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7
다이텐쇼(大天莊) → 니시다케(西岳) - 훗테오쿠라(ヒユツテ大槍)→ 야리가다케(槍ケ岳)
전날 자다가 텐트 밖이 환한 느낌이어서 텐트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보니 보름달은 아직 아니지만 그래도 달이 환하게 떠있다. 웅장한 산맥을 비추는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보다가 다시 잠자리로 드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 잠자리가 편치 않다. 예전에 아이슬란드에서 폭포 옆에서 텐트치고 잘때 바람이 너무 거세서 혹시라도 바람에 날라가는거 아닌가 걱정했던 생각을 하 그래도 겨우 겨우 잠을 청함. 새벽에는 다시 잠이 깨어 달 한번 더 보려고 텐트 밖을 보니 그때는 달이 져서 하늘에 별이 쏟아질듯 반짝인다. 해지고 난 다음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하늘 아래 운해가 펼쳐져 있고 운해 위로 해가 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원래 아침이랑 커피 챙겨먹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일출 본다고 텐트 주위로 사람들이 북적여서 그냥 텐트를 걷고 산행을 시작. 오늘은 북알프스 최고봉 야리가다케까지 가는 일정인데 거리는 어제와 비슷한데 가는 길이 험난하다고 해서 살짝 긴장이 된다.
다이텐쇼에서 니시다케로 가는 길은 급격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다 오르막길이 시작되어 훗테 오쿠라까지 험한 길이 나타난다. 7년 전에 갔던 다이키렛토처럼 위험하면 어쩌나 했는데 - 이 때는 정말 이 길이 맞나? 발 한번 잘못 디디면 죽겠구나 싶은 아찔한 절벽을 끝없이 넘어 갔던 기억이 난다. - 그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직벽 사다리 몇군데와 아찔한 경사의 오르막 내리막이 몇군데 있어 가는 길이 험난하다.
12시쯤 점심을 먹을 훗테오쿠라에 도착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11시 10분쯤 산장에 도착. 어제 저녁도 건조식 한개 먹고 아침에는 에너지바 한개로 때워서 점심은 푸짐하게 먹겠어 하고 츠케멘과 돼지고기 덮밥 미니보울과 생맥주까지 주문! 근데 생각보다 맛도 없고 땀을 많이 내서인지 입맛도 없어서 반도 못 먹고 생맥주만 벌컥벌컥 비우고 나옴.
훗테오쿠라부터 야리가다케까지는 한시간정도 거리여서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가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야리가다케 산장에 도착. 한 2시 반쯤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일찍 도착해버렸다. 7년전에 왔을때는 마침 그날 산장에 맥주가 떨어져서 아쉬웠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자판기에서도 팔고 카페에서 생맥주도 팔아서 일단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맥주 한잔 마시면서 휴식을 취함. 산장에 오르니 여전히 날씨가 흐려서 정상 가는 길로 구름에 덮혀 뿌옇고 정상 올라가도 보일 것도 없을 것 같아 이번에는 그냥 4일간 트래킹에 만족하자 하던 차에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과 야리가다케의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다 싶어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야리가다케 정상 등정에 도전. 수직 암벽이 조금 무서웠지만 천천히 한발 한발 올라가 해발고도 3,180미터의 정상에 도착! 정상에서 바라본 북알프스의 풍경과 마치 때를 맞춰 보이는 무지개가 너무 아름답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야리가다케 정상은 보고 가는구나 싶어서 찡했음 ㅎ 기다렸다 올라오길 잘했다.
야리가다케 산장에서도 저녁은 산장 투숙객에게만 제공되는데 대신 카페에서 저녁 7시까지 맥주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소세지, 모츠니 (곱창을 넣고 조린 전골?), 오뎅을 판다고 해서 5시쯤 갔더니 오뎅은 품절이어서 맥주 한잔에 소세지와 모츠니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텐트로 돌아가 오늘도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를 읽으며 3,000미터 하늘 아래 캠핑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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