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여행의 마지막날. 짧던 길던 모든 여행은 끝나기 마련이고 그 끝은 모두 아쉽겠지. 
알랭 드 보통이 새로운 책 "뉴스의 시대"에서 여행에 대해 "외부의 풍경을 통해 내부의 풍경을 조정하는 것" 이라고 이야기해서 참 공감했는데 과연 여행 다니면서 놀라운 풍경과 역사적 유적지를 접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그나라만의 독특한 맛을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여행중의 고독과 사색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하는 거야 말로 여행의 미덕이 아니었을까. 매번 여행을 마무리 할때마다 조금 더 달라져있기를 바라는데 이번 여행은 과연 어땠을지 ^^ 다음에도 또 다른 세계를 만나러 갈 수 있기를...

규슈 여행의 마지막은 후쿠오카 근교의 야나가와야 다자이후를 가보기로 함. 원래 다자이후만 가려고 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마침 야나가와와 다자이후를 한번에 가는 교통 패키지가 있다는걸 발견. 역시 일본은 이런게 잘되어 있다니까. 밤에 공항까지 지하철로 가야하고 낮에도 여기저기 지하철로 이동할지 몰라서 일일승차권을 발매하고 짐은 코인라커에 넣어둔 후 니시테츠 텐진역으로 가서 패키지권을 구매하고 첫번째 목적지인 야나가와로 향함. 4~50분쯤 걸려서 도착한 야나가와는 후쿠오카 시내와는 아주 작은 동네 분위기이다. 거기서 선착장까지 준비된 셔틀버스로 이동하니 일본 전통 복장의 뱃사공 아저씨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한배에 9~10명 정도 타는 것 같은데 나이 드신 일본인 부부들이 많고 나는 중국인 관광객과 호주에서 온 관광객과 함께 타고 이동. 

빼어난 경치라고 하긴 어려운데 그래도 조용한 일본의 교외를 흐르는 강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은 좋았다. 그냥 느긋하게 풍경을 보면서 가면 더 좋았을 텐데 뱃사공 아저씨가 배를 운전하는 1시간 반가량 쉬지 않고 무슨 만담을 해서 좀 웃겼다. ㅎ 야나가와 뱃놀이 사진 보면 상상도 못할 수다스런 분위기라니 ㅎㅎ 그래도 가끔씩 구슬픈 일본 노래도 불러주셨는데 그건 좋았다. 
1시간 반정도 가니 내리는 곳인데 야나가와 뱃놀이가 끝나면 어째서인지 장어덥밥이 유명하다고 한다. 배에서 내린 골목에 많은 장어 집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군데 골라서 들어가니 마침 제일 유명한 곳인거 같았다. 대중소 세가지가 있었는데 부담스런 가격때문에 소로 시켜 먹었더니 장어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장어와 달콤한 밥이 어우러진게 참 맛있었다. 

다시 역까지 돌아오는데 대부분 택시를 타는거 같은데 인포메이션에서 물어보니 버스도 있단다. 택시비도 아낄겸 버스타러 가는데 정류장을 못찾겠어서 강변을 바라보고 쉬고 있던 젊은 일본 친구들에게 물어봄. 서투른 일본어로 야나가와 에끼와 도코데스카? 뭐 이렇게 물어보니 서로 의논을 하더니 자기 차로 태워다 준단다. ^^ 영어를 잘 못하긴 하던데 물어보니 근처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배우는 학생들이고 차는 할아버지가 입학 선물로 사준 차라고 ㅎ 덕분에 편하게 역까지 돌아옴

역에서 다자이후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으니 올때는 몰랐는데 참 한적한 시골역 분위기다 싶다. 따사로운 오후에 맥주 한캔 마시면서 조용한 시골역에서 기차 기다리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다자이후 까지는 30분정도 걸린것 같은데 다자이후는 사원까지 가는 골목도 그렇고 나라의 ______ 사원을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교토와 나라에서 봤던 엄청난 신사들에 비하면 좀 작지만 그래도 아담하니 예뻤다. 주변을 좀 걷다가 사람들 줄서 있는데서 구운 떡도 하나 사먹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옴. 이제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전에 찜해 놓은 캠핑 용품을 사러 캐널시티로 감. 역시 사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짐도 많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해서 한국보다 15,000원쯤 싸게 파는 스노우픽 코펠만 하나 사서 마지막 저녁으로 기요미와에서 유명한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한국으로 돌아옴

ps. 한국에 도착하니 이제서야 여행의 피로가 몰려온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배낭과 캐리어는 땅에 내려놓고 후쿠오카 면세점에서 산 기념품이 담긴 쇼핑백은 반대쪽에 내려두었는데 버스 탈때 그만 빨리 타다보니 쇼핑백을 안가지고 탔다. ㅠㅠ 뭐 양주를 사거나 그러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어도 너무 아까웠는데 놀랍게도 습득물 센터에 신고가 되어서 며칠 후에 택배로 받았음. 인천 공항 공사 감사합니다~



컬투의 정찬우처럼 1시간 반을 만담하시던 뱃사공 아저씨 ㅋㅋ


뭔가 귀여우면서 그로테스크한 소녀상


귀여운 아이들이 한꺼번에 "곤니찌와~" 귀여워 ㅠㅠ




야나가와 뱃놀이 끝나고 먹는 장어찜밥


다자이후 가는 길은 나라공원하고 비슷





무슨 행사였을까 탐스러운 사과들을 잔뜩 모아두었다.


독특한 인테리어의 스타벅스 다자이후 점


엽기적인 조형물.. 이게 뭐야 ㅋㅋ


기요미와의 함박 스테이크. 적당히 덜어서 동그란 불판에 취향것 익혀 먹으면 마..마시쪙!!

10.8

야쿠시마는 해지면 할게 없고 심지어 아침에는 아침 먹을 곳도 없어서 - 보통은 도시락 싸서 산에서 먹던가 숙소에서 해결 - 혼자 오면 산에나 가고 빈둥빈둥 대며 지내기는 좋을 듯 하다. ㅎ 그래도 심심하긴 함. 그래서 아침 일찍 떠나려고 첫배인 7시 배를 타고 안보항에서 가고시마로 출발. 숙소가 있던 미야노우라 항에서 안보까지 버스로도 한참 가는데 그저께 이길을 자전거로 왔다니 생각하니 눈물이 ㅠㅠ. 그나저나 편도 버스비가 810엔이던데 자동차나 오토바이 일일렌트가 3,500엔인건 버스비 생각하면 무지 싼듯 싶다. 담엔 꼭 국제 면허증 준비해서 와야지

7시 정시에 출발한 배에서는 계속 어제 발표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대한 소식이 나오는데 참 부럽다. 거기에 마침 중간에 들린 섬에서 탄 옆에탄 할아버지가 직접 촬영한 로켓 발사 장면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네 휴대폰을 제일 잘만드네 해도 이런 기초 과학에서는 아직도 배워야할게 많은 나라인듯 싶다. 

가고시마에 도착해서 바로 구마모토행 기차을 끊어서 구마모토로 출발. 신간센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 싶을정도로 승객이 없다. - 내가 탄 칸에 5명이나 탔을까...- 한시간쯤 가니 원래 계획에는 없었다가 야쿠시마 일정이 어긋나면서 급하게 추가한 구마모토에 도착. 인터넷으로 관광할 곳을 찾아보니 구마모토성과 스엔지엔 공원 정도가 갈만하고 말 육회가 유명한 곳이라고. 

구마모토도 역시 다른 규슈의 다른 지역처럼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이고 트램이 잘 연결되어 있어 다니기가 좋다. 트램을 타고 첫 목적지인 구마모토 성으로 향함. 역에서 내려 높은 성벽으로 둘러쌓인 길을 가다보면 보이는 구마모토성의 하일라이트 천수관의 모습이 멋지다. 교토에서 느낀거지만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 자주 개보수는 하겠지만 -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게 부럽다. 

꽤 규모가 커서 놀랐던 구마모토성을 나와서 일본식 정원으로 유명한 스엔지엔 공원으로 맥주 하나 사가지고 향함. 공원은 예쁘고 아기자기한 일본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산책하면서 맥주도 한잔 마시고 7시부터 공연한다는 재즈 공연팀의 리허설도 듣고 하니 마음이 평온하구나 ㅎ 내일이면 돌아가는게 아직 실감은 안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들 남기고 가야지

그나저나 재즈 리허설을 보다보니 일본 노부부께서 자원봉사 비슷한걸 하는 것 같던데 일반화 할수는 없겠지만 여러모로 일본의 노인들은 우아하다. 과거 일본의 거품 경제 시절의 여파도 있겠고 모든 일본 노인들이 우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노인 빈곤률,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참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겠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그런데 더 아찔한건 그걸 정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것도 모자라 젊은 이들까지 벼랑 끝으로 밀어 넣고 있는 정치적 세력에 앞장서서 눈먼 지지를 보낸다는게 참으로 비극적이다. 

저녁은 구마모토 번화가에서 말 육회를 먹어보려 했으나 비싸 보여서 ㅠㅠ 내가 좋아하는 일본 음식중의 하나인 소바 - 맛이 감동적이었던 ㅠㅠ - 마지막 숙소인 후쿠오카로 돌아옴. 숙소에 오니 자전거를 쓸 수 있어 후쿠오카에서 가장 인기 많다는 교자집인 데스나베에서 그리운 교자와 맥주도 한잔 마시고 후쿠오카 시내를 자전거로 다니며 마지막 밤을 보냄 



구마모토가 한문으로 熊本 이라 구마모토의 상징은 곰 (일본어로 쿠마!!) 너무 귀여움 ㅎ



구마모토성의 하일라이트 천수관. 이런 유적지에는 한국 관광객들 많음 ㅎ


천수관에서 바라본 구마모토 전경


택시에도 쿠마!





스엔지엔 공원



맛있었던 덴쁘라 소바 정식


안녕 쿠마~



감동적이었던 데스나베의 교자

10.7

태풍때문에 참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네. 
원래 계획은 조몬스기까지 왕복 10시간 코스를 다녀오기로 했는데 길이 막혀서 원래는 다음날 다녀오려고 했던 시부타니 운스케 코스를 다녀옴. 숙소에서 혹시 스쿠터를 빌릴 수 있나 했는데 여기서도 국제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그냥 버스타고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 30분쯤 버스를 타고 가니 매표소.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아쉽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등산로에 입장. 산에 들어서니 태풍때문에 일정 어긋나서 생긴 스트레스와 짜증들이 확 사라진다. 맑은 공기 아래 푸른 이끼로 덮인 거대한 나무들과 돌들 그리고 맑은 계곡 물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정말로 원령공주의 작은 혼령들이 금방이라도 나타나 나를 숲속 깊은 어딘가로 데리고 갈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시간이 켜켜이 쌓인 깊은 숲의 풍경은 마치 현대의 일본 어디인가가 아니라 마치 고대의 숲을 탐험하는 모험가가 된 느낌이어서 좋았다. 풍경에 취해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한참을 가다보니 배가 고파온다. 준비해간 도시락과 맥주 그리고 면세점에서 사온 와인까지 한잔 하니 정말 오기 잘했다 싶다. 이 좋은 산이 한번에 모든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구나 라는 생각에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오도록 하자. 다음번에 오면 캠핑 장비 들고와서 산장에서 밥 해먹고 산장에서 - 전기도 안들어오고 관리자도 없어서 무서워 보였지만 - 자보는 것도 좋을 듯 ^^

등산 코스를 마치고 돌아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조몬스기 등산로까지 가는 버스표를 환불하려고 하니 내일은 등산로가 오픈 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다. 혹시 새벽에 등산하고 4시배를 탈 수 있을까 계산해보니 아무리해도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하고 대신 아침 첫배로 배시간을 다시 바꾸고 동네 백수처럼 야쿠시마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고양이하고도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옴. 여행초에 반달이었는데 이제 만월이구나























10.6
배가 연기되었다고 해서 여러가지 컨틴젠시 플랜을 짰다. 연기된 날은 이부스키 다녀오는 걸로 급하게 정하고 그 다음날 배가 취소되면 바로 배표 환불 후 유휴인과 벳부로 가고 취소되지 않으면 야쿠시마로 가되 야쿠시마에서 나오는 배시간을 조정해서 야쿠시마에서의 일정까지 변경을 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선착장으로 나감. 선착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 보니 배가 정상으로 다닐것 같다. - 양복 입은 엔지니어들 느낌의 아저씨들이 많아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일본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섬이 야쿠시마 옆에 있는데 그 다음날인가 로켓 발사가 있었다고 한다. 하여간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배는 야쿠시마로 향하고 2시간쯤 지나 섬에 도착. 가고시마로 나오기 위해 대기하시던 분들도 꽤 있던데 이분들은 다들 며칠씩 발이 묶여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여간 미리 예약한 숙소를 부랴 부랴 취소해서 숙소를 새로 잡아야 하는데 야쿠시마는 건물들도 뛰엄 뛰엄 있고 식당이나 상점도 눈에 잘 안띄는 곳이라 민박 집 찾기가 쉽지 않다. - 나중에 인포메이션 센터 가니 지도랑 잘되어 있던데 첨부터 가볼껄 -_-;;- 그냥 무작정 가다가 민숙이라고 써있는데 들어가 방을 잡고 다음날 등산할때 먹을 도시락을 예약하고 관광을 시작. 등산은 내일과 모레 이틀하기로 하고 렌트나 스쿠터를 빌려서 야쿠시마 섬을 돌아볼 계획이었는데 렌트야 국제 면허증이 필수라고 해도 스쿠터가 국제면허증이 필요할줄은 몰랐다 ㅠㅠ 여지껏 그냥 국제 면허증 없이도 스쿠터 잘만 빌렸는데 일본은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구나 흑.. 그래서 그냥 자전거로 대신하기로 함. 

야쿠시마 섬은 제주도 1/4쯤 되는 크기여서 자전거로 다 돌아보는건 무리이고 안보항까지 19km 떨어져 있길래 거기까지 다녀와 보기로 함. 사실 달리기 하면 좀 필받으면 18km 까지는 1시간 40분 정도에 뛰어서 자전거로는 한시간쯤 걸리겠지 하고 힘 남으면 더 가보자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첨에는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중간중간 경치 좋은곳에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점점 가다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게 갈수록 힘들어 진다. ㅠㅠ 결국 2시간쯤 걸려서 - 뛰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다니 ㅠㅠ- 안보항에 도착하니 늦은 점심시간.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고 다시 힘들여 숙소까지 돌아옴. 돌아오는 길에 근처 초중고등학교의 하교시간인지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루루 나온다. 인상적이었던게 다들 특별활동을 했는지 모두들 체육복에 운동용품들을 잔뜩 들고 다니는데 건강해 보여서 참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 공부에 찌든 학생들과는 다른 모습. 그 와중에 초등학생들은 귀엽게 곤니찌와 인사도 해주고 ^^

저녁을 먹고 나와 7시쯤 되니 야쿠시마는 이제 완전히 조용하고 아무것도 할게 없는 동네로 변한다. 몇개 없는 슈퍼마켓에서 내일 산에서 먹을 맥주 몇개 사서 숙소로 돌아와서 4시부터 시작되는 산행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씻고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인 아주머니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준다. 

바로 태풍으로 등산로 폐쇄!!  ㅠㅠ 헉...이럴수가 배 안다니거나 연기되는 것등에 대해서는 계획이 있었는데 여기와서 등산로가 폐쇄되다니 흑... 아주머니가 영어를 전혀 못해서 구글 번역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니 다행히 원래 계획한 조몬스기 코스 말고 모노노케 숲이 있는 시라타니 운스케 코스는 오픈을 한다는 것 같다. 휴..그거라도 다행이지 그래도 너무 속상하다. ㅠㅠ



태풍이 지나가고 드디어 파란 하늘이 ㅠㅠ



야쿠시마 가는 길에 보였던 멋진 산. 저기도 나중에 올라가보고 싶다.



갈때는 이런데서 사진도 찍고 좋았는데 ㅠㅠ







야끼니꾸로 저녁을..

10.5

18호 태풍이 가고시마에 상륙하는 날. 일년에 몇번 오지 않는 태풍일텐데 참 정확하게도 맞춰 왔구나 ㅠㅠ (그런데 지나고 나니 다행인게 18호 태풍때문에 배도 연기되고 일정에 지장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사고가 난다거나 집에 못오고 그런건 없었는데 귀국후 1주일후 더큰 19호 태풍때문에 가고시마 근방에 피해가 컸었음) 아침에 창문을 여니 비는 아직 안오는데 바람이 거세다. 휴 빨리 지나가렴. 등산쟈켓을 꺼내입고 가고시마 역으로가서 이부스키로 가는 기차를 예매하고 기차에서 먹을 에끼벤 - 가고시마 명물 흑돼지 포장이 귀여웠던 - 도 하나사서 기차에 올라탐. 그냥 보통 기차를 예상했는데 이부스키행 기차는 부타바 특급이라고 흰색 검은색으로 반이 나눠진 귀여운 관광열차였다. 두량짜리 아기자기한 기차인데 내부도 나무 원목 의자와 탁자로 되어 있는 정말 깜찍한 열차였다. 하여간 일본 사람들 이런거 좋아해 ㅎㅎ 여자 차장분도 너무 친절했는데 운행중에 역무원 모자 들고 다니면서 손님들 한명 한명 기념 사진 촬영해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책도 좀 읽고 창밖으로 비내리는 일본의 농촌 마을과 바다의 풍경을 보다보니 이부스키에 도착

이부스키는 해변가의 모래가 온천의 영향으로 뜨겁다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모래에 파뭍혀 있다 나오는 모래 온천이 유명하다. 그런 곳이 해변가에 여러 곳이 있는데 태풍때문에 다 문을 닫고 다행히 이와사키 호텔이라는 곳 한곳에서만 한단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다보니 점점 비바람이 거세진다. 버스에서 내려 안내를 받아 모래온천에 가니 평소라면 바다가 탁트인 야외에서 모래속에 몸을 묻고 바닷바람 맞으면서 바다를 바라봤을텐데 태풍때문에 사방을 막아둬서 좀 아쉽다. 유카타채로 뜨거운 모래에 누우니 진짜 일하시는 아저씨가 모래로 덮어주는 순간부터 땀이 줄줄 흐르는게 신기하다. 바닷바람이 불어주면 참 좋았을텐데... 답답한걸 잘 못참아서 참을 만큼 참다가 샤워를 하고 4층에 있는 온천탕으로 올라감. 여기는 그냥 대중탕 같은 시설인데 그래도 큰 창으로 보이는 바다가 참 멋지다. 태풍때문에 거세진 집채만한 파도가 몰려오는 걸 혼자서 -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있었음 ㅎ - 탕에 몸담그고 있자니 며칠 돌아다닌다고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땀도 많이 흘려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려 했더니 명색이 호텔이라고 맥주값이 너무 비싸서 ㅠㅠ 버스타고 역으로 돌아와 역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잔 사다 먹으려니 비바람이 최고로 거세진다. 

이부스키 지역도 조용하고 좋던데 날씨 좋으면 자전거 타고 돌아다녀도 좋았을텐데 날씨도 안좋고 그래서인지 문연 가게들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와서 돌아오는 기차에서 먹으며 가고시마로 돌아옴. 가고시마역의 도큐핸즈와 쇼핑몰도 구경하는데 세상에서 귀여운것과 맛있어 보이는 건 다 모아놓은 것 같다. ㅋ 충동구매로 쇼핑 몇가지 하고 다시 시내로 나오니 비가 좀 잦아들고 구름도 서서히 걷히는 거 같다.  하루종일 비오는 날씨에 돌아다녀서 따듯한게 먹고 싶어서 가고시마에서 유명한 흑돼지 샤브샤브나 닭고기 국밥인 게이한을 먹어볼까 했는데 멀리 가기 귀찮아서 역앞에 야타이들 모여있는 곳에서 라멘으로 때우고 숙소로 돌아옴. 숙소에 돌아오니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고 해서 자전거로 가고시마 골목골목을 한번 돌아보고 하루를 마침



귀여운 이브스키행 부타마 특급


흑돼지가 귀여워 ㅋ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보며 맥주 한잔~


태풍이 걷혀가면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인다.


야타이 밀집 지역. 후쿠오카처럼 북적이지 않다보니 뭔가 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가챠퐁에서 귀여워서 뽑은 인형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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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헐...이럴수가 
원래 추석연휴때 여행을 오려다가 야후 날씨앱의 비온다는 (거짓) 예보때문에 연기하고 좋은 날씨를 기대하고 여행일정을 조정. 그리고 한달쯤 기다려서 맑은 가을 날씨를 기대하고 왔건만 이번엔 아예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ㅠㅠ 정말 운도 없다 생각하고 그냥 왔는데 의외로 후쿠오카 도착하니 날씨가 괜찮아서 기우였나보다 생각했는데... 결국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ㅠㅠ

어쨌건...아침에 하카타역에서 에키벤 만화에서 자주 보던 에키벤 하나 사들고 신간센에 올라가고시마로 출발. 에키벤은 뭐 기대가 커서인지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아주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성스런 일본식 도시락 느낌과 맛이 좋았다.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의 KTX 제육볶음 도시락 이런거 생각하면 뭐 ㅎㅎ 어쨌건 남은 기간중에 기회되면 또 한번 먹어보기로 하자

한시간 20분쯤 걸려서 가고시마에 도착. 가고시마는 후쿠오카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인데 후쿠오카도 작고 조용하고 깨끗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좀 뭔가 세련된 도시의 느낌이 있었다면 가고시마는 푸근한 지방 소도시의 느낌이랄까 ^^ 호텔 체크인 시간도 남고 해서 코인라커에 짐을 두고 사쓰마의 작은 교토라는 지란의 정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코인라커 찾고 동전 바꾸고, 인포메이션 찾고 해서 물어보니 지란의 정원에 가는 버스가 방금 떠났단다. ㅠㅠ 한시간 기다릴까 하다가 원래 목적지중의 하나였던 센강엔을 먼저 가기로 함. 

센강엔은 예전에 가고시마 영주가 별장인가 하는 용도로 사용한 곳인데 가고시마 앞의 화산섬인 사꾸라지마가 보이는 정원이 유명한 곳이라고. 버스를 한 참 타고 도착한 센강엔은 과연 명성처럼 정원도 참 예쁜데 정원에서 바라보이는 바다와 사꾸라지마 섬의 모습이 참 웅장하다. 일본 정원은 정원 안에 하얀 모래와 나무와 바위로 산과 바다를 조형하는데 아예 산과 바다를 정원의 일부로 삼은 모습이 뭐랄까 참 호방하다 싶다. 정원 여기저기 구경하다 센강엔 뒤편의 등산로 따라 뒷산도 올라가보고 하니 어느덧 배가 고파온다.

가고시마는 흑돼지로 유명하고 일본 제일의 축산 산지로 유명한 곳인데 그래서 일본 최고라는 돈까스집이 가고시마에 있다. 마침 숙소 근처에 있어서 짐을 끌고 구글맵의 도움으로 찾아감. 마루이치라고 해서 히라가나로 마루로 된곳을 한참 찾았는데 九一 이라고 된곳이 마루이치였더구만 -_-;; 어쨌건 부푼 마음으로 가게로 입장. 마침 시간이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자리가 한적하다. 

그러고 보면 없이 살던 시절 스테이크 같은 진짜 양식은 구경도 못하던 시절 그나마 칼과 포크를 이용하교 스프와 샐러드와 같은 전식이 나오고 빵과 밥을 선택하라던 돈까스는 참 특별한 음식이었는데. ㅎㅎ 그런 종이짝 처럼 얇은 고기에 튀김옷만 두껍고 달디단 소스만 듬뿍 뿌린 경양식집의 돈까스만 가끔 먹다가 처음으로 일본식 돈까스라고 먹었을때가 생각난다. 고기의 두께와 바삭한 튀김옷 그리고 상큼한 양배추가 곁들여진 맛에 참 놀랐었는데 ^^. 이제 우리나라도 예전의 돈까스는 분식집이나 기사식당에만 남아 있고 정통 일본식 돈까스 집들이 여럿 있지만 그 돈까스의 진짜 원조를 먹게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ㅎㅎ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로쓰까스를 주문함. 주인 아저씨가 인상이 조금 무서워 보였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본인이 한국에서 다녀온 이야기도 해주시고 먹는 법도 알려주시고 매우 친절하시고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참 친절하시다. ^^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니 곧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양의 돈까스와 밥 장국이 함께 나온다. 튀김옷이 황금색이 아니라 좀 탔나 싶게 어두운 갈색이라 괜찮은건가 싶었는데 소스를 바르기 위해 고기를 펼쳐보니 우와...정말 엄청난 두께의 고기가 촉촉한 모습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고기와 바삭한 튀김옷, 부드러운 소스와 톡쏘는 겨자소스와 함께 먹는 맛이란 ㅠㅠ 거기에 잘지은 밥과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고소한 장국 그리고 마지막에 시원한 생맥주까지 분명 배는 부른데 계속 먹게 되더라. 과연 일본 최고의 돈까스라고 할만하다. 

마루이치를 나와 체크인을 하고 산책겸 바닷가로 나가봄. 바닷가를 산책하다 마침 근처에 내일 야쿠시마로 가는 페리호를 타는 선착장이 있어서 선착장 위치도 확인할겸 선착장으로 가봄. 그런데 중간에 위치를 잘 모르겠어서 페리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번역해봤더니 헉! 오늘 배가 취소되었다고 하는게 아닌가! 비도 안오고 그런데 어째서 ㅠㅠ 그래서 내일건 어떻게 됐나 물어보러 매표소에 가서 물어봤더니 내일 배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ㅠㅠ 이거 일정이 완전히 꼬이겠네. 표를 취소할까 하다가 일단 내일 모레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해서 다음날로 연기하고 다음 다음날 상황에 따라 야쿠시마를 포기하고 규슈다른 곳을 가보기로 함. 태풍이 지나갈꺼면 내일 하루에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 ㅠㅠ

그래도 처음엔 난 왤케 운이 없지 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만약 나오는 배가 취소되었으면 더 끔찍하다. 5일 한정 JR패스도 못쓰고 비행기도 연기도 안되서 다시 사야하고, 거기다 휴가까지 더 써야 했을테니 그거보다는 다행이지. 이런 생각도 하고 여행 다니면서 이런일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가고시마 중심가를 돌아다니다 보니 맘이 좀 편해지긴 한다. 야쿠시마가 뭐 평생 또 못올 곳도 아니고... 저녁은 돌핀포트에서 초밥을 먹고 돌핀포트 앞 족욕하는 곳에서 시원한 바람 - 이게 배를 취소시킨 태풍 바람이지만 - 맞으니 그래도 즐겁구나 ㅎ

맛있어 보이는 에키벤들을 잔뜩 팔던 에키벤 전문점







센강엔의 풍경들


가격이 ㄷㄷㄷ


마루이치의 돈까스.. 츄릅 또 먹고 싶다 ㅠㅠ




가고시마 중앙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 친구들



일본에 왔으니 스시도 ^^



가고시마 노상 전철 역에는 잔디가 깔려 있어서 예쁘다


태풍 전야의 가고시마 시내


10.3
아이고 힘든 하루...-_-;;
내일은 가고시마로 일찍 가야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후쿠오카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기로 함. 8시 반에 숙소를 나와 가고시마 왕복을 위해 JR Pass 5일권을 구매. 가고시마 왕복 기차표만 사면 왕복 20,000엔쯤 되는데 JR Pass 5일권은 17,000엔쯤 되서 패스를 구매했는데 패스만 있으면 5일동안 신간센을 비롯한 JR 라인을 무제한 탈수 있다는데 좀 아쉽긴 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패스로 규슈 구석 구석 돌아 다녀도 재미있을 듯 하다. 

후쿠오카에는 맛집이 많은데 하루에 3끼만 먹을 수 있는게 너무 아쉽다. 그래서 아침은 최대한 간단히 커피와 페스트리로 때우고 점심을 일찍 먹고 저녁을 두번 ^^;; 먹기로 함. 오늘의 계획은 캐널시티와 오호리 공원 마리오나 시티 아울렛, 후쿠오카 타워와 덴진을 돌아보면서 “규슈를 먹다”에 나온 맛집들을 들리는 계획. 다행히 맑은 날씨에 아주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

JR 하카타역에서 캐널시티로 가는 길은 정말 조용하고 깨끗하다. 이러한 조용함과 깨끗함은 후쿠오카와 규슈 전지역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사람들도 왠지 조용조용 대화하는 것 같고 차들은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번화가를 다녀도 가게 밖까지 울려퍼지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거리를 걷다보면 자전거 소리와 새소리만 가끔 들리고 버스를 타면 정차시에 시동까지 꺼져서 그야말로 고요한게 참 신기하다 ㅎㅎ. 거기다 거리는 어찌나 깨끗한지 담배꽁초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 그렇다고 도시가 아주 활기 없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 번화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이곳 저곳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야타이에서의 격의 없는 분위기를 보면 뭐랄까 적당히 활기 넘치면서도 속도에 쫓기지 않는 여유가 느껴져서 좋았다. 

캐널시티는 쇼핑몰 한가운데 조그마한 수로가 있는 멋진 디자인의 쇼핑몰인데 여기저기 할로윈 장식이 되어 있다. 할로윈은 한달가량 남아 있는데 벌써 할로윈 분위기라니 일본에서는 할로윈을 크게 기념(?)하는지 신기했다. 쇼핑몰에 다양한 샵들이 있는데 뭐 아저씨 눈에는 다른건 모르겠고 아웃도어 매장이 눈에 쏙 들어오는데 정말 탐나는 제품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최근에 시작한 캠핑 용품은 뭐 그리 싸고 좋은 제품들이 많은지. 우리나라보다 보통 2~30%는 저렴한듯 싶다. 

점심은 후쿠오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우동 타이라를 찾아감. 11시에 오픈하는 줄 알고 11시에 맞추어 갔는데 아직 문을 안열고 대신 4명이 앞에 줄을 서 있다. 뭐 어디 다녀오기도 애매하고 해서 나도 그 뒤로 줄을 섬.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1시 반이 오픈시간. 근데 일찍 오기 잘한게 11시 반이 되어 가게가 오픈하니 오픈 순간 기다린 사람들로 가게가 꽉 차버린다. ㅎ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탁자 앞 주방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쇠신 초로의 주인 아저씨가 열심히 면을 뽑고 삶고 찬물에 헹구고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육수를 만들고 고명을 올리고 아주 분주하신데 그 과정이 조금 과장하자면 정말 무슨 장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듯하다. 인터넷으로 보니 고보우 우동이 맛있다고 해서 그걸 시켰는데 (에비 고보우 우동을 시켰어야 하는데 아쉬움 ^^;;) 맛은 가게 분위기보다 더욱 놀라운 수준. 면발은 정말 쫄깃하고 육수는 강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면의 맛을 살릴 정도로 감칠맛이 나고 튀김은 바삭한 것이 과연 후쿠오카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을 만하다 싶다. 몇그릇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해서 나오면서 계산하니 고작 430엔의 가격에 또 놀란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인스턴트 우동 면에 스프로 맛을 낸 우동 얼마 받는지 생각하면 이런 음식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배도 부르겠다 고급 백화점이라는 다이마루 백화점 구경 잠깐 하고 산책겸 오호리 공원으로 감. 넓은 호수가 잇는 공원인데 호수 바라보며 맥주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공원 근처에는 그 많던 편의점이 없어서 그냥 쉬엄쉬엄 공원을 산책함. 중간에 아기자기 귀여운 일본식 정원도 구경하고 아카사카역까지 걸어가서 근처의 본타나카라는 유명 커리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함. 본타나카는 8년 카리로 유명한 곳인데 8년간 연구하고 그런 건가 했더니 타나카라는 후쿠오카 시내의 고급 이자까야에서 8년간 식사 메뉴로 인기 있었던 커리만 따로 분리해서 파는 곳이라고. 좌석이 전부해서 15개 밖에 없는 조그마한 음식점이었는데 커리는 정말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인도식이나 일본 프랜차이즈 커리와는 다른 소고기 풍미가 가득한 커리 맛이 인상적이었다. 

큰 규모의 아울렛이라는 마리오나 시티 구경 잠깐 하고 거기서 무료로 대관람차도 한번 타고 후쿠오카타워 앞에서 바다 보면서 맥주도 한잔하고 나니 슬슬 체력이 바닥을 보인다. 너무 많이 걸어다닌 듯 ㅠㅠ 오늘 여행의 마지막은 다시 텐진으로 가서 애플 스토어 구경하고 유명한 잇푸도 라면 먹어보기. 애플 스토어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매 전인 아이폰 6와 6플러스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는데 6플러스는 좀 큰듯했고 6는 얇은 두께 덕에 부담스럽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게 맘에 들었다. 나야 아직 약정도 남고 했으니 내년에 6s 나오면 그때나 생각해 봐야지. 그때도 엔화가 약세면 일본와서 공기계 사가서 한국에서 저가 요금제로 가입하고 싶다. 

일본라멘 하면 처음 십수년전에 오사카 가서 금룡 라멘이 유명하다고 해서 처음 먹어보고 느끼한게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한국에도 직접 육슈를 내서 생면을 담아 주는 일본식 라멘 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차츰 입맛을 들였는데 그중에서 홍대 앞에 하카타분코가 유명하기도 했고 몇번 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때 그 하카타가 바로 이곳이구나! 일본 라멘 대회에서 몇년간 우승하면서 일본 최고의 라면으로 손꼽힌다는 잇푸도 라멘 그 전설이 시작된 텐진의 본점을 방문해서 오리지널 돈코츠 라멘을 주문함. 맛은 뭐 ㅠㅠ 느끼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 맛에 생면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게 뭐랄까 맘까지 따뜻해지는 맛이랄까 ㅠㅠ 하루에 세끼만 먹어야 한다는게 아쉽다 흑. 

라멘까지 먹고 나왔더니 이제 정말 쓰러질 듯 힘들다. 텐진 번화가를 조금 보다가 숙소로 귀환...힘든 하루였구만..

하카타 캐널시티 전경. 아웃도어 매장에서 침을 질질..ㅋ


우동 타이라의 주인 아저씨


진짜 맛있었던 우동 타이라의 우동. 담엔 에비 고보우 우동을 꼭 먹어봐야지




오호리 공원 전경


후쿠오카뿐 아니라 규슈쪽은 자전거 도로가 정말 너무 잘되어 있음


8년카리로 유명한 본타나카의 일본식 커리


마리노아 시티 아울렛의 대관람차. 일본 사람들 대관람차 진짜 좋아해 ㅎㅎ. 무료라 한번 타봤음


멀리 후쿠오카 타워와 야후오크 스타디움이 보인다.


애플 스토어에서 만져본 아이폰6와 6플러스


으 정말 맛있었던 잇푸도의 라멘


여기가 가장 유명한 일본 라멘집 잇푸도 본점



10.2

얼마 전에 우연히 선배 페북에서 야쿠시마 사진을 보고 '오 이런데가 있다니?' 하고 반해서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 두었다가 마침 올해 추석 연휴도 길고 큐슈쪽은 안가봐서 추석 연휴를 껴서 후쿠오카와 가고시마 야쿠시마를 다녀오기로 함. 비행기표도 28만원밖에 안해서 부담 없이 예매를 해두었으나 여행 며칠 앞두고 일기 예보를 보니 계속 비가 온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5만원의 위약금을 내고 비행기를 개천절과 한글날 휴일을 이용한 기간으로 연기하여 이번에 오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일본 날씨 정보는 아이폰의 야후 날씨앱을 참고했는데 실제 추석때는 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안온듯하다 ㅠㅠ 야후 날씨 앱은 강우 확률이 항상 너무 높게 나와서 믿을 수가 없음 ㅠㅠ)

여행을 준비하며 10월초면 청명한 가을날씨를 기대했는데 다시 여행 전에 날씨를 확인하니 이번엔 아예 태풍이 남태평양에서 북상한단다 ㅠㅠ 젠장 운도 지질이도 없지 ㅠㅠ 그래도 이번에는 또 연기할 수 없어서 제발 날씨 좋기를 빌며 공항으로 출발. 공항에서 이것 저것 일보고 비행기에 올라타니 딱 1시간 조금 넘으니 후쿠오카다. 일본 가까운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뭐 부산 가는거 보다 가깝네 ㅎㅎ 후쿠오카 공항은 간사이나 하네다처럼 사람도 비행기편도 많지 않아 수속도 금방하고 짐도 금방 찾은데다가 후쿠오카의 중심지인 하카타 역까지는 지하철로 고작 두정거장 밖에 안되서 오후 5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는데 숙소에 체크인 하니 7시 반이다 ㅎㅎ

얼른 짐을 풀고 뭘할까 하다가 후쿠오카의 명물이라는 포장마차-야타이에서 웰컴맥주를 하러 감. 규슈 최고의 환락가라는 나카스와 덴진 부근이 유명하다던데 이번 여행을 위해 산책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보통 여행전에 그나라의 역사에 관한 책들이 있으면 읽어보고 가는데 이번에는 맛집 관련책으로 예습을 좀 했다 ㅎ - 에서 다이마루 백화점 근처의 야타이가 괜찮다고 해서 거기를 가봄

첨에 예상은 대만의 야시장처럼 포장마차가 북적북적 밀집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 나카스 근처는 좀 비슷 - 다이마루 백화점 근처는 그냥 대로변에 정겨운 포장마차가 두세개씩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포장마차와 비슷한 곳에서 꼬치, 라멘, 교자, 오뎅등 맛있는 안주들과 시원한 맥주를 파는데 사람들이 격의 없이 활기차게 어울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나도 옆에 자리 잡고 앉아 교자와 계란말이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번 여행을 시작함. 맥주 한잔 들어가니 날씨야 어쨌든 그래도 여행 오길 잘했다 싶다. ㅎ

나카스 강변을 찾아가 북적거리는 야타이 거리를 둘러보다가 간판에 craft beer라고 되어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봄. 일본은 맥주 문화가 발달해서 지비루라고 불리는 크래프트 비어도 크게 발달했는데 역시 이곳에도 많은 종류의 크래프트 비어가 준비되어 있다. IPA과 스타우트가 포함된 5종루의 샘플러를 마시며 일본 맥주 맛에 감탄하고 있으니 홀에서 TV를 보던 사람들이 막 환호성을 지른다. 뭔가 하고 보니 이대호가 있는 후쿠오카 연고의 소프트뱅크 이글스가 퍼시픽 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해서 우승을 했다고 한다. 추석때 왔으면 소뱅 경기 한번 보려고 했어서 이번에도 볼까 했었는데 보려고 했어도 표를 못구했겠구만 ㅎ



정겨운 분위기의 후쿠오카 포장마차 야타이


최고의 교자라고는 할순 없지만 그래도 후쿠오카 특선 교자와 생맥주로 여행을 시작



일본의 오뎅은 다 이름이 있어서 오뎅 주세요 하면 안된다고 함...ㅋ 다 맛있어 보인다


나카스 강변의 크래프트 비어 전문점에서 마신 지비루 샘플러. 아주 훌륭한 에일맥주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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