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 요코 캠핑장 - 야리가다케


산속의 생활 리듬은 도시와는 전혀 다르다.
8시면 퇴근하고 한창 나이트 라이프가 시작되었을 시간인데 이곳에서는 텐트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고요가 찾아온다. 텐트에서 책도 보고 넷플릭스에서 다운받아온 나르코스 시즌 3도 좀 보다 보니 9시 반쯤 잠이 든거 같은데 눈을 떠보니 6시 반 ㅋㅋ 도대체 몇시간을 잔거야 ㅎ 텐트 나와보니 부지런한 등산객들은 이미 텐트를 걷어서 출발한 모양. 나도 뭐 특별히 준비할게 없어서 텐트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짐만 꾸려서 출발. 오늘은 7시간 정도 걸어서 일본에서 5번째로 높은 산이고 가장 사랑 받는 산중 하나라는 야리가다케까지 가는 일정. 

깨끗한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 숲길은 무척이나 걷기 좋았다. 계속 이런 길만 이어졌음 좋겠다 싶은 심정으로 두시간쯤 걷다보니 9시쯤 산장에 도착. 뭐라도 먹으려고 보니 10시부터 점심 시작이다. 1시간 기다리는게 아깝기도 해서 더 가다 다른데서 먹을까 하고 보니 헉 중간에 밥먹을 곳이 없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도 못먹은 상태에서 야리가다케까지 걸어가면 배고파서 쓰러질거 같아서 한시간 기다려 라멘을 주문. 그런데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도 끓이는데 10분은 걸릴거 같은데 주문하자 마자 나와서 좀 웃겼다 ㅋ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제 점심 이후에 그나마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남

산장을 지나가니 슬슬 경사가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1,600m에서 시작해서 3,000m가 넘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니 만큼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데 텐트를 두고 왔는데도 짐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것저것 불필요한건 다 두고 올걸 그랬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올라기는 길이 너무 아름답다. 산이 높아지니 단풍이 시작된 울긋불긋한 산과 푸른 하늘에 눈이 시원해진다. 

한걸음 한걸음 힘들여 걷다보니 체력이 정말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성큼 성큼 걸어 다녔을것 같은데. 집에 돌아가면 운동 다시 열심히 해야지 ㅠㅠ 그렇게 힘들게 걷다보니 드디어 야리가다케 산장에 도착. 야리가다케는 일본어로 창을 뜻한다는데 이름에 걸맞게 창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멋지다. 산장에 짐을 두고 맨몸으로 올라 갔다 오는거 같은데 오늘은 다리도 풀리고 피곤하니 내일 봐서 도전해보기로 함. 

옷을 갈아입고 - 당연히 사워는 못함 - 맥주 한잔 하려고 했더니 이럴수가 맥주가 전부 품절이란다 ㅠㅠ 결국 맥주 타임은 건너 띄고 운해 밑으로 해가 지는 멋진 광경을 보고, 저녁식사를 함.  추석 보름달을 보러 밖으로 나오니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운해 위에서 밝게 빛나는 보름달과 촘촘히 반짝이는 별들이 너무 아름답다. 사진으로 잘 찍으면 인생사진이 나올법도 한데 삼각대도 없고 해서 아쉽지만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고서 잠자리에 듬. 



맑은 계곡물 옆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맛은 영...ㅎ


아리사와 롯지를 지나면서 경사가 심해지지만 고도가 높아져서 단풍이 절경이다. 










미로처럼 적혀진 O 표시만 따라서 걸음


뾰족한 창을 닮아 야리가다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정상의 모습이 보인다. 구름에 쌓여 신비스러운 모습


오늘 묵을 산장의 모습도 보이고


야리가다케 산장 아래 셋쇼 산장의 모습. 텐트가 너무 귀엽다 ㅎ


야리가다케 정상에 오르 내리는 사람들. 경사가 진짜 심해서 무서움


운해 위로 일찍 모습을 드러낸 추석 보름달


운해 밑으로 해는 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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