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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아침이다. 아침에 뭘 찾아보려고 구글에 들어가니 구글 멕시코 사이트는 구글 두들이 노동절을 축하하는 이미지로 바뀌어 있다. 미국은 어떤가 하고 국가를 바꿔서 들어가봤더니 역시 미국도 동일한 이미지. 혹시 한국은 어떤가 싶어서 google.co.kr로 접속하니 한국은 그냥 평소의 로고가 그대로 나온다. 아니 우리나라는 노동절이 아닌가?? 구글 두들을 누가 결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구글 코리아에서 우리나라는 노동절 로고로 바꾸지 않기로 했다면 참 실망스러운 일이다. -_-;;
오전에는 차풀테펙 성을 보러감. 차풀테펙 성 근처는 넓은 공원에 동물원도 있고 해서 주말을 즐기러 온 가족, 연인, 친구들로 무척이나 북적인다. 사람들을 따라서 언덕을 좀 올라가니 언덕위에 고풍스런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차풀테펙 성. 성이라고 하기에는 좀 규모가 작은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유럽풍 인테리어와 자그마한 중정은 참 아름다웠다.
성을 나와서는 Paseo la reforma 거리를 따라 걸어보기로 함. 트립어드바이저에는 일요일에는 차가 안다닌다고 하던데 거긴 다른 곳인지 그렇지는 않은데 그래도 역사지구까지 시원하게 쭉 뻗은 거리를 따라 많은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거나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고 평온해 보여 좋다. 멕시코시티는 공용자전거 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도시 여기저기 공용자전거를 빌리거나 반납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관광객들을 위해 단기간 사용하는 회원제도도 있다고 한다. 3일에 90페소이고 하루에 60페소라는데 미리 알았으면 며칠동안 빌려서 다녔을텐데 아쉽다. 하루라도 빌려보려고 kiosk에서 이것저것 입력하니 하루에 60페소이긴 한데 1500페소 -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 정도-를 보증금으로 내야 한단다. 정상적으로 반납되면 5일후에 돌려준다는데 멕시코의 환불 시스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고민하다 그냥 포기함.
맛있었던 로스트 치킨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전날 가보려다 못간 기억과 관용 박물관을 보러감.
기억과 관용 박물관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추천해서 가보기로 결정한 곳인데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현대사의 인종학살 자료들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 한다. 처음 입장하니 나치들의 등장과 정치적 성공 그리고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는 과정들이 사진과 글 동영상 자료등을 통해 보여주는데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 내용을 전부 해석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 참상 만큼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시가 끝나면 Never more? 라는 문구와 함께 다음 전시로 이어지는데 르완다, 유고 내전, 캄보디아, 수단 다르푸등에 이르기까지 인종이 다르고 민족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인간을 학살한 참사들을 보며 끔찍한 기억이지만 더이상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류는 반드시 이 잔혹한 현장을 기억해야 하고 서로 다른 사상과 인종에 대해 관용할때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있겠지.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는 인류의 심리적 본성은 수만년간 변하지 않았지만 교육과 제도등을 통해 폭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평화의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인류는 정말 진정한 평화의 시기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박물관의 출구에는 관람객들의 영상이 보여지며 "Sono todos migrantes -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제국주의 침략의 피해자이자 그로 인해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살게 된 멕시코에서 이런 문구를 보니 더욱 울림이 있는 것 같아 뭉클했다.
박물관을 나오니 그앞 공터에는 멕시코 청소년들이 음악을 틀어 놓고 열심히 춤 연습을 하는데 딱 우리나라 아이돌 밴드들의 모습 그대로다 ㅎ 그래서 혹시 하고 무슨 음악에 맞춰 연습하나 주의 깊게 들어봤더니 거의 대부분의 무리들이 놀랍게도 한국 가요 ㅋㅋㅋ 누구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말로 나오는 노래를 여기서 들으니 신기했다 ㅋ
원래는 체신부 건물을 가보려고 했는데 여기는 박물관이 아닌 관공서라 주말에는 문을 닫은 모양이다. 대신 소칼로 앞 대성당에 들어가 마침 진행중인 미사를 옆에서 지켜봄. 중간중간 장엄한 성가 소리를 들으니 며칠동안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아 좋다. 다들 숙연히 기도하는 가운데 나도 함께 소망을 빌어보고 나옴 ^^
어제 맛있게 마셨던 미쉘라다를 한잔 하고서 뭘할까 하다가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멕시코 시티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기로 함. 전에는 옆으로 지나가는 투어 버스를 보면 버스 위에서 잠깐 훑어보면 뭐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막상 타보니 확실히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거라 그야말로 겉핥기도 안되는 수준의 관광이지만 그래도 며칠간 부지런히 걸어다녔던 거리들을 시원한 바람맞으며 음악과 함께 한번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버스 한바퀴 돌고 오니 어느덧 해가 져간다. 맛없는 저녁 ㅠㅠ 을 먹고 숙소로 귀환...
차폴테펙성에서 바라본 멕시코 시티 중심부
졸고 있는 귀여운 사자 ㅋㅋ
중정이 참 예뻤다.
차폴테펙 박물관에서 맘에 들었던 그림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K-Pop에 맞추어 춤연습중이던 아이들 ㅋㅋ
맥주에 핫소스와 라임을 넣은 미셀라다. 더울때 한잔 마시면 좋다 ㅎㅎ
무슨 집회 중인것 같은데 집회 참가자보다 경찰이 더 많더라 ㅠㅠ
해져가는 소칼로
한국에서 먹은 멕시코 음식과 제일 다른게 엔칠라다 였는데 멕시코 엔칠라다는 왕 실망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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