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4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2주가 후딱 가버렸다
지나온 여행길이 벌써부터 꿈만같다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 시간이 조금 있어서 쟈그레브에서 제일 유명한 박물관인 Mimara 박물관을 가기로 함
어제 박물관 입장료와 공항버스 요금만 남기고 환전한 크로아티아 돈을 다 써버려서 수중에는 딱 70kn (14,000원) 만 있는 상황
개장전까지 박물관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10시 개장 시간에 맞추어 입장함. 그런데 론리플래닛에는 입장료가 30kn 였는데 실제로는 40kn를 받는다.
뭔 물가 인상이 이리 빨라..;;

쟈그레브 출신의 유명인의 개인 소장품을 기증받아 만든 박물관이라는데 그다지 대단한 작품은 별로 없고 다양한 소품들과 중세 성화들 그리고 르네상스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조금 있는 정도
꼭 가봐야 한다는 가이드북의 설명은 좀 오바였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가지 작품을 보고 숙소로 돌아옴

이제 정말로 공항으로 떠날 시간
트램을 잡아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앗 갑자기 티켓 검사를 하는게 아닌가..- 첨엔 티켓을 샀는데 티켓을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티켓을 넣는 곳도 없고 해서 티켓이 필요 없나보다 하고 그냥 그 티켓을 지갑에 넣어두고 그냥 탔었음..; - 여기서 표를 사면 10kn 내고 나면 버스비가 부족한데 어쩌나 - ATM기가 있긴 한데 인출은 100kn 단위로만 되어서 필요 없는 상황..- 걱정하면서 혹시 몰라 지난번 티켓을 보여주니 그 티켓을 입구에 설치된 기계에 넣었다 빼면서 다음에는 저기에 꼭 확인을 받으란다..
휴 다행이다 싶어서 "네" 그러긴 했지만 언제 다시 이 트램을 타게 될지 ^^

터미널에 내리니 공항버스가 막 출발 직전이다 가진 크로아티아 돈을 모두 털어 티켓을 끊어 버스에 탑승
루프타한자 편으로 프랑크 프루트 공항을 거쳐 서울로...


챔피언스 리그 예선전을 위해 쟈그레브에 온 레알마드리드 전용기.. 호나우두도 저거 타고 왔겠네 ㅎㅎ



안녕 크로아티아~


2011.09.13

언제고 여행의 마지막 날은 마음이 복잡하다.
여행이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돌아가서 - 금방 다시 언제 여행 다녀와왔냐는 듯이 적응하겠지만 - 어떻게 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나 하는 걱정,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집에서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 여행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등의 생각들..

그동안 항상 너무 일찍 일어나서 오늘은 좀 게으름을 부려볼까 하고 조금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며 오늘 일정을 고민함. 원래 아침에 쟈그레브로 떠날까 했는데 기차가 8시 30분 이후에는 오후 2:45분 기차여서 오후에 출발하기로 하고 류블라냐의 나머지를 관광하기로 함.

호스텔 스탭에게 몇군데 추천을 받아 처음 간곳은 공원이었는데 마침 세르비아 출신 사진작가의 세르비아 풍경을 담은 야외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동유럽의 풍경들이 담긴 사진들을 보자니 참..내가 지금까지 찍은 사진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ㅠㅠ 그래도 뭐 내 사진에는 나만의 추억이 있으니까 ^^;; 공원을 걷다보니 유치원에서 나왔는지 너무 귀여운 꼬맹이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뛰노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공원을 걷다가 역에 가서 쟈그레브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함. 슬로베니아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중간쯤 되어서인지 참으로 많은 나라로 가는 기차편이 있다.
내가 타야하는 기차도 뮌헨을 출발하여 오스트리아를 거쳐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서 마지막에 헝가리의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
나는 다시 자그레브로 돌아가지만 언젠가는 나도 저 끝없이 이어진 철길을 따라 더 가리라 다짐함

호스텔의 스태프가 갈만한 곳을 추천해주며 그라피티 좋아하냐 물어보길래 그래피티 뭐 그래봐야 낙서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큰 기대없이 다음 목적지로 향함. 워낙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에 낙서들이 많긴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놀랐다 ㅎ
이건 뭐 그라피티가 아니라 무슨 벽화 수준 ㅎㅎ. 벽 한면뿐 아니라 아예 하나의 건물 자체가 그라피티와 조형물로 이루어진 블럭이었는데 무슨 히피 공동체를 보는 것 같아 재미 있었다.  그중 너무나 마음에 드는 - 마치 건물을 하나의 퀼트처럼 도색한 - 건물 앞에서 셀카도 한장 찍고 하다보니 어느덧 쟈그레브로 떠날 시간.

숙소에서 짐을 찾아 역앞에 봐두었던 중국 음식점에서 볶음 국수를 하나 시켜먹고 쟈그레브행 기차에 몸을 실음
이번에는 정시에 출발하여 5시쯤 쟈그레브에 도착, 첫날 쟈그레브에 묵었던 숙소에 체크인한 후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거리로 나옴

첫날 쟈그레브에 도착해서는 시차때문에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일찍 들어갔었는데 이제 보니 저녁의 쟈그레브는 정말 활기차다. 이제 6시 한국이라면 퇴근할까 말까 야근해야되나 고민해야 하는 시간일텐데 이곳에서는 벌써 카페에서는 맥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크로아티아 인들이 가득이다. 그런 여유로운 사람들 사이를 이방인처럼 걷고 다니니 괜시리 자유로운 느낌 ^^

저녁을 먹고서는 맥주 한잔 하려고 돌아다니는데 마침 요즘이 챔피언스리그 예선전 기간. 쟈그레브의 자랑 디나모 쟈그레브와 레알마드리드의 경기가 내일인데 하루만 일정이 빨랐어도 디나모 쟈그레브의 팬들과 함께 경기를 봤을텐데 아쉽다. 대신 바르셀로나와 AC 밀란의 경기를 바에서 맥주한잔 마시며 같이 보다가 음악을 들려주는 바를 찾아감..론리에서 추천해준 바에 갔더니 마침 오늘은 공연이 없다고 해서 근처의 다른 바에서 틀어주는 락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그리고 여행을 정리함..그런데 음악이 너무 메탈만 틀어주네..들어올땐 아니더니 ㅎ


사진전의 사진을 찍음..나도 사진 잘찍고 싶구나..









구석에 나뒹구는 맥주 캔들 ㅎㅎ



기차도 그라피티 ㅎㅎ

쟈그레브의 노천 카페


마침 무슨 장터 비슷한걸 해서 기념품도 몇개 사고..


크로아티아는 EU 가입을 앞두고 있는데 EU 가입 반대 시위중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가고...





2011.09.02

도착 첫날이라 시차 적응도 안되고 새벽에 자다깨다 하다가  겨우 6시까지 자고 일어나서 더 이상 잠이 안와서 자리에서 뒤척이다 하루를 시작.
전날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쟈그레브 시내로 도착하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침대에 누울때는 비가 쏟아져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늘이 맑게 개어 있다.

다른 호스텔 투숙객들은 늦잠들을 자고 몇몇만 부엌에서 노트북을 켜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중에 부지런히 씻고 외출 준비를 마침.
첫날 어디를 갈까 론리 플래닛을 펴서 다시 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크로아티아 여행의 첫날을 시작함.

첫 날 숙소에 오기까지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때의 설레임 그런건 별로 안들고 빨리 숙소에서 짐풀어야지 그런 생각만 들었는데 막상 카메라 매고 거리로 나오니 이번엔또 다른 어떤 세상을 만날수 있을까 기대감에 마음이 흐뭇하고 두근거린다 ^^.

숙소앞 빵집에서 샌드위치 하나 사서 아침으로 먹으며 처음 간곳은 쟈그레브의 중심가.
Dolmac 마켓과 대성당.Stone Gate 등 쟈그레브를 대표하는 관광지와 카페가 밀집된 지역.어디든 시장은 활기차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생생할텐데 이곳 Dolmac 마켓도 역시 활기찬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직접 키워서 가져온 듯한 과일과 야채들을 매대에 내놓고 사고 파는 사람들 속에서 향긋한 과일향을 맡으며 한참을 돌아다니다 쟈그레브 대성당으로 이동. 이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봤던 전형적인 유럽의 성당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당일 미사가 있었는지 현지인들이 경건히 미사 드리는 모습을 옆에서 보자니 나도 함께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 ^^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쟈그레브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성 마이크의 교회.
쟈그레브 안내 책자에 빠지지 않는 이 교회는 크로아티아 국기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지붕이 특징인데 마치 레고로 지은 집처럼 참으로 귀엽다. 아담하고 귀여운 건축물을 한참을 지켜 보다가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파오고 해서 노천 카페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임.

그러고 보면 쟈그레브에는 참 노천카페가 많다. 광장도 많고 광장마다 들어찬 노천카페들 그리고그 카페에 앉아서 커피 또는 맥주를 마시면서 여유 있게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여유있어 보인다.
앉아서 여유있게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이 테이크 아웃해서 커피를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한참 서있는 우리나라 카페를 생각하면 눈물이 ㅠㅠ

점심은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해준 해산물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고 - 새우, 오징어부터 해서 이름 모를 생선들을 구워주거나 튀겨주는 음식이주 메뉴인데 메뉴 달라고 했더니  메뉴판이 아니라 접시에 해산물을 잔뜩 가져와서 고르라고 해서 좀 웃겼음 ㅋ - 오후에는 식물원을 보러감.
트램을 타고 가라고 되어 있는데 거리가 걸어도 될 것 같아서 거리 구경을 하며 걸어감. 마침 중간에 마트가 있길래 캔맥주와 안주거리를 사가지고 공원으로 감. 공원은 규모가 크거나 크게 아름답지는 않은데 벤치에 앉아 있으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핟. 맥주를 꺼내 홀짝 홀짝 마시면서 책 꺼내 읽으니 마음도 평온하고 이런게 쟈그레브의 매력인가 싶다. ㅎ

긴장도 풀리고 술기운도 좀 오르고 시차 적응도 안되서 졸리기도 해서 벤치에 누워 달콤한 낮잠까지 즐기고 저녁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옴.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오전에 봤던 카페거리로 나감. 오전에도 북적이던 거리는 밤이되니 훨씬 더 활기 차다.
마침 유로 2012 예선전까지 하고 있어 카페마다 축구 경기를 틀어놓고 다같이 축구를 보는 중. 우리나라 월드컵 예선하고는 달리 열심히 보긴 해도 완전 열광적으로 응원하지는 않고 대신 조용히 이야기하면서 응원하는 모습이 좀 의외였다. 축구는 크로아티아의 승으로 끝이 나고 축구가 끝나자 한곳에선 밴드가 공연도 하고 너무 예쁘고 잘생긴 젊은이들 구경도 하고 카페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쟈그레브 밤 분위기의 낭만에 젖어 있자니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 번쩍..
우산도 없고 해서 비가 더 오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더니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가랑비가 폭우로 변한다. 빗소리 들으며 피곤한 몸을 숙소에 누이며 하루를 마감....


쟈그레브의 중심 광장



맛있어 보였는데 사먹어 보지는 못했음...ㅠㅠ


쟈그레브 대성당


너무 귀여웠던 성 마르코 교회





식물원 그늘 아래에서 맥주 마시면서 책도 읽고..저 책 너무 재미 있었음 ^^


밤의 중앙 광장은 더 활기차지고...


2011.09.01

왜 크로아티아였을까?

보름 가까운 여행을 다녀오기 전에 크로아티아라고 해봐야 아는건 수케르, 모드리치같은 유럽무대에서 활약했던 축구선수들, 월드컵 4강 빨간색 체크판 같은 이상하지만 유니크한 유니폼, MMA를 싫어하지만 이름은 들어봤던 크로캅 -_-;; 아마 이게 전부가 아니었을까..

아마 몇년전에 우연한 기회에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가 지나가는 말로 '크로아티아'가 좋다더라 여기서 시작된 것 같다. 일년전 회사를 옮기면서 스페인을 다녀오면서 카메라도 소매치기 당하고 ㅠㅠ 나이 먹고 예전처럼 배낭매고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고 해서 그게 아마 마지막 배낭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참 그게 안되더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힘들었던 기억들이 사라지고 좋았던 기억들만 남게 될 무렵 다시 또 또다른 세상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더니 어느새 휴가 일정 잡고 비행기표를 알아볼때 처음에는 중동을 다시 한번더 가보고 싶어서 시리아, 요르단, 모로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중동은 아니지만)뭐 이런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중동에 불어닥친 재스민 혁명으로 어렵게 되어 다른데를 찾아보다 문득 떠오른 곳이 바로 크로아티아. 그때부터 네이커 카페 유랑에 가입해서 동유럽 정보방에서 정보도 찾아보고 구글링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버나드 쇼가 듀브로브닉을 '지상낙원'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라는 유명한 곳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막상 가보자 했을때는 무려 4개월전이었는데도 비행기표가 없었다. ㅠㅠ (여행은  2011년 9월에 다녀옴)

아니 아무리 추석연휴가 껴있다고 해도 크로아티아가 사람들이 얼마나 간다고 4개월전에 표가 동난건지..다른데를 알아볼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루프트한자 홈페이지에 가봤더니 거기에는 표가 비쌌지만 ㅠㅠ 그래도 남아있어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예약완료.

사실 그 이후에 여행날을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린건 아니고 만약의 경우 취소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며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 7월 8월이 되며 주변에서 한명 두명씩 휴가를 다녀오고 하면서부터야 다시 슬슬 여행준비를 시작. 사실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는데 가장 큰게 역시 정보의 부족. 너무 많은 정보를 따라가기 어려웠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인터넷에서 정보의 양도 부족하고 심지어 론리 플래닛조차 내용이 부실..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크로아티아 간다고 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그게 어디 있는 나라냐? 위험하지 않냐?" 뭐 이런 반응이 다였으니 뭐...

일정을 잡고 숙소를 예약하고 보니 그제서야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구나 하는 설레임도 들고 하루 빨리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하루 하루 깊어짐. 드디어 출국 전날 일찍 퇴근해서 짐을 꾸리려고 했는데 마침 친구가 타이밍도 좋게 그날 술을 먹자고 해서 거절을 못하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떠나는 당일 아침에 부랴부랴 짐을 싸서 공항으로 떠남. 원래 목요일에 업데이트 되는 '나는 꼼수다'가 마침 하루 일찍 업데이트 되어 공항 버스에서 들으며 키득대다 보니 어느덧 인천 공항.

출국 수속을 마치고 15시간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두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인 쟈그레브에 도착

독일행 비행기에는 많던 한국인 승객들은 유럽의 다른나라로 가는지 크로아티아행 비행기에는 동양인이 나혼자... 10시가 넘어 쟈그레브 공항에 도착하여 첫날 예약한 쟈그레브의 호스텔로 체크인하니 어느덧 12시가 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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