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7

도저히 잠이 안와 뒤척이다 겨우 잠들어서도 몇번을 깼다
자학과 후회를 거듭하다 보니 여행 기분도 안나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카메라 가격에 비하면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출국하면서 메리츠 보험에 여행자 보험을 들어 놓은게 있어서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러 경찰서로 찾아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일요일의 바르셀로나 거리를 우울한 맘으로 걸어 경찰서에 들어가니 도난당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몇명의 사람들이 나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나이 많은 노년의 부부와 중년의 부부 이렇게 두쌍이 나말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만큼의 손해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과 무엇보다 부부끼리 서로 의지하는거 같아 어설프게 혼자 다니다가 사고를 당한데다 의지할데도 없으니 더 속이 쓰리다.
앞으로는 혼자서는 다시 여행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분실 확인서를 받아서 경찰서를 나옴

이왕 이렇게 된거 다 잊자. 어차피 사진 뭐 사실 보여줄 사람도 없고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는데 더 중요한건 내 자신의 경험이겠지..사진이야 보험금 보태서 적금이라도 들어서 ㅠㅠ 나중에 더 좋은거 장만하자 뭐 이런생각으로 맘을 달래며 뒤늦은 오늘의 일정을 시작

어제는 바르셀로나의 중심인 람블라거리와 구시가지인 바리고딕 그리고 피카소 박물관과 누캄프 (ㅠㅠ)를 갔었는데 오늘은 바르셀로나 관광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을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 파비우 병원, 구엘공원, 라페드레라를 가기로 함. 무거운 마음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설레임보다는 자꾸 회환만 자꾸 들었지만 그래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에서 내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직접 봤을때는 정말 놀라왔다.

가우디가 평생에 걸쳐 만들었고 80년째 건축중이며 2020~2040년에 완공 예정이라는 성당은 크기와 아름다움에서 완전히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고딕, 이슬람, 모던, 카탈로니아 스타일이 혼재된 성당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웬지 모를 공포감이 느껴졌는데 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첨탑에서 느껴지는 고소, 폐쇄적 공포때문에 아마 더 그런듯 한데 전체적으로 아름다움과 기괴함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특별히 성당 안에서는 조용한 성가를 가끔 틀어줬는데 그걸 들으면서 성당안을 걷다보니 무거운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앞으로 이런 위안이 되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를..

무거운 마음을 풀고 싶었는데 마침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나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이후에 싸구려 똑딱이 카메라를 사기는 했지만 이때는 카메라도 없이 다녔는데 사진도 찍어주시고...(받지는 못했지만..-_-;;)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보니 아픈 마음도 조금은 위로가 되어 무척이나 감사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나와서는 성파비우 병원을 잠깐 보고 가우디가 만들었다는 구엘 공원을 보러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가우디 박물관과 가우디가 디자인한 운동장과 동상등을 둘러보고 이번에도 가우디가 만든 아파트인  La pedrera (까사밀라라고도 하는)로 이동. 어제 구입한 바르셀로나 아트티켓으로 입장이 가능하여 입구에서 아이폰으로 사진 몇장 찍고 ㅠㅠ 내부를 둘러봄.

처음 간곳은 옥상의 테라스였는데 넓직하고 개방된 그런 옥상이 아니라 완만한 굴곡이 반복되고 거기에 가우디풍의 신비로운 조각품들 그리고 중정이 만들어 내는 공간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공간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이었다.
라페드레라에서 람블라 거리로 조금 걸어내려가다 보면 가우디의 또다른 작품인 카사바트요를 볼수 있다.
그러고 보면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었는지 참으로 감탄 스럽다.

저녁을 먹으러 람블라 거리를 걷는데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어제 만큼의 활기는 없다. 같이 동행한 분들과 여행 이야기 스페인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짐

속상한거야 어쩔수 없고 돈은 너무나 아깝지만 그냥 아쉬운 생각은 줄이고 좋은 기억만 마음에 담아가야겠다.
사진대신 글도 더 쓰고 책도 더 읽고 사람들도 더 만나고 갈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울 돌아가면 새로운 환경일텐데 그 생각에만 집중하기!

바르셀로나 경찰서에서 받은 Police report 그래도 저거 덕에 메리츠 화재로부터 40만원 보상 받았다.
고마워요 메리츠~ ^^;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 외부..날씨가 더 좋았으면 참 멋졌을 텐데..



가우디가 설계한 구엘 공원과 구엘공원을 상징하는 도마뱀 조각상



까사밀라. 라 페드레라..저런데 살면 참 좋을듯 ^^


숙소로 오는길에 있었던 또하나의 가우디의 작품. 까사 바트요
2010.01.16

흑흑...
이날은 뭐 쓰고 싶지가 않다.
아마 인생을 통틀어서도 가장 나쁜 사고중 하나가 아니었을까나...ㅜㅜ
이후 여행의 의미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여행중 최고의 위기..
여행자들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될줄이야
그렇게 여행 떠나면서부터 걱정 했건만


카메라를 도둑 맞고 말았다..

아침에 브엘링 편으로 바르셀로나로 이동해서 하루종일 구시가지 쪽을 걸어다니다가
누캄프에서 바르셀로나와 세비야의 축구경기를 보고 (축구를 밤 10시에 하다니..ㅠㅠ)
더구나 비가와서 비를 피하느라 맨뒤에서 서서 보느라 많이 피곤해서
지하철에서 잠깐 주의를 게을리한 사이에 그만...ㅠㅠ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다 정리하고 집에 가고 싶을 지경..
일단 숙소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는데 잠도 안오고 하소연할 사람도 없고...
어떻게 맘 회복해서 남은 여행 잘 다닐수 있을까..ㅠㅠ

어흑...여기까지는 좋았는데..ㅠㅠ
메시, 사비, 즐라탄, 뿌욜, 이니에스타등 베스트 멤버 다 나와서 멋진 경기 끝에 4-0으로 승리
오랜 바르샤 팬으로 감개 무량했는데 지하철에서 카메라 도둑맞아서 너무 슬펐다..ㅠㅠ
에휴 그돈이면...흑...
2010. 01.15

죽은듯이 자고 일어났더니 체력이 좀 보충이 된 모양
(평소 안오던 전화가 새벽에 두통이나 와서 자다가 깼다..-_-;;)
마드리드 근교의 톨레도를 가기로 하고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일찍 숙소를 나섬

메트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가서 톨레도행 버스 티켓을 끊고 버스를 타고 톨레도로 이동
톨레도는 이슬람 스페인의 중심도시중의 하나로 이슬람 왕국이 시작되고 강성했을때의 수도이며 이후 Reconquesta를 통해 카톨릭이 다시 점령했던 지역이며 그시기 동안 유대인들이 함께 살았던 3개의 문화가 뒤섞여 있는 도시로 성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 유적으로 지정.

론리에서 톨레도 지역을 걸어서 다니는 3시간의 Walking Course를 추천해서 그길을 따라 가이드북을 들고 톨레도 골목 골목을 헤매 다님. 건물, 길들 모두가 족히 수백년은 됐을것 같은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메고 다니니 자유가 한껏 느껴진다.
톨레도의 가장 핵심인 대성당은 밖에서도 정말 멋진데 안에서 보는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그러고 보니 이슬람 건물은 그동안 접해봤는데 유럽 중세 시대의 건물은 처음 본 듯한데 고딕식의 높은 천장과 기둥이 만들어 내는 숭고함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이 만들어 내는 조화 그리고 화려한 조각상들과 그림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대성당을 지나 톨레도의 곳곳을 걸어다니다 보니 톨레도 만큼이나 주변의 경치도 아름답다.
전형적인 유럽의 평화로운 농촌 분위기 ^^
톨레도의 식당에서 맛있는 맥주를 곁들어 식사를 하고 톨레도의 전경이 좋다는 파라도르로 이동
(스페인 국영 호텔인데 유명한 관광지에는 대부분 하나씩 있다. 최신 건물을 이용하지 않고 오래된 수도원등을 호텔로 개조했다는데 전망이 다 훌륭하다고 함..내가 가본데 중에는 톨레도, 네르하, 론다, 그라나다 이런데 파라도르가 있었는데 예산때문에 이용은 못해봄 ^^)
파라도르에서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시켜서 전망대에서 톨레도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좋긴한데 아쉬움과 외로움이 살짝 ^^;;

이제 톨레도를 떠나 마드리드로 돌아올 시간 마드리드로 돌아와서는 레이나 소피아 박물관으로 감
레이나 소피아는 7시부터 무료입장..일요일은 종일 무료라는데 맘만 먹으면 무료로 훌륭한 박물관을 마음껏 볼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스페인 사람들이 부럽다.

어제의 프라도 박물관은 회화가 전적으로 시각적 재현의 예술이었을때 역사적, 신화적, 성서적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재현하던 시기의 예술이었다면 레이나 소피아는 사진과 영화의 발명으로 재현과 스토리의 예술을 20세기의 예술에게 넘겨진 이후의 미술들-입체파,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모더니즘 등등..-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데 전날 본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보니 회화의 역사와 미학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던거 같아 참 좋았다.

특히 레이나 소피아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가 전시되어 있는데 - 나치가 이런 흉물스런 작품을 누가 만들었냐고 했더니 피카소가 당신들이 만들었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 처음보는 순간 정말 가슴이 턱 막혀 오더라
스페인 내전시기 비극적 참상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해야할까..한참을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미로와 달리등의 다른 현대미술 작가들과 3,4층의 설치 작품을 보고나니 어느덧 폐관시간.

스페인에서는 타파스 바라고 해서 맥주바가 유명한데 생맥주와 함께 타파스라고 불리는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여러가지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에서본 타파스바를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금요일 밤이어서 그런지 발디딜틈조차 없다..잠깐 들어가 보았으나 혼자 거기 낑겨서 먹기가 좀 머해서 근처의 좀 한가한 바에서 생맥주 한잔 마시고 돌아옴..좀 아쉽긴 했지만 내일은 바르셀로나로 아침에 떠나야 해서 숙소로 귀가

마드리드 시내 SOL 광장의 저녁 풍경.. 밤새 술집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프라도 미술관


톨레도 대성당


파라도르에서 바라본 톨레도의 전경...사진이 적은건 다 이유가...ㅠㅠ


우연한 기회에 얻게된 황금같은 2주가량의 휴가
눈치밥 먹으면서 그동안 휴가들 길게 다녀오긴 했지만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어서 평소 가기 힘든 먼곳을 찾다가 처음 생각한 곳은 남미의 멕시코!
카리브해의 멋진 해안과 아즈텍 문명 테킬라와 정열적인 멕시칸들! 이런 기대를 가지고 항공사 홈페이지를 며칠간 싹 뒤졌으나 정말 표가 한장도 없더라..-_-;; 아니 멕시코가 그리 인기 여행국이었던가..

그래서 남미는 뭐 다음으로 미루고 찾아보니 멕시코뿐 아니라 웬만한 국가는 남아있는 티켓이 없다.
이런 방학이라 그런가..그래도 예전에 터키도 이집트도 정말 금방 표 구해서 갔었는데.
그래서 그때부터 가고 싶은 나라보다 표가 있는 나라를 찾다가 나온게 요르단/시리아, 모로코, 그리스, 스페인등..
(공통점은 중동 국적 항공사-에미리트 항공, 카타르 항공-들이 가는곳)
첨엔 중동을 한번 더 가보고 싶어서 요르단/시리아를 갈까 하다가 요르단/시리아는 좀더 짧은 시간에도 볼수 있을것 같아 스페인으로 결정.

그런데 스페인이라..
내가 스페인에 대해 알고 있는게 뭐지..
일단 토레스와 사비, 이니에스타, 뿌욜..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나라. 그리고 스페인 내전, 아메리카 문명 멸망의 원인이 되었던 지리상의 발견의 중심국가 뭐 이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잘사는 전형적인 유럽국가쯤 되겠지..
그래서 이제 비행기 티켓을 끊고서 부지런히 여행 정보를 모으기 시작함. 많은 사람들이 여행전에 어떤 아나운서가 썼다던 "스페인 너는 자유다" 또는 오기사인가 하는 일러스터의 일러스트 여행기를 추천하던데 개인적으로 과장되고 감상적인 여행기류를 별로 안좋아해서 이정도는 읽어야지 하고 호기롭게 스페인의 근현대사가 실려있는 "스페인내전"을 구입.

그런데 막상 배송받고 보니 무려 700페이지 분량에 심지어 하드커버 ㅠㅠ 결국 그책은 다 읽을 시간도 없고 여행에 가져가는것도 오바인거 같고 - 짐쌀때까지만 해도 넣었다 뺐다 했었음..^^;;- 해서 그냥 가벼운 책 두어권을 가져가고 스페인의 역사등은 론리플래닛에 나온 정보와 카페에서 알게된 정보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놀란점 몇개
아니 스페인은 무슨 소매치기의 국가인가? (결국 소매치기의 국가가 맞았다 ㅠㅠ)

(아 이걸 미리 봤었으면..ㅠㅠ)

 
카페 여행기의 거의 1/3은 스페인 소매치기에 대한 이야기 ㅜㅜ 수법도 다양하고 피해 사례도 다양하던데 떠나기 전부터 겁이 덜컥..원래도 잘 잃어버리고 다니는데 큰일 났네.. 미리 알았으면 다른데를 갔을텐데 이미 티켓은 예매 완료 ㅜㅜ

그리도 두번째로 놀란건 스페인의 파란 만장한 역사
사실 모든 국가의 역사가 자세히 보면 파란만장할테지만 론리 플래닛을 통해 잠깐 살펴본 스페인의 역사 또한 참으로 흥미로웠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있는 위치,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위치덕에 수많은 민족들이 스페인을 거쳤으며 (페니키아, 베르베르, 고트, 로마, 무어...) 유럽의 뿌리인 로마부터 이슬람 문명 합스부르크 왕조, 무적함대의 시대를 거쳐 군부쿠데타와 전세계 이념의 격전장이었던 스페인 내전-촘스키 교수가 꿈꾸던 아나키즘이 실현되었었던 - 그리고 프랑크 독재시대를 지나 현재의 유럽식 민주주의까지(프랑코가 죽은게 1975년 이었다는데 어떻게 그리 빨리 민주화가 될수 있었을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프랑코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박정희의 죽음과 오버랩되는데 지금 우리나라 보면 어휴..)

하여간 스페인의 과거와 현재를 이번 여행에서 만나기를 바라며 24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
마드리드에 내리자 마자 여행지에 도착하면 느끼는 설레임과 약간의 두려움과 특히나 정신 바짝 차리자고 생각하며 혹시 모를 소매치기를 조심하며 숙소로 이동
소매치기 많다길래 무슨 슬럼가 같은걸 생각했는데 (확실히 심야의 지하철은 슬럼가 수준이긴 하다) 낮에는 생각보다는 평화롭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을 가진게 소매치기 당한 원인이었던 듯..ㅠㅠ)

숙소가 있는 SOL 역에 내리니 드디어 내가 유럽에 왔구나 라는 생각에 웃음이 실실 나온다.
층낮은 오래된 건물과 좁고 복잡한 도로, 거기에 느긋해 보이는 유러피언들..
숙소에 체크인한후 마드리드 중심가를 둘러보다 6시 무료 입장 시간에 맞추어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함

사실 마드리드에 박물관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왔는데 프라도 미술관 가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아니 스페인에 이렇게 많은 미술가들이 있었던가..
고야, 보쉬, 벨라스케스, 루벤스, 라파엘과 카라바지오 등등.. 미술책에서 한번씩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거장들의 그림을 직접 눈앞에서 보다니..특히 벨라스케스의 그 유명한 그림과 보쉬, 루벤스, 고야의 어두운 그림들은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여행 떠나기 전부터 환송회다 뭐다 해서 술도 많이 먹고해서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긴 비행시간에 시차로 몸이 너무나 무겁다.
입맛도 별로 없고 해서 숙소 근처의 유명한 카페에 가서 핫초코와 츄러스 (맛있었음!)로 저녁을 대신하고
숙소로 돌아가 첫날밤을 보냄..
2009. 08. 24
 
나는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슬프도록 못나고 어리석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비참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은 경쾌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화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고귀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거칠었다.

세계는 좋았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몸에 그것을 옮겨 적어 보았다.

- 후지와라 신야 인도방랑 중

혼돈이라는 말이 너무나 어울리던 카이로의 첫인상,
웅장했던 아부심벨과 아름다웠던 룩소르의 유적지들
한낮의 살을 뚫을 듯한 햇살 아래를 걸었던 아스완의 거리,
낮동안 더웠지~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해질녁 나일강의 바람과 해가 지면 더 활기 차지는 이집션들..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눈시린 홍해의 푸른빛과 그 속의 풍경들
지중해 바람 맞으며 걸었던 알렉산드리아와 진한 에스프레소
사막이 보여주던 낮과 밤의 또다른 풍경들..카이로의 야경과  이집트 박물관의 놀라운 유적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중에 만났던 좋았던 사람들..


막상 이집트를 떠나자니 너무나 아쉽다.
이번 여행은 이걸로 끝나지만 모든 여행은 어차피 아쉬움을 남기는 법
언젠가 또 배낭하나 들고 아이팟과 카메라, 책 몇권 챙겨서 떠날수 있겠지
그럴 기회가 될때 다시 또다른 세계, 또다른 경험을 위해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조금의 여유를 잃지 않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동행이 생긴다면 더 좋고 ^^

최근에 개봉한 영화중 픽사의 UP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자막 버전과 3D 번역 버전 두번을 봤는데

(이하 스포일러 있음)

영화 모든 부분이 재미있고 특히 앞부분의 두 부부의 개인사는 두번 모두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ㅠㅠ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 프레데릭이 어렵사리 목적지에 도착해서 와이프가 남긴 앨범을 볼때이다.
어릴적부터 해보고 싶었던 모험의 계획이 담긴 앨범의 뒷부분은 모험으로 채우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당연히 비어 있을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 빈칸들은 두 부부가 함께 한 일상들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었고 와이프 앨리는 프레데릭에게 "Thanks for the adventure, Take your new one"이라는 말을 남긴 것..
그부분을 보면서 요란법석의 모험뿐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엘리가 말한 아름다운 adventure 라는 생각에 가슴이 찡했다.
돌아오는 길 UP 영화를 떠올리면서 나도 이제 여행지가 아닌 일상에서 새로운adventure를 할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으로 돌아옴...



구글 맵에 표시해본 여행지들
http://maps.google.com/maps/ms?hl=en&ie=UTF8&msa=0&msid=103157471146698951663.000470c47f3be2ca4e8f9&ll=27.15692,31.376953&spn=12.473384,18.083496&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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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사막에서의 일출을 보고 정리후 다시 카이로로 돌아오니 오후 3시
이제 이집트와 카이로에서 마지막 밤이다.
씻고 숙소를 나와 올드 카이로도 가보고 나일강변도 가보고 함
그렇게 복잡하던 카이로도 일요일이라 조금은 한가하고 괜시리 정겨운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과 함께 그동안 찍은 사진을 살펴보니 사진찍을때의 기분과 감정이 살아나 무척이나 행복하다.
아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

나일강변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카이로의 야경을 구경하다 아쉬운 발걸음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옴..
안녕 카이로~ 안녕 이집트~




카이로의 소소한 관광지들..올드 카이로 부근


마침 여행 말미가 라마단 기간이었는데 금식의 시간이 끝나고 식사 후 예배를 드리는 무슬림들..





이집트를 떠나오는 날 들렸던 이집트 박물관.. 안에서 사진은 못찍었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놀라운 유적들로 가득
네페르티티의 미완성 흉상과 투탄카문의 유물등은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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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질때 사막은 낮의 황량함과는 또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태양이 지평선을 넘어가면 고요한 적막하에 하나둘씩 점점히 나타나는 별들..
모닥불을 피워두고 사막한가운데 누워 조용히 바라보는 별들은 정말로 로맨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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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2

이제 여행도 끝나간다.
처음 카이로에 도착했을때의 그 충격에 아 어떻게 2주를 보내나 다른데 갈걸 그랬나 하던 걱정을 정말로 했었던가 싶게 하루하루 너무 즐겁고 알차게 보낸것 같다.
다시 서울로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두려울 지경

여행의 마지막은 사막투어
아침 일찍 일어나 터미널에서 사막이 있는 바하리야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서 투어의 일행을 만나 사막에서 1박 2일을 보내는 프로그램

룩소르에서처럼 친절한 여자분들과 투어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
이번에는 리비아에서 파견근무하다 4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무뚝뚝한 남자 두분과 일행이 되었다.
(머 나중에는 친해져서 술도 나눠먹고 아니 얻어 먹고 했다 ^^ 밤에 모닥불 피워놓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나이를 물어보길래 내 나이를 알려줬더니 너무 깜짝 놀라 웃겼음.. 하긴 다들 놀라긴 하지만..
여행지에서 머 나이가 무슨 상관이라고 만나면 다 친구지 ^^)

사막의 풍경은 참으로 신비로웠다.
정말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풍경이라니
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까지 쓸쓸해지는 느낌이다. 산울림의 '나의 마음은 황무지' 이 노래도 떠오르고
그런데 사막 모래를 맨발로 걸으며 바람소리를 들으면 쓸쓸한 마음은 어느새 고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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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1

원래 계획에는 알렉산드리아는 없었는데 카이로의 번잡함이 싫어서 급추가된 여행지
계획대로 라면 12시 버스가 6시쯤 카이로에 도착하면 기차표를 끊고 숙소에 짐 놓고 대충 씻은후
기차로 알렉산드리아 가서 막차타고 돌아오는 계획이었는데 제길..버스가 중간에 퍼져버렸다...
그나마 다행히 카이로 근교에서 퍼져서 지나가던 다른 버스를 타고 카이로까지 왔더니
예상한 시간보다 한시간 반이나 늦은 시간..알렉산드리아 갈수 있을가 싶었는데
마침 섬머타임이 해제되는 날!! 덕분에 공식 시간은 6시 반이어서 한시간을 번셈.. 이런 행운이 ^^
그래서 계획대로 역에 가서 기차표를 끊고 숙소로 가서 짐 놔두고 대충 씻은 후 다시 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로 이동~

알렉산드리아까지 가는 기차는 1등석을 이용했는데 우리나라 우등고속 수준으로 좌석이 훌륭.
에어콘이 너무 강해서 덜덜 떨며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함
또하나의 새로운 도시와의 만남이구나 ^^

카이로로 돌아갈 기차표를 예매하고 좀 헤매다가 지중해를 보러 감
터키 안탈랴에서 봤던 맑은 바다를 기대하고 바다가 보이자 뛰다시피 해서 바다를 보니...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던지..좀 많이 실망하고 말았다...거기다 바다에 접한 건물들은 예쁜거하고는 거리가 먼게 마치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인더스트리아를 보는듯..ㅋ

그래도 햇살은 뜨거우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다. 여기서도 론리플래닛 추천 음식점에서
새우를 잔뜩 먹고 알렉산드리아 박물관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보러 감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마이우스가 세운 고대 최대의 도서관이 있던 자리
인류가 그때까지 쌓아왔던 지식을 모아두었을텐데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알수 없는 이유로 파괴된 고대 도서관을 기념하고자 새로 지은 알렉산드라 도서관은 그 의의가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인류 문화를 남기고 전달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같아서 말이지

세계의 모든 문자를 표시했다는 외관등은 멋진데 안에 장서는 생각보다는 그리 크지 않던데 ^^;;
그 좋은 도서관이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가는 용도가 아니라 관광지로만 쓰이는것도 좀 의아했음

카이로로 돌아오는 길에는 알렉산드리아의 전통있는 카페 골목에서 디저트도 먹고
진한 에스프레소도 마시면서 여유롭게 있다










먼 옛날 고대 7대 불가사의 였다는 파로스의 등대가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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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오픈워터 다이빙의 마지막날
어제 맥주를 마시고 좀 늦게 들어와서 술기운에 시험까지 봐서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서
이제 두번의 다이빙만 하면 나도 오픈워터 다이버^^

전날처럼 일찍 일어나 렌즈를 콘택트렌즈를 끼고 다이빙 교육을 받으러 감
처음 입수할땐 아무래도 낯선 환경때문에 조금 긴장이 되는데 세네번 물속에서 호흡하면 금새 익숙해진다.

물속에서 몇가지 연습을 한후 강사를 따라 자유유영.
이제 많이 익숙해져서 너무나 신나고 재미있다. 화려한 산호와 산호초 주위를 우아하게 유영하는 온갖 종류의 형형 색색의 물고기를 수족관이 아니라 눈앞에서 보다니..

여기서도 며칠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뭐 살다보면 홍해가 아닌 다른 바다에서 심화과정 교육도 받고 펀다이빙도 할수 있을 기회가 있겠지
다른 좋은곳에서 꼭 그럴수 있기를..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시내에서 이집트 여행중 젤로 비싼 식사를 하고 밤 12시 버스를 타고 다시 카이로로 이동



숙소를 나서니 후루가다의 일몰이 펼쳐진다...



우리나라돈으로 25,000원쯤 준 스테이크..맛있었음 ^^


앞자리는 사람대신 고양이들 ㅎㅎ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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