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새벽에 눈을 뜨니 밤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아 그래도 마지막날 가기 전에 빛나는 별들을 보여주는구나 ㅠㅠ 발코니에 서서 쏟아지는 듯한 별빛을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잠자리에 듬. 아침에 눈을 떠 침대에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이 정말로 멋지다. 이게 바로 비싼 돈 값이구나 싶어짐 ㅎ 사람 없을때 수영을 하려고 수영장에 갔더니 나말고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수영을 즐기기보다는 그냥 선베드에 누워서 쉬는 중이어서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아침 수영을 40분 정도 즐김. 수영을 마치고 좀 쉬다보니 한국에서 온 남자분들 3명이 와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던데 막 풀에 다이빙하고 그래서 스탭한테 주의 받고 그랬음. 으이그... 
푸짐하고 맛있던 조식부페를 먹고 - 역시 돈 값한다고 느꼈던 ㅋ -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서 정원에 있는 해먹에 누워 시원한 바람 맞으며 빈둥대니   떠나기가 싫다 ㅎ 나중에는 꼭 동행과 함께 올수 있게 되기를..

원래 날씨 좋으면 좋은 사진을 찍으러 사메바 교회 한번 더 가볼까도 했는데 날씨가 어제랑 거의 판박이라 굳이 또 가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체트아웃 시간 거의 맞춰서 체크아웃하고 트빌리시로 출발. 올때처럼 미니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마침 10라리 하는 마슈르카가 막 출발 할것 같아 마슈르카를 타고 가기로 함. 바로 출발할줄 알았던 버스는 이번에도 보조 좌석까지 사람들을 가득 태우더니 40분쯤 지나서 트빌리시로 출발. 3일간 있었던 카즈베기를 떠나는 마음이 무척이나 아쉽다. 

3시간 넘게 달려 트빌리시에 가까워 오니 다시 차도 많아지고 건물도 많아지고 신선한 산공기는 무더위로 바뀐다. 서울로 가면 그야말로 차와 빌딩밖에 없을텐데 메스티아와 카즈베기의 목가적인 자연 풍경이 생각 많이 날것 같다. 원래는 며칠간 트빌리시에 묵었던 웰던 하우스에 하루 더 있으려고 했는데 지하철 역이랑 숙소가 너무 멀어서 마지막은 지하철 근처의 조금 비싼 숙소로 바꿨는데 확실히 지하철 하고 가까우니 편하긴 하다 ㅎ 체크인하고 대충 씻고 이제는 익숙해진 올드시티로 밥을 먹으러 감.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찾아서 간 아이리시 펍이라는 곳에서 스테이크가 통채로 들어있언 햄버거와 맥주 한잔 마시니 갑자기 급 피곤해진다. 지금껏 여행하면서 쌓인 피로가 몰려오는구나 싶어 숙소가서 좀 자다 나올까 하다 마침 메스티아에서 트빌리시 올때 기차를 같이 탄 아저씨가 추천해준 온천이 생각난다. 온천가서 온천욕이나 좀 하자 하고 구글맵에 찾아보니 올드 트빌리시 근처에 온천탕이 몇개 있고 인터넷 찾아보니 대중탕처럼 싼 곳도 있다던데 싼 곳은 못찾고 내가 간곳은 40라리, 50라리 그렇다. 40라리는 한시간 기다려야 하고 50라리는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50라리 내고 온천으로 입장. 돈은 좀 비싸지만 혼자서 탕을 차지하고 온천에 몸을 담궜다가 사우나도 하고 찬물로 샤워도 하면서 하다보니 피로가 많이 씻겨져 나가는 것 같다. 온천을 나와 아이스아케리카노 한잔 마시면서 마시고 트빌리시의 야경까지 찍고 나니 어느덧 9시가 넘었다. 더 놀다 갈까하다가 내일 일찍 공항도 가야하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2주간 참 잘 놀다 간다.
날씨가 며칠 아쉬웠긴 했지만 계획 세운대로 사고 없이 너무 즐겁게 지내다 가는 것 같다. 코카서스 산맥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들, 산속에서 보낸 고요하고 외로웠던 시간들, 아기자기 하고 예쁜 건물들과 골목 골목들, 싸고 맛있었던 술과 음식, 커피를 시키면 서비스로 와인을 주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주던 친절하고 소박한 조지아 사람들까지 어느 하나 내 취향이 아닌게 없었던 곳.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언제고 아쉽지만 이번 여행은 서울로 돌아가면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 더 각별하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면 여행과는 다른 진정한 도전이 시작될텐데 포기하거나 지치지 말고 진짜 도전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이 여정이 여기서 끝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조금 갠 아침의 호텔 전경. 그래도 카즈베기 산은 구름에 가려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푸짐한 조식부페. 아침부터 고기고기 ㅋㅋㅋㅋ


체크아웃 시간 딱맞춰 체크아웃 하면서 아쉬움에 한컷 ㅋㅋㅋ


다시 반가운 트빌리시로...


스테이크 버거 시켰는데 진짜 빵사이에 스테이크를 끼워준다. ㅋㅋㅋ


너무 예쁜 문패 


여기서 혼자 온천욕을 즐김. 사우나실이랑 샤워실 왔다 갔다 할때마다 저 동상보고 누구 서있는줄 알고 계속 깜놀함 ㅋㅋㅋ


온천탕 밀집 지역


안녕 트빌리시. 안녕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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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어제 늦게까지 놀아서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야지 했는데 맞춰둔 알람보다 일찍 눈을 뜸. 다시 잠도 안오고 해서 그냥 씻고 아침 먹고 짐을 꾸림. 오늘은 일단 므츠헤타라는 곳에 갔다가 돌아와 저녁에 야간기차로 메스티아로 가는 일정.

므츠헤타는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20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곳으로 5세기에 트빌리시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기원전 3세기부터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고 (스페인의 이베리아하고는 다른 곳) 조지아 정교의 심장과도 같은 곳으로, 트빌리시로 수도를 옮긴 후에도 역대 왕들의 대관식과 장례식등의 주요 행사가 열렸으며 현재는 유네스코 문화 유적으로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지하철로 디두베역으로 이동해서 조지아 국내 이동을 책임지는 마슈르카라고 불리는 좁은 미니버스를 타고 므츠헤타로 출발. 마슈르카가 좀 불편하긴 하지만 불평할 수 없는게 가격이 정말 놀랄만큼 싸다! 므츠헤타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데 가격이 고작 1라리로 우리나라돈으로 430원 정도 ㄷㄷㄷ 마슈르카 목적지가 므츠헤타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종점인줄 알고 맘놓고 가는데 어떤 정류장에 사람이 좀 많이 내린다. 의심스러워서 여기가 므츠헤타냐고 물어보니 여기가 맞다고 알려주는데 안물어봤으면 이상한데까지 갈뻔...

정류장에 내리니 주변이 황량해서 그제서야 인터넷 찾아보니 므츠헤타에서는 츠바리 성당 (Jvari Monastry)와 스베티스코벨리 성당이 유명하다고해서 먼저 택시를 타고 츠바리 성당을 보러감. 츠바리 성당은 므츠헤타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산위에 우뚝 자리잡은 성당인데 조지아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성녀 니노가 예전 이교도의 성당자리에 나무로 십자가를 세운 자리 위에 지은 교회라고 한다. 오래된 수도원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향초를 피우고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인다. 나는 종교도 없고 앞으로도 가질 생각도 없지만 어느 종교나 조용히 절대자에게 기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경건함이 느껴져 내 마음도 평온해지는 것 같아 좋다. 교회가 산위에 있다보니 산아래에서 바라본 교회의 모습도 멋지지만 산위에서 바라보는 므츠헤타의 구시가의 모습도 아름다웠는데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로 이루어진 예쁜 마을을 둘러싸고 쿠라강과 아라그비강이 합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조용히 더 걷고 싶었는데 이런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ㅠㅠ 여행계획 세우면서 항상 젤 걱정하는게 날씨인데 이번에도 여지 없구만 ㅜㅜ 서둘러 택시로 가서 다시 므츠헤타 마을로 돌아옴. 므츠헤타 마을은 성당을 둘러싸고 오래된 집들과 골목들이 너무 예쁘다. 트빌리시의 복잡함과는 다르게 차도 사람도 북적이지 않는 골목에서 빗소리 들으면서 맛있는 화이트 와인 한잔 마시니 비록 비는 오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하다. 와인을 곁들여 로스트 치킨으로 점심을 먹고 스베티스코벨리 성당에 가봄. 스베티스코벨리 성당은 트빌리시에 있는 트리니티 성당에 이어 조지아에서 두번째로 큰 성당으로 4세기경에 위에 말한 니노 성녀가 두개의 강이 만나는 곳에 성당을 짓자고 해서 지어졌고 예수의 수의와 유명한 조지아의 왕들이 묻혀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조지아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곳이라던데 거기다 토요일이어서인지 결혼식을 올리는지 예복을 입은 신랑 신부와 잘 차려입은 잘생기고 예쁜 하객들이 많이 보였는데 결혼식과 상관없이 나같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식을 올리는게 신기했다. 트빌리시의 트리니티 성당처럼 감동적인 성당을 보고 나와 구시가지를 걸으며 커피도 한잔 마시고 더 돌아보고 싶은데 이런 빗방울이 더 거세진다 ㅠㅠ 그래서 그냥 트빌리시로 돌아옴

트빌리시에서는 시간이 애매해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전쟁 기념 공원을 가볼까 했는데 가는 길이 너무 멀고 날씨도 추워서 그냥 숙소 근처에서 커피한잔 마시고 쉬다가 숙소로 돌아옴. 이제 야간 기차로 메스티아로 떠나서 4일간 코카서스 산맥 트레킹을 할 예정.

트레킹 이후 다시 트빌리시로 돌아올 예정이라 트레킹에 필요한 짐만 챙기고 나머지는 숙소에 맡겨두고 야간 기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감.  기차표는 한국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표를 살필요는 없었는데 혹시 몰라 좀 일찍 나왔더니 티켓으로 교환할 필요도 없고 딱히 할게 없다 ㅎㅎ 그래서 저녁이나 먹자하고 나왔는데 어제본 올드시티와는 다르게 관광객은 하나도 없고 조지아 사람들이 쇼핑하고 밥먹는 거리에서 빵과 맥주로 저녁을 먹고 조지아 사람들 모습 보는 것도 재미있다. ㅎ 역으로 돌아와 이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모쪼록 산에서의 4일은 날씨가 좋기를... 

트빌리시의 호텔..외관만 봐서는 ㅋㅋㅋㅋ


Jvari 성당에서 바라본 므츠헤타 마을. 두강이 만나는 모습이 신비롭다.


아기자기 예쁜 골목길


빗소리 들으며 와인에 로스트 치킨으로 점심을


므츠헤타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Jvari 성당


이런 곳에서 결혼식이라니 넘 로맨틱하다 ㅎㅎ


조지아 사람들만 가는 식당에서 빵이랑 맥주로 저녁을


6월 1일

어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밤새 빗소리가 들려온다. 빗소리 들으며 진짜 곤하게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빗소리는 그치고 하늘이 무척이나 푸르다. 혹시나 해서 yandex 날씨 앱을 열어서 날씨를 확인하니 날씨 앱에는 하루 종일 비오는 걸로 나오는데 너무 부정확한거 아닌가? ㅋ

오늘은 트빌리시에서 동쪽으로 70km 정도 떨어져 있는 아제르바이잔과의 국경에 있는 오래된 수도원인 Davit Gareja 수도원을 가보기로 함. Davit Gareja 수도원은 6세기무렵에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메소포타미아에서 조지아로 건너온 13인의 성부중 한명인 Davit Gareja가 세운 수도원으로 황량한 벌판과 산위에 라브라 수도원과 우다부노 동굴 수도원등의 몇개의 수도원들이 모여 있는 곳. 

11시에 푸쉬킨 광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푸르른 하늘과 초원, 흰 구름이 어우러져 무척이나 아름답다. 아름다운 초원길을 두어시간 정도 가니 목적지인 Davit Gareja 수도원. 여기서부터는 버스에서 내려서 3시간 정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되는데 황량한 산속을 배경으로 지금도 일부 실제 수도승들이 기거하는 수도원의 모습들도 멋지고 경건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산위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광도 아름다웠다. 마치 예전 아이슬란드에서 본 인랜드의 풍경이 생각나는 풍경들. 어제 사서 텀블러에 담아간 와인도 홀짝 홀짝 마시며 즐겁게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싱가폴에서 와서 혼자 여행중이라는 핀과 말동무 하면서 저녁도 같이 먹었는데 핀은 오늘 야간 기차로 메스티아로 간다고 해서 혹시 기회되면 메스티아에서 보자고 하고 아쉽게 헤어짐.

숙소로 가긴 이른 시간이라 뭐할까 하다가 트빌리시 트리니티 대성당을 보러 감. 트리니티 대성당은 오래된 성당은 아니고 1989년 조지아 정교회 독립 1,500년과 예수 탄생 2,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성당으로 2004년에 완공된 성당인데 조지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버스 타고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가 안와서 그냥 걸어갔는데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성당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다. 웅장하면서도 별다른 장식 없이 완벽한 대칭에 균형잡힌 비율로 지어진 성당의 모습이 이번에는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가 문득 떠오른다. 

성당을 나와서는 어제 피곤해서 못본 트빌리시의 야경을 보러 다시 한번 나리칼라 성벽으로 올라감. 어제는 걸어갔는데 오늘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 야경을 찍으려고 준비한 미니 삼각대 이용해서 야경을 감상하며 사진도 남기고 보니 어느덧 벌써 9시가 넘었다. 놀다 보면 시간은 정말 금방 가는구나 ㅋ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어제 너무 맛있었던 와인을 한잔 마시고 갈까 아니면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찾은 크래프트 맥주를 먹을까 고민하며 올드시티를 걷는데 어디선가 신나는 재즈음악이 들려온다. 음악에 끌려 가보니 와인바에서 라이브 공연중. 나도 와인 한잔 시켜서 볼까 하는데 자리도 없고 해서 뒤에서 한참을 보다가 자리를 뜨는데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른 공연이 진행중이다. 달콤한 와인향과 신나는 음악이 끊이지 앟는 트빌리시가 참 좋구나 

숙소 근처- 라고는 해도 걸어서 2~30분은 걸릴듯 한- 크래프트 맥주집에서 조지아 수제 맥주 두잔 마시고 하루를 정리함. 첫날 피곤해서인지 혼자 여행다니는게 지겹기도 하고 과연 2주간 여행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는데 이틀만에 잘 적응하고 잘 놀러다니는구만 ㅎㅎ 

황량한 산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라브라 수도원


지형이 특이하다 


관광객들 길안내를 해주려는지 졸졸 쫓아다니던 귀여운 멍멍이


우다브노 동굴 수도원에 아직 남아있는 프레스코화.


정상 즈음에서 보이는 풍경

부럽 ㅠㅠ

트빌리시로 돌아와 이 동상 사진찍고 있으니 아래 벤치에 있던 아저씨들이 자기 사진도 찍어달래서 찍어주며 물어보니 유명한 시인의 동상이라고. 과연 시상에 빠져 꿈꾸는 듯한 표정이 너무 마음에 든다.


조지아 트리니티 성당


트빌리시의 야경. 사진 크기 줄이면 사진 화질이 왜이렇게 깨지는지 ㅠㅠ 


와인바에서는 신나는 재즈 음악이 흘러 나오고...


조지아 버스 정류장에도 도착 예정시간이 나오는데 100%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요 구간 다니는데는 편하게 다님 


5월 31일

어제 공항에서 노숙한 여파때문인지 여행 첫날인데 며칠은 지난 느낌이다. ㅠㅠ
트빌리시에서 묵을 숙소는 부킹닷컴 평점이 9점대여서 믿고 예약했는데 위치가 영 좋지 않다.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걸어 도착하니 그래도 방하나는 큼직하고 깨끗하긴 하네. 뭐 가격 생각하면 거리는 포기해야 ㅠㅠ 시간이 너무 일러서 짐만 맡기고 오전에 근처나 돌아봐야지 했는데 다행히 원래 체크인 시간은 2시지만 12시에 오면 일찍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근방을 둘러보고 오기로 함

숙소 주인이 알려준 카페에서 너무 짠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근방을 둘러보는데 피곤해서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밤이면 활기차게 북적일것 같은 예쁜 골목도 걷고, 공원가서 벤치에서 쉬기도 하고, 공원 근처에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물건들을 잔뜩 늘어놓고 파는 벼룩시장도 구경하면서 돌아 다님. 여기저기 다니다 지도를 보니 마침 조지아 국립 박물관이 멀지 않아 거기도 가보기로 함. 조지아는 인류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원시 인류가 살았던 곳이라고 하는데 딱히 큰 감흥은 없었고 중세 부터 근대의 유물들도 특별히 눈에 띌만한건 없었는데 오히려 소련시대 역사를 정리해둔 전시실을 보면서는 조지아 사람들에게 소비에트 연방 시절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지금은 친서방 반러시아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스탈린 초상화를 지긋하게 바라보시던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누군가에게는 세계 초강대국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12시가 되어 숙소로 돌아와 드디어 씻고 낮잠도 잠깐 자고 일어나서 이제야 좀 개운한 상태로 트빌리시 올드 시티를 구경하러 나감. 올드시티로 나가니 팬시한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도 많고 여기저기 와인샵도 많이 보인다. 골목 골목 구경다니다 와인바에 가서 와인도 시켜서 마시는데 3~4천원쯤 하는 글라스 와인을 시키면 글라스가 거의 찰 정도로 넉넉하게 와인을 따라 준다 ㅎㅎ 화이트 와인 한잔 레드와인 한잔 이렇게 마시고 나니 알딸딸 취기도 좀 돌고 이제서야 여행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올드시티를 좀 돌아다니다 성벽에도 올라가 바라본 트빌리시 전경이 아주 멋진데 쿠라강이 도시를 관통하여 흐르고 오래된 전통적인 교회들과 모던한 건물들이 빚어낸 조화가 아름답다. 성벽 근처에 있는 적에게는 칼을 벗에게는 와인을 준다는 - 그래서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포도를 들고 있다 - 조지아 어머니 상까지 구경하고 나니 다시 급 피곤이 밀려온다. 얼마나 걸었나 애플 건강앱을 봤더니 그새 16km나 걸었네. 야경까지 기다렸다 볼까 하다가 첫날 너무 무리하지 말자 해서 조지아 전통 요리중 하나인 힌칼리라는 만두와 거의 유사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와인도 한병 사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로 돌아오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 

트빌리시에서 첨 가본 곳은 밤이면 손님들로 북적일 것 같은 카페 골목


귀여운 물건들이 잔뜩 있었던 벼룩시장. 많이들 파셨으려나...


올드 시티 걷다 보면 이런 성당도 만나고..


무슨 정부 건물이었는데.. 올해가 조지아 독립 100주년 (그사이 소비에트 연방 지배 시기가 있었지만) 이라 여기저기 100이라는 숫자가 많이 보였다. 


조지아 국립 박물관


올드 시티의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와인바들


손에 들고 있는게 소뿔로 만든 조지아 전통 와인잔.. 어려보이는데 술을.. ㅋㅋ


글라스 와인을 시키면 150ml~200ml씩 따라준다 ㅋㅋㅋ


트빌리시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조지아 어머니 상.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와인을...




트빌리시 지하철은 요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 정도로 엄청 싸고 주요한 곳을 많이 다녀서 자주 이용했는데 공산 시대 지어져서 그런지 엄청 깊이 들어간다. ㅋ

가파르고 빠르게 움직여서 첨엔 좀 무서웠던 에스컬레이터


우리나라 만두와 꼭 닮은 힌칼리. 저 두툼한 꼭다리는 정말 가난한 사람이나 먹는거라고 ㅋㅋㅋㅋ 고수가 잔뜩 들어가서 향이 독특하고 맛있는데 간장 생각이 정말 많이 남 


뭐 먹을지 모르겠으면 자주 시켜먹은 돼지고기 샤슬릭 - 므츠바디. 조지아 돼지고기는 방목해서 키워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 


저녁 먹고 있는데 종업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노래를 부른다. ㅎ 조지아 전통 포크 같던데 마치 블라드미르 비쇼스키의 노래가 생각나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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