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퀴어무비라는 사전 정보만 가지고 보러 감. 처음에는 제목도 하우스 음악의 분당 비트수에서 따오고 포스터의 주인공은 세상 밝게 환하게 웃고 있어서 캐롤이나 (아직 못봤지만) 콜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서정적인 동성애를 다룬 영화인줄 알고 갔는데 보면서 적잖이 당황함 ㅋ
영화는 퀴어 무비가 맞긴 한데 동성간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 가는 사랑이 주가 아니라 1980년대초 프랑스의 에이즈 인권단체 Act Up Paris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거기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정치적 토론과 격렬한 투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액트업 활동가들의 사랑과 우정을 글자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액트업 파리는 에이즈의 위험성을 알리고 에이즈 환자들의 치료제 개발과 보급을 촉구하며 정부와 제약회사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위를 벌이는데 이게 참 생소하게 느껴진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환자들이 단체를 만들어서 제약회사에 가서 사무실에 가짜 피를 뿌리고 살인자라고 외치는 시위를 한다?? 으... 경찰들의 대응과 그 이후의 여론이란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1980년대 프랑스에서는 성소수자중에서도 소수자들일 에이즈 보균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저런 과정을 거쳤구나 생각하니 프랑스는 프랑스구나 싶었다. ㅎㅎ
액트업 파리의 생소한 활동과 함께 당황스러울 정도로 수위 높은 러브신이 처음에는 생소하고 조금은 불편했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조금 공감도 되고, 무엇보다 어느 단체, 어느 누구도 차별 받아서는 안되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란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우리나라도 돌아오면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의 메시지가 불편한 호모포비아들이 네이버 영화평이나 영화사이트에 악다구니를 써대는 걸 보면 갈길은 멀어보이지만...
'책,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3) | 2018.03.26 |
---|---|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0) | 2018.03.18 |
Florida Project (0) | 2018.03.12 |
말이 칼이 될때 (0) | 2018.03.12 |
시선들 - 읽고 나면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0) | 2018.03.12 |