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 히라유 온천
포근하게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가니 방별로 미리 아침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다. 비싼 료칸에서는 가이세키 그래서 엄청 호사스럽게 나오는 것 같던데 여기는 고급 료칸이 아니어서 소박한 느낌 ㅎ 이곳은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것 같은데 두분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시는데 그래도 두분다 너무 친절하셔서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밥을 먹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디카로 사진을 한장 찍어주시는데 나 찍어서 뭐하나 싶었더니 조금 있다가 사진 출력해서 작은 기념품이랑 같이 선물로 주신다 ㅎㅎ 귀여운 서비스네
원래 오늘 예약한 숙소가 마침 여기서 10m도 안떨어져 있긴 한데 체크인 시간이 3시라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긴 후에 우산 빌려서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히라유 온천 동네를 산책하러 나감. 다행히 비는 조금씩 그쳐가는데 깨끗하고 조용한 작은 마을을 걷는 기분이 참 평온하다. 원래 매사에 좀 부정적인 인간인데 이곳에 와서 날씨가 안 도와 주고 계획과 일정이 바뀌어도 좋은 점들 찾아 만족하는 걸 보니 여기 와서 긍정왕 된듯 ㅋㅋㅋ
터미널에 들려서 내일 나고야로 가는 버스 시간 확인하러 갔는데 - 바로 가는건 없어서 다카야마에서 갈아타야 함 - 이곳에서 신호타카 케이블카까지 가는 버스가 여럿 있다. 그러고 보니 체크아웃할때 주인 할아버지가 무슨 할인 티켓도 주시던데 다시 보니 케이블카 할인권. 흠 여기나 한번 가볼까 싶어서 찾아보니 3,000m 가까운 산에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바라보는 북알프스의 경치가 멋지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 가볼까 하고 인포메이션 가서 물어보니 오늘은 구름이 많이 껴서 가도 잘 안보일거란다. 마침 인포메이션에 전망대의 라이브뷰가 모니터에 나오는데 하얗게 구름 껴서 아무것도 안보여서 첨에 고장인줄 알았다는.. 내 운으로 봤을때 맑은 날 가도 도착하면 구름 껴서 안보일텐데 절대 맑게 개지 않을거 같아서 전망대는 포기하고 그냥 근처에 있다는 히라유 폭포를 보러 감
비 젖은 조용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두개의 리프트가 있는 아담한 스키장도 하나 나오고 - 겨울에 몇명이나 이용할지 궁금하다 - 조금 더 가다보니 폭포가 나오는데 폭포는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기대보다는 더 좋았다. 폭포도 보고 내려와 이 동네 유일한 것 같은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점심은 모처럼 비싼 이지역 특산 소고기 도시락을 먹고 오늘 묵을 호텔로 이동. 체크인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로비에서 쉬려고 했는데 친절하게도 바로 체크인할 수 있다고 해서 방으로 가니 우와 방이 너무 마음에 든다. 방도 넓직하고 창으로 보이는 전망도 좋고 거기다 야외 온천 입욕권까지 ㅎ 담에 또 오게 되면 꼭 여기서 하루 더 묵어야지.
짐을 풀고 음악 들으며 창 밖 바라보며 좀 쉬다가 야외 온천으로 향함.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은 올 봄의 아이슬란드 여행과 참 비슷한 점이 많다.
- 대 자연을 보러 감
- 날씨가 비로 시작해 좋았다가 다시 흐려짐
- 텐트에서 지내다가 계획을 바꿔 중간에 숙소를 잡기도 함
- 마지막은 온천에서 여행을 마무리 ㅋㅋㅋ
이렇게 적고 보니 신기하구만 ㅎㅎ
야외 온천은 걸어서 5분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밖에서 보니 규모가 참 크다. 카운터에 입욕권을 보여주고 들어가니 탈의실이 나오고 거기서 옷을 벗고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나가면 잘 꾸며진 야외 정원에 자연석으로 만들어 놓은 온천이 6개 정도가 있어서 거기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첨에는 실외에서 알몸으로 다니는게 참 어색하더니 그래도 곧 익숙해 지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걸 맞으며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따듯한 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참 좋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지난 일주일간의 여정이 떠오르는데 이번 여행은 계획을 정말 여러차레 바꿨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잘 바꿔서 다닌것 같다. 만약 산으로 향하는 첫날 원래 가려고 했던 오기자와로 갔거나 텐트를 계속 가지고 다녔으면 훨씬 고생했을 것 같고, 어제 숙소 급하게 잡은 것도 잘 잡았고 ㅎㅎ 역시 긍정왕의 마인드
빗소리 들으며 잠을 청했던 첫날밤의 캠핑, 초가다케에서 마음을 울리던 풍경과 아름다운 어코디언 연주, 야리가다케에서 본 운해 밑으로 지는 아름다운 일몰과 은빛 운해 위에서 맑게 빛나던 보름달. 내 인생에서 가장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가까웠던 다이키렛토와 평화롭고 조용한 히라유 온천마을까지 이만하면 즐거운 여행이었네
온천을 마치고 나와서 맛있는 일본 우유 하나 사먹고 저녁으로는 근처 식당에서 치맥 - 가라아케와 테바사키 + 맥주 ㅎ - 으로 저녁을 하고 숙소로 돌아옴. 이번 여행도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료칸식 가이세키는 그냥 기분만 ㅎㅎ
첫날 묵은 숙소 전경
동네가 참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좋았음
저게 꼭 평양온천으로 읽히더란 말이지 ㅋㅋ (실제로는 평탕)
오전에 지나가다 와 저긴 되게 좋은 숙소인가 보다 했는데 야외 온천이었고 오후에 직접 가서 온천을 함 ㅎ
맨홀도 귀여워 ㅎㅎ
리프트 두개짜리 초소형 스키장 ㅎ 그런데 오른쪽은 경사가 진짜 심해 보인다.
히라유 폭포
히라유 숲길 산책
헉 여기도 곰이
공전의 히트작 "너의 이름은"이 정확하게 어디를 배경으로 한건 아니라던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기후현을 배경으로 해서 "너의 이름은" 관련 상품들이 많이 보였다. 운명의 연결을 상징하는 실로 만든 팔찌는 사고 싶던데 너무 비싸서..
동네 유일의 카페 ㅎㅎ
온천 달걀. 두개 사서 먹어봤는데 거의 날달걀처럼 흐물흐물하더라
마을 입구에 누워 있다가 카메라 들이대니 포즈를 잡아주던 개
맘에 들던 숙소
근처에 있는 농가에서 키운 야채나 과일을 파는거 같았는데 다음날 사과 사서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음
바이커들 온천 정모인가. 멋진 바이크들이 주차장에 잔뜩
온천하고 와서 창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 ㅎㅎ
'일본 북알프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북알프스 여행 8일 - 나고야 (0) | 2017.10.17 |
---|---|
일본 북알프스 여행 6일 - 하산 (0) | 2017.10.16 |
일본 북알프스 여행 5일 - 미나미 호타카다케 (2) | 2017.10.16 |
일본 북알프스 여행 4일 - 야리가다케 (0) | 2017.10.16 |
일본 북알프스 여행 3일 - 초가다케 (0) | 2017.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