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꼬마아이 두명이 오손도손 놀고 있는데 다른 친구가 애타게 찾는데서 영화가 시작한다.  친구는 신나는 일이 생겼다고 알려주고 3명은 까르르 웃으며 신나게 뛰어간다. 도대체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걸까? 그 신나는 일은 친구가 사는 곳에 새로운 차가 와서 거기에 침을 뱉으며 노는 일.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단순히 아이들의 귀여운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영화는 아니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게 되는데 곧 이 영화의 배경이 밝혀진다. 이곳은 미국의 꿈과 희망을 대표하는 디즈니랜드 근교의 모텔로 한때는 디즈니랜드를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을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일주일치 숙박료를 내고 장기간 머무르는 집없는 사람들의 거처로 미혼모, 퇴역군인, 정신이상자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하루 하루를 살아 가는 곳.


영화는 이런 어른들의 삶과 앞서 나왔던 아이들의 삶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데 아이들은 버려지고 쇠락한 곳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따로 없어도  아무 상관 없이 친구만 옆에 있다면 어디든 놀이공원이고 신나는 놀이터일뿐이다. 깐깐한 매니저 아저씨의 사무실은 그저 숨바꼭질하면서 숨을 수 있는 곳이고, 폐허가 된 콘도는 모험의 공간, 모텔에 무지개가 뜨면 황금이 묻혀 있는 곳으로 안내해줄 다리이며, 방목되는 소들이 있는 곳은 사파리이고 쓰러진 나무는 친구와 함께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곳. 

천방지축 사고뭉치 개구장이들이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과 어른들의 현실이 중첩되면서 점점 현실이 가슴아프게 다가오다가 끝내 마지막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고 말았다 ㅠㅠ 영화의 마지막에 극장 이곳 저곳에서 “뭐야? 끝이야?” 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그 마지막 장면까지도도 완벽했던것 같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모텔과 주변의 가게들은 웨스웬더슨 영화풍의 화사한 보라색, 초록색, 핑크색 건물들인데 비현실적으로 맑은 플로리다의 하늘과 대비되어 마치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공이 머무는 매직 캐슬의 사장은 그걸로 만족 못하고 복도 에 있는 자전거들은 모두 안보이는 곳으로 치우라고까지 하는데 힘들고 초라한 현실을 어떻게든 가리려는 노력은 사실 미국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디즈니랜드라고 크게 다를게 있을까.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훌륭한데 고지식하지만 성실하고 인정 있는 매니저역의 윌렘데포나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으나 감독이 인스타그램 보고 연락해서 캐스팅했다는 핼리의 연기도 좋지만 아역들의 연기가 정말로 훌륭하다. 마치 그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듯한 아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순간 순간 픽션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정도. 주인공 무니 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는 크리스틱 초이스 어워드에서 아역 연기상을 수상하면서 “큰 영광이에요. (아역)후보들이 다 쟁쟁한데 우리 끝나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훌쩍)...중략...이 땅의 무니와 핼리를 도와주세요 (훌쩍)” 이런 귀엽고도 완벽한 수상소감을 남겼는데 수상소감 처럼 우리나라에도 있을 무니와 젠시 스푸키들의 앞날이 행복하길... 


'책,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0) 2018.03.18
120bpm  (0) 2018.03.18
말이 칼이 될때  (0) 2018.03.12
시선들 - 읽고 나면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0) 2018.03.12
서양 미학사 - 오타베 다네히사  (0) 2018.03.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