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히라유온센 → 다카야마 → 시라카와고 → 다카야마

이번 일본 여행의 마지막 밤.

숙소의 온천 4개중 야외온천은 항상 사람이 차 있어서 전날 못가봤는데 아침에 혹시 가보니 비어 있어서 출발 전에 가보자 하고 들어가 봄. 야외 풍경이 멋진 그런 야외 온천은 아니고 그냥 하늘이 좀 보이고 나무 몇그루가 있다 싶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야외는 야외니 ㅎㅎ 온천 들어갔다 나오니 확실히 어제 무리해서 쑤시던 몸이 잠깐이나마 괜찮은 느낌이다. 짐을 챙기고 히라유온센 유일의 카페에 가서 모닝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다카야마로 출발. 그나저나 산에서는 대부분 흐리고 비오고 하더니 이번에도 역시 떠날 시기가 다가오니까 눈부시게 화창하다 못해 무더운 날씨를 보여주는구나. 산에서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ㅠㅠ

7년전에는 나고야에서 하루 보냈었는데 나고야 딱히 볼 것도 없었고 비행기도 오후 시간이라 새로운 도시에 가보자 해서 다카야마와 근교 시라카와고를 가보기로 함.

히라유온센에서 다카야마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코인라커에 배낭을 넣고 나니 시라카와고 가는 버스가 곧 출발한다. 왕복 교통비가 5,200엔이었는데 일본 교통비는 참… 어쨌건 표 구매 후 50분쯤 가서 시라카와고에 도착. 시라카와고 지역은 눈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눈을 막기 위한 독특한 구조의 지붕을 가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특히 설경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덕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도 등재되어 있기도 하고. 9월이 무색하게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이다 보니 추수가 끝난 논과 오래된 가옥들 그리고 마을을 흐르는 맑은 배수로 근처를 걸어다니면 마치 예전에 시골 할아버지댁에 놀러갔던 기억도 문득 난다.

전망대도 올라가보고 예쁜 마을 산책길도 구석구석 돌아보다 다시 다카야마로 복귀. 마지막 밤을 보낼 호텔에 체크인 하고 다카야마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산마치 거리로 나가봄. 산마치 거리는 리틀 교토라고 불리는 오래된 가옥들이 모인 골목이라는데 리틀도 맞고 교토도 맞는게 한 300~400m나 되려나 그 정도 되는 목조 건물로 된 골목이 전부이긴 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도 하고 다카야마에서 유명한 히다 소고기 스시도 하나 먹고 했음. 그리고 꼭 전통거리 아니더라고 골목골목이 참 깨끗하고 일본 소도시의 느낌이 나서 좋긴했다.

저녁을 뭐 먹을까 찾아보니 이곳은 내륙지방이라 그런지 해산물보다는 일본 3대 소고기라는 히다와뉴가 유명한 모양. 첫번째 간곳은 5시 오픈 시간 조금 넘어 갔음에도 당일 판매분이 모두 매진 ㄷㄷㄷ 그래서 두번째로 유명한 곳에 가서 등심을 주문해 먹음. 아무리 일본이라도 딸랑 고기만 나올줄은 몰랐으나 정말 고기만 딸랑 나와서 웃겼는데 그래도 마블링이 훌륭했던 고기는 입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는 맛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와서 거리를 좀 돌아다니다 라멘 아니면 이자까야나 가야지 했는데 7시도 안된 시간에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아니 무슨 도시 전체가 금요일 밤에 이렇게 일찍 끝나냐. 그러다보니 불꺼진 상가옆에 외국인 관광객들만 우르르 돌아다니고 불켜진 편의점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ㅎㅎ 뭐 할것도 없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탄탄멘 집이 있어서 탄탄멘 하나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여기서는 넷플릭스가 나오는데 일본 넷플릭스에는 슬램덩크 있다는게 기억이 나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한번 더 보고- 그런데 일본 넷플릭스에서는 자막변경이 안돼서 그냥 일본어로 보는데 극장에서 4회차 관람을 해서 ㅋ 대부분 이해 가능했음 - 일본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냄

히라유온센 유일의 카페에서 커피와 토스트
시라카와고 전망대에서 본 전경
다카야마의 리틀교토라는 산마치 거리
히다 와규가 유명해서 스시도 전부 히다와규 스시
일본 소도시들이 깨끗한걸로 유명하지만 다카야마는 유난히 더 깨끗한 느낌
지금 보니 지방이 엄청 많네. 마블링 잘된건가?
숙소에서 본 슬램덩크. 5번째 봐도 가슴 벅찬 오프닝
다카야마에서 유명하다는 아침시장인데 흐음..이게 뭐지 했다는...
다카야마에서 나고야로 오는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도 멋지다.

2024.09.19

가사가다케 산장(笠ケ岳山荘) → 가사가다케(笠ケ岳) → 쿠리야노가시라(クリヤノ頭) → 나카오다카하라구치(中尾高原口) → 히라유온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산행.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중에 오모테긴자 코스를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모든 코스중에 절대로!! 쿠리야노계곡 코스로는 가지 마시길!!

전날 오랜만에 비바람 소리도 안들리고 푹신한 이불위에서 자서 그런가 오히려 잠이 쉽게 안와서 한참 누워 있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오늘은 텐트 걷을 필요도 없고 해서 여유있게 준비하고 6시에 출발하려고 5시쯤 일어나니 그때만해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거세다. 어제 캠핑 안한게 정말 다행이구나 생각하며 일기예보를 보니 6시정도에는 비가 그치는 모양

짐을 싸고 기다려보니 비가 다행히 그쳐 하산을 시작. 그 전날 다 젖었던 옷은 다행히도 산장에 드라이룸이 있어서 뽀송뽀송하게 말랐는데 전날 젖은 신발은 여전히 축축하다 ㅠㅠ 그래 오전에만 신고 내려가서 슬리퍼로 갈아 신자 생각하고 오늘은 하의 우의도 입고 젖은 신발 끈을 동여매고 출발

어제는 비도 오고 코스도 힘들었지만 오늘은 비옷도 챙기고 하산길이니 룰루랄라 내려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건만 이 코스가 내 등산 인생 최악의 코스가 될줄이야….

일단 시작하자마자 가사가다케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너덜바위 오르막이 힘들게 하더니 그 뒤로는 전날 등산때 괴롭혔던 등산로 양쪽의 관목들이 다시 한번 너무 힘들게 한다. 분명히 오늘 버스를 타러 내려가야 하건만 어째서인지 계속 오르막길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였으면 그냥 아 힘들었다 그러고 말텐데 얼마 안 있어 정말 녹색 지옥도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걸었던 북알프의 다른 길과 달리 등산로가 30cm도 안될정도로 좁은데 문제는 등산로 양쪽으로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등산로를 찾을 수가 없다! 유일한 단서는 등산로에는 수풀이 없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살짝 들어간 부분이 보여서 그 길로 가야하는데 그렇게 가다보면 몇차례고 길이 끊기고 절벽이 나와서 다시 한번 수풀을 헤치고 온길을 되돌아가서 진짜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몇번 계속되니 멘탈이 흔들릴 지경이 된다. 거기다 바닥이 안보이니 빙판같은 돌이나 풀줄기를 밟아 계속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구르고 ㅠㅠ 그러다 한번은 경사지에서 풀 줄기를 밟아 아래쪽으로 쭈욱 미끄러졌는데 그냥 넘어지고 만게 아니라 한 두어바퀴(?) 정도 굴러서 무성한 풀숲 중간에 떨어진 것. 무엇보다 다행인건 안경이 벗겨지지 않고 살짝 걸쳐진채로 남아 있어서 안경을 다시 쓰고 앞에 떨어진 스틱도 줍고 일단 마음을 다스리는데 아 정말 이러다 조난 당하는구나 싶다. 여기서 조난 당하면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행방불명 되는건가 싶은 생각까지 하다가 심호흡 크게 몇번 하고 미끄러운 풀뿌리를 잡고 겨우 겨우 몇미터를 기어서 올라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혹시라도 더 급경사지였으면, 팔에 힘이 없어서 못 올라왔으면 진짜 큰일 날뻔 했다. 그러고도 하산 지점까지 넘어지고 길을 찾아 헤매면서 내려오는데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먹고 강행군인 몸도 몸이지만 멘탈이 나갈것 같다. 이때 정말 maps.me가 없었으면 백프로 조난당했을거라고 확신한다. 길이 헷갈릴때마다 maps.me의 트레일 코스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도대체 이런 코스를 누가 가며 우리나라처럼 등산로마다 데크며 야자매트며 깔아두지는 못하더라도 이 길로 가라고 표지판이나 하다 못해 리본이라도 매어 두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양옆에 풀을 자르기도 하나 본데 어쨌건 일본의 경험기 찾아서 읽어보니 다들 한목소리로 위험한 코스고 비인기코스라고 한다 ㅠㅠ

중간에는 한술 더 떠서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비가 안오면 그냥 바위를 징검다리 삼아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많아 급류가 형성되어 있다. 이거 참 급류에 희말려 떠내려가면 진짜 죽을 수도 있구나 싶었는데 겨우 겨우 위험을 무릅쓰고 계곡도 건너고 길 끝까지 이어진 수풀을 헤치고 겨우겨우 하산에 성공 ㅠㅠ 등산로 끝날 무렵에 보이는 아스팔트 길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ㅠㅠ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새벽 6시부터 장장 8시간을 뭐 먹은 것도 없이 내려온 것이다. 사서 고생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무슨 이런 고생을 하나 싶다 ㅠㅠ

나는 비가 와서 별 경치도 못본 가사가다케가 일본 100대 명산중의 하나라던데 종주중에 조금더 산에 있고 싶어 가사가다케를 간다면 산장에서 캠핑 혹은 숙박 후 아침에 산에 가서 일출 보고 누메다 다케까지 왔던 길로 돌아와서 신호타카 방면으로 내려 오는 코스가 훨씬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좋고도 힘들었던 산을 떠나 속세(?)로 떠날 시간. 7년전에 가서 좋았었던 히라유 온센에서 산행의 피로를 풀기로 함. 버스 정류장에 가서 젖은 신발도 벗고 옷도 좀 갈아입고 30분쯤 기다리니 히라유 온센행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에 몸을 싣고 히라유 온센에 도착하니 7년전 시간이 멈춘듯한 작은 온천 마을이 보인다. 지난번에 묵었던 곳을 갈까 하다가 이번에는 조금 비싼 곳에 묵었는데 지난번에는 온천 입욕권을 줘서 숙소에서 좀 떨어진 대형 온천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곳은 프라이빗 탕이라고 해서 혹시 고급 료칸처럼 숙소마다 온천이 있나 했더니 그건 아니고 ㅋ 2개의 실내 온천, 2개의 야외 온천이 있는데 먼저 들어간 사람이 들어가서 문 잠그고 독점하여 쓸수 있는 시스템 ㅎㅎ 룸이 15개는 되는거 같은데 사람 많을땐 기다리다 불만 가지는 손님은 없으려나? ㅎㅎ 다행히 나 갔을땐 야외탕 말고는 비어 있어서 무려 5일만에 머리 감고 샤워하고 면도까지 하고 따듯한 탕에 몸을 담그니 지난 4일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 산에서의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조금 섬찟해지기도 한다.

숙소 코인 세탁기에 빨래 돌리고 기다렸다가 건조기에 넣어두고 오늘의 첫끼를 먹으러 나감. 음식점도 지난 7년동안 바뀐게 없는거 같은데 한곳은 마침 오늘 휴일이고 해서 조금 걸어서 히다 소고기로 저녁을 먹고 2차로 7년전에도 갔었던 라멘집 가서 라멘 대신 테바사키에 맥주를 마시고 숙소 온천 한번 더 하고 하루를 마무리

비가 좀 잦아들어서 하산 시작인데 시작하자마자 너덜바위를 한참 오름
100대 명산중의 하나라는데 날씨 때문에 전혀 감흥이 없었던 가사가다케
지옥 같았던 등산로 1
지옥 같았던 등산로 2
지금 봐도 끔찍하네 ㅠㅠ
이런 계곡도 건너야 하는데 비 좀더 왔으면 꼼짝없이 같혀 있었을듯
이런 계곡도 건너고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한국 와서 일본 웹 검색해보니 내가 내려온 코스 다녀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랑 비슷한 경험을 했다 ㅠㅠ
7.8km 내려오는데 8시간 걸렸음 ㄷㄷㄷ
여전히 조용한 히라유 온센 마을
아담한 파출소. 앞에 있는 캐릭터가 귀엽다 ㅎ
저녁은 히다 소고기
히다 지역 지비루로 무사 귀환을 자축

2024.09.18

야리가다케(槍ケ岳) → 모미사와다케(樅沢岳) → 스고로쿠 산장(双六小屋) → 유미오리다케(弓折岳) → 누케도다케(抜戶岳) → 가사가다케 산장(笠ケ岳山荘)

밤새 바람이 거세서 잠 이루기가 힘들었다. 깰때마다 텐트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하늘을 보면 전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밤하늘에 빛나는 보름달이 아름답다. 이번에도 추석 보름달은 보고 가는구나. 다시 잠을 청해보면 다시 바람이 너무 거세어 침낭에 얼굴을 파묻고 어렵사리 잠이 들다 깸

오늘은 야리가다케에서 가사가다케 산장까지 16km, 10시간 가량 걸어야 하는 날. 거리가 길어서 새벽에 출발하자 싶어서 오늘은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이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너무 거세다. 원래 아침도 챙겨 먹으려고 했는데 아침 준비는 불가능할 것 같아 악천후 아래 텐트만 후다닥 정리해서 5시 조금 넘어 출발. 7년 전에는 산장에서 자고 일출을 보러 야리가다케에 올라갔었는데 올해 일출은 다이텐쇼에서 본 풍경으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사실 오늘은 야리가다케 등정 이후라 긴 거리이긴 하지만 편안한 길을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첫번째 만나는 산인 모미사와다케를 넘는 길은 조금 힘들었지만 모미사와다케를 지나서는 북알프스의 최고봉을 지났으니 이제 다른 깊은 산속을 걷는 기분으로 걸었더니 북알프스 산행의 거점이라고하는 스고로쿠 산장에 도착.

확실히 많은 코스가 교차하는 곳이라 그런지 산장도 크고 특히 캠핑장의 규모가 엄청나다. 벌써부터 아니면 아직까지 캠핑하는 텐트도 몇동 보이던데 북알프스 종주까지 아니더라도 이런 곳에서 며칠씩 캠핑하다 가도 참 좋겠다 싶다. 스고로쿠 산장에서 주문을 잘못해서 이상한 점심도 먹고 주변 풍경도 보다가 다음 목적지로 출발.

다음 목적지인 가사가다케산장까지는 9.4km. 처음 출발때는 완만한 능선이 걷기 좋네 싶더니 이곳도 역시 2,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지역이다 보니 몇개의 산을 넘어가는 코스가 무척이나 힘들다. 끝없이 올라가는 오르막을 넘으면 바로 급경사의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점점 코스를 잘 못 선택한게 아닌가 싶어진다. 가사다다케산장으로 가는 코스 말고 가미다이라 산장으로 가면 바로 하산길이어서 이 길보다는 쉬웠을텐데 ㅜㅜ

이런 후회를 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데 이런 빗줄기가 거세진다. 산지도 오래됐고 세탁도 여러번 해서 방수 성능이 미심쩍은 하드쉘을 꺼내 입고 우의 바지는 갈아 입을 새도 없이 이미 비가 거세져 온몸이 홀딱 다 젖어버렸다. 특히 좁은 등산로 양편에 우거진 키작은 관목들을 헤치고 가다보니 헤치고 가는 것도 힘들고 물기 머금은 관목의 물기가 온몸을 다 적신다. 거기다 아직 산장까지 가는 길은 먼데 비만 오는게 아니라 우루루 천둥 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심상치 않은게 아니 이러다 벼락이라도 맞는거 아닌가 싶어서 겁이 확 난다. 스틱이랑 배낭 버리고 산장까지 뛰어갈까 라는 생각까지 하다가 그건 아닌거 같아서 거의 뛰다시피 산장까지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싶다. 겨우 겨우 산장에 도착하니 도착 시간이 3시. 예상시간보다 거의 1시간 반을 먼저 온셈 ㅠㅠ

온 몸이 젖은데다가 밤에 비도 올 수 있어서 오늘은 산장에서 자기로 하고 방을 배정받은 후 안 젖은 옷으로 갈아입고 따듯한 난로 앞에 앉아 비오는 바깥 바라보면서 맥주 한캔 마시니 그렇게 고생하고도 좀 살 것 같다. 여행만 오면 낙관주의자로 변함 ㅋㅋㅋ 오늘은 산장에서 묵어서 산장에서 주는 저녁 먹고 난로 앞에 앉아 책을 좀 보다가 오랜만에 텐트가 아닌 이불 위에서 산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냄

이른 새벽 출발길 날씨가 다시 안좋아져 빗방울이 날리고 바람이 거세다
오전에는 햇살도 좀 비추다 흐려지다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
오전에 이런 풍경 보면서 걷는건 좋았는데...
점심을 먹을 스고로쿠고야
스고로쿠 고야 캠핑장은 진짜 넓다. 야리가다케까지 안가고 여기서 캠핑만 하고 가도 좋을 듯
스고로쿠고야는 북알프스의 여러 길이 교차하는 곳이다 보니 표지판도 많다 ㅎ
스고로쿠고야의 전망대
뭐 이상한걸 먹었음 ㅠㅠ
앞으로 이런 길이 계속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할 줄 알았지만 두어시간 후에는....
비 때문에 묵은 가사가다케 산장의 저녁식사. 경황이 없어서 산장 사진이 한장도 없네 ㅠㅠ
야리가다케 - 가사가다케 산장까지 경로

2024.09.17

다이텐쇼(大天莊) → 니시다케(西岳) - 훗테오쿠라(ヒユツテ大槍)→ 야리가다케(槍ケ岳)

전날 자다가 텐트 밖이 환한 느낌이어서 텐트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보니 보름달은 아직 아니지만 그래도 달이 환하게 떠있다. 웅장한 산맥을 비추는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보다가 다시 잠자리로 드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 잠자리가 편치 않다. 예전에 아이슬란드에서 폭포 옆에서 텐트치고 잘때 바람이 너무 거세서 혹시라도 바람에 날라가는거 아닌가 걱정했던 생각을 하 그래도 겨우 겨우 잠을 청함. 새벽에는 다시 잠이 깨어 달 한번 더 보려고 텐트 밖을 보니 그때는 달이 져서 하늘에 별이 쏟아질듯 반짝인다. 해지고 난 다음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하늘 아래 운해가 펼쳐져 있고 운해 위로 해가 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원래 아침이랑 커피 챙겨먹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일출 본다고 텐트 주위로 사람들이 북적여서 그냥 텐트를 걷고 산행을 시작. 오늘은 북알프스 최고봉 야리가다케까지 가는 일정인데 거리는 어제와 비슷한데 가는 길이 험난하다고 해서 살짝 긴장이 된다.

다이텐쇼에서 니시다케로 가는 길은 급격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다 오르막길이 시작되어 훗테 오쿠라까지 험한 길이 나타난다. 7년 전에 갔던 다이키렛토처럼 위험하면 어쩌나 했는데 - 이 때는 정말 이 길이 맞나? 발 한번 잘못 디디면 죽겠구나 싶은 아찔한 절벽을 끝없이 넘어 갔던 기억이 난다. - 그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직벽 사다리 몇군데와 아찔한 경사의 오르막 내리막이 몇군데 있어 가는 길이 험난하다.

12시쯤 점심을 먹을 훗테오쿠라에 도착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11시 10분쯤 산장에 도착. 어제 저녁도 건조식 한개 먹고 아침에는 에너지바 한개로 때워서 점심은 푸짐하게 먹겠어 하고 츠케멘과 돼지고기 덮밥 미니보울과 생맥주까지 주문! 근데 생각보다 맛도 없고 땀을 많이 내서인지 입맛도 없어서 반도 못 먹고 생맥주만 벌컥벌컥 비우고 나옴.

훗테오쿠라부터 야리가다케까지는 한시간정도 거리여서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가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야리가다케 산장에 도착. 한 2시 반쯤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일찍 도착해버렸다. 7년전에 왔을때는 마침 그날 산장에 맥주가 떨어져서 아쉬웠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자판기에서도 팔고 카페에서 생맥주도 팔아서 일단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맥주 한잔 마시면서 휴식을 취함. 산장에 오르니 여전히 날씨가 흐려서 정상 가는 길로 구름에 덮혀 뿌옇고 정상 올라가도 보일 것도 없을 것 같아 이번에는 그냥 4일간 트래킹에 만족하자 하던 차에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과 야리가다케의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다 싶어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야리가다케 정상 등정에 도전. 수직 암벽이 조금 무서웠지만 천천히 한발 한발 올라가 해발고도 3,180미터의 정상에 도착! 정상에서 바라본 북알프스의 풍경과 마치 때를 맞춰 보이는 무지개가 너무 아름답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야리가다케 정상은 보고 가는구나 싶어서 찡했음 ㅎ 기다렸다 올라오길 잘했다.

야리가다케 산장에서도 저녁은 산장 투숙객에게만 제공되는데 대신 카페에서 저녁 7시까지 맥주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소세지, 모츠니 (곱창을 넣고 조린 전골?), 오뎅을 판다고 해서 5시쯤 갔더니 오뎅은 품절이어서 맥주 한잔에 소세지와 모츠니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텐트로 돌아가 오늘도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를 읽으며 3,000미터 하늘 아래 캠핑을 함

운해 위로 떠오르는 일출
아침 햇살 받은 야리가다케의 모습. 이름처럼 창처럼 뾰족 솟은 모습이 멋지다.
오늘도 걷고 또 걷고
중간 중간 험한 길도 넘어서
점심은 츠케맨과 돼지고기 덮밥
목적지까지 200미터 헉헉...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야리가다케 산장의 캠핑장은 바위 틈이어서 진짜 알피니스트가 된 느낌 ㅋ
7년만에 올라온 야리가다케 정상
목숨 걸고 넘어갔던 다이키렛토 ㅋ 저기는 다시 갈 일 없겠지?
구름 사이로 맞아주는 무지개
이날도 자다 깨서 바라본 보름달. 이날은 구름이 좀 많아서 아쉽
다이텐쇼에서 야리가다케까지의 경로

2024.09.16

나카부사온천(中房溫泉) → 갓센고야(合戰沢ノ頭) → 엔잔소(燕山莊) → 다이텐쇼(大天莊)

전날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일기예보를 보니 한 시간쯤 후에 그친다고 해서 제발 내일은 맑은 날이 되기를 바라며 잠이 들었는데 빗소리가 잦아 들었다가 또 몇차례 폭우가 쏟아져 잠결에도 아 하필..이러면서 자다 깨니 그래도 새벽엔 구름이 잔뜩 끼긴 했어도 비는 그쳐 있다. 일기예보 다시 확인하니 오늘 강우 확률이 35%.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예보라기 보다는 중계 수준인데 여기도 그러길 바라며 하루를 준비

캠핑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침이 한적할 줄 알았는데 새벽부터 이동한 일본 등산객들이 신발끈을 동여매며 등산 준비에 분주하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니 산행길이 외롭지는 않겠구나 생각하며 준비해간 누룽지와 스틱커피로 아침을 먹고 비맞은 텐트를 정리하고 6시 반쯤 드디어 북알프스 산속으로 출발.

출발지인 나카부사온천에서 수박 파는 산장으로 유명하다는 갓센고야까지는 점차 고도를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데 12kg 정도 되는 배낭을 매고 과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일본 등산객들에게 느낀건 지나가면서 “곤니찌와~” 인사하는건 당연하고 양쪽으로 지나갈 수 있는 꽤 넓은 길이라도 앞에 사람이 보이면 거의 무조건 상대가 먼저 지나가도록 옆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길을 가다 뒤에서 인기척이라도 들릴라 치면 마찬가지로 기다려서 먼저 지나가도록 길을 양보해주는게 인상적이었음.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이른 점심을 먹을 엔잔소에 도착. 여기서 츠바쿠로다케까지는 짐을 두고 가볍게 다녀오던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가도 뭐 볼 것도 없겠다 싶어서 그냥 엔잔소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함. 그래도 구름이 걷힐때 잠깐이나마 보이는 츠바쿠로다케의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점심으로는 생맥주 한잔과 함게 돈카스 카레를 먹었는데 어제 점심부터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아침부터 힘을 썼더니 그야 말로 고급 레스토랑이 따로 없다 ㅎㅎ

엔잔소에서 충분히 쉬고 다이텐쇼까지 가는 길은 길도 크게 험하지 않고 구름이 짙어 전체 풍경이 보이지는 않지만 가끔씩 구름이 걷히면 모습을 드러내는 깊은 산의 풍경에 발길이 가볍다. 앞으로 남은 기간 날씨가 좋아지길 바라며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다이텐쇼에는 2시쯤 도착.

캠프 신청을 하고 혹시 저녁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저녁은 산장 투숙객에만 제공된다고. 야박하긴 ㅠㅠ 인터넷에서 볼때는 저녁도 사먹었다고 본거 같은데 대부분의 산장이 저녁은 캠핑객에게는 제공하지 않고 대신 컵라면 같은걸 팔던데 혹시 백패킹으로 북알프스 가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저녁 식사 해결법을 준비해서 가셔야 할 듯. 나는 이런 경우 대비해서 비상식으로 건조식 하나 챙겨와서 그걸로 저녁을 해결하고 텐트에서 휴식. 2,800미터가 넘는 하늘 아래 캠핑이로구나 생각하며 쉬고 있는데 밖이 웅성웅성 하다. 뭐지 하고 나가봤더니 하루종일 잔뜩 흐리던 하늘이 개어서 구름 속에 숨어 있던 북알프스의 멋진 풍광과 운해가 눈 앞에 펼쳐지는데 정말 가슴이 벅찰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 시작. 모든 길이 다 이런줄 알았으나....

 

수박파는 산장으로 유명한 갓센 고야
구름 사이로 가끔 보이는 북알프스의 풍경
점심을 먹은 엔잔소 산장의 기념품들. 일본 산에서 만난 산장들은 다들 나름의 멋진 디자인들이 훌륭하다.
점심은 돈까스 카레와 맥주, 엔잔소를 상징하는 제비모양 장식이 귀엽 ㅋ
엔잔소에서 바라보는 츠바쿠로다케로 이르는 능선이 너무 멋지다.
한참 걷다 다시 뒤돌아 보기도 하고...
엔잔소를 떠나니 다시 구름이 짙어진다.
예쁜 능선길을 걷고 또 걸음
다이텐쇼에서 캠핑
귀여운 뇌조 식구들
저녁 햇살에 모습을 드러내는 깊은 산속 풍경이 장관이다.
하루 종일 뿌연 구름속에 있다가 푸른 하늘을 보니 마음도 뻥 뚫리는 거 같다 ㅎㅎ
자다가 깨서 찍은 보름달 사진인데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무슨 대낮처럼 나왔네
Maps.me에서 표시해본 첫날 걸은 경로

 

2024.09.15

서울 → 나고야 → 마츠모토 → 호카타 → 나카부사온천

새벽 첫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 긴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 새벽부터 북적인다. 비행기 체크인을 미리 해두었더니 카톡으로 모바일 탑승권을 보내주고 그걸 확인하니 스마트 출입국 앱에 자동으로 탑승권이 등록되고 아이폰 잠금화면에 탑승권 링크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반년만에 해외여행인데 그 사이에도 뭐가 더 좋아졌네 싶다.

오랜만에 LLC가 아닌 항공사를 탔더니 - LLC는 매진되서 어쩔 수 없이 - 주류는 없지만 그래도 기내식도 나오고 해서 기내식 먹으면서 이번 여행을 함께할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를 읽다보니 이번 여행의 시작지인 나고야 공항에 정시 도착.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고야가 그래도 북알프스로 가는 관문중의 하나인데 나처럼 커다란 등산을 짊어진 여행객이 몇명은 있겠지 했는데 한명도 찾아볼 수 없고 나 빼고는 전부 잔뜩 멋을 낸 여행객들 뿐이어서 일본의 노잼도시라는 나고야에 다들 뭐하러 가시나 궁금했는데 비행기에 내려 수하물을 기다리는 동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바로 골프! 수하물 나오는 곳에서 골프 백이 정말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일본으로 골프 치러 많이 온다고 하더니 이정도구나 ㄷㄷㄷ

나고야에서 부터 오늘의 목적지인 나카부사 온천까지는 시간을 착착 잘 맞춰야 해서 목적지 도착할때까지는 긴장을 풀 틈이 없다. 일단 11시 7분 뮤스카이를 타고 공항에서 메이테츠 나고야 역에 도착하니 11시 40분. 마츠모토까지 가는 기차가 12시에 있어서 점심 먹을 새도 없이 JR 나고야 역으로 이동해서 플랫폼 앞에 있는 가게에서 에키벤과 저녁에 먹을 도시락 그리고 맥주 2캔을 사서 12시 기차로 마츠모토로 이동. 마츠모토까지는 2시간정도 걸려서 기차에서 조금 숨을 돌리며 맥주도 마시고 곡기도 들어가니 좀 살거 같다. 새벽부터 움직여서 한숨 자다 깨니 내일부터 오르게 될 깊은 산의 풍경들이 차창을 지나간다.

그렇게 도착한 마츠모토역의 환승시간은 고작 5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마츠모토역 6번 플랫폼에서 목적지인 호타카 가는 기차가 출발한다고 해서 6번 표지판을 보고 기차에 타니 뭔가 기분이 싸하다. 혹시 몰라서 앞에 앉아 계신 여성분께 이거 호타가역 가냐고 물어보니 폰을 꺼내서 이것저것 확인하더니 이 기차가 아니라 다른 기차를 타야 한다고 알려주신다. 그래서 다시 보니 내가 본 6번 표지판은 6번 플랫폼이 아니라 6번 차량을 표시하는 플랫폼이 아닌가! 만약 그 기차 출발했으면 일정이 완전히 꼬일뻔 했는데 너무나 다행이다. 다시 한번 그 여성분께 감사를 ㅎㅎ

호타카까지 가는 기차는 기차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지하철 같은 모양에 시간도 30분 정도밖에 안걸리는데 기차표가 무료 3,000엔이 넘어서 신기했음. 2시간 넘게 편하게 타고온 나고야-마츠모토가 2,600엔이었는데 참 모를일이다. 어쨌건 그렇게 30분 이동해서 호타카 역에 내리니 오후 2시 40분. 나카부사 온천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인 2시 50분 버스를 타고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1시간쯤 가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나카부사 온천.

이곳이 오모테긴자의 들머리라 사람들이 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캠핑장이 휑하다. 캠핑비 2,000엔을 내고 맥주도 한캔 산 후 텐트를 설치하니 넓직한 캠핑 사이트에 텐트는 내것 까지 딱 두개 ㅋ 아직 단풍철이 멀어서 방문객이 적은 모양이다. 이렇게 호젓하게 혼자 깊은 산속에서 언제 있어보겠냐는 마음으로 텐트를 치는데 하늘에 구름이 점점 짙어진다. 아 제발 비는 안내렸으면 하는데 텐트를 치고 안에서 쉬고 있으니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ㅠㅠ

겨우 기차 시간 맞춰서 기차에서 에키벤으로 늦은 점심

 

첫날의 캠핑

 

블로그에 이것 저것 쓰기도 하고 일년에 두어번 다녀오는 해외여행기도 올리고 하다가 손 놓은지도 벌써 6년. 그동안 코로나도 있었고 치앙마이, 키르기스스탄, 발리, 일본 등등 다녀오긴 했는데 그냥 가서 놀다만 와서 여행기는 다 건너뛰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오랜만에 다시 좀 써보기로 함

일본 알프스.

일본 중부지방에 있는 고산지대로 최고봉인 3,180미터의 야리가다케를 비롯해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산들이 즐비한 지역. 이 곳을 7년전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번 다녀오면서 다음에 다시 올수 있을까 햇는데 이번에 추석 연휴를 이용해서 다시 한번 다녀오기로 함

7년전에는 자료도 별로 없던 시기라 계획도 잘못 세워서 서울에서 출발할때 예상한 코스와 다른 코스로 가기도 하고 (다행히 바뀐 코스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백패킹을 목표로 갔으면서 짐 경량화에 실패해서 매우 큰 고통을 겪었는데 그때 무리해서 가져간 짐들이 어떤게 있었냐면

75리터 용량의 배낭, 1.8kg의 텐트, 1kg가 넘는 이너 매트와 500g 대의 풋프린트, 1.3kg의 겨울용 침낭, 50D카메라+렌즈, 면세점에서 산 양주 1병을 넣은 텀블러, 거기에 5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권 ㅠㅠ까지 (그 와중에 식사는 사먹을 수 있을줄 알고 취사도구는 안가져감 ㅋ)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하고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결국 가미코지에서 등산 시작 후 1시간만에 포기하고 ㅠㅠ 중간 캠핑장에 텐트 쳐두고 첫날은 캠핑하며 근교 산에 다녀오고, 둘째, 세쨋날은 야리가다케-다이키렛토-미나미호카다다케 종주를 했었다. 하산길에 텐트를 쳐둔 캠핑장에 들러 다시 모든 짐을 싸서 내려오는 길은 마침 비까지 내려서 얼마나 힘들었던지 ㅠㅠ

이런 가슴 아픈(?) 기억이 있었지만 그래도 4일간 산에서 보낸 시간들은 너무 좋았어서 나중에는 다시 준비 잘해서 다녀와야지 하고 어느덧 7년이 흘렀고 드디어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함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사이에 우리나라 웹에도 정보가 많이 쌓여서 코스나 준비물이나 참고할게 많다. 7년전에 우연히 다녀온 코스도 많이 가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코스도 있어서 여러 코스를 고민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간다는 오모테긴자 코스를 가보기로 함.

그 다음에 이제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난번에 경량화에 실패해서 이번에는 경량화에 최고 목표를두고 장비를 준비. 안 그래도 등산, 캠핑 용품 쓴지도 다 오래되서 겸사 겸사 준비하는데 하나 둘 사다보니 예산을 훌쩍 초과해서 아 이 돈이면 그냥 어디 휴양지 같은데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일단 제일 중요한 텐트는 일단 1kg 초반 대로 찾아보니 몽벨, 제로그램, 니모, 힐베르그, 스노우피크 등이 후보였는데 힐베르그는 일단 가격에서 탈락 ㅋ, 제로그램, 니모도 좋아 보였는데 몽벨이 가격 면에서 제일 괜찮아서 몽벨의 스텔라릿지2로 결정. 사실 지난번 북알프스 갔을때도 텐트가 거의 몽벨이었던걸로 봐서 품질도 믿을만해 보임.

침낭도 이번에는 가볍고 따듯한 침낭을 찾다가 요즘 Cumulus 침낭 많이 사용한다길래 찾아보다 Liteline300 침낭으로 결정. 300과 400모델을 두고 고민하다 조금이라도 싼 300으로 샀음. 뭐 한겨울도 아니고 추우면 패딩 입고 자면 되겠지. 무게는 640g이고 패킹하면 부피도 매우 컴팩트해서 괜찮아 보임

등산화도 오래 신어서 이 기회에 새로 샀는데 어디 다녀보기 귀찮아서 오케이몰에서 아크테릭스 제품으로 하나 사고 큰맘 먹고 소프트쉘도 하나 사고 이것저것 필요한거 챙겨서 58리터 배낭에 패킹해보니 총 무게가 12kg 정도. 지난번보다 확실히 경량화에는 성공했는데 들인 금액에 비하면 좀 아쉬운 측면도 있고 무엇보다 걱정되는건 7년이나 더 늙어버린 내 몸 ㅠㅠ 노지에서 야영하면서 험난한 구간 잘 버틸 수 있을까 ㄷㄷㄷ

시기로 보면 올해는 추석이 빨라서 추석 연휴에 가면 아쉽게도 단풍은 못 보고 올것 같지만 모쪼록 날씨는 좋기를 바라면서 필요한 것들 하나 둘씩 장만해가며 여행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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