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6
나카부사온천(中房溫泉) → 갓센고야(合戰沢ノ頭) → 엔잔소(燕山莊) → 다이텐쇼(大天莊)
전날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일기예보를 보니 한 시간쯤 후에 그친다고 해서 제발 내일은 맑은 날이 되기를 바라며 잠이 들었는데 빗소리가 잦아 들었다가 또 몇차례 폭우가 쏟아져 잠결에도 아 하필..이러면서 자다 깨니 그래도 새벽엔 구름이 잔뜩 끼긴 했어도 비는 그쳐 있다. 일기예보 다시 확인하니 오늘 강우 확률이 35%.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예보라기 보다는 중계 수준인데 여기도 그러길 바라며 하루를 준비
캠핑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침이 한적할 줄 알았는데 새벽부터 이동한 일본 등산객들이 신발끈을 동여매며 등산 준비에 분주하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니 산행길이 외롭지는 않겠구나 생각하며 준비해간 누룽지와 스틱커피로 아침을 먹고 비맞은 텐트를 정리하고 6시 반쯤 드디어 북알프스 산속으로 출발.
출발지인 나카부사온천에서 수박 파는 산장으로 유명하다는 갓센고야까지는 점차 고도를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데 12kg 정도 되는 배낭을 매고 과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일본 등산객들에게 느낀건 지나가면서 “곤니찌와~” 인사하는건 당연하고 양쪽으로 지나갈 수 있는 꽤 넓은 길이라도 앞에 사람이 보이면 거의 무조건 상대가 먼저 지나가도록 옆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길을 가다 뒤에서 인기척이라도 들릴라 치면 마찬가지로 기다려서 먼저 지나가도록 길을 양보해주는게 인상적이었음.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이른 점심을 먹을 엔잔소에 도착. 여기서 츠바쿠로다케까지는 짐을 두고 가볍게 다녀오던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가도 뭐 볼 것도 없겠다 싶어서 그냥 엔잔소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함. 그래도 구름이 걷힐때 잠깐이나마 보이는 츠바쿠로다케의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점심으로는 생맥주 한잔과 함게 돈카스 카레를 먹었는데 어제 점심부터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아침부터 힘을 썼더니 그야 말로 고급 레스토랑이 따로 없다 ㅎㅎ
엔잔소에서 충분히 쉬고 다이텐쇼까지 가는 길은 길도 크게 험하지 않고 구름이 짙어 전체 풍경이 보이지는 않지만 가끔씩 구름이 걷히면 모습을 드러내는 깊은 산의 풍경에 발길이 가볍다. 앞으로 남은 기간 날씨가 좋아지길 바라며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다이텐쇼에는 2시쯤 도착.
캠프 신청을 하고 혹시 저녁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저녁은 산장 투숙객에만 제공된다고. 야박하긴 ㅠㅠ 인터넷에서 볼때는 저녁도 사먹었다고 본거 같은데 대부분의 산장이 저녁은 캠핑객에게는 제공하지 않고 대신 컵라면 같은걸 팔던데 혹시 백패킹으로 북알프스 가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저녁 식사 해결법을 준비해서 가셔야 할 듯. 나는 이런 경우 대비해서 비상식으로 건조식 하나 챙겨와서 그걸로 저녁을 해결하고 텐트에서 휴식. 2,800미터가 넘는 하늘 아래 캠핑이로구나 생각하며 쉬고 있는데 밖이 웅성웅성 하다. 뭐지 하고 나가봤더니 하루종일 잔뜩 흐리던 하늘이 개어서 구름 속에 숨어 있던 북알프스의 멋진 풍광과 운해가 눈 앞에 펼쳐지는데 정말 가슴이 벅찰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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