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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이 어땠을까?
예전에 스페인에서 읽은 코맥 맥카시의 '국경을 넘어'에는 고아로 자라나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넘어가며 엄청난 폭력속에서 한마리 짐승처럼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무자비한 폭력의 묘사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름 없는 순박한 멕시코인들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꼭 한번 그들을 만나러 가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뭐 브레이킹 배드의 잔혹 무도한 마약 카르텔이나 영화 시카리오의 시신을 참수해서 다리 밑에 걸어두던 후아레스시의 무서운 풍경 이런 이미지들이 전부  ㅜㅜ 덕분에 멕시코로 여행 간다고 하면 다들 위험한 나라 아니냐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사실 개인적으로도 괜찮을지 걱정된게 사실이었는데 드디어 진짜 멕시코 여행을 시작하는 날.

어제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할때에는 숙소 주인이 이것 저것 다 도와줄 것 처럼 하더니 아침에 숙소에 코빼기도 안보인다. -_-;; 하루 하루 계획이야 대충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숙소 근처 빵집에서 빵 사다가 아침을 해결하고 멕시코시티의 중심부인 소칼로로 향함. 소칼로는 유럽 도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도심지의 광장인데 탁 트인 시원한 광장과 오래된 성당, 그리고 광장을 둘러싼 식민시대 지어진 유럽식 건물들이 멕시코의 첫인상이어서 좋았는데 광장은 어쩐 일인지 폐쇄되어 있어서 멀리서 둘러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광장에는 엄청나게 큰 멕시코 국기가 걸려 있는데 저런걸 우리나라 광화문에 세운다는 거로구나 생각해보니 뭐하러 저런걸 세우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칼로를 지나 근처의 Templo Mayo를 방문, 템플로 마요는 스페인이 아즈텍 문명을 파괴하고 남은 잔해위에 세워진 박물관인데 말 그대로 유적지 자체는 철저하게 파괴되어서 잔해 자체는 그닥 볼게 별로 없다. 다만 잔해 옆에 웅장하게 서있는 성당을 비롯한 스페인 식민시대의 건물과 같이 보면 멕시코의 비극적인 역사가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멕시코시티와 테오티우하칸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는 꽤 마음에 들었는데 이국적인 문화를 배경으로 할때 헐리우드 영화나 게임에 단골로 나오는 남미 특유의 조각상과 그림들이 무척이나 신비롭고 귀엽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산채로 인신공양을 했던 아즈텍 문명을 생각하면 조금은 으스스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템플로 마야를 나와서는 근처의 Palacio National을 가보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오늘은 안연다고 입장을 못하게 한다. 입구에 양복 입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던데 무슨 행사라도 하나? 내일은 오픈 한다고 하니 다음날 가보기로 하고 대신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를 볼 수 있는 교육부 건물로 향함

멕시코 혁명사를 읽으면 혁명에 모든걸 바친 혁명 영웅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 사파타와 판초 비야와 같은 - 총칼로 싸운 혁명 영웅만큼이나 마데로 정권 시절 교육부 장관을 했던 바스콘셀로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는데, 농민들이 각성할까봐 교육에 적대적이었던 토지 주인들과 성직자(!)들의 테러에 맞서 젊은 교육자들을 멕시코 산간과 시골로 순교자처럼 파견하여 교육을 하도록 하고, 문맹율이 80%에 이르는 멕시코 국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멕시코 전통문화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혁명의 역사를 담은 벽화 운동을 지원한게 참 감동적이었다. 

오늘 방문한 교육청 건물도 그가 디에고 리베라와 다른 멕시코 화가에게 벽화를 그려달라고 요청한 건물로 현재도 멕시코 교육청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하다.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이야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니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해보기는 했지만 하나의 화면에 담기 어려운 벽화의 특성상 직접 보니 정말 그 느낌이 남다르다. 풍요롭고 활기찬 멕시코 원주민들의 일상과 식민 침략자, 농장주와 성직자들의 압제,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동자 농민들의 혁명의 이야기가 3층 건물의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데 멕시코의 역사와 혁명의 이야기가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져 참 감동적이었다. 건물의 3층은 자본주의를 조롱하고 공산주의 혁명을 찬양하는 좀더 과격한 내용의 벽화들이 이어지는데 심지어 자본가의 목을 따고 (과장이 아니다!) 성직자를 망치로 쳐죽이고(이것도 글자 그대로) 공권력을 빗자루로 쓸어버리는 그림도 있는데 이런 그림을 공공기관에 걸어두는 나라라니!!
그런데 실제로는 최악의 언론 탄압과 정경유착, 빈부격차와 부패로 신음하는 나라라니 참 도대체 위대한 혁명의 유산들은 어디로 간걸까 심히 궁금해 진다.

점심은 론리플래닛 추천 식당에서 첫 식사이니 만큼 비싼 음식을 시켰는데 대실망 ㅠㅠ 하고서 포르티시오 디아스가 독재 시대에 건축했고 지금은 디에고 리베라와 오로코스, 시퀘이로스 등 멕시코 벽화 운동을 대표하는 3인의 벽화가 걸려 있고 발레, 음악회등의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Museo de Bellas Artes로 이동함.  흰색 대리석으로 마감된 유럽식 건물의 외형도 너무 아름답지만 역시 이곳도 4층에 전시된 벽화들이 너무나 놀랍다. 락펠러 센터에 전시하려고 했으나 노동자와 농민을 단결시키는 인물로 그려진 레닌의 얼굴때문에 철거되고 이후 다시 그려진 디에고 리베라의 Man at Crossroad 나 오로스코의 다소 기괴했던 카타르시스, 그리고 데이비드 알파로 시퀘이로스의 육감적이고 박력있던 Democracy 모두 감동적이었다. 한참을 벽화 앞에 앉아 벽화도 감상하고 마침 다른 전시실에서 열린 음악과 미술전도 감상하고 나니 시차도 아직 다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로가 심하게 몰려온다. 

소칼로 쪽으로 다시 가서 USIM 카드도 사서 끼고 맥주 한잔 먹고 쉬다 타코와 맥주로 저녁까지 먹고 일찍 숙소로 돌아와 멕시코의 첫날을 마침..

템플로 마요 박물관. 해골에 대한 애정(?)은 아즈텍 문명에서 부터 시작한듯?



신성한 검이라던데 저걸로 사람들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냈겠지 ㅠㅠ


비의 여신이라고..


교육청 건물의 3층 벽면에 빼곡히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이런 과격한 그림이 관공서에 전시되어 있다 ㅎㅎ



Museo de Bellas Artes


마침 음악과 공연을 소재로한 미술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달리의 작품도 있었다.


시퀘이로스의 작품 "Democracy"



오로스코의 작품 "카타르시스"


락펠러 센터에 그려질 예정이었으나 우측의 레닌 얼굴때문에 철거되고 복원된 디에고 리베라의 "Man at the crossroad"



유명한 멕시코 요리라던데 고추 안에 고기와 견과류를 넣어서 구운후에 월넛소스를 뿌려먹는 거라던데 단맛이 강해서 실망 ㅠㅠ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먹고 있길래 나도 여기서 저녁을 해결. 타코 한개에 우리나라돈으로 700원쯤 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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