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3

다카마쓰하면 제일 유명한게 우동(ㅋㅋㅋ)이고 두번째가 리쓰린이라는 공원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오시마라는 섬이다. 
나오시마는 버려진 섬을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서 활성화시킨 곳으로 예술을 통한 지역활성화의 사례로도 많이 꼽히는 곳이기도 한데 꼭 여기 때문에 다카마쓰에 온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가볼수는 없는 일. 아침 일찍 일어나 8시 12분에 있는  첫배를 타고 나오시마로 이동.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까지는 배로 50분쯤 걸리는데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우리나라 바닷가의 풍경과 너무 비슷하다. ㅎㅎ 

나오시마는 걸어서도 다닐수 있는 크지 않은 섬이라 자전거를 빌리기로 하고 인포메이션에 물어서 자전거를 빌리러 가니 줄이 벌써 길게 서있다. 자전거 빌리는데 뭐 얼마나 걸리겠나 싶어서 뒤에 줄을 서 있는데 좀처럼 줄이 줄지를 않는다. 내 앞에 넉넉 잡아 20명정도 서 있던거 같은데 자전거 타고 가는데 거의 50분쯤 걸린듯 -_-;;;  아니 신분증 맡기는 것도 없고 그냥 이름 적고 키 받아가면 되는데 도대체 왜그렇게 오래 걸리는건가 싶어서 나중에 보니 무슨 안내를 엄청 길게 하데... 나는 외국인이라 그런 것도 없이 5분도 안걸렸는데 일본인들은 도대체 뭔 상담들을 그렇게 하는지 원 ㅠㅠ

자전거를 타고 간 첫번째 목적지는 안도 뮤지엄과 오래된 가옥들을 전시장으로 꾸민 집프로젝트 (이에프로젝트)를 볼수 있는 혼마루 지역으로 향함. 지나고 나서 보면 안도 뮤지엄하고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지중미술관하고 헷갈려서 혼마루 지역으로 먼저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이 많은 지중 미술관 지역을 먼저 가서 보고 혼마루 지역은 나중에 갔으면 어땠을까 싶긴하다. 

첫번째 목적지인 혼마루항으로 가는 길은 조용하고 자전거 타기도 좋아서 음악 들으며 가는게 상쾌하다. 물론 길치답게 중간에 잘못된 길로도 가긴 했지만 작은 섬이라 금방 목적지에 도착. 지중미술관인줄 알고 간 안도 뮤지엄은 첫눈에 착각했구나 알아차렸는데 오래된 가정집 한채에 들어선 아주 아담한 박물관. 입장료가 500엔이라 들어갈까 말까 하다 갔는데 솔직히 500엔이 좀 아까웠다. 안도 다다오의 유명한 건축물 중 나오시마에 있는 3개의 건물 - 지중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베네세 아트하우스 -에 대한 스케치와 모형, 그리고 빛의 교회의 사진이 전부 ㅠㅠ 건물 내벽은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긴 했다만 그래도 좀 아쉬웠음.. 안도 뮤지엄을 나와서는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난 골목길이 예뻤던 마을을 좀 걷다가 지중미술관으로 향함

지중미술관은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에 제임스터렐, 클로드 모네, 월터 디 마리아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인데 나오시마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싶다. 미술관을 가니 여기서도 줄이 길다. ㅠㅠ 아침 일찍 왔어야 하는데 아쉬움을 곱씹으며 기다리다 드디어 입장. 안도 다다오 건물은 도쿄의 롯본기 미드타운에 있는 박물관과 우리나라 뮤지엄 산 두군데를 가봤는데 뮤지엄 산하고 느낌이 참 비슷하다. 노출콘크리트와 직선으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외양이지만 파격적인 사선과 예각, 갑자기 나타나는 중정과 자연풍경에서 빚어지는 변화 무쌍함이 건물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데 거기서 보는 제임스 터렐이나 월터 디 마리아의 작품이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제임스터렐 작품도 뮤지엄산에서 봤는데 작품만 놓고 보면 뮤지엄 산이 작품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듯 ㅎㅎ 그래도 역시 빛과 공간만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은 여기서도 무척이나 신비로웠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도 4개가 전시되어 있는데 거대한 흰 벽면에 자연광을 받아 전시된 작품은 개개의 작품으로써분 아니라 전시된 공간 자체와 공간을 돌아다니는 관람객들 까지도 하나의 작품 같아서 좋았다. 입장료가 2,000엔쯤 했지만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던 지중미술관을 나와서는 우리나라 작가인 이우환 미술관으로 향함. 여기도 안도 다다오가 설게한 곳이라던데 규모가 지중 미술관보다는 작아서 아담한 느낌의 미술관을 보고나서는 나오시마의 상징이 되버린 쿠야마 야오이의 노란 호박을 보러 감

노란 호박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러 자전거를 힘겹게 끌고가다 내리막부터는 시원하게 다운힐 해서 도착해서 보니 노란 호박과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 줄이 매우 길다. ㅎㅎ 예전에 대만에서 예륜(?) 인가 갔을때 네페르티티를 닮은 바위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생각나서 웃겼다. ㅎ 나는 딱히 인증샷 찍을 생각은 없고 다른 사람들 사진찍는거 구경하다가 근처 바닷가도 산책하고 하다보니 어느덧 오후 늦은 시간. 그때까지 맥주를 한잔도 못했더니 맥주가 너무 고프다. ㅎㅎ 다시 자전거로 혼마루로 이동해서 맥주 파는 바를 기어코 찾아내서 ㅎ 마침 나처럼 맥주를 마시던 일본인 노부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시원하게 맥주 한잔 마시고 다카마쓰로 돌아오는 배를 타기 위해 미야노우라 항으로 복귀

점심도 지중 미술관에서 샌드위치로 때우고 하루종일 자전거 타고 다녔더니 너무 배가 고프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맛집 찾아보니 우동으로 유명한 곳은 너무 멀던가 점심장사만 해서 겨우 찾은 곳이 숙소 근처의 -----. 거기서 고기 우동 하나 먹었는데 내가 기대한 달짝지근한 다시 굴물이  있는 우동이 아니라 거의 비빔우동에 가깝긴 했지만 면발도 쫄깃하고 맛있었다. 작은 사이즈로 먹고 돌아다니다 맥주나 한잔 해야겠다 했는데 작은 사이즈로 먹어도 배가 너무 부르다. ㅠㅠ -------마치 거리를 돌아다니며 선물도 사고 스타벅스 가서 커피도 마시고 하다보니 어느덧 숙소로 돌아올 시간. 숙소로 돌아오다 그냥 들어오기 조금 아쉬워서 그냥 눈에 띄는 조용한 선술집에서 야끼도리랑 맥주 한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옴.. 


나오시마의 상징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이 반겨준다. 


집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다보면 군데군데 이런 아기자기한 전시장들이 보인다.
여러군데의 프로젝트를 갈수 있는 세트권(?) 같은게 있나 보던데 나중에 알아서 못가봐서 좀 아쉬움


이건 예술과는 관계 없이 빈집이던데 부동산에서 팔려고 내논 집인가? ㅎㅎ 


오래된 골목들이 참 정겹다.


귀여운 고양이 벽화 ㅎㅎ


안도 다다오 박물관. 지중 박물관과 여기를 헷갈려서 여기를 먼저 갔지 ㅠㅠ 


지중박물관. 이후로는 촬영금지 ㅎㅎ


세토내해의 모습이 근사하다. 하늘이 더 파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 ㅠㅠ 그래도 비 안온게 어디냐


첫눈에 안도다다오 건물 스러운 이우환 미술관


나오시마의 또다른 상징 노란 호박



드디어 저녁은 사누끼 우동으로 ㅎㅎ



돌아오는길 야끼도리에 나마비루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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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은 그 사람이 평생 내려온 선택의 결과라고 하던데 나는 선택의 기로에서 얼마나 좋은 선택들을 해왔을까? 지나고 나면 그 당시에는 알수 없었을 결과가 당연한 것 같고, 가지 않은 길이 더 좋아보이는 법이니 과거의 나에게 원망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장 최근에 내린 중요한 선택은 - 4개월전 이직을 결정한 것 - 과연 잘한 결정이었을까?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하면 참 좋을텐데 아쉽게도 매일매일 의문인 생활을 하고 있다. ㅠㅠ 만약 누군가 나와 비슷한 결정을 한다면 진심으로 말리고 싶을 정도...

어쨌건 그러다 보니 3개월정도 되는 동안 심신이 너무 피곤해서 이번 추석에 큰 무리를 해서라도 여행을 좀 다녀오고 싶어서 급하게 알아보다 보니 연휴 기간이라 비행기 값이 장난이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 일찌감치 포기했을텐데 이번 5일 연휴에 여행 못다녀오면 당분간 해외 여행은 어려울것 같아서 큰 무리를 하고 여행을 다녀오기로 함. 기간도 짧고 비행기값은 비싸서 만만한 일본을 가야지 먼저 결정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평소 가고 싶던 오키나와는 비싸기도 하고 나중에 이시가키 섬에 가서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싶어서 좀 아껴두기로 하고 여기저기 찾아보다 다카마쓰라는 곳을 가보기로 함. 

다카마쓰는 관서 지방 남쪽에 있는 섬인 가가와현의 일부인데 리쓰린 공원이 유명하고 우동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곳이고 최근에는 예술의 섬이라는 나오시마로 가는 입구로써 이름이 조금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가는 곳은 아닌 모양. 일본 유명한 곳들은 한번씩 가봤고 일본 소도시들도 나름 매력이 있어서 이번에 한번 가보기로 하고 가는 방법을 찾아보는데 다카마쓰 공항은 항공 일정이 2박 3일 일정으로 좀 짧아서 다른 방법을 찾아 보니 오사카에서 간사이 와이드패스를 이용해서 기차로 오는 방법이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 그런데 그렇게 계획을 하다보니 교통편 가격이 진짜 눈물나게 비싸다 ㅠㅠ

뭐 이번 한번 큰맘먹고 다녀오자 하고 그냥 가격은 잊고 있었는데 이것 참 얼마전 태풍으로 인해 간사이 공항이 침수되고 오사카 시내로 가는 철길도 끊겼다 그래서 다시 한번 멘붕..ㅠㅠ 그래서 좀 걱정하고 여차하면 고베까지 가는 배를 타야겠다 하고 여행 며칠전부터 피치항공하고 간사이공항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참 그사이 복구를 완료했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그러고보니 작년 추석에도 나고야-일본 알프스-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당시 10일간의 추석연휴를 맞아 여행가는 사람들로 공항이 엄청 붐비고 면세점에서 면세품 찾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올해도 새벽녘에 일어나 일찍 집을 나옴. 틈틈히 후배가 봐주러 오겠지만 그래도 며칠간 혼자서 집을 지킬 우리 고양이 레오를 두고 나오는 맘이 안쓰럽다 ㅠㅠ 혹시 몰라 새벽 일찍 나와 도착한 공항은 생각보다 너~무 한산하다. 심지어 면세점 찾을때는 내 앞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더라 ;; 이럴 줄 알았음 좀 느긋하게 나오고 라운지 가서 와인이랑 맥주도 마실걸 그랬네

어쨌건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는 정시보다 30분쯤 늦어져서 20분쯤 늦게 공항에 도착. 오사카에서부터 다카마쓰 까지는 간사이공항 - 신오사카 - 오카야마 - 다카마쓰 이렇게 기차를 두번 갈아타고 왔는데 모두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 탈수 있어서 표를 끊는다던가 하는 것도 없고 기차도 마침 바로 바로 있긴 했지만 그래도 두번이나 갈아타고 오는 길이 멀고 힘들긴 하다. ㅠㅠ 결국 5시쯤 예약한 숙소에 체크인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서 한숨 돌리고 다카마쓰 시내(?) 한바퀴 둘러보러 나감. 먼저 내일 갈 나시오마섬에 가는 페리 시간을 확인하고 바닷가를 걷는 기분이 참으로 평온하다. 풍광이 대단히 뛰어난건 아니고 마치 여수 앞바다 ㅋ 같은 분위기이긴 한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석양 바라보며 바닷가 걷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내가 바라는 삶이 별거 아닌 이런 건데 싶은 생각도 들긴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삶이 별거 아닌게 아니지 싶기도 하고 사실 물욕도 너무 많은것 같기도 하다 ㅠㅠ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면 돈으로 사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 TV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 인가 그건 또 아닌거 같고...)

다카마쓰 중심가로  가는 길에 어느덧 해가 져가고 오래된 저택이 아름답던  풀벌레 소리 자욱하던 다카마쓰 성도 걸어보고 다카마쓰 제일 번화가로 저녁을 먹으러 감. 번화가라고 해도 ㅎㅎ 오사카나 도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골목(?) 수준. 다카마쓰를 대표하는 우동은 앞으로 먹을 일이 많으니 오늘은  유명하다는 호네츠키도리를 먹으러 잇카쿠를 찾아감. 헐 근데 다카마쓰 사람들은 다 모였는지 조용한 골목에 줄이 50m는 서있다. 배도 고프고 혼자 기다리기도 뭐해서 그냥 담에 가보자 하고 근처에서 구시카츠랑 호네츠키도리를 먹는데 여기도 진짜 맛있다 ㅎㅎ 저녁을 먹고 났더니 배가 너무 부르고 시간도 늦어서 바닷가 다시 가서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옴. 

그나저나 여기는 폭주족(?)으로 보이는 요란한 바이크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는데 바닷가에서 바이크 세워두고 모여있길래 진짜 껄렁껄렁한 폭주족인가 하고 경계하면서 지나가다보면 의외로 다들 순진해보이는 청년(?)들이어서 좀 웃겼음 ㅎㅎ

해질녘의 다카마쓰. 운동복 챙겨가서 여유있게 바닷가 따라서 런닝도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뭐가 그리 혼자 바빴는지 원... 


일본 여행 첫끼는 간사이공항 - 오까야마로 가는 신간센에서 에끼벤으로 


인터넷으로 미리 사서 9,000엔쯤 준 간사이 와이드 패스. 태풍때문에 기차 안다니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 그새 복구를 해서 공항에서부터 잘타고 갔다.
저걸로 다카마쓰까지 가고 다카마쓰에서 오카야마도 다녀오고 해서 유용하게 사용한 듯


다카마쓰에 있는 무슨 공원(?) 같은거였는데 야간 라이트업이 무료라 산책삼아 가봄. 
풀벌레 소리 따라 시원한 정원 걷는건 좋기도 했는데 뭔가 으시시하다 ㅎㅎ


다카마쓰하면 사누끼 우동과 함께 닭다리를 양념해서 숯불에 구운 호네츠키도리라는 음식이 유명해서 잇가쿠라는 가장 유명한 곳을 가봤는데 줄이 엄청 김 ㅠㅠ
다행히 이틀후에는 성공 ㅋㅋ


유명한 곳은 못가고 그 옆 이자까야에서 구시카츠와 호네츠키도리로 늦은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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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새벽에 눈을 뜨니 밤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아 그래도 마지막날 가기 전에 빛나는 별들을 보여주는구나 ㅠㅠ 발코니에 서서 쏟아지는 듯한 별빛을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잠자리에 듬. 아침에 눈을 떠 침대에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이 정말로 멋지다. 이게 바로 비싼 돈 값이구나 싶어짐 ㅎ 사람 없을때 수영을 하려고 수영장에 갔더니 나말고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수영을 즐기기보다는 그냥 선베드에 누워서 쉬는 중이어서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아침 수영을 40분 정도 즐김. 수영을 마치고 좀 쉬다보니 한국에서 온 남자분들 3명이 와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던데 막 풀에 다이빙하고 그래서 스탭한테 주의 받고 그랬음. 으이그... 
푸짐하고 맛있던 조식부페를 먹고 - 역시 돈 값한다고 느꼈던 ㅋ -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서 정원에 있는 해먹에 누워 시원한 바람 맞으며 빈둥대니   떠나기가 싫다 ㅎ 나중에는 꼭 동행과 함께 올수 있게 되기를..

원래 날씨 좋으면 좋은 사진을 찍으러 사메바 교회 한번 더 가볼까도 했는데 날씨가 어제랑 거의 판박이라 굳이 또 가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체트아웃 시간 거의 맞춰서 체크아웃하고 트빌리시로 출발. 올때처럼 미니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마침 10라리 하는 마슈르카가 막 출발 할것 같아 마슈르카를 타고 가기로 함. 바로 출발할줄 알았던 버스는 이번에도 보조 좌석까지 사람들을 가득 태우더니 40분쯤 지나서 트빌리시로 출발. 3일간 있었던 카즈베기를 떠나는 마음이 무척이나 아쉽다. 

3시간 넘게 달려 트빌리시에 가까워 오니 다시 차도 많아지고 건물도 많아지고 신선한 산공기는 무더위로 바뀐다. 서울로 가면 그야말로 차와 빌딩밖에 없을텐데 메스티아와 카즈베기의 목가적인 자연 풍경이 생각 많이 날것 같다. 원래는 며칠간 트빌리시에 묵었던 웰던 하우스에 하루 더 있으려고 했는데 지하철 역이랑 숙소가 너무 멀어서 마지막은 지하철 근처의 조금 비싼 숙소로 바꿨는데 확실히 지하철 하고 가까우니 편하긴 하다 ㅎ 체크인하고 대충 씻고 이제는 익숙해진 올드시티로 밥을 먹으러 감.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찾아서 간 아이리시 펍이라는 곳에서 스테이크가 통채로 들어있언 햄버거와 맥주 한잔 마시니 갑자기 급 피곤해진다. 지금껏 여행하면서 쌓인 피로가 몰려오는구나 싶어 숙소가서 좀 자다 나올까 하다 마침 메스티아에서 트빌리시 올때 기차를 같이 탄 아저씨가 추천해준 온천이 생각난다. 온천가서 온천욕이나 좀 하자 하고 구글맵에 찾아보니 올드 트빌리시 근처에 온천탕이 몇개 있고 인터넷 찾아보니 대중탕처럼 싼 곳도 있다던데 싼 곳은 못찾고 내가 간곳은 40라리, 50라리 그렇다. 40라리는 한시간 기다려야 하고 50라리는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50라리 내고 온천으로 입장. 돈은 좀 비싸지만 혼자서 탕을 차지하고 온천에 몸을 담궜다가 사우나도 하고 찬물로 샤워도 하면서 하다보니 피로가 많이 씻겨져 나가는 것 같다. 온천을 나와 아이스아케리카노 한잔 마시면서 마시고 트빌리시의 야경까지 찍고 나니 어느덧 9시가 넘었다. 더 놀다 갈까하다가 내일 일찍 공항도 가야하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2주간 참 잘 놀다 간다.
날씨가 며칠 아쉬웠긴 했지만 계획 세운대로 사고 없이 너무 즐겁게 지내다 가는 것 같다. 코카서스 산맥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들, 산속에서 보낸 고요하고 외로웠던 시간들, 아기자기 하고 예쁜 건물들과 골목 골목들, 싸고 맛있었던 술과 음식, 커피를 시키면 서비스로 와인을 주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주던 친절하고 소박한 조지아 사람들까지 어느 하나 내 취향이 아닌게 없었던 곳.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언제고 아쉽지만 이번 여행은 서울로 돌아가면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 더 각별하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면 여행과는 다른 진정한 도전이 시작될텐데 포기하거나 지치지 말고 진짜 도전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이 여정이 여기서 끝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조금 갠 아침의 호텔 전경. 그래도 카즈베기 산은 구름에 가려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푸짐한 조식부페. 아침부터 고기고기 ㅋㅋㅋㅋ


체크아웃 시간 딱맞춰 체크아웃 하면서 아쉬움에 한컷 ㅋㅋㅋ


다시 반가운 트빌리시로...


스테이크 버거 시켰는데 진짜 빵사이에 스테이크를 끼워준다. ㅋㅋㅋ


너무 예쁜 문패 


여기서 혼자 온천욕을 즐김. 사우나실이랑 샤워실 왔다 갔다 할때마다 저 동상보고 누구 서있는줄 알고 계속 깜놀함 ㅋㅋㅋ


온천탕 밀집 지역


안녕 트빌리시. 안녕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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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


조지아 여행을 결정하게된 결정적인 사진이 바로 이곳 카즈베기에 있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였는데 오늘 드디어 가보기로 함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날씨부터 보니 비는 안오고 햇살도 밝은데 구름이 또 잔뜩 껴있고 특히 오늘 가려고 하는 사메바 교회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ㅎㅎ 하루 비오고 하루 맑으니 오늘은 비올 차례긴 하구만ㅠㅠ 올라가는 길에 날씨가 좀 개기를 바라며 교회로 가봄. 교회로 오르는 초입부터 1시간쯤 산길을 가다 보니 어느덧 교회에 도착. 웅장한 코카서스 산맥위에 자리 잡은 작고 귀여운 교회가 너무 예쁘다. 마침 오늘 일요일이어서인지 교회안에 들어가니 성직자분들이 올리는 기도 소리도 평화롭게 듣다가 나옴. 교회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에서도 트레킹 코스가 사방으로 이어져 있고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꼭 유명한 트루소밸리나 주타가 아니더라도 이런 길들 따라 계속 걸어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나도 그중 하나를 골라 한참을 걷다가 돌아옴.

구름이 갈수록 짙어지더니 결국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가야할 시간도 되고 해서 오전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점심을 먹고 오늘의 숙소인 룸스 호텔로 이동. 룸스 호텔은 카즈베기뿐 아니라 조지아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라고 해도 무방할텐데 숙소에서 보이는 사메바 교회와 카즈베기 산의 전망이 아주 멋지다고 해서 큰 맘먹고 산쪽 방을 예약.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10만원 넘는 호텔에서도 자본적이 없는데 ㅋ 무려 22만원이나 되는 호텔에서 자게 될줄이야 ㅎㅎ 비싼 호텔이니 만큼 다른거 안하고 호텔 시설이나 이용하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자 하고 체크인 시간인 3시에 거의 딱 맞춰서 체크인. 체크인하는데 비싼 호텔이라 그런지 왤케 말이 많은지 ㅋㅋㅋ 여러 주의사항과 서비스 안내를 받고 드디어 기대하던 방에 들어옴.

와~ 그런데 정말 창밖으로 보이는 전망이 한폭의 그림 같다. 좋기도 하면서 이런데를 혼자 오다니 싶어 급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전망도 좋고 침대에 누으니 침대도 그동안의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과는 비교가 안되게 포근하다. 괜히 비싼 호텔 가는게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이런데도 종종 와봐야겠구나 싶어진다. 예쁜 테라스에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도 하고 책도 보고 놀다보니 어느덧 저녁시간. 여기까지 왔는데 호텔에서 맛있는거 시켜 먹자 하고 티본스테이크에 화이트 와인까지 곁들여 먹으니 참으로 럭셔리하다. ㅋㅋ  맥주까지 한병 추가해서 먹고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 정도 나왔으니 한번쯤 호사 부린 것 치고는 싸게 나온듯 하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해져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카즈베기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냄. 이제 이 여행도 다 끝나는 구나. 오늘 새벽엔 별을 좀 볼 수 있었으면...

사메바교회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파란 하늘이 배경이었으면 좋았을텐데 ㅠㅠ


신앙심 깊은 조지아 사람들이 십자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십자가 단석에 키스를 하고 성호를 긋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람 손을 탔는지 쓰다듬어 주면 고로롱 소리 내며 좋아하던 냥이. 여행중에 냥이들 보면 우리 레오 생각나 ㅠㅠ


룸스 호텔. 정말 호텔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과연 듣던대로다 ㅠㅠ


수영장에서 수영도 즐기고 ㅎㅎ 나와서 선베드에 누워 경치 보며 책도 읽고. 역시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을걸 싶다. 


비온다 ㅠㅠ


저녁으로 먹은 티본 스테이크와 화이트 와인. 어떻게 가니시 하나 없이 고기만 달랑 줄수 있지;; 그래도 뭐 맛은 있었음


혹시 몰라 TV를 켜니 여기저기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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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소 트레킹중 사진을 많이 찍어서 몇장 더 ㅎㅎ


트레킹의 마지막 지점. 남 오세티아와 조지아의 접경


고요한 곳에서 나홀로 점심


트레킹 하려고 경등산화 하나 사갔는데 영 맘에 안듬 


군용차가 빠져서 열심히 끌어내고 있다. 저기가 마지막 장소였는데 저거 구경하다 까먹고 더 가버림


드디어 먹은 양고기 샤슬릭


진짜 맛있었던 조지아 소세지. 허브를 잔뜩 넣어서 정말 향이 좋다. 



6월 9일


오늘도 참 좋은 날이었네 ㅠㅠ
새벽에 혹시 별을 볼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맞춰두고 잤는데 그때마다 구름이 남아 있어 별은 보지 못했지만 아침에 눈을 뜨니 날씨는 어제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화창하다. 날씨가 하루 좋았다 하루 비왔다 하고 하루중에도 오전에는 맑고 오후에는 흐리고 참 밀당이 정말 대단하다 ㅎㅎ 이럴줄 알았으면 더 일찍 일어나 새벽에 사메바 교회에 다녀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트루소밸리로 데려다 주는 버스가 9시반에 출발해서 마켓가서 트레킹중에 먹을 복숭아랑 맥주랑 사고 식당에서 점심 거리도 사서 모임 장소로 감. 기다리다 보니 오늘 같이 트레킹을 할 사람들이 하나둘씩 오는데 한국에서 오신 노부부도 계신다. 조지아 여행중 처음으로 한국말로 말을 나눠서 좋았음 ㅎㅎ 두분은 배낭여행으로 조지아 여행중이시라는데 참 정정하게 잘 다니셔서 보기 좋았다. 어제 주타에 혼자 갈지도 모른다는 니타는 다행히도 다른 일행이 생겨서 주타로 떠나고 나랑 한국인 부부 텍사스에서 온 미국인 관광객 한명과 이스라엘 커플 - 이 분들도 한국에 와보고한라산도 올라가봤다는데 난 한라산 못 가봄 ㅋ- 이렇게 6명이 한차에 타고 출발해서 30분쯤 걸려 트루소밸리에 도착. 

여기서부터는 왕복 22km를 걸으면 되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넓은 평지를 걷고 오면 된다. 가벼운 산책길 같은 길을 걷다 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너무 아름답다. 오래되어 버려진 농가들도 보이고 양떼들, 소떼들을 방목하는 풍경들과 야생화가 잔뜩 핀 초원과 웅장한 산맥과 푸른 하늘. 조금 더 가니 이제 코스의 끝이 보인다. 코스의 끝은 조지아와 북오세티아의 접경으로 조지아 군인이 초소를 지루하게 지키고 있다. 여기서 더 못가겠구나 싶었는데 군인이 와보라고 하더니 원하면 산위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하란다. ㅎㅎ 그럴까 잠깐 생각했는데 돌아갈 시간도 되고 해서 배도 고프고 해서 그냥 거기서 돌아옴.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준비해간 점심을 먹으니 참 좋고도 좋다. 이렇게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ㅠㅠ 카즈베기에서 한 몇주 있으면서 이런 길들 매일 매일 트레킹하고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돌아오는 길에는 목적지를 지나쳐 ㅠㅠ 2km 정도 더 간 후에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지나친걸 알게되 다시 돌아옴. ㅠㅠ 사람들을 만나 기다리다보니 우리를 태울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타고 다시 카즈베기로 이동. 그동안 먹고 싶었으나 잘 안팔아서 못먹었던 양고기 샤슬릭에 조지아 소세지까지 해서 너무 맛있고 배불리 저녁을 먹고서 좀 걷다가 커피 한잔 하러 카페에 감.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바리스타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카페2층의 피자가게에서 선물이라며 자기네들이 직접 만든 와인을 글래스 가득히 가져다 준다. ㅎ 아오 오늘 술 많이 마셨는데 또 마셔야 되네 ㅋㅋㅋ 커피를 마시면 서비스로 와인을 주는 곳이라니 ㅎㅎ 커피랑 독한 와인까지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 스탭들이 저녁 식사중이다. 나보고 같이 먹자고 하던데 이미 배불리 먹었다고 하고 수다를 좀 떨다가 하루를 마침. 근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북미 정상회담 이야기를 하던데 여기 사람들도 다 아는구나 신기... 

아침에 다시 푸른 하늘이 보인다. 드디어 자태를 보여주는 카즈베기산 - 프로메테우스가 영원한 형벌을 받았다는 바로 그산 - 과 그 아래 사메바 교회의 실루엣이 너무 아름답다.


트루소밸리까지 트레킹 시작. 올때 저걸 못보고 지나쳐 한참을 더 걷다 돌아옴 ㅠㅠ


현재 양과 소를 키우며 사는 사람들 일부는 파란색 천막으로 만든 곳에서 살고 있다. 같이 간 일행중 초대받아서 가서 차한잔 마시고 오신분도 계셔서 부러웠음 ㅎ


뿔이 멋져...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마을. 간판만 남아있다. 


강아지와 꼬마 여자아이 그리고 말을 끌고가는 아주머니. 뭔가 정겹다 ㅎ

6월 8일

원래는 9시쯤 숙소를 나오면 2시쯤에는 카즈베기에 도착해서 사메바 성당을 올라 가려고 했는데 이놈의 날씨 생각을 못했네. 
카즈베기로 떠나는 버스는 디두베 역에서 출발해서 디두베역에 도착하니 어떤 아저씨가 자기 버스 타고 가잔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20라리. 가격도 별로 안비싸고 해서 차에 타니 10라리짜리 마슈르카보다 차도 크고 편하다. 당연히 혼자서는 못갈테고 5~6명 정도 더 태워서 출발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하고 기다리는데 영 사람들이 안나타난다. 이거 참 아저씨 호객 행위 좀 잘해보세요 ㅋㅋㅋ 그러게 한참 기다리다 보니 메스티아에서 마주쳤던 독일 관광객과 러시아에서 온 남자 두명에 영국에서 왔다는 한명까지 타서 총 6명을 태우고 카즈베기로 출발. 카즈베기까지는 러시안 밀리터리 하이웨이라는 길을 타고 3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중간 중간 뷰포인트 있으면 세워줘서 사진도 찍고 하면서 오다보니 스바네티 지역의 산과는 조금 다른 장엄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풍경에 감탄하며 가는데 아... 구름이 점점 심상치 않더니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한다ㅠㅠ 미니버스는 친절하게도 탄 사람들 모두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줘서 편하게 숙소에 체크인. 

카즈베기의 마지막 날은 유명한 룸스호텔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그전에 이틀은 마이코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을 예약했는데 숙소가 참 마음에 든다. 마이코라는 이름때문에 혹시 일본인이 주인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나중에 알아보니 조지아 여성 이름에도 마이코라는 이름이 많이 쓰인다고... 어쨌건 깨끗한 방에 독립 욕실에 화장실까지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창가에서 보이는 전망이 아주 훌륭하다. 

날씨가 너무 흐려서 사메바 성당 가는건 포기하고 점심겸 저녁을 힝칼리로 먹고 나서 내일 트레킹을 예약함. 카즈베기에서는 주타 트레킹과 트루소밸리 트레킹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산길을 걷는건 스바네티 지역에서 많이 했으니 이번에는 계곡을 따라 걷는 트루소 밸리 트레킹을 가보기로 하고 트레킹 시작 지점까지 데려다 주는 버스를 예약함. 예약하면서 물어보니 트루소 밸리는 나말고 5명이 가기로 되어 있고 주타는 딱 한명이 예약했다고 알려주는데 그 한명이 마침 그 자리에 있었다. ㅎ 중국에서 혼자 왔다는 니타라는 여자분이었는데 같이 갈까 잠깐 흔들렸다가 많이 가는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그냥 트루소 밸리로 결정

카즈베기 마을을 좀 둘러볼까 하는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ㅠㅠ 숙소에 가면 밥먹으로 나오는 길도 너무 멀어서 그냥 빵이랑 맥주랑 사서 숙소에서 풍경 보면서 책이나 보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옴. 내일은 날씨 좋아지길 

카즈베기 가는 길에 내려준 이름 모를 교회. 이때만해도 좋았지 ㅠㅠ


조지아-러시아 우애 기념탑이던가? 반바지에 반팔로 이동중이어서 여기서부터 날씨가 추워서 오들 오들 떨기 시작 ㅠㅠ



카즈베기 산은 보이지 않고 사메바 성당은 구름속에서 모습이 보인다.


카즈베기 맥주 ㅋㅋ


너무 많이 줘서 남기고 온 힝칼리.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이 좋긴한데 아쉽...


비오는거 바라보며 책보며 맥주나,...


6월 7일

어제 밤에 옆칸 사람들이 거의 밤샐 기새로 계속 이야기 나누는게 다 들려서 어렵사리 잠이 듬. 마지막에 서로 굿나잇할때 보니 새벽 1시쯤 됐던데... 기차는 연착 없이 6시 반에 정확하게 트빌리시에 도착. 같이 탄 아저씨-형님ㅋ-가 커피 사줘서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이제 오늘 일정을 시작할 시간. 처음에는 짐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시그나기라는 곳에 갔다와서 저녁에 체크인을 할까도 싶었는데 어제 씻지도 못한채로 기차를 탄데다가 기차에서 하루밤 보내면서 몸에서 냄새도 나고 ㅠㅠ 너무 지저분 해서 숙소에 들러서 짐 맡기고 씻고만 나오기로 함.

숙소에 너무 일찍 가면 좀 미안해서 역에서 커피 한잔 더 마시면서 쉬다가 8시쯤 맞춰서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아 그런데 주인인 데이비드가 내가 자기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가지고 갔단다. 컥...어쩐지 한개 많다 싶더니 ㅠㅠ 아이고 미안해라...숙소에서는 고맙게도 8시에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짐도 정리하고 깨끗이 씻고 개운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함

오늘은 시그나기라는 트빌리시 근교 마을을 다녀오기로 해서 시그나기행 마슈르카가 출발하는 삼고리역으로 이동. 어제까지 인적 드문 산속에 있다가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차도 많고 사람도 북적이는 트빌리시로 오니 뭔가 낯설면서도 반가운 느낌이 든다. ㅎㅎ 삼고리역에서는 물어물어 시그나기행 마슈르카를 10시 조금 넘어서 탔는데 보조 좌석이 다 찰때까지 사람들을 태우더니 40분 정도 지나서 시그나기로 출발하여 1시간 반정도 씽씽 달려 목적지에 도착

시그나기에 내려서는 6시에 돌아가는 버스표부터 예매하고 좋아보이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과 와인까지 마시니 흐흐 또 행복감이 밀려온다. 와인에 취해 마을에서 3km 떨어진 보드베 수도원까지 걸어감. 보드베 수도원은 4세기경 지어진 수도원으로 조지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인중 한명인 성녀 니노의 유적과 유골함이 묻혀 있는 주요 성지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수도원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시그나기 마을의 전경과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이 멋지다.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보드베 수도원이 나오는데 삼나무 숲을 지나 보이는 수도원의 모습이 숨이 턱 막힐듯이 아름답다. 부드러운 크림색 벽돌로 이루어진 완벽한 대칭과 균형의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힐 정도. 한참을 감탄하며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Holy Spring 이라는 푯말이 보여 무슨 약수터인가 싶어 물맛이나 보자 하고 내려가는데 내려가는 길이 엄청 멀다. 이왕 온거 끝까지 가보자 하고  한참을 더 가니 단순한 약수터가 아니라 작은 건물에 들어가서 샤워도 할수 있는 모양. 가운이랑 수건을 유료로 빌려줘서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한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냥 약수물만 물통에 받아서 다시 시그나기 마을로 돌아옴

시그나기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있길래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 마시자 하고 들어가는데 놀랍게도 변진섭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뭐지 주인이 한국 사람인가 하고 주문하러 가니 조지아 여성분이 주문을 받는데 이거 한국 음악인거 아냐고 하니 안다고 하는데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니 못알아 듣는다. ㅋㅋ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과 평원을 배경으로 한 시그나기 마을을 바라보며 조관우(!)와 정태춘(!)의 음악을 들으니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시그나기 마을을 둘러보는데 마을이 참 아기자기 예쁘다. 이곳에서 하루 자는 것도 추천하던데 시간 많으면 골목 골목 마다 있는 와인바에서 와인도 마시고 골목도 구경하고 다니면 참 좋겠다 싶다. 

5시 40분쯤 일찍 버스로 돌아오니 버스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차있다. 곧 자리가 다차서 출발하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오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트빌리시로 이동했을까. 트빌리시로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먹고 싶어 지나가다 봐둔 태국 음식점에서 똠양꿍과 팟타이에 크랙페퍼 잔뜩 뿌려서 먹으니 뭔가 기운이 난다. 맥주 한잔 더 하고 갈까 하다가 배가 너무 불러서 카페 골목을 한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옴. 그러고 보면 어제 잠도 잘 못잤는데 오늘도 많이도 돌아다녔구나 ㅎㅎ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죽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보니 어디 선가 불꽃놀이를 하나보다. 쓸쓸한 골목길 위에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을 보니 마치 마법과도 같은 순간처럼 느껴진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법같던 순간


주그디디에서 같은 침대칸에 탄 아저씨가 보여준 자기네 농장. 터키 국경 근처의 가너지스 머쿠리라는 곳인데 여기에 호텔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부자시네 ㄷ

ㄷㄷ

조지아에서는 어디서나 커피가 싸고 맛있어서 자주 마심. 젤 비싸고 맛없던 곳이 커피빈ㅋ

역에서 숙소로 갈 시간을 기다리며 한잔


아기자기 귀여운 시그나기의 광장


감자랑 고기랑 볶은 후에 고수를 잔뜩 얹어 주는데 이것도 맛있었음


너무 아름다운 보드베 수도원


한참 내려가서 받아온 Holy Water


불경스럽지만 나한텐 이게 더 Holy Water ^^;; 시그나기 마을의 풍경과 멀리 코카서스 산맥을 보며 조관우와 정태춘의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


매운거 먹고 싶을땐 역시 태국음식 ㅎㅎ


카페 골목에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이제 곧 여기도 활기차게 북적이게 되겠지





6월 6일

어제 빗속을 20km 넘게 걸은데다가 전날 못마신 맥주도 마셔서 일찍 골아 떨어진 후 한번도 안깨고 아침에 눈을 뜸. 눈을 뜨자 마자 하늘을 보니 자베시 마을에서 맞은 아침처럼 하늘에 구름 한점 없다. 아 어제 밤에 나와봤으면 쏟아지는 별빛 다시 볼 수 있었을텐데 ㅠㅠ 아쉽지만 카즈베기의 별도 아름답다니 거기서 다시 볼수 있기를 기대해봄

오늘은 Ushguli 까지 10km정도를 가서 거기서 메스티아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거기서 다시 주그디디까지 이동한 후에 야간 기차로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일정. 우쉬굴리까지 1시쯤 도착해서 5시전까지 메스티아에 도착하면 5시에 출발하는 주그디디행 마슈르카를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긋남 없이 잘 맞아 떨어지길. 만약 시간이 어긋나면 어쩔수 없이 메스티아에서 하루 자야하는데 그럼 내일 버스로 트빌리시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면 불편한 버스를 타고 7시간 넘게 가야 한다 ㅠㅠ

Ushguli까지 가는 길은 안내소에서 준 지도에는 차량이 다니는 큰길로 가라고 되어 있는데 트레킹 사이트에는 다른 산길이 나와 있는데 맵스미에 잘 나와 있어서 우쉬굴리 패스라고 불리는 길을 따라 가기로 함. 오늘은 어제와 달리 구름 한점 없이 하늘이 푸르르다. 어제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날 좋은 풍경을 눈에 담아가는구나 싶어 즐겁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길을 걷고 걸어 - 중간에 또 잃어버리기도 하고 - 드디어 4일간의 트레킹의 목적지인 우쉬굴리에 도착. 

우쉬굴리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라던데 스바네티 지역의 독특한 감시탑이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녹색 산과 멀리 보이는 흰 설산,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우쉬굴리의 멋진 풍경을 보며 점심까지 먹은 후에 메스티아로 떠날 버스를 찾으러 감. 떠나기 전에 메스티아에서 표를 예매해서 표를 기사들 한테 보여주니 다행히 어디로 가라고 알려준다. 언제 출발하나 눈치를 보니 영어 하는 다른 사람이 와서 알려주는데 2명만 더 태우면 출발할 거라고 한다. 제발 빨리 좀 두명 오렴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운좋게도 5명이 와서 흥정을 하더니 한사람당 30라리에 가기로 한다. 뭐야 ㅋㅋㅋㅋ 난 40라리에 예약했는데 ㅋㅋㅋ 어쨌건 덕분에 늦지 않게 메스티아로 출발. 5명은 체코에서 온 젊은 관광객들이었는데 마침 전화로 주그디디가는 마슈르카를 예약한다. 물어보니 오늘 야간 기차로 트빌리시로 간다고 해서 급하게 나도 같이 탈수 있냐고 물어봐서 같이 가기로 함. 계획대로 무사히 트빌리시에 갈 수 있게 되었네 ㅎㅎ

메스티아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주그디디로 가는 길에 며칠간 걸어서 지나간 산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던 들리는 소리라고는 새소리, 물소리, 내 발자욱 소리밖에 없던 고요하고도 외로운 길을 걸었던 기억들이 문득 나서 괜히 찡하다. 앞으로 힘들고 외로울때면 코카서스 깊은 산에서 보낸 시간들 생각하면서 이겨내야지. 

트빌리시에서 주그디디로 올때 같이 탄 아저씨는 성직자처럼 보였는데 엄청 과묵하셔서 기차 출발하자마나 주무셨는데 이번에 같이 가게된 아저씨는 무척이나 호기심도 많으시고 말도 많으시다. ㅎㅎ 러시아에 친구 딸 결혼식때문에 가시는 길이라던데 소비에트 연방시절 러시아에서 로켓공학(!)을 전공했다가 소련이 해체되면서 직업을 잃고 지금은 Nut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시던데 조지아 와인도 추천해 주시고 트빌리시에서는 온천도 꼭 가보라고 알려주시고 이것 저것 즐거운 대화를 함. 그런데 머리가 많이 벗겨지셔서 한참 위인줄 알았는데 서로 나이 이야기하다 4살 차이 밖에 안나서 둘다 깜짝 놀람 ㅋㅋㅋ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 산책. 마지막 날은 날씨가 또 엄청 좋네 ㅎㅎ 오른쪽이 전날 묵은 게스트하우스


해가 쬐니 다들 젖은 등산화 꺼내서 말리는 중 ㅎㅎ


길을 잃었다... -_-;;;


하늘 아래 산을 맞대고 사는 우쉬굴리 마을 전경


먹을거 고민스러우면 므츠바디 ㅋㅋ


조지아식 스튜(?) 같은건데 맛있었음


메스티아에서 떠나오기전에 예매한 미니버스 티켓. 숫자 말고는 전혀 알아볼수가 없다 ㅎㅎ


6월 5일

잠결에 들어보니 빗소리가 좀 잦아드는 것 같더니 아침에 보니 비는 그쳤는데 하늘은 잔뜩 흐리다. 7:45에 존 일행을 만나기로 해서 일찍 짐을 싸서 아침을 먹고 나와 존을 숙소 앞에서 기다림. 존이 혼자 조금 늦게 나오더니 마을 입구에서 만나자고 해서 거기서 기다렸다 다시 만나서 오늘 일정을 시작. 존 부녀는 함께 여행중인데 딸은 4개월 여행할 계획이고 아버지는 3주간 동행하면서 코카서스 3국을 함께 돌아다닌다는데 참 좋아보인다. 딸인 리사는 한국도 두번이나 와봤는데 한국 음식 너무 맛있다고 하는데 이후에 만난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한국음식 좋아한다고 하던데 한국 음식이 세계화가 좀 됐나? ㅎㅎ

스바네티 지역 트레킹 설명하는 글에는 3일째인 오늘의 풍경이 가장 멋지다던데 아쉽게도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비도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해 우산쓰고 빗속을 걷는 맘이 좀 우울하다. ㅠㅠ 신발도 바지도 흠뻑 젖은 채로 가다보니 다행히 비가 좀 그치고 말을 타고 건너야할 강이 보인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폭은 2미터 정도 되어보이고 깊이는 허벅지정도 오는 것 같은데 물살이 엄청 거세서 그냥 건너기에는 확실히 위험해 보인다. 어제 존 일행이 미리 이야기한 아저씨가 시간 딱 맞춰서 말을 타고 와서 말을 타고 급류를 건너감. 우리 건너간 이후에도 보니 다른 사람들도 기다렸다 건너주는거 보니 딱히 미리 이야기 안해도 건널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강을 건너고 나니 이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비가와서 질척이고 중간 중간 끊겨 있는 길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덧 비가 그치나 싶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날씨가 영 종잡을 수가 없다. 흐리고 비오는 날씨이긴 하지만 그래도 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빙하의 모습과 깊은 산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걷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인 Iprari 마을. 원래 계획은 여기서 시간과 체력을 봐서 11km쯤 떨어진 Ushguli 마을 -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 -까지 가볼까도 생각했었는데 빗길을 걷느라 힘도 들고 시간도 늦고 해서 그냥 Iprari 마을에 묵기로 함. 가까운 게스트하우스에 찾아가니 어제와는 다르게 정말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 느낌으로 엄청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데 가격도 50라리밖에 안하고 거기에 맥주도 판다 ㅎㅎ 어제 그제는 숙소에 손님이 나뿐이었느데 오늘은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에서 쉬고 있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이고 내가 도착한 이후에도 속속 도착하는데 어쩜 산에서는 그렇게 마주치기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ㅎㅎ 펑펑 나오던 따듯한 물로 씻고 나니 비도 그치고 정원의 탁자에서 맥주 마시면서 책도 보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저녁시간. 사실 무리해서 Ushguli까지 가려고 한 이유가 어제 저녁이 너무 맛이 없어서 오늘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맛없는 빵으로 저녁 먹기 싫어서 였는데 다행히도 이곳에서 주는 저녁은 정말 맛있다! (같이 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은 부끄러워 못찍었다 ㅋ) 배불리 저녁까지 먹고 책 보다 스바네티 산속의 마지막 밤을 보냄 

마을에 있을땐 몰랐는데 멀리서 보니 예쁘네 ㅎ


John일행을 만나러 기다리는데 같이 와서 기다려준 귀여운 멍멍이 ㅋ


오늘도 역시 저만큼 앞서 가는 John 일행 ㅋㅋㅋㅋ


이정표를 보면 저 이정표에 나오늘 길을 따라 계속 걸어보고 싶다. 


급류에서는 말을 타고 건너야 하는데 3명이서 60라리를 주고 건넜다.  성수기에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꽤 돈이 될 듯.


빙하가 아름답다던데 하늘이 잔뜩 흐리다. ㅠㅠ


이런 길 걷기 참 즐거웠는데 날씨가 너무 아쉬움 


소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난감했는데 다가가니 다 알아서 길을 터줌 ㅋㅋ 


해가 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날씨가 종잡을 수 없다. 


Iprari 마을 도착. 더 가볼까 하다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


어제 못마신 맥주나 실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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