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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쓰러지듯 11시쯤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한번 잠이 깨니 쉬이 다시 잠이 들지 않는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낮잠 좀 자다가 깬 시간 쯤 됐겠지. 딱히 새벽부터 할일도 없고 해서 한참을 뒤척이다 해가 조금씩 떠올때쯤 다시 잠이 들어 결국 늦잠을 자버렸다.
느즈막히 아침을 챙겨 먹고 오늘은 디에고 리베라 벽화 박물관과 국립 인류학 박물관 차풀테펙 성을 가보기로 함. 숙소가 매우 싼 곳이긴 한데 가격대비 훌륭하다고 하긴 그렇고 딱 돈 값을 하는데 그래도 위치는 괜찮아서 멕시코시티의 관광지가 모여있는 역사지구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데 첫번째 목적지인 디에고 리베라 벽화 박물관도 그 근처라 걸어서 도착. (나중에 돌이켜보니 좀 외진 곳이어서 밤에 딱히 할게 없는 곳이었는데 택시나 우버 이용할 생각으로 Condensa나 Roma 쪽에 숙소를 잡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디에고 리베라 벽화 박물관은 디에고 리베라의 유명한 작품인 "일요일 오후 알라메다 공원에서의 꿈"이라는 벽화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디에고 리베라의 다른 작품들도 있을줄 알았는데 그 작품이 전부이고 나머지 공간은 상설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 한 곳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다. 벽화는 스페인 식민 지배 이후 멕시코의 역사와 현재를 디에고 리베라 자신과 프리다칼로를 포함하여 멕시코 역사책의 한자리를 차지할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입구에 적힌 설명을 보며 하나하나 찾아가며 보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웠고 특히나 오래된 식민의 역사를 극복하고 이루어낸 독립과 독재에 항거한 혁명의 자긍심이 진하게 느껴져 감동적이었다.
한참을 보다 근처에 Museo de artes popular라는 멕시코 공예 박물관을 보러 가봄. 멕시코의 수공예품들은 정말로 개성적인데 알록달록 귀여운 수공예품도 있는 반면에 해골과 Skeleton을 이용한 수많은 장식물 - 아마 Day of dead의 영향인듯?- 악몽에나 나올법한 악마들과 언캐니 밸리를 느껴지게 하는 무표정한 마스크들 그리고 기괴하게 변형되고 과장되게 채색된 온갖 동물들의 인형까지 그로테스크하고 독특한게 참 특이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기괴한 영화하면 기예르모 델 토로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바로 모국인 멕시코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ㅎ
오후에는 국립 인류학 박물관과 차풀테펙 성을 가보기로 하고 지하철로 박물관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 아무래도 성은 무리이지 싶어서 박물관만 보기로 함. 박물관은 인류학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원시 인류의 유적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알래스카를 넘어온 역사 그리고 그이후 중남미에서 그들의 후손들이 세운 다양한 문명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테오티후아칸과 멕시코시티가 그 중심이었던 아즈텍 문명, 유카탄 반도와 과테말라, 벨리즈를 거점으로 융성했던 마야문명의 유적들이 멋졌는데 아즈텍 문명의 달력이라는 Stone of Sun을 비롯하여 다양한 조각과 부조들과 공예품들이 마치 툼레이더나 인디아나 존스에서 막 튀어나온 듯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박물관이 넓고 볼게 많아서 차풀테펙은 못가고 고급스런 지역이라는 콘덴사 지역을 가보기로 함. 한참 걸어서 가보니 과연 역사지구와는 다른 분위기의 조용한 거리가 나오긴 했지만 식당들도 비싸고 해서 그냥 맥주나 한잔 마시고 숙소 근처로 돌아옴. 택시를 탈까 하다 지하철역이 근처여서 지하철을 타러 가니 우와...진짜 사람이 정말 많다. 차마 탈 엄두가 안나는데 우리나라 9호선 아침 출근길이 저정도 될까.. 그래서 멕시코 시티의 중심 도로인 Paseo reforma (아마 개혁 정도의 뜻이 아닐까?)를 따라 초현대식 건물들이 좌우로 늘어선 거리를 걸어옴.
한참 걷다보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나서 겨우 식당을 찾아가니 밴드의 음악이 요란하다. 들어가보니 식당 무대 앞에서 멕시코 음악을 연주하고 거기에 맞춰 저녁 식사와 술을 즐기던 멕시칸들이 쌍쌍으로 나와서 멋지게 춤을 추고 있다. 나도 자리 잡고 앉아서 식사도 하고 음악도 듣고 싶은데 분위기가 너무 왁자지껄 흥겨워서 차마 혼자 앉을 엄두가 안난다. ㅠㅠ 대신 사진이나 한장 찍으려고 핸드폰을 꺼내 찍고 있으니 웨이터 아저씨가 오더니 뭐라고 한다. 아이쿠 사진 찍으면 안되나 보다 하고 미안하다고 하려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 앞에가서 사진찍고 나보고도 앞에 나가서 춤추라고 한다...ㅋㅋㅋ 유쾌하기도 하시지 ㅋㅋㅋ 다들 어쩌면 그리 춤들도 잘 추는지 행복하게 저녁을 보내는 사람들 틈에 껴있다 보니 행복한 느낌이 전염되는 것 같아 좋지만 한편으로는 외롭기도 하다 ㅎㅎ 그 옆 식당에서 싸고 맛있는 스테이크를 (맥주와 함께 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만오천원쯤 낸듯 ^^) 배물리 먹고 숙소로 돌아옴
디에고 리베라의 "일요일 오후 알라메다 공원에서의 꿈"
남미에 왔으니 세비체도 한번 먹어보고 ㅎㅎ
귀여운 조각상 ㅎ
무섭다..ㄷㄷㄷ
국립 인류학 박물관을 대표하는 아즈텍 달력
회화가 만화처럼보여 귀엽다 ㅎㅎ
부조가 참 아름답다.
다들 춤을 어찌나 잘추시는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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