 게스트하우스의 트리하우스를 보여준다고 데려간다. 가보니 이미 다른 여행객들이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와 정말 거기서 바라보는 시기리야 바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날씨가 흐려서 전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안개에 가려진 모습도 정말로 아름다웠다. 오기를 잘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함

숙소에서 시기리야는 걸어서 15분 거리라고 해서 근처에서 볶음 국수로 점심을 먹고 시기리야 바위를 보러 감. 스리랑카는 게스트 하우스, 식당 이런건 잘되어 있는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광 인프라는 정말 형편없다.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유적지라면 여기저기 안내판도 설치하고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 시스템도 손보고 그래야 할텐데 그런건 거의 안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됨. 시기리야도 입구가 어디라고 표지판이라도 설치할만한데 그런것도 없어서 입구를 잘못 찾아 들어감. 다행히 경찰이 중간에 입구까지 태워다 줘서 큰 고생 안하고 시기리야로 입장. 입장료는 3,750 루피로 무지하게 비싸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이 잔뜩 흐려 과연 관광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잘 정돈된 수로를 지나가니 드디어 시기리야 바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숲과 평원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의 모습은 그 모습 하나로만으로도 참으로 신비스럽고 숭고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자바위"라는 뜻의 "시기리야"는 5세기경 싱할라 왕조의 카샤파 1세라는 왕이 지은 성채라는데 동생과의 왕권 다툼에서 승리한 이후 인도로 도망간 동생이 다시 공격해올까 두려워 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성을 만들었으나 10년후 진짜로 동생이 공격을 해왔을때에는 분노에 불타 성 밑에서 싸우다가 패배한 후 자결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 시기리야 성은 수도승들의 수도처로 돌아갔으나 곧 잊혀지고 밀림 속에 방치되어 있다가 영국 식민시대 영국인들이 발견한 곳이라고 한다.

바위를 밑에서 보는 것뿐 아니라 예전의 성곽까지 올라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그나마 안전한데도 높이 올라가다 보면 순간순간 아찔한데 예전에는 이 길을 만들고 올라가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수직 계단을 올라가면 중간에 보존이 잘된 1500년이 넘었다는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도 보고 중간 지점에 오니 습도도 높고 기온도 올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여기서는 사자 발을 형상화한 입구로부터 다시 성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 멋진 사자문을 바라보며 있으니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땀을 식히고 있으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다시 정상가지 올라감. 정상에는 건축물도 거의 없이 폐허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열대의 풍경이 정말로 아름답다. 날이 좋으면 해지는 풍경을 보면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은데 아쉽지만 그래도 구름에 가려진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 옛날 왕족들이 즐기던 경치를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즐길 수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정글의 풍경을 보며 가지고간 책도 읽고 하다가 슬슬 내려와 숙소로 내려옴

숙소에서는 200루피에 자전거를 빌려줘서 자전거를 타고 시기리야 주변을 둘러보기로 함.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스리랑카 꼬맹이들이 손 흔들며 인사도 많이 해주는데 같이 답례하며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이 좋다. 오늘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 물어 물어 맥주를 파는 레스토랑을 발견함. 시원한 라이언 라거를 벌컥벌컥 들이키니 아 정말 살것 같다 ㅋ. 맘 같아서는 원없이 마시고 싶지만 맥주값도 비싸고 해서 2캔을 비우고 자전거 하이킹을 계속함. 음악 들으며 시기리야 바위가 앞에 보이는 오솔길을 자전거로 가는 것도 참 좋았다. 더 오래 타고 싶었는데 빗방울도 쏟아지기 시작해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서는 숙소에서 마련해준 저녁을 다른 투숙객과 같이 먹었는데 네덜란드 부부, 캐나다 할아버지, 독일 젊은 연인, 나 이렇게 6명이서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다. 이런 저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데 확실히 한국이 그동안 많이 알려지긴 했나보다. 예전엔  North or South? 이것만 물어봤는데 이번엔 한국 가보고도 싶다고 하고 강남스타일도 물어보고 그런다. ^^ 강남 스타일이 무슨 의미냐고 하길래 설명하는데 좀 어려웠다는 ㅎ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정에 대해 너무 혼란 스럽다. 여기도 좋다고 하고 저기도 좋다고 하고 또 혹해서 거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고 ㅠㅠ 다들 일정들이 길어서 여유있게 다 가는데 나는 일정이 2주라 그래도 짧구나..


숙소에서 바라본 시기리야 락.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이런 아름다운 정원길을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나타나는 압도적인 모습


예전에는 대나무로 되어있었다는 계단들. 걷다보면 아찔 아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1500년이 넘은 아름다운 프레스코 화








Welcome to the jungle

첨엔 원숭이인줄 알았는데 다람쥐 비슷한 거대 설치류.. 귀여운데 자세히 보면 넘 커서 징그러움.. 뭐지? 이 동물은


돌아올때는 구름이 걷혀서 전체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이언 스타우트가 전세계 맥주 덕후들의 호평을 받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달고 알콜향이 강해서 - 덕력이 아직 약한듯 ^^ - 라이언 라거가 입맛에 맞았음. 독일 라거 맥주와 비슷한 맛. 

자전거 빌려서 시기리야 락이 보이는 작은 도로를 달림. 행복하고 자유로웠던 시간 ^^

숙소에서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먹었던 커리앤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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