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 미나미호타카다케 - 가미코지 - 히라유 온천 마을


이놈의 날씨 정말...ㅠㅠ
예보를 보니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비 맞기 전에 내려가려고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함. 능선을 따라 호타카다케까지 더 가는 사람들과 나처럼 하산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산장에서 흩어짐. 나도 두시간 정도 능선 따라 더 가볼까 하다 아무래도 비가 온다는 예보에 그냥 하산하기로 함

3,000 m가 넘는 산이다 보니 내려가는 길도 무척 가파르다. 그래도 어제 오른 다이키렛토에 비하면 뭐 이정도야 ㅎㅎ 그래도 중간중간 급경사 지역도 나오고 해서 두시간 정도 힘들게 걸어서 가라사와 산장에 도착. 이 급경사를 오르는 분들도 있던데 대단들 하심 ㅎ 오후에 비도 온다는데 험한 코스는 어떻게 지나가시려고 저러나 모쪼록 다들 안전하게 산행하기를 속으로 빌어봄. 

어제 산정상에서 볼때 가라사와 캠핑장에 쳐진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게 예뻤는데 이곳은 여기까지 올라오는 길이 험하지 않고 단풍으로 둘러싸인 풍경도 아름다워서 캠핑하러 많이들 오는 듯 싶다. 가라사와 산장부터는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단풍든 풍경들도 아름답고 길도 편안해서 북알프스가 하산하는 등산객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산을 내려가다보니 인솔자와 함께 올라가시는 나이드신 단체 등산객들이 여러 그룹 있던데 저분들은 어디까지 가시는걸까 궁금하다.

한참을 걸어서 텐트를 쳐둔 요쿠 캠핑장에 도착. 텐트는 무사히 잘 있네 ㅎㅎ 텐트를 걷어서 배낭에 넣으니 다시 한번 헛웃음이 나온다. 아니 도대체 과거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짐을 싸서 왔을까? 이번 여행 아쉬움이 여럿 남지만 그중에서도 짐을 잘 못싼게 너무 아쉽다.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캠핑하게 되면 텐트도 일인용 알파인 텐트로 바꾸고 짐을 더 컴팩트하게 싸서(그래도 취사도구는 있어야 할듯) 쉬운 코스로 다니던가 아니면 캠핑 하더라도 가미코지에 텐트 맡겨두고 산장에서 지내고 최대한 가볍게 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람일이라는게 혹시 모르니 뭐

텐트를 걷고 점심을 먹으러 출발하니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정말 이놈의 날씨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는 구나 ㅠㅠ 
원래는 첫날 캠핑한 곳에서 마지막 캠핑을 하고 내일 히라유 온천 지역으로 가서 피로를 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빗줄기가 계속 거세져 빗속에서 캠핑할 엄두가 안난다. 춥기도 할테고 내일 비에 젖은 텐트를 들고 다니는 것도 괴로울 것 같아서 급하게 부킹닷컴에서 숙소를 찾아보니 마침 70,000원쯤 하는 숙소가 있어서 급하게 예약하고 히라유 온천행 버스를 타러 감. 

점심을 먹은 곳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2시간쯤 걸리는 거리였는데 무거운 짐을 지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게 어쩜 그리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ㅠㅠ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겠지. 힘들게 터미널까지 와서 버스로 30분쯤 가니 히라유 온천. 히라유 한자가 平湯 인데 이게 꼭 平陽 처럼 보여서 평양냉면 생각이 자꾸 난다 ㅋㅋ 어쨌건 비에 젖어 춥기도 하고 며칠간 못 씻어서 몸에서 냄새도 심하고 상태가 말이 아니다. 다행히 예약한 호텔-이라기 보다는 료칸-이 터미널과 가까워 체크인한 후에 따듯한 물로 씻으니 이제 좀 살것 같다. 특히 이곳엔 테라스에 나무 욕조가 있어서 야외에서 이용할 수 있었는데 빗소리 들으면서 따듯한 물에 몸 담그고 있으니 산에서 쌓인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듯 하다.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이곳은 정말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동네인것 같다. ㅎㅎ 이런 곳도 다 와보는 구나 ㅎㅎ 저녁은 따듯한 소바 한 그릇 먹고 비내리는 동네 거리를 좀 걷다가 맥주 몇병 사서 숙소로 돌아옴. 그래도 오랜만에 포근한 잠자리구나~


산장에서의 아침. 야리가다케보다는 훨씬 맛있었음 ㅎ


이 날은 구름이 잔뜩이어서 일출은 실패


그래도 뚜렷이 보이는 후지산


까마득히 아래에 가리사와 캠핑장이 보인다. 저기까지 내려가야 함



어제보다는 편하다고 해도 역시 만만치 않다. 




가라사와 산장은 정말 아름답다.






우리나라 산에서 다람쥐 만나듯이 쉽게 볼 수 있는 원숭이들. 지들끼리 막 싸우고 그래서 혹성탈출 찍는줄 ㅋㅋ







하산길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야외 욕조에서 몸도 담그고..ㅎ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 저 병에 든 일본술은 사케가 아니었는지 한모금 마시고 못먹겠어서 버림. 수요일의 고양이 맥주는 벨기안 휘트비어였는데 맛있었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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