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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은 참 힘들었다.
스치듯 작별 인사도 없이 지나쳐간 사람이 있었고, 회사 일은 갈수록 꼬여가고, 새로 온 상사는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고, 거기에 기록적인 폭염까지.
매일 인간은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으며 그것이야 말로 인간성의 가장 위대한 면모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되뇌이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으니 ^^; (그런데 헤밍웨이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시간이 지나니 끝날 것 같지 않던 더위는 언제 그리 더웠나 싶게 수그러 들고 회사일은 조금은 정리되고 상처도 아물긴 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는 잠시 수면 밑에 있다가 언제가 다시 돌아와서 괴롭히겠지..
어쨌건 힘들었던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휴가를 한번 가고 싶었는데 10월에 오키나와에 가려고 했던 계획은 비행기와 숙소등을 다 예약했으나 휴가 일주일을 앞두고 또 회사에서 일이 생겨서 취소하고 연기했다가 이대로 연기했다가는 내년 봄의 긴 휴가 전에 못 쓸거 같아서 연말-연초 조금 어수선한 틈을 타서 휴가를 떠나기로 함.
첨엔 원래 가려고 했던 오키나와를 가려고 했는데 일기 예보 보니 비가 온다고 해서 - 실제로 당일에는 비가 안왔다. 웨더 채널이나 야후 날씨는 이제 믿으면 안되겠다 ㅠㅠ - 이왕 가는거 좀더 멀리 가보자 하고 갈만한 곳을 알아보다 회사 동료가 태국의 크라비라는 곳을 알려줘서 베트남 다낭, 필리핀 팔라완, 크라비 중에서 크라비로 결정.
그래서 크라비로 가는 항공권을 알아보는데 떠나는날 닥쳐서 알아보다 보니 최저가인 에어아시아는 예약중에(!) 가격이 갑자기 10만원이 오르고 그것도 모자라 짐부치는데 추가 비용도 있어서 이것저것 합치면 항공권이 너무 비싸다. 혹시나 해서 인천-방콕과 방콕-크라비를 따로 알아보니 이게 오히려 20만원쯤 싸서 제주항공과 태국 저가 항공인 타이라이언에어 두개를 예매.
떠나는 날 비행기가 저녁 9시 35분 비행기여서 고양이는 전날 부모님댁에 맡겨두고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캐리어는 지하철의 코인라커에 맡겨 두고 - 코인라커 첨 써봤는데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음. 맡길때 4,000원이어서 그정도면 괜찮네 했는데 찾을때 8,000원을 추가로 내라고 해서 놀람 ㅠㅠ 일본은 되게 쌌던거 같은데 - 5시에 칼퇴근 하려고 했는데 4시에 급작스레 회의가 잡히더니 5시 넘어서도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이어지다 5시 반 넘어서 퇴근.
양재에서 짐을 찾아 공항에 가니 제주 항공은 줄이 정말 길어서 한참만에 체크인을 하고 입고 갔던 패딩을 맡기려고 한진택배를 찾아 공항 반대편까지 걸어 갔더니 유료로 패딩 맡아주는 서비스는 종료되었다고 한다. ㅠㅠ 홈페이지에는 그런 얘기 없던데. 결국 패딩 보관은 하루에 2,000원인데 그냥 수화물 보관으로 하루에 4,000원을 주고 패딩을 보관함 ㅠㅠ 어우 아까워 이럴줄 알았음 얇은 옷 입고 올걸.
면세점에서는 래시가드를 사려고 했는데 래시가드 파는 브랜드는 그새 철수했다고 하고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이어폰 찾으러 갔더니 제주항공 이용객이 찾는 곳은 공항 반대편에 있단다 ㅠㅠ 정말 한참을 걸어서 이어폰 찾고 나니 배도 고프고 해서 - 제주 항공은 기내식도 없으니 - 여행 전에 항상 들려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현대카드로 라운지에 갔더니 영업 시간이 끝났단다. 안에서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만 ㅠㅠ 아이고 이거 뭐 처음 출발 부터 이렇게 꼬이냐
결국 그냥 타코벨에서 맛없던 브리또 하나 사먹고 비행기에 타니 비행기는 한시간 연착 ㅎㅎ
7시간 정도 비행을 하고 나니 새벽 3시쯤 태국에 도착. 공항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사먹고 의자에 누워서 잠깐 눈붙이고 일어나서 첫 셔틀 버스를 타고 크라비로 가는 태국 국내선을 타러 돈무앙 공항으로 이동. 돈무앙 공항에서는 1시간 정도 비행기로 가니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크라비에 도착.
호텔에 체크인 하고 호텔 스탭에게 추천받은 태국 음식점에서 정말 맛있었던 첫 식사를 하고 나니 여기까지 오느라 한 고생이 모두 잊혀진다. ㅎㅎ
점심을 먹고 나서는 근처의 아오낭 비치와 라일레이 비치를 가보기로 함. 라일레이 비치는 배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푸른 바다와 깍아지른 듯한 절벽 그리고 넓은 백사장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매일 빌딩 숲속에서 살다가 이런 탁트인 경치를 보니 얼마나 좋던지.
따듯한 열대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해변가도 걷고 비치 타월 깔고 누워 있으니 까무룩 잠이 든다. 얼마나 잤을까 어느덧 숙소가 있는 아오낭 으로 갈 시간. 배를 타고 아오낭 비치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져간다. 구름이 많아서 석양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지는 바다도 바라보고 아오낭 거리도 구경하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내일은 일찍 스쿠버다이빙 하러 가야하니 일찍 숙소로..
앞으로 가능하면 제주항공은 이용할 일이 없기를..
쏨땀과 그린커리로 첫 식사. 아 저 매콤 새콤한 쏨땀 또 먹고 싶다 ㅠㅠ
아오낭 비치
라일레이 비치
태국 길냥이들은 너무 순해서 사람이 다가가면 도망가는게 아니라 쓰다듬어 달라고 다가와서 사진찍기 힘들었다. 우리 레오 생각도 나고 ㅠㅠ
라일레이 비치의 반대편은 이런 모습
에버필터인가? 앱으로 합성도 한번 해봄 ㅋㅋ
아오낭 비치의 일몰
저녁은 똠양꿍과 바질 돼지고기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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